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35화 (53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35화>

키보드와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만 울리는 학생주임실.

슬그머니 문이 열리며 진명고의 교장이 들어오자 종혁이 몸을 일으킨다.

“교장선생님.”

“허허. 잘되고는 있는 건가요?”

“예. 협조해 주신 덕분에 잘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럴게 아니라 잠시 나가서 이야기할까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고생하시는데 이것 좀 드시면서 하시라고 잠시 들러 봤습니다.”

교장은 그렇게 말하며 양손에 든 커피를 보여 주었고, 종혁은 걱정 말라는 듯 웃어 주었다.

“약속한 지원금은 내일까지 입금이 될 겁니다.”

“허헛. 어흠흠. 그런 걸 말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아무렴요. 저희에게 적극 협조해 주시는 교장선생님의 마음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보다 정말 저희 학생들 중에…… 있는 거 맞겠지요?”

그게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막대한 지원금을 준다고 해도 종혁의 제안을 거부했을 그.

“박상영 코치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렇겠죠. 학생들 개인정보를 가지고 뭘 하려는 건 아니니 너무 걱정은 마십시오.”

“크흠. 그럼 믿겠습니다.”

“예. 잘 마시겠습니다.”

교장이 왔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나가자 종혁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포렌식 프로그램이 읽어 내는 핸드폰에 저장된 정보를 다시 응시했다.

그런 그에게 오택수가 입을 열었다.

“이번엔 얼마나 질렀냐?”

“10억이요.”

움찔!

“미친…….”

천문학적인 액수에 반응했던 다른 경찰들도 고개를 미친 듯 끄덕인다.

10억이면 아파트가 몇 채인가. 그런 엄청난 돈을 고작 학생들 핸드폰 확인하는 데 태운 거다.

종혁이 미친 것 같으면서도 부담감이 그들을 엄습했다.

‘씨발. 이거 무조건 찾아야겠네.’

10억을 태웠는데 아무것도 건지는 게 없다? 그땐 미안해 죽을지도 모른다.

‘아씨, 이건 또 왜 이렇게 느려?’

‘나와라. 나와라. 제발 뭐든지 나와라.’

종혁은 다급해진 그들의 모습에 그럴 필요 없다고 웃어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과 똑같이 생각했다.

‘제발 뭐라도 나와야 할 텐데…….’

그때였다.

“어? 대장님!”

학생주임실을 꿰뚫는 임세라의 외침.

종혁과 경찰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어? 잠깐 나도.”

다시 돌아가는 고개들.

“저도요!”

결국 학생주임실에 있는 모든 경찰들이, 각자 한 번에 세 개씩 검사하던 그들 전원이 손을 든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혼란해하는 사람들 사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린 순철이 다시 손을 든다.

“대장님, 아무래도 이거이 누가 사진 첨부를 해서 보낸 것 같습네다.”

“뭐?”

우당탕!

다급히 순철에게 다가간 종혁.

순철이 모니터를 가리킨다.

“보시라요. 문자로 다운을 받은 겁네다.”

발신번호가 변경된 번호로 전송된 문자에 첨부된 파일. 거기에 사진과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거기 포렌식팀도 확인해 보시라요.”

타다닥!

“어? 진짜네?”

“대장님, 이거 누가 발송한 걸 다운을 받은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오싹!

잡았다. 드디어 잡았다.

“……찾아.”

누구에게 받은 문자인지.

그걸 알아내야 했다.

*   *   *

“와. 왜 대선, 대선 하는지 알겠다.”

“여기 들어가기가 그렇게 어렵다며?”

“아악! 망했어!”

“8번 답 뭐야?! 3번이지? 그렇지?”

“아니, 2번인데.”

시험 답을 맞춰 보는 학생들로 웅성거리는 교실.

그런 그들은 다른 이유로 웅성거린다.

“와, 씨! 겁나 맛있어.”

“우리 학교 드디어 파산하는 건가?”

“아냐. 이건 교장선생님이 치매에 걸린 게 틀림없어.”

“아흐. 어디 갔다 이제 왔니! 피자야! 치킨아!”

한 사람당 치킨 한 마리에 피자 반 판.

점심을 먹은 지 겨우 3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언제 밥을 먹었냐는 듯 피자와 치킨을 흡입하고 있었다.

그건 남학생, 김대현도 마찬가지였다.

“씨발. 야, 오늘도 죽이더라.”

책상 몇 개를 붙여 앉은 김대현과 친구들. 그중 한 명이 김대현을 향해 따봉을 날린다.

“미친. 와씨. 나 아까 화장실 갈 뻔했잖아.”

“에라이, 발정난 새끼. 때와 장소는 좀 가리지?”

