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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08화 (50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08화>

“미친! 미친!”

저녁 9시, 사람이 없는 시간에 느즈막하게 식사를 하러 나갔다가 헐레벌떡 호텔로 돌아온 로건이 다급히 짐을 정리한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했다.

아침에 갔던 허름한 카페가 아닌 다른 식당에 들렀다가 발견한 자신의 수배 전단지.

그걸 본 로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빌어먹을 아버지!”

집안에선 왕이었던 아버지.

언제나 자신이 잘못한 게 있으면 폭력을 썼던 아버지.

그만큼 무서웠지만, 그래도 그렇게 무섭기에 한편으로는 든든했다.

그런데…….

“겨우 이 정도도 막지 못하는 병신이었다니!”

잘못 생각했다. 아버지 리암 오데아는 그저 집안에서만 폭군인 병신 찌질이에 불과했다. 그런 찌질이가 무서워 여태껏 반항 한번 못했다는 것에 로건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다 챙겼지? 아!”

다급히 열쇠고리, 아니 트로피를 챙긴 그는 다시 한번 빼놓은 게 있나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곤 호텔을 나섰다.

‘체크아웃은 뭐 알아서 하겠지.’

뒷문으로 슬그머니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봤다가 한숨을 내쉰 로건은 케빈 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가로등 불빛조차 듬성듬성한, 평소라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기에 절대 들어오지 않았을 밤의 어둠 속을 헤치며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화려한 불빛들이 보이자 로건의 눈빛이 가라앉는다.

“저기서 택시를 타고…… 잠깐, 도로가 통제되어 있으면 어떡하지?”

도로 위에서 붙잡힌다면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었다.

“빌어먹을. 더 먼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탔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때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시각에 탈 수 있는 버스 중 가장 멀리 가는 것이 워싱턴행 버스였기 때문이다.

“후…… 혹시 모르니 워싱턴만 벗어나면 걸어서 가야겠어.”

고개를 끄덕인 로건은 어깨에서 힘을 뺐다.

그 순간이었다.

꼬르륵!

“……어차피 내일 아침까지 뭘 먹진 못할 테니까.”

내일 아침까지 걸어야 할 판이다.

아니, 앞으로 몸을 숨길 곳에 도착할 때까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자 아침에 들렀던 그 카페가 생각난다.

“날 알아봤으면 여기에 경찰이 쫙 깔렸겠지.”

생각을 정리한 로건은 카페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스윽!

어둠 속, 적외선 카메라를 내린 종혁은 옅게 웃으며 무전기를 들었다.

“케빈 욘 쪽으로 향하네요. 아무래도 택시를 타고 이동할 것 같은데…….”

수배 전단지가 붙었으니 시야가 좁아지고 공포에 질렸을 터. 택시를 탄다고 한들 향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될 것이다.

‘쯧.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어도 바로 땄을 텐데.’

전용기가 점검을 들어간 상황에다가 이 많은 수의 요원들이 한꺼번에 탈 비행기표를 구매하려다 보니 시간이 지체됐다.

‘통장에 돈만 있었어도 전세기를 빌렸을 텐데.’

역시 돈이 없으니 좀 꼬이는 것 같다.

“택시 잡기 바로 직전에 덮치죠?”

놈이 적게나마 안심을 할 때.

-그냥 딱 케빈 욘의 땅을 밟으면 낚아채는 게 어때? 패닉에 빠진 놈이 허튼짓을 할 수도 있잖아.

“아,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그럼 그렇게…… 오호?”

종혁은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놈이 카페로 들어갑니다. 식사를 하려나 보네요.”

탐정 사무소 직원이 말하길 놈은 아침 겸 점심으로 식사를 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했다.

-최후의 만찬인가?

“흐음. 식사를 하고 나올 때 덮칠까요?”

딱 식사가 나오는 순간 덮치면 좋겠지만, 그래선 주위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라져.

-수신.

-예브레브비 커우오.

-외계어 누구야.

“큭큭. 갑시다.”

어둠 속에 숨은 그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딸랑!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들어오는 로건을 발견한 종업원, 아니 서 대리가 눈을 빛냈다가 곧 온몸에 피로를 담는다.

“하암. 어서 오세요. 식사하실 거면 아무 데나 앉으시고, 다 고르시면 부르세요. 여기 메뉴판이요.”

메뉴판을 받아 든 로건은 카페 안을 둘러봤다가 살짝 안심했다.

손님이라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카페.

수배 전단지도 붙여져 있지 않았다.

‘하긴 이 늦은 시간에 이런 외진 곳에 있는 카페를 누가 오겠어?’

솔직히 지금 이 시간까지 장사를 하는 것도 놀랍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다.

