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70화 (57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70화>

“언론 배포 자료 어떻게 됐어?”

“본청 홍보부입니다. 귀 서에서 미담 업데이트 안 된 것 같은데 밤사이 별일 없었던 겁니까?”

“홍보단, 지금 어디야? 쉬는 시간엔 몸 만들라고 했잖아.”

업무가 시작되자 정신없이 바쁜 홍보부.

띠리링!

“예. 국민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경찰, 대한민국 경찰청 홍보부 최종혁 총경입니다.”

-최 부장!

“아, 국장님.”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우리 방송국은 더 없는 거 맞지요?

“에헤이. 그렇다니까요. 저희 경찰도 방송가가 올스톱되는 건 원치 않는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서로가 서로를 돕는 관계. 예?”

-믿습니다? 믿고 일 계속합니다?

“예. 저희 쪽에서 제작한 예능이나 잘 방영해 주십시오. 연예인 관리도요. 그쪽에서 터지면 저도 답 없습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달칵!

전화를 끊은 종혁은 담배를 물며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면서 믿는 척하기는.”

더 있다는 것은 종혁 자신도 알고, 방금 전화한 예능국 국장도 안다.

현재 구속한 놈들은 어디까지나 소도둑들.

신문에 지면을 할당하기조차 애매한, 구속을 해 봤자 고작 소액의 벌금형이 전부인 바늘도둑들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서 제 욕심을 채우고 있을 거다.

“이걸로 경고가 됐다면 좋겠지만…….”

미래엔 죄를 저지르는 놈들. 이번 일을 통해 마음을 바꿔 먹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시 경찰을 만나게 될 거다.

“괜찮겠습니까?”

“뭐가?”

종혁이 슬그머니 다가온 최재수를 봤다.

“방송가 말입니다. 이렇게 다 쓸어버리면 방송국에서 더 이상 우리 쪽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잖아요.”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몇 놈은 남겨 두는 게 낫지 않겠냐는 우려에 종혁은 피식 웃었다.

“아, 그거? 괜찮아.”

방송가와 연예계를 완전히 뒤엎었다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칼을 휘두른 검찰.

그러나 종혁을 알았다. 대검 중수부 서재엔 아직도 잠든 채 때를 기다리고 있는 진짜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징글맞다고 해야 하나요?”

“징글맞지.”

하지만 덕분에 방송가와 연예계가 감히 경찰에 이빨을 보이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솔직히 걱정할 여유도 없고.”

“왜요?”

“왜긴 왜야.”

이번 유치원 사태 때문에 또 일부가 쓸려 나간 경찰.

그로 인해 치안에 또 다른 공백이 생겼으며, 조희구 게이트 때부터 상승하던 범죄율이 또 상승했다.

상부와 일선 현장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지만, 이 공백이 쉬이 채워지고 있지 않는 상황.

“확실히 제 동기들도 이러다 정말 죽겠다고 앓는 소리를 내더라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있겠냐.”

방법이 있어도 그것은 홍보부의 역할이 아니었다. 홍보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었다.

“뭐 그래도 할 건 해야겠…… 응?”

종혁은 갑자기 모니터에 뜨는 공문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2차 경찰 복직에 관한 홍보 협조 요청]

“……호오?”

눈을 빛낸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따라와.”

아무래도 경무인사기획관을 만나야 할 듯싶었다.

*   *   *

똑똑!

“들어와.”

안에서 허락이 떨어지자 들어간 종혁이 중년인, 경무인사기획관인 치안감에게 거수경례를 한다.

“어, 최 부장. 무슨 일이야?”

“협조 공문 때문에 왔습니다.”

“……그거? 아, 일단 앉아. 커피?”

“주시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여기 커피 네 잔만 줘.”

전화를 끊은 치안감은 삼각대를 설치하는 컨텐츠 총괄팀원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도 홍보거리가 떨어져서 말입니다.”

“어이구.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사우나에 갔다 왔을 텐데.”

“하하. 충분히 미중년이십니다.”

“미중년?”

“중후한 멋이 살아 있는 잘생기고 멋진 중년이란 뜻입니다.”

“오! 요즘 신세대들이 쓰는 말이야? 좋은데?”

경무인사기획관은 나중에 써먹어야겠다며 생각했고, 이윽고 커피가 나왔다.

호록!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자 종혁은 입을 열었다.

“아직도 복직을 안 한 경찰들이 있는 겁니까?”

이런저런 이유, 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옷을 벗은 경찰들.

견찰들이 쓸려 나가며 치안에 공백이 생기자 상부가 가장 먼저 꺼내 든 카드는 바로 이렇게 억울하게 정직이나 무기한 대기발령 등을 당한 경찰들을 다시 복직시키는 것이었다.

나날이 범죄율이 증가하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건 곧바로 제 몫을 해 줄 인력이었으니 말이다.

“많지.”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아서다.

그 말에 종혁의 눈빛이 가라앉는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겁니까, 아니면 연락을 받지 않는 겁니까?”

