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77화 (57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77화>

    웅성웅성.

    “여기 모둠 하나요!”

    “예, 갑니다!”

    돈을 아끼지 않는 단체 손님에 입이 귀까지 찢어진 가게 사장님이 열심히 움직이는 식당.

    종혁도 오랜만에 벨트를 풀고 음식을 흡입한다.

    “그래 봤자 찔 살이 안 찌는 거 아니다.”

    움찔!

    다이어트를 하는 건지 깨작거리던 순희가 놀라자 종혁은 그 입에 쌈을 물려 줬고, 고정숙의 그릇 위에도 잘 익은 고기를 올려놓았다.

    “……사고 쳤니?”

    “내가 언젠 안 이랬나.”

    “잘 먹을게. 고기 좋네, 여기.”

    고기가 얼마나 좋은지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엄마도 이가 안 좋아질 나이잖아. 아들이 발품 좀 팔았지!”

    몇 날 며칠을 알아본 수고가 보상받는 듯하자 배시시 웃는 종혁의 이마로 숟가락이 날아든다.

    “이크!”

    “넌 꼭 한 마디를 더하더라.”

    “하하.”

    세 그릇째 육회비빔밥을 다 비운 종혁은 가게 안을 주욱 둘러봤다.

    오랜만의 가족 외식이라서 그런지 왁자지껄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

    팀이 통폐합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무사히 따라와 준, 아니 그 이상을 해낸 부서원들이 고맙다.

    “부장님! 한 말씀 하시죠!”

    경찰 이미지 관리팀의 팀장 박동수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자 종혁은 입맛을 다시며 일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어쩌다 보니 옆에 계신 가장들을 이끌게 된 최종혁입니다.”

    “박수!”

    “와아!”

    “여러분들의 아버지께서, 어머니께서, 자식께서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 주신 덕분에 이번 경찰의 날 행사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기 김덕출 팀장님께서 힘써 주신 덕분에 지상파 방송국에서 생방송으로 방송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냐며 가족들이 놀라 김덕출을 보자, 그는 볼을 긁적였다.

    ‘내 태도가 고까웠을 텐데…….’

    마지못해 따랐을 뿐, 자신이 항상 불만을 품고 있던 걸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졌다. 완벽하게 졌다.

    김덕출은 종혁을 향해 쭈뼛거리며 고갤 숙였고, 씩 웃은 종혁은 뒤이어 박동수 팀장을 언급했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종혁은 홍보부의 모든 팀장과 팀원들을 하나하나 언급해 가며 그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열거했다.

    대단하다며,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며 시선을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에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펴진 홍보부 직원들.

    동시에 종혁을 향한 그들의 시선이 뜨거워진다.

    ‘설마 우리들이 뭘 하는지 다 기억하고 계셨다니!’

    그동안 자신들의 노력을 이토록 알아주던 상사는 없었기에 그들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옆에 계시는 가장들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박수를 준다면 옆에 계시는 가족을 위해 쳐 주십시오.”

    짝! 짝짝짝짝짝!

    “여보, 수고했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아빠 짱!”

    “흐허허허허!”

    “자, 그럼 모두 잔을 들어 주십시오! 미성년자들은 좋은 말로 할 때 콜라 따라라.”

    “아하하하하!”

    사람들이 술이 담긴 잔을 들자 종혁 역시 잔을 높이 들었다.

    “제가 ‘홍보부의 무궁한 번창을’이라고 선창하면 ‘위하여’라고 후창하는 겁니다! 홍보부의 무궁한 번창을!”

    “위하여-!”

    채재쟁!

    “크아!”

    “캬아!”

    “아, 경찰의 날을 무사히 마무리한 것에 대한 선물이 준비됐으니 팀장들과 팀원들께선 잠시 와 주시길 바랍니다.”

    안 그래도 상여금을 두둑하게 받았는데 또 선물을 준비했다는 말에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다가오자 종혁은 그들에게 봉투를 하나씩 내밀었다.

    “오늘 갈 스키 리조트의 겨울 시즌 숙박권입니다.”

    “헉!”

    이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예약한 스키리조트.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테니 겨울이 되면 가족들과 다시 오세요.”

    “가, 감사합니다.”

    그들은 얼떨떨해하며 자리로 돌아갔고, 곧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와아!”

    “감사합니다, 부장님!”

