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44화 (54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44화>

    달이 가장 높이 뜬 자정.

    한정식집을 나선 박노형이 담배를 문다.

    곧게 솟은 소나무들 사이로 싸늘히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지독히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몰랐습니다.”

    “그러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현 대표는 알고 있습니까?”

    “대통령님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당대표님께서는 모르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 나라를 위해,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도 범죄에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 현몽준이다. 이런 일로 신경을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당분간은 말이죠.”

    그가 대권을 노리게 되면 알아야 할 일. 오픈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현 대표는 참 복 받은 사람이군요.”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었다. 물론 자신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었다.

    “그러면 국정원은 알고 있습니까?”

    “국내 파트 차장님께서 알고 계십니다.”

    “그 친구를 말하시는 거군요. 참 고마운 분이죠. 덕분에 내가 사랑하는 이 나라가 많은 위협과 약탈에서도 지켜질 수 있으니까요.”

    기밀 및 기술 탈취 등 지금 이 시각에도 국민들은 모를 수면 아래에서 발생하고 있는 소리 없는 전쟁들.

    그 선봉에서 싸우는 국정원의 희생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국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국정원뿐만이 아니다. 검찰, 경찰, 군대, 하물며 일반 국민들까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이 나라를 지키고 또 발전시키고 있다.

    “그런 나라인데 감히…….”

    콰드득!

    박노형의 손아귀에서 종이컵이 구겨지며 커피를 쏟아 낸다.

    그걸 힐끔 본 종혁은 오늘따라 크게 뜬 달을 응시했다.

    “털어 낼 건 털어 내셔야 할 겁니다.”

    단 한 톨의 티끌조차 없어야 잡을 수 있는 놈들이다.

    박노형의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가진 건 쥐뿔도 없던 못난 날 위해 애써 준 사람들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종혁은 허리를 깊이 숙였고, 박노형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긴 그래야 이 나라가 깨끗해지겠지요. 후. 알겠습니다. 내 박명후 대통령을 만나 보겠습니다.”

    놈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선 현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하다.

    “대통령님의 큰 결단,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거 든든해지는 말이군요.”

    “이거면 주머니도 든든해지실 겁니다.”

    “권&박 홀딩스…… 권회수 그분의 따님께서 운영하는 회사라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현재 미국발 세계 경제 폭락으로 재미를 보고 있으니, 지금 편승한다고 해도 주변 분들을 다독일 수준은 될 겁니다.”

    “거부할 수 없겠군요.”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사람들을 쳐내야 한다. 어쩌면 아내와 자식, 일가친척까지도.

    남은 이들을 달래기 위해선 이런 돈이 필요했다.

    명함을 안주머니에 찔러 넣은 박노형은 다 피운 담배를 버리며 새 담배를 물었다.

    “뿌리 뽑을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야 될 겁니다.”

    살점과 뼈를 끊어 내는 고통을 감내했다. 그러니 종혁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해 줘야 했다.

    “아니면 죽은 권력도 권력이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앞으로 저분들께서 대통령님을 지키게 될 겁니다.”

    척! 척! 척!

    어둠 속에서 검은색 슈트를 입은 채 걸어 나오는 사람들.

    척!

    “전체 차렷! 대통령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박노형은 설명을 바라는 눈으로 종혁을 봤다.

    “이 나라와 이 나라 국민을 위해 청춘과 목숨을 바치셨지만,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신 분들입니다.”

    정치에 휘말려 허무하게 제대를 한 군인.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는 약간의 장애를 입었음에도 제대를 강요당한 군인.

    부당한 걸 말했을 뿐인데도 제대를 당하고, 제대를 했음에도 이런저런 이유들로 취업이 불가능해진 군인.

    그 외에도 참 많은 이유로 희생에 대한 보답을 받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

    그런 이들을 권회수가 거두어 케어했고, 또 케어하는 중이다. 어디 희생에 보답을 바라겠냐마는 그렇기에 더 보답을 해 줘야 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귀신이라 꼽히는 이들이 바로 오늘 소집한 이 사람들이었다.

    “권회수 그분께서…… 허허. 이 나라는 아직도 바뀌어야 할 것이 많군요. 임기 때 어떻게든 중임제를 통과시켜야 했나 봅니다.”

