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52화 (552/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52화>

    ‘조 회장이 잡히다니!’

    아직 조희구가 이후 어떻게 된 건지 연락을 받지 못한 박종명.

    식겁해서 인천공항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박종명은 웬 놈들을 끌고 나오는 종혁을 발견하곤 결국 참아 왔던 분노를 터트렸다.

    ‘네, 네놈이 감히……!’

    피식 웃는 종혁의 모습에 이젠 눈이 돌아 버린 그는 종혁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종혁은 분노하며 다가오는 박종명과 박종명 일파의 본청 고위 간부들, 그리고 부산청 광수대와 김종두를 비롯한 특수범죄수사과, 본청 광수대를 보곤 다시 속으로 웃고 말았다.

    그리고 의아해하면서 다가오는 강철선과 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 부산지검에 설치된 특수본 검사들까지.

    ‘진짜 많이들 모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는 상황.

    당장이라도 박종명의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 배우가 한 명 덜 도착했다. 박노형 전 대통령이 준비한 배우가.

    종혁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경정 최종혁. 선유컴퍼니…….”

    쩌억!

    새벽녘, 사람 한 명 없이 휑한 인천공항을 울리는 살벌한 소리.

    ‘아프네.’

    예상을 했기에 더 아프고 화가 난다.

    얼굴을 감싸 쥔 종혁은 박종명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청장님?”

    “내가…….”

    빠드득!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경고한다고.”

    그제야 종혁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는다.

    “……이, 이기 뭐하는 짓입니꺼-! 종혁아, 니 괘안나!”

    식겁하며 나서는 강철선에 박종명은 코웃음을 쳤다.

    “집안일입니다, 특수부장님.”

    “뭐, 뭐라고예?!”

    “그래, 강 프로. 남의 집안일엔 신경 끄자고.”

    “조 프로! 니 이게 지금 정상으로 보이나!”

    부산지검에 설치된 특수본을 담당하는 검사의 말에 강철선은 방방 뛰었고, 조 프로라 불린 검사는 눈을 빛냈다.

    “그런데 조회…… 크흠. 조희구는? 그 희대의 사기꾼 새끼는 어디 있지?”

    그 말에 박종명도 눈을 부릅뜨며 종혁의 뒤를 살핀다.

    “최 대장.”

    “……경정 최종혁.”

    “조희구는 어디 있지?”

    “중국에…….”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뺏겼습니다.”

    “이런 씨……!”

    “뭐꼬! 진짜가!”

    순간 뒤집어지는 사람들.

    그러나 그중 절반은 사태 파악이 안 되어 당황하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다행인 상황이었다.

    마찬가지로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박종명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그러니까 중국의 협조도 구하지 않고 제멋대로 갔다가 그 흉악한 범죄자를 놓아줬다는 소리군. 아니 뇌물을 받고 풀어 준 건가?”

    “그게 무슨……! 청장님!”

    오택수가 기겁하며 반발했지만, 무시한 박종명은 종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신분증 내놔.”

    지금부터 직무를 정지시키겠다는 뜻.

    그 순간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마지막 배우를 확인하곤 고개를 푹 숙인 종혁은 어깨를 들썩였다.

    “끅끅끅!”

    갑작스러운 웃음에 멍해지는 사람들.

    그러다 고개를 든 종혁의 두 눈에서 광기와 살의를 발견한 박종혁 일파 고위 간부들과 부산 광수대는 다급히 덤벼들 자세를 취했다.

    종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하아. 진짜 가관이다, 가관이야.”

    “……정신이 나갔군.”

    “예. 당연히 미쳐야지. 너 같은 새끼가 내 대가리에 앉아 있었는데 안 미칠 수 있겠어? 내가 씨발 살다살다 같은 식구 등에 칼을 꽂을 줄은 몰랐네, 씨발.”

    “뭣들 해? 최종혁 경정 무장 해제시켜.”

    “박종명 씨. 조희구에게 뇌물 받으셨죠? 당신을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쿵!

    박종명들의 심장이 떨어져 내린다.

    박종명은 이를 악물었다.

    “뭣들해! 이 미친 새끼 무장 해제…….”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조용한 인천공항을 꿰뚫는 분노 어린 목소리.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던 사람들 전부 눈을 부릅떴다.

    ‘미, 민정수석!’

    현 정부의 김정국 민정수석비서관.

    그의 등장에 놀란 경찰들과 검찰들이 다급히 거수경례를 한다.

    뚜벅뚜벅!

    거친 걸음으로 다가온 김정국 민정수석이 눈을 가늘게 뜨며 검찰과 경찰을 훑어본다.

    그러다 종혁을 보곤 싱긋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최 경정. 아니, 이젠 대장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처음 보는 것임에도 아는 척하는 모습에 종혁은 눈을 빛냈다.