“……받지 않는 거지.”

누명이든 뭐든 억울하게 옷을 벗게 됐다. 아무리 억울하다 외쳐도 상부는 듣지 않았고, 그들은 그렇게 버려지고 잊혔다.

“솔직히 우리 경찰에 환멸을 느끼지 않으면 다행인데, 이제 와 힘들다고 부른다? 나라도 안 오지.”

그냥 안 한다고 전화를 끊는 건 양반이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하는 경찰도 부지기수였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방법을 써봤지만 요지부동인 경찰들. 정말 골치가 아팠다.

“음. 그래서 저희 홍보부에 요청을 하신 거군요. 그럼 상부에서 그분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뭡니까?”

“있어 봐.”

경무인사기획관은 책상에서 한 장의 서류를 가져와 내밀었다.

복직 시 혜택에 관한 서류였다.

‘경무인사도 일 잘하네…… 아.’

“기획관님, 이거 보상안이…….”

최고 1계급 특진에 최대 보상금 8백만 원.

“나도 안다, 알아.”

보상안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것은 경무인사기획관도 아주 잘 안다.

“미안하지. 더 해 주고 싶지. 우리라고, 상부라고 왜 목돈을 안겨 주고 싶지 않겠냐.”

그렇게 해서라도 그 억울함을, 그 배신감을 달래 줄 수만 있다면 수천만 원이든 수억이든 주고 싶다.

“하지만 어쩌겠어. 예산이 없는데…….”

씨부럴놈의 예산이 문제였다.

“거기다 최기룡 전 청장님과 이택문 전 청장님 때 복직한 경관들을 생각하면 이 이상 줄 수도 없고.”

즉, 이건 그때 마련된 보상안이란 소리였다.

‘이걸 놓치고 있었네. 쯧.’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경무인사기획관 스스로도 부족하다 여겼기에 홍보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방법? 많다.

하지만 이 방법들을 행하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아니야. 이거 어쩌면…….’

아무래도 기회가 온 것 같다. 그동안 계급과 상황에 막혀 언급조차 할 수 없었던 경찰 개혁의 일부분을 실현시킬 기회가.

“복직을 거부하는 경관들 명단이나 주십시오.”

“여기!”

마치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한 듯 바로 명단을 넘기는 그의 행동에 피식 웃은 종혁은 명단을 살피다 한 이름을 발견하곤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어라? 이 이름은……?’

종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   *   *

아직 해조차 뜨지 않은 새벽.

그럼에도 눈을 번쩍 뜬 오십대의 깡마른 사내, 김옥수가 깜깜한 천장을 보며 한숨을 내뱉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와 버린 아침. 꺼끌꺼끌한 허름한 이불의 감촉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으응. 일어났어요? 아침 차려 드려요?”

“아냐. 더 자.”

애써 일어나려는 아내를 토닥이며 재운 김옥수는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확인했다가, 이내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씁쓸히 웃으며 좁디좁은 안방을 나섰다.

혹여 작은 방에서 자는 딸아이가 깰까, 거실에서 자는 아들이 깰까 걷는 소리조차 죽이며 화장실로 들어간 그.

어젯밤 미리 받아 놓은 미지근한 물로 씻은 그는 작업복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후우.”

엊그제가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9월 하순.

부쩍 서늘해진 공기에 벌써부터 무릎이 시큰해진다.

찰칵! 치이익!

그는 이제 유일한 사치가 된 담배를 물며 인력사무소로 향했다.

아직 새벽 4시밖에 안 됐는데도 사람들이 꽤 들어차 있는 인력사무소. 허기를 달랠 믹스커피를 탄 그는 의자에 앉아 소장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젠 사람들이 가득 들어선 인력사무소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컴퓨터를 보며 무언가를 기입하고 있던 소장이 일어난다.

“마포 중동 사우나 8만 원 짜바리 넷!”

마포구 중동에서 지어지는 사우나 건설 현장, 잡부 네 명.

“나요!”

“나! 소장, 나!”

잡부가 8만 원이면 준수한 수준.

뒤에 더 비싼 일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었기에 사람들 전부 눈에 불을 켜며 달려든다.

김옥수도 다급히 손을 들며 일어난다.

“거기 김씨, 최씨, 박씨, 성철이!”

“감사합니다!”

“아아.”

선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소장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삼선동 아파트 미장 시다 셋! 9만 5천!”

바닥과 벽에 시멘트 평탄화 작업을 하는 미장 전문업자를 도울 시다바리 세 명.

사람들의 눈이 돌아간다.

그건 김옥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요-!”

“나! 나! 나!”

“여기 저 있습니다, 소장님!”

‘악! 윽?!’

9만 5천 원의 일당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은 아귀 떼처럼 날뛰었고, 그 사이에 낀 김옥수가 이리저리 치인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악을 지른다.

“나요! 내가 잘할 수 있습니다-!”

