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69화 (56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69화>

115. 소원을 말해 봐

경찰! 미취학아동을 위한 긴급 구조 서비스 도입!

잘한다, 경찰! 훌륭하다, 경찰!

경찰! 대규모 인사 발령! 앞으로 지켜봐 달라!

“으허허허헛!”

이것이었다.

지옥 입구에서 돌아 나왔던 청와대에서의 그날, 술자리에서 종혁이 제시했던 경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꿀 또 다른 시스템이.

고작 두 달. 종혁이 홍보부를 잡은 지 고작 두 달 만에 부정적인 여론이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이로 인해 장희락 경찰청장을 칭송하는 여론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

입이 귀까지 걸린 장희락은 소파를 치며 크게 외쳤다.

“대변인! 우리 최 부장은 어디 있나!”

“아, 최 부장은 지금…….”

*   *   *

맴맴맴.

이젠 매미가 울어 대는 8월 초여름의 어느 날.

“종핵아-!”

“종혁아!”

중앙경찰학교, 카메라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운동장에 서 있던 종혁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장호돈과 김재선, 김국종을 보며 피식 웃는다.

인기 정상의 스타면서도 자신의 부름에 기꺼이 와 준 고마운 사람들.

“아따 마, 와 이리 얼굴 보기가 힘드노?”

“이게 총경 계급장이야? 뽀대 난다잉?”

“너 몸이…… 더 커졌는데? 이게 사고 당해서 누워 있던 사람 몸 맞아?”

“크크. 국종이 넌 역시 연예인들 사이에서만 몸짱이라니까. 진짜한테는 안 돼요. 어휴, 이 풍선근육 봐.”

“그 풍선한테 한번 맞아 볼래요, 형?”

“종핵아, 너 혼자만 챙겨 먹지 마래이.”

말 많기로 유명한 세 명이 동시에 떠들어 대니 정신이 없다.

거기에 아이들마저 꺄아, 와아 하며 운동장이 좁다 하며 뛰어다니니 혼이 나갈 정도다.

“저 애들이야?”

“아따 마, 귀엽다. 머 저리 귀엽노? 볼따구를 한 입 콱 깨물어 버리고 싶고로.”

“먹지 마, 형. 사람이야.”

“……?!”

“크크. 우린 먼저 가 볼게?”

“애들아!”

왔던 것처럼 후다닥 달려가는 세 사람의 모습에 종혁은 풀썩 웃고 말았다.

마치 폭풍이 왔다가 간 느낌.

“왜요?”

“아, 아닙니다.”

아닌 게 아니다.

컨텐츠 총괄팀의 팀장인 유형준 경감은 국내 톱스타들을 서슴없이 캐스팅하는 종혁의 위엄에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경찰청장실에선 매일같이 종혁에 대한 칭찬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 않던가.

‘이거 이러면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데…….’

“흐음. 아.”

종혁은 생각에 잠기는 유형준을 보며 의아해하다 안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재빨리 차량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종혁.

문이 열리며 정민이 뛰어내린다.

“정민아!”

도도도도도! 폭!

주위를 살피다 종혁을 발견하곤 달려와 안기는 정민에 자신도 모르게 입이 찢어진 종혁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종혁이 나쁜 사람들을 치워 준 걸 아는지 더 파고드는 정민.

“이젠 괜찮아? 안 아파?”

톡!

어린아이라서 체력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의료 서비스가 좋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민이의 의지가 그만큼 대단했던 것일까.

대수술을 했음에도 벌써 이렇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자 종혁의 코가 시큰해진다.

“어이구, 슨상님.”

“오셨어요, 할머니. 오시는 데 힘드시지는 않으셨어요?”

“힘들긴요.”

이렇게 차를 보내 줘 편하게 왔는데 힘들 게 뭐 있겠는가. 그저 송구하고 미안할 뿐이다.

“슨상님은 잘 계셨지요?”

“그럼요. 저야 언제나 잘 지내죠, 하하. 정민이도 잘…….”

정민에게 잘 있었냐고 물으려던 종혁은 운동장을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정민을 발견하곤 피식 웃었다.

“우리 정민이, 소아는 어쩌고 한눈을 팔까?”

“……!”

알고 보니 종혁이 움직인 그날, 정민의 학대에 대한 신고를 했던 김소아의 아버지.

소아의 손을 꼭 붙잡고 대전 서부서에 들르던 모습이 찍힌 CCTV를 본 순간, 종혁은 이 땅에 아직 정의가 살아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하. 농담이야. 우리 정민이, 새 친구 만날 준비 됐나요?”

톡! 톡톡톡톡톡톡!

“자, 그럼 친구들 만나러 가자.”

정민은 내려지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고, 종혁은 그런 정민을 보며 푸근히 웃었다.

‘그래. 예쁜 추억 쌓아라, 정민아.’

앞으로 참 많은 시련과 역경이 있을 장애아동 유정민.

그걸 이겨 낼 힘을, 추억을 많이 쌓았으면 싶었다.

