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68화 (568/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68화>

    종혁과 인연이 깊은 신문사의 기자들이 쓴 기사들 모두 교묘하게 법무부의 무능을 꼬집으며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게 모두 우연이다?

    ‘그럴 리가 없지.’

    박명후 자신이 판단한 최종혁이란 어린 경찰은 말 한 마디를 해도 결코 허투루 하지 않는 사람이다.

    즉, 이 모두 종혁이 만든 판.

    아니, 경찰의 의지라고 봐야 했다.

    “아닙니까?”

    ‘흐어업?!’

    장희락 경찰청장의 낯빛이 하얗게 질린다.

    경찰 고위 간부들만 겨우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대통령이 아는 걸까.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국장마저 죽일 듯 노려봄에 입이 얼어붙은 장희락은 어떻게 해 보라는 듯 종혁을 곁눈질했고, 종혁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네.’

    하긴 이 정도 통찰력이 있으니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것일 터.

    일단 모른 척하고 뒤에서 설득을 할까, 아니면 먼저 지를까 고민을 하던 종혁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박명후의 눈빛에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발을 뺐다가는 영원히 빼게 생겼네. 어쩔 수 없나?’

    아무래도 상황이 마무리된 이후 던져 주려고 했던, 이들을 달랠 먹이를 먼저 꺼내야 할 것 같다.

    종혁은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입을 열었다.

    “그러는 김에 전국 유치원 실태 조사를 시행하며 여론을 반전시키시는 건 어떻습니까?”

    쿵!

    회의실에 다시 떨어지는 폭탄.

    수긍을 하면서도 곧바로 화제를 돌려 버리는 종혁의 모습에 박명후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사건을 축소시키는 게 아니라 더 키우자?”

    순간 회의실에 싸늘한 기운이 몰아친다.

    유치원 실태 조사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일단 유치원 원장들이 반발하며 부모들을 충동질할 거다. 언론에 호소를 하고, 시위를 할 거다.

    한시라도 빨리 여론을 잠재워야 하는 상황에, 도리어 새로운 분란거리를 만드는 셈이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제안.

    하지만 왜일까.

    종혁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아무런 걱정도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대가 생겼다. 이번에는 어떤 참신한 방법으로 자신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줄지.

    “방법이 있습니까?”

    “가, 각하!”

    모두가 기겁하며 박명후 대통령을 본다.

    “언제 적 각하입니까? 지금이 군사정권 시절입니까?”

    “대통령님!”

    박명후는 들을 필요 없다는 반응하는 이대한 장관과 검찰국장을 향해 손을 들어 제지하며 종혁을 봤고, 검찰국장을 일견한 종혁은 씩 웃었다.

    “예로부터 부모는 제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호오? 알러지 반응이나 영양 불균형을 걸고넘어지자는 겁니까?”

    “바로 보셨습니다.”

    유치원생에게 어떤 알러지가 있는지 모른 채, 알고도 모른 척 마구잡이로 음식을 주는 유치원은 극히 소수겠지만, 회귀 전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꽤 많은 수의 유치원들에서 부실한 급식을 제공했음이 드러났다.

    부실하기만 하면 다행이다.

    유통 기한이 지난 고기나 식재료를 먹이는 일부 유치원들. 잊힐만 하면 튀어나오는 집단 식중독 사태는 너무도 유명하지 않던가.

    그뿐인가. 청결 검사에서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한 유치원들도 부지기수였다.

    이게 어디 1, 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일까. 평생 그래 왔을 거다.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걸로 장난치는 놈들은 천벌을 받아야지.’

    역시나 답이 준비된 종혁의 모습에 박명후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확실히 초점을 뒤틀 수 있겠군요.”

    박명후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대한민국에 산재한 수천 개의 유치원.

    그중엔 음식가지고 장난을 치는 놈들뿐만 아니라 교육을 허술하게 하거나 이번 사태처럼 원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놈들도 분명 있을 거다.

    이게 공론화된다?

    진짜 질책을 받아야 하는 놈들이 정부를 대신해 역적이 되는 거다.

    곧 다른 의미로 달아오를 대한민국을 떠올리자 그의 얼굴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요?”

    “그렇게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을 한편으로 만드신 이후, CCTV 의무 설치에 대한 법제화에 들어가는 겁니다.”

    쿵!

