<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92화>
“다시 한번 직원의 결례에 사과드리며, 다음에 또 저희 백화점에 들러 주신다면 오늘보다 나은 서비스로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백화점의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
이근수의 부부에게 허리를 숙인 이 부장은 종혁에게도 인사를 한 후 돌아섰고, 종혁은 아까 전과 달리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이근수의 아내에게, 아까 전과 스타일이 많이 달라진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재밌게 즐기셨어요?”
오늘 받은 스트레스를 모두 잊을 만큼 말이다.
그 말에 이근수의 아내의 눈이 번뜩인다.
“네!”
더 말을 하고 싶은데 차마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한 경험이었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명품관의 모든 제품을 직접 보다 못해 입어 볼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그녀를 황홀케 한 건 바로 케어 서비스였다.
향긋한 오일로 하는 전신 마사지부터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부장님 덕분에 이번 결혼기념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현식의 아내도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그건 함께 서비스를 받은 이근수와 현식도 마찬가지였다.
“어이구. 아닙니다. 제가 이근수 소방장님께 받은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아, 이건 제가 드리는 두 분의 결혼기념 선물입니다.”
“아, 아니요! 괘, 괜찮아요.”
“약소한 거니까 부담은 가지지 말아 주세요.”
종혁은 맞장구쳐 달라며 이근수의 옆구리를 찔렀고, 그는 헛기침을 했다.
“그, 그래. 얼른 받아.”
“……감사합니다, 부장님.”
종혁은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고, 그런 종혁의 빈 손을 본 현식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이내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부장님.”
“어? 벌써 가게? 왜? 좀 더 있다가 가지?”
“그래요! 좀 더 놀다 가요, 현식 씨!”
“어이구, 됐습니다. 전 형수님에게 눈칫밥 먹기 싫습니다.”
“제, 제가 언제요!”
“그럼 갈게요.”
현식과 현식의 아내는 꾸벅 인사를 하곤 떠났고, 그들을 보며 아쉬워하던 이근수의 아내는 남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난 먼저 차에 가 있을 테니까 천천히 와. 오늘은 담배 한 개피 더 승낙해 줄게요!”
“어이쿠. 감사합니다, 마나님.”
“그럼 저도 먼저 가 볼게요, 부장님. 다음에 또 봬요.”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다시 한번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네!”
이근수의 아내는 통통 튀듯 경쾌한 걸음으로 차로 향했고, 이근수는 그녀가 멀어지자 종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장님.”
하마터면 최악으로 남을 뻔했던 15주년 결혼기념일이 최고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종혁은 정말 은인이었다.
“백화점에 말해 놓을 테니 앞으로 언제든 와서 서비스 이용하세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하면 정말 민폐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했다.
“소방장님이 아니라 사모님을 위해서니까 꼭 받아 주세요.”
“아니…….”
“그런데 혹시 조현식 씨는 경찰을 싫어하십니까?”
처음 본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조현식은 종혁 자신과 거리를 뒀었다.
“아, 그게…… 아마 싫어하는 것까진 아닐 겁니다.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을 겁니다. 현식이가 어렸을 적에 현식이 아버님께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셨었거든요.”
무려 8년 동안 말이다.
“저런…….”
종혁은 미간을 좁인 채 침음을 흘렸다.
현식의 부친이 옥살이를 하시는 동안, 그리고 옥살이를 하고 난 이후에도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쉽사리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이웃들과 친구들, 그리고 친척들에게까지 손가락질을 받았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소방관도 늦게 된 케이스입니다.”
다행히 시간이 더 흘러 누명이 벗겨지게 되었고, 현식은 그제야 소방관이 될 수 있었다.
종혁의 눈앞이 아득해졌다.
과연 100억을 준다 한들 그 한이 풀릴까.
“후우. 다음에 뵐 땐 정식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꼭 좀 전해 주십시오.”
