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09화 (509/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09화>

“어딜 가!”

느려진 시간 속 종혁의 손이 코지 나카모토의 뒷덜미를 잡아 간다. 그러나 몸을 숙이며 피하더니 더 땅을 강하게 박차는 그.

‘하! 내게서 튀겠다고?’

씩 웃은 종혁이 몸의 중심을 낮춘다.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허벅지가 부풀어 오르며 땅을 박찬다.

퍼엉!

마치 작은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비산하는 흙.

한 발, 또 한 발.

거리가 급격하게 좁혀진다.

종혁은 다시 그의 뒷덜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니, 뻗으려고 했다.갑자기 몸을 돌려 휘둘러진 그의 칼만 없었다면 말이다.

“큽?!”

느려진 시간 속에서도 빠르게 짓쳐 드는 시퍼런 칼날.

옆으로 몸을 날린 종혁의 목이 있던 자리로 칼이 스쳐 지나간다.

촤아아악!

미끄러지듯 착지한 둘은 서로를 차갑게 노려보고, 종혁은 불량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핥았다.

“하, 이 새끼 봐라?”

역시 자신이 맡은 피 냄새가 잘못된 게 아니었다.

“야, 너 뭐냐? 뭐하는 놈이냐?”

“글쎄?”

얼굴에 감정이 사라진 코지 나카모토.

그러나 그 속은 뒤섞인 물감보다 더 혼탁하다.

‘이래서였군.’

일견 둔해 보일 것 같은데도 몸이 번개처럼 날래다. 몇 년 전, 세진은행 해킹 사건 때 처리조 직원들이 왜 당했는지 알 것 같다.

‘참 악연이야.’

이 최종혁이란 놈은 대체 왜 자신들을 가로막는 것일까.

어떻게 이렇게 번번이 부딪치는 걸까.

한국에서의 일도 열 받아 죽겠는데 이 먼 미국까지 날아와 막아서는 걸까.

“후우. 요원님, 너 좀 짜증 난다?”

섬뜩!

다급히 몸을 뒤로 뺀 종혁이 있던 자리로 칼을 스쳐 지나간다.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종혁.

‘겨우 보였…… 어?’

이 동체 시력으로도 겨우 보인 시퍼런 칼날.

그러나 그 이상 생각을 이어 갈 수 없다.

따라붙으며 칼을 찔러 오는 코지.

배를 노리는 것 같더니 목을 찔러 온다. 겨우 피했더니 어느새 역수로 돌린 칼끝으로 가슴을 찍는다.

뒤이어 아래로 내려가는 칼날.

‘걸렸어!’

눈을 빛낸 종혁이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오싹!

“큽!?”

타다닥!

“흐응. 아쉽네. 울대를 노렸는데.”

다급히 물러선 종혁을 보며 코지가 재밌다는 미소를 짓는다.

그에 종혁이 가슴에 손을 얹는다.

사선으로 갈라진 재킷과 손바닥을 축축하게 적시는 차가운 피.

“역시 몸뚱이가 크고 두꺼워서 그런지 영점이 잘 안 맞네. 하지만 오케이. 이제 감 잡았어.”

어느새, 어디서 꺼낸 건지 그의 왼손에도 들린 칼.

“너 진짜…… 뭐하는 놈이냐?”

일격, 일격이 모두 치명적인 부위만 노린다.

이건 길거리에서 칼 좀 휘둘러 봤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전문적으로 살인을 배운 놈의 몸놀림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한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다.

저렇게 멀끔한 외모를 가진 살귀들. 칼을 귀신처럼 쓰는 놈들.

종혁은 이런 놈들에 대해 알고 있다.

“야, 내가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거든? 너 설마…… 회사냐?”

쿵!

“응? 회사? 무슨 회사? 루한 컨설턴트?”

“그래?”

종혁이 핸드폰을 꺼내든다.

“예, 헨리 씨. 지금 당장 카라 허드에게 뭐 좀 물어볼 수 있을까요? 코지 나카모토의 몸에, 은밀한 곳에 문신 하나가 숨겨져…… 흡!”

종혁은 다급히 몸을 비틀었다. 그와 동시에 그를 스쳐 날아가는 칼.

종혁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어진다.

“맞네?”

종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내가 정말 너희랑 악연은 악연인가 보다.”

아니라면 이 넓은 미국 대륙에서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

“너…….”

순간 코지의 얼굴에서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다.

“정말 죽어야겠다.”

“우연이네. 나도 같은 생각이거든.”

종혁의 입가에서 환한 미소가 살의와 함께 폭발한다.

그와 동시에 시간이 극한으로 느려지기 시작한다. 고요하고도 무거운 심해처럼.

종혁은 멈춰 버린 것 같은 시간을 힘겹게 나아가며 코지에게 다가간다.

