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40화 (54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40화>

새벽 2시. 급히 사무실에 모였던 특별범죄수사대 대원들이 흩어진다.

“그럼 다들 수고하시고, 12시에 연락합시다. 철이 넌 뭐라도 나오면 바로바로 연락해 주고.”

“알갔습네다.”

“어우, 씨. 가평까진 또 언제 내려가냐.”

“피곤한데 가다가 괜히 사고 내지 말고 요 앞 제 빌라에서 자고 가요.”

“아, 그럴까? 재수야, 너도 갈래?”

“호텔비 영수 처리는 되는 거죠?”

“내가 언제 안 해 주는 거 봤냐?”

“여기 호텔비도 영수 처리를 해 줘?!”

“수사 비용이면.”

“씨발! 돌았네!”

웅성거리며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그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내려가기 시작하자, 계단 쪽에서 슬그머니 한 경찰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 그냥 중간 점검을 하려고 잠시 모인 것 같습니다.”

-누굴 체포해 왔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중간책 한 놈을 잡은 것 같습니다.”

-누군데?

“특수대 사무실 유치장에 갇혀서 누군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들은 것도 없어?

“방음이 잘되어 있는 탓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사무실에는 리순철 경장만 있는데 한번 슬쩍 떠볼까요?”

-아냐. 됐어.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알았어. 철수해.

자신들이 종혁을 감시하는 걸 들켜선 안 된다.

“예, 알겠습니다. 청장님께도 제 안부 전해 주십시오.”

통화를 종료한 경찰은 계단을 통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 대장 동태는 왜 확인하라는 거야? 긁어 부스럼은 또 무슨 말이고?”

그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한편 본청 건물 밖 주차장.

“다들 오늘 수고했고, 내일 연락합시다. 세라도 푹 쉬고. 아, 데려다줘?”

“나도 그 빌라 가 볼래!”

“……전 싫습니다! 절대! 네버!”

“왜에. 재수 씨, 내가 싫어? 나 섭섭하려고 그런다?”

최재수는 살려 달라고 종혁을 봤고, 종혁은 피식 웃었다.

“오 경감님 소주 좋아한다.”

“대, 대장님?!”

“오케이! 재수 씨, 가자!”

최재수는 발버둥 치며 끌려갔고, 그런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던 종혁은 담배를 물며 차에 올랐고, 오택수도 차에 올랐다.

부르릉!

차에 시동이 켜지자 계기판 아래 녹색불이 들어온다. 차에 도청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뜻.

둘은 그제야 불을 붙였다.

찰칵! 치이익!

“최 대장, 너도 느꼈지?”

“예.”

사무실을 나오던 그때, 그들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누군가 특별범죄수사대에 감시를 붙인 것이 분명했다.

“누굴까? 박종명일까? 아님…….”

치고 들어오는 타이밍이 공교로웠던 정용진 과장.

“누구든 제가 바쁘길 원하는 사람이겠죠.”

누군지는 나중에 CCTV화면을 돌려 보면 된다.

“지랄 맞네. 진짜.”

식구가 칼을 쥔 채 같은 식구를 감시한다. 이보다 지랄 맞은 일이 또 있을까.

“조희구 그 새끼는?”

“골프 치고 있답니다.”

“개새끼! 야, 진짜 괜찮겠냐?”

조희구가 도주한 지 거의 2주가 되어 간다.

“이러다 네 돈 다 날아가는 거 아니야?”

“놈이 둘러 처먹은 게 거의 9조 원이에요. 그게 고작 2주 만에 세탁이 되겠습니까?”

못해도 3년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완전히 세탁을 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정도로는 아직 끄떡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보다 노출 안 된 정보원 있죠?”

“……있긴 있는데 왜?”

“대기시켜요. 시킬 일 있으니까.”

종혁이 하고 싶은 말을 눈치챈 오택수는 낯빛을 굳혔다.

“쯧. 알았다. 수고해라.”

“수고하십쇼.”

차문을 열고 나간  오택수가 고개를 들이밀며 누구보고 들으라는 듯 크게 외친다.

“야! 진짜 너 가만있을 거야? 니가 JH에 꼬라박은 돈이 얼만데!”

“청장님이 가만있으라는데 나보고 뭘 어쩌라고요, 씨발!”

“에라이, 병신 새끼. 간다!”

“아, 좀 가요! 가!”

타악!

차문을 닫은 오택수는 임세라와 최재수를 쫓아 걸음을 옮겼고, 안전벨트를 메는 척 주위를 둘러본 종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지랄 맞지.”

모든 게 참 지랄 맞았다.

혀를 찬 종혁은 차를 출발시켰다.

*   *   *

찰칵! 찰칵!

“으으.”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앳된 외모의 소녀 이지혜가 머릿속을 울리는 셔터 소리에 악몽에 몸부림을 친다.

-그래, 좋다! 조금만 더 섹시하게!

-어후, 덥다. 야, 우리 좀 쉬었다 할까?

-좀 어때? 할 만해?

허벅지에 닿는 끔찍한 느낌의 손.

이지혜는 옆으로 물러나지만, 다가오는 포토그래퍼.