    종혁은 그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먹고 죽읍시다-!”

    “와아아!”

    식당을 터트려 버릴 듯한 환호성에 흐뭇이 웃으며 앉은 종혁은 뚱한 어머니 고정숙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아냐.”

    아닌 게 아니다.

    그녀도 사람을 쓰기에 안다. 오늘 종혁이 보인 모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말이다.

    ‘정말 다 컸네……. 섭섭하게.’

    이젠 정말 결혼을 해도 괜찮을 듯싶다.

    하지만 좋으면서도 싫은 오묘한 마음.

    고정숙은 수고했다며 종혁의 접시에 고기를 올려 줬고, 종혁은 의아해하면서도 냉큼 고기를 입에 가져갔다.

    “맛있네.”

    “많이 먹어.”

    “엄마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따뜻한 기류가 흘렀다.

    * * *

    “아, 좀 부족한데…….”

    “비빔밥만 네 그릇 드셨어요, 부장님.”

    고기는 8인분이나 먹었다. 종혁 혼자.

    “참으세요.”

    “쯥! 아, 마침 오늘이 장날이랍니다. 숙소로 출발하는 건 1시간 뒤에나 할 테니까 가족들과 잠시 구경하고 오세요.”

    “네-!”

    “재수, 너도 할머니 모시고 다녀와.”

    “옙! 할머니 가요.”

    “아구구. 뭔 놈의 시장을 구경한다고…….”

    그러면서도 순순히 따라나서는 할머니의 손을 잡은 최재수는 시골 탐방에 나섰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정숙이 종혁을 툭 쳤다.

    “담배 피우고 와. 우린 먼저 가서 구경하고 있을 테니까.”

    “금방 따라갈게요.”

    종혁은 멀어지는 어머니와 순희를 보며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아, 이제 좀 차오르기 시작하네.”

    담배를 한 모금 빠니 이제야 배가 부르기 시작한다.

    그에 종혁은 나른하게 웃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안 좋았던 여론은 다시 돌려놨고…….’

    경찰들의 사명감을 높일 1차 복지 개혁도 마무리했다.

    별다른 사건이 없다면 올해는 이대로 마무리하게 될 거다.

    “내년에는 뭘 테마로 잡아야 하려나. 내년에 무슨 사건이 벌어지더라…….”

    웅성웅성.

    꽤 큰 무리가 다가오는 듯한 소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던 종혁은 선두에 선 사내를 보곤 눈을 껌뻑였다.

    “어, 재우?”

    “종혁이…… 형?”

    준형이 형네의 막내, 김재우.

    종혁은 카메라와 웬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재우의 위아래를 훑었다.

    “뭐냐. 너 왜 이렇게 하찮아졌냐?”

    새마을운동 모자에 몸빼 바지.

    “보증 섰냐? 망했어?”

    “아니거든!”

    “아니거든은 반말이고, 짜샤.”

    “악! 아악! 사, 살려 주세요!”

    종혁에게 얼굴을 붙잡힌 김재우는 발버둥을 쳤고, 그런 둘을 멍하니 보던 여성들 중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윤아 삼촌이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 키가 작은 여성을 본다.

    “오, 윤아네 멤버다. 하이. 이름이…… 준규였던가?”

    “제니거든요, 제니! 아, 안녕하세요!”

    “어, 어. 그래.”

    “살려 달라니까요! 아오, 죽는 줄 알았네!”

    “한 번만 더 그래봐 라, 쯥. 그런데 방송?”

    “응. 보다시피. 형은?”

    “난 부서 회식. 부서원들 가족 모두 동반으로 해서 1박 2일로 여행 왔지.”

    이번 여행 일정은 1박 2일. 나머지 휴가 기간은 각자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내기로 했다.

    ‘어차피 엄마도 오늘밖에 시간 못 내고.’

    식당 일이 아니라 친구들과 가을 단풍 구경을 간다고 한다. 순희까지 같이. 내일 그쪽에서 데리러 오기로 했다.

    “와, 씨. 부러워. 그럼 어머님이랑 희야도 왔어?”

    “시장 구경 갔어. 넌?”

    “우리? 화장실 만들 재료 사러 나왔지.”

    “……응?”

    종혁은 잠시 자신의 청력을 의심해 봤다.

    “너희 뭐…… 러브하우스 해?”

