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54화>
113. 진급
한밤의 총성? 아니, 가스 폭발의 전조!
의정부에서 발생한 6층 건물 화재.
결국 놓친 조희구! 하지만 회수한 사기 피해금!
경찰이 회수한 4조 8천억! 피해자는 더 있었다?!
선유컴퍼니 전원 검거! 2천억 회수!
눈물 흘리는 피해자들! 장하다, 경찰! 멋지다, 검찰!
검경 합동수사가 빛을 발하다!
조희구 게이트! 뒤집어지는 검경!
박명후 대통령, 관련자 색출하라!
연이어 발생한 가스 폭발. 대한민국은 안전불감증?
한국은 연이어 터진 사건으로 울고 웃었다.
기이이이잉!
거대한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는 평택의 미군기지.
“Hurry up!”
“Move! Move!”
“으아악! 최종혁, 이게 끝일 거라 생각하지 마라!”
“듣고 있냐-!”
놈들 조직의 조직원들이 비행기 안으로 태워지고, 헨리가 종혁에게 손을 내민다.
“이거 상황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먼저 가게 되어서 미안하군요.”
“뭘요. 바쁘신데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이젠 헨리가 없어도 되는 상황이다.
본사 건물이 폭발하며 놈들에 대해 파헤칠 자료들이 날아가긴 했지만, 다행히 국내 및 해외 지부 위치를 몇 곳을 더 알아낼 수 있었다.
덕분에 본사의 사장을 비롯해 기획실장이라 칭해지는 임원급들까지 대거 검거했다.
이제 남은 건 숨어 있는 잔당들을 색출하는 것뿐.
이제 정말 모두 끝난 거다.
물론 잔당들을 모두 검거하기 전까진 완전히 끝난 게 아니지만, 곧 차례차례 붙잡히게 될 거다.
아니, 알아서 모습을 드러낼 거다.
‘너희들 스스로 무리수를 둘 테니까.’
종혁은 재갈이 물린 채 헨리의 옆에 제3기획실장과 사장이라 불린 놈들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고위 임원 셋과 제1기획실장은 러시아로.
사장과 임원 한 명, 제2기획실장은 국정원으로.
이제 놈들은 평생토록 사회의 공기를 맡지 못하게 될 거다.
토해 내야 될 정보를 모두 토해 내면 전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고 교도소에서 쓸쓸히 죽어 가게 될 거다. 서로 만나지도 못한 채.
본사라는 머리이자 심장을 잃은 놈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상황을 수습하는 데만도 급급할 터였다.
‘그 탓에 더 많은 흔적을 드러내겠지.’
설령 수습을 어떻게든 해낸다고 해도, 그 후엔 그사이에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움직일 거다.
‘하지만 무너진 체계 속에서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비집고 들어갈 약간의 틈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무서웠던 놈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다시 메울 수 없는 균열이 만들어진 순간, 놈들은 여타 다른 범죄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너흰 이제 좆도 아니야, 새끼들아.”
“읍! 으으읍!”
퍼펑! 따다다다!
“끄으으으읍!”
종혁은 달려들려다 테이저건을 맞고 경련을 일으키는 전무와 제3기획실장이란 놈들을 향해 냉소를 지었다.
‘아쉬운 점은 그놈의 어르신이 누군지 아직도 모른다는 건데…….’
또한 새로 만들었을 게 분명한 연수원 위치도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미래와 희망을 잃은 상황에서 SVR과 CIA의 진심 어린 취조를 놈들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결국 얼마 못 가 밝혀지게 될 것이다.
‘또 어르신이 누군지 감이 안 가는 것도 아니고.’
“잘 가라. 그동안 좆같았고, 다신 만나지 말자.”
그 말과 동시에 영혼을 물들였던 한이 또 한 조각 떨어져 나간다. 본사를 치며 이젠 얼마 남지 않게 된 한이.
“으으으읍!”