“그래서? 넌 안 꼴렸고요?”

“아니? 집에 가서 치려고.”

음흉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들의 자리.

“야, 대현아. 넌 대체 이걸 어디서 구하는 거냐?”

움찔!

마치 누가 만진 듯 기묘한 이질감이 드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김대현의 눈이 순간 크게 흔들리다가 씩 웃는다.

“알려고 하지 마. 알면 다쳐.”

“아, 거 새끼. 친구끼리 좀 알려 주고 그러지.”

“냅둬라. 얘도 이거 찾느라 고생했을 텐데.”

“크크. 그냥 주는 거나 받아 처먹어. 대현이가 어련히 알아서 안 줄까.”

“하지만 신기하잖아. 이런 레어한 사진이랑 영상을 막 옆에서 실제로 찍은 것처럼 어?”

“하긴, 졸라 유니크하긴 하지. 대현아, 네가 찍는 건 아니지? 만약 그런 거라면 나도 데려…….”

“뭐?!”

우당탕!

“…….”

김대현의 과한 반응에 싸해지는 분위기.

“그 반응은 뭐냐? ……아니지?”

“크흠. 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렇잖아.”

“그래. 맞아. 괜히 친구 의심하지 말고 피자나 먹어. 방금 동수가 네 피자 먹었다.”

“이런 개……! 야, 뱉어! 뱉어!”

“어휴, 저 븅신들.”

방금 전의 일을 잊고 금세 시끌벅적해지는 그들.

“야, 김대현. 3반에 있는 친구가 오늘 업데이트된 거 있냐고 물어보는데? 어떡할까?”

“어, 보내 줘. 대신 알지?”

사진은 한 장당 100원씩. 묶음으로 팔면 천 원.

“오케이.”

김대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391로 시작하는 번호로, 김대현의 계좌번호로 발신번호를 변경한 뒤 누군가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이후 그들은 다시 치킨과 피자를 즐기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을 응시하던 대현은 이내 경계를 거두고 치킨을 입에 가져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해가 어스름히 황혼으로 물들어 가는 오후, 하교 시간이 되자 진명고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피시방 갈 사람!”

“나! 나 갈래!”

저마다 손을 드는 김대현의 친구들.

김대현이 그런 그들을 부럽다는 듯 응시한다.

“난 빼 줘. 학원 가야 돼.”

발을 빼는 김대현의 모습에 친구들은 얼굴을 구겼다.

“또?”

“학원은 매일 가야 하는 거거든요?”

“그냥 안 가면 안 되냐? 너 가 버리면 숫자가 안 맞는다고!”

“울 엄마 감당 가능함?”

“그냥 오늘만 째. 하루 안 간다고 죽이기야 하시겠냐?”

“그건 그렇지만…….”

자신도 가고 싶다. 하지만 학원을 안 갔다는 걸 엄마가 알게 되면 큰일이 난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엄마다.”

“힉!”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듯 식겁하는 친구들.

“야, 다들 조용히 해. 응, 엄마. 지금 학교 끝났지. 어? 뭐? …… 아, 그래요?”

갑자기 김대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자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알았어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알았어. 내가 애야? 밥은 알아서 챙겨 먹을게. 응.”

전화를 끊은 김대현이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을 본다.

“야, 오늘 엄마랑 아빠 모임 가신대.”

“오? 그 말은?”

“어. 피방 가자.”

“그렇지! 이런 날도 있어야 하는 거지! 가자!”

“와씨! 오늘은 팀전 제대로 하는 건가? 니들 다 죽었어.”

“뭐래, 좆밥이.”

“넌 오늘 뒤졌어.”

그들은 킬킬거리며 학교 근처의 PC방으로 향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PC방.

“7시! 7시!”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시지?!”

“야! 누가 나 좀 지원 와 줘!”

“뒤져라!”

다 먹은 컵라면과 햄버거 따위들이 널려 있는 자리들.

갑자기 배가 아파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김대현은 정말 의리 없이 자기들끼리만 게임을 시작해 버린 친구들을 보며 입술을 비죽이며 자리에 앉는다.

“야, 거기 막아야지. 11시!”

“씨발, 말 시키지 마!”

“뒤져라!”

게임에 푹 빠진 친구들을 보며 입맛을 다신 김대현은 인터넷에 접속을 하며 친구들이 얼른 게임을 끝내길 바랐고, 그런 그의 소원이 통한 건지 곧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헤드셋을 집어 던진다.

“게임 진짜 줫같이 하네!”

“크크. 좆밥.”

“꺼져!”

씩씩거리던 친구는 의미 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는 김대현의 화면을 바라보다 순간 뭔가를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야, 그래서 대체 어디서 다운을 받는 건데? 키워드가 뭔데?”

