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59화 (55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59화>

본청 경찰청장실.

얼마 전 새로이 취임을 한 장희락 경찰청장이 소파에 앉아 자세를 이리저리 바꾼다.

“이게 낫겠나, 이게 낫겠나?”

윗머리가 휑하게 벗겨진 작은 체구의 그.

경찰 대변인 나형재 경무관이 심각한 얼굴로 그 모습을 응시한다.

“방금 전 그 자세가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턱을 괴시고…… 예, 딱 좋습니다.”

“굿. 역시 자네 센스가…….”

지이잉! 지이잉!

“어, 나야. 알았어.”

통화를 종료한 나형재가 다급히 입을 연다.

“최 총경이 방금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답니다.”

“알았어. 자네도 얼른 앉아. 아, TV도 끄고.”

“예!”

-부녀자 살인미수범 강호영의 항소심이 4년 만에 열린…….

틱!

나형재도 소파에 앉자 장희락 경찰청장은 방금 교정한 자세를 그대로 잡으며 종혁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쿵쿵쿵!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종혁은 턱을 괴고 있는 장희락과 서늘하게 쳐다보는 나형재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뭐야 이 똥폼들은? 기선 제압인가?’

속으로 어깨를 으쓱인 종혁은 손을 들어 올렸다.

“충성. 총경 최종혁입니다.”

“그래. 어서 와, 최 총경. 앞으로 자네 상관이 될 나형재 경무관이야. 이쪽 분은 알다시피 장희락 경찰청장님.”

“음. 반갑군.”

과묵한 인사와 달리 달달 떨리는 발끝.

‘기선제압 맞네.’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최기룡 전 청장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으핫! 큼. 그래? 나도 최 총경에 대해 많이 들었지.”

목줄을 풀어 주면 풀어 줄수록 알아서 명예와 실적을 물어다 주는 만능 일꾼.

“앉지.”

“감사합니다.”

음료를 시킨 장희락은 종혁을 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많이 다쳤다고 하던데 몸은 괜찮나?”

“염려해 주신 덕분에 괜찮습니다.”

‘그런데 안 힘드나?’

“큼. 염려는 무슨. 우리가 남도 아니고 말이야.”

종혁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좀 알 것 같다. 장희락이 어떤 타입의 인간인지 말이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최기룡 선배에게 들었겠지만 자네는 이제부터 여기 나 대변인 아래서 홍보부를 맡게 될 거야. 그런데…… 크흠.”

“예산 문제에 관해서도 들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 예산 안에서 어떻게든 꾸려 보겠습니다.”

‘아니…….’

홍보부의 예산 따위 알게 뭐란 말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자신의 치적이다.

박종명이 거하게 똥을 싸질러 놔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 이걸 타개할 방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찰청장씩이나 돼서 날 돋보일 방법을 내놓으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후. 그래, 이거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게 아닌가 싶군.”

“아닙니다. 청장님께서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익히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흠흠.”

‘으으으!’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어 답답한 가슴.

그런 장희락의 심정을 헤아린 나형재는 얼른 열었다.

“나도 최 총경에 대해 많이 들었어. 꽤 능력이 좋다지.”

“과찬이십니다.”

종혁이 고개를 숙이자 나형재가 잠시 입을 다물며 시간을 끈다. 그에 종혁이 장단을 맞춰 주려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후. 툭 까놓고 말하지. 최 총경도 알다시피 요새 경찰 이미지가 좋지 않아.”

“아, 그 부분은 제가 재활을 받는 동안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말씀을 드리려 했는데 이렇게 먼저 말을 꺼내시니…….”

“뭔데? 무슨 일인데?”

장희락과 나형재는 자세를 잡아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다급히 종혁을 향해 상체를 숙였고, 종혁은 그 순간 빵 터질 뻔했다.

“이게 마음에 드실지…….”

“일단 말…….”

“청장님.”

“으흐흠. 한번 들어 보지.”

다시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누른 종혁은 정색했다.

“일단 칼부터 휘두르시죠.”

범죄자에겐 무서울 칼을. 국민들에겐 든든한 칼을.

“칼?”

종혁은 그에 대한 대답 대신 준비한 서류를 넘겼다.

[성범죄자에 대한 감시 시스템 구축 방안]

순간 장희락의 머릿속으로 2008년 9월에 처음 시행된 통칭 전자발찌법이 스쳐 지나간다.

이 법이 발의된 이후 성범죄자 감시는 법무부 관할의 일.

법무부와 싸우라는 것 같은 모습에 장희락의 눈이 샐쭉해졌지만, 종혁은 모른 척 말을 이었다.

“제가 사고를 당하기 전 담당한 사건에 대해 아실 겁니다. 경검 합동의…….”

“성인사이트 단속이었지.”

조희구 사건 이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사건이다.

