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65화>
대전의 한 대형병원.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종혁과 최재수가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러 수술실로 향한다.
“슨상님!”
수술실 앞에서 양손을 모아 기도를 하다가 벌떡 일어나는 김복덕.
“어떻게 된 일입니까?”
“계, 계단에서 떨어졌다는디……. 죄송합니다, 슨상님. 내가 그땐 아무 생각도 안 나서 슨상님에게 전화를 하고 말았어요.”
“아닙니다. 잘하셨어요.”
얼마나 놀라고 급했으면 고작 한 번 만난 경찰에게 전화를 걸었을까.
“어후. 내가 박복해서 그런 겨. 내가 다 박복해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다 잘될 겁니다.”
“아니어요. 내가 박복해서 딸 내외도 그렇게 보낸 년이어요!”
“할머님.”
“어흐윽!”
종혁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는 김복덕에 한숨을 내쉬었다.
명절날 그녀를 만나러 오다 교통사고로 떠난 외동딸 부부. 그게 한이 된 것 같다.
“재수, 넌 할머님 위로하고 있어. 난 상황 좀 알아볼 테니까.”
“예. 할머님, 일단 일어나세요. 찬 데 계시면 안 좋아요.”
그들을 뒤로한 종혁은 응급실로 향했다.
“경찰입니다. 3시간 전쯤 실려 온 유정민 아동의 상태에 대해 들을 수 있을까요?”
“……경찰이요? 그게…….”
“쉽게 말해 위장과 간, 소장 일부가 파열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갈비뼈에도 금이 갔고요.”
갑자기 끼어들어 말하는 다른 의사에 종혁의 미간이 좁혀진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그런 증상이 나올 수 있나요?”
“아무래도 계단을 구르면서 계단 끄트머리나 난간 모서리에 복부가 찔리듯 부딪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돌아서 응급실을 빠져나온 종혁의 미간이 더욱 좁혀진다.
“흠…….”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수고하십니다. 경찰입니다. 오늘 오전 9시 20분 경 서구 별빛유치원에서 충남대 병원 응급실로 응급 이송된 유정민 아동에 대한 이송 기록 좀 살피고 싶은데요.”
그렇게 통화를 하며 원무과에 들러 수술 후 입원할 병실을 업그레이드시킨 종혁은 다시 수술실로 향했다.
* * *
종혁이 도착하고 나서도 3시간이나 더 이어진 수술.
띵!
수술실 보호자 대기실에 걸린 전광판에서 드디어 수술이 끝났다는 알림이 울리자, 김복덕이 헐레벌떡 수술실 앞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곧 수술실 문이 열리며 호흡기를 낀 정민이 병상에 실려 나온다.
“아이고, 정민아! 내 강아지! 서, 선상님! 수술은 잘된 거지요?! 그런 거지요?!”
“예.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그럼. 앞에 비켜 주세요!”
“비켜 주세요! 환자 올라갑니다!”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정말 다 끝난 게 아니다. 서둘러 중환자실로 옮겨 그 사후를 지켜봐야 했다.
“정민아! 내 말 들려? 할미 말 들려?!”
“할머니, 지금은 마취 때문에 듣지 못해요. 진정하세요.”
“아이고! 아이고!”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엘리베이터가 좁아 말리는 간호사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 서둘러 중환자실로 향한 그들.
그러나 정민은 이미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에 다시 바닥에 주저앉은 김복덕은 가슴을 쳤고, 종혁도 초조하게 그 앞에서 기다렸다.
‘엄마가 이런 마음이었으려나.’
놈들에 의해 크게 다쳐 대수술을 한 종혁.
고작 두 번 봤을 뿐인 이의 일에도 이렇게 피가 마르는데, 당시 어머니 고정숙과 지인들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가늠이 안 된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의사가 한숨을 쉬며 걸어 나온다.
“슨상님, 어찌 됐습니까? 우리 강아지 살아나는 거 맞지요?!”
“……아까 말씀드렸듯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건 지켜보는 거죠.”
종혁의 눈매가 좁혀진다.
뭔가 꺼림칙해하는 눈빛을 띠고 있는 의사.
“무슨 일 있습니까?”
“……유정민 환자 보호자 되십니까?”
“아, 경찰입니다.”
움찔!
종혁이 경찰공무원증을 보여 주자 흔들리는 의사의 눈동자.
