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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49화 (549/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49화>

    “Иди в.(들어가).”

    쿠당탕!

    “크윽!”

    느닷없이 잡혀 와 리조트의 방에 내팽개쳐진 중국 서부 지부의 사원들이 SVR 요원들을 노려봤다가 살벌한 시선에 고개를 돌린다.

    SVR과 함께 온 조직을 배신한 개새끼. 자신들의 몸을 샅샅이 훑었던 바실리 마카로프, 아니 김경후.

    애초부터 아진 소코로비쉬는 SVR이 파 놓은 함정이었던 것이다.

    언제고 다시 돌아올 자신들을 위해.

    러시아에서 사기를 칠 간 큰 타 국적의 사기꾼들을 위해.

    ‘빌어먹을. 실책이다.’

    선유컴퍼니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을 뺏긴 것부터 여러 가지가.

    ‘일단 저들이 처음부터 선유컴퍼니를 감시를 하고 있었다 치면…….’

    좁은 방에 모여 있는 선유컴퍼니의 사원들과 중국 서부 지부 사원들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일단 조희구 지부장은 잡혔다고 봐야겠네.’

    어쩌면 동부 지부까지 다 잡혔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까지 상정하고 생각을 해야 된다.

    ‘아니지. 그것보다 일단 이 상황을 회사에 알려야 해.’

    다행히 자신들이 회사 소속임이 들키지 않은 상황. 아직 기회는 있었다.

    서로를 본 그들 중 한 명이 문 앞에 서서 이쪽을 감시하고 있는 SVR 요원에게 다가갔다.

    “이, 익스큐즈 미?”

    SVR 요원은 되지도 않는 발음에 코웃음을 쳤다.

    “중국어로 해. 알아들으니까.”

    너무도 유창한 중국어.

    “크흠. 가족에게 연락을 하고 싶습니다.”

    “닥쳐.”

    “뭐? 아니, 옆에서 감시하고 있어도 상관없으니까 가족에게 연락 좀 하게 해 달라고!”

    “이 자식이!”

    얼굴이 달아오른 요원이 주먹을 들 때였다.

    “그만.”

    “바실리!”

    “그냥 문자로 보내라고 해. 그럼 감시하기 편하잖아.”

    “아.”

    요원은 알아들었다는 제스처를 보였고, 김경후는 중국 서부 지부의 사원을 빤히 응시했다.

    “너 이름이 뭐지?”

    “호, 홍 차엔입니다.”

    “직급과 가족 관계는?”

    “지, 직급은 과장이고, 가족은 아내와…… 강아지가 있습니다. 예, 개가!”

    “좋아, 홍 차엔 과장. 가족이 걱정할 것 같다기에 허락은 해 주는데, 이 이상의 자비를 바라면 안 될 거야. 만약 더 욕심을 냈다간…….”

    “끄아아아아악!”

    “저 친구 다음 순번이 될 테니까.”

    당신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 따라오라고 끌려간 중국 서부의 지부장. 이건 분명 그의 목소리였다.

    꿀꺽!

    “아, 알겠습니다.”

    “이 친구 핸드폰 돌려줘.”

    김경후는 그 말에 엉덩이를 들썩이는 다른 사원들을 훑어보며 코웃음을 터트렸다.

    “한 명씩 차례대로 하게 해 줘. 러시아로 돌아가면 술 한잔 살게.”

    “쯧. 약속한 거야.”

    “수고해.”

    김경후는 요원의 어깨를 두드리곤 돌아섰고, 요원은 혀를 차며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윽고 다른 요원이 사원들에게서 압수한 핸드폰들을 가져왔다.

    “이 중에 뭐냐?”

    “이, 이겁니다.”

    “내 옆에서 해.”

    고개를 끄덕인 홍 차엔 과장은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지지. 주인도 몰라보는 당신 개는 잘 있지? 당신은 좀 어때? 내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몇 달은 못 돌아갈 것 같아. 속옷이랑 옷은 현지에서 구하면 되니까…….

    이후 사원들은 한 명씩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고, 리조트 건물을 빠져나온 김경후는 나른하게 웃으며 담배를 물었다.

    “2막 시작이군.”

    *   *   *

    본사의 제2기획실.

    제2기획실장의 입에서 불이 뿜어진다.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오늘 아침, 갑자기 부산지검과 부산청 광수대에 알려진 조희구와 선유컴퍼니의 목격담.

    그에 중국 동부 지부와 서부 지부에 급히 연락을 해 봤지만, 모두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 조희구와 도경수 차장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비상이었다.

    “…….”

    “다들 다물고만 있을 거야?! 그러고도 월급 받아 가고 싶어?!”

    “실장님!”

    “왜!”

    “중국 서부 지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

    자리를 박찬 그가 빠르게 사원에게 달려간다.