    “하하. 아무렇게나 불러 주십시오, 민정수석님.”

    “그래요. 그래서 지금 무슨 상황입니까?”

    “그게…….”

    “최 대장, 감당하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 거야.”

    민정수석이 작은 의혹만 품어도 손해를 볼 상황.

    종혁은 낮게 으르렁거리는 박종명을 무시하며 민정수석을 봤고,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조희구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입니다.”

    “결국 선을 넘겠다는 거군.”

    종혁과 박종명을 번갈아 본 민정수석은 속으로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 늦은 시간에 왜 날 여기로 보내나 했더니…….’

    가 보면 알 거라고 짓궂게 웃으며 보낸 박명후 대통령과 그런 박명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났던 종혁.

    그러나 지금 그런 걸 따지면 안 된다.

    언뜻 들어도 심각한 사안. 사감 따윌 섞을 순 없었다.

    “더 들으실 필요 없습니다. 모두 정신 빠진 어린 경찰의 헛소리…….”

    “증거는 있습니까?”

    “민정수석님.”

    “그만.”

    박종명을 멈춰 세운 민정수석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종혁을 봤다.

    종혁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정권이 흔들릴 만한 게이트. 그의 두 눈에 서릿발 냉기가 들어찬다.

    “증거가 없는데도 지껄인 거라면 그 책임이 아주 무거울 겁니다, 최 경정.”

    그 말에 종혁은 박종명을 응시했다.

    ‘진짜 마음에 들진 않았는데…….’

    그래도 경찰 개혁, 공권력 향상에 힘을 썼던 박종명.

    그러나 결국 개인의 영달을 위해 경찰로선 해선 안 되는 범죄를 저지른 그.

    분노와 씁쓸함이 종혁의 얼굴을 물들이고, 그걸 본 박종명은 미간을 좁혔다.

    ‘서, 설마?’

    ‘이제 끝냅시다.’

    그의 가슴에 불안감이 번지는 순간, 종혁의 손이 품 안으로 들어갔다가 수첩 따위를 쥔 채 빠져나온다.

    그와 동시에 철렁하고 내려앉는 박종명의 심장.

    ‘아,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한다!’

    그러나 그의 몸은 주인의 의지를 배신하며 손을 뻗었고, 그걸 본 종혁은 그 손을 쳐 내며 크게 외쳤다.

    “김 과장님! 강 검사님-!”

    “막아-!”

    “씨부랄-!”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부산청 광수대와 다급히 달려나와 그 앞을 막아서는 특수범죄수사과, 본청 광수대.

    강철선과 중앙지검 특수부도 부산에서 올라온 검사들을 막는다.

    오택수도 특수범죄수사과 옆에 서서 경찰들을 막는다.

    “뭐하는 거야! 비켜, 씨발!”

    “씨발, 이게 뭔 짓인지! 일단 막아! 막으라고!”

    “야, 김 과장! 너 이거 감당 못해, 알아?!”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인천공항.

    그걸 무심하게 본 종혁은 조희구에게 넘겨받은 증거들을 민정수석에게 내밀었다.

    “원본입니다.”

    결국 넘겨지는 증거.

    이를 악물며 종혁이 내민 증거를 살핀 민정수석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박명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대통령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쿠웅!

    나지막하게 작음에도 시끄러운 난장판 속, 사람들의 귀를 꿰뚫는 섬뜩한 말.

    뚫고, 막는 것에 애를 쓰던 몸들이 힘을 잃기 시작한다.

    이윽고 조용해진 인천공항.

    몸을 돌린 민정수석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종명에게로 걸어가 그 앞에 섰다.

    “할 말이 있습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품에 넣고 온 권총을 뽑아 증거를 인멸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빼도 박도 못하게 된다. 정말 끝.

    종혁의 살생부에 누가 적혀 있는지 모를 박종명은 어느새 출동한 공항 경비대를 힐끔 보곤 애써 이성의 끈을 붙잡았다.

    “……오해십니다.”

    “그건 차차 밝혀지겠죠. 박 청장, 잠시 직무를 내려놓도록 하세요.”

    “이번 결정 후회하실 겁니다.”

    그렇게 말한 박종명은 종혁을 가만히 응시했다.

    차가운 분노. 그의 눈이 지독한 한을 담은 채 종혁을 노려보았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각오하라는 듯.

    종혁도 그런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해 주었다.

    “같은 식구 등에 칼을 꽂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야, 최 경정! 듣고 있냐, 이 어린 새끼야!”

    경찰은 경찰에게, 검찰은 검찰에게 끌려 인천공항 밖으로 내몰린다.

    종혁은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선유컴퍼니까지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한숨을 뱉어 냈다.

