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82화 (582/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82화>

대체 자신을 어떻게 찾은 것일까.

자신을 잊은 것이 아니었던가.

상준식은 다급히 현관문을 닫았지만, 사내들의 발이 현관문 사이에 끼어지는 게 먼저였다.

“씨발!”

상준식은 반사적으로 문틈 사이로 주먹을 휘둘렀고, 그 손은 허무하게 잡히고 말았다.

쾅! 쾅쾅!

“악! 아악!”

현관문에 찍힌 고통에 물러서는 그.

사내들이 현관문을 열어젖히며 그의 사글셋방 안으로 난입한다.

“이야, 씨벌. 이 대한민국에서 너 새끼 하나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잉? 벌써 몇 개월이여?”

“1년입니다요, 형님.”

“그렇게나 됐냐잉? 니미럴, 손해가 대체 얼마여?”

‘조, 조폭?!’

상준식의 얼굴이 이젠 파랗게 질린다.

“우리들이 왜 왔는지는 알제?”

“도, 돈 없어요. 다 썼어요!”

“씨부럴. 요 새끼들 왜 맨날 요딴 변명부터 늘어놓는지 모르겄네. 뭐하냐. 잡어.”

“예, 형님!”

“씨, 씨발.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찰칵! 치이익!

“얼굴은 때리지 마러! 쩌기 총각 좋아하는 아줌씨들한테 돌려야 됭께. 뭐 그라고 몇 년 돌리믄 몇 대 처맞은 오장육부도 다 아물겄제. 아니, 술에 쩔어서 다 썩어 블려나?”

섬뜩!

“오, 오지 말라고! 씨발-!”

잔뜩 겁에 질린 그가 옆에 놓인 컴퓨터 키보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동작 그만-!”

벌컥 문이 열리며 종혁을 비롯한 특별범죄수사대가 안으로 들어오자, 3명의 조폭이 주춤거리며 물러선다.

“뭐, 뭐여. 니들은?”

“뭐겠냐?”

종혁은 경찰공무원증을 보여 주었고, 조폭들은 얼굴을 구겼다.

“오메, 씨벌…….”

* * *

부산해진 상준식의 사글셋방 앞.

“아따, 요새 경찰들 겁나 빠르요.”

조폭인지 흥신소 직원인지 모를 놈이 눈을 부라리며 알아서 관용차로 향하자, 흐뭇이 웃은 오택수가 그의 발목을 걷어찬다.

쿵!

“이런 씨발!”

“뭐, 씨발아.”

놈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오택수.

가만히 쳐다보는 그 시선 속 광포하게 타오르는 열기에 놈의 고개가 슬그머니 돌아간다.

오택수는 그런 그의 멱살을 잡았다.

“야, 누가 시켰는지 말 안 할 거지?”

“거 알믄서.”

고객의 정보를 함부로 누설했다간 이 바닥에서 일을 못하게 된다. 누가 그런 사람과 일을 하겠는가.

“그래. 그러면 협박에 폭행미수로 몇 바퀴만 돌고 나오자. 내가 씨발 넌 특별히 남자 좋아하는 새끼들 방으로 넣어 줄게.”

섬뜩!

“나, 나도 전화번호밖에 모른당께요!”

그리고 돈을 부친 계좌번호가 전부.

오택수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 이렇게 순순히 말하니까 얼마나 좋냐.”

모두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일 테지만, 그래도 다른 정보가 생겼다는 게 어딘가.

놈의 볼을 툭툭 친 오택수는 대원들에게 턱짓을 했고, 놈은 일으켜 세워져 관용차에 태워졌다.

“거 안 와도 된다니까.”

“아직 휴가 기간이에요.”

오택수의 말에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너 좋아하는 해외여행이나 가지, 왜?”

“혼자 가서 뭐해요?”

가족들과 동료 부서원들 모두 각자의 이유로 바쁜 상황. 혼자 놀러 간들 재미도 없었다.

손을 저은 종혁은 경찰이 나타나자 안도했다가 수갑이 채워지자 당황한 상준식을 향해 다가갔다.

수거책의 ‘도둑이야!’라는 외침이 없었다면 결코 잡지 못했을 놈. 비록 수거책을 추적하는 건 실패했지만 이놈은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이놈만이 놈들을 잡을 유일한 단서다.

종혁은 상준식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푸근하게 웃었다.

“저, 전 아무것도 몰라요! 그, 그리고 돈 다 썼거든요?! 때려죽여도…….”

꽈아악!

“악! 아아악!”