    “대통령님!”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이게 된 법무부 사람들이 다급히 나서려고 했지만, 박명후의 입술이 먼저 떼어졌다.

    “역시 최 총경에겐 방법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과찬이십니다.”

    “……?!”

    마치 종혁과 친분이 있어 보이는 박명후의 모습에 경악한 사람들.

    박명후는 모두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비서실장.”

    “예, 예! 대통령님!”

    “여야 당대표들과 약속 잡아요. 교육부 장관도 부르고.”

    “……예!”

    박명후는 법무부의 이대한 장관을 봤다.

    “찾으세요.”

    “하, 하지만 대통령님! 경찰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시잖습니까! 이렇게 경찰의 기를 살려 주는…….”

    “아니면 장관이 책임지고 이 소란을 잠재우든지.”

    이 사태의 원인이 뭐였던가. 바로 성범죄자가 유치원에 취직을 한 것도 모자라, 발찌를 풀고 아동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것도 장애아동을.

    여기에 유치원 원장도 폭행의 혐의가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성범죄자와 유치원 원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의 아내와 처남이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사퇴 말고는 답이 없었다.

    “차, 찾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박명후의 눈이 검찰국장에게로 향한다.

    감정이 없다 못해 메말라 버린 박명후의 눈.

    그렇지 않아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에 안절부절못하던 검찰국장은 경기를 일으켰다.

    자신이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던가.

    “이, 이건 누명입니다, 대통령님! 모두 경찰이…… 예! 경찰이 수, 수사권을 가져가려고 부리는 수작입니다!”

    ‘저 씨발놈이?!’

    경찰의 오랜 숙제인 수사권.

    하지만 절대 지금 튀어나올 말이 아니었다.

    느닷없이 얻어맞은 한 방에 종혁과 장희락의 몸이 크게 흔들린다.

    그에 박명후의 눈이 종혁에게로 향한다.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그가 지켜본 종혁은 야망이 굉장히 큰 인물이었다. 최소한 경찰청장까지 내다보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가능성은 있다 못해 넘쳐흘렀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수사권을 가져오기 위한 포석이다?’

    “하핫!”

    웃음을 터트린 박명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그렇지!’

    검찰국장은 어디 한번 씨불여 보라는 듯 분노하는 박명후의 모습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종혁은 다른 의미로 주먹을 쥐었다.

    ‘저 개새끼……!’

    괜히 법무부 요직에 앉은 게 아닌 듯 아가리가 매섭다.

    종혁이 내심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려던 그때였다.

    “왜, 왜 그런 욕심이 없겠습니까!”

    갑작스레 들려온 외침에 소스라치게 놀란 종혁은 고개를 돌려 장희락을 바라봤다.

    낯빛이 검게 죽었으면서도 주먹을 꽉 쥔 채 눈에 불꽃을 피우는 장희락 경찰청장.

    ‘어?’

    “저, 저 보십시오-!”

    의기양양해진 검찰국장을 일견한 장희락은 박명후를 향해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이쪽에서 증거를 모두 모아 보내도 불발되는 영장. 기껏 잡아 검찰로 송치해도 증거불충분으로 재판조차 가지 못하는 현실. 민생의 치안을 책임지는 수십만 경찰들은…… 오늘도 풀려나는 범죄자들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가슴만 칩니다.”

    옆구리에 칼 맞아 가며 애써 송치한 범죄자를 거리에서 마주쳤을 때의 그 참담한 심정을 아는가.

    그놈의 좆같은 법 때문에 훈방 조치로 풀어 줬던 놈이 보복 살인을 했을 때, 그 피해자의 시체를 봤을 때의 아득한 심정을 아는가.

    아침에 웃으며 인사한 동료를 저녁엔 장례식장에서 보게 되는 그 절망을 아는가.

    한 번 운이 떼어지자 장희락의 입에서 말이 쏟아져 나왔다. 한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습니다! 저희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직 경찰은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아직 경찰은 수사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어떤 오해를 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감히 욕심내지 않을 테니 우려를 거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통령님! 법무부 장관님!”

    ‘아직은…….’

    ‘이 양반?’

    종혁은 허리를 숙이는 장희락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따라 허리를 숙였고, 회의실에 진득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뭐합니까, 이 장관. 범죄자가 왜 청와대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검찰국장은 눈을 부릅떴고, 눈을 질끈 감은 이대한은 검찰국장의 앞에 섰다.

