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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74화 (57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74화>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정말 대기업과 싸울 수 있겠냐는 종혁의 말에 김옥수가 이를 악물며 병실에 누워 있는 김주희를 본다.

    마치 막혀 있던 둑이 터진 듯 병을 진단받은 이후 급격히 몸 상태가 안 좋아지더니 결국 누워 버린 그녀.

    폐암, 그것도 3기다.

    조금만 더 지체됐다면 아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방송을 하지 않고 협상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올 초 개정이 된 산업안전보건법.

    첫 사례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정부 때문이라도 협상에 응해 올 터.

    이 부분을 부각시키면 충분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움찔!

    ‘보상.’

    순간 김옥수가 흔들린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라는 괴물들이 압박을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지.

    딸 주희가 병을 진단받자 눈이 돌아가 허락을 하긴 했지만, 종혁이 진지하게 다시 물으니 갈등이 든다.

    그런 김옥수의 손을 주희가 꼭 잡으며 종혁을 본다.

    “전 상관없어요.”

    “주희야!”

    “아빠, 난 괜찮아. 수술을 할 수 있다잖아.”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사람들을 고쳐 낸 이 분야의 권위자께서 수술을 해 주신다고 한다.

    죽지 않는다. 죽지 않을 거다.

    그러니 아빠 김옥수도 형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싶었다.

    “난 아빠가 불의에 맞설 때가 제일 멋있더라.”

    아빠 김옥수 때문에 협박 전화가 걸려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납치를 당할 뻔한 적도 있고, 보복으로 얻어맞은 적도 있다.

    어렸을 땐 아빠를, 그리고 형사라는 직업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엄마가 그랬다.

    우리가 참아야 아빠가 나쁜 사람들을 잡는 거라고.

    그래야 세상이 좋아지는 거라고.

    우리보다 더 고통받고 힘든 사람들이 구원을 받는 거라고.

    그 말을 들은 이후 배경이 대단한 범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아버지가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모른다.

    “그러니 난…… 아니, 우린 신경 쓰지 마세요.”

    “크흡!”

    주희의 조곤조곤한 말과 걱정 말라는 가족들의 시선에 결국 김옥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주희의 손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운 김옥수가 이를 악물며 종혁을 본다.

    “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종혁은 이 모든 장면을 찍고 있는 인생극장의 PD를 봤다.

    * * *

    인생극장, 퇴직한 형사의 삶!

    암에 걸린 딸? 퇴직 형사에게 닥친 시련!

    다음 주 내용은?

    산업재해의 현실! 법의 사각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

    A 반도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고용노동부,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신문을 와그작 구긴 윤일봉이 대노를 한다.

    ‘마, 막아야 해!’

    막아야 한다.

    그가 전화기를 든 순간이었다.

    “사, 사장님!”

    벌컥 문을 열며 들어오는 비서실장의 모습에 윤일봉은 반사적으로 창문 밖을 쳐다봤다가 기겁했다.

    ‘어, 어떻게 벌써?’

    공장 안으로 들어오는 세 대의 검은색 세단. 수십 명의 기자들이 그 주변을 감싸고 있다.

    정말 고용노동부가 움직인 거다.

    그는 다급히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자신을 구해 줄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전화를 받지 않은 다이닉스의 사장.

    그는 이번엔 대현그룹의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은 또 왜?!”

    그때였다.

    쾅!

    “윤일봉 씨? 고용노동부에서 왔습니다.”

    ‘이 개 같은 놈이 감히!’

    앞에 내세운 것은 고용노동부지만, 실제로 자신에게 칼날을 들이민 건 이 나라의 대통령인 박명후나 다름없었다.

    박명후에게 이번 사건을 막을 의지가 있었다면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고용노동청을 보냈을 터.

    수십 년을 대현에 몸담으며, 대현의 계열사 사장까지 맡았던 박명후가 감히 대현을 찌른 거다.

    “너희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박명후가 대현에 몸담았을 때 저지른 비리가 어디 한두 개인가.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그 또한 끝난 목숨이었다.

    그는 가슴을 펴며 눈빛을 살벌하게 빛냈다.

    “흥. 협조나 하시죠.”

    ‘네놈들도 어디 무사하나 보자!’

    윤일봉은 코웃음을 치는 고용노동부 직원을 보며 이를 갈았다.

    * * *

    한편 그 시각의 대현그룹의 회장실.