경찰뿐만 아니라 검사, 그리고 판사에게도 잘못이 있겠지만, 누구의 잘못이 더 크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어찌 됐든 경찰의 그릇된 수사로, 능력 부족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받게 된 것이다. 사과를 해야만 했다.
‘이런 피해자들이 더 있겠지.’
모든 게 부족했고, 또 전문적이지 못했던 과거의 수사에 의해 고통을 당했음에도 변변한 보상조차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말이다.
‘징계가 풀리면 이 문제도 해결해야겠어.’
보다 나은, 보다 훌륭한 경찰이 되기 위해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됐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좋은 놈입니다. 훌륭한 놈입니다.”
그 어떤 위험한 화재 현장이라도 가장 먼저 들어가는 놈이다. 전생에 불과 무슨 원수를 졌는지, 현생에서도 불과 싸우기 위해 태어난 현식.
“미워하진 말아 주십시오.”
“그럴 자격이라도 있나요.”
씁쓸히 웃은 종혁은 고개를 숙였고, 이근수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 종혁의 어깨를 두드린 후 아내에게로 향했다.
찰칵! 치이익!
“하. 거지 같네, 진짜.”
아무래도 이번 한 달 휴가, 아니 한 달 정직 동안 쉬지 못할 것 같다.
“대체 이놈의 경찰은 뭔 놈의 업보를 이렇게나 쌓았는지…….”
아마 이외에도 자신이 모르는 업보들이 많을 거다.
“쯧.”
종혁은 혀를 차며 백화점을 벗어났다.
* * *
다음 날, 서울의 허름한 4층 건물을 찾은 종혁이 건물 2층을 보며 눈을 빛낸다.
이준영 법률사무소.
‘이 사람이었지?’
지금부터 자신이 하려는 일에, 그 뜻에 동조해 줄 변호사가 말이다.
-소원을 말해 봐!
“예, 최종혁입니다.”
-날세.
권회수다.
-정말 이럴 겐가?
주어가 빠진 물음이었지만 종혁은 모두 알아들었다. 어제 이 일로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있겠어요.”
-어쩔 수 있긴 뭘 어쩔 수 있어! 경찰과 검찰이 지금의 날 건드릴 수 있을 것 같나?
“못 건드린다는 것쯤은 저도 알죠.”
국민들의 지지를 듬뿍 받고 있는 행복의 쉼터 재단이다. 혹여 행복의 쉼터에서 마약이 발견된다고 해도 함부로 쳐들어갈 수가 없다.
“하지만 애들은요?”
행복의 쉼터에서 케어를 받으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미래를, 꿈을 꾸는 그 불쌍한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일단 경찰과 검찰은 물론이고, 관련된 기관에 취직하는 건 꿈도 꿀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살면서 경찰서 한 번, 검찰청 한 번 안 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잖아요.”
경찰은 어떻게든 자신이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검찰까지 어떻게 할 순 없었다.
-……에잉! 끊겠네!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보며 씁쓸히 웃은 종혁은 이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쿵쿵!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종혁을 맞이한 건 소파에 앉아 컵라면을 입에 문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왜소한 중년인이었다.
“푸훕! 어서! 켁! 켁! 쿨룩! 우웩!”
“괘, 괜찮으세요?”
다급히 달려가 등을 두드리는 종혁에게 손을 저으며 괜찮다 몸으로 외치는 변호사.
그가 정신을 차린 건 꽤 시간이 흐른 후였다.
“꺼윽?! 아! 어, 어서 오십시오! 이준영 법률사무소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회귀 전 TV에도 몇 번 나온 재심 전문 변호사, 이준영.
“하하. 안녕하세요, 최종혁입니다.”
“예, 예. 어떤 법률 상담이 필요하셔서 찾아오셨나요? 사기? 이혼? 뭐든 말만 하십시오! 제가 전문입니다, 하하하! 아, 목마르시죠?”