    “참고로 전 찬성했습니다.”

    “으하하핫!”

    딱히 박노형이 마음에 들어서 찬성을 했던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재가 우려될 수도 있긴 하나, 재임을 바라는 대통령이 더더욱 노력할 이유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최 대장과 권회수 그분의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이죠. 반갑습니다, 박노형입니다. 이젠 일개 야인이니 대통령이란 딱딱한 명칭 말고 형이나 삼촌 정도로 불러 주세요.”

    “그럼 앞으로 의뢰인이라고 칭하겠습니다.”

    “그래요. 차차 바꿔 갑시다.”

    박노형은 종혁을 봤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나이가 들어선지 요새는 잠들면 잘 깨지 못하더군요.”

    “유념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박노형은 가장 선두에 선 중년인의 어깨에 팔을 얹으며 돌아섰다.

    “혹시 막걸리 좋아합니까? 내 아내가 파전을 아주 기가 막히게 굽습니다.”

    “이, 이 시간에 그러시면 혼나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안사람은 제가 아주 꽉 잡고 있으니까! 하하핫!”

    종혁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그들을 응시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대한민국은 내가 다 지키지.”

    “나도 지킨다, 짜샤. 나뿐이냐? 수백만, 수천만 국민들이 지킨다!”

    “하핫!”

    “특수에 있을 때도 나 몰래 어딜 그렇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나 했다만은…….”

    김종두 과장의 눈이 가늘게 떠지자 종혁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난 뭘 해야 되냐?”

    객관적으로 봐도 김종두 자신은 참 별게 없다.

    종혁은 그 끝 모를 자금과 호화찬란한 인맥이 있고, 정용진은 정보국이라는 단체가 있다.

    그러나 자신에겐 겨우 특수범죄수사과와 그간 현장에서 다진 인맥들이 전부였다.

    “과장님이 계셔서 제가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실 겁니다.”

    “……썩을 놈. 알았다. 간다.”

    혀를 차며 몸을 돌린 김종두의 이가 악물어진다.

    무력하다. 너무 무력하다.

    까득!

    ‘위로 올라가야겠군.’

    본청 과장으로도 충분했기에 꿈에서도 쳐다보지 않았던 상부.

    괴물들의 각축장. 마굴.

    아무래도 그곳에 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이 무력함이 사라질 것 같다.

    “미친개들을 소집해야겠어.”

    자신의 편이 되어 줄 미친개들. 정치인, 재벌 가리지 않고 아무나 물어뜯는 개새끼들. 온갖 압박에 제 성질을 죽인 채 끙끙거리고 있을 놈들을 소집해야 될 것 같다.

    “앞으로 대가리 좀 빠개지겠구만.”

    김종두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길을 내려갔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그 심정을 읽은 종혁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지원은 확실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김종두가 위로 향할 욕심을 드러냈으니 앞으로 당분간은 보지 못할 거다. 상부로 향하기 위해선 지방 순회, 지방서부터 시작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

    “진짜 넌…….”

    최재수도 아연실색한 얼굴로 종혁을 본다.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종혁. 하지만 이렇게까지 초월할 줄은 몰랐다.

    “하하.”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어떡하긴요. 이번 사건에 집중해야죠.”

    놈들이 방심할 그 순간을 위해.

    러시아 바이칼호에 있는 놈들마저 움직일 그날을 위해.

    한순간 몰아칠 그때, 사냥의 순간을 위해 숨을 죽이고 있어야 했다.

    “갑시다. 그 많은 사람들 만나러 다니려면 시간 없습니다.”

    “야. 제야의 종소리는 집에서 볼 수 있는 거지?”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아니, 노력이 아니라 확답을 줘 봐.”

    “노력한다니까요.”

    그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차에 올랐다.

    *   *   *

    스악, 따앙!

    중국 대륙의 따뜻한 남쪽에서 울리는 호쾌한 소리.

    “나이스 샷.”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조희구의 빨랫줄 같은 드라이브샷을 축하한다.

    “왕유춘 대리라고 했었나?”

    “아무렇게나 불러 주시면 됩니다.”

    “그럼 왕 대리라고 할게.”

    위장된 신분은 지켜 줘야 하는 게 룰.