“죽어, 최종혁!”

쩍!

“큽!?”

다급히 물러서며 볼을 감싸 쥐는 코지.

어리둥절해하던 그의 눈에 놀람이 번진다.

‘안 보였어?’

보였는데 못 피한 게 아니다. 안 보였다.

종혁은 그 와중에 베어져 버린 손목을 힐끔 보고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갔다.

부악!

공기를 찢는 우악스런 주먹.

그와 동시에 종혁의 겨드랑이를 노리는 칼.

종혁의 다른 손이 그 팔을 잡아 가자, 칼을 던져 비었던 오른손이 어느새 또 다른 칼을 쥐며 종혁의 목을 벤다.

그에 종혁이 오히려 코지에게 다가서며 목을 잡는다.

그 순간 아킬레스건이 걷어차이며 뒤집어지는 코지의 시야.

뒤통수를 향해 맹렬히 다가오는 땅바닥에 코지는 종혁의 눈을 빤히 보며 목을 잡은 그 팔에 칼을 찔러 넣었다.

푸욱! 콰앙!

“커헉!”

순간 퓨즈가 나간 시야.

그러나 코지는 다급히 몸을 옆으로 굴렸다.

그것이 그를 살렸다.

뻐어억!

그의 얼굴이 있던 자리에 꽂힌 종혁의 주먹.

몸을 일으킨 종혁은 피범벅이 된 왼주먹을 힐끔 보곤 오른팔에 꽂힌 칼을 뽑았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서 사라진 감정.

마치 가면을 뒤집어쓴 듯 표정이 사라진 종혁이 비틀거리는 코지에게 다가간다.

부악!

공기를 찢는 주먹. 그와 동시에 몸을 사선으로 비틀어 피하며 종혁에게 나아가는 코지.

종혁은 심장을 노려 오는 칼을 피하려 몸을 비틀었지만, 코지의 왼손이 쥔 칼이, 대체 또 어디서 빼낸 건지 모를 칼이 종혁의 옆구리를 노린다.

피하기엔 늦은 상황.

피했다간 코지가 정신을 차릴 시간을 줄 상황.

이를 악문 종혁은 그대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푸우욱!

결국 옆구리에 틀어박힌 칼날.

종혁은 뜨거운 꼬챙이가 들어오는 고통을 참으며 들어 올린 주먹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코지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죽어, 이 새끼야.”

꽈아아앙!

*   *   *

꿈틀꿈틀!

바닥에 대자로 뻗어 경기를 일으키는 코지 나카모토.

그는 놀랍게도 주먹을 피하려고 했다.

느려진 시간 속 그걸 목격하고 다급히 팔꿈치를 접어 후려치지 않았다면 정말 낭패를 볼 뻔했다.

턱이 완전히 뭉개진 그를 가만히 노려보던 종혁은 이내 아차 하며 재빨리 무전기를 들었다.

그때였다.

“최!”

후다다닥!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벤과 드롭.

종혁은 다급히 외쳤다.

“다른 놈들은! 다른 놈들은 어떻게 됐어!”

한 놈이라도 빠져나가선 안 된다.

이 미국에서 겨우 잡은 꼬리.

“걱정 마! 잡았어! 넌…… oh my god.”

벤과 드롭이 파랗게 질렸지만, 종혁은 그런 걸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잡았어? 정말 잡은 거 맞아?!”

“그래, 잡았다고!”

“하아아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종혁은 옆구리에 박힌 칼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마, 만지지 마! 빼지 말라고!”

“괜찮아. 안 죽는 부위야.”

한 5cm 정도만 위로 올라갔어도 지금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을 테지만, 그래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을 테지만 이 부위는 괜찮다.

그래도…….

“씨발. 진짜 죽을 뻔했네.”

종혁은 칼을 잡아 그대로 뺐다.

“빼지 말라고, 미친놈아! 출혈 일어난다고!”

“계속 꽂힌 채 덜렁거리는 게 더 위험해.”

셔츠를 벗어 북북 찢은 종혁은 옆구리와 팔에 감쌌다.

꽈아악!

“미친 또라이 자식……. 아냐, 됐어. 지혈했으니까 바로 병원으로 가자.”

고개를 저은 벤과 드롭이 종혁을 부축하려 했지만, 종혁은 팔을 뻗어 그들을 말렸다.

“이따가.”

“최!”

“이따가…… 간다고.”

빠드득!

놈들이 코앞에 있는데 신세 좋게 병원에 누워 있을 순 없다.

종혁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헨리. 놈들입니다.”

-……루한 컨설턴트에 요원들을 급파하죠.

“사람보다 사무실부터 확보해야 됩니다. 조심하세요. 폭탄이 터질지도 모릅니다.”

