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38화>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을 쫓는 좁은 도로.
부스럭, 부스럭.
“어휴. 이런 날은 그냥 옆구리에 아가씨 끼고 술을 쭉 빨아야 하는데……. 돈도 있는데 이게 뭔 궁상이야?”
친구라고 있는 것들이 죄다 오늘은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가 없다. 술과 안주가 들어 있는 봉지를 든 유명진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유명진의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 앞에 선 종혁이 핸드폰을 든다.
“어, 철아. 어떻게 됐어?”
-업로드가 되기 4시간 전부터 그곳에 있었습네다.
동대문의 쇼핑몰에서 누리들의 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이곳으로 왔던 유명진.
근처에 설치된 공영 CCTV와 임세라가 확보한 CCTV들을 확인한 결과, 유명진은 이 건물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게 판명됐다.
즉, 이곳이 유명진의 작업 공간이라는 뜻이었다.
“알았어. 그놈 과거 동선도 계속 추적해 줘.”
-알겠습네다.
종혁은 유명진의 지하 스튜디오를 봤다.
“쯧. 이 건물만 살 수 있었어도…….”
보다 편하게, 그리고 더 세밀하게 유명진의 동선을 알 수 있었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 건물의 건물주가 해외로 여행을 가 있는 바람에 무산이 됐다.
“산다고? 건물을?”
“응. 난 그렇게 수사하는데?”
“……여보라고 부르면 돼?”
“꺼져.”
정말 경멸하며 손을 저은 종혁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놈의 작업 공간이 저기라면 작업에 쓴 데이터도 저기에 있단 소리일 텐데…… 저길 어떻게 들어간다?”
아직까지는 심증만 있는 유명진.
놈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전까진 강철선이라도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거다.
어떻게 해서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다.
안에 몇 대의 컴퓨터가 있는지, 그중 어떤 걸로 작업했는지, 놈의 컴퓨터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누군가 컴퓨터를 만지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을 유명진.
같은 걸 떠올린 건지 입술을 달싹이다 마는 임세라를 일견한 종혁은 머리를 혀를 찼다.
‘돌겠네.’
작업 공간으로 추정되는 곳이 뻔히 눈앞에 있는데 들어갈 방법이 없다.
‘이래서 건물을 사야 했던 건데. 쯧.’
“일단 자리부터 옮기자. 더 서 있다가는 의심받을라.”
이 인적 드문 곳에 계속 서 있는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분명 의아하게 여길 터.
유명진이 경계심을 품으면 일이 어떻게 꼬일지 모르니 의심을 받을 만한 행위는 피해야 했다.
“알았어.”
종혁과 임세라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
깜빡깜빡 머리 위에서 점멸하는 불빛에 종혁은 잠시 가로등을 보다 흠칫 놀라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늦다고 말할 수 없는 저녁 9시임에도 인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낙후된 동네.
“이 새끼는 왜 이런 곳을 떠나지 않는 거지?”
아직 유명진이 대가리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분명 적잖은 돈을 벌고 있을 텐데도 굳이 이런 허름한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월세가 싸서?”
“……세라야. 웬 사진작가가 너보고 예쁘다고 하든 뭐라고 하든 아무튼 자기 스튜디오에서 사진 좀 찍재. 그래서 이곳까지 왔어. 저기 보고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들겠냐?”
“이거 이상한 곳 아…… 냐? 씨발?”
“그래. 그거지.”
유명진이 이 부분을 몰랐을까.
아닐 거다. 분명 피해자들 중 누군가는 이에 대해 언급을 했을 거다.
그럼에도 유명진은 이곳에서 무려 2년 동안 벗어난 적이 없다.
“어, 철아. 유명진이 유흥을 즐기는 것 같다고 했지?”
-아직 다 파악이 된 건 아니지만, 일단 단란주점이나 나이트, 클럽, 그런 곳에서 카드를 긁은 내역이 많습네다.
