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11화 (511/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11화>

109. 한국으로

해가 저문 어두운 밤.

종혁이 입원해 있는 병원 앞 카페를 나선다.

“아쉽군요. 상처만 아니었다면 술을 한잔했을 텐데요.”

종혁도 그 부분이 아쉬웠다. 그러나 상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마시면 되죠. 그럼 가 볼게요, 헨리. 오늘 즐거웠습니다, 프라이스 씨.”

“얼른 낫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종혁은 늦었다고 화를 낼 간호사를 떠올리며 걸음을 재촉했고,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그런 종혁을 보며 시거를 물었다.

“자네가 왜 저 젊은 친구에게 죽고 못 사는지 알 것 같더군.”

오늘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참 많은 부분에서 경악을 했다.

마치 미래를 알고 있는 듯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던 비전과 앞으로 가속될 세계 경제의 흐름, 그리고 정세.

겨우 4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몇 번이나 전율을 했는지 모른다.

“저런 인물은 미국의 시민이어야 하는데 말이야.”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눈이 섬뜩한 욕심을 머금는다.

“노력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그놈의 러시아가 문제겠지. 빌어먹을 불곰들.”

“아니요. 최는 자신의 조국을, 아니 시민을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애국심까지……!”

혀를 툴툴 찬 데이비드 프라이스 부국장이 돌연 눈을 가늘게 뜬다.

“그런데 말하지 않아도 괜찮겠나?”

헨리가 CIA의 국장이 되려 한다는 것을.

헨리는 피식 웃었다.

“어쩌면 그 생각조차 읽고 있을지 모를 친구입니다. 뭐 몰랐다고 한다면, 그때의 즐거움으로 남겨 두도록 하죠.”

“역시 젊음이 좋나 보군. 젊은 사람과 함께 있으니 자네의 옛날 성격이 나오는 것 같아.”

“하하. 그럼 가시죠.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곧 크게 무너질 미국.

그에 대한 마지막 점검을 해야 됐다.

“그래. 곧 예산이 줄어들 테니 활동비를 두둑하게 벌어 둬야지.”

미국의 몰락에 베팅하는 것은 모두 미국의 영광을 위한 일.

그러니 나의 조국이여. 우리를 욕하지 마소서.

헨리와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눈이 서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부우웅! 빵빵!

아침부터 시끄러운 뉴욕의 월 스트리트.

종혁이 높다란 빌딩 숲을 보며, 저 빌딩의 높이만큼 거대한 괴물들의 놀이터를 보며, 그리고 그 사이를 바쁘게 누비는 시민들을 보며 커피를 홀짝인다.

헤드셋을 쓴 채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대학생.

가슴에 포트폴리오를 꼭 품은 채 투자를 받으러 가는 예술가.

사회 초년생임을 티를 내는 듯 품이 큰 정장을 입은 채 한 건물로 들어가는 남성.

손을 꼭 붙든 채 투자회사에서 나오는 늙은 노년의 부부.

유모차를 끌며 그 뒤를 스쳐 지나가는 젊은 부부.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기에 가득할 수 있는 미소.

‘곧 저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겠지.’

2007년부터 조금씩 바스라지기 시작한 미국의 경제.

오늘 그 경제를 완전히 부숴 버릴 초대형 폭탄이 터진다.

바로 이곳 월 스트리트에서.

종혁은 종업원이 서비스로 준 스콘을, 앞으로의 미국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情)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따뜻한 정처럼 온기가 남은 고소한 스콘.

꾸덕하고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어야 하건만, 입안은 커피보다 더 씁쓸하기만 할 뿐이다.

그 순간이었다.

“꺄아아악!”

“안 돼-!”

거리에 울려 퍼지는 비명.

가게 안 TV를 본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특보] 리먼 브라더스 홀딩스 파산 신청!

‘시작됐군.’

드디어 트리거가 당겨졌다.

종혁은 핸드폰을 들어 권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작합시다.”

-……예, 보스.

2008년 9월 15일.

드디어 미국이, 그리고 세계의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냥 시작이었다.

*   *   *

“왜 죽니! 왜 죽어! 돈을 벌러 간다고 해 놓고 왜 죽는 거야-!”

“으아아앙!”

울음이 울려 퍼지는 교회.

돈을 벌기 위해 워싱턴 D.C.로 갔다가 죽어 돌아온 아들. 사인은 교통사고.

그렇게 위장되었다.

그렇게 위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나라의 그림자임에.

결코 드러나선 안 되는 신분임에.

이 나라, 미국은 그의 고국은 고작 이런 방식으로 밖에 나라에 충성한 요원의 죽음을 위장하고 쓸쓸히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친했던 동료 한 명 조문을 할 수 없는 쓸쓸한 장례식.

