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27화 (52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27화>

    이젠 자동차조차 잘 다니지 않는 새벽 4시의 거리.

    한 소녀가 폐지가 한가득 쌓인 끌차를 밀며 고요한 거리를 천천히 나아간다.

    오똑한 콧날에 동그랗게 큰 눈, 동글동글한 턱선.

    누가 봐도 귀엽다 말할 외모를 지닌 소녀는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멈춰 섰다.

    “하아아.”

    어젯밤 내린 비 때문인지 더 춥게 느껴지는 완연한 가을.

    그럼에도 반팔을 입은, 목이 다 늘어난 반팔을 입은 소녀가 닭살이 돋은 팔뚝을 쓸어내리다 잠시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그러다 입술을 깨물며 다시 발을 크게 내딛던 소녀는 무언가를 발견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끌차를 마치 열쇠고리처럼 가벼이 끌고 도로를 향해 뽀로로 달려간 소녀는 도로 위, 인도 바로 아래에 놓인 대용량 식용유통을 냉큼 들어 올렸다.

    “아싸! 득템!”

    킬로당 가격이 매우 높은 알루미늄캔.

    환하게 웃은 소녀는 냉큼 폐지를 고정한 고무줄을 잡아당겨 식용유통들을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힘을 주어 잡아당겨서일까. 방금 전 짐짝처럼 들고 달리느라 균형이 무너져 있던 폐지가 흔들거리더니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어? 어? 아, 안 돼!”

    쓰러지는 폐지들을 온몸으로 막아서는 소녀.

    하지만…….

    와르르르!

    “…….”

    소녀의 눈이 다시 일그러진다.

    갑자기 설움이 몰아친다.

    인도에 널브러진 폐지들처럼 더럽고 추레한 삶. 18살 소녀가 견디기엔 너무도 가혹한 삶이다.

    “……쓰읍! 아니야. 지금까지 잘해 왔잖아!”

    벌겋게 달아오른 눈을 비빈 소녀는 아자, 아자 외치며 도로에 널브러진 폐지들을 줍기 위해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끼이이익!

    소녀의 갑작스레 온몸을 덮치는 하얀 불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한편 갑자기 멈춰 선 차 안.

    “뭐, 뭡니까. 무슨 일이에요?”

    “죄, 죄송합니다! 가, 갑자기 사람이 도로로 튀어나와서!”

    타악!

    무조건 안전 운행, 고객을 무사히 목적지까지가 모토인 대리기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본 종혁은 얼른 차에서 내렸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치진 않은 것 같지만, 많이 놀란 건지 도로에 주저앉아 있는 소녀.

    종혁은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괜찮아요? 어디 다친 곳 없어요?”

    “괘, 괜찮으세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따라 나온 대리기사가 안절부절못하며 소녀의 몸을 살핀다.

    “네? 네?”

    “어디 다친 곳 없냐고요?”

    “어…… 네. 아, 아마도?”

    “됐습니다. 일단 좀 봅시다. 아니, 병원부터 가죠.”

    “아, 아뇨! 아뇨.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기사님, 일단 병원부터 가죠. 근처에 제가 아는 병원이 있습니다.”

    “예, 예! 하, 학생, 얼른 차에 타요!”

    “아니요! 괜찮다니까요! 정말 괜찮아요!”

    종혁은 극구 거부하는 그녀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운동하는 친구 같은데, 운동하는 사람은 몸이 생명인 거 몰라요?”

    “……!?”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 놀라는 소녀의 모습에 종혁은 피식 웃었다.

    ‘이런 몸을 가만 놔둘 감독이 어디 있어.’

    이미 골격부터 일반인의 그것이 아니다.

    170센티미터의 신장에 70킬로그램 정도 되어 보임에도 군살이 없는 몸. 손바닥에 굳은살이 크게 잡혀 있고, 팔뚝의 근육이 범상치 않다.

    소녀는 누가 봐도 운동선수였다.

    “아, 혹시 제가 의심스러워서 그래요?”

    종혁은 경찰공무원증을 보여 주었다.

    “헥? 겨, 경찰이셨어요?”

