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24화 (524/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24화>

    스르륵!

    경찰 본청 건물 앞에 승용차가 멈춰 서며 종혁이 내린다.

    완연한 가을을 알리는 푸르고 높은 하늘.

    서늘하게 불어오는 한 줄기의 바람이 실없이 웃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어진다.

    “야, 뭐하냐. 안 내리냐?”

    “으으.”

    “하, 씨발.”

    “제가 할게요, 대장님!”

    “어? 어, 그래.”

    “이 개놈의 시키들! 빨랑빨랑 안 내리냐! 너희들 때문에 우리 대장님 기다리잖아!”

    팔을 쑥 집어넣은 최재수가 서대우와 벨라의 머리채를 잡아 그대로 끌어냈다.

    “아악!”

    “자, 잠깐! 머리!”

    비명을 지르며 끌려 나오는 둘.

    ‘……정말 나 없는 동안 뭔 일이 있었던 거야?’

    최재수가 많이 사나워졌다.

    고개를 저은 종혁은 본청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와, 씹. 저걸 진짜 잡네.”

    “며칠 만이야? 2주 만인가?”

    무슨 이유인지 로비에 모여 웅성거리는 경찰 간부들.

    종혁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와우.’

    박종명 경찰청장과 김용재 상무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서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부지검의 차장검사에 중앙지검 특수부의 강철선 부장검사도 있다.

    충분히 모여 있을 만했다.

    종혁은 얼굴이 붉그락푸르락하는 차장검사를 일견하곤 박종명 경찰청장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특별범죄수사대 최종혁 경정 외 두 명, 방금 막 범인을 검거하고 복귀했습니다.”

    “잘했어.”

    짧지만 굵은 칭찬.

    그 안에 참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경찰 내부에서 말이 많았던, 박종명 자신이 이끄는 파벌에서도 말이 많았던 신설 특별범죄수사대.

    그런데 종혁은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제 실력을, 하나의 수사과를 맡을 만한 역량이 된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이제 그 누구도 종혁의 나이나 역량을 가지고 태클을 걸지 못할 터.

    종혁이 마음에 들지 않은 박종명은 이게 기분이 나쁘면서도, 김용재 상무와 연결시켜 주는 등 자신의 체면을 팍팍 세워 준 종혁을 미워할 수 없는 요상한 감정에 휩싸이게 됐다.

    종혁은 미세하게 움직이는 그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비릿하게 웃었다.

    ‘왜? 갈등돼? 버리자니 아깝고, 삼키자니 싫지? 근데 난 아니야. 난 당신이 그냥 싫거든.’

    딱히 잘못한 게 없어서 가만 둘 뿐, 앞으로 박종명 경찰청장을 좋아할 일은 절대 생기지 않을 거다.

    그런 종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각을 한구석에 밀어 놓은 박종명 경찰청장이 벨라를 본다.

    “옆의 여자는?”

    “쉬로우 첸이 서대우에게 붙인 꽃뱀입니다.”

    “음.”

    종혁은 김용재 상무를 봤다.

    낯빛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지만, 그 눈빛만큼은 활활 타오르는 그.

    종혁은 슬그머니 옆으로 비켜서 줬다.

    “그래도 옛 부하 직원인데 인사라도 나누시죠.”

    “……감사합니다.”

    자신이 지금 하고 싶어 미치는 행위를 허락해 준, 등을 떠밀어 준 종혁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한 김용재 상무는 성큼성큼 걸어가 서대우 앞에 섰다.

    “사, 상무님.”

    “오랜만이군, 서 과장.”

    “상무님! 제 이야기 좀 들어 보십시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날 이렇게 엿 먹였다는 건, 결국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는 거겠지.”

    섬뜩!

    얼음으로 된 칼날이 서대우의 등골을 베어 낸다.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닙니다!”

    “기대해. 삼전이 왜 삼전인지, 내가 왜 삼전의 황태자라 불리는지 알게 해 줄 테니까.”

    “잠시만요, 상무님!”

