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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30화 (530/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30화>

삐비비빅! 삐비비빅!

햇빛이 내리쬐는 작은 방을 흔들어 깨우는 알람 소리.

“흐으응.”

하얀 이불을 끌어안고 있던 이십대 후반의 남성이 몸부림을 치며 베개 밑으로 파고든다.

그 순간 벌컥하고 거칠게 열리는 문.

뽀글 파마를 한 중년 여성이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심한 아들의 모습에 얼굴을 구긴다.

하지만 이내 방긋 웃으며 아들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인다.

“아드을. 출근해야죠?”

“헉! 맞다! 출근!”

기겁하며 일어난 아들은 다급히 시계를 찾았다.

“엄마, 몇 시고!”

“7시 30분이에요, 아드님.”

“으아아악!”

다급히 화장실로 뛰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본 어머니는 아들의 이부자리를 정리한 뒤, 아들이 입고 나갈 정장을 꺼내 이불 위에 올려놓았다.

달그락, 달그락.

“하이고, 잘하는 짓이다. 오빠야, 니 증말 사회인 맞나?”

“이 문디 가시나가! 뭐한다고 아침부터 오빠한테 지적질이고!”

“왜 나한테 그라는데! 저 문디가 늦잠 자서 아침을 늦게 묵는다 아이가!”

“이놈의 가시나가 그래도!”

타악!

식탁 유리를 깨부술 듯한 소리.

숟가락을 거칠게 내려놓은 아버지가 모녀를 서늘하게 응시한다.

“밥 묵자.”

달그락, 달그락.

“장남.”

“예, 아버지.”

“3조 원 투자액을 모집했다고?”

“예. 저도 그래서 승진했심더.”

“지금 니 승진이 문제가? 회사가 잘되는 게 먼저제. 으이?”

“……죄송합니더.”

“크흠. 그럼…… 배당액도 좀 느는 기가?”

그 말에 중년 여성의 눈이 반짝이고 아들의 어깨가 슬쩍 펴진다.

돈이 된다는 아들의 말에 그동안 모은 돈에, 잡을 수 있는 걸 모두 담보 잡아 JH메디컬에 투자한 그들 가족.

매달 통장에 따박따박 꽂히는 배당액은 어느덧 아들의 자부심이자 자랑이 되었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심니꺼. 가용할 수 있는 돈이 늘믄 더 많은 기기를 들여올 수 있을 텐데예. 내후년엔 꼭 마린시티로 이사 갈 수 있을 겁니더.”

요 몇 달간 회사의 권유로 배당액 전액을 계속 재투자한 그들.

그걸 한 번에 받는다면 그동안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아파트로 이사 갈 수 있을 거다.

“글나?”

순간 꿈틀거리는 아버지의 입술.

여동생의 눈도 반짝인다.

“아빠, 내 용돈…….”

“밥 묵자.”

“아니, 용돈…….”

“이 문디 가시나! 얼른 밥 안 묵나!”

“엄마는 왜 맨날 나만 가지고 그러는데! 내 딸 맞나!”

“뭐라꼬? 밥 먹기 싫다꼬?”

“묵을 기다!”

오늘도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잘 다녀오고. 차 조심하고.”

“예. 다녀오겠심더.”

아파트를 빠져나와 차에 오른 아들이 다급히 시동을 켠다.

늦잠을 자서 그런지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늦잠을 잔 사람들이 많은지 병목 현상이 일어난 아파트 입구.

빵! 빠앙!

“마! 서포티지! 빨랑 차 안 빼나!”

“보소! 지금 도로 전세 냈습니꺼!”

“하따, 마! 디비진다, 디비져!”

‘뭐꼬, 이건. 바빠 죽겠는데…….’

아들도 차창을 열고 클락션 세례에 함께 동참한다.

빵! 빠앙!

“마! 서포티지-!”

“죄송합니더! 죄송합니더!”

무슨 일인지 관리인실에서 뛰어나오는 남성.

병목 현상이 해결되자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아파트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아들도 지옥이라 불리는 부산의 도로 위로 올라탄다.

회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지라 금방 도착한 아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건물로 향하던 아들은 회사 건물을 보며 주먹을 꽉 쥔다.

승진이 결정되고 첫 출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입사 1년 만에 대리…… 흐흐흐.”

회사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준 거다.

1년 만에 대리를 달았으니 과장, 부장까지도 다이렉트로 달 수 있을 터. 기분이 째질 듯 좋았다.