    “이제 안심할 수 있겠죠? 얼른 타요.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도 인대나 허리가 놀랐을 수 있으니까. 운동을 한다면 운동선수에게 인대와 허리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는 알죠?”

    “하, 하지만…….”

    소녀의 시선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폐지들로 향하자 종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기사님, 트렁크 좀 열어 주세요.”

    “예!”

    “아, 아니요! 괜찮다니까요!”

    “나도 괜찮다니까요. 자, 어서 타세요.”

    “앗! 아앗!”

    차에 소녀를 밀어 넣은 종혁은 대리기사와 함께 얼른 폐지와 끌차를 트렁크에 싣고는 근처의 큰 병원으로 향했고, 소녀는 그런 종혁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   *   *

    다행히도 조용한 응급실.

    “검사 결과 다친 곳은 없지만 근육에 염증이 많네요. 관절은 더 심하고. 이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겁니다.”

    “아, 네…….”

    마치 알고 있다는 듯 씁쓸히 웃는 소녀.

    종혁과 의사의 눈이 살짝 찌푸려진다.

    “흠. 일단 처방전을 써 줄 테니까 그 약 먹고 푹 쉬세요. 자기 전에 온찜질도 해 주고요.”

    “네, 감사합니다.”

    “쯧. 어떻게 형사님은 술 깨시게 포도당 주사라도…….”

    이 병원의 VVIP인 종혁.

    원래 VIP 이상 등급 환자의 신상은 병원의 기밀 사항이지만, 동기 중 한 명이 VVIP 병동 담당이기에 종혁에 대해 알고 있었다.

    박봉인 형사임에도 VVIP 병동에 입원하는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아닙니다. 이분을 데려다 드려야죠.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그렇게 소녀를 데리고 응급실을 빠져나오니 소녀가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아직 아저씨라는 말 들을 나이는 아닌데…….”

    “네?”

    “큼. 아까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 들었죠? 지금은 괜찮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집에 가면 뜨거운 물로 20분 정도 샤워하고 자요. 파스도 붙이고.”

    당장 염증을 억제하는 건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좋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응급처치. 몇 시간 후 시합을 해야 하는 선수나 할 법한 행동이다. 후일을 생각하자면 따뜻한 물이 좋았다.

    “괜히 어리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종혁은 그러며 그녀에게 지갑에 있는 현금 전부와 명함을 안겨 주었다.

    “히이익?! 아, 아뇨! 아뇨!”

    “합의금이에요. 혹여 학생이 날 신고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런 걸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래요. 조심히 가고. 아, 집까지 데려다 드릴까요?”

    소녀는 고개를 붕붕 저었고,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선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지만, 소녀가 원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한창 예민할 나이. 더욱이 이 추운 날 새벽에 다 늘어진 셔츠를 입고 폐지를 주우러 다닐 만큼 가난하다.

    혹여 이 작은 호의가 소녀에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에 종혁은 꾹 참았다.

    “그래요. 앞으론 도로에 나오지 말고요. 다칠 수 있으니까.”

    “네…….”

    소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종혁은 차에 올랐고, 그들이 응급실로 들어간 사이 트렁크에서 내려진 폐지들을 본 소녀는 병원을 빠져나가는 차에서 시선을 돌려 손에 쥐여진 돈을 가만히 응시했다.

    일순간 복잡한 감정으로 일그러지는 소녀의 눈.

    돈들 역시도 소녀의 손 안에서 구겨졌다.

    한편 다시 달리기 시작한 차 안.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합의금은 어떻게든…….”

    “괜찮습니다. 제가 억지로 안겨 준 건데요, 뭘. 그보다 안전 운행 부탁드릴게요.”

    자신이 놀랐다고 한들 사람을 칠 뻔한 대리기사보다 놀랐을까.

    종혁의 따뜻한 말에 대리기사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감사합니다…….”

    옅게 웃은 종혁은 창밖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방금 전의 소녀를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답답해졌기 때문이다.

    ‘어려운 길을 가네.’

    해 봤기에 안다. 가난한 사람이 운동을 하면 얼마나 힘든지.

    혀를 찬 종혁은 창문을 내렸다.

    “담배 좀 피우겠습니다.”

    찰칵! 치이익!