    “변절자를 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례는 근 시일 내에 꼭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 대장님. 그럼 전 바빠서 이만. 그럼 가 보겠습니다, 청장님.”

    “상무님! 상무니임!”

    ‘휘유. 성깔 있으시네.’

    하긴 삼전이라는 거대한 그룹을 물려받으려면 저 정도의 성정은 있어 줘야 했다.

    ‘김용재 상무…… 제법 재밌는 대화를 나누게 되겠네.’

    악동처럼 웃은 종혁은 오랜 인연인 강철선 검사를 봤다.

    “뭘 또 이렇게 행차까지 하셨어요?”

    “어떤 분께서 꼬롬하게 굴까 봐 온 거 아이가.”

    그 말에 얼굴이 더 구겨지는 차장검사.

    그가 종혁을 향해 날을 세운다.

    “능력 잘 봤어, 최종혁 대장. 앞으로 지켜보지.”

    그는 거칠게 몸을 돌리며 본청 건물을 빠져나갔다. 종혁과 강철선의 친분이 생각보다 더 두터운 것 같으니 완전히 텄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어휴, 무셔라.”

    “됐다, 마. 곧 시골로 내려갈 양반은 쳐다도 보면 안 되는 기라. 부정 탄데이.”

    ‘아, 결국 그렇게 되나 보네.’

    객기를 부린 대가를 받는 것뿐이니 동정조차 가지 않았다.

    “그럼 드가자. 사무실 구경시켜 도.”

    “하하, 그럴까요? 올라가시죠. 청장님, 그럼 전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충성.”

    “충성. 취조 끝나면 내 방으로 올라와.”

    “……옙!”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멀어지는 박종명 경찰청장을 보며 혀를 찬 종혁은 이번에도 완벽하게 제 몫을 해내 준 팀원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럼 올라갑시다! 마무리해야죠!”

    드디어 사건이 마무리됐다.

    *   *   *

    경찰청장실.

    소파에 앉은 박종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똑똑!

    “최종혁 대장이 도착했습니다.”

    “들어와.”

    문을 열고 종혁이 들어오자 박종명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취조에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울 게 있겠습니까.”

    증거부터 증인까지 모든 게 명백했고, 서대우 역시 살아남기 위해 협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조서는 술술 써질 수밖에 없었다.

    “곧 삼전 측에서 톈진의 핸드폰 제조 기업에 대한 고소 절차에 들어갈 겁니다.”

    서대우는 물론이고, 놈과 관련된 기업들도 기소될 것이다.

    “현재 엠바고가 걸려 있는 기사들은 재판이 끝난 이후에나 보도되겠군.”

    미국발 경제 붕괴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태다.

    특히나 한국은 그 타격을 크게 받아, 원화의 가치가 IMF를 연상시킬 만큼 떨어진 상황.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증시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이 완벽히 정리되기 전에 기술 유출이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안 그래도 추락하는 삼전의 주가가 어디까지 주저앉을지 몰랐다.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서대우에게 달라붙었던 꽃뱀 역시 한국에서 처벌을 받고 싶다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마약은 사형.

    꽃뱀 벨라는 울고불고 매달리며 간절히 애원했다.

    “내가 알아야 할 이야기인가?”

    “……죄송합니다.”

    “차나 들지. 이번에 좋은 찻잎이 들어왔기에 특별히 꺼내 본 거니 한번 맛이나 봐.”

    “오!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후룩!

    ‘당연히 알아야 할 이야기지, 이 양반아.’

    꽃뱀 벨라에게 당한 기술자가 한 두 명이 아니다.

    기술이나 인재를 유출당한 기업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 주기만 해도 감사 인사를 받을 터.

    하지만 이걸 굳이 언급해 줄 필요는 없었다.

    그냥 미운 사람인 박종명 경찰청장.

    ‘난 그년에 대해 말했어요. 당신이 듣지 않은 거야.’

    종혁은 김용재 상무에게 벨라와 관련된 정보를 그에게 일러 주기로 했다. 혹여나 오빠에게만 알려 줬다고 삐질지도 모르니, 김용재 상무의 여동생인 신화호텔의 김부현 상무에게도 말이다.