    중년 여성, 현 대현그룹의 주인인 정은정이 입술을 깨물며 차를 홀짝이고 있는 현몽준을 죽일 듯 노려본다.

    “도련님이셨군요.”

    현재 에이오 반도체에 일어난 상황을 만들어 낸 사람이.

    대현그룹 전체 매출의 무려 70퍼센트를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인 대현상선의 지분을 27퍼센트나 확보하며 이빨을 드러냈던 현몽준이 이번엔 다이닉스까지 노리는 것이었다.

    ‘역시 똑똑해.’

    바로 위의 형이자 아버지 현주영의 사후 대현그룹을 이어받았던 현몽헌이 자살을 한 이후 대현그룹을 이어받게 된 형수 정은정.

    형 현몽헌이 죽기 직전까지 그저 안살림만 책임졌던 그녀.

    그래서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일찍 이런 재능을 알게 됐으면…….’

    아마 자신은 조금 더 어려운 싸움을 했을지 모른다.

    “이 회장실에서 마시는 차 맛은 언제나 각별한 것 같습니다, 형수.”

    “아버님께서 드시던 차예요.”

    “어쩐지…….”

    잠시 아버지 현주영을 떠올린 현몽준이 정은정을 가만히 응시한다.

    “윤 전무가 형수도 가르쳤었죠.”

    형 현몽헌이 어렸을 적 이것저것 가르쳤던 윤일봉.

    그런 형이 자살을 한 이후 경영의 경자도 모르던 정은정을 가르친 것이 바로 윤일봉이었다.

    그 말에 정은정이 입술을 깨문다.

    “도련님도 가르쳤었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아버지가 살아 계실 당시 대현의 임원들 중 제 선생이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형수.”

    “정말 이러실 건가요?”

    “형수가 이렇게 허술하니까 내가, 그리고 우리가 대현을 가져가려고 하는 겁니다.”

    텅!

    현몽준은 두툼한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그걸 살핀 정은정은 경악했다.

    “다, 다이닉스에도?”

    이건 크다. 이것까지 터지면 안 그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대현그룹에 엄청난 악재가 될 거다.

    심지어 이 약점을 들고 온 사람이 현몽준이다.

    작은 생채기조차 치명적인 상처로 만들 능력이 있는 괴물.

    ‘그런데 대체 왜 이걸…….’

    뒤에서 모르게 찔렀으면 치명적인 비수가 됐을 터.

    어째서 자신에게 다 드러낸 것인지 정은정은 의아해하며 현몽준을 봤고, 현몽준 또한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마주 봤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윤 전무를 버리겠습니까, 아님 대현을 버리시겠습니까?”

    움찔!

    “……그 말은?”

    현몽준은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정은정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그들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윤일봉 전무, 발신자를 확인한 정은정이 흔들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은정은 핸드폰을 뒤집었고, 현몽준은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다시 공정한 싸움을 시작해 보죠.”

    “제겐 무척이나 불리한 싸움이지만요.”

    그렇게 윤일봉의 거취가 정해지게 됐다.

    * * *

    경찰 본청의 취조실.

    후룩!

    “음. 좋군.”

    아직 상황을 모르는 윤일봉이 설렁탕의 구수한 국물에 흡족히 웃는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빛은 매섭게 변했다.

    “그 버러지 같은 년…….”

    김주희가 고소를 했기에 참고인 조사 차 경찰서에 들른 그.

    정직원도 아닌 주말 알바 따위가 감히 자신을 고소했다. 결코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

    “얼마나 걸릴까.”

    여론이 워낙 좋지 않기에 일단 경찰의 소환에 응하긴 했으나, 국민들은 금세 관심을 거두기 시작할 터였다.

    당장 자신의 삶에 바빠 남의 일엔 깊은 관심이 없고, 관심이 있더라도 더욱 자극적인 일에 금방 흥미를 돌리는 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였으니까.

    그리고 여론이 잠잠해지는 순간, 자신의 복수가 시작될 거다.

    ‘그놈 아비가 퇴직 경찰이라고 했지?’

    김옥수뿐만 아니라 일을 이렇게 키운 경찰에게도 악의를 품은 그 순간이었다.

    벌컥 오택수가 카메라를 대동한 채 문을 열고 들어와 설렁탕 그릇을 받히고 있던 쟁반을 옆으로 집어 던진다.