종혁은 비명을 지르는 그를 보며 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알아, 알아. 네가 알고 있는 게 지금도 그대로면 우리가 벌써 다 잡았지.”

1년 전에 놈들에게서 빠져나온 상준식에게 얻을 수 있을 만한 정보는 이미 정현수를 통해 모두 확보한 상태였다.

수시로 아지트와 전화번호를 바꾼다던 놈들. 상준식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받아 봤자 허탕만 칠 게 뻔했다.

“그래도 널 거기에 알선해 준 놈은 기억하지?”

흠칫!

상준식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림동이라…….”

종혁의 표정이 묘해진다.

“예. 가물가물하긴 한데 대림동의 천 사장이라고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한 명인가 두 명인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 중 몇 명이 이 천 사장을 통해 알선을 받았다고 했었다.

“그래, 알았어. 더 생각나는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도록 해.”

상준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종혁은 몸을 돌렸고, 그런 그에게 오택수가 다가선다.

“야, 대림동이면…….”

“그러게요. 일이 이렇게 되네요.”

정현수가 조선족에 대해 말했을 때 왜 이쪽을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알았다고 한들 누가 알선하는지, 또 조직원이 누군지 모르기에 별 의미는 없었을 테지만 그래도 기분이 묘하다.

“가실래요?”

“가야지.”

오택수가 눈을 빛내자 종혁은 씩 웃었다.

* * *

-도, 돈 부쳤어! 이제 괜찮은 거지?

“고마워, 엄마. 응. 알았어. 아냐. 크게 다친 거 아니라니까. 응. 응.”

달칵.

전화를 끊기는 순간 이십대 중반의 조선족 여성의 얼굴에 피어 있던 고마움이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진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사무실 한구석에 있는 사장 장호영에게 다가갔다.

“이현숙 2백만 원 입금했답니다.”

다친 딸의 병원비. 하나뿐인 딸이 다쳤다는 소리에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돈을 부쳤다.

“거봐. 할 수 있잖아. 수고했어.”

따뜻하게 웃는 사장 장호영의 얼굴에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녀는 알고 있다. 이렇게 온화하게 웃는 장호영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아, 아닙니다. 그럼 저…….”

“벌써 오늘 실적 다 채웠어? 알았어. 쉬어. 자, 이건 입금하고.”

사장은 그녀의 앞에 오늘 치 실적의 인센티브를 내려놨고, 그녀는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얼른 사무실을 빠져나와 근처의 ATM 기기로 향했고, 한 남성이 그런 그녀를 따라붙는다.

그걸 힐끔 본 그녀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신경을 끄며 ATM 기기에 돈을 밀어 넣는다.

촤라라라락!

ATM 기기가 돈을 세기 시작하자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그녀.

“예, 천 사장님. 지금 돈 부쳤습니다.”

불법 체류자라 그 어떤 금융 거래도 할 수 없는 그녀. 그렇기에 그녀는 이 천 사장이란 사람을 통해 고향에 송금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용건만 간단히 말한 통화를 종료한 그녀는 잠시 담배를 물었다.

“후우.”

‘춥네.’

아무래도 올해 겨울은 일찍 찾아오려는 듯 빠르게 추워진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벌써 2년 반인가?’

그 어떤 희망도 없던 고향.

성공을 하고자,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한국에 와 이 일을 시작한 게 2년 하고도 5개월이나 지났다.

‘오래 있었네…….’

“크흠!”

근처에 서 있는 감시자가 얼른 들어가자고 눈으로 눈치를 줬지만 그녀는 무시했다.

이렇게 돈을 부치러 나오는 등의 명분이 있을 때만 볼 수 있는 하늘.

조금이라도 더 저 높고 푸른 하늘을, 이젠 너무 익숙해져 버린 저 하늘을 보고자.

조금 더 이 순간을 즐기고자.

그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이 맹렬하게 울리자 발신자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확 펴진다.

“엄마!”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중국어.

-무슨 돈을 또 이렇게 보내니?

“일 잘한다고 인센티브 받아서 보냈어요.”

-밥은 잘 챙겨 먹는 거야? 날이 추워지는데 따뜻하게 다니고?

“그럼. 여기 사장님이 밥도 잘 챙겨 주고, 사무실도 히터 틀어 줘서 따뜻해요.”

고향과 달리 말이다.

집 안에 놔둔 물그릇이 얼어붙을 때쯤에야 겨우 석탄난로를 피웠던 고향.

“엄마는 어때요. 아빠는? 밥은 잘 챙겨 먹어? 동생들은? 장사는?”