다시 발버둥 치는 둘을 무시하는 종혁을 보며 혀를 내두른 헨리는 아쉬움과 기대를 담아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떡하실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뭐…… 똑같겠죠.”
범인을 잡고 피해자를 구하고, 그러며 경찰 개혁에 앞장서고.
“달라지는 건 없을 거예요.”
그래도 이젠 내려놓은 짐. 흩어 버린 한.
한번 제대로 놀아 볼 생각이었다.
“저런. 아쉽군요.”
“내가 먼저예요, 헨리.”
“누가 먼저인지는 두고 보자고, 나탈리아.”
“뭐라고요?”
“하하.”
어색하게 웃은 종혁은 헨리에게 은행명과 계좌번호들이 적힌 수첩을 내밀었다.
“여기요.”
“이건?”
“제가 현재까지 리먼 사태로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의 절반이에요.”
헨리는 황급히 나탈리아를 봤고, 그녀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우정을 위해 돌려 드리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이니까.”
“아, 아니…… 최…….”
“이거면 헨리가 위로 향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
“최!”
“조심히 가시고, 도착하면 연락하세요.”
종혁을 보는 헨리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당신의 이 호의, 저와 미국은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헨리는 종혁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이마에 대며 기도를 한 뒤 돌아섰고, 종혁은 그가 탄 비행기가 출발하는 것을 지켜보다 자리를 떠났다.
“나도 이제 가야겠네요. 잔당 색출은 세르게이가 맡아서 해 줄 거예요.”
“고마웠어요, 나탈리아.”
참 너무 고마웠고, 또 고마웠다.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할 말이었다.
“안녕이란 말은 하지 말아요, 최.”
“당연하죠. 하하.”
서로를 끌어안으며 서로의 볼에 경애의 입맞춤을 한 둘은 마지막으로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헨리고, 나탈리아고 모두 바쁜 사람들. 언제까지고 이 한 사건에 매달릴 순 없었다.
“가요.”
“연락할게요. 가지.”
싱긋 웃으며 돌아서는 그녀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고, 종혁은 그 모습을 보며 담배를 물었다.
“그래, 달라지는 건 없지.”
경찰 최종혁. 회귀한 게 특별할 뿐 달라질 건 없었다.
종혁은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씩 웃은 종혁은 몸을 돌렸고, 그런 그의 눈에 국정원 국내 파트 차장이 비춰진다.
종혁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
정보가 샜다. 국정원에 설치해 둔 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놈들 본사를 쫓던 요원들 사이에서 새어 나간 게 분명했다.
현재 그 요원들 전부 격리시켜 취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중 절반은 혐의가 없다는 게 밝혀져 풀려났지만, 아직 절반은 격리하여 취조 중에 있었다.
국정원 차장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일이 일인지라 그를 옹호해 주고 싶은 마음도 이해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결국 종혁은 말없이 그를 지나쳐 승합차로 다가갔다.
드르륵!
“이야아.”
문을 연 종혁은 죽일 듯 노려보는 제 2기획실장과 사장을 보며 흉악하게 웃었다.
“우리 할 말이 좀 많지?”
이젠 어르신이 누군지 알아볼 차례였다.
* * *
어느덧 다사다난 한 2008년도 거의 지나간 12월 초의 아침.
종혁의 집이 약간 부산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오늘은 종혁, 아니 특별범죄수사대 전원의 진급식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원 1계급 특진.
가족 참석이 허락된 특별한 날.
“희야. 이게 나아, 이게 나아?”
“다 예뻐요!”
거울 앞에 서서 백을 바꿔 가며 드는 어머니 고정숙과 순희.
어느덧 다가와 버린 겨울에 옷을 두껍게 입은 종혁이 그런 둘을 보며 한숨을 쉰다.
“거 다 예쁘니까 적당히 하고 갑시다.”
“진짜 저건 여잘 이렇게 몰라서 연애는 할까 싶네.”
“예, 예. 아주머니, 갑시다. 숍 예약 시간 늦어요.”