종혁은 닫히는 관뚜껑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는 종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개새끼들.”

빠드득!

놈들을 떠올리는 그의 눈이 붉게 물들어 갔다.

대앵! 대앵!

말라 떨어지는 나뭇잎이 10월 가을이 됐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   *   *

웅성웅성!

오늘도 사건들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사무실.

그런 FBI 요원들의 입가에 가끔씩 미소가 비죽 튀어나온다.

오늘 로건 오데아에 대한 1차 공판이 끝났기 때문이다.

또한 리암 오데아 역시 기소가 확정됐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최, 고마워.”

“뭘요. 수고했어요, 보니.”

검사가 로건 오데아에게 구형한 형량은 무려 240년. 피해자 한 명당 40년을 구형한 거다.

로건 오데아가 살아서 교도소를 나설 확률은 없는 거다.

모두 종혁 덕분이다.

“후우. 정말 네가 아니었다면…….”

크흥 물기가 섞인 콧바람을 거칠게 뿜던 보니가 시계를 보곤 화들짝 놀란다.

“어우. 그럼 난 먼저 퇴근할게.”

“응? 무슨 일 있어요?”

“아, 내가 말 안 했나? 오늘 처가와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아, 그래요?”

“1년 만에 만나는 거라 아내와 애들이 굉장히 벼르고 있거든. 그럼 내일 봐.”

“네. 수고했어요, 보니.”

어깨를 두드리며 사무실을 나서는 보니를 응시하던 종혁은 입술을 살짝 비틀었다.

“우린 잠깐 사건 현장 좀 다녀올게!”

“어우, 배고파. 간식 먹을 사람? 없으면 내 거만 사 온다!”

“빌어먹을! 나 잠깐 감식반 좀 다녀올게!”

종혁은 한 명, 두 명 빠져나가는 요원들을 일견하곤 맞은편 자리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갑자기 아들의 맹장이 터져서 오늘 출근을 하지 못한 벤.

오늘 딸의 수업 참관이 있어 월차를 낸 드롭.

“풋!”

피식 웃은 종혁은 다시 컴퓨터를 응시하며 파일들을 정리한다.

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

이틀 후면 다시 NYPD로 넘어가야 한다. 애초부터 그런 계약이었으니 말이다.

갈 땐 가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둬야 했다.

사건 파일을 정리한 종혁은 보충해야 될 목록을 들고 일어나 몰리에게 넘겼다.

“몰리, 여기요. 이것 좀 조사해 주세요.”

“곧 퇴근 시간인데…….”

“아직 두 시간 남았잖아요.”

수고해 달라는 듯 몰리의 어깨를 주무르는 순간 캘리 그레이스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걸어 나온다.

“뭐야? 사람이 왜 이렇게 적어?”

의아해하던 그녀는 이내 무슨 바쁜 일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사무실에 있는 요원들을 둘러보다 종혁과 눈을 마주쳤다.

순간 아쉬움으로 물드는 그녀의 눈빛.

그녀가 손을 까딱이자 종혁이 다가간다.

“진짜 안 가면 안 되는 거지.”

“하하.”

혀를 찬 캘리 그레이스는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요원들을 바라봤다.

“모두 오늘 최의 송별회가 있는 거 알지?”

“……네!”

우울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과 오늘이었냐는 듯 놀라는 사람들. 그리고 무심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강요는 아니니까 시간 되는 사람들만 참석하도록 해! 그럼 다시들 일해!”

“옙!”

“최는 잠시 나 좀 보고.”

“예.”

사무실로 들어가니 캘리 그레이스가 담배를 권한다.

“모레 NYPD로 출근인가?”

“그런 계약이었으니까요.”

애초에 NYPD에 연수를 받으러 온 한국 경찰 신분이었던 종혁.

그러다 FBI에 콜업이 되어 NYPD 연수생 신분으로 FBI에 연수를 받으러 온 경찰이라는 복잡한 신분이 되었다.

“한 2주 정도 부서 순환을 한 다음 한국으로 복귀하게 될 겁니다.”

기간이 2주일밖에 되지 않다 보니 겉핥기식으로만 배우게 될 거다.

“FBI에 부를 때만해도 눌러앉힐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야…….”

“하하하.”

“쯧. 네 의지가 그렇다니 어쩔 수 없네. 하지만 명심해. 나 포기 안 했어.”

종혁은 웃음을 터트렸다.

“많은 걸 배우고 갑니다, 보스.”

“가르칠 게 있었다면 다행이겠네. 아무튼 그동안 수고했어. 덕분에 뉴욕 시민들이 안전해질 수 있었어.”

“보스도 이런 말썽꾸러기 데리고 있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둘은 악수를 하며 이별을 준비했다.