한 번에 몇 십만 원씩 턱턱 긁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거 아무래도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종혁은 세라의 전신을 훑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미인 축에 속하는 임세라. 입만 다물고 있으면 어디 흠잡을 곳 하나 없는 동기다.
“야, 너 진짜 내 여보 할래?”
“엉?”
“아니다. 그냥 너 내 여보 해라.”
“……딸꾹?”
* * *
이이이잉!
유명진이 아침부터 스튜디오를 쓸고 닦고 광을 내느라 바쁘다.
오랜만에 들어온 의뢰.
그의 주력 분야과 약간 다른 분야지만, 그런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햐, 고작 그걸 찍는 데 그 돈을 태우네. 에이, 씨. 졸라 귀찮네.”
스튜디오가 제법 넓고 또 조명 등 이런저런 기구도 많다 보니 청소를 하는데도 힘이 빠진다.
하지만 해야 됐다. 업계 평균도 모르는 병신 같은 호구 손님이 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청소를 끝내다 못해 씻기까지 한 유명진이 의자에 앉아 쉴 때였다.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나에게 끌려!
십대, 이십대 여자들을 꼬드겨 낼 때 참 좋은 노래가 울리자 유명진은 얼른, 그리고 거만하게 전화를 받았다.
“예, 포토그래퍼 유명진입니다.”
-지금 스튜디오 앞에 도착했는데요.
‘왔구나!’
“그러세요? 그럼 지하로 내려오시면 됩니다.”
뚜벅뚜벅.
누군가 지하로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몸을 일으켰던 유명진은 오늘 작업을 의뢰한 커플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몸을 움츠렸다.
‘워우, 씨. 몸이…….’
순간 옆의 여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
“아이, 씨. 넌 뭘 이딴 걸 찍겠다고 난리냐. 너 아주 내 돈 쓰는데 뭐 있다?”
“우리도 곧 서른이잖아. 곧 결혼하고 애 가지면 너나 나나 몸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가장 예쁠 때 모습을 남겨 놔야지. 그리고 이 돈이 아깝냐? 아까워?”
“아니, 그래도 내가 힘들게 번 돈인데……. 오백만 원이 뉘집 애 이름도 아니고.”
“원래 다 이렇거든? 그쵸, 포토그래퍼님?”
“아하하.”
‘야무진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년이네.’
이들이 찍으러 온 사진은 그렇게 비싼 게 아니다.
커플로 찍어 봤자 고작해야 오십만 원 수준. 비싸게 찍는다고 해도 백만 원이면 찍는다.
“정말 그런 겁니까? 끙.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오늘 바디프로필을 의뢰한 최종혁입니다. 이쪽은 절 꼬신 여자친구고요.”
“너 이따가도 그런 소리 나오나 보자. 안녕하세요, 임세라예요.”
“아하하.”
‘예비 부부인가?’
투덜거리면서도 슬쩍 기대감을 비추는 종혁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찬 유명진은 시선을 임세라에게 돌렸다가 고정시켰다.
웨이브컬이 들어간 단발을 사과머리 스타일로 귀엽게 올린 임세라.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을 통해 도드라지는 매끈한 다리와 왼쪽 눈 밑 눈물점이 유명진의 시선을 뺏는다.
“응? 왜 그러세요?”
“아, 아닙니다. 갈아입을 옷은 준비해 오셨습니까? 탈의는 저쪽 공간에서 하시면 됩니다.”
“네! 가자! 덩치는 소도 때려잡을 게 왜 이렇게 굼떠! 얼른 가자고!”
“……너 이따가 이야기해.”
임세라는 종혁을 끌고 갔고, 이윽고 탈의실에서 나온 스포츠 속옷만 입고 나온 둘의 모습에, 아니 종혁의 모습에 다시 몸을 움츠렸다.
자신 따윈 손가락으로 죽일 수 있을 듯한 살벌한, 마치 만화를 보는 것처럼 각이 살아 있는 근육들.
그런데…….
