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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32화 (532/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32화>

    쪼르르!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따른 종혁이 임세라에게 넘겨준다.

    “하, 그리웠다. 이 맛. 이 커피.”

    경찰대에 있을 때만 겨우 얻어먹었던 고급 원두커피.

    믹스커피의 단맛에 절여진 혓바닥에 안식이 찾아든다.

    “아, 존댓말을 해야…… 되나요?”

    “됐어. 공적인 자리에서만 지키면 돼.”

    “오케바리! 사랑해!”

    “그런데 뭐야. 인수인계는 어떻게 하고 온 거야?”

    위에서 특별인사이동 발령이 통과된 게 어제였다.

    하루 만에 인수인계를 끝냈을 리는 없었기에 종혁은 의이한 표정을 지었다.

    “인수인계는 무슨……. 나 대기발령 상태였어.”

    “잉? 어쩌다?”

    “패 버렸거든. 어떤 개새끼를.”

    종혁은 살벌한 그녀의 눈빛에 이마를 잡았다.

    “너 또 불알 깼지? 좀 안 들키게 패라니까.”

    “아니, 구래두 그 염병할 놈이…….”

    순간 아차한 세라는 이쪽을 곁눈질하는 오택수와 최재수, 리순철의 모습에 입을 꾹 다물었고, 종혁은 내숭을 떠는 그녀의 모습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 다들 주목! 우리 특수대에 새 식구가 합류했다.”

    종혁은 나머지 인사는 네가 하라며 임세라를 봤고,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 명의 대원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경위 임세라! 현 시각부로 특별범죄수사대, 특수대로 특별인사이동을 명 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나이는 28세! 키 168센티미터, 몸무게 59킬로. 쓰리사이즈는 34, 28, 36! 화끈한 다이너마이트 몸매! 우!”

    삐끗!

    자세가 무너진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린다.

    “참고로 좋아하는 남성상은 밥이랑 예쁜 속옷 사 주는 남자니까 속옷 선물을 해 주시려면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앙. 충성!”

    오택수는 또라이가 왔다며 고개를 저었고, 최재수는 또 상급자가 왔다고 머리를 쥐어뜯었으며, 순철은 수치심을 모르는 그녀의 모습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다.

    “야, 너 가슴 사이즈 겨우 비…….”

    “동기님, 그러다 뒤져요.”

    “큼. 아무튼 여기 임 경위가 내 동기기는 하지만, 현장 경력은 얼마 없는 병아리니 알아서들 대하면 될 겁니다. 아, 최재수.”

    “예.”

    “내가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네가 더 현장에 오래 있었다고 쓸데없이 갈구거나 트집을 위해 트집 잡지 마라. 그러다 황천 간다.”

    경찰대 48기 미친년 임세라. 남장을 하여 남자 무에타이 대회에 출전에 신인왕을 따낸 미친년이다.

    그런 임세라를 종혁이 경찰대 4년 동안 인간병기로 만들어 놓았다. 같은 신체 조건이면 종혁조차도 애먹을 수준이었다.

    “특기가 불알 까기랑 대가리 깨기거든? 얘 끓는점 낮으니까 병원 신세 지기 싫으면 입단속 잘해.”

    “제, 제가 뭐, 뭘요!”

    “어머. 저 오빠야가 동기님이 말한 그 재수 씨야? 한 대 씨게 때려 주고 싶은 귀여운 재수 씨? 진짜 맛있게…… 호호, 멋있게 생겼네. 반가워요. 최 경장, 앞으로 잘해 봐요.”

    오싹!

    “마, 맛…….”

    ‘아, 맞아. 얘 키 크고 슬림한 남자가 취향이었지?’

    “들었지? 내가 진짜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까 새겨들어. 둘이서 술 먹자고 하면 절대 가지 말고.”

    “네, 넵!”

    “내가 뭘! 그리고 재수 씨도 그렇게 대답하면 섭하지!”

    “그리고 저쪽은 오택수 경감. 베테랑이시니까 잘하고.”

    “선배님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충성!”

    “어이. 잘해 보자고.”

    “저쪽은 얼마 전 합류한 리순철 경장. 특수대의 유일한 사무요원이니까 필요한 자료 같은 거 있으면 쟤한테 요구하면 돼.”

    “자료?”

    “해킹이 필요한 수준을 제외한 모든 자료.”

    눈을 번뜩인 세라가 리순철에게 다가가 어깨를 주무른다.

    “히익! 뭐, 뭡네까!”

    “순철 씨, 애인은 있어? 이 누나가 밥 잘 사 주는 누나들 많이 알거든? 연애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만 해요. A부터 E까지 다 있으니까.”

    “A? E?”

    “요거요, 요거. 남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거. 가슴.”

    “이, 이 미친 애미나이래! 썩 꺼지지 못하겠네!”

    종혁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사무실의 분위기에 흐뭇하게 웃었다.

    “순진한 애 그만 놀리고 이리 와, 인마.”

    “응! 아, 그런데 내 자리는 어디야?”