    “후우.”

    담배 맛이 무척이나 썼다.

    *   *   *

    다음 날, 우렁찬 구령소리가 울려 퍼지는 태릉선수촌의 유도 센터 안.

    “하나둘!”

    “셋! 넷!”

    하얗게 질린 선수들이 마스크를 쓴 채 비척비척 뛰며 단내를 뿜어내고 있다.

    “자세 똑바로 안 해?! 뛰다가 허리 나가고 싶냐?!”

    “아닙니다!”

    “육십 명이 외치는데 왜 나 한 명보다 목소리가 작아!”

    “아닙니다-!”

    “아닙니다악!”

    유도 센터를 무너트릴 듯 외쳐지는 발악.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선수들과 달리 얼굴만 살짝 상기 된 종혁이 호각을 입에 가져간다.

    삐익!

    “으아아아아아!”

    호각이 울리자 다시 전속력으로 달리는 그들.

    “처진다. 처진다! 고작 인터벌 두 시간 만에 처지는 새끼들은 뭐하는 새끼들이야!”

    ‘씨발!’

    ‘아오오!’

    죽이고 싶다. 찢어 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들과 똑같은 페이스로 뛰고 있음에도 지친 모습이 하나 보이지 않는 종혁. 반항을 하려다가도 그 괴물 같은 모습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대신 이를 악물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도록 뛰고 또 뛰었다.

    삑! 삐이익!

    “1시간 휴식!”

    “으아!”

    “허억! 헉!”

    “눕지 마! 누가 누우랬어? 오늘만 운동하고 관둘 거야?!”

    “죄, 죄송합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누르며 겨우 몸을 일으킨 선수들은 서로를 붙잡고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종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흐뭇이 웃고 있는 신성일 감독에게 다가갔다.

    “다른 건 몰라도 깡은 제법 봐 줄만 하네요.”

    두 시간의 인터벌. 방금 전 타박을 하긴 했지만, 제아무리 국가대표라도 쉽사리 할 만한 짓이 아니다.

    무리한 일인 줄 알면서도 진행을 했던 건 이들의 체력과 정신력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신성일 감독은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솔직히 말해. 잡으라는 범인 안 잡고 운동만 하지?”

    “에이, 이 정도 체력도 없으면 형사 못하죠.”

    범죄자 중엔 범죄를 원만하게 저지르기 위해, 오직 그 목적으로 운동을 배우는 놈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그나마 낫다.

    문제는 격투기나 칼질을 전문적으로 배운 놈들이다. 그런 놈들을 붙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체력이 필요하다.

    늘씬 두들겨 맞아도, 온몸에 구멍이 뚫려도 절대 바짓가랑이를 놓지 않을 체력이.

    “……경찰은 다 그러냐?”

    “솔직하게 말해 드려요?”

    “어.”

    신성일 감독뿐만 아니라 스트레칭을 하던 선수들도 귀를 기울인다.

    그걸 본 종혁은 피식 웃었다.

    “정신력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쟤들이 낫죠. 그런데 상비군 출신 형사들하고 쟤들 붙여 놓으면 쟤들 백 퍼센트 병신 됩니다.”

    언제 몸에 구멍이 뚫릴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게 형사다.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삶.

    그 말을 뒤집어 말하면 그 누구라도, 혹여 레슬링 세계 챔피언이라도 몸에 구멍을 뚫어 버리거나 병신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다.

    형사들은 출동을 할 때 그런 각오를 하고 사무실을 나선다.

    “반깡패라고 생각하는 게 편해요.”

    “그 동네도 빡세네…….”

    그래서 놀랍고, 믿기지가 않는다.

    고등학교로 픽업을 할 때만 해도 순둥이였던 놈이 어느덧 이렇게 거친 냄새를 풍기는 형사가 됐다는 게.

    “왜요?”

    “아니다. 그보다…… 응?”

    갑자기 열리는 유도 센터의 문에 종혁과 신성일 감독의 고개가 돌아갔다가 깜짝 놀란다.

    빼꼼 고개를 들이민 채 누군가를 찾는 듯한 한 소녀. 아니 피겨의 여왕, 손연아.

    종혁을 발견한 그녀의 얼굴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오빠!”