‘저, 저거 설마 수술 자국이야?’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이거나 찔린 듯한 흉터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던 유명진은 이번엔 임세라에게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가끔 헬스장을 가면 시선이 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섹시한 몸과 근육질의 그 사이. 제법 도드라진 드러난 복근과 떡 벌어진 어깨가 아니라, 누가 봐도 탄탄해 보이는 가슴과 잔뜩 성이 난 엉덩이가 유명진으로 하여금 방금 전과 다른 의미로 침을 삼키게 한다.
‘몸이 좋겠다 싶었는데, 벗겨 놓으니 더 미쳤네. 이건 또 새로운 맛인데?’
그러다 그는 의아해하는 임세라의 모습에 얼른 헛기침을 했다.
“아, 죄송해요. 제 남친 몸이 좀 그렇죠? 위험한 일을 하는건 맞는데, 포토그래퍼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겁먹지 마세요.”
“내가 아니라 네 근육질 몸뚱이 때문에 놀란 듯.”
쩌억!
“억?!”
종혁은 허벅지를 잡으며 주저앉았고, 유명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호호호! 야, 엄살 그만 떨고 일어나. 포토그래퍼님이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아니, 진짜 아픈데…….”
“평생 앉게 해 줄까?”
“아뇨.”
슬그머니 몸을 일으킨 종혁은 유명진에게 살려 달라는 눈빛을 보냈고, 그는 얼른 입을 열었다.
“크흠. 두 분께서 바디프로필을 의뢰하셨는데, 어떤 용도로 쓰실 건가요?”
그의 전문 분야가 아닌 바디프로필 의뢰에 급히 사진작가 커뮤니티에 물어봐 관련 노하우을 습득한 그.
“소장용으로 쓰실 건가요? 아니면 패션 관련 업계 쪽에는…… 아니시겠구나.”
“둘이 차이가 있습니까?”
“예. 아무래도 제공용 바디프로필은 보정이 좀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럼 제공용으로 할게요! 너도 괜찮지?”
“으음.”
“왜?”
갑자기 종혁이 심각해하자 임세라와 유명진 모두 의아해한다.
그러다 뭔가를 결정한 듯 고개를 끄덕인 종혁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포토그래퍼님, 보정을 한다면 혹시 얘 가슴도…….”
짜악!
“아악!”
“느 즘이다아 오자.”
“어, 얼른 찍으시죠!”
“아하하. 예. 그러시죠. 저기에 서시겠어요?”
종혁은 임세라를 끌고 조명이 내리쬐는 하얀 스크린 앞에 섰고, 유명진도 카메라를 들며 그들의 앞으로 다가간다.
‘햐. 세상 진짜 많이 좋아졌네.’
이 시기엔 보디빌더나 전문 모델들이 아니고서야 아직 그 개념 자체이 생소한 바디프로필.
가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몸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는 들었는데, 자신이 그걸 찍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그.
유명진은 방금 전 언제 다퉜냐는 듯 서로 꽁냥거리는 둘을 보며 속으로 썩소를 지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쪽을 봐 주세요!
찰칵!
“좋습니다! 자세를 조금만 바꿔서! 좋아요. 그대로!”
찰칵! 찰칵! 찰칵!
연신 셔터를 누르며 좋다고 외치는 유명진.
“어휴, 모델이세요? 조금만 더 허리를 펴시고! 좋습니다! 마무리로 하나만 더!”
찰칵!
“예, 수고하셨습니다.”
“벌써 끝난 겁니까? 뭐야, 별거 아니네?”
“내가 그랬지?”
“하하. 이쪽으로 오셔서 확인해 보시겠어요?”
“오.”
“와아!”
사진을 본 종혁과 임세라 둘 모두 놀라고 말았다.
“역시 전문가는 달라도 다르시네요.”
‘그런 실력을 왜 그딴 곳에 쓰고 있을까.’
순간 살의가 솟구쳤던 종혁은 임세라의 사진을 보곤 눈을 빛냈다.
“누구세요?”
“왜? 갑자기 이 누나가 섹시해 보여? 오늘 장어 먹는 거야?”
“넌 여자애가! 포토그래퍼님도 옆에 계신데!”