    “왕 대리도 쳐 보지?”

    “죄송합니다. 운동 신경이 좋지 않아서 지부장님의 발목만 잡을 겁니다. 그래도 실내골프장에 등록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지부장님과 함께 필드에 나올 실력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대리 아니랄까 봐 말은 잘해.”

    피식 웃은 조희구는 캐디에게 골프채를 넘기곤 왕유춘 대리, 아니 최성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최성현은 그에게 태블릿 PC를 넘겨주었다.

    이윽고 자리를 정리하고 카트로 향하는 그들.

    “최종혁 때문이라고?”

    “본사 지시입니다.”

    “그 새끼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네.”

    잘 있던 칭다오에서 긴급히 벗어나 이 남쪽까지 내려온 조희구.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먼저 주신 자금 중 30퍼센트에 대한 세탁을 끝냈습니다.”

    “우리 같은 주제로 대화하는 거 맞지?”

    “다음 통장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대리한테 뭘 바라겠냐.”

    조희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옆을 따라오는 부하 직원에게 손가락을 까딱였고, 그는 얼른 지갑에서 메모지를 꺼내 최성현에게 내밀었다.

    “거기에 든 건 700억. 다음엔 50퍼센트쯤 끝내면 말해. 일일이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귀찮으니까.”

    최성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고, 조희구는 카트에 올랐다.

    “아, 오늘 저녁은 예쁜 아가씨들과 술을 마시고 싶네.”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땡큐.”

    시트에 편히 앉은 조희구는 그제야 태블릿 PC를 켰고, 이내 한국의 특집 영상이 흘러나왔다.

    -제발 좀 돌려줬으면 하죠.

    -조 회장님! 아니 조희구, 이 삐-! 야! 제발 그 돈 좀 돌려줘! 그거 우리 엄마 수술비라고!

    -우리 아들 결혼 자금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왜 그랬니! 왜 그랬어! 그깟 돈일 뿐인데 왜!

    -니 처자식들은 어떡하라고, 이 자식아!

    “끅끅. 병신들.”

    이 중 사기를 의심하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들이 중간에 돈을 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 정도면 됐다. 충분히 벌었다. 그런 결단만 내렸으면 됐다.

    하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조금만 더. 천 원이라도 더. 그 욕심을 부리다 이 사단이 난 거다.

    이들은 더 큰돈을 노리다 제 욕심에 잡아먹힌 돼지 새끼들일 뿐이었고, 조희구 자신은 그런 돼지 새끼들의 욕심을 이용한 죄밖에 없었다.

    “그래, 울어라. 더 울어. 끅끅끅끅!”

    최성현은 그런 괴물을 무심한 눈으로 응시하다 문자로 최고급 술집을 예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한 놈들이 병신이라는 건 같은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칭다오에서 이어진 일상의 하늘은 오늘도 맑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   *

    쿵쿵쿵!

    현관문이 두들겨지는 원룸.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자욱한 돼지우리가 따로 없는 작은 방에서 이십대 후반의 청년이 몸을 일으킨다.

    어젯밤 얼마나 달린 건지 얼굴이 퉁퉁 부은 그는 잠을 방해하는 불청객을 노려본다.

    “아으, 누구야.”

    쿵쿵쿵!

    “김진한 씨,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섬뜩!

    “겨, 경찰? 경찰이 왜?”

    정신이 번쩍 든 그는 숙취에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려 봤지만 딱히 뭔가 떠오르는 건 없었다.

    “어, 어제 술 사다가 편의점에서 토한 것 때문인가? 씨발, 대체 뭔데!”

    순간 그런 그의 머릿속에 경찰에서 날아온 소환장이 떠오른다.

    ‘시발! 설마 그것 때문에?!’

    “법대 다니는 친구가 그거 무시해도 된다고 했는데!”

    “김진한 씨, 문 열어 주세요. 안에 계신 거 다 압니다.”

    “예, 예! 나가요!”

    얼른 옷을 입은 그는 부리나케 문을 열었고, 종혁은 그런 그를 향해 경찰공무원증을 보여 주었다.

    “경찰 본청 특별범죄수사대 소속 최종혁 경정입니다. 김진한 씨 맞으시죠?”