“븅신. 졸라 찾아봤나 보다?”

“아씨, 몰라. 진짜 어떻게 찾은 거냐?”

생각나는 모든 단어를 입력해 봤음에도 단 한 장조차 뜨지 않은 사진과 영상들.

“어디 사이트가 따로 있는 거야? 아니면 아까 내가 말한 것처럼 너 진짜…….”

“씨발. 아니라니까!”

김대현은 의아해하면서도 눈을 빛내는 친구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또 모른 척해도 집요하게 물어 오겠지.’

원래 그런 친구다. 눈앞의 친구는.

김대현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정말 알고 싶어?”

“오? 알려 주는 건가?”

“씨발. 있어 봐.”

콧방귀를 뀐 김대현은 메일에 접속해 메일함에 있는 메일들을 주욱 읽어 내리다가 웬 스팸메일 같은 것을 클릭했다.

“그건 왜…… 응?”

친구는 메일 내용을 보곤 눈을 껌뻑였다.

영어와 기호, 숫자가 혼합된 17자리의 글자만 달랑 있는 메일.

그걸 옮겨 적은 김대현은 인터넷 주소창에 한 사이트의 주소를 쳤고, 그러자 온통 검은색 배경에 하얀색 바, 뭔가를 입력할 수 있는 바가 있는 이상한 사이트가 나왔다.

김대현은 그 하얀색 바에 방금 옮겨 적은 암호를 쳤고, 이내 곧 별세계가 펼쳐졌다.

그에 친구는 입을 떡 벌렸다.

“이, 이건 뭐냐?”

“뭐긴 뭐야. 유료 성인사이트지.”

“뭐? 유료?!”

“쉿! 쉿! 조용! 여기 PC방이라고!”

“뭐야, 뭔데?”

친구는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에게 방금 보고 들은 걸 말했고, 친구들은 김대현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씨발. 이래서 내가 말을 안 하려고 했던 거라고! 됐어. 이제 너희들한테 안 보여 줘.”

“에이, 왜 이러실까. 우리 대현 씨 삐졌…….”

“그래. 왜 그러실까.”

“응?”

갑자기 끼어드는 웬 남성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던 김대현과 친구들은 어느새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에 기겁했다.

“누, 누구세요?”

“아, 우리? 신경 쓰지 마. 우린 여기 너희 친구에게 관심이 있는 거니까.”

종혁은 몸을 숙여 김대현의 뒷목을 잡으며 사이트를 가만히 응시했다.

“이야,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네. 우리 어린 친구는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았을까? 응?”

“왜, 왜 이러시는…….”

“야. 너냐?”

콰드득!

종혁은 뒷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이를 갈았다.

김대현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   *   *

한강이 훤히 보이는 자양동의 한 빌라.

중년인 부부가, 아니 십여 명의 중년인들이 숨을 거칠게 토해 내며 한 집의 문을 연다.

“대현아!”

“종수야!”

웅성웅성!

“컴퓨터 바로 포렌식 진행해 주시고, 저기 서재 컴퓨터랑 노트북도 확인해 줘요. 오 경감님이랑 철이는 CD랑 USB 찾아서 싹 다 확인해 주고.”

“예!”

집 안을 어지럽히는 험악한 인상의 사람들의 모습에 중년인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뭐, 뭡니까! 당신들 누구야!”

“아, 김대현 학생의 부모님 되십니까? 아까 연락드린 경찰 본청 특별범죄수사대 최종혁 경정입니다.”

“저, 정말 경찰…….”

하얗게 질린 중년인들은 거실 소파에 수갑을 찬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곤 입을 다물었다.

“대체 저희 아들이 무슨 죄를 저지른 겁니까?”

“맞아요! 우리애가 무슨 짓을 했다고 저렇게……!”

“당신은 가만히 있어!”

애써 냉정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들의 모습에,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 특별범죄수사대는 김대현 학생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유포를 도운 정황이 발견됐고요.”

“네?!”

너무도 경악스러운 말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그들.

“아, 아니라니까요! 전 그냥 우연히 사이트를 알게 돼서 접속한 것뿐이라고요!”

“저, 저희도 그냥 다른 애들하고 돌려 본 것밖에 없다고요!”

“조용히 해!”

“진짜라고요! 아, 씨발! 진짜 억울해요!”

“이 새끼들이 그래도……!”

“최재수!”

“……죄송합니다, 대장님.”

“죄송합니다. 사안이 사안이라 저희 팀원이 좀 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종혁의 모습에 김대현의 부모와 다른 학생의 부모들이 눈을 감으며 애써 화를 가라앉혔다.