-걱정 마시길.

승합차의 현 위치를 말한 헨리는 전화를 끊었고, 종혁은 낯빛이 굳은 그들의 모습에 씁쓸히 웃었다.

“일 끝나면 다 설명해 줄 테니까 가자. 다르네스 타운으로 갔대.”

몽고메리 카운티의 끝자락에 위치한 다르네스 타운.

“……됐으니까 닥치고 부축이나 받아.”

이것마저 거부했다간 턱이 돌아갈 것 같은 둘의 표정에 종혁은 하는 수 없이 둘에게 어깨를 맡겼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잡은 거야? 그놈들 쉽지 않았을 텐데.”

“총을 뒀다가 뭐하게? 넌 왜 총을 안 쓴 거야?”

“……까먹었어.”

놈들을 발견한 것에 너무 열이 올랐나 보다.

실책이었다.

“씨발…….”

종혁은 미련했던 자신의 행동에 고개를 푹 숙였다.

*   *   *

마치 안개가 낀 듯 흐릿한 시야.

정신을 차린 로건이 의아해한다.

‘여긴 대체…….’

웅웅 울리는 목소리.

의아해하며 일어나던 로건이 당황한다.

촤르륵!

흔들리는 쇠사슬과 목에 채워진 목줄.

‘이, 이게 왜 내 목에…….’

그때였다.

쿵! 쿵쿵!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는 땅.

당황해 두리번거리던 로건은 이내 안개를 헤치며 다가오는 거인들의 모습에 눈을 부릅떴다.

‘너, 너흰?’

글로리아 베이비, 안젤라 초이, 메이 린을 비롯한 여섯 소녀.

자신이 유린하고 짓밟았던 여섯 마리의 사냥감.

그들이 로건을 보며 비릿하게 웃는다.

-짖어 봐. 우리처럼 짖어 봐.

‘미, 미쳤어? 이거 풀어! 풀지 못해?!’

뻐어엉!

메이 린의 발에 채여 100여 미터를 날아간 로건이 바닥을 뒹굴며 꿈틀 거린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커헉! 커허어억!’

로건은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이게 뭐하는 짓…….’

부우웅! 뻐어어엉!

‘커허어어억!’

등을 얻어맞고 다시 100미터를 날아간 로건.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뻐어엉! 뻐어엉!

-이쪽이야!

-받아!

-꺄르르르! 꺄르르르!

치이고 또 치인다.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장기가 짓눌린다.

그럼에도 정신이 멀쩡하다.

‘그, 그만! 그만-!’

뚝!

멈춰 버린 발길질.

꿈틀거리던 로건이 고개를 들었다가 기겁한다.

어느새 자신의 주위를 감싼 거인 소녀들.

-짖어 봐. 엎드려서 개처럼 짖어 봐.

-아니, 넌 개야. 아무런 쓸모도 없는 수캐.

짖지 않으면 밟아 버리겠다는 듯 들어 올려지는 발.

‘……멍! 멍멍!’

로건은 양팔과 무릎을 땅에 붙이며 짖었다.

‘멍! 멍멍멍!’

-그래! 그렇게 짖는 거야! 네가 우리에게 시켰던 것처럼!

-아하하하하하!

“으아아악! 헉! 헉헉!”

다급히 눈을 뜨며 거친 숨을 몰아쉰 로건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응? 뭐야, 왜 안 움직여?”

마치 팔다리가 무언가에 구속된 듯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목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그제야 들어오는 주변의 풍경.

“수술…… 실?”

싸한 알코올 냄새와 동그랗고 큰 조명이 배를 내리쬐고 있다.

‘대체 내가 왜 여기에…….’

어리둥절해하는 순간이었다.

위이잉!

자동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더운 바람. 그리고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로건은 갑자기 얼굴을 들이민 동양인에 깜짝 놀랐다.

“어? 이 대리, 이 자식 정신 차렸는데? 마취 똑바로 안 해?”

“난 마취 전문의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죽어도 상관없으니까 팍팍 처넣으라고.”

“그러다 진짜로 죽으면 타임 어택이야. 건질 수 있는 게 몇 개 없어져. 거기다 마취제에 절여져서 물건들 상태도 안 좋아질 테고.”

“아, 그래?”

“에휴. 그래. 내가 처리조한테 뭘 바라겠냐. 사람 썰 줄만 아는 무식한 놈들에게. 지원과장님은 왜 이딴 놈을 보조로 붙인 거야?”

“아아, 해보자고?”

“흐. 수술실에서 의사한테 칼부림을 해 보겠다고?”

“……넌 나한테 내 칼만 있었어도 뒤졌어.”

“닥치고 저기에 놓인 주사나 꽂아. 그건 할 줄 알지? 연장들에 숫자 적혀 있으니까 내가 달라는 거 주고.”