“그래서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허공에서 부딪친 둘의 눈빛이 파바박 튀자, 유명진은 속으로 얼굴을 구기며 어색하게 웃었다.
“일단 사진을 보정할 텐데……. 어디 지우고 싶은 부분 있으세요?”
“지우고 싶은 부분은 없습니다.”
“흉터들은 괜찮으세요?”
“예. 제겐 훈장 같은 놈들이라서요.”
“혹시 하시는 일이……?”
“아, 그게…….”
“사람을 보호하는 일이에요!”
재빨리 종혁의 팔짱을 끼는, 마치 자신의 남자친구가 자랑스럽다는 듯한 임세라의 모습에 유명진의 속이 다시 뒤틀린다.
“아아, 경호원? 소방관? 그런 일을 하시나 보구나.”
“하하. 예, 뭐 그런 쪽 일이죠. 그러면 이제 돈을 드려야 하는데…….”
“아닙니다. 결과물을 모두 보고 주시면 됩니다. 일단 메일로 사진을 보내 드릴 건데 마음에 드시면…….”
“괜찮습니다. 전문가신데 어련히 알아서 잘해 주시려고요. 포토그래퍼님도 카드보단 계좌이체가 좋으시죠? 어디 보자, 핸드폰이……. 아, 차에 두고 왔나 보네. 야, 나 차에서 핸드폰 가져올 테니까 계좌번호 받아 놔. 알았지?”
“응! 다녀와!”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종혁은 외투를 챙겨 와 세라의 어깨에 걸쳐 주고는 다시 인사를 하며 스튜디오를 빠져나갔고, 쾅 거칠게 닫힌 문을 빤히 바라보던 임세라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 포토그래퍼님? 아까 보정 이야기하셨잖아요.”
“예…….”
“그거 할 때…….”
슬쩍 말을 줄이며 자신의 가슴을 힐끔 보는 임세라.
그에 유명진의 시선도 슬쩍 내려간다.
‘하, 씨발.’
꽁꽁 여민 코트 틈 사이로 아주 살짝 드러나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드는 가슴골.
우물쭈물하던 임세라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건 나중에 따로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와. 진짜 미치겠네. 왜 이런 여자가 그딴 풍선근육이랑…….’
몸만 좋을 뿐 여자한테 기도 못 펴는 소심한 놈.
고작 오백만 원이 아깝다 말하는 놈.
아깝다. 너무 아깝다. 임세라의 성격이 딱 자신의 취향이라서 더.
유명진의 가슴 속에서 욕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내가 그래도 걔보단 낫지 않아?’
과한 자신감이지만, 유명진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음. 예, 그러셔도 됩니다. 그러면 제 연락처가…….”
벌컥!
“헉헉! 가져왔습니다! 계좌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이씨!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어? 나 나갔다 와?”
“아냐, 됐어. 얼른 와서 계산해. 난 옷 갈아입으러 갈 테니까.”
“알았어. 다녀와.”
종혁은 탈의실로 향하는 임세라를 흐뭇이 바라봤고, 그런 둘의 모습에 유명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이가 썩을 것 같은 예비 부부.
한쪽이 너무 아까운 커플.
그의 눈이 위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그날 밤, 지하 스튜디오.
유명진이 또 누군가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오늘 신인 반응 좋아요. 얼른 업로드를 해 달라고 성화네요.
“흐흐. 그럴 수밖에 없지.”
진짜처럼 정교하게 합성한 사진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사진이다.
중간에 브라와 팬티도 벗으며 찍은 거의 세미 누드 사진.
안 그래도 모델이 미쳤는데 조명에 보정까지 제대로 들어갔기에 회원들의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유명진도 종혁 때문에 눈빛을 제어하느라 아주 곤욕을 치렀다.
타다다닥!
-아마 이번 건 좀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겁니다. 얜 딱 봐도 자기 남자친구한테 너무 성실하거든요.
함락시키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다.
-너무 오래 걸리면 회원들이 싫어하는데…….