이준영은 사무실 한구석으로 뛰어가 캔커피를 들고 온다.
‘아니, 냉장고 살 돈도 없는 겁니까?’
“목마를 때는 달달한 커피가 최고죠! 자자, 어서 앉으…… 하하. 잠시만요?!”
그제야 난장판이 된 소파를 발견한 이준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다급히 걸레, 아니 냄새나는 러닝셔츠를 가져와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맡겨도 되려나……. 차라리 현승엽 변호사님에게 맡기는 게…….’
준형이 형들의 계약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 현승엽 변호사.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김&장 로펌의 변호사이며,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인물이었다.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찾자면 이 사람이 훨씬 더 믿음직했다.
하지만 이왕 내친걸음이었다.
종혁은 다시 꽤 시간이 흘러서야 소파에 앉을 수 있었고, 이준영은 그제야 종혁을 향해 푸근히 웃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이준영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이준영입니다.”
약간 톤이 높긴 하지만 편안함을 주는 목소리. 어벙한 모습 뒤에 신뢰가 숨겨져 있었다.
“예, 반갑습니다. 최종혁입니다.”
“어? 경찰이시네요?”
“예.”
명함을 살피며 놀란 이준영 변호사가 눈을 껌뻑인다.
“경찰께서 저를 왜? 혹시 이혼 문제 때문이신가요?”
경찰의 이혼율은 세상이 알아줄 정도. 이준영의 눈에 안쓰러움이 스친다.
그에 자신이 사람을 잘 찾아왔구나 생각한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측은지심이 있다면 자신의 일을 잘 해낼 것 같아서다.
“아뇨. 다른 의뢰를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건수가 꽤 많습니다. 의뢰인도 변호사님께서 찾으셔야 하고요.”
“그게 무슨…….”
“경찰과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혹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처벌을 받은 분들을 찾고자 합니다. 변호사님께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십시오.”
쿵!
“……예? 아니, 예에?! 지, 지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예. 압니다.”
경찰과 검찰의 치부를 들추는 일이다. 자칫 두 수사기관의 원망과 방해를 받을 수도 있는 일.
‘이래서 이사장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 거지.’
혹시나 일이 잘 풀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경검과 싸우게 됐을 때를 생각해야 된다.
“아니요. 모르고 계십니다. 그렇게 망설임 없이 말하시는 걸 보면 모르는 것 같습니다.”
종혁은 대답 대신 그에게 준 명함을 가리켰다.
“총…… 경?!”
“이래도 정말 제가 모른다고 생각하십니까?”
“아, 아니…….”
“얼마 전, 한 소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변호를 시작하셨더군요.”
정확히는 2008년, 한 소녀를 죽인 것으로 판명되어 형을 살게 된 가출청소년들에 대한 재심 변호를 맡은 거다.
종혁도 그 사건에 대한 자료를 확인해 봤는데, 눈앞의 이준영 변호사가 왜 변호를 맡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사건 자료만 놓고 보면 그 가출청소년들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범행 당시의 상황이 찍힌 CCTV 영상도 없고, DNA 증거도 부족했죠.”
그럼에도 그들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처벌받은 이유는 단순했다.
마침 그 소녀와 친분이 있었고, 사건 발생 시각에 그들이 사건 현장 근처를 지나치는 CCTV 영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것뿐이었다. 가출청소년들이 한 소녀를 구타 살해한 범인이 된 이유가 말이다.
“그래서 변호사님도 이건 아닌 것 같기에 검찰에 반기를 드신 것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이들의 억울함을 입증할 증거도 없는 상황. 그럼에도 이준영은 검찰과의 대립각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아닙니까?”
이준영의 입술이 꾹 다물어진다.
“도와주십시오, 변호사님. 변호사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후우. 총경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변호사님!”
“하지만!”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는 종혁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린 이준영이 양해를 구하고 담배를 문다.
“저도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사무실을 보십시오.”