    시원하면서도 씁쓸하고, 화가 나면서도 슬픈 복잡한 마음.

    김정국 민정수석이 그런 종혁을 안쓰럽다는 듯 본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감사합니다.”

    종혁의 어깨를 토닥인 민정수석은 몸을 돌려 멀어졌고, 코에 휴지를 끼워 넣은 오택수가 종혁에게 다가선다.

    “야, 정말 괜찮겠냐? 특수대 해산하는 거 아니야?”

    특별범죄수사대 대장이 경찰청장을 쳤다. 그것도 경찰청장이 손수 만든 독립적인 수사부서가.

    박종명을 대신하여 누가 그 자리에 앉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유를 막론하고 가족의 등을 찌른 이를 좋게 볼 리가 없었다.

    “최 청장님과 이 청장님이 힘써 준다고 했어요.”

    최기룡 전 경찰청장과 이택문 전 경찰청장. 둘이 파벌의 경찰들을 움직여 특별범죄수사대의 해산을 막아설 거다.

    “오 경감님, 재수, 세라, 철이 모두 특수대에 남게 될 테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넌? 씨발. 넌 새꺄!”

    “어쩔 수 있겠습니까. 징계 받아야지.”

    “씨발-!”

    종혁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걱정을 보내오는 오택수의 모습에 결국 터트리고 말았다.

    “푸핫!”

    “웃어? 지금 웃음이…… 아, 씨발. 잠깐.”

    “큭큭. 이제 알겠어요?”

    박종명이 저지른 짓을 알면서도 그에게 충성하던 이들도 있겠지만, 분명 이번 사건의 전말을 아직 모르고 있는 이들은 충분히 종혁을 비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박종명이 저지른 일이 밝혀지기 전까지일 뿐.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경찰이, 그것도 그 경찰의 수장이 도리어 국민의 등쳐 먹은 사기꾼을 도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그를 옹호한다?

    박종명이 현 정권을 흔들 게이트를 열면서 최기룡과 이택문을 따르는 이들을 막아설 이들이 없는 지금,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어떤 꼴이 될지는 뻔했다.

    “아무리 같은 식구라지만, 국민들 눈에서 피를 뽑아낸 새끼를 옹호할 놈은 우리 경찰에 필요 없습니다.”

    “너 이…….”

    지이잉! 지이잉!

    “예. 나탈리아.”

    -처리조가 온 것 같아요.

    꽈악!

    종혁의 주먹이 쥐어지고, 저 밑바닥부터 치솟은 살의가 코를 통해 뿜어진다.

    “후우. 조심해요.”

    -후훗. 걱정 말아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씩씩 거리는 오택수의 등을 쳤다.

    “그만 화내고 갑시다. 끝내러. 예, 차장님.”

    3막의 시작. 이 장구한 사기극의 마지막 막이 올랐고, 국정원이라는 무대 아래서 연기하던 배우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   *   *

    새벽 3시의 짙은 어둠에 바람 소리마저 숨을 죽이는 하이난의 하이커우시 외곽.

    골목에 숨은 스무 쌍의 눈이 커다란 하얀색 저택을 응시한다.

    주변에 똑같이 생긴 저택이 여러 개인 빌라 촌.

    “조장님, 어차피 조희구도 계속 저기 있지 않을 텐데 밖으로 나올 때 처리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군 장성이 머무는 저택이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고 해도 하이난을 무사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을 수 있었다.

    “언제 나올 줄 알고……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좋겠지?”

    제아무리 제2기획실이 오늘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조희구를 제거하기를 원한다는 사족을 붙이긴 했지만, 위험성이 너무 큰 작전이다.

    자칫 회사의 존재가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조희구도 저희를 의식하고 있을 테니 곧 내륙으로 도망치지 않겠습니까?”

    “배에 폭탄을 설치하자?”

    “뭐 해군 함정 같은 걸 이용하면 어쩔 수 없지만…….”

    어차피 자신들은 계속 뒤를 따라붙을 거다. 조희구가 틈을 보이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오케이. 알았어. 그럼 잠깐 긴장 좀 풀자.”

    “후우.”

    “하아.”

    철그럭, 철그럭.

    권총이나 칼 따위를 내린 그들은 담배가 든 주머니에 손을 가져가려다가 멈췄다. 이 어두운 밤 담뱃불을 붙인다는 건 수상한 사람들이 여기 있으니 잡아가 달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지만 그들은 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네. 지부장이나 되는 양반이 배신을 하다니…….”

    그것도 회사 역사상 최고 수익을 올린 주인공이.

    “그래서 욕심이 났나 보죠.”

    “중국 지부들에서 연락 안 왔지?”

    안가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비상망에 공지를 올려 둔 그들.