“예. 그때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자 재범률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중엔 심지어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음에도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놈도 있었다.

법무부가 기를 쓰고 막고 있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현 대한민국의 성범죄자 감시 시스템은 상당히 미흡한 상태였다.

그 설명에 장희락은 얼굴을 구겼다.

“이봐, 최 총경. 이게 터지면 우리도 싸잡아 욕먹는다는 거 몰라?”

설령 법무부의 관리 미흡으로 인해 범죄가 발생한다고 해도, 결국 그 범죄를 방지하지 못한 경찰에게도 책임이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문제가 언론을 타는 순간 법무부뿐만 아니라 경찰까지 싸잡아 욕을 먹는 건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종혁은 장희락이 보이는 반응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굳이 같이 얻어터질 이유가 있습니까?”

쿵!

“……푸하핫!”

법무부, 경찰, 하물며 검찰까지 모두가 쉬쉬하는 사건.

종혁은 그걸 역으로 찔러 법무부의 부족함을 지적하며 언론 플레이를 하자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국민들이 법무부만 성토하도록 만들자는 뜻이었다.

그러며 법무부와 밀고 당기기를 하란 소리였다.

이쪽에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순간 법무부는 어떻게든 경찰이 구축하려는 시스템을 흡수하려고 들 터.

그때 밀고 당기며 서로 합의점을 찾는 거다. 둘이 동시에 성범죄자를 관리한다는 합의점을.

그러며 좋지 못한 여론 역시도 성범죄자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경찰과 법무부 두 조직이 서로 윈윈을 하는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 이거지! 이런 게 치적이지!’

하지만 그것은 전부 장희락의 착각이었다.

종혁은 성범죄자 관리를 경찰로 가져오길 원하고 있었다.

그래야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사람이 되질 못하는 쓰레기들을 확실하게 감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곰처럼 생겼는데 알고 보니 여우였군! 여우였어!”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것들은 이미 구비되어 있습니다. 남은 건 청장님의 대국적인 결단뿐입니다.”

“뭣?! 벌써?!”

장희락은 재빨리 종혁이 준 방안을 살피기 시작했고, 이내 눈을 크게 부릅뜨며 종혁을 봤다.

“그 컴퓨터를 열 대나 기부한다고?”

정말 미치도록 좋다는 칭송이 자자한 특별범죄수사대의 컴퓨터.

그것들이 성범죄자들을 감시하는 데 쓰인다?

더욱 확실하게 재범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터.

벌써부터 들려오는 듯한 칭송에 장희락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종혁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민들을 구하는 일인데 그깟 돈이 아깝겠습니까.”

“으하하하하핫!”

폭소를 터트린 그는 이내 거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쓸 만한 정도가 아니다. 이런 놈이 왜 이제야 나타났는지 모를 정도다.

“최기룡 선배님이 그러더군. 자네가 공을 세우면 상을 주라고.”

그래야 후에 더 큰 걸 가져온다고 말이다.

“뭘 원하지?”

종혁은 눈을 빛냈다. 이렇게 숙이면서까지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종혁은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한 부서의 수장이 달리 바랄 게 있겠습니까. 부디 절 믿어 주시고, 부서를 온전히 장악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서원 전원의 인사 권한과 간섭 불가.

하고 싶은 일을, 경찰 개혁과 놈들 회사 추적이라는 앞으로 해야 될 일들을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두 가지.

장희락과 나형재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   *   *

“와, 이게 뭐야.”

이게 정말 경찰의 사무실일까, 아니면 어느 해변가 휴양지의 세련된 카페인 걸까.

사무실 리모델링이 끝난 이후 벌써 이틀째 출근하는 것이지만 그들은 영 적응이 안 됐다.

“부자라더니…….”

그들은 슬그머니 박동구를 봤고, 그는 겨우 이 정도로 놀라냐며 콧대를 세웠다.

그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팀장들.

“하! 이런 외향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는 놈치고 잘난 놈 없지!”

나형재 경무관도 이걸 보면 크게 화를 낼 거다.

경찰이 경찰다워야 경찰이지 않겠는가.

“오십니다!”

‘어디 두고 보자고.’

‘현장에서 날아다녔다고 홍보부에서도 날뛸 수 있을 줄 알아?’

거기다 이제 고작 29살.

얼굴을 일그러진 본청 홍보부 경찰들은 차렷 자세를 취했고, 이내 곧 종혁과 나형재가 함께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바, 반발 요소와 그에 대한 해결책까지 정리했다고?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절 상사도 모르는 개새끼로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그럼 곤란합니다.”

“으하하하하핫! 켁?!”

다정한 둘의 모습에 흔들렸던 팀장들은 사무실을 보고 경악한 나형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마음속으로 응원을 했다.