    “무, 무슨 겨우 저런 말로……. 자, 잠시만요, 장관님! 접니다! 저예요! 조청주란 말입니다! 대통령님! 접니다-! 당신의 사냥개였던…….”

    쫘아악!

    “아?”

    뺨을 붙잡은 채 떨리는 눈으로 이쪽을 보는 검찰국장의 모습에 이대한은 이를 악물었다.

    “어딜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하고…….”

    ‘이 미친 새끼가……!’

    이대한은 그의 머리채를 잡아 꺾었다.

    “조청주 검찰국장, 널 협박 및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체포한다. 미란다 원칙까지 읊어 줘?”

    “자, 장관님!”

    “정 차관, 이 새끼 끌고 나가.”

    “아, 안 돼! 안 돼-!”

    검찰국장은 법무부 차관의 손에 끌려 나갔고,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살짝 손을 흔들었다.

    ‘잘 가라, 씹새야.’

    속이 후련했다.

    마음 한구석으론 좀 아쉽게 됐지만 말이다.

    ‘만약 법무부가 검찰국장을 감쌌다면 꽤 재밌어졌을 텐데…….’

    아쉽지만 여기서 끝내야 할 듯싶다.

    입맛을 다신 종혁은 아직도 허리를 숙이고 있는 장희락을 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고, 이대한은 그런 종혁과 장희락 경찰청장을 보며 눈을 빛냈다.

    ‘재밌는 놈들이군.’

    혀가 아주 매끄러운 놈들이다.

    종혁은 그렇게 이대한의 눈빛이 바뀌자 혀를 찼다.

    ‘하여튼.’

    위에 있는 인간들은 모두 하나같이 무능해 보이지만 결코 무능하지 않다.

    종혁은 왜 쳐다보는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말똥말똥 떴고, 회의실에 잠시 불꽃이 튀었다.

    “자, 그럼…….”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소시킨 박명후는 종혁을 봤다.

    “경찰이 왜 성범죄자 감시 시스템을 가져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들어 보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이야기.

    혀를 찬 종혁은 박명후의 앞으로 걸어가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노트북 한 대를 꺼냈다.

    “일련의 사태와 여론의 분위기는 이미 알고 계실 테니 따로 언급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걸 한번 봐 주시겠습니까?”

    띠리링!

    전원이 켜지며 곧바로 부팅되는 하나의 프로그램.

    “……이, 이건?!”

    박명후는 모니터에 나타난 서울시 지도와 이동하는 수천 개의 붉은 점들에 벌떡 몸을 일으켰고, 의아해하며 다가온 이대한은 눈을 부릅떴다.

    종혁은 그런 그들을 향해 씩 웃어 주었다.

    “최대 오차 거리 2미터까지 좁힌 GPS를 탑재한 최신형 전자발찌와 최대 3만 명까지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것이 저희 경찰이 정부와 국민에게 제시하는 성범죄자 감시 시스템…….”

    턱!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린 종혁은 바지와 소매를 걷었고, 그에 사람들은 다시 경악했다.

    기존의 전자발찌보다 두 배는 더 크고 두꺼운 전자발찌와 전자발찌와 비슷한 생김새의 팔찌.

    “공업용 절단기로도 쉽게 끊을 수 없고, 끊으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곧바로 센터를 비롯한 인근 파출소와 경찰서에 신호가 전달되는 기술까지 장착된 놈입니다.”

    ‘졌다.’

    이대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   *   *

    “추, 충성!”

    하얗게 질린 장희락 경찰청장이 돌아서고, 근 시일 내에 만나자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박명후 대통령을 뒤로하며 청와대를 빠져나온 종혁은 차 앞에 도착하자마자 무너지는 장희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사, 살았다.”

    ‘살긴 뭘 사는지…….’

    애당초 목숨은 위험하지 않았다.

    ‘그래도…….’

    소심한 야망가 장희락.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됐다.

    “아! 잘했어, 최 부장.”

    “청장님도 멋지셨습니다. 촬영을 하지 못한 게 아쉬울 만큼.”

    이건 진심이었다.

    “……몰래도 안 찍었나?”

    “큰일 납니다.”

    “쯧.”

    혀를 툴툴 찬 장희락 경찰청장은 이젠 제법 더운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을 응시했다.

    “되겠지?”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똥 씹은 얼굴이 된 이대한 법무부 장관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지만…….

