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16화>
부우웅!
강원도 간성읍에 이 동네에선 볼 수조차 없는 지프 랭글러 한 대가 들어선다.
탁!
차에서 내려 담배를 문 종혁이 우체국을 응시한다.
“일단 여기서부터 시작해야겠지.”
박승철의 이름으로 등록된 우편물이 없기에 직접 뒤져 봐야 한다. 부디 박승철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담배를 던진 종혁은 우체국 안으로 들어갔다.
시골 동네라서 그런지 직원 말고는 이용객이 없는 우체국.
종혁은 우편물을 맡기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이고, 처음 보는 분이시네. 고성에 여행 오신 거예요? 그럼 잘 오셨어요. 이 동네가 참 볼 게 많거든요. 통일 전망대도 있고, 해변도 있고. 산골이라 공기도 좋고! 어떤 우편물 보내시려고요?”
외지인이 반가워서 그런지 수다를 다다다 쏟아 내는 중년 여성의 모습에 옅게 웃은 종혁이 신분증을 꺼내 든다.
“경찰입니다.”
“어머! 설마 여기 경찰서에 새로 오셨어요? 와아. 고성서에서 일하는 기집애들 땡잡았네! 호호호!”
“본청 특별범죄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본청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지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종혁은 박승철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혹시 이 사람 기억하십니까? 아마 6월 중순쯤에 이곳에 들렀을 텐데요.”
“……어머, 이 사람!”
움찔!
“기억하십니까?!”
“당연히 기억하죠! 이 동네 사람은 있는지도 모를 예약 발송을 보낸 분이신데!”
그것도 자기 이름으로 보내지 않아서 더 기억하고 있다.
그 말에 종혁의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예약 발송이요? 혹시 그 우편물이 지금도 이곳에 있습니까? 주소지는요?!”
“잠시만요?”
타다닥!
키보드를 두드린 여성은 아쉬워했다.
“아, 보름 전에 서울로 이동했네요.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이게 반년 후에 보내 달라고 말한 거라서요. 주소지는…….”
여성이 말하는 주소지에 종혁은 눈을 빛냈다.
‘박승철 자택 주소?’
“받는 사람은 오경자로 되어 있네요. 우편물 종류는 편지고요.”
박승철 아내의 이름이다.
“아, 맞아! 이제 기억나네! 이거 아내에게 보내는 거라고, 결혼 기념일 깜짝 선물이라고 해서 얼마나 부러웠던지! 아주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배나 긁는 그 웬수와는…….”
“혹시 함께 보낸 다른 우편물은 없습니까?”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산망에도 없는 걸로 나오네요.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이 사람이…….”
“흠. 그럼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우체국을 나가서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기억하십니까?”
“저쪽으로 갔을 거예요, 아마. 그래서 이 사람이 무슨…….”
“감사합니다. 그럼.”
우체국을 빠져나온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결혼기념일은 그 날짜가 아닐 건데…… 흠. 어, 철아. 내가 송장번호 알려 줄 테니까 그게 지금 어디 있는지 좀 조회해서 오 경감님에게 보내 줘.”
그리고 이 간성읍에서의 동선을 다시금 확인한 종혁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편 서울 여의도 공원 근처의 편의점.
딸랑!
문을 열며 한 청년이 들어선다.
“어서 오세…… 요.”
그를 발견하자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남자 알바.
계산대로 다가 선 청년이 낯살을 찌푸린다.
“지금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뭡네까? 어? 면상 들지 마시라요. 얼굴이 더 불친절하십네다.”
“손님, 저 두 시간 후면 끝나거든요? 그때까지 기다리시다가 다이다이 하실래요?”
“내래 마음에 상처를 받았으니 술로 달래야겠습네다. 삐루 한 병 날래 가져와 보시라요.”
“그건 직접 가져다 드시고요.”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지 않구만 기래. 여긴 신분증 검사도 안 하시는 겁네까?”
“응, 네 면상이 신분증.”
“간나 새끼.”
“왜 왔는데? 바빠.”
“끝나고 PC방이나 가자. 저번에 그 간나 새끼들 대가리에 바람구멍 내 줘야 하지 않갔어?”
“아, 걔들? 그래, 복수전 해야지. 알았어. 먼저 가서 놀고 있어.”
“날래날래 끝내고 오라.”