    “뭐라고 왔는데!”

    사원은 대답 대신 문자 내용을 보여 줬고, 제2기획실장은 눈을 부릅떴다.

    “주인, 아니 회사를 배신한 개새끼가…… 몇 달 먼 곳에 있어야 한다…….”

    수십 개의 문자, 아니 암호를 빠르게 훑어 내린 그는 그 아찔한 내용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러니까…… 아진 소코로비쉬가 애초부터 함정이었다?”

    SVR, 아니 러시아가 쳐 놓은 함정이라고 적혀 있다. 회사를 배신한 개새끼를 대동해서.

    오싹!

    “최, 최종혁.”

    “예?”

    “최종혁과 오택수 지금 호텔에 있는지 알아봐. 당장!”

    “예, 예!”

    사원은 다급히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전화가 걸려 왔다.

    “둘 모두 침대에 뻗어 있다고 합니다.”

    오늘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시다 커튼을 열어 놓은 채 잠든 둘.

    “최종혁은 모르는 일이다?”

    이 모두 종혁의 작전이 아닌가 하는 가설이 사라진다.

    ‘아니, SVR이라면 곧 부를 수도 있겠군.’

    그렇다면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니기에 일단 뒤로 밀쳐 둔 제2기획실장은 이 상황, 사건의 본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어째서?’

    그 거대한 강국이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

    아주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서부 지부는 올데가르히를 빨아 먹기 위한 일이라고 했지만…….’

    그 순간 두 명의 인물이 제2기획실장의 머릿속을 스친다.

    “아이반. 빅토르.”

    ‘아니, 빅토르 로마노프겠군. 빌어먹을. 그놈의 영향력이 이렇게 컸던가?’

    돈 많은 부자가 사기를 당할 뻔한 것에 분노하니 그와 연결된 권력가들이 나서서 SVR을 압박한 거다. 그래야 말이 되고, 러시아는 충분히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나라였다.

    “조희구…… 이 개새끼!”

    연락이 안 되는 걸 보니 조희구와 동부 지부까지 모두 잡혀간 것 같은 상황이다.

    조희구가 도경수를 만났기에 이 사달이 난 것이었다.

    “으아아아악!”

    눈이 돌아간 제2기획실장은 손에 잡히는 모든 걸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차분히 계책을 마련했을 그. 그러나 종혁에게 당한 게 많다 보니 그는 꽤 신경질적으로 변해 있었다.

    한참 동안 사무실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제2기획실장은 손에 잡히는 게 없자 그제야 화를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후욱! 후!”

    분노가 어느 정도 가시자 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다행이라면 아직 회사 소속임이 들키지 않은 상황.

    “일단 조 지부장부터 빼내야겠군.”

    갈가리 찢어발겨도 시원치 않은 조희구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살려서 빼내야 했다. 한시라도 빨리.

    SVR은 법 위에 있는 놈들. 조희구에게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어떤 수단을 쓸지 몰랐다.

    ‘고문 같은 걸 해도 조 지부장이야 버틸 테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능력만큼 욕심도 많은 조희구. SVR이 더 큰 걸 제시하면 넘어갈 수도 있는 놈이다.

    그러니 얼른 빼내야 했다.

    ‘그래야 내가 살고, 제2기획실이 살아!’

    그다음 회사의 손길이 닿은 판사와 교도소장에게 조희구를 맡긴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터였다.

    생각을 정리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까 CIA가 개입했는지, 또 정확히 SVR의 누가 개입했는지 확인해 보고…… 외교부에 있는 끈이 누구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타다다다닥!

    “이 사람들입니다.”

    “중국에 연락하라고 해. 중국에 있는 조희구의 신변을 확보해 넘겨 달라고.”

    “예?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알아! 안다고!”

    겉으로 오픈된 순간 가치가 줄어들 숨겨진 칼들.

    방해를 받은 종혁의 인맥들이 화를 내겠지만, 극형을 받은 조희구가 쓸데없는 말을 나불거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차라리 죽여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놈의 9조 원. 회사 역사상 최고의 수익이란 게 발목을 잡는다.

    “그러니 외교부 끈들이 움직이기 쉽게…….”

    전방위로 움직여야 한다.

    그는 해야 될 일을 빠르게 말했고, 제2기획실의 직원들은 묘한 얼굴로 그의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명심해. 최종혁보다, 아니 다른 놈들보다 우리가 먼저 조 지부장을 확보해야 되는 거야.”

    조희구가 딴마음을 먹기 전에.

    그를 위해 버릴 건 버린다.

    “알았어?”

    “예!”

    “시작해.”

    제2기획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조희구 발견?

    중국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는 조희구! 검경은 뭘 하는 건가!

    선유컴퍼니도 발견!