    태릉선수촌 유도 센터에 경악이 휘몰아쳤다.

    터벅터벅.

    창가에 다닥다닥 붙은 유도국대들을 뒤로한 종혁과 손연아가 가을이 내려앉은 태릉선수촌을 걷는다.

    “치이. 태릉에 왔는데 연락도 안 하고. 오빠가 태릉에 있단 말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눈을 샐쭉하게 뜨는 그녀의 모습에 종혁은 입맛을 다셨다.

    “끄응. 난 미국에 있는 줄 알았지.”

    곧 2008 스케이트 아메리카라는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에 출전해야 되는 손연아. 빙질이나 시차, 기온 등 적응할 부분이 많기에 미국에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연락을 안 했던 거였다.

    “안 그래도 이제 가야 해요. 4시 비행기.”

    “비즈니스?”

    “뻐스트! 저도 이제 대우 좀 받는다는 말씀! 에헴!”

    어디 그뿐일까. 행복의 쉼터에서 지어 준 빙설장으로 인해 경기장 적응 문제도 거의 끝내 놓은 상태다.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가 열리는 경기장과 거의 똑같은 환경을 조성한 경기장. 이젠 굳이 해외로 훈련을 하러 가지 않아도 됐다.

    이 모두 종혁 덕분이었다.

    “까분다.”

    “이히히.”

    웃음을 흘린 손연아가 종혁의 팔에 팔짱을 끼며 태릉선수촌 바깥으로 이끈다.

    너무도 고마운 사람, 종혁.

    만약 종혁이 피겨협회를 비롯한 빙상연맹을 박살 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부모님은 여전히 딸의 운동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오늘도 밤낮 없이 일하고 계셨을 테고, 안 그래도 병세가 깊던 허리는 더 망가지셨을 것이다.

    손연아에게 있어 종혁은 은인 그 이상의 존재였다.

    “오빠, 우리 밥 먹어요! 제가 살게요! 제가 좋은 식당 알아 놨어요!”

    이러기 위해 종혁을 찾은 거다. 은인 그 이상의 존재인 종혁에게 이젠 밥을 살 수 있을 만큼 성공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그리고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오. 밥도 먹을 수 있어? 식단 관리 좀 해야 하지 않아?”

    “……아, 짜증 나.”

    “큭큭. 떨어져라. 스캔들 난다.”

    “잉? 오옹. 그 말은 저를 여자로 본다는…….”

    따악!

    “아아악!”

    “이게 윤아랑 붙어 다니더니 못된 것만 배웠네.”

    “히잉. 존댓말 하던 오빠 돌려줘…….”

    “시끄러워.”

    종혁이 타박했지만, 손연아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종혁은 다시 팔짱을 껴 오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포기했고, 그에 힘입은 손연아는 더 강하게 종혁의 팔을 끌어안으며 행복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르릉!

    저 멀리서 들어오는 버스들에 슬그머니 팔을 빼는 종혁.

    손연아는 볼을 햄스터처럼 부풀리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이내 버스의 유리창에 적힌 글자를 보곤 눈을 빛냈다.

    그건 종혁도 마찬가지다.

    끼이익! 푸쉬익!

    “자! 빨랑빨랑 내려라! 열들 맞추고!”

    “예! 헉?! 손연아다.”

    “뭐하는 거야! 선배들이 너희들을 기다려야겠어?!”

    “죄송합…… 왁!”

    버스에서 내리다 손연아를 발견하곤 경악하는 학생들.

    손연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이를 본 학생들이 우와아 함성을 지르며 방방 뛰었다.

    그런 그들에게 휩쓸리지 않고자 슬쩍 물러서곤 좋을 때라며 잔잔하게 웃던 종혁은 마지막으로 내리는 한 소녀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잉?”

    오늘 새벽의 그 소녀가 어깨를 좁힌 채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반가워 다가가려 했던 종혁은 소녀의 어깨에 팔을 올리는 한 중년인과 그에 크게 움츠리는 소녀의 모습에 잠시 발을 멈추며 미간을 좁혔다.

    ‘뭐야, 저건 또?’

    왜인지 코끝에 악취가 스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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