    딱 그들 네 명 자리밖에 없는 특별범죄수사대.

    “마음에 드는 장소 찍어. 빈자리야 만들면 되니까. 그리고 이따가 시간 좀 내고. 네 전용 의자 맞춰야 하니까.”

    그녀의 몸에 맞게 커스텀을 해야 됐다.

    “복지 진짜 쥑이네. 그럼 난 여기!”

    최재수의 옆자리다.

    경기를 일으킨 최재수는 울상을 지으며 종혁과 오택수에게 살려 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둘은 가볍게 무시했다.

    종혁은 순철에게 다가갔다.

    “사진 주인들은 찾았어?”

    박상영의 컴퓨터 비밀폴더와 핸드폰에서 발견된 십대 및 이십대 여성의 나체 사진들.

    그 말에 순철의 표정이 굳는다.

    “나오지가 않습네다.”

    박상영이 재직할 당시의 인천 동명여중과 진명고 여자유도부 전원의 사진을 구해 대조해 봤지만, 거의 일치하지가 않는다.

    “……뭐?”

    이번엔 종혁의 표정도 굳는다.

    “일치하는 사람들은 이들입네다.”

    6명. 수치스러운 듯 얼굴의 반 이상을 손으로 가린 채 알몸으로 서 있거나 모텔 침대 같은 곳에 누워 있는 어린 소녀들.

    역시 운동을 한 사람답게 근육이 일반인과 다르다.

    “하지만 나머지 48명은 현재 신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습네다.”

    그러며 모니터 화면에 띄우는 여성들의 사진은 방금 전 사진들과 약간 결이 다르다.

    손으로 얼굴이나 몸을 가린 여성들도 있지만, 마치 아마추어가 프로를 따라 하듯 적나라하게 가슴과 성기를 드러낸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해맑게 웃거나 우중충한 표정을 짓는 등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는 여성들.

    심지어 사진작가가 촬영한 것 같은 사진들도 많고, 성관계 영상도 있다.

    박상영 코치의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겁박을 했거나 돈을 주고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임이 분명했다.

    빠드드드득!

    “하, 이 개새끼.”

    종혁은 오택수와 최재수를 봤다.

    “재수와 오 경감님은 박상영이 일했던 학교들 찾아가서 여학생들 얼굴 사진 확보하고, 철이는 그거 대조하면서 이 사진들이 유포됐는지 확인해 봐. 아무래도 이 사진들이 마음에 걸린다.”

    전문가가 찍은 것 같은 사진들.

    그의 집을 압수 수색을 할 때, 캠코더를 제외한 다른 촬영 장비들이 나오지 않았으니 박상영에게 협조한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알갔습네다.”

    “세라, 넌 박상영 데려와.”

    “오케이.”

    빠드득!

    사무실을 나서는 임세라의 몸에서 살의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   *   *

    덜컥.

    취조실의 문이 열리며 박상영이 들어온다.

    유치장 안에서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콧방귀를 뀐 박상영이 빈자리에 앉으며 다리를 꼰다.

    “임세라.”

    “개새끼!”

    허공을 날은 임세라가 그대로 박상영의 가슴을 걷어찬다.

    “으억?!”

    소파와 함께 뒤로 넘어간 그.

    임세라가 그의 머리칼을 잡아채 들어 올린다.

    “아악! 머리! 머리!”

    “이 좆뿌리를 뽑아 버릴 새끼! 대장, 어떻게 할까?!”

    “얼굴만 패지 마.”

    “오케바리. 넌 뒤졌어.”

    임세라가 주먹을 들자 박상영은 하얗게 질렸고, 몸을 일으키며 거울 유리 너머로 녹화 중단 신호를 보낸 종혁은 취조실을 나가 안으로 들어오려는 경찰을 말렸다.

    “악! 으악! 이, 이 개 같은 년이!”

    “뒤져, 새꺄!”

    “담배나 한 대 태우시죠?”

    “아니, 저…….”

    “자기 제자들, 십대 소녀들을 성추행한 놈입니다.”

    “……어휴. 이런 거 받으면 안 되는데…….”

    “에이. 같은 식구끼리 내외하면 쓰나요.”

    “어흠. 그럼 염치 불구하고 한 대 피우겠습니다.”

    근처 재떨이 앞에 선 그들은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푸후우. 요새 많이 힘드시죠?”

    “말해서 뭐합니까. 아주 지들이 상전이에요, 상전.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어휴.”

    보통이 아닌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만 모아 놓는 본청 유치장.

    그렇기에 이들, 유치장을 관리하는 경찰들도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형사님은 좀 어떠세요? 역시 형사 일은 힘든가요?”

    형사 일에 관심이 많은지 눈을 빛내는 경찰.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걸핏하면 잠복에, 범인 추적에. 집에 언제 들어갔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이젠.”

    “그래도 저 개 같은 놈들을 때려잡을 수 있잖습니까.”

    “제 꿈이 정시에 퇴근 하는 겁니다.”

    “에이. 범죄자 잡으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그보다 수사 부서로 옮기려면 어떡해야 되나요?”