그는 활짝 웃으며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후다닥!

다급히 옆을 스쳐 지나가는 한 남성.

“아이다. 아일 끼다!”

뜻 모를 말을 외치는 사내.

그런데 그 사람뿐만이 아니다.

“이, 이게 무슨 일이고!”

“미친! 내 돈은! 내 돈은……!”

‘뭐꼬. 무슨 일이고?’

우다다 회사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마치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모습들에 갸웃한 아들은 다시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발신자는 개새끼. 그가 일하는 부서의 과장이다.

“쯧.”

아침부터 기분을 잡치지 않기 위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그는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아이고! 내 돈 돌려내라! 내 돈-!”

“그게 어떤 돈인데-!”

“아아악!”

마치 도둑이 든 듯 난장판이 된 사무실과 난동을 피우는 투자자들.

털썩!

무려 5억. 잡을 수 있는 모든 담보를 잡아 겨우 마련한, 그들 네 가족의 전 재산. 아들의 결혼 자금이자 여동생의 대학등록금이며, 부모님의 노후.

땅바닥에 주저앉은 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절망이 부산을 휩쓸었다.

*   *   *

본청의 대회의실.

정복을 입은 본청의 고위간부들과 각 과의 과장들이 모인 그곳에 지독한 침묵이 내려앉아 있다.

방금 전 부산경찰청에서 날아든 소식 때문이다.

그들은 망연히 정면의 스크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부산청장을 바라본다.

“피해액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침묵을 깨는 박종명 경찰청장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몰린다.

“피해액이 얼마라고?”

-3조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쿵!

대회의실을 휩쓰는 거대한 충격.

고위 간부들과 과장들이 파랗게 질린다.

그러나 종혁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은 채 부산청장과 박종명 경찰청장을 응시한다.

회귀 전, 끝까지 잡지 못했던 조희구.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경찰의 미흡한 대처 때문이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이었음에도 본청이 아니라 서울청, 아니 일개 경찰서에서 담당했던 조희구 투자 사기 사건.

당시 부산이 아니라 서울에 둥지를 만들었던 조희구는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고, 전국이 발칵 뒤집히게 됐다.

후에 견찰 몇 명이, 일명 조희구에게서 돈을 받아 처먹은 조희구 차일드가 수사를 조작한 의혹이 드러났지만 처벌을 받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담당 관할의 담당 형사까지도 말이다.

즉, 가장 위에서부터 사건이 조작됐다는 뜻이다.

‘그때 경찰청장이 저 양반이었지.’

기회주의자. 정권의 개. 박종명.

종혁의 눈빛이 한층 더 가라앉는다.

“조희구의 현 위치는?”

-현재 파악이…… 되고 있지 않는 상태입니다.

“허! 그런 말을 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닐 텐데요?”

“그래요! 이거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 거 맞습니까?”

-뭐야?! 너 몇 기야!

“지금 기수가 중요합니까!”

“이봐! 지금 사태 파악이 안 돼?!”

종혁과 과장들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광경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개판이네.’

그때였다.

-띠리링! 띠리링!

스크린을 연결한 스피커에서 들리는 전화벨 소리.

부산청장이 핸드폰을 든다.

-지금 회의 중이니…… 헛! 예, 예. 예!?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건을 가져가신다니요!

부산청장이 눈앞에 있으면 멱살을 잡을 것처럼 악을 질러 대던 고위 간부들의 입이 다물어진다.

-그러는 게 어디 있습…… 이보세요! 지검장님! 여보세요! 이런 씨발-!

대회의실에 지독한 침묵이 다시 내려앉는다.

“무슨 일이지?”

-빌어먹을…… 부산지검이 사건을 인계하랍니다.

쿵!

다시금 대회의실을 휩쓴 충격.

이 개 같은 상황에 간부들의 입이 뻐끔거렸지만, 종혁의 표정은 여전히 서늘했다.

‘시작됐군.’

조희구 차일드의 방해가.

아니, 놈들 조직의 방해가.

‘부산지검에도 있었냐.’

까드득!

종혁의 이가 부셔질 듯 갈렸다.

스크린에 불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불이 들어온 대회의실.

몸을 일으킨 박종명 경찰청장이 이 자리에 모인 간부들을 주욱 훑는다.

“다들 들었다시피 부산지검에서 사건을 가져가기로 했다. 그러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도록. 최 대장, 알아들었나?”