“가장 빨리 되는 게 뭡니까?”

“커피랑 샌드위치요. 케이크랑 프라이드 라이스도 있습니다.”

“커피랑 샌드위치 2개 주세요. 화장실은 어디죠?”

“저쪽입니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런지 오줌이 마려워진 로건은 냉큼 서 대리가 가리키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쏴아아!

“후우.”

피가 마른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혀를 찬 로건은 화장실을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화장실을 갈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4명의 손님. 바깥을 비추는 커다란 창문들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다.

잔뜩 긴장을 하며 4명의 손님을 봤던 그는 이내 안심했다.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 둘에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 남녀. 모두 이쪽을 신경 쓰지 않는다.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본능적으로 뒷문과 가까운 곳에 앉았고, 서 대리가 커피를 가져왔다.

“샌드위치는 5분 정도 더 걸립니다.”

서 대리 역시 신경을 쓰지 않자 더 안심한 로건은 커피를 홀짝였다.

‘국경은 다 막혔겠지?’

국경에도 자신의 수배 전단지가 뿌려졌을 거다.

‘흠. 그냥 시골로 갈까?’

라스베이거스를 제외하면 온통 사막뿐인 네바다, 거대 농장들만 있는 콘벨트, 소 떼를 방목해서 키운다는 텍사스 등 미국 안에서도 숨을 곳은 넘쳐 난다.

심지어 아직도 1900년대 초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때의 양식으로 옷을 입고 다니는 몰몬교 마을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로건은 고개를 저었다.

교도소 죄수들이 말하길 완전 시골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했다. 다 아는 얼굴들이라 이방인이 끼어들면 경계를 한다고. 몸을 숨길 거면 차라리 대도시나 아예 산속에 숨어 살라고 했다.

‘산…… 산이라. 그래, 산으로 가자. 생존키트를 사서 국립공원 같은 곳에 숨는 거야.’

도시 사람이라 야생동물의 위험을 모르는 그는 그렇게 결정을 내렸고, 한결 가벼운 표정을 지으며 샌드위치를 물었다.

와삭!

신선하게 잘려지는 야채의 쌉쌀함과 그걸 달래는 달콤한 소스.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맛이다.

그런데 약간 부족한 게 있다. 햄의 짭짤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햄은 있는데…… 왜…….”

‘어? 나 왜 이렇게 졸리지?’

왜인지 몸에도 힘이 없다.

쿠당탕!

본능적으로 느낀 위기감에 테이블을 짚고 일어서려다 넘어진 로건.

익숙하다. 너무 익숙하다.

‘이, 이건? 대, 대체 누가?’

저벅저벅!

흐릿해지는 시야, 먹먹해지는 귀에 구둣발 소리가 들린다.

“햐, 호랑이 굴에 제 발로 기어 들어오네. 이놈이 제 아비를 물 먹이고 도주한 연쇄강간살인범이란 말이지?”

‘뭐?!’

로건은 퍼덕였지만 헛된 몸부림이었다.

“FBI를 비롯한 미국의 모든 수사기관이 찾고 있을걸요?”

“하긴 하원의원의 아들인데 당연하겠지.”

코지 나카모토는 로건의 얼굴을 발바닥으로 밀었다.

“흠. 상태는 괜찮아 보이네.”

“좋은 것만 먹고 자란 상류층 백인 놈이니 좋을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얘 사라지면 미국이 뒤집힐 텐데요?”

“대신 뉴욕에 하원의원 자리가 하나 생기잖아.”

“그걸 개입하자고요?”

“어느 영화 세계관인 고담시티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범죄가 넘쳐 나는 뉴욕. 물건들도 넘쳐 나지 않겠어? 그걸 위해서라면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지.”

“그렇기는 한데, 차라리 그냥 얘를 넘기는 게 낫지 않아요?”

“이놈 아비가 검사장 출신이잖아. 다루기 어렵다는 거지.”

“아.”

“본사 결재도 떨어졌고.”

“실장님이 승인하셨다고요? 이야, 그 양반 한국에서 정계 쪽에 얼씬거린다더니 이쪽도 그러려나 보네. 아, 그러면서 FBI에도 안테나를 꽂으려고 그러나? 잉? 잠깐. 최종혁 곧 돌아가지 않아요?”

“그래도 그쪽에 안테나가 있으면 움직이기 편하잖아. 그리고 얌마. 본사 실장님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냐?”

“왜요. 없는 데선 임금님 욕도 한다는데?”

“어쭈? 너 설마 나 없는 곳에서 내 욕 하고 다니냐?”

“에이, 말이 또 왜 그렇게 됩니까?”