    “그렇지? 형도 그렇게 생각하지? 우리 프로그램 테마가 자급자족 시골 라이프거든? 그래서 화장실도 만들어 써야 하는데, 저 악랄한 제작진이 준 게 항아리였어!”

    “거기 윤아네 멤버.”

    안 본 사이에 혀가 많이 퇴화한 재우 대신 설명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종혁이 기억하기론 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멤버였다.

    “저, 저희가 저번 주부터 지내기로 한 집이 너무 옛날식에다가 방치된 지 오래돼서 화장실이 무너졌거든요. 그래서 화장실을 만들어 달라니까 커다란 항아리를 줬어요. 거기다 싸라고.”

    “……체포하면 되는 건가.”

    충분히 학대죄를 적용시킬 수 있을 듯하다.

    종혁은 수갑을 꺼내 들었고, 키가 작은 소녀는 하얗게 질렸다.

    “그, 그래서 제작진도 너무하다 싶었는지 화장실 만들 재료를 사라고 이렇게 돈을 줬어요! 그, 그러니까 체포하시면 안 돼요! 저 처음으로 고정하는 거란 말이에요!”

    “씁.”

    아쉬워한 종혁은 제작진 중 가장 높아 보이는 사람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무, 무슨 일이신지…… 아니, 그보다 누구신지…….”

    “경찰입니다.”

    종혁은 경찰공무원증과 명함을 동시에 보여 줬고, PD는 하얗게 질렸다.

    “아무리 방송의 재미도 좋다지만 적당히 합시다. 이 어린 애들 데리고 뭐하는 짓입니까?”

    “옳소! 잘한다, 종혁이 형!”

    “이, 이게 원래 그런 컨셉이기도 하고, 계약서까지 쓴 거라서…….”

    종혁의 험한 눈초리에 재우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고, 그건 키가 작은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그렇게 계약서에 함부로 사인하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고지도 확실하게 했습니다! 모든 게 열악해서 힘들 거라고!”

    한숨을 내쉰 종혁은 다시 재우를 노려봤고, 재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렸다.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적당히 합시다. 다 애들인데.”

    “하하. 저희도 마음이 아픕니다. 아, 그러는 의미에서 혹시 잠시 출연해 주실 수 있을지…….”

    “그게 왜 그러는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뭐 그럽시다.”

    간절히 쳐다보는 재우와 제니의 모습을 보니 차마 매정히 돌아설 수가 없다.

    PD는 후다닥 물러났고, 종혁은 재우를 봤다.

    “그래서 화장실은 어떻게 지으려는 건데? 너 똥손이잖아.”

    “누, 누가! 나 이래 봬도 공병 출신이거든?”

    “수색대 출신이잖아요, 도른 자야. 그냥 업자한테 맡겨. 그게 최고야.”

    “예산이 이 정도인데?”

    종혁은 재우가 꺼낸 만 원짜리 몇 장을 빤히 바라봤다.

    “어…… 응. 수고. 뭐 하다 보면 할 수 있을 거야. 파이팅. 응, 엄마. 지금 가고 있어.”

    “가지 마!”

    “왜? 뭐? 어쩌라고? 나도 바쁘다니까?”

    “씨이. 그래도 나 김재우인데…….”

    가요계의 레전드, 김재우. 그런데 왜 이 형 앞에선 이렇게 쭈구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신기해하는 여자 아이돌들을 무시한 재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도와줘, 형!”

    “……정말? 내가 도와줘도 되는 거야? 내 방식대로?”

    그 말에 재우의 눈이 번쩍 뜨인다.

    “어! 어, 형 방식대로 도와주면 돼!”

    “흐음.”

    종혁은 힐끔 PD를 봤다. 분량이 나올 것 같다고 희희낙락거리는 그.

    ‘원하는 분량이 아닐 텐데…….’

    잠시 애도를 표한 종혁은 재우를 봤다.

    “그런데 맨입으로?”

    “응?”

    “날 이용하시려면 사용료를 내셔야죠.”

    “……제니, 출격!”

    “추, 출격! 삼쫀! 제니 화장실 가지고 시뻐요! 도와쭈때요! 아잉! 아잉!”

    ‘때리면 되는 건가?’

    종혁은 꽤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한 고민을 알아차린 재우는 서둘러 종혁을 말리고 나섰다.

    “어허. 안 돼, 형. 형이 때리면 죽어.”