-엄마랑 아빠는 언제나 괜찮지. 장사도 잘되고.

그녀가 부쳐 준 돈으로 집도 사고, 제법 큰 식당을 시작한 그녀의 가족들.

-네 동생들도 주말마다 나와서 가게일 도와주고 있어.

“그러면서 용돈 뜯어 가고?”

-정당한 대가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딸이 외지에서 힘들게 번 돈이기에 동생들에게조차 허투루 주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마음을.

그녀는 마치 자장가처럼 귀를 두드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렇게 얼마나 통화를 했을까.

“크흠! 어흠흠!”

“……엄마, 이제 끊어야겠다. 일하다가 잠깐 나온 거거든. 그래요. 또 연락할게요. 응. 사랑해요.”

전화를 끊으며 감시자에게 눈을 흘긴 그녀는 ATM 기기 옆에 있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려다 잠시 멈춰 섰다.

‘갑자기 먹기 싫어지네.’

또 도시락을 먹을 생각을 하니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며 혀끝에 고향의 맛이 맴돈다.

“엄마랑 통화를 해서 더 그런가…….”

‘그냥 내일은 고향 음식이나 먹으러 갈까?’

마침 내일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휴가.

그러며 쇼핑도 하고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내 주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말이다.

‘그래, 그러자.’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가장 비싼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등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손길엔 거리낌이 없었다.

* * *

“이야, 대림동은 또 처음 와 보네.”

그런데 분위기가 가리봉동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위조지폐 사건이 발생했던 그곳과.

중국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간판들이 가득한 1자형의 거리와 낯선 이를 쳐다보는 시선들.

“여기가 요새 떠오르고 있다며?”

강력 범죄를 비롯한 갖가지 범죄들이 말이다.

“괜찮아요. 중수부에서 계속 때리거든요.”

어디 대림만 그럴까. 가리봉동과 안산, 차이나타운 등 중국인과 조선족 밀집 구역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단속을 하고 있다.

예전엔 반년에 한 번씩이었지만, 그것도 시간이 흘러 이젠 1년에 한 번씩.

그렇다 해도 대검찰청 중수부가 나서는 일이라서 경찰들도 주취 폭력이나 폭행, 흉기를 휘두르는 특수폭행 등 강력 사건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회귀 전처럼 무법천지는 아니라는 거지.’

이태원이나 홍대처럼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번화가의 치안보다 약간 더 안 좋은 수준이랄까.

모두 종혁이 가리봉동에서 위조지폐 사건을 해결한 이후 벌어진 현상이다.

“그런데도 그런 말이 흘러나온다고?”

“시간이 흘렀잖아요.”

이쪽도 적응을 해 버렸다는 거다.

‘단속 날짜에만 조용하면 되니까……. 이럴 땐 참 잘 뭉치지.’

술만 먹었다 하면 서로에게 칼부림을 예사로 하는 놈들이 이럴 땐 또 한마음이 되어 침묵을 한다.

“인권 단체들도 기웃거린다고 하던데…….”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대?”

“나도 정보원 많다.”

오택수의 말에 종혁은 피식 웃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고요. 귀화한 조선족들의 표가 필요해진 분들이 계신가 봐요.”

‘아니면 중국에서 나섰거나.’

회귀 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한국을 좀먹기 시작했던 중국 세력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조선족과 중국인 체류자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세워지고,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그 취지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들의 행보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보일 때도 많았다.

실제로 다문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특혜 정책이 시행되어 도리어 자국민이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도 발생했었다.

‘그쪽도 언제 한 번 뒤집어야 하는데…….’

“여기 아냐?”

“아, 그런 것 같네요.”

고개를 들어 ‘천주호인력’이라는 인력사무소 간판을 본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맞게 찾아온 것 같다.

찰칵!

“응?”

고개를 돌린 종혁은 식당 앞에서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는 여성을 발견하곤 피식 웃었다.

‘이야, 비싼 거 쓰네.’

여성의 손에 들린 핸드폰은 삼전에서 스페이스 시리즈를 출시하기 이전까지 아이애플사 스마트폰의 대항마로 내세웠던 녀석으로, 무려 출고가가 1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엄청난 가격에 비해 여러 문제점을 껴안고 있는 탓에 상당한 비난을 받았던 비운의 휴대폰.

“오, 화면 크네. 글자 보기 편하겠다. 저건 어디 거야?”

“내년이면 더 좋은 게 나올 테니까 좀만 참으세요.”