“후우. 끝났다.”

겨우 모든 정리가 끝났다.

사건을 넘겨받을 요원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컴퓨터에 있는 자료만 봐도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을 만큼 말이다.

혹시 몰라 마지막으로 점검한 종혁은 아까 전보다 더 사람이 없어진 사무실을 보며 입술을 꿈틀거렸다.

“푸흐.”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할 때 캘리 그레이스가 다시 나온다.

“자, 모두들 컴퓨터에서 손 떼고 일어나!”

“와아아아아!”

“퇴근이다!”

“술이다!”

캘리 그레이스는 종혁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다 끝났어?”

“예. 다 끝났습니다.”

캘리 그레이스의 눈에 다시 아쉬움이 스친다.

“그럼 뭐해? 앞장서!”

“예!”

그들은 매번 회식 때마다 들리는 FBI 뉴욕지국 근처의 펍으로 향했다.

“수고했어, 최.”

“몰리도 저 때문에 수고 많았어요.”

“흑. 이제 언제 봐?”

“저 보고 싶으면 언제든 한국으로 놀러 와요, 도나.”

아직 술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눈물을 그렁거리는 여성 요원들. 남성 요원들도 종혁의 몸을 매만지며 아쉬움을 표현한다.

그렇게 펍의 문 앞에 도착한 종혁은 큰 기대를 품었다.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은 파트너들이나 갑자기 일이 생겨 나간 동료들.

눈에 뻔히 보이는 짓이었다.

‘어떻게 할까? 많이 놀라는 표정을 지을까, 아니면 그럴 줄 알았다는 모습을 보일까?’

종혁은 실실 웃으며 캘리 그레이스를 봤다.

그녀도 그렇다. 사무실에 요원들이 별로 없음에도 별다른 의문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여튼 이 깜찍이 미국 사람들.’

참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안 들어가고 뭐해?”

“아우. 예, 예. 들어가야죠.”

종혁은 방긋 웃으며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고는 깜짝 놀랐다.

“어?”

아무도 없는, 기척이라곤 바에 있는 사장 한 명뿐인 펍.

“안 들어가고 뭐하냐니까?”

“……어, 예.”

“케니! 여기 사람 수대로 맥주랑 안주요! 오늘 이 친구가 떠나는 날이니 신경 써서 주세요!”

“맙소사! 최가 간다고? 어디로?”

“하하.”

바에 앉는 종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최, 미안! 나도 가고 싶은데!

-꺄하하하하!

-꺄르르르르!

“……아니요. 괜찮아요. 애들과 함께 잘 놀아 줘요.”

-미안해! 내가 우리 애들만 있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다른 학부모들과도 있는 자리라서!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보름 정도 남은 거 맞지? 아니, 내일 보자! 내일! 내일 쉬는 거 맞지?

“하하, 예. 그래요, 그럼.”

드롭과의 통화를 종료한 종혁이 담배를 문다.

이렇게 못 온다고 연락해 온 사람은 드롭뿐만이 아니다.

벤은 아직 병원에 있는 듯했고, 보니도 처갓집 사람들과 함께 있는 듯했다. 사건 때문에 나간 요원들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좀…… 섭섭하네.”

정시에 퇴근하는 날이 손꼽히는 게 자신들 같은 경찰.

사정을 이해하지만, 섭섭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더 섭섭하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이라고 해도…….”

한숨을 내쉰 종혁은 담배를 던지며 펍 안으로 들어갔다.

“어? 어디 가요, 몰리?”

“최, 미안! 애가 갑자기 아프다고 해서!”

“얼른 가 보세요.”

“미안! 내가 연락할게!”

가게 밖으로 뛰어나가는 몰리를 바라보던 종혁은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 앉았다.

“미안하네.”

“보스가 뭐가 미안해요.”

“그래도…….”

캘리 그레이스가 빈자리만 가득한 펍을 본다.

오늘 종혁의 송별회를 위해 통으로 빌린 펍.

그런데 한 명, 두 명 빠져나가더니 결국 종혁과 자신 둘만 남았다.

“쯧. 의리 없는 놈들.”

“사정이 있으면 그럴 수 있죠. 그러니 보스도 이만 가 보세요. 계속 연락이 오는 것 같던데.”

“아니, 난…….”

“괜찮아요. 괜찮아.”

캘리 그레이스의 어깨를 두드린 종혁은 그녀가 가기 편하도록 화장실로 향했다.

달칵! 쏴아아아아!

다시금 물어지는 담배.

“2차로…… 됐다. 그냥 집에 가자.”

술을 마실 기분이 아니다. 그냥 집에서 간단히 위스키나 한 병 빨곤 자야 할 것 같다.

담배를 끈 종혁은 세수를 하곤 화장실을 나섰다.