다시 손이 허벅지에 올려지자 이지혜는 모든 환상에서 깨 버린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었다.

-왜, 왜 이러세요? 저 갈래요.

-어디 가! 너도 관심이 있었으니까 따라온 거잖아!

-아, 안 돼요! 싫어요!

-미친. 여기까지 따라와 놓고 싫다고? 야, 이거 네 부모한테 보여 줄까? 어?!

“싫어…… 싫어-!”

벌떡 몸을 일으켜 다급히 주위를 둘러본 이지혜는 이곳이 자신의 방임을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그날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자 그녀는 무릎을 끌어안으며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별것도 아닌 년이 무슨 모델을 한다고 그런 남자를 따라 모텔까지 간 걸까.

왜 언니 주민등록증까지 훔쳐 따라간 걸까.

모텔에서 찍을 게 뭐 있다고.

왜. 왜. 왜!

“우웁!”

입을 틀어막은 이지혜는 다급히 화장실로 뛰쳐 들어갔다.

후다닥! 쾅!

“웨에엑!”

그녀는 쏟아 냈다. 아니, 쏟아 내고 싶었다.

그날의 끔찍했던 고통을, 그리고 기억을.

달그락, 달그락.

조용한 아침 식탁.

우물쭈물하던 이지혜의 어머니가 결국 입을 연다.

“지혜야.”

움찔!

“네?”

“힘드니? 공부하느라 힘들어?”

“그래. 그깟 공부 안 해도 돼. 우리 예쁜 딸이 공부 못한다고 어떻게 될까. 힘들면 그냥 자퇴할래?”

“이이는?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은 해야죠.”

“이 사람이! 지금 졸업이 문제야?! 애가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 그리고 애가 얼마나 힘들면 이 시간에 일어나!”

“맞아, 엄마! 이러다 지혜 잡아!”

“끄응. 지혜야, 그럴래? 그냥 고등학교 졸업장은 검정고시로 딸래? 아, 아니면 네가 옛날에 가고 싶어 하던 모델 학원 갈까? 그럴래?”

걱정이 가득 들어 있는 부모님과 언니의 모습에 지혜의 두 눈이 파르르 흔들린다.

“자, 잘 먹었습니다!”

다급히 방에 들어간 이지혜는 가방을 챙겨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

“하악! 학!”

집이 멀어지고 나서야 뛰는 것을 멈춘 이지혜.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놈의 모델이 뭐라고.

그까짓 모델이 뭐라고.

그대로 주저앉은 이지혜는 울음을 터트렸다. 오늘도 또 울었다.

삐빅! 삐빅!

매일같이 울리는 손목시계 알람소리.

잠꾸러기 그녀를 위해 아빠가 사 준 손목시계를 멍하니 응시하던 이지혜는 눈가에 스미는 눈물을 훔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웅성웅성.

“아.”

등교 시간이라서 그런지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타 학교의 남학생들.

이지혜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들에 걸음을 멈춘다.

‘서, 설마 본 걸까?’

분명 자신만 간직하겠다고 말한 악마.

하지만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그녀는 저곳에 가기 싫었다. 아니, 학교도 가기 싫었다.

모두가 자신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서.

자신에게 걸레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안절부절못하던 지혜는 결국 입술을 깨물며 돌아섰다.

그 순간이었다.

“안녕, 지혜야?”

“누, 누구세요?”

화려한 메이크업에 버버리 코트와 흰색 블라우스.

코끝에 닿는 향수의 은은한 향기가 성인 여성의 매력을 물씬 풍긴다.

세라는 마치 겁을 먹은 토끼처럼 움츠리는 이지혜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며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많이 기다렸지? 구하러 왔어.”

“네?”

“이제 그 악몽을 끝내 줄게, 이 언니가.”

임세라의 얼굴이 흉흉하게 일그러졌다.

*   *   *

사람들이 가득 모인 대전의 한 번화가.

그곳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비켜! 씨발! 비켜!”

“꺅!”

“뭐, 뭐야!”

사람들 사이를 미친 듯 달리는 사십대 남성.

그의 목에 걸린 카메라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 격하게 흔들리고, 그 뒤를 임세라가 바짝 쫓는다.

“거기서, 새꺄!”

“좆까, 씨발!”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오늘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먹잇감을 찾으러 나왔던 번화가.

날이 추워진 탓에 여자들이 옷을 껴입자, 어쩔 수 없이 늘씬하게 빠진 다리를 찍는 걸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던 그때였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여성을 발견하곤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끼곤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자신이 도망치기 시작한 순간, 그 여성이 흉흉한 살기를 내비치며 자신을 쫓아온 것이다.

‘누구지? 설마 내가 찍었던 여자 중 한 명인가?’

더 이상 협박을 버티지 못하고 이판사판으로 자신을 찌르러 온 것일지도 몰랐다.

‘여기!’

급격하게 코너를 꺾은 그는 어느새 사람들이 가득한 번화가 골목을 벗어나 횡단보도로 향한다.

‘시발! 빨간불!’

그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훑다가 빛난다.

‘그래! 저걸 타고……!’