    우당탕! 쨍그랑!

    “……이보시오, 형사님.”

    “닥치고 이거나 봐.”

    오택수는 들고 온 노트북을 윤일봉에게 보여 줬고, 그는 경악했다.

    A 반도체! 치명적인 작업 환경!

    대한민국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병을 만들었다!

    대현그룹, 하청의 일은 하청의 일이다 선 그어!

    대현의 다이닉스, 자체 조사에 나서겠다!

    대현, 산업재해 인정!

    대현그룹의 정은정 회장, 피해자들에게 무릎을 꿇다!

    삼전전자, 대국민 사과!

    윤일봉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회, 회장님이 날 버렸다?’

    “저, 전화를…… 전화를 한 통 하게 해 주시오.”

    “여기.”

    자신의 핸드폰을 넘겨받은 그는 다급히 정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달칵!

    “회장님!”

    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정은정 회장이 아니었다.

    -오랜만입니다, 윤 전무님.

    ‘강 실장?’

    죽은 현몽헌의 비서실장이자 심복이었던 강 실장.

    “……회장님 바꿔.”

    -죄송합니다. 현재 회장님께선 중요한 회의 중이시라 전화를 받으실 수 없습니다.

    “바꾸라면 바꿔! 내가 누군지 몰라?!”

    -흐음. 윤 전무님도 늙으셨군요. 이 정도로 말했으면 알아들으셔야 할 텐데요.

    오싹!

    “이봐, 강 실장!”

    -아, 회장님께서 윤 전무님에게 전화가 오면 이렇게 물어보시라더군요. 현몽준 당대표님께서도 같은 말을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몽준 도련님이?!’

    그의 마음속에서 거대한 폭풍이 몰아친다.

    현몽준과 정은정이 왜 만났겠는가.

    왜 같은 말을 전하라고 했는가.

    “뭐, 뭔데?! 뭐냐고!”

    아니겠지. 아닐 거라며 윤일봉은 간절히 빌었다.

    -가족들은 평안하시냐고. 그 손버릇은 여전하냐고.

    쏴아!

    윤일봉의 전신에서 피가 빠져나간다.

    -어떻게 전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잘 있다고 전해 주시게.”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럼.

    윤일봉은 통화가 끊긴 전화기를 망연히 쳐다봤고, 오택수는 그런 그를 향해 입술을 비틀었다.

    “윤일봉 씨, 오늘 성추행에 관한 고소장들도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섬뜩!

    “무, 무슨……!”

    “아주 왕처럼 군림하셨더군요.”

    빠드득!

    ‘이 은혜도 모르는 년들이 감히!’

    그년들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누구던가.

    윤일봉은 부들부들 떨었고, 오택수는 그런 그를 보며 나른하게 웃었다.

    “상황은 깨달으셨을 테니 길게 묻지 않을게요. 그런데 억울하지 않아요? 혼자만 이 짓을 한 게 아니잖아.”

    “……?!”

    “용역업체. 당신 공장의 위험성에 대해 용역업체도 알고 있었죠?”

    오택수의 미소는 꽤 위험해 보였다.

    * * *

    “빌어먹을!”

    CK용역의 사장이 이를 갈며 인천공항 안으로 들어선다.

    갑작스럽게 터진 에이오 반도체 사건.

    그것이 다이닉스와 삼전 반도체까지 번지다 못해 전국의 반도체 회사들에게 퍼지려 하자 CK용역의 사장은 이렇게 급히 피신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반도체 공장들에 대한 용역 알선이 일감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던 CK용역. 자신에게도 화살이 향할 것이 분명했다.

    ‘김주희, 이 미친년!’

    김주희를 시작으로 CK용역이 반도체 공장에 알선한 인부들이 저마다 경찰과 검찰에 고소를 하고 있기에 이렇게 피신을 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일단 동남아로 간다.’

    동남아로 가서 상황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그럴 돈은 있는 그.

    ‘그런 다음에…….’

    결코 김주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눈빛을 흉흉하게 빛낸 CK용역의 사장이 출국 게이트를 넘는 순간이었다.

    “이 개새끼야!”

    타닥!

    “어?”

    등 뒤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외침에 고개를 든 순간, 그의 얼굴 앞까지 다가와 있는 발 하나.

    뻐어억!

    “크헉?!”