출시와 동시에 큰 호응을 얻어 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휴대폰이 되는 스페이스 시리즈.

안 그래도 삼전의 스페이스 시리즈가 출시되면 10만 명의 경찰에게 전부 보급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이 원활한 수사에 도움이 되니 말이다.

‘필요한 프로그램들도 슬슬 개발을 해야 되는데…….’

범죄자 데이터 베이스 실시간 연동이라든가, 지문 대조 등 개발해야 될 프로그램들이 많다.

지금부터 서둘러 개발에 들어가야 스마트폰을 보급하면서 동시에 적용시킬 수 있을 터였다.

“호? 그럼 주가도 올라가는 거야? 내년에 기대해도 돼?”

주가란 말에 고개를 돌린 종혁은 초롱초롱한 오택수의 눈을 보곤 피식 웃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권&박 홀딩스를 통해 비상금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줬더니 그쪽에 눈을 뜬 것 같다.

“적당히 하세요.”

“걱정 마라. 투자는 전문가가 해야 된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럼 다행이고. 아, 돈 있으면 한 100만 원쯤 코인이라는 거에 묻어 봐요.”

“코인?”

“전자암호화폐라는 건데…… 아무튼 나 믿고 10년만 묻어 봐요. 장미 결혼 선물로 강남에 빌딩 하나 정도는 사 줄 수 있을 테니까.”

“……오케이. 코인, 코인.”

‘암호 간수는 알아서 잘하겠지.’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몸을 돌렸다.

“들어가죠.”

계단을 올라간 그들은 인력사무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 그래. 알았다. 돈 부쳤다.”

15평 남짓 제법 넓은 사무실 끄트머리에서 통화를 하는 장발의 사십대 남성과 한구석에서 몸을 일으키는 꾀죄죄한 두 명의 남성들.

“……손님 왔다. 끊어라.”

종혁과 오택수를 발견하고 전화를 끊은 천주호가 둘을 위아래로 훑는다.

“누구요? 검사님들이요? 나 귀화했고, 합법으로 장사합니다.”

절대 조선족이 아닌 외모들.

그의 눈에 경계심이 어리자 피식 웃은 종혁과 오택수가 사무실 중앙에 놓인 소파에 앉는다.

“이야. 사장님, 장사 잘되나 봅니다?”

리모델링이 된 지 얼마 안 된 듯 사무실이 깨끗하다.

“왜 이러시오. 합법이라고 하지 않았소.”

“에이, 다 알고 왔는데. 불법 체류자들한테 일자리 알선해 주신다면서요?”

“……어디서 뭘 들었는지 모르지만 모함이오.”

“그거야 차차 알아보면 될 일이고.”

종혁은 소파 앞 테이블에 상준식의 사진을 던지며 천주호를 쳐다봤다.

“얘 여기서 알선해 준 놈 맞죠? 얘랑 같은 곳으로 알선된 사람 좀 찾고 있는데, 여기서 알선해 준 사람들 여권 복사해 놓은 거 있죠?”

“거 검사가 이래도 되오?”

“애써 차린 업장이 박살 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섬뜩!

“……잠시만 기다리시오.”

그런 건 없다는 말이 쏙 들어간다. 그 말을 했다간 정말 이 사무실이 박살이 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혀를 차며 일자리를 알선해 주었던 사람들의 신분증 사본을 보관해 놓은 금고로 걸어가던 천주호는 잠시 멈춰 서며 종혁을 돌아봤다.

“그런데 정말 검사님 맞소?”

우람한 덩치에서 풍겨져 나오는 흉흉한 기세는 결코 그가 그동안 봐 왔던 검사의 그것이 아니었다.

종혁은 씩 웃어 주었다.

“검사 아니고 경찰이죠.”

“검사나 경찰이나.”

어차피 저승사자인 건 똑같다.

콧방귀를 뀐 그는 금고를 열어 량순이란 여성의 여권 사본 사진을 가져왔다.

“지금 기억나는 건 이 여자뿐이오.”

당장 어제도 고향으로 송금을 해 달라고 돈을 부친 량순.

팔락!

“오, 그래. 어떻게 생긴 얼굴인지 한번 봐 볼……?!”

천주호가 테이블에 내려놓은 량순이란 여성의 여권 사진을 본 순간, 종혁과 오택수가 다급히 사무실을 뛰쳐나간다.

“씨발!”

방금 전 그 여자다. 식당 앞에서 셀카를 찍었던 여자.

“철아, 대림동 메인 번화가 CCTV 연결해!”

놈들의 아지트로 안내할 꼬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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