‘그래요. 한 소리 크게 하는 겁니다!’

‘대변인님 파이팅!’

그런 팀장들의 모습에 의아해한 종혁은 이내 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홍보란 그 어느 부서보다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곳이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잘나가는 기업들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인테리어를 조성하고 있는데, 혹시 저희도 그런 기운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차용해 봤습니다.”

“호오. 실리콘밸리가?”

‘어?’

“창의적인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는 법이라더군요.”

“오! 좋은 말이야. 확실히 예술가들도 골방에 틀어박히는 것보단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영감을 얻는다고 하더군.”

“아, 그래서 실리콘 벨리가 그런 말을…… 대단하십니다.”

“으핫핫! 뭘 딱딱하게 말하고 그래. 나 경찰대 선배야.”

“헛! 충성. 48기 최종혁입니다, 선배님!”

“그래그래. 앞으로 잘 지내자고. 자자, 다들 주목!”

나형재는 종혁의 등을 살짝 밀었고, 종혁은 서늘히 가라앉은 눈으로 부서원들을 훑어봤다.

“오늘부로 여기 나형재 대변인님을 보좌해 홍보부 부서장을 맡게 된 최종혁 총경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절 보좌해 줄 최재수 경사.”

“충성.”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어흠. 모두 본청에 있었으니 최 총경에 대해서는 들어 봤지? 앞으로 여기 최 총경은 홍보부의 인사 권한을 가진 부서장으로서 너희들을 지휘하게 됐으니 알아서 잘할 수 있도록.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결국 종혁의 바람은 이뤄졌다. 일단은 일시적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말이다.

‘……?!’

‘미친!’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이걸 외워야 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충성.”

“충성.”

그렇게 나형재가 사라지고 조용해진 사무실.

박동구와 눈인사를 나눈 종혁은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앉으며 시계를 봤다.

“9시네.”

딱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다.

종혁은 아직도 얼떨떨해하는 부서원들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지금부터 3시간 드리죠. 업무 현황 정리해서 가져와요.”

쿠웅!

갑작스런 인사 교체로 인해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을 제외하면 업무 파악조차 하지 못한 홍보부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   *   *

“난 분명 업무 현황을 정리해 오라고 했을 텐데요.”

그런데 왜 2006년도 자료로 끝인 걸까.

오직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만이 온전한 자료를 가져왔다.

퉁!

“이건 텃세를 부리는 걸까, 아니면 나보고 엿 먹으라고 하는 걸까?”

종혁의 눈빛이 싸늘해지자 그들은 하얗게 질렸다.

“아, 아닙니다! 이게 모두…….”

“박종명네 애들이 갑작스럽게 정직돼서 인수인계가 안 됐다라는 말을 할 거면 그냥 하지 마. 컴퓨터에 있는 자료는 뻘로 있는 겁니까?”

“…….”

“와아. 진짜야? 돌겠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홍보부입니다. 아까 주문한 거 있죠? 그거 그냥 사장님이 드세요. 돈은 계좌로 넣어 드리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고개를 숙인 채 떨고 있는 그들을 무심히 쳐다봤다.

“일단 미디어 관리팀.”

“경정 김덕출.”

“미디어팀 업무,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으로 이관합니다.”

“부장님!”

원래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업무였던 미디어 관리. 박종명 때 뺏겼다.

“부당하다는 소린 하지 마요. 최소한의 노력도 안 기울여 놓고도 그런 말을 하면 열 받으니까.”

“저희도 노력했습니다! 저희도…….”

“아니면 무능한 건가?”

김덕출 경정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그러나 종혁은 무시하며 박동구를 봤다.

“경사 박동구!”

“원래 업무였으니 잘 해낼 거라고 믿어.”

“일주일 안에 모두 정리해서 보고하겠습니다!”

“내일 아침 출근 전까지.”

“추, 충성!”

“컨텐츠 제작 관리팀.”

이 역시도 경찰 이미지 마케팅팀의 업무.

“겨, 경감 유형준!”

“경찰청 홈페이지 관리팀과 통합. 컨텐츠 총괄팀으로 팀명을 변경합니다. 팀장이 정해질 때까지 두 팀장 모두 나한테 직접 보고하세요.”

순간 얼굴이 와락 구겨진 두 팀장이 서로를 보며 날을 세운다.

경찰 대변인 나형재와 친분을 보였다. 이는 장희락 경찰청장도 종혁을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것.

둘 중 한 명이 팀장이니 이제부터는 서로 적이었다.

“여론 조사팀.”

“추, 충성!”

“그나마 여긴 낫네. 간편신고관리과, 112센터, 신문사들과 연계해서 보다 자세히 여론을 조사 할 수 있도록 해요.”

조사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위 세 곳에게서 먼저 정보를 입수해, 쳐낼 건 쳐내고 드러낼 건 드러낸다.