법률사무소라면 꼭 있는 사무장을 고용할 비용도 없어 자잘한 업무들까지 다 직접 처리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종혁의 의뢰는 수백, 어쩌면 수천 명을 상대해야 될지도 모르는 일.
억울한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결코 혼자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말에 종혁은 탄성을 터트렸고, 이준영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예. 그러니…….”
“겨우 그런 문제셨습니까?”
“예?”
“변호사야 불러 모으면 되는 거고, 돈이야 제가 드리면 되는 거잖습니까.”
“하아. 총경님, 나이가 젊으시니 아직 금전 감각이 부족하시나 본데 총경님 월급으로는…….”
“일단 백억부터 지불하죠.”
종혁은 지갑에서 백억짜리 수표를 꺼내 내려놨다.
쿠웅!
심장과 함께 얼굴도 경악으로 굳어 버린 이준영 변호사.
“부족하면 언제든 말해 주십시오. 가진 게 돈뿐인 놈이니까.”
종혁은 이제 입마저 크게 벌리는 그를 향해 싱긋 웃어 주었다.
* * *
“어, 그래 일단 와! 너 정말 피해자다운 피해자의 변호를 맡고 싶다고 했잖아! 와서 해! 내가 다 지원해 준다! 으하핫! 그래!”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전화를 끊은 이준영 변호사가 불판 위의 고기를 한 움큼 집어 가는 종혁의 손을 잡는다.
“정말 훌륭한 일 하시는 겁니다! 정말로요!”
“취하셨네.”
“취하면 어떱니까!”
드디어 변론다운 변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잘나가는 변호사들처럼 스폰서까지 붙어서.
전생에 무슨 공덕을 쌓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큰 공덕을 쌓은 게 분명했다.
“자, 짠 합시다! 짠!”
“예, 그러시죠.”
챙!
“크으!”
쿠웅!
종혁은 술을 마시자마자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는 이준영을 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진상이네.”
3차, 4차도 아니고 고작 1차. 그것도 겨우 맥주 한 병 만에 이러는 건 이러는 건 진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그동안 얼마나 한이 깊었으면 이러나 싶다.
이준영을 어깨에 둘러멘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계산이요!”
풀썩!
근처 모텔의 침대에 이준영을 던져 버린 종혁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대체 무슨 한이 저리도 깊은 걸까.
“에휴.”
고개를 저으며 모텔을 나선 종혁은 담배를 물며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찰칵! 치이익!
“잘되겠지?”
잘될 거다. 잘되게 할 거다.
그것이 피해자와 경찰을 위한 길이니만큼 모든 걸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
“후우.”
종혁은 어두워진 밤하늘을 보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대리 부르셨죠?”
“아, 예. 여기 차키 있습니다.”
“어이쿠. 외제차시네. 외제차는 추가 요금이 붙는데…….”
“2만 원 더 드릴게요.”
“최대한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종혁은 넉살 좋은 대리기사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담배를 껐다.
그렇게 차를 타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응?”
순간 시야를 스쳐 지나간 낯익은 사람.
고개를 돌린 종혁은 저 멀리 걸어가는 한 동남아 여성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저 사람은?”
현식의 아내다. 필리핀 사람이라는 현식의 아내.
피식!
“사람 인연이 이렇게 무섭네.”
그렇지 않아도 현식을 찾으려 했지만, 이 넓은 서울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현식 씨랑 한잔하러 나왔나 보네. 흠. 아니다.”
현식을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나눠 볼까 했지만, 종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준영 변호사를 앞으로 세운 이상, 앞으로 모든 보상이나 상담은 이준영 변호사를 통해야 한다.
“그럼 다음에 봅시…… 응?”
종혁은 갑자기 한 건물 앞에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곧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현식의 아내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온통 불이 꺼진 채 딱 한 곳의 간판만 불이 들어와 있는 건물.
불이 들어온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스웨디시 마사지]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