    ‘에휴. 저러다 대가리 몇 번 터져 봐야 이런 생각을 안 할 텐데…….’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던 종혁은 담배를 모두 피우자 몸을 돌렸다.

    “그럼 조금만 더 수고해 주십쇼.”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시간 많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종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임세라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진 박상영을 보곤 혀를 찼다.

    “얼굴은 때리지 말라니까.”

    “이, 이놈이 반항을 해서…….”

    “자, 그걸로 대가리 긁어서 피 좀 뽑아.”

    “오! 그런 방법이!”

    라이터를 던진 종혁은 박상영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 이거 인권 탄압이야. 겨,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내가 너희 가만 안 둘 거야!”

    “어. 너처럼 자기 믿는 사람 성폭행하는 새끼한테는 이래도 돼. 이것보다 더한 것도 해도 된다?”

    범죄자를 사람으로 보지 마라.

    그것이 박종명 경찰청장이 항상 강조하는 말이었다.

    그가 참 마음에 안 들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맘에 들었다.

    종혁은 박상영의 새끼손가락을 잡으며 싱긋 웃었고, 박상영은 눈을 부릅떴다.

    섬뜩!

    “뭐, 뭐하려는 거야! 하, 하지 마!”

    “이 악물어라. 혀까지 잘린다.”

    “하지 말라고!”

    “왁!”

    “으악!”

    눈을 질끈 감았던 박상영은 아프지 않자 슬그머니 눈을 떴고, 종혁은 그런 그를 차갑게 노려봤다.

    이런 겁쟁이가 어떻게 그런 참혹한 짓을 저지른 걸까.

    “병신 새끼.”

    “너어……!”

    “다음엔 진짜다.”

    “…….”

    박상영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자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대화를 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박상영, 지금부터 딱 하나만 물어볼 텐데 이걸 순순히 대답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네 유치장이랑 교도소 생활이 달라지게 될 거야.”

    “뭐, 뭔데…… 요?”

    “이 사진.”

    종혁은 박상영의 핸드폰과 컴퓨터에 있던 사진을 보여 줬다.

    “헉?!”

    경기를 일으키듯 놀라는 박상영.

    검게 죽는 그의 얼굴에 종혁의 가슴으로 뜨거운 바람이 분다. 종혁의 표정이 살벌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 누구야.”

    “아, 아닙니다! 얘들은 내가 한 애들이 맞는데, 이 애들은 모르는 애들이라고요! 나도 학생들한테 압수한 거란 말입니다!”

    쿵!

    “……뭐?”

    종혁의 눈이 부릅떠졌다.

    종혁은 간단하게 치료를 받는 박상영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니까 진명고 남학생들한테서 압수를 했다고?”

    여자유도부 건물 뒤에서 담배를 입에 문 채 시시덕거리며 보고 있기에 압수해 자신의 것으로 삼은 박상영.

    “확실해? 아니면 너 진짜 죽어.”

    “정말이야! 다 들통난 마당에 내가 왜 거짓말을 해!”

    비록 누군지는 모르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마, 맞아! 2학년! 명찰이 2학년 거였어!”

    “그렇단 말이지……?”

    ‘이런 짓을 저지른 놈이 따로 있단 말이지? 그것도 트로피처럼 자랑하듯이 돌려 볼 정도의 놈이?’

    순간 취조실에 끔찍한 살의가 몰아친다.

    “흡?!”

    감정이 사라진 종혁의 눈을 본 박상영이 더 파랗게 질린다.

    “박상영.”

    “으, 응!”

    “그럼 이 학생들은 성폭행하고, 촬영한 것은 인정하지?”

    “그, 그건…….”

    “야. 상황 파악 안 되냐? 이 사람들까지 다 엮어 줘?”

    “……예. 제가 한 거 맞습니다.”

    종혁은 고개를 푹 숙이는 그를 쳐다보다 몸을 일으켰다.

    “세라야, 이 새끼 추가 진술 받아.”

    “예, 대장님.”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오 경감님. 지금 어디세요?”

    -진명고에 거의 다 와 가는데 왜?

    “턴 해요. 상황이 좀 커졌으니까.”

    분명 사진작가가 찍은 듯한 사진도 있었다. 이는 곧 범인이 사진작가까지 섭외할 정도로 전문적이고 잔인하단 소리다. 고작 십대가 말이다.

    어쩌면 피해자가 더 있을 수도 있었다. 가해자도.

    그 말에 오택수는 이를 갈았다.

    -이 개새끼들……. 오케이. 알았어.

    여차하면 범인이 증거를 지워 버릴 수도 있는 상황. 한 번에 몰아쳐야 했다.

    통화가 끊기자 종혁은 취조실을 나서며 이번 사건의 담당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검사님. 저 특별범죄수사대의 최종혁 경정입니다. 혹시 지금 시간 되십니까?”

    진명고 2학년 전체, 남학생과 여학생 전부의 핸드폰을 압수해야 한다. 검사의 협조는 필수였다.

    ‘부디 허락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종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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