“앞으로 팀명을 여론 조사 관리팀으로 변경합니다.”

“예, 옙!”

“최재수 네가 책임지고 연결시켜.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경사 최재수. 충성.”

이후 다른 부서들도 신명나게 까 버리거나 통폐합을 시킨 종혁은 우울함만 가득한 그들을 향해 서류를 내밀었다.

[홍보부가 앞으로 가야 할 방안에 대하여]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류들을 받아 든 팀장들은 이내 퍼렇게 질렸다.

“부, 부장님. 이건……!”

“최재수, 문 닫아.”

후다닥! 쾅!

문이 닫히자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솔직히 나도 당신들 믿지 않아. 서로 처음 본 사이인데 어떻게 믿겠어. 그러니 맨 뒷장 넘겨 봐요.”

촤라락!

“헉!”

“꺼억?!”

콘도 회원권이다. 그게 각 팀원의 숫자대로 있다.

“돈이 필요해? 그럼 나한테 말해. 그냥 내가 싫어? 그래도 말해. 좆같은 일, 거지 같은 일 다 그냥 나한테 말해.”

당신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없다.

뒤에서 욕을 하건, 반항을 하건 상관없다.

그래도 난 너희를 부하 직원으로서 대할 거다.

“대신, 당신들은 나한테 능력만 보여 줘.”

그러면 그에 합당한 보답을 할 거다.

앞으로 해야 될 일이 얼마나 많은 데 부서원들과 기싸움, 눈치싸움을 할까. 그냥 돈으로 후려치는 거다.

이 무지막지한 말에 그들은 입을 떡 벌렸다.

“그럼 알아들은 걸로 생각하고 이어 말하죠. 곧 성범죄자 관리 시스템이 발족을 할 겁니다. 그에 관한 내용은 3페이지에 있으니 확인해 봐요.”

촤라라락!

내용을 살핀 그들이 다시 경악한다.

“여론 조사 관리팀.”

“예, 예!”

“청장님께서 비밀 브리핑을 하신 이후 여론전에 들어갑니다. 법무부고 검찰이고 나발이고 사정없이 물어뜯으세요. 그쪽 사정 봐주다가 우리가 말라 죽습니다. 내가 싫더라도 다른 회사 쁘락지 짓은 하지 마세요.”

“추, 충성!”

그들은 침을 삼키며 두려움이 서린 눈으로 종혁을 응시했다. 이게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 우린 연예계를 칩니다.”

꽝!

그랬다. 종혁은 국민들의 관심을 연예계로 돌리려는 것이었다.

“그동안 그놈의 배경이고 지랄이고 때문에 봐줄 수밖에 없었던 연예인 및 엔터, 방송 관계자들의 마약, 성범죄, 도박, 뇌물 등 사건 모두 기획 수사에 들어갑니다. 김 팀장.”

“……경정 김덕출.”

“특수대, 특수과, 광수대, 마약대, 특별팀 등 본청 모든 수사대와 연계시켜 줄 테니까 이거 김 팀장이 맡아요.”

“예?”

“이게 앞으로의 홍보부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될 겁니다. 해낼 수 있겠습니까?”

“아, 아니 그걸 왜 저에게…….”

김덕출은 당황했지만, 종혁은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없으면 말해요. 다른 사람…….”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퇴출되는 게 아닐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던 상황이었다. 일단은 양잿물이라도 마셔야 했다.

“컨텐츠 총괄팀이 따라붙어서 장편 시리즈로 찍어 봐요. 다큐든 뭐든, 이 새끼들이 개새끼들이라는 걸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게 하라고요.”

“추, 충성!”

종혁은 부서원들을 주욱 둘러봤다.

하얗게 질려 있지만, 어떤 기대를 하는 눈빛을 짓고 있는 그들. 김덕출마저 흔들리는 눈으로 쳐다본다.

그에 종혁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져 갔다.

“앞으로 내 목표는 하납니다. 우리 경찰이 대한민국 모든 사법기관, 수사기관 중 최고의 조직이 되는 것.”

쿠웅!

“그를 위해서라면 난 누구라도 물어뜯을 겁니다.”

일평생 몸뚱이 부셔져 가는지도 모르며 국민들을 위해 헌신한 성실한 경찰들이 일부가 저지른 짓 때문에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

그런 그들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그게 설혹 대통령이라도 물어뜯을 수 있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런 나의 뜻에 따라와 줬으면 좋겠어요.”

또한 완벽하게 해낼수록 보상의 크기는 더욱 커질 거다.

“일단 그런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땅에 처박힌 우리 경찰의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 이것부터 시작해 봅시다.”

일명 경찰 이미지 복원 프로젝트.

“알아들었으면 움직이세요.”

“충성!”

경찰 본청 홍보부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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