“재수야, 할머니 모시고 집에 다녀와.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예. 할머님, 일단 집에 가서 짐 좀 챙겨 올까요? 정민이가 당분간 입원해 있으려면 이것저것 필요할 테니까요. 제가 짐 드는 거 도와 드릴게요.”
“아이고, 고마워유.”
그렇게 최재수가 김복덕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종혁은 다시 의사를 쳐다봤다.
“무슨 일입니까? 뭐가 잘못된 겁니까?”
“아니요. 수술은 정말 잘 끝났습니다. 수술을 해 주신 교수님이 이쪽 분야의 권위자시거든요. 그런데…… 후우. 이건 제 개인적인 사견이라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무슨 말을 하려기에 이렇게 거창할까.
종혁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그에 한숨을 내쉰 의사는 종혁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무래도 학대가 의심되는 것 같습니다.”
쿵!
순간 종혁의 머릿속이 엉클어진다.
“……정민이를 볼 수 있을까요? 몸만 좀 살펴보겠습니다.”
“그런 거라면…… 들어오시죠.”
중환자실로 들어간 종혁은 좁고 싸늘한 병상 위에 산소호흡기를 단 채 누워 있는 정민을 보자 숨이 턱 막혀 왔다.
그리고 정민에게 가까이 간 순간,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빠득!
정민의 상반신을 얼룩덜룩 물들인 구타의 흔적.
교묘하게 팔과 다리를 피한 괴롭힘의 흔적.
“이뿐만 아니라 처음 이송됐을 당시 복부 상태도…….”
이걸 왜 못 봤을까.
왜 점괘를 무시했을까.
“쌔액. 쌔액.”
힘든 숨소리와 함께 종혁의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 * *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종혁 자신이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려 줘서도 감사하다.
“아닙니다. 의료인으로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법으로도 제정된 일.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김복덕 씨는 아니야.’
김복덕이 학대를 했다면 정민은 그렇게 스스럼없이 안기지 않았을 거다.
‘그럼 누굴까? 설마 유치원?’
2015년,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다 주는 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어린이집, 유치원에 이목이 집중되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 뿐 생각지도 못할 일들이 여럿 벌어지고 있었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어린 천사들 사이에 악마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CCTV가 있으려나.’
2015년에 큰 사건을 겪고 나서야 시행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이 시기엔 아직 CCTV 설치가 의무는 아니기에 설치되어 있지 않을지도 몰랐다.
아니, 정말 학대를 저지르고 있던 것이라면 있어도 없다고 할 가능성도 높았다.
“후우.”
마른세수를 하며 밖으로 나오니 두 명의 남성이 의사에게 다가선다.
“안녕하십니까. 서부서에서 나왔습니다.”
‘경찰?’
종혁이 살짝 놀란다.
“오늘 오전 9시 20분경 응급 호송된 유정민 아동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눴으면 하는데요. 지금 중환자실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일 잘하네, 대전 서부서.’
단순 추락 사고에 의한 일인데 이렇게 검증을 나왔다. 사소한 사고도 허투루 처리하지 않는다는 증거.
홍보용으로 쓸 수 있을 듯하다.
“아, 그건 제가 확인했습니다.”
“누구……?”
종혁은 경찰공무원증을 보여 줬다.
“본청 홍보부의 최종혁입니다.”
“예?”
왜인지 당황하는 두 형사들.
“크흠. 본청 홍보부에서 여긴 어쩐 일로…….”
“찾아오신 아이가 저희 홍보부에서 기획하는 홍보물의 모델로 발탁되어서 말이죠. 그래서 왔는데…… 후우. 잠깐 자리 좀 옮길까요?”
“예…… 뭐, 그러시죠.”
함께 병원 건물을 빠져나온 그들은 구석진 곳에서 담배를 물었다.
“큼.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아무래도 유치원 내에서 학대가 발생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무슨?!”
종혁은 화들짝 놀라는 그들에게 방금 전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 줬다.
넘어져서 다친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명백한 폭행의 흔적.
“…….”
“일단 별빛유치원 CCTV부터 확인하고 싶은데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종혁 본인이 수사팀 소속이었다면 그냥 맘대로 움직였을 테지만, 지금은 홍보부 소속이었다. 남의 회사에 와서 분탕질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음?’
묘하게 안절부절못하는 삼십대 형사.
그런 그를 힐끔 본 사십대 형사가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안 그래도 유치원에 다녀왔습니다만…….”