그는 다급히 횡단보도 옆에 세워진 택시의 문을 열었다.

그 순간이었다.

부웅.

‘어?’

갑자기 자신의 시야에 나타나 팔꿈치를 밀어 버리는 하나의 발.

콰드득!

“끄아아아아악……!”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인 팔꿈치를 붙잡고 발버둥을 치는 그.

그의 팔꿈치를 밀어 그대로 부러트린 사람이 발로 그의 목을 누른다.

“케엑! 켁!”

“헉! 헉! 이 개새끼!”

뒤쫓아 온 임세라가 다급히 그를 덮치며 수갑을 꺼내 든다.

“윤정신, 너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류 위반 및 협박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놔! 놔아!”

“가만있어!”

뒤통수를 후려쳐 침묵시킨 임세라는 미란다의 원칙을 읊으며 수갑을 채우곤 자신을 도와준 사람, 오택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뒤로 꺾이는 팔에 놈이 비명을 질렀지만 둘 중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오 경감님.”

“뭘. 임 경위가 몰이를 잘한 거지. 그보다 피해자는?”

“일단 어느 정도 달래긴 했지만…….”

과연 영혼에 남은 상처가 지워질까.

아마 평생이 가도 지워지지 않을 거다. 낙인처럼 남아 평생을 괴롭힐 거다.

“처죽일 새끼!”

빠아악!

“컥!”

생각할수록 열이 받아 놈의 얼굴을 까 버린 임세라는 덜렁거리는 팔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응. 괜찮아. 최 대장이 다 커버 쳐 줘.”

“……진짜 죽이네요, 특수대.”

“그치? 큭큭. 그런데 더 죽이는 거 알려 줄까? 어, 최 대장. 나 지금 대전인데, 윤정신 잡았거든? 이 새끼 취조도 할 겸 여기서 자고 가려는데, 이 동네 최고급 호텔에 묵어도 되냐? 영수증? 오케이! 끊는다. 어때?”

“결혼은 종혁이랑 해야 되나…….”

“으하핫!”

*   *   *

“왜 이런 걸 물어…… 아, 세라 때문인가?”

당연한 것을 물어보는 오택수의 질문에 당황했던 종혁은 이내 이유를 깨닫곤 피식 웃었다.

이지혜에게 피해 사실을 듣고, 그녀를 짓뭉개고 농락한 개새끼를 잡으러 간 둘.

“이지혜 씨가 얼른 털어 내면 좋을 텐데…….”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을 괴로워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몰랐다.

종혁이 그런 그녀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녀를 농락하고 짓밟은 윤정신에게 그가 저지른 죗값을, 아니 그 이상의 죗값을 치르게 만드는 것밖에 없었다.

“후.”

“대장님. 다른 피해자 신원도 확인됐습네다.”

“뭐?”

황급히 순철의 자리로 달려가 모니터를 확인한 종혁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피해자는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올해 막 20살이 된 여성이었다.

“오 경강님과 세라한테 정보 전달해 줘. 그리고 행복한 나날한테는 아직 연락 없어?”

“없습네다…….”

“그래? 메일은 확인했어?”

“확인은 했는데…….”

‘100억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메일을 보낸 지 벌써 이틀째다.

놈의 생각이 길어질수록 일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다시 먼저 움직일 수는 없어.’

조심성이 많은 놈이다 보니 의심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혁의 마음에 초조함이 찾아들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띠링!

모니터에 메일 도착 알람이 뜬다.

“온 것 같습네다!”

“……확인해 봐.”

얼른 메일을 확인한 순철은 눈을 부릅떴다.

“이, 이 미친 아새끼래!”

종혁은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욕설에 피식 웃었지만, 그 역시 순철과 비슷한 심정이었다.

“200억이라…….”

200억이면 사이트를 팔겠다는 제안. 그뿐만 아니라 만나려면 보증금을 내라는 내용까지 있다.

‘그래, 조심성을 기하시겠다 이거지?’

“한 10분 뒤에 그러겠다고 메일 보내고, 보증금으로 10억 부쳐 줘.”

“아, 알갔습네다!”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눈빛을 서늘하게 가라앉히며 몸을 돌렸다.

‘너 새끼 얼굴 보는 데 10억이면 싼 거지.’

종혁은 너무 많이 맞은 탓인지 고통을 호소해 결국 병원에 입원시킨 유명진에게로 향했다.

“야. 네 대가리에 대해 이야기 좀 해 볼래?”

‘10억을 부쳤으니 직접 나올 확률이 높지만…….’

10억을 부쳤는데 경찰이라고 의심을 할까.

하지만 조심성이 많은 놈이다 보니 어쩌면 대리인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니 서로 만나게 됐을 때 놈이 맞는지를 확신할 수 있는 정보를 알아야 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다.

*   *   *

그리고 며칠 후 신화호텔 로비의 카페.

종혁은 자신의 맞은편에 서는 어린 여성을 보며 속으로 재밌다는 듯 웃었다.

“피차 떳떳한 일로 만나는 게 아니니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죠. 최 과장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행복한 나날 님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이 주임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종혁과 조주영. 둘은 악수를 하며 서로를 가만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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