“어.”

의사와 싸운 동양인은 주사기를 들고 로건에게 다가갔다.

“많이 놀랐지? 이거 한 방이면 곧 잠들 테니까 안심해?”

오싹!

“자, 잠깐! 누, 누가 시킨 거야? 글로리아 베이비의 부모? 안젤라 초이? 아니 뭐든 내가 세 배 줄게! 부족하면 네 배!”

“어, 아냐. 그런 거 아냐. 좀 따끔할 거다? 자, 따끔?”

쑤욱!

팔뚝으로 거칠게 들어오는 주삿바늘.

“아, 안 돼! 싫어-!”

그가 겁에 질려 우는 순간이었다.

찌이잉! 콰과광!

갑자기 고막을 찢는 어떤 소리와 건물을 뒤흔드는 충격, 그리고 아래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

“……씨발!”

낯빛이 굳은 두 사람이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든다.

“난 과장님! 넌 지사장님!”

“오케이!”

그들은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아, 안 돼! 통화가 안 돼!”

재밍이다. 누군가 이 건물에다가 전파 방해를 하는 거다.

“대체 누가!”

그들은 다급히 장비들을 챙겨 들며 수술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총구들이 불을 뿜었다.

타다다당!

온몸을 파고든 불의 비.

‘커헉?!’

그들은 속절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이 희미해지는 그들의 귀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뚜벅뚜벅!

천천히 다가온 누군가가 그들의 얼굴을 툭툭 쳐서 위를 보게 만든다.

“야, 살았냐? 내가 아까 당한 게 있어서 좀 과하게 쏴 봤거든?”

‘최…… 종혁?’

“에이, 곧 죽겠네. 잘 가라, 씹새들아.”

그들을 지나친 종혁은 총구를 앞으로 겨누며 수술실로 안으로 진입했다가 이내 곧 총구를 내렸다.

“하, 씨발.”

놈이다. 로건이다.

“누, 누구야! 아, 아니 누군지 모르겠지만 살려 주세요! 저놈들이 제 장기를 뜯으려고 해요!”

살았다. 드디어 살았다.

그런 희망을 품자 사타구니에서 힘이 풀리며 소변을 쏟아 낸다.

쪽팔리지만 괜찮다. 살아난 게 중요한 거니까.

입가에 미소를 띠던 로건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덜컥 겁을 먹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거, 거기 계시죠? 계시면 저 좀 풀어…….”

저벅저벅!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소리에 다시 미소를 짓던 로건은 코앞에 드리워진 얼굴에 눈을 부릅떴다.

“너, 넌?”

종혁은 절망에 물드는 그의 모습에 헛웃음을 터트리며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내가 씨발 너 하나 잡자고 뭔 지랄 염병을 했는지 아냐? 그러니 좋게 가자, 개새끼야.”

종혁은 로건의 얼굴에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쩌어억!

*   *   *

종혁이 놈들의 공장을, 장기 공장을 급습하던 그 순간 워싱턴 D.C.의 어느 건물.

검은색 특공 복을 입은 CIA 요원들이 불이 꺼진 건물, 루한 컨설턴트의 사무실 앞에 선다.

곧바로 문에 폭발물 감지기를 들이대는 그들.

“클리어.”

감지기를 들고 있던 요원이 물러나자 기둥 같은 걸 든 요원들이 달려와 문을 박살 낸다.

쾅! 쾅! 콰직!

문이 열리자마자 빠르게 난입해 총구를 사방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CIA 타격대들.

“클리어.”

-클리어.

아무도 없는 게 확인되자 그들의 긴장이 살짝 풀린다.

“후우우.”

한숨을 내쉰 작전팀장이 헬멧을 벗으며 손목을 입에 가져간다.

“올 클리어. 운반팀 올려 보내.”

-카피 댓.

“A부터 C팀까지 컴퓨터와 서류 확보하고, D팀은 복도 봉쇄. 일단 이 안에 있는 건 종이 조각 하나까지 모두 수거한다. 알았나!”

“옛썰!”

우렁차게 대답한 그들은 총을 뒤로 메며 컴퓨터 본체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삑!

사방에서 뭔가 불길한 소리가 퍼지더니 이내 더 불길한 소리가 울린다.

띠! 띠! 띠!

“다 튀어 나가-!”

꽈과광-!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창문을 뚫고 뿜어져 나오는 악마의 불꽃들.

삐용삐용!

충격파에 비명을 지르는 차들 사이에 선 한 남성이 무전기를 든다.

“루한 컨설턴트 확보 실패. 자폭했습니다.”

-……D.C.를 완전 봉쇄하고, 그 건물을 드나든 모든 사람을 확보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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