“알았어! 너 제복은?”
“차에 있어요.”
집을 나선 그들은 청담동에 위치한 숍으로 향했다.
“언니!”
“미정아!”
고정숙과 오택수의 부인이 서로를 반긴다.
그뿐만 아니다. 최재수의 할머님과 임세라의 가족들도 함께 왔다.
“최 형사! 아, 아니 최 대장!”
경찰대 시절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임세라의 부모.
“하하. 편히 불러 주세요. 안에서나 대장이지 밖에선 세라 친구예요. 아버님 집에서 술 먹고 뻗은 종혁이.”
“어이구, 그래도…….”
“그래 주시라니까요. 그리고 넌 왜 표정이 그따구냐?”
“아니, 뭘 굳이 이런 걸 하나 싶어서……. 화장은 나도 할 줄 아는데…….”
“네. 오늘 방송국도 옵니다, 팀원님. 네 빻은 면상 전국민이 보는 걸 원하면 그냥 돌아가든가. 난 어머님 예쁘게 단장시킬 테니까. 그쵸, 어머님.”
조희구를 잡진 못했지만, 그 사기 피해액을 전액 환수했고 선유컴퍼니도 모두 잡아들였다.
지상파 3사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사에서 취재를 올 예정이었다. 박명후 대통령까지 말이다.
“그, 그게 나도 뭘 여기까지 오나 싶고…….”
날이 날인지라 나름 꾸민 것 같지만 여전히 허름한 옷차림.
종혁은 세라에게 눈짓을 줬고, 세라는 얼굴을 구겼다.
“에이씨. 들어가자, 엄마. 이놈이 쏜대.”
“영수 처리야, 이 자식아.”
“그거나 이거나! 아, 들어가자니까? 아빠도 뭐해?!”
“어, 으응.”
임세라가 부모님을 데리고 들어가자 종혁은 오택수를 봤다.
“장미랑 형수님도…… 할머님도…….”
“이미 들어갔다.”
“저도요.”
“네, 벌써 좋은 자리 차지하셨네요.”
키득 웃은 그들도 숍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약 두 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스타일링을 하고, 메이크업까지 마친 종혁이 거울을 보며 턱을 잡는다.
“거 누구 아들인지 몰라도 잘생겼다.”
“그래. 이제 결혼만 하면 되겠네.”
“그럴까?”
“너도 내일모레면 계란 한판…… 응?”
화려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에 20년은 더 젊어 보이는 어머니 고정숙, 그녀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모습에 종혁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런 종혁의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 그는 모른 척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와! 이게 누구야? 내 엄마 맞아? 아가씨, 시간 있으시면 나랑 저기서 차나 한잔할래요? 아니면 우리 번호 교환할까요?”
“닥치고 누군데? 엄마도 아는 아가씨야?”
“아이고, 됐습니다. 그보다 누구네 아들내미가 결혼하는데 이 좋은 날에 쪼고 그래요?”
“아니, 누구냐니까?”
“하하. 난 먼저 가서 차 빼놓을게요!”
재빨리 숍을 나선 종혁은 피식 웃었다.
‘나도 긴장이 풀어지긴 풀어졌나 보네.’
회귀 후 생각도 안 했던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으니 말이다.
약점을 늘려선 안 되기에, 지켜야 할 사람을 늘려선 안 되기에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결혼.
하지만 이젠 슬슬 고민을 해 봐도 될 것 같다.
“내가 너 언젠가 그 주둥아리가 사고 칠 줄 알았다. 어디 결혼 적령기의 총각이 부모님 앞에서 함부로 결혼 이야기를…….”
“시끄러워요.”
마찬가지로 10년은 젊어 보이는 오택수가 피식 웃으며 담배를 권한다.
찰칵! 치이익!
“후우.”
잠시 그들 사이에 찾아온 침묵.
“고맙다.”
“뭐가요?”
“다, 인마. 다.”
오늘로서 오택수도 경정이다.