    ‘그럼 둘이 알아서 제 이득을 챙기겠지.’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그룹의 두 후계자에게 빚을 지게 만드는 거다.

    말 몇 마디로 그러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상당히 이윤이 남는 장사였다.

    속으로 어깨를 으쓱인 종혁은 찻물을 한 모금 머금었다가 살짝 놀랐다.

    “좋은 차군요.”

    아무래도 교쿠로 같다.

    수확 3주 전부터 햇빛을 가려 재배한 첫 번째 찻잎을 정성스레 말려 만든 일본의 고급 녹차, 교쿠로.

    그 특유의 감칠맛이 혀끝을 아련하게 맴돈다.

    박종명 경찰청장이 마시기에는 참 아까운 차다.

    잠시 차향을 음미한 종혁은 이내 찻잔을 내려놓으며 박종명을 응시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급하군.”

    “죄송합니다. 얼른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아무리 차가 좋다 한들 함께 즐기는 사람이 박종명 경찰청장이라면 양잿물보다 못한 법이었다.

    무려 경찰청장 앞에서 쉬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는 종혁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 웃은 박종명 경찰청장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최 대장은 큰 사건을 해결하면 무조건 휴가를 갔었지.”

    “그래야 더 힘을 내서 범죄자들을 잡지 않겠습니까. 고무줄을 계속 당기기만 한다면 끊어지고 마니까요.”

    “좋은 생각이야. 무슨 일이든 적당한 휴식이 필요한 법이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최 팀장.”

    종혁은 이어지는 박종명 경찰청장의 말에 낯빛을 딱딱하게 굳혔다.

    *   *   *

    “건배-!”

    채재쟁!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

    기름기가 진하게 오른 제철 고등어회를 가운데 둔 특별범죄수사대가 술잔을 부딪친다.

    “캬아!”

    “크! 그리웠다, 이 맛!”

    종혁은 회를 야무지게 먹는 대원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응시하다 어색해하는 순철을 보곤 의아해했다.

    “응? 왜 그래?”

    “아니…… 원래 회식은 삼겹살에 소주라고 배워서리…….”

    “큭큭. 맞지. 원래 회식은 삼겹살에 소주지.”

    곱창이나 뒷고기, 족발이나 순대도 주메뉴중 하나다. 정 돈이 없으면 껍데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고기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불판을 가운데 두고 부딪치는 글라스에 가득 담긴 소주.

    무릇 이래야 거친 형사의, 경찰의 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거야 돈 없는 양반들 이야기고.”

    수사비가 한정되어 있으니 회식에 쓸 비용 역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난 목구멍으로 넘기는 거에 돈 아낄 마음 없으니까.”

    “……기럼 참치를 시켜도 되겠습네까?”

    “내가 너 참치 안 사줬었나? 시켜, 시켜. 오 경감님은요?”

    “난 1차에서 배부를 생각 없다. 아니, 다들 적당히 먹어. 2차는 우리 집으로 갈 거니까.”

    “오! 형수님이 허락하셨어요?”

    “허락만 했겠냐? 와이프가 아주 고맙다더라!”

    조희구에게 투자했던 돈이 다섯 배가 넘게 부풀려져 돌아왔다.

    그걸로 큰 아파트로 이사도 하고, 아내의 명의로 차도 사 줄 수 있었고, 딸 장미에겐 원하던 최신형 핸드폰과 노트북도 사 줬다.

    오랜만에 세울 수 있었던 가장의 권위.

    종혁은 자신들 가족에게 있어 정말 은인이었다.

    “흠. 그거 말이 나올 수 있으니까 남은 돈은 세이브 시켜 놔요.”

    “걱정 마. 내가 그걸 모르겠냐.”

    “뭐예요. 뭔데요. 아씨, 또 자기들끼리만 알아!”

    “알아는 반말이고!”

    빠악!

    종혁은 경쾌하게 울리는 박 터지는 소리에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소리.