“CCTV가 없다거나 고장 났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 주세요.”
“휴…… 얼마 전에 고장이 났다고 하더군요.”
어째서 나쁜 예감은 이토록 잘 들어맞는 것일까.
“이런 씨발……!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사고 당시의 상황을 찍은 건 아무것도 없는 겁니까? 목격자 사정 청취는 어떻게 됐습니까?”
사십대 형사가 고개를 젓는다.
“최초 발견자는 있어도 사고 당시의 상황을 목격한 목격자는 없었습니다.”
종혁의 입이 다시 쌍욕을 머금는다.
“후우. 그래도 일단 CCTV 하드를 좀 확보하고 싶은데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봐! 작작 좀 해! 아무리 본청이라지만 이렇게 간섭해도 돼? 우리가 알아서 다 한다고, 우리가!”
쿠욱!
종혁은 난데없이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삼십대 형사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 뭐하는 거야? 김 형사, 넌 저기 가 있어.”
“아오, 형님은 화나지도 않습니까? 본청이 우리에게 해 준 게 뭔데요? 해 준 건 쥐뿔도 없으면서 청장만 바뀌었다 하면 칼춤이나 춰 대고! 그래서 형님들이 옷 벗은 거잖아요!”
“저리 가라고!”
“……카악, 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알고 지내던 분들 중에 옷을 벗으신 분들이 꽤 있으셔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성범죄자들은 대체 왜 감시하라는 겁니까? 혹시 아시는 거 있습니까?”
종혁은 잠시 사십대 형사를 봤다.
“……곧 여름이잖습니까.”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발찌 찬 놈들은 특히나 더 요주의 감시 대상이라는 거죠?”
“그런 거죠. 그러니 조금만 수고해 주십시오. 이거 다 엮어서 홍보물 만들 테니까.”
“엇?! 호, 홍보물이라면…….”
“연말에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어이쿠.”
“그런 의미에서 신분증 좀 다시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고, 그럼요.”
사십대 형사는 그뿐만 아니라 성범죄자 감시에 동원이 된 다른 형사들이 누군지도 말해 주었다.
“그럼 이 사고는 저희가 마무리 지을 테니 조심히 올라가십시오. 야, 김 형사! 가자!”
“수고하세요.”
멀어지는 형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던 종혁은 그들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표정을 차갑게 굳혔다.
“이 새끼들은 뭐지?”
선수 앞에서 좋은 경찰, 나쁜 경찰 놀이를 하고 있다.
이게 본능적인 거면 오해겠지만, 종혁으로선 나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거…….”
지이잉! 지이잉!
“예, 최종혁입니다.”
-부장님! 정민이가 깨어났습니다!
“올라갈게!”
한편 대전 서부경찰서로 복귀하는 차량.
보조석에 앉은 사십대 형사가 눈을 가늘게 뜬다.
“최종혁…… 최종혁……. 아 씨, 분명 들어 본 이름인데.”
“왜 그러세요?”
“쯧. 아냐, 가자.”
그들을 태운 차가 속력을 높였다.
* * *
다급히 중환자실로 올라가니 김복덕이 끌려 나오다시피 나오고 있었다.
“아이고, 정민아! 정민아-!”
“할머니, 진정하세요. 진정하셔야 해요. 아, 부장님!”
계속 다독이라는 눈빛을 준 종혁은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갔다.
김복덕의 울음 때문인지 약간은 어수선한 중환자실.
종혁은 의사에게 다가갔다.
“원래 마취에서 이렇게 빨리 깨는 겁니까?”
“보통 1시간에서 2시간이면 의식을 회복하긴 합니다만…….”
소아의 경우엔 좀 다르다.
“이건 유정민 환자의 의지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겠죠. 저 어린 것이…….”
종혁의 눈시울도 의사처럼 붉어진다.
“그럼 잠시 이야기를 나눠 봐도 될까요? 딱 하나만 묻겠습니다.”
“안 됩니다. 유정민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 됩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수긍한 종혁은 돌아서 중환자실을 빠져나왔다.
“어, 나야. 철아, 신원 조회 좀 부탁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응. 대전 서구 별빛유치원의 교사들. 응. 아마…… 개나리반일 거야.”
정민의 유치원복 가슴에 붙은 명찰에 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째깍! 째깍!
시계 소리만 울리는 중환자실 대기실, 태블릿 PC로 서류를 살피는 종혁에게 최재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부장님, 언제까지 계실 생각이세요?”