    모두 민간인이 발견했다! 무능한 검경!

    한국이 뒤집어졌다.

    그 시각 중국의 칭다오.

    간식으로 칭다오의 명물 바지락찜에 칭다오 맥주를 마시던 종혁이 한국에서 걸려 온 전화에 눈빛을 가라앉힌다.

    “그렇단 말이죠?”

    -응. 그 양반이 부산 쪽에 끈을 가지고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진짜 얼마나 놀랐는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인연이 깊은 한 언론사의 박영일 사회부 부장.

    -종혁아, 이거 뭐냐?

    “뭐긴 뭐예요. 직업 정신이 투철한 기자님들께서 본인의 일을 하신 거지.”

    -그런데 왜 조희구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면 연락을 달라고 했던 거야? 정보원이 누군지는 또 왜 물어보고? 너 이거 뭐 있지? 뭐야, 뭔데?

    “저 거기다 500억 꼬라박았습니다. 사례라도 해 드려야죠.”

    -이 미친 새끼……. 야, 이 미친놈아. 뻔히 사기인 게 보이는데 형사란 놈이!

    “끊을게요!”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오택수를 봤다.

    “살생부 잘 적고 있죠?”

    “걱정 마라.”

    이로써 언론쪽 살생부는 모두 완성됐다.

    조희구와 선유컴퍼니의 목격담은 부산경찰청 광수대와 부산지검에게만 넘겨진 정보다.

    제 모가지를 간수하기 위해선 결코 언론에 오픈해선 안 될 정보. 아무리 기자라고 해도 민간인이 검경보다 먼저 증거를 입수한다는 건 곧 무능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즉, 이걸 안다는 것 자체가 놈들의 하수인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밖에 안 된다.

    종혁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노트북 속, 시끄럽기 그지없는 포털 사이트를 응시했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예.”

    -최, 박종명이 전화를 해 오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놓고 온 핸드폰.

    “연결시켜요.”

    -예.

    -최 대장, 지금 어디지?

    “어우. 예, 청장님. 지금 막 피해자 만나고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감도가 좋지 않군.

    “여기가 전파가 잘 안 터져서 말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십니까?”

    -복귀는 언제쯤 할 생각이지?

    “오늘 일본 경시청과 약속이 있어서 그것만 끝난다면 바로 넘어갈 생각입니다만?”

    -알았어.

    “예? 예…….”

    -최 대장,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마. 알았어?

    종혁은 그 말을 끝으로 끊긴 전화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놈들이 박종명을 버리려 한다?”

    왠지 다급하고 초조했던 박종명의 목소리. 마치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에 대해 몰랐다는 듯 그는 당황하고 있었다.

    종혁의 시선이 조희구에게서 압수한 핸드폰과 수첩으로 향한다.

    조희구 차일드의 연락처가 적힌 수첩과 조희구가 조희구 차일드와 연락을 주고받은 핸드폰. 아니, 살생부.

    “진짜 박종명이 일개 하수인이라고?”

    부산청장과 광수대장, 부산지검장까지 모두.

    연락처에 명단이 적혀 있는 걸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되니 맥이 빠지면서도 분노가 솟구친다.

    “정말 고작 돈 때문에 이딴 짓을 벌였다는 말이지…….”

    빠드드드드득!

    종혁의 얼굴이 도깨비처럼 일그러진다.

    또각또각!

    “최, 한국의 외교부가 움직였어요.”

    “역시 조희구는 버리지 못하네요.”

    놈들은 어떻게든 조희구를 넘겨받으려고 하는 거다. 자신들이 직접 법정에 세우기 위해.

    ‘그리고 개씨발 좆같이 낮은 형량을 받게 한 후 조희구의 돈을 빼내려는 거겠지.’

    현재 입을 꾹 다물고 있기에 행방을 알 수 없는 9조 원.

    “재밌네.”

    예상했던 시나리오지만, 그래서 더 재밌다.

    ‘이거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약간 수정해야 할 것 같은데?’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나탈리아.”

    “중국 정부는 한국보다 우리 러시아를 더 좋아한답니다.”

    “고마워요.”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3시간 뒤에 일본에 있는 대역들을 불러들일게요. 자, 여기요.”

    물, 아니 놈들에게서 수거한 특수 약물들을 모아 놓은 통을 넘겨받은 종혁은 조희구가 따로 갇혀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의아해하며 몸을 일으킨 조희구.

    촤악!

    그 순간 특수한 약물에 흠뻑 젖은 조희구는 잠시 멍해졌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네놈-!”

    콰악!

    “컥?!”

    목을 틀어쥔 종혁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악마의 유혹보다 더 달콤하게.

    “야. 너 회사한테 은퇴당할래, 아니면 내 보호 아래에서 살래?”

    “……!”

    종혁은 경악하는 그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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