    “쯥. 있어 봐. 예, 사장님. 화장실 공사 좀 맡기고 싶은데요. 주소가…….”

    “자, 잠깐! 잠시만요!”

    그제야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한 PD가 뛰어나오자 종혁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애교 보셨잖아요, 이제 A급인 아이돌 멤버의. 거기다 얘들이 저희 경찰 홍보대사라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좀…….”

    “아, 아니 그래도…… 이게 프로그램 컨셉이…….”

    살려 달라는 듯 비는 그의 모습에 종혁은 혀를 찼다.

    “예, 사장님. 오셔서 화장실 짓는 것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이게 사정이 있어서 출장비는 드리지 못하는데.”

    -어이구. 최 부장님 부탁인데 당연히 해 드려야죠. 어디십니까?

    “감사합니다. 주소는 문자로 넣어 드릴게요. 예, 수고하세요. 이러면 됐죠?”

    “예. 뭐, 그 정도라면…….”

    PD가 물러나자 종혁은 재우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할 만큼 다 한 것 같으니 난 이만 간다. 수고하고.”

    “끙. 알았어.”

    종혁과 손을 맞잡는 순간 눈을 번뜩이는 재우. 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피어난다.

    “주소는 곧 보내 줄게.”

    “오야, 수고해라. 간다.”

    “가! 심심하면 내일 놀러 와! 내일 점심까지 있을 거니까!”

    손을 흔든 종혁은 어머니와 순희를 찾아 걸음을 옮겼고, 재우는 그 짧은 사이 언제 뺀 것인지 돈을 안겨 준 종혁을 흐뭇히 응시했다.

    “삼촌! 저분 누구예요?”

    “제니야! 저분 누구야? 엄청 느낌 있다.”

    재우와 제니가 어색하게 웃었다.

    * * *

    늦은 아침의 리조트 로비.

    “낙엽 때문에 미끄러울 테니까 조심하고. 무리하지 말고. 희야도 괜히 아줌마들 페이스 따라가다가 다치지 말고.”

    “내가 애니? 너도 집에 가서 푹 쉬어.”

    “다녀올게요!”

    “그럼 이모님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왜? 종혁이도 가지.”

    “하하. 전 좀 일이 있어서요.”

    아줌마들 사이에서 말라 죽기 싫은 종혁은 손을 저었고, 그들은 아쉬워하며 리조트를 떠났다.

    “후…… 재수, 넌 그냥 가겠다고?”

    “네, 할머니가 아프셔서.”

    다른 곳보다 훨씬 빨리 추워지는 강원도.

    오랜만에 손자와 나들이를 한다는 것에 많이 들떴던 것인지 결국 재수의 할머님은 미약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알았어. 할머님 잘 모시고.”

    “부장님은요? 다른 분들처럼 여기 계시려고요?”

    어제 하루 너무 즐거웠던 것인지 절반 정도의 인원이 1박을 더 숙박하기로 하기로 했다.

    “있겠냐.”

    부서의 장이 있는데 눈치를 보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럴 땐 빠져 주는 게 예의였다.

    하지만 이대로 혼자 집에 가서 쉬는 건 또 싫었다.

    “그냥 재우나 좀 만났다가 그 차 타고 올라갈 거야.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하려고.”

    “아, 어제 만나셨다고 했죠? 알겠습니다. 그럼 다다음 주에 뵐게요.”

    “그래, 휴가 잘 보내고. 할머님도 얼른 나으시고요.”

    “예, 부장님. 죄송합니다.”

    “아이고. 죄송하긴요.”

    그렇게 재수마저 떠나보낸 종혁은 택시를 불러 재우가 촬영을 하는 곳으로 향했다.

    “……진짜 자급자족하겠네.”

    시골 중에서도 깡시골 동네다.

    소똥의 구수한 냄새와 울음소리에 잠시 멍해졌던 종혁은 이내 곧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발견하곤 발을 뗐다.

    그 순간이었다.

    “썩을 년들. 개 같은 년들. 내가 아주…….”

    갑작스런 된소리에 고개를 돌린 종혁은 옆을 지나쳐 멀어지는 할머니를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저 할머니는?”

    어제 횡성읍에 도착했을 때 농약을 들고 갔던 할머니다.

    종혁은 할머니에게서 여실히 느껴지는 슬픔과 억울함에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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