빠바바바바아앙!

“뭐야, 씨발!”

깜짝 놀랐던 종혁이 펍 안을 둘러보며 입을 헤 벌린다.

“최-!”

“울었냐? 얼굴에 물기가 가득한데?”

“빨리 와! 여기 음식 많아!”

벤과 드롭, 보니와 그의 파트너, 그리고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다급히 떠난 몰리까지. 사무실 사람들 모두 고깔모자를 쓴 채 환하게 웃으며 종혁을 반긴다.

울컥!

“아오, 진짜!”

진짜 섭섭할 뻔했다.

솔직히 화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진다.

“얼른 와! 촛불 꺼야지!”

“예, 예. 갑니다. 가.”

그들을 향해 걸어가는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   *

한편 시간을 돌려 워싱턴 D.C.의 미국 지사가 날아가고 일주일 후 본사의 제2기획실.

제2기획실장이 감자칩을 씹으며 부산 지부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져 오는 영상을 응시한다.

와삭!

-미국 경제가 어렵다고요? 그럼 저희에겐 더 좋은 겁니다! 저희의 사업 아이템이 뭐?

-의료기기 대여!

-그렇죠! 그런데 자금 순환이 잘 안 된다면 의료기기의 가격이 싸질까요, 비싸질까요?

-싸져요-!

-맞습니다! 그러니 우린 미국 경제가,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가 박살 나든 말든 미국이 더 어려워지기를 빌어야 하는 겁니다!

-와아아아아아!

“크. 확실히 저 인간이 말발은 죽인단 말이지.”

그렇기에 저 젊은 나이에 지부장이 된 것일 터.

“거기다 수익이…….”

절로 헛웃음이 나오는 액수.

회사가 설립된 이래 한 지부, 아니 회사 전체 최고 매출액을 나날이 갱신하고 있다.

“저 실장님?”

“아, 잘 왔어. 지금 부산 지부가 언제 철수한다고 했지?”

제2기획실장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부하가 꽤 후덕해진 그를 보며 입맛을 다신다.

‘그렇게 스마트하고 댄디하시며 업무 중엔 커피 말곤 안 드시던 우리 실장님이…….’

1년 전과 비교해 10킬로그램이 찐 제2기획실장.

제2기획실의 악연, 최종혁이 미국을 간 이후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다.

“야. 묻잖아.”

“아, 예! 한 달 후에 완전히 철수한다고 합니다.”

“한 달이라…….”

계획한 날짜보다 한참 지난 시기.

“최종혁은?”

“지금 미국에 있답니다.”

“누가 그걸 묻냐?”

“아, 오늘도 돈을 넣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종혁 부하인 오택수는 오늘 돈을 모두 뺐다고 합니다.”

“뭐? 왜?!”

“집을 산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래?”

곤두섰던 신경이 가라앉자 제2기획실장의 표정이 누그러진다.

그리고 다시 갑자칩 봉지 안으로 손을 가져가는 그.

“뭐냐, 그 불쌍한 놈을 보는 표정은? 겁나 띠껍다?”

“아, 아닙니다! 그보다 점심 드시러 가셔야죠?!”

빤히 말을 돌리려는 모습에 제2기획실장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가 이내 히죽 웃는다.

“어이구,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오늘 메뉴가 뭐야?”

“한식으로는 익비, 특식으로는 모둠 초밥, 양식으로는 닭 안심스테이크와 토마토 파스타요.”

“에이. 오늘은 별로네. 소고기 씹으러 가자. 소주랑 같이.”

“또요? 작년까지만 해도 위궤양이랑 탈모 있다고 고기 안 드시지 않았어요? 술도 안 드셨잖아요.”

“내가? 언제? 아아, 최종혁 그 씹새끼 한국에 있을 때? 에이. 그건 작년 일이지.”

지금은 편안하다.

매일 폭음을 해도 위장은 멀쩡하다 못해 튼튼했다.

거기다 얼마 전 제1기획실이 관리하던 미국 지사가 공중분해되면서 몸이 아주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서 싫어?”

“아닙니다! 그럼 얼른 외투 챙기겠습니다!”

“그래. 얼른 챙겨.”

제2기획실장도 영상을 종료하며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콰앙!

거칠게 열리는 사무실의 문과 얼굴이 새빨개져 들어오는 덩치가 큰, 오십대의 나이에 맞지 않게 근육질인 장년인을 보며 제2기획실장은 의아해했다.

“1실장님?”

제1기획실의 실장인 장년인.

“2실장 너, 최종혁! 최종혁 그 개새끼 정보 가지고 있지?!”

“……아, 씨발.”

제2기획실장은 갑자기 따끔거리기 시작한 배를 붙잡으며 얼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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