“정민이가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것까지만 보고.”
말은 그렇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그것이 종혁의 발을 붙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문자가 온 핸드폰을 본 종혁이 몸을 일으켰다.
“나 잠깐 담배 좀 피우고 올게.”
“예.”
건물을 나선 종혁은 어둔 밤하늘을 보며 핸드폰을 들었다.
“예, 사장님. 아무것도 안 나온다고요?”
-네. 이틀간 미행을 해 봤지만…….
“알겠습니다. 조금만 더 수고해 주세요.”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순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철아. 재촉하는 거 같아서 미안한데 뭐 좀 나왔어?”
-아무것도 안 나옵네다. 다들 깨끗합네다. 개나리반 정유이 선생은 더 그렇습네다.
“그렇단 말이지…….”
찰칵! 치이익!
“후우우.”
담배에 불을 붙인 종혁의 표정이 가라앉는다.
순철도 이틀 동안 뒤졌는데 뭐가 안 나온다는 건 정말 뭐가 없다는 것.
‘그럼 대체 누구지?’
학대를 당한 흔적은 있는데, 학대를 한 사람이 없다.
종혁은 이틀 전 왔던 서부경찰서 형사들을 떠올렸다가 관뒀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그들. 같은 식구를 의심하긴 싫지만, 또 나쁜 생각이 든다.
‘여기서 전화를 걸면 본청으로 항의가 들어가겠지.’
그러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증거들이 사라지는 수가 있다.
“쯧. 죽갔구만. 음?”
그 순간 종혁의 머릿속에 이미희 원장이 스쳐 지나간다.
분명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후 정민과 함께 교실에서 나온 이미희 원장.
‘사고가 터지자마자 왔다고 했지.’
사고가 터지자마자 달려와 보상을 약속한 이미희 원장. 바빠서 먼저 간 것을 제외하면 대처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왜일까.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그녀가 신경 쓰인다.
“철아, 미안한데 한 명만 더 조회해 줄 수 있을까? 별빛유치원 원장 이미희. 주민등록번호는 모르고.”
-잠시만 기다려 주시라요. 사업자를 찾아보겠습네다.
“어, 그래. 부탁할게.”
종혁은 잠시 담배를 피우며 순철의 말을 기다렸다.
그렇게 담배를 한 대 다 피워 갈 때쯤이었다.
-부장님!
다급한 순철의 외침.
뭔가를 느낀 종혁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는다.
“……읊어 봐.”
-이미희 이년, 3년 전 서울에서 유치원을 했는데 그때도 원생을 폭행했다는 고소를 받은 적 있습네다! 합의한 걸로 나옵네다!
빠득!
왜 몰라봤을까.
처음 마주쳤을 때 유난히도 빤히 쳐다봤던 정민. 안전 교육을 받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던 정민이.
왜 그때의 구조 신호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대체 왜!’
종혁의 가슴이 다시 찢겨져 나간다.
“……오케이. 땡큐. 고마워.”
-오 대장님에게 말해서 대원들 보넵네까?
“일단 봐서.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재무부장에 대해서도…….”
우우웅! 우우웅!
“전화 들어온다. 끊어 봐. 예, 최종혁입니다.”
-부장님! 지금 면회 가능하답니다!
“알았어. 올라간다.”
종혁은 눈을 부릅뜨며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 * *
“할머님은?”
“잠깐 화장실에 가셨어요. 정민이에게 예쁜 모습을 보이셔야 한다고…….”
“알았어. 난 먼저 들어갈게.”
종혁은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갔고, 담당의가 낯빛을 굳힌 채 종혁을 맞이했다.
“환자의 안정을 위해 제가 곁에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다행히 집중치료실에서 나온 정민.
종혁이 다가서자 정민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정민아, 아저씨 기억해? 몸은 좀 어때? 괜찮아?”
토옥…….
힘들게 침대를 두드리는 작고 여린 손가락.
정민의 눈이 말한다.
경찰 아저씨라고. 나쁜 사람을 잡는 경찰아저씨라고.
그런 정민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흐윽! 아아아앙!”
울컥한 종혁은 울음을 터트리는 정민을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그래, 괜찮아. 이제 무서운 사람 없어. 쉬이. 쉬. 괜찮아요.”
“앙앙앙앙앙!”
‘아팠어요. 많이 아팠어요.’라고 말할 수 없는 정민은 그렇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