알바가 던진 담배를 낚아챈 이북 청년은 근처의 PC방으로 향했고, 근처 차 안에서 그걸 지켜보던 오택수가 귀로 손을 가져간다.
“이동한다. 추적 보조해 줘.”
-알갔습네다.
둘을 태운 차가 조용히 이북 청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 *
명파진리로 향하는 차 안.
종혁의 낯빛이 굳어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다행히 박승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잔뜩 피로한 얼굴에 묘한 체념과 광기가 서려 있던 눈. 외모는 평범한 장년인이었지만, 그 눈빛 때문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랬던 그가 현금으로 구입했던 물건은…….
“모포, 노끈, 나이프, 낚시용품, 가스버너를 비롯한 캠핑세트.”
누가 봐도 바다에서 숙식을 해결하려는 듯한 구입 물품들.
월북을 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기 시작한다.
“쯧.”
명파진리에 도착한 종혁은 박승철의 동선 안에 있던 숙박 시설을 돌며 탐문을 했고, 결국 그가 머물렀던 숙박 시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무렴요. 내 처음 그 사람 자살을 하려는 건가 했다니까요?”
“그런 사람이 많아 보네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아무튼 분위기가 그랬더래요.”
그러다 이틀 동안 낚시를 한 것을 보며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후 신경을 껐다.
박승철은 총 3일 동안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에서 머물렀고, 나흘째가 되는 날 짐을 정리하고 민박시설 나섰다.
“혹시 그동안 찾아온 사람은 없었습니까?”
“있었죠! 웬 낚시꾼들과 하루 술을 마셨어요.”
“혹시 그 사람들이 누군지 기억하십니까?”
“알죠. 6월만 되면 물괴기 낚으러 오는 양반들인데. 그 사람들이 누군지는 저기 선착장 가면 알 거래요.”
“……그럼 이 사람이 민박집을 나서서 어디로 갔는지 기억하십니까?”
“저쪽 산으로 갔더래요. 뭐라더라? 아, 산에서 깸삥을 해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죠. 거 나이 든 양반이 그런 낭만도 있고. 삶이 많이 지쳐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산이요…… 혹시 옷차림이나 짐은 그대로였습니까?”
“그 양반 단벌이었어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승철이 갔다는 산을 응시하다 민박집을 나선 종혁은 선착장에서 박승철과 술을 마셨다는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알아낸 뒤 산으로 향했다.
“어, 철아. 지금 내 위치 확인되냐?”
-예. GPS 신호 잡힙네다.
“그럼 내가 번호 하나 줄 테니까 그 번호로 연락해서 지도 좀 달라고 하고, 루트 짜 봐. 북한 애들이라면 어떻게 넘어갈지 생각해서.”
위성 지도부터 시작해 군용 지도 등 군부대나 정보기관이 아니면 결코 구할 수 없는 지도.
지금 종혁이 들고 있는 GPS 역시 CIA가 쓰는 것으로, 오차 범위가 고작 1미터도 안 되는 최첨단이다.
“그리고 다른 번호들 줄 텐데 그거 신분 조회 좀 해 주고.”
-알갔습네다. 20분만 기다려 주시라요.
전화가 끊기자 종혁은 옅게 웃었다.
“편하네.”
마치 FBI 뉴욕지국의 몰리가 있는 것처럼 수사가 편하다.
그렇게 담배 하나를 다 피웠을 때쯤 다시 순철에게서 연락이 왔다.
-방금 문자로 지도 보냈습네다.
“어, 잠시만?”
지이잉 지이잉 갑자기 불이 나도록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한 종혁은 피식 웃었다.
전체가 아니라 조각조각 나뉘어 온 지도.
‘센스 좋네. 북한까지의 거리가…….’
-일단 통화권이 이탈되기 전까지 안내하겠습네다.
“오케이.”
-11시 방향에 진입로 보이십네까? 직진하시라요.
산에 발을 내딛는 순간 달라진 공기.
종혁은 긴장을 끌어올리며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다시 순철이 입을 연다.
-거기서 3시 방향으로 난 길이 보이십네까?
“어디? 아, 보이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오솔길.
사람이 이용한 지 오래된 듯 싱싱한 낙엽들이 제법 쌓여 있다.
사부작사부작 신발 아래서 부서지는 가을을 밟으며 종혁이 생각에 잠긴다.
‘박승철은 왜 여기로 온 걸까.’