종혁을 만나기 전까지 포상과 징계를 반복하던 그로선 꿈도 꿀 수 없었던 계급.
“그나저나 이제 너도 총경인가?”
“……그렇죠.”
드디어 회귀 전의 계급을 뛰어넘는 거다.
감회가 남달라야 할 테지만,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다.
“총경이라……. 총경…… 역시 입에 잘 안 붙네요.”
“씨발. 당연하지. 대한민국 경찰 역사상 네 나이에 총경 된 양반이 누가 있다고.”
“크크큭.”
“전 대장님 마음 이해합니다! 저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거든요. 크, 내가 경사라니. 내가 동기들 중 최고라니!”
“누가 물어봤냐, 새꺄?”
“나도 당신한테 말 안 했거든!”
“뭐, 새꺄?”
“어? 이거 50만 원짜리 머리예요! 치기만 해 봐, 씨발!”
“어후, 진짜!”
“푸하하하하핫!”
종혁은 웃음을 터트렸고, 서로 아옹다옹하던 오택수와 최재수도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오택수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너 그거 진짜로 할 거야?”
그 순간 종혁과 최재수의 낯빛도 굳어진다.
“해야죠. 할 겁니다, 감시.”
2008년 12월, 한 미친놈이 벌인 아동 성범죄로 인해 대한민국이 뒤집힌다.
범행을 저지를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 판정을 받아,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고작 12년형에 처해진 놈.
검찰이 법을 잘못 적용하여 기소를 하거나, 놈이 만취 상태임을 확실히 입증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항소하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었다.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는 감경해야만 한다는 법률상, 판사는 때릴 수 있는 최대한의 형량을 때리고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여러 법안이 제정되거나 바뀌는 등 개선되지만, 종혁은 이런 놈들을 상대로는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여겼다.
그런 쓰레기들에겐 더 강력한 법과 더 강력한 감시가 필요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늘 허락도 받을 거고요.”
“오늘? 어떻게?”
“대통령님 오시잖아요.”
“……넌 진짜 또라이 새끼야.”
최재수와 어느덧 나온 순철도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크큭. 그럼 전 차 좀 뺄게요.”
“아, 나도 같이 가자.”
언제 나올지 모르는 여성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만, 일단 차를 도로 위에 올려놔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건물 바로 앞 주차장에 선 오택수는 검은색 SUV를 보곤 혀를 내둘렀다.
“씨발, 차 죽이네.”
“맞습네다. 수령 동지도 이건 못 탈 겁네다.”
“하하.”
안 그래도 안전성으론 최고라 손꼽히는 자동차 브랜드인데, 그보다 훨씬 두껍고 몇 배는 무거운 차량. 헨리가 준 선물이다.
이유가 짐작이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과했다.
고개를 저은 종혁이 차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아, 차거.”
코에 닿는 차가운 무언가.
“어? 눈이다. 대장님! 눈이에요, 눈!”
‘눈?’
어느새 흐릿해진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들이 내린다.
“……좋네.”
하늘도 오늘을 축복하는 걸까.
기분이 좋아진 종혁은 차에 오르며 순철을 봤다.
“철이 너도 차 빼놔.”
식이 모두 끝난 후 어머니와 순희가 타고 복귀할 차를 끌고 온 순철.
“예, 알갔습네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차를 몰아 도로가에 세웠다.
지이잉! 지이잉!
“응? 전화? 어?”
전화를 받으려다 놓친 종혁.
“에이씨.”
밑을 뒤진 종혁은 이내 전화기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나탈…….”
-최! 얼른 차에서 나와요! 빨리-!
“네? 왜…….”
쿠우우우웅!
고막을 때리는 굉음에 뒤로 고개를 돌린 종혁은 피식 웃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거대한 덤프트럭.
시간이 한없이 느려지고, 몸 또한 한없이 느려진다.
‘그래. 긴장이 많이 풀어졌어.’
“씨발이네, 진짜.”
끼이이이익! 끼이이이익!
꽈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