“아니라고요! 진짜 저 아니에요! 믿어 주시라고요! 아씨 진짜…….”

끝내 눈물을 흘리는 김대현.

“변호사를 불러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셔도 됩니다. 정당한 권리니까요.”

“대장님!”

“그럼 잠시.”

난장판이 된 김대현의 방으로 향한 종혁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순철에게 다가갔다.

“포렌식 결과 나왔습네다.”

“벌써?”

“예. 기런데…….”

“아, 씁.”

순철의 표정을 본 종혁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   *   *

다음 날, 경찰 본청의 취조실.

심기가 불편한 얼굴을 한 변호사와 동석을 한 김대현의 맞은편에 앉은 오택수와 최재수가 미간을 구긴다.

“그러니까 우연히 알게 된 사이트다?”

“그렇다니까요! 섹스코리아라고 그런 음란 사이트를 모아 놓은 사이트가 있거든요? 거기서 발견한 거예요!”

쾅!

“이게 어디서 구라를 쳐! 우리가 네 컴퓨터 싹 다 포렌식 했거든?! 그런데 네가 PC방에서 접속한 그 사이트는 없었어!”

“아씨, 진짜라니까요! 그건 섹스코리아에 있는 사이트가 맛보기라서 그런 거라고요!”

“맛보기?”

중요 부위는 모자이크가 된 사진 50여 장과 영상 몇 개가 전부지만,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게시물들.

그것들을 보다 보면 감질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모자이크가 없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유료회원 신청을 하는 공지사항을 클릭할 수밖에 없다.

메신저 아이디만 달랑 있는 공지사항.

그렇게 몇 단계를 거치다 보면 결국 PC방에서 접속한 사이트의 주소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매일 그날 접속할 비번을 메일로 쏴 주거든요? 전 그렇게…….”

“자랑이다, 새꺄! 그런 노력이면 아주 한국대도 가겠네!”

서류철을 들었다가 변호사 눈치를 보며 내려놓은 최재수는 거울 유리를 응시했고, 그 안 녹화실에 있는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임세라는 그런 종혁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대장, 아무래도 저거 진짜인 것 같은데?”

“어. 그래 보이네. 그래서 더 심각해졌고.”

“응?”

잔인한 일진 무리나 웬 미친놈이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비즈니스다. 음란 사이트를 이용하는 전국의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여기서 문제는 이게 종혁이 알지 못하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분명 이맘때 이런 게 있다는 소린 들어 본 적이 없었어.’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아마…… 밝혀지지 않은 거겠지.’

존재했음에도 드러나지 않은 거다.

일단 사이트에 접속을 하는 방법 자체부터 굉장히 은밀하고 치밀하다. 알려질 확률이 극히 드물다고 봐야 했다.

“철아, 아까 그 영상 틀어 봐.”

순철은 김대현에게 배정된 오늘 치 비번을 쳐서 접속한 사이트의 한 영상을, 방금 보았던 영상을 재생시켰다.

-저, 정말 해요?

-하라고.

-에, 에헤에!

한 이십대 여성이 울먹이며 일본 야동에서나 나올 법한 표정을 짓는 영상.

빠드득!

‘그거 맞네, 씨발!’

2020년대 대한민국을 분노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그 사건을 연상시키는 영상.

다시금 피가 거꾸로 솟는 걸 느낀 종혁은 더 이상의 고민을 관두기로 했다.

“예, 검사님. 명분, 만들어졌습니다.”

-……알았데이. 자료 조합해서 보내라.

“예.”

전화를 끊은 종혁은 다시금 걸려온 전화에 의아해하며 봤다가 혀를 찼다.

“에라이, 씨발. 예, 최종혁 경정입니다.”

-야, 이 개새끼야!

받자마자 대뜸 욕부터 하는 강동호 검사.

종혁은 얼굴을 구겼다.

*   *   *

서울의 패션의 메카, 동대문.

인터넷 쇼핑몰의 발달로 그 기세가 많이 죽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돈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그곳에 카메라를 목에 건 한 남성이 테이크아웃을 한 커피를 홀짝이며 지나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와! 여기가 동대문!”

“저 이런 곳 처음 와 봐요!”

“야, 다들 나만 믿어.”

“꺄! 언니!”

마침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가는 소녀들.

트레이닝복이나 청바지에 회색 후드티 등 무난한 옷차림이지만, 십대 특유의 싱그러움이 가득 느껴짐에 주위 사람들이 좋을 때라며 흐뭇하게 웃는다.

하지만…….

“호오?”

마치 장난감을 발견한 듯 흥미 가득한 눈빛을 번뜩인 남성은 씩 웃으며 소녀들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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