    “자자, 술잔 듭시다. 사건도 무사히 해결했으니 찐하게 건배해야죠. 모두들 수고했고…… 또 뭐 인마.”

    종혁은 낯빛이 미묘하게 어두운 순철을 봤다.

    “그게 제가 정말 도움이 됐는지 싶어서…….”

    종혁은 어이없다는 듯 순철을 봤다.

    그건 오택수와 최재수도 마찬가지다.

    “와, 얘가 사람 기만하네?”

    “무, 무슨 말을 기렇게 하십네까, 재수 형님!”

    “대장님, 아니에요? 오택수 씨, 당신이 말해 봐요!”

    재밌다는 듯 웃은 종혁과 오택수는 계속해 보라는 듯 최재수를 응시했고, 그때부터 최재수의 입에서 불이 쏟아졌다.

    “야, 한 해에 발생하는 실종 사건이 몇 건인지 아냐?”

    하루에 수십 건, CCTV가 거미줄처럼 깔려 있음에도 하루에도 수십 건의 실종 사건이 발생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박승철이나 김학일처럼 가족이나 외부의 시선을 피해 작정하고 숨는 사건 역시도 굉장히 많다.

    “경찰이 이런 실종자를 찾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얼마일 것 같냐? 최소 한 달이야, 한 달.”

    이것도 다른 사건은 다 뒤로 밀어 둔 채 실종사건만 조사했을 때 드는 시간이다. 길면 반년, 어쩌면 몇 년.

    그러다 끝내 실종자를 찾지 못해 사망 처리가 되는 사건도 부지기수다. 아니, 실종 사건 대부분의 결말은 사망 처리다.

    그런데 순철은 고작 하루 만에 박승철을 찾아냈고, 며칠 만에 김학일을 찾아냈다. 서대우가 인천으로 향했다는 걸 알아낸 것도 순철이다.

    이번 사건 순철이 아니었다면 아마 아직까지도 CCTV를 살피며 코피나 흘리고 있었을 거다.

    즉, 이번 사건은 반 이상 순철이 해결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런데도 네가 한 일이 없다고? 기만이 아니라고?”

    “보, 본청도 그렇게 오래 걸립네까? 원래 그럽네까?”

    “……대장님, 저 얘 싫어요.”

    “큭큭큭. 최재수, 이리 컴.”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들이미는 최재수를 쓰다듬은 종혁은 순철을 봤다.

    “본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경찰, 검찰들이 다 그래.”

    시대가 나날이 발전해 가는데도 그걸 앞서가기는커녕 몇 발 뒤에서 따라가는 것조차 벅찬 수사 기술.

    너무 경직되어 새로운 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의 분위기 역시도 경찰의 수사를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래서 범인은 발로 뛰어서 잡아야 한다는 말이 미래에도 정석처럼 쓰이는 거다.

    물론 종혁이 많은 걸 바꿨다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했다.

    여기에 사건을 해결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사건이 밀려들고, 또 밀려들고. 그러다 결국 미제로 전환되고.

    “넌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놈을 개발한 거야. 솔직히 정보기관에나 있을 법한 놈이거든, 그거.”

    아니, 정보기관에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 그 정돕네까?”

    “있어 봐.”

    종혁은 나탈리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인가요, 최?

    “제가 이번에 해결한 사건 아시죠? 그거 안면 및 체형인식 프로그램으로 찾은 거거든요? 이번에 쓰이진 않았지만, 무게 변화에 따른 차량의 높낮이를 알 수 있는 놈도 있어요.”

    -……지금 가면 되는 건가요?

    “국정원에 먼저 연락해 보고요.”

    -부디 저 바다 건너 대머리독수리들보다 먼저 구입할 수 있게만 해 주세요.

    “큭큭. 예. 개발자에게 물어볼게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멍해 있는 순철을 봤다.

    “됐지?”

    “…….”

    “네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그로 인해 자존감이 얼마나 결여됐는지는 알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돼. 수고했다. 정말 멋졌고, 내 예상보다 몇 배, 몇 십 배 잘해 줬다, 철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철아.”