범인의 뒤를 쫓으며 거리를 꿰뚫었던 가락을 유감없이 발휘해 인력사무소를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

소장의 눈이 김옥수에게로 향하는 그때였다.

“소장님-!”

“아, 그래. 네가 있었지? 경수, 주덕이, 종씨 끝!”

“아싸! 감사합니다!”

“아!”

김옥수는 인력사무소를 뛰쳐나가는 젊은 청년의 모습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다시 눈을 붉히며 소장을 본다. 9만 5천원짜리 일감이 나왔으니 다시 또 나올 거란 희망을 품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끝. 나머진 짜바리. 먼저 온 순서대로 끊는다.”

‘크흑!’

오늘도 자신보다 이곳에서 오래 일을 받아서 했거나 젊은 사람들에게 일감을 뺏기다 결국 7만 원짜리 잡부에 당첨된 김옥수는 이리저리 치이며 힘이 빠진 몸을 이끌고 승합차에 올라탔다.

“윽! 악!”

12인용 승합차이건만 탄 사람은 18명.

곡소리가 나는 승합차를 타고 아파트 건설 현장에 도착한 김옥수는 안전 장비를 챙겨 입고 다른 사람들처럼 모닥불 앞에 서서 두 번째 커피를 홀짝인다.

어느덧 시간은 6시.

동은 터 버렸지만, 아직 일을 시작하기엔 멀었음에 김옥수는 사람들을 둘러보곤 한숨을 내쉰다.

‘경기가 어렵긴 어렵나 보구나.’

이런 곳에서 일해 보지 않은 듯 멀끔해 보이는 사람이 간간이 보인다. 그러나 그런 관심도 곧 사라진다.

꼬르륵!

주린 배를 붙잡는 김옥수.

‘이 현장 새참은 뭐려나. 저번 현장은 라면이었는데…….’

보통 이런 건설 현장에서 첫 새참을 주는 건 아침 9시 30분.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커피 한 잔을 더 마셔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 때, 김옥수는 두툼한 봉지를 양손 가득 들고 오는 현장 사무소 직원을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간식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커피 한 잔으로 부족했던 김옥수는 냉큼 받아 들며 미소를 지었다.

“이 현장은 밥을 잘 주나 보네.”

오전, 오후 새참을 챙겨 주는 곳은 있어도 새벽 새참까지 챙겨 주는 현장은 극히 드문 수준.

그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허기를 달랠 달달한 크림빵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삐이익!

작업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에 그는 나머지 우유를 들이켜며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삐익! 삐이익!

오후 5시, 작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호각이 불자 김옥수는 그대로 주저앉아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런 그의 전신에서 주륵주륵 쏟아지는 땀줄기. 오늘 얼마나 땀을 흘린 건지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퀭하다.

“후. 가야지. 집에 가야지.”

인력사무소에 들러 수수료를 낸 그는 손에 쥔 6만 원을 보며 씁쓸히 웃었다.

거의 12시간 동안 땡볕에서 죽어라 일했어도 손에 쥔 건 겨우 6만 원. 그는 일하는 동안 참고 참았던 유일한 사치품을 꺼내 들어 입에 문다.

“후우.”

이제 남은 담배는 세 개피뿐.

“모레는 담배를 사야겠…….”

삐요오옹! 삐요오오옹!

김옥수의 시선이 도로를 내달리는 순찰차를 쫓는다.

대체 무슨 사건이 터졌기에 저리 급히 가는 걸까.

반사적으로 뒤쫓으려던 몸을 멈춘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분식이나 사 갈까?”

오랜만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식을 사 가야겠다며 그는 집 근처의 작은 분식집으로 발걸음 옮겼다.

그러던 그때, 시야에 들어오는 한 치킨집. 퇴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주 왔던 단골집이었다.

차가운 맥주 한 잔에 고소한 치킨 한 조각을 떠올리자 혀끝이 간절해졌지만, 그는 이를 악물며 그 옆의 분식집으로 향했다.

“아이고. 또 오셨네요, 김 형사님?”

“하하. 떡볶이랑 순대 간 많이, 튀김도 골고루 담아 주세요. 만 원이죠?”

“떡볶이 국물도 많이죠? 소주도 드릴까요?”

흠칫!

그의 시선이 분식집 안에 있는 냉장고로 향한다.

“……아뇨. 됐습니다.”

담배도 아껴 피우는데 그런 사치를 부릴 순 없었다.

“오늘은 술이 땡기지…… 응?”

김옥수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곤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반갑습니다, 김옥수 경사님.”

“너, 누구야?”

위협스러운 덩치에 명품 정장. 뒤에 있는 놈들도 범상치 않은 면상들을 가지고 있다.

김옥수의 손이 슬그머니 주먹을 쥐고, 종혁은 그런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본청 홍보부에서 나왔습니다.”

“……?!”

종혁은 놀라는 그를 보며 옅게 웃었다.

하지만 그 속은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김옥수 경사.

눈앞의 인물이 1년 뒤 본청 로비에서 자살을 하는 살인자인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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