체력이 좋은 자신이야 아무렇지도 않지만, 일평생 컴퓨터 앞에서 살아온 박승철로서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길이 험하다.
“월북을 할 거였다면 차라리 연변으로 가는 게 백배, 천배 편할 텐데…….”
-어쩌면 부서가 달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네다.
“아, 연변 쪽은 부서가 달라?”
-그렇습네다. 지금도 있을진 모르겠디만 제가 공화국에 있을 땐, 류재국이라고 한참을 봐도 사람 같지 않은 놈이 그쪽 루트를 담당하고 있었디요.
연변 쪽으로 넘어가든 들어오든 모두 류재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한참을 봐도 사람 같지 않다는 게 개새끼 맞지?”
-한참을 봐도 정이 안 가는 개 쌍놈의 간나 새낍네다.
“너 계속 사투리 심해진다.”
-이해해 주시라요. 제가 그치에게 당한 것만 생각하믄…… 아, 거기서 1시 방향으로 난 길로 가시라요.
두 갈래 길에서 1시 방향. 급격한 경사가 시작된다.
안 그래도 험한 길이 더 험해지고 있었다.
‘여긴 아예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조차 없네.’
흙발에 뭉개진 낙엽의 흔적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한 40미터만 더…… 작은 공터가 나올 건데, 11시에서…… 방향…… 길이 하나 있을 겁…….
슬슬 통화권을 이탈하려는지 버벅거리기 시작한다.
“40미터? 오케이.”
종혁은 곧바로 땅을 박차며 경사를 올라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도착한 작은 공터.
하지만, 가을의 붉은 냄새를 풍기는 바람이 가득한 공터에 서자마자 종혁의 다리가 굳는다.
-들리…… 길을…….
“……아니야. 길은 안 찾아도 되겠다.”
-……들……?
“찾은 것 같아서.”
박승철을.
비석조차 없는 이름 모를, 방치된 지 얼마나 오래된 건지 머리카락이 많이 자란 작은 무덤 뒤의 나무에 목을 매고 있는 한 구의 백골.
검붉게 절여진 연두색 바람막이와 갈색의 바지, 그리고 그 옆에 놓인 검은색 가방.
박승철이 마지막으로 목격됐을 때 입었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종혁은 시신이 바라보는, 무성한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방향을 보곤 씁쓸히 웃었다.
“서울 쪽이네.”
치이익!
탁한 담배 연기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 * *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오경자 씨.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 것 같습니다.
꽃다운 열여덟, 정말 한 송이 꽃이었던 당신.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 하시나요?
하늘의 심술로 갑작스럽게 소낙비가 내리던 종로 극장 옆 빵집 처마 밑에서 당신을 보게 되었죠.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서 가방으로 가슴을 가리며 안절부절못하던 당신을 보고 저는 한눈에 반해 버렸답니다.
<중략>
지금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전 아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후일 겁니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여태껏 고생만 시킨 이 못난 사람은 먼저 갑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의 가슴에 또 상처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훗날 저 하늘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평생토록 당신의 손과 발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처럼 당신은 씩씩하게 살아가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당신이 내 곁에 있어 주어서 정말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
나도 당신에게 그랬기를 조심스레 바래봅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경자씨.
“으아아악! 아아악!”
유언장을 가슴에 품은 중년 여성이 꺼억 꺼억 눈물을 쏟아 낸다.
“왜! 왜-!”
갑자기 출장을 간다고, 멀리 가서 연락을 하지 못할 거라고 집을 나선 사람이 왜 시신으로 돌아온 걸까.
연애하던 때처럼 입술에 입을 맞추고 웃으며 떠난 사람이 왜 죽어서 돌아온 걸까.
대체 뭐가 힘들었던 것일까.
옆에 아내가 있는데 뭐가 힘들었던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상했는데…… 그때 잡았어야 했는데-! 아아아아악! 끄윽?!”
“어, 엄마!”
뒤로 넘어가는 오경자를 그의 자식들이 안아 들고, 유언장과 함께 부고를 전하러 온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119죠. 여기가…….”
* * *
스르륵, 탁!
초췌한 얼굴로 병실을 나오는 박승철의 아들, 박희철이 종혁을 향해 허리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형사님.”
“힘드시겠지만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아버님께서 별말 안 하시던가요?”