“불편한 일 있으면 여기 유 팀장님에게 말하시면 될 거예요.”

“가, 가시게요?”

“그럼 다음에 또 뵐게요.”

고개를 숙인 종혁은 돌아서며 기지개를 켰다.

이제야 한 고비를 온전히 넘은 느낌.

‘자,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나?’

경찰의 이미지를 원상태로 복구시키다 못해 향상시키기 위한 두 번째 프로젝트.

그를 위해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   *   *

경기도의 어느 계곡.

“와아!”

“꺄르르르!”

아이들과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한가득 울려 퍼지는 계곡의 평상에 앉아 계곡 물에 발을 담근 종혁이 막걸리와 함께 닭다리를 뜯는다.

낮술에 달아오르는 몸을 식히는 서늘한 바람.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뭐 이런 곳에서 보자 캐쌋노. 서울에 맛있는 집이 천지빼까리인거 모르나.”

“뭐 어때요. 이참에 휴가 분위기도 내는 거지.”

몸을 일으킨 종혁은 강철선 검사와 함께 온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을 향해 허리를 숙인다.

“그렇지 않습니까, 검사장님?”

‘거, 검사장?!’

갑자기 계곡에 가자기에 이번엔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거냐 하고 쫓아왔던 김덕출 팀장이 눈을 부릅뜬다.

“최 부장 덕분에 작년에도 못 간 휴가를 이렇게 보내는군요. 늦었지만 진급을 축하합니다. 홍보부의 장이 된 것도.”

그리고 이번에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것도.

“하하. 축하는 이미 예전에 해 주셨잖아요. 아, 일단 앉으세요. 음식 식어요.”

그들은 정장 재킷을 벗고 바짓단을 걷으며 식탁에 앉았다.

“오시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하셔서 먼저 시켜 봤습니다. 드시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그 말에 식탁을 본 강철선과 검사장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식탁에 올려진 닭만 네 마리. 파전 따위의 주전부리까지 합하니 식탁에 빈틈이 없다.

“우리보고 배 터져 뒤지라꼬? 헛소리 말고 술부터 따라 보래이.”

“옙!”

종혁은 그들의 잔에 막걸리를 따른 후 자신의 잔에도 따라 들어 올렸다.

“자, 그럼 건배부터…….”

왜인지 술잔을 들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들.

종혁은 눈빛이 매서운 그들의 모습에 입맛을 다셨다.

“하여튼 누가 검사 아니랄까 봐…….”

“치아라, 마. 무슨 일이고?”

일반적인 만남이었으면 굳이 검사장까지 부르진 않았을 터. 먹다 체하기 싫은 강철선은 종혁을 집요한 눈빛을 보냈고, 종혁은 한숨을 쉬며 잔을 내려놨다.

그와 동시에 묵직해지는 종혁의 분위기.

“저희 경찰에서 곧 연예계와 방송가를 칠 겁니다.”

“……?!”

쿵!

그들 사이에 폭탄이 떨어지고, 김덕출도 기겁하며 종혁을 본다.

연예계를 치는 건 경찰 내부에서도 극비인 일.

하지만 종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철선과 검사장을 또렷이 응시했다.

“그러니 알려 주시죠?”

대검찰청 중수부의 사건 서재에 잠든 채 때만 기다리고 있는 치명적인 스캔들을.

검찰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때 국민들의 시선을 돌릴 스캔들을.

“그놈들은 피하겠습니다. 아니면…….”

꿀꺽꿀꺽! 터엉!

잔을 거칠게 내려놓은 검사장이 입술을 비튼다.

홍보부의 부서장이 되자마자 무려 법무부의 검찰국장을 날려 버리더니 법무부의 일감마저 가져온 종혁.

어디 그뿐인가. 그동안 종혁이 밑밥으로 깔아 뒀던 여러 가지 일들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경찰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군사정권이 붕괴된 이후 경찰이 이런 업적을 올린 적이 있던가.

모두 눈앞의 종혁이 만든 결과다. 일개 경찰이 수십만 경찰이 포진한 경찰 조직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올리는 중이었다.

그런 종혁이 연예계를 치려 한다.

‘뭘 노리는지 모르겠지만…….’

“공조하는 걸로 가죠.”

종혁은 씩 웃었다.

전국에 불어닥친 유치원 스캔들 열풍이 가라앉은 지 고작 일주일, 거대한 태풍이 대한민국에 상륙하고 있었다.

하지만 종혁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 팀장님? 술 좀 더 가져다줄래요?”

“예? 아, 예예.”

‘대, 대검 중수부에 그런 게 있다고?’

정신이 나간 김덕출은 비틀비틀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종혁은 그를 일견하며 술을 들이켰다.

“크으으.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순간 종혁의 미소가 짙어진다.

“신안. 그곳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쿵!

그들 사이에 두 번째 폭탄이 떨어졌다. 첫 번째 폭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커다란 폭탄이.