갑자기 지목된 종혁에 고개를 돌렸던 간부들은 이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상부의 사람들을 곤란하게 했던 사건들을 많이 맡은 종혁.

자칫 박종명 경찰청장의 목이 날아갈 상황이기에 종혁의 제어는 필수였다.

반면 박종명 파벌의 간부들은 생각이 좀 달랐다.

박종명의 경고에 놀랐던 그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진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저놈이 떨어져 나가는구나,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됐구나 기쁨과 희열에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종혁은 얼굴을 구겼다.

“……예.”

“그런데 저흰 사건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겁니까, 청장님?”

정말 그럴 거냐. 정말 그렇게 무능하게 일할 거냐.

특별수사팀을 휘하 부서로 둔 간편신고관리과의 과장, 정용진 과장의 살벌한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박종명 경찰청장에게로 향한다.

“달리 방도가 있다면 말해 봐.”

검찰이 가진 수사 지휘권.

그것을 휘두르는 순간 경찰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

“하지만 이대로 손가락만 빤다면 경찰의 체면이 망가지겠지. 정보국장.”

“예, 청장님.”

온통 베일에 싸여 있는 정보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오픈되어 있는 인물 정보국장. 정보국 각 과의 과장들도 웬만해선 오픈되지 않는다. 인사 이동을 할 때나 정보국 소속이었음이 드러날 정도다.

“추적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산청 광수대가 부산지검을 서포트하며 여차한 순간 낚아챈다. 최 대장.”

“중앙지검 특수부에 말해 놓겠습니다.”

특수부 부장검사인 강철선은 종혁과 오랜 인연이 있는 인물. 경찰의 공을 뺏길 위험은 없었다.

간부들의 입가에 만족의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런데 이번엔 종혁이 손을 든다.

“특수본은 설치하지 않는 겁니까?”

“검찰이 특수본을 설치한다면.”

검찰이 사건을 가져간 이상 경찰이 먼저 난리를 피울 순 없다.

종혁은 혀를 차며 입을 다물었다.

“이상. 해산. 아, 최 대장. 마지막으로 경고하지. 나대지 마.”

“……충성.”

“해산.”

우르르!

몸을 일으킨 간부들은 대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대회의실이 위치한 복도를 기웃거리던 경찰들은 그들의 험악하고 살벌한 기세에 파랗게 질리며 다급히 비켜선다.

그런 그들을 일견한 고위 간부들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중간 간부들은 계단으로 향한다.

툭!

누군가 종혁의 어깨를 치며 지나간다.

“꼴좋네?”

“그러니 적당히 나댔어야지.”

“앞으로 잘해 봐, 최 대장. 힘든 일 있으면 말하고.”

“푸흐흐흐흐.”

비웃으며 계단을 내려가는 박종명 파벌의 간부들.

종혁의 눈이 가늘어진다.

‘재밌네.’

자신들 목숨이 언제까지 붙어 있을지 알고 저 지랄을 하는 걸까.

종혁은 후에도 저 지랄을 떨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하이고, 못난 새끼들.”

“최 대장, 괜찮아?”

“괜찮습니다. 그럼 오늘도 고생하십쇼. 충성.”

“아, 일하기 싫다!”

“어이! 최 대장도 수고!”

각 과로 흩어지는 종혁의 지인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종혁은 머리를 긁으며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최 대장.”

“아, 과장님.”

김종두 과장이 무심한 얼굴로 다가서며 검지와 중지를 입술에 가져간다.

“옥상으로?”

“1층으로 가자.”

“가시죠.”

건물을 빠져나온 그들은 구석진 자리로 가 서로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답답한 가슴처럼 뿌연 담배 연기.

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답답한 가슴은 뻥 뚫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담배만 뻐끔뻐끔 피우는 그들.

둘 사이에 내려앉은 침묵을 깬 건 김종두 과장이었다.

“내가 지금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설마 걔들이냐? 아니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입을 닫고 있는 걸까 하고 기다리던 종혁은 피식 웃었다.

“우리 과장님 감 안 죽었네요. 그리고 3조 원이 아니라 9조 원쯤 될 겁니다.”

“하, 씨벌…….”

얼굴을 와락 구긴 김종두 과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잠깐, 그럼 설마 청장님이 부산청만 움직이게 하는 것도…….’

거기까지 생각한 김종두 과장은 재빨리 생각을 털어 냈다.

아직은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다. 같은 식구를 의심해선 안 됐다.

하지만 종혁의 반응이 너무도 거슬린다.