박희철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아버지가 퇴사를 하셨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아들이 돼서 아버지가…….”
“난 대충 눈치챘어.”
“누나?”
종혁도 박승희를 본다.
“기억 안 나? 아버지가 출장 가신다고 떠나기 3일 전인가? 저녁에 다 같이 모여서 TV를 볼 때 엄마가 그런 말을 했잖아.”
자기 친구 남편이 갑자기 창업을 하겠다고 회사를 관뒀다고.
자식들이 이제 유학 갈 일만 남았는데 그게 무슨 짓이냐고. 가장이 돼서 그게 무슨 무책임한 짓이냐고.
“유, 유학이라면…….”
“응.”
자신들과 사정이 똑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갈 준비를 하던 둘.
같은 처지라서 엄마는 더 화를 냈었다.
“그때 아빠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방 안으로 들어가셨잖아. 그래서 그때 뭐가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했는데…… 흐윽! 아빠, 죄송해요! 그렇게 힘들어 하실 줄은 몰랐어요!”
“유학 따윈 안가도 되는데! 왜에! 아빠-!”
박승희는 결국 울어 버리고 말았고, 박희철도 눈물을 쏟아 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개를 숙이고 병원을 빠져 나온 종혁은 맑고 높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토해 냈다.
퇴직 우울증과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에 의해 자살하는 가장.
이 대한민국에선 하루에도 몇 건씩 일어나는 일이다.
입안이 텁텁했다.
“이러면 박승철 씨는 혐의가 없다고 봐야겠네.”
담배를 문 종혁은 순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대우가 도박 중독이라고 했던가?”
-예. 그렇습네다.
높은 연봉을 받음에도 모아 놓은 돈이 없던 서대우.
이미 옛적에 이혼을 했고, 자식은 없다.
그런 그의 유일한 취미는 도박.
2주마다 과천의 경마장에서 돈을 인출한 정황과 경마장 안으로 들어가는 게 목격됐고, 매주마다 거액의 돈이 인출된 증거도 확보했다.
아무래도 서대우는 불법 하우스도 출입을 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인천의 숭의동입네다.
“숭의동이라…….”
공교롭게도 인천항 근처.
밀항이란 단어가 종혁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정말 밀항이 맞다면…….’
“오 경감님과 최재수에게 연장 챙겨서 숭의동으로 넘어오라고 해.”
-아, 알겠습네다!
통화를 끊은 종혁은 목을 좌우로 꺾으며 차에 올랐다.
“오늘 피 좀 보겠네.”
그의 눈이 야성을 머금기 시작했다.
* * *
인천 남구 숭의동의 한 6층 빌딩.
모던하면서도 중후하게 인테리어 된 사무실의 소파에 앉은 인상이 험악하고 덩치가 큰 사십대 남성이 문신이 새겨진 손가락으로 테이블에 펼쳐진 지도를 가리킨다.
“여기 부지 매입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큰형님!”
“그래도 한 번, 아니 두 번 더 확인해. 여기에 쏟아부은 돈 많다. 그리고 그쪽 노조에도 우리 애들 심어 놓은 거 맞지?”
“언제든 저희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큰형님!”
“그래. 걔들도 단도리 잘 치고. 그래야 돈을 이중으로 벌 거…….”
와아악!
으아악!
“뭐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벌컥!
“피, 피하십시오, 큰형님!”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덩치의 모습에 큰형님이라 불린 남성이 목을 좌우로 꺾으며 일어선다.
“어디 애들이야?”
“자, 잘 모르겠습니다! 건물에 들어오려는 걸 막았더니 바로……!”
“아악!”
“막아! 죽여!”
“어, 얼른 피하셔야 합니다!”
“됐고. 몇 놈인데.”
“세, 세 놈…….”
빠아악!
“비켜, 새끼야.”
문 앞을 가로 막은 덩치를 한 방에 침묵시킨 종혁이 느긋이 들어오며 싱긋 웃는다.
“창식아, 안녕? 우리 처음 보지?”
“……너희 뭐냐? 누가 보냈냐? 근덕이? 정호 형님?”
“누가 보낸 건 아니고 내가 알아서 왔어. 아, 내 소속 묻는 거야? 대한민국 경찰청 특별범죄수사대.”
“……뭐?”
“본청 짭새라고, 씹새야.”
큰형님 창식과 밖에서 들어오려고 애쓰던 이들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