    “그렇다고 어깨에 힘주면 콱 구겨 버린다!”

    “……흑!”

    챙강 하고 마음을 옭아매고 있던 사슬 하나가 끊긴다.

    무엇을 해도 당연한 일, 공화국에서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선 더 잘해야 한다는 세뇌가 깨진다.

    종혁은 설움의 눈물을 쏟아 내는 순철의 등을 두드렸고, 테이블은 잠시 따뜻한 온기가 맴돌았다.

    “자, 그럼 건배합시다. 모두들 수고했고, 앞으로도 이렇게만 합시다! 특별범죄수사대를!”

    “위하여!”

    채재쟁!

    “크아!”

    “으아아! 사장님! 여기 참치 모둠 하나요!”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푸후.”

    잠시 담배를 태우러 나온 밖.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오자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서?”

    “음?”

    종혁은 따라 나온 오택수를 봤다.

    “청장님이 뭐라던데?”

    박종명 경찰청장을 만나고 돌아온 이후 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던 종혁.

    종혁은 담배를 깊게 빨며 박종명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대원을 충원하랍니다. 경찰은 혼자 다니는 게 아니라고.”

    그러며 인사 서류를 주욱 늘어놓으며 말하는데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씨발! 또 숟가락을 얹겠다고?!”

    간편신고관리과와 그 소속인 특별수사팀을 만들 때 슬그머니 제 사람을 집어넣었던 박종명 경찰청장.

    “그래서 넌? 넌 뭐라고 했는데? 또 저번처럼 병신같이 알겠다고 한 건 아니겠지?”

    물론 합류했던 형사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이번에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아니, 이번엔 작정하고 방해, 특별범죄수사대를 집어삼키려 들 거다.

    “내가 미쳤어요?”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인사에 대한 권한을 확답받아 놓았다. 제아무리 박종명 본인이 말한 것이라고 해도 쉽게 어길 순 없었다.

    “뭐 그래도 영 무시할 순 없겠죠.”

    아이러니하게도 종혁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 권력이 더 공교해진 박종명 경찰청장.

    “씨발. 거지 같네.”

    “그러니 그 양반 아가리를 다물게 하면서 뒤통수도 얼얼하게 만들어 보려고요.”

    “응?”

    솔직히 종혁도 이번에 혼자 움직이면서 팀원 충원에 대한 생각을 하긴 했다. 용의자들이 모두 연구만 하던 연구원이었기에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큰일이 났을 수도 있었다.

    경찰은 무조건 2인 1조.

    박종명의 말은 모두 헛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이 잘못됐을 때를 대비한 백업 멤버가 필요했다.

    ‘그동안 뿌려 놓은 걸 거둬들일 때가 된 것 같네.’

    밤하늘을 바라보는 종혁의 눈이 악동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한편 마음이 맞는 중간 간부들이 모인 자리.

    하나의 주제가 꺼내지자 떠들썩하던 그들의 술자리가 조용해진다.

    “다들 본청에 신설된 특별범죄수사대 이야기 들었지?”

    “최 경정? 아니, 이젠 최 대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씨발. 누군 나이 서른다섯이 넘도록 일개 팀원인데…… 좆같네. 그래서 뭐? 갑자기 술맛 떨어지는 이야기는 왜 하는 건데?”

    “그거 2주일도 안 걸렸다더라.”

    “……걔들 네 명이라고 하지 않았어?”

    고작 4명에 불과한데 과급 대우였기에 더 불만이었던 중간 간부들.

    “심지어 검찰이 대부분의 자료를 빼고 줬다더라.”

    “니미? 그런데도 2주 만에 다 찾았다고? 그게 가능해?”

    “정말 그렇다면 답은 둘이네. 원래부터 미쳤던 최 경정의 능력이 FBI 연수를 다녀오며 더 뻥튀기가 됐거나…….”

    “아니면 특별범죄수사대에 우리가 모르는 획기적인 뭔가가 있거나.”

    그건 아마도 수사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것일 터.

    그들의 눈이 음습하게 빛났고, 특별범죄수사대의 능력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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