그동안 놈들이 떴다 하면 죽일 듯 달려들었던 종혁이 너무 얌전하다. 의아해하며 종혁을 본 김종두 과장은 경악하고 말았다.

“너, 너 설마?!”

“예. 이번 기회에 싹 다 추려 내야죠.”

오싹!

정치인부터 판사, 검찰, 경찰, 언론까지.

지금 이 순간부터 조희구를 옹호하거나 물타기를 하려는 놈들은 무조건 놈들의 하수인이다. 아니라고 해도 맞는 거다.

“판이 이렇게 예쁘게 깔았는데, 뽕을 뽑아야지 않겠습니까?”

‘이번엔 확실히 골라낼 수 있겠지.’

이 나라를 좀먹는 벌레들을.

광기로 일그러지는 종혁의 얼굴에 심장이 떨린 김종두 과장은 이내 흉악하게 웃었다.

“손이 부족하진 않겠냐?”

“그런 도움을 거부하는 건 또 제 스타일이 아니죠.”

“푸흐흐. 새끼.”

둘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저벅저벅!

바닥에 떫어진 낙엽을 부수며 다가오는 가볍고도 묵직한 걸음.

“그거 썩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저도 같이 들어도 되겠습니까?”

종혁과 김종두 과장은 갑자기 나타난 정용진 과장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   *   *

어둠이 진하게 내려앉은 저녁의 칭다오의 한 부둣가.

출렁출렁 파도가 너울거리는 선착장에 불을 끈 한 대의 어선이 들어선다.

그런 어선의 선두에 서서 양팔을 벌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자유의 바람을 맞으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 조희구.

코로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가 왜 이렇게 달콤한지 모르겠다.

“부산 지부장님! 곧 배가 접안하니까 거기 계시지 마세요! 영화 흉내 내시다가 떨어지십니다! 이 밤에 물에 빠지면 시체도 못 건져요!”

“쯧.”

조희구는 어쩔 수 없이 내려왔고, 배는 곧 선착장에 맞닿았다.

배가 서자마자 곧바로 뛰어내린 조희구.

뒤이어 그의 비서가 뛰어내린다.

둘은 거칠 것 없다는 선착장을 거슬러 올라갔고, 이내 곧 선착장 입구에 헤드라이트 불빛을 강렬하게 쏘고 있는 세 대의 차량 앞에 설 수 있었다.

조희구가 나타나자 재빨리 불이 꺼지는 헤드라이트.

저벅! 저벅!

불빛에 잠시 눈을 가렸던 조희구는 자신의 앞에 서며 허리를 숙이는 이십대 남성의 모습에 눈을 빛냈다.

“호오. 누구신가?”

“중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시는 길 불편하지 않으셨는지 모르겠군요. 회사 역사상 최고 매출을 올리신 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중국 동부 지부의 왕유춘 대리입니다.”

“지부장을 케어하는 게 고작 대리라…….”

조희구의 얼굴에 흉흉한 미소가 어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상급자 앞에서 가명을 쓰고…… 나 오늘 은퇴하는 날이야?”

촤악!

순간 품에서 총을 뽑은 비서가 조희구 앞을 막아서며 사내의 이마에 총구를 겨눈다.

그에 다급히 품에 손을 가져가는 조희구를 마중하러 나온 사람들.

“꼼짝 마! 손가락이라도 하나 까딱한 순간 이 새낀 죽어!”

조희구도 품 안에 손을 가져간다.

일촉즉발의 흉흉한 상황.

그에 손을 들어 올리며 사원들을 말린 사내는 조희구의 눈을 빤히 응시하며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최성현입니다. 직급은 대리. 지금 이 순간부터 조희구 부산 지부장님과 부산 지부의 케어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아, 최 지부장 아들?”

품에서 손을 빼며 비서를 말린 조희구가 흡족하게 웃는다.

“최 지부장이 신경을 써 줬군. 이 장난은 조카의 애교 정도로 생각하지.”

“모시겠습니다. 짐은 제게…… 이쪽으로 오시죠.”

뚜벅, 뚜벅, 타악!

서류 가방을 품에 안은 조희구를 가운데 차량에 태운 최성현은 깊이 굽혔던 허리를 펴며 눈을 빛냈다.

‘조희구…… 만만치 않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느긋했던 조희구.

역시 지부장을 맡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어 크게 휘저었다.

“출발!”

세 대의 검은색 차량이 칭다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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