    “아직까지 연락이 안 오는 거 보면 한 명도 남김없이 싹 다 끌려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최종혁이 바이칼호 프로젝트 사원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가고 있으니 곧 상황을 알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하긴 했는데…….”

    “씁. 골치 아프구만.”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싶은데, 그래야 작전을 확실하게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욕심이 난 게 분명하다니까요. 그리고 뭐든 무슨 상관입니까?”

    회사가 사원의 은퇴, 아니 처형을 바라고 있다.

    실수는 은퇴지만, 배신은 처형.

    지원과 소속의 사냥개인 그들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일단 철수하자. 1팀은 남아서 감시하고, 2팀은 나랑 철수…….”

    퍽!

    “어?”

    과장이라 불린 사내는 갑자기 망치가 후려친 것 같은 허벅지를 봤다가 눈을 껌뻑였다.

    “주사…… 기?”

    마취탄. 마취탄이었다.

    그리고 한발 늦게 울리는 둔중한 총소리와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총을 든 사람들.

    “엎드려! 엎드리라고!”

    “움직이지 마! 엎드려!”

    ‘씨발!’

    들켰다.

    그들은 들켰을 때의 행동 강령에 따라 목에 건 목걸이나 손에 낀 반지로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불이 뿜어지는 습격자들의 총구.

    타다다다다당!

    “크악!”

    “아아악!”

    본사의 사냥개들이 온몸이 찢기는 충격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어째서 들킨 건가 하는 의구심을 품으며.

    그런 그들의 의구심은 이내 곧 등장하는 인물로 인해 풀리게 됐다.

    뚜벅뚜벅.

    “어이, 개새끼들.”

    조희구다. 그 순간 그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배신자가-!”

    조희구는 이미 자신들이 미행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역으로 함정을 팠고, 자신들은 별다른 의심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걸렸던 것이다. 그러면 안 됐음에도 멍청하게.

    조희구는 치를 떠는 그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급하게 오느라 흔적을 여기저기에 남기고 왔지? 너희 중에는 본사에 있다가 출발한 놈도 있을 테고.”

    오싹!

    “너, 너 지금 뭘 하려고?”

    “어쩌겠냐. 내가 살려면 본사가 정신없도록 만들어야지. 아니, 이 기회에 싹 쓸어버려야지.”

    “조희구-! 너 이……!”

    타앙!

    “끄으으으윽!”

    “너도 좀 자고 있어.”

    콧방귀를 뀐 조희구는 뒤에서 재밌다는 듯 웃고 있는 나탈리아와 헨리, 탕지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시간상 배를 이용하진 않았을 테니, 인천공항에서부터 더듬어 가면 될 겁니다.”

    경유 노선이나 중국에 도착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했다고 보기엔 너무 빨리 도착한 본사의 처리조.

    분명 인천공항에서 직항 노선을 탔을 테고, 그러면 출입국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중국 지부장들에게 총을 발사한 시각부터 이들이 인천공항까지 도착한 시간을 계산하면 한국의 어디서 출발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위치들이 나올 터.

    그 일대 CCTV를 뒤져 보면 분명 본사 근처까지 접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조희구의 말에 나탈리아와 헨리, 탕지얀은 혀를 내둘렀다.

    이래서 능력 있는 변절자가 무서운 것이었다.

    *   *   *

    “후우.”

    중국으로 파견된 처리조의 일도 있지만, 경찰 본청에서 전해진 경악스런 소식에 그 누구도 퇴근을 하지 못한 본사의 제2기획실.

    ‘조희구를 그냥 뺏기지는 않았다라…….’

    “푸핫! 푸하하하하!”

    인정한다.

    이 정도 집념이면 진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 씨발. 결국 자빠트리네.”

    이젠 정말 안 될 것 같다.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제2기획실장은 종혁의 처리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저, 실장님. 바이칼호 프로젝트 사원들과는 내일 아침쯤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대체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말이다.

    “알았어. 아니다. 그냥 다 퇴근해. 새벽인데 다들 뭐하는 거야.”

    “아, 아닙니다. 실장님이 아직 퇴근을 안 하셨는데 저희가 어떻게…….”

    “어이구. 됐으니까 퇴근들 하시라고요. 내일 아침에 골골거리면 죽여 버릴 테니까.”

    “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

    “……그래. 찐하게 한 잔만 타 주라.”

    고개를 끄덕인 직원이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조용한 제2기획실을 울리는 내선전화기.

    이 시간에 전화 올 곳은 딱 한 곳밖에 없었기에 눈을 빛낸 제2기획실장은 치솟는 기쁨을 숨기지 않고 냉큼 전화를 받았다.

    “예, 2기획실장입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제2기획실장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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