    “네, 네! 그, 그런데 경찰이 저를 왜…….”

    “성인 사이트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신 후 음란물을 다운받으신 적 있죠?”

    “아뇨?! 그거 저 아닌데요?!”

    “증거 다 확보됐습니다. 거짓말하시면 위증죄 추가십니다.”

    “…….”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비켜서는 것밖에 없었다.

    “푸후우.”

    코를 찌르는 악취와 돼지우리가 따로 없는 방 꼬라지에 혀를 찬 종혁은 컴퓨터를 보며 눈을 빛냈다.

    “컴퓨터 좀 확인해도 될까요?”

    “네에…….”

    그의 허락에 컴퓨터를 켜며 앉은 종혁은 들고 온 손바닥만 한 기계를 컴퓨터 본체에 연결시켰고, 곧 모니터에 그가 다운받은 음란물들이 쫘르륵 올라오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이구. 많이도 받으셨네. 얼씨구? 업로드한 기록도 있으시네요?”

    종혁은 눈빛을 서늘히 가라앉히며 그를 봤다.

    “김진한 씨,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체포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삭제하실래요?”

    이름도 어려운 법을 위반했단 소리에 김진한은 다급해졌다.

    “사, 삭제할게요!”

    “컴퓨터 포맷을 시킬 건데 중요한 자료 있습니까?”

    “아, 아뇨? 악! 자, 잠깐만요! 거기 과제 있는데!”

    “네. 그럼 삭제하는 걸로 할게요?”

    종혁은 순철이 만들어 준 특제 포맷 프로그램을 실행시켰고, 곧 본체가 맹렬한 소리를 내며 컴퓨터에 저장된 모든 파일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안 돼-!”

    “아, 이렇게 삭제를 하는 거지만 증거가 명확하시기에 벌금은 내셔야 합니다. 이 부분 이해하셨죠?”

    “벌금이요!?”

    그는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그의 집을 나선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어, 세라야. 거긴 어때?”

    소환 날짜가 지났음에도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선 그들.

    보통 이런 사건에서 소환장을 날리면 사람들은 겁을 먹고 증거부터 인멸하려 든다.

    종혁이 소환장부터 날린 이유도 그 때문이다. 스스로 지워 버리도록.

    그런데 간혹 어설픈 법 지식으로 거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너무 멀어서 못 오겠다고 버티는 사람도 있다.

    종혁들은 그런 이들을 찾아 나선 거다.

    물론 소환에 응한 사람들도 직접 찾아가 정말로 지웠는지 확인을 했다.

    -수원은 끝. 화성으로 넘어갈게…….

    “그래. 수고해 줘.”

    피로가 가득한 세라의 목소리에 입맛을 다신 종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재수는 성남으로 향했고…….”

    경기도를 반으로 나누어 서쪽은 임세라가, 동쪽은 최재수가 맡기로 했다. 오택수는 충청도부터 아래로 훑고 내려가기로 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특수범죄수사과와 간편신고관리과 특별수사팀에서 지원을 받았고, 그래도 부족한 인력은 여유가 있는 동기들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엔 2만여 명이었지만, P2P 사이트에 올린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결국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실적이 쪼개지게 됐지만, 종혁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이 도시는 다 끝났으니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

    종혁은 차를 세워 둔 곳을 향해 발을 내디뎠고, 그 순간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후. 춥네, 이젠.”

    어느덧 11월 하순. 가을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만큼 정신없이 움직였다는 거겠지만…….”

    조주영을 사로잡은 이후 지난 보름간 집에 들어간 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니 정말 정신없이 움직이긴 했다.

    “아,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갑자기 피곤해지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발신자를 확인한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예, 김경후 씨.”

    본디 놈들의 사원이었지만, 약간의 오해로 인해 은퇴를 당할 뻔하다 종혁에게 사로잡힌 후 전향을 한 김 대리, 아니 김경후.

    현재 바이칼호에서 놈들과 똑같이 보물선 인양을 하는 듯 연기하며 놈들의 동태를 감시 중이다.

    -놈들이 움직였습니다.

    “그래요?”

    방금 전까지 춥다고 느꼈던 몸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놈들을 일거에 쓸어버리기 위해 기다린 몇 년의 세월.

    드디어 움직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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