“일단 저희 경찰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은밀히. 이렇게 시선이 돌아간 틈을 타.

성범죄자 감시 시스템과 유치원 원장들을 뒤집고, 앞으로 연예계와 방송가를 치는 것 모두 이를 위한 포석.

싱글벙글 웃는 종혁의 미소는 무척이나 서늘하고 흉포했다.

*   *   *

오영욱, 미성년자 성추행?!

연예인 신 모씨! 또 도박!

김 모 피디! 대가를 받고 배역을 꽂다!

인기 절정의 래퍼! 병역 비리? 마약 혐의도 추가!

연예계와 방송가에 불어닥치는 태풍!

작정을 한 경찰과 검찰! 숨을 죽이는 방송가!

8월, 9월 여름의 방송가는 무더위가 무색하게도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치명적인 스캔들.

하늘 높은지 모르고 콧대를 높이던 방송국들은 숨을 죽이며 머리를 숙였고, 그건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어이구, 우리 공주님. 여름에 얼마나 수영장을 다녔으면 까망 공주님이 됐을까?”

움찔!

“뱃살도 나오고…… 나오지 말아야 할 게 많이 나왔네.”

“……이모!”

아침부터 종혁의 무릎에 앉혀져 어화둥둥 당하던 순희가 울먹이며 고정숙에게 안긴다.

“넌 왜 아침부터 애를 괴롭히고 난리야?”

“귀여워서 그렇지, 귀여워서.”

잘 먹고 잘 자서 그런지 키가 벌써 165cm를 돌파한 순희.

1년 사이에 10cm가 큰 걸 보니 이제 순희도 완전한 2차 성장기에 들어선 듯하다.

“하여튼 남자는 이래서 문제야. 살쪘다는 말이 여자한테 얼마나 상처인지도 모르고!”

“아, 거 드라마 일은 미안하다니까요! 내가 그럴 줄 알았나!”

방송가와 연예계를 뒤집으며 연예인들의 범죄 사실들이 드러나자, 제법 많은 수의 드라마와 영화들의 배우들이 바뀌게 됐다.

심지어 메인 PD 등 연출진이나 핵심 스태프들마저 구속되는 바람에 아예 조기 종영을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게 됐다.

그러다 꼭 챙겨 보는 주말드라마까지 엎어지자 그날 이후부터 말에 날이 서기 시작한 고정숙.

“흥! 희야, 저 나쁜 오빠는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1층에서 맛있는 거 먹을까?”

“네!”

얼마 전 1층에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들어선 정혁빌딩.

“그래, 가자. 우리 희야가 찌긴 뭐가 쪘다고.”

“어? 진짜 간다고? 나는!”

“넌 밥이나 처먹어!”

“아, 진짜 미안하다니까요! 야, 철아 너도 뭐라고 좀 해 봐!”

“전 이 집에서 제일 약자입네다. 그냥 강아지 취급해 주시라요. 멍멍.”

“에라이.”

혀를 찬 종혁은 정말 집을 나서는 고정숙을 향해 크게 외쳤다.

“나 오늘부터 늦어요! 어쩌면 집에 못 들어올 수도 있어요!”

“알았어! 김치나 가져가!”

쾅!

거칠게 닫힌 문에 종혁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와 늦으십네까?”

“아, 다음 달이면 경찰의 날이잖아.”

홍보부의 부서장을 맡은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경찰의 날이다.

거기다 추석까지 겹친 상황. 추석 특집으로 준비한 예능까지 방영하려면 집에 들어올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해킹 대회도 열릴 예정이니까 너도 준비해.”

“알겠습네다.”

“그럼…… 밥 먹자.”

오늘의 아침 식사는 꽤 쓸쓸했다.

*   *   *

“그럼 수고하시라요.”

“그려. 너도 수고.”

엘리베이터에서 헤어진 종혁이 홍보부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사무실을 문을 열자마자 그를 반기는 한 줄기 노랫소리.

“외톨이 맘에 문을 닫고, 슬픔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바보. 아, 오셨어요?”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에 홀로 노래를 부르는 최재수를 훑어본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복장이 프리라지만, 그렇게까지 프리인 건 아닐 텐데 말이야.”

자유로운 복장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는 법. 그런데 아무래도 선을 그어야 했던 것 같다.

하얀색 스프라이트가 죽죽 그어진 시퍼런 슈트와 줄무니 셔츠, 바지에 매달린 체인, 그리고 중절모까지.

“어때요, 죽이죠? 이게 요새 유행…….”

“안 한다고, 안 해. 확 다 찢어 버릴까 보다.”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얼른.”

재빨리 서랍에서 근무복 꺼내 갈아입는 최재수를 일견하며 사무실 한구석의 탕비실로 가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 종혁.

이윽고 사무실 안으로 한 명, 두 명 홍보부 팀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한다.

“충…… 어우씨, 아침부터 뭐야?”

“추, 충성!”

그렇게 오늘도 홍보부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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