    “개새끼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에헤이! 때리면 안 된다니까요! 거 경찰도 아니신 분이! 야, 좀 말려 봐!”

    “놔! 놔아!”

    발버둥을 치는 김옥수를 뒤로 던진 종혁은 피가 흐르는 코를 붙잡고 몸부림치는 CK용역의 사장을 뒤로 뒤집어 수갑을 채웠다.

    “김형준 씨, 우리가 왜 왔는지 알죠?”

    콰득!

    “꺽?!”

    허리뼈를 사정없이 짓누르는 손길에 물 밖으로 나온 활어처럼 퍼덕거리는 CK용역 사장.

    “당신을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콰득! 콱!

    종혁의 손가락이 그의 이곳저곳을 눌렀고, CK용역의 사장의 비명 소리가 인천공항을 울렸다.

    “아아아아악!”

    CK용역의 사장이 관용차에 태워지는 것을 끝으로 카메라의 불이 꺼지자 김옥수가 다가와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같은 경찰이기에 더 잘 알고 있다. 종혁이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말이다.

    퇴직한 형사 따위를 위해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그리고 앞으로의 진급을 걸고 대기업과 붙은 종혁.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기에 대현이라는 대기업이 꼬리를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종혁이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엔 변함이 없다.

    거기다 경찰의 반응은 또 어땠던가.

    무려 본청이 나서서 에이오 반도체의 사장을 구속했다. 딸 주희가 일하는 파트의 관리자 역시 당연히 구속.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목과 눈이 아프다고 딸 주희가 말했건만 관리자가 원래 그런 거라고, 이상하면 꺼지라고 말했다는 걸 전해 들은 김옥수는 눈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반장님! 아니, 형님! 요새 회사 분위기가 다르다니까요? 형님 계실 때와 완전히 달라요!

    ‘정말 달라졌네.’

    정말 달라졌다.

    경찰이.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경찰이.

    이 애증의 대상이 달라지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그 말은 주희 양의 수술이 무사히 끝난 후에 하시죠.”

    내일이면 수술에 들어가는 김주희.

    흠칫!

    “……만약 내가 복직을 한다면 어디로 갑니까? 원래 부서로 갑니까?”

    “거, 하시지 말라니까요.”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묻는 겁니다.”

    찰칵! 치이익!

    담배를 문 종혁은 한숨을 뱉었다.

    “회사 내부가 시끄러운 걸 아실 겁니다.”

    “지방으로 간다는 거군요.”

    “대도시야 어찌어찌 버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읍, 면, 리의 시골은 다르다.

    경찰 한 명의 공백이 너무도 큰 시골.

    “그중에서도 험한 곳으로 가시게 될 겁니다.”

    종혁이 생각하는 곳은 신안.

    김옥수 경사처럼 믿을 수 있는 경찰이 가야 하는 곳.

    그런데 이 신안 외에도 대한민국엔 훌륭한 경찰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 국민을 위해 몸뚱이를 서슴없이 던져 버릴 경찰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듯한 김옥수는 고개를 숙인 후 돌아섰고,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사지가 될지도 모르는 곳에 보내야 하니 마음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진짜 이놈의 경찰을 얼른 더 뽑든 해야지.’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뽑을 수 있을까.

    고개를 저은 종혁은 담배를 끄며 눈을 빛냈다.

    “그럼 나도 만나러 가 보실까?”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 * *

    서울 외곽의 한정식집.

    스르륵!

    문이 열리며 현몽준 당대표가 들어선다.

    “이거 조금 더 빨리 올 걸 그랬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방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앉으시죠.”

    고개를 끄덕이며 종혁의 맞은편에 앉던 현몽준이 눈을 빛냈다.

    이미 다 차려져 있는 상.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현몽준의 표정이 가라앉고, 종혁은 그런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쪼르르!

    “……이거 무슨 말을 하실지 겁부터 나는군요.”

    “사과부터 드리는 게 옳다 생각돼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 봤습니다.”

    움찔!

    “사과요?”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몸을 일으켜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권&박의 주인입니다.”

    쿵!

    방 안을 짓누르는 묵직한 충격.

    눈이 파르르 떨린 현몽준은 이내 곧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언제 말하나 싶었는데 이제야 말하는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최 부장.”

    쿠웅!

    다시 충격이 방 안을 짓누른다.

    ‘역시!’

    이미 알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에 종혁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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