    “아마 공동 관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겠죠.”

    자신들의 예상처럼.

    박명후 대통령이 큰 관심을 드러냈다. 그럼 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온전히 숨이 돌아온 장희락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문을 열었다.

    “개발비 청구해.”

    “예산 있습니까?”

    움찔!

    “……할부되나?”

    “막걸리 한잔 사 주신다면 될 것 같습니다.”

    멀뚱히 쳐다보는 종혁을 본 장희락은 피식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박명후 대통령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냐 등 종혁에게 묻고 싶은 게 많은 그.

    불감청 고소원이었다.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이만 퇴근할까?”

    “충성. 제가 잘 아는 전집이 있습니다.”

    “쯧. 막걸리 마실 줄 모르는군. 막걸리엔 삼겹살이야.”

    “잠깐.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절대 아니다.

    둘은 그렇게 청와대를 빠져나갔다.

    *   *   *

    악마는 더 있었다! 인면수심의 악마들!

    이젠 어떻게 믿고 맡기나!

    박명후 대통령, 철저히 조사하여 엄벌에 처하겠다!

    경검 합동 특수본 조직!

    탄압이다! 유치원 원장들 시위 나서! 하지만 분위기는 싸늘?

    법무부, 경찰과 공조하여 보다 철저하게 성범죄자를 감시하겠다.

    새로운 전자발찌. 그리고 전자팔찌?

    비리가 드러난 인권 단체들.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 반 사이 폭풍이 몰아쳤다.

    약 팔천여 개의 유치원들 가운데 무려 천여 곳에서 비리와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됐다.

    식재료 속이기는 거의 기본.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성범죄자들의 감시 문제는 그리 주목을 받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성범죄자들에겐 무척이나 불운한 쪽으로 말이다.

    그러는 가운데 이미희와 검찰국장, 이준기에 대한 최종 선고가 내려지는 날이 되었다.

    구치소 죄수복을 입은 채 피고인석에 선 이미희와 검찰국장, 이준기.

    서로 저지른 범죄의 유형이 다름에도 대국민적 여론에 의해 함께 최종 선고를 받게 된 그들이다.

    “괘, 괜찮겠죠, 여보? 우리 괜찮겠죠?!”

    그 짧은 사이 새치가 부쩍 늘어난 이미희가 검찰국장의 팔을 붙잡고 흔들고, 검찰국장은 그런 아내를 다독인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니까 걱정 마.”

    ‘그래, 괜찮을 거야.’

    사냥개로 살아온 게 몇 년이던가.

    ‘내가 아니었으면 장관님이 그 자리에 올랐을 것 같아? 대통령님이 당선이 됐을 것 같아?!’

    거기다 자신이 맺어 놓은 인맥도 많다.

    지금쯤 바깥에서 한참 구명 운동을 벌이고 있을 터.

    비록 재판 내내 분위기도 안 좋고, 검찰이 감히 검찰국장 자신이 예전에 벌인 일들을 들먹이며 16년 형을 외쳤지만 괜찮을 거다.

    윗사람의 부탁에 참 많은 사건을 덮고, 또 그러며 많은 죄를 저지른 그.

    그렇기에 그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자신이 입을 열면 다치는 사람이 많이 발생할 테니 말이다.

    “판사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온 판사는 싸늘한 눈으로 피의자들을 훑어보곤 판결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 죄질이 너무 무겁고 잔혹한 바 피고 이미희에게 12년 형을, 피고 이준기에게 14년 형을, 피고 조청주에게 15년 형에 처한다.”

    땅땅땅!

    ‘어?’

    “아……!”

    “야! 찍어! 찍어!”

    촤라라라라!

    이미희가 휘청임과 동시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기자들.

    이미희는 얼어붙은 검찰국장을 붙잡는다.

    “어, 어떻게 좀 해 봐요, 여보! 그 장애인년 때문에 이게 뭔 짓이야-!”

    ‘저, 정말이라고? 정말 내가 감옥에 간다고? 내가? 검사인 내가?’

    왜일까. 왜 가야 하는 걸까.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답은 하나다.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개새끼, 처남이란 탈을 쓴 개새끼 때문이다.

    뚝!

    그의 이성을 겨우 붙잡고 있던 끈이 끊겨 버렸다.

    “야, 이 개새끼야-!”

    “아악! 매형!”

    우당탕!

    땅땅땅!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재판장이 난장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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