-싫으면 이걸로만 시마이 치고, 다른 신인 찾아서 한 달 안에 올려 드릴게요.
유명진이 타깃을 정하고 함락시켜 영상과 사진을 찍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한 달. 빠르면 일주일 안에도 찍는다.
-아니에요. 재촉하진 않을 테니까 최대한 빨리 올려주세요. 그보다 운동부 여학생들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연락은 왔나요? 얘들 반응이 더 커요.
취미가 아닌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여자들은 뭐가 다를까 하고 관심을 가지는 회원들이 많다.
“걱정 마라.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둘과 만난 지 나흘째. 이제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됐다.
-연락이 안 오면 평소처럼 작업 들어갈 거니까 걱정 마시고 돈이나 부치세요.
-지금 입금했습니다.
폰뱅킹으로 입금을 확인한 유명진은 다음에 보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채팅을 종료하곤 몸을 일으켰다.
“끄아!”
오늘도 한 건.
커플의 꽁냥꽁냥을 보는 게 곤혹스러웠지만, 그래도 보람찬 하루였다.
그런데…….
“하, 씨발. 겁나 아른거리네.”
세라의 몸이, 그 눈물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입 콱 베어 물면 이가 튕겨 나갈 것처럼 탄력적인 가슴과 엉덩이.
“일단 연락이라도 해 볼까?”
그는 어떻게 설계를 할까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며 슬그머니 전화를 걸었다.
-네, 포토그래퍼님!
“혹시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보정이 어느 정도 끝나긴 했지만, 아무래도 세라 씨 의견을 좀 더 들어 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 괜찮아요! 안 그래도 지금 스튜디오 앞이거든요.
“네? 남자친구랑 같이 오셨어요?”
-아뇨. 남자친구는 오늘 일이 있어서 혼자 왔어요. 그럼 내려갈게요.
유명진은 통화가 종료된 핸드폰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씨발!”
생각지도 않았는데 기회가 왔다.
“일단 내 말발에 걸리면 아무리 성실한 년이라도…… 흐흐.”
타박타박.
누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다급히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향수를 뿌린 유명진은 문 앞에 섰다.
그 순간 문이 열렸고, 환하게 웃으려던 유명진의 얼굴이 다이나믹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를 향해 손을 흔드는 세라의 뒤에 서 있는 종혁.
거대한 손이 뻗어져 나와 유명진의 얼굴을 덮는다.
콰악!
“개새끼야.”
이놈이다. 추측처럼 이놈이 맞았다.
“예?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단 좀 맞자.”
유명진을 그대로 집어 던진 종혁은 몸을 풀며 다가갔고, 세라는 조용히 문을 잠그며 수갑을 너클처럼 잡았다.
* * *
타닥!
유명해지자 님이 대화를 나가셨습니다.
키보드에서 손을 내린 이십대 중반의 여성이 머리를 뒤로 넘기며 잠시 눈을 감는다.
“후우. 병신 새끼.”
‘이놈은 이제 됐고.’
몇 번 삐끗하긴 했지만, 원래부터 잘했던 놈이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여성은 친구 목록을 살펴봤다.
“접속한 놈은…… 없네.”
아름다운 피사체를 위해
세상 전부를 찍자
사랑♡ 내 인생
접속한 사람을 찾아 한참을 내리던 여성은 혀를 차며 창가로 걸어가 담배를 문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세 명.”
다음 달에 유명진이 업데이트를 할 신인만 세 명이다.
한 명은 아리송하지만, 그래도 일단 두 명은 확보됐다고 봐야 했다.
“이번엔 얼마나 벌려나?”
몇 명이나 봐 주고, 또 몇 명이나 돈을 쏴 줄까.
또 어떤 컬렉션이 저기에 추가될까.
방 한쪽 면에 세워진 수납장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명품백들을 보며 히죽 웃은 여성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몸을 떨었다.
그때였다.
“주영아! 간식 먹어!”
“네-!”
손을 저어 담배 연기를 흩어 버린 그녀는 맑게 웃으며 방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