오싹!

마치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둘.

익숙하다. 마치 자신이 사냥감들을 앞에 두고 했던 모습.

그때 사냥감들의 심정이 이랬을까.

자신의 말로를 직감한 로건은 발버둥을 쳤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사, 살려…… 살…….’

투욱!

마지막으로 손가락에 힘이 풀리며 한 줄기 눈물을 흘린 로건은 정신을 잃었고, 코지는 카운터에 있다가 다가온 지원과의 서 대리를 봤다.

“가방 큰 거 하나…… 오, 캐리어. 센스 좋은데.”

“헤헤헤. 거기 사원님들 뭐하세요. 얼른 옮겨 담으세요.”

“예, 예!”

그 말에 앉아 있던 커플들이 일어나 커다란 캐리어에 로건을 욱여넣는다.

달칵! 달칵!

“그럼 저흰 바로 공장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래. 공장에 넘기고 퇴근해요.”

“수고하십쇼. 내일 뵙겠습니다.”

딸랑!

가게를 나선 둘은 승합차 트렁크에 캐리어를 실은 후 차를 몰고 사라졌고, 남겨진 코지 나카모토와 박 대리는 서 대리를 봤다.

“서 대리도 퇴근할 거지?”

“그래야죠?”

“그럼 우리 차 타고 가.”

“어? 정말요?”

“우리가 남이냐?”

“헤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가게 불만 끄면 됩니다!”

“천천히 해.”

딸랑!

가게를 나선 코지 나카모토와 박 대리는 담배를 물었다.

“최종혁 안 오겠죠?”

“걱정 마. 그 새끼 이 사건 담당 아니야.”

“그럼 다행이긴 한데…….”

달칵 등 뒤에서 불이 꺼지자 둘은 담배를 껐다.

딸랑딸랑.

“헤헤. 많이 기다리셨죠? 가시죠!”

“거 천천히 해도 된다니까.”

“씨잉. 겨우 두 모금 빨았는데…….”

“죄, 죄송합니다!”

“됐어. 담배야 좀 있다가 피워도 되는 거지.”

그들은 차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우르르르르!

마치 소 떼가 달리는 듯한 소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코지 나카모토와 박 대리는 갑자기 이쪽으로 달려오는 검은 양복의 사나이들에, 그 선두에서 달려오는 종혁의 모습에 눈을 부릅떴다.

‘씨발?!’

*   *   *

휘이잉.

저녁이라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자 종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 담배 몰리네.”

멍하니 있으려니 입이 궁금해진다.

강변으로 향하는 둔덕에 몸을 숨긴 종혁은 무전기를 들었다.

“앤서니?”

-자리 잡았어. 후문 훤히 보여.

-우리 쪽도 화장실 창문 잘 보여.

“시선 떼지 마세요. 놈이 뒷문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치익! 그렌 에코 방향에서 차량 접근 중.

-케빈 욘 방향에서도 접근 중.

“확인.”

부우웅!

양쪽에서 달려온 차가 로건이 들어간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카페 창문에 쳐지는 블라인드. 곧 영업을 종료하려는 것 같다.

“하필…….”

한 번 꼬이기 시작하니 계속 꼬이는 것 같다.

“쯧. 놈이 가게에서 나와 멀어지면 덮칩니다.”

-라져.

머리를 벅벅 긁은 종혁은 둔덕에 몸을 뉘이며 담배를 물었다.

“보니, 바톤 터치.”

“오케이.”

찰칵! 치이익!

“후우우.”

‘길구만.’

로건이 들어간 지 10분이 채 흐르지 않았는데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뭐, 그것도 곧 끝이지.’

앞으로 기껏해야 30분. 그 시간이 흐르면 놈은 자신들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휘이잉!

다시 서늘한 강바람이 불어오자 종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벌써 8월 말인가?’

아무래도 올 여름은 빨리 끝나려는 것 같다.

‘흠. 벤들과의 약속이 자꾸 미뤄지네.’

이번 사건이 끝나면 꼭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종혁은 다 피운 담배를 끄며 둔덕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 순간이었다.

“카페에서 움직임 포착. 승합차에 탄 사람들 나온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나와 트렁크에 실은 남녀는 곧 차를 몰고 케빈 욘 방향으로 사라졌고, 종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예, 안녕히 가십쇼.”

무고한 시민이 멀어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그들.

“카페에서 움직임 포착.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나오고 있어.”

“오오.”

종혁은 무전기를 들었다.

“전 요원 스탠바이.”

-오케이.

종혁의 무전에 요원들이 긴장을 한다.

이제 남은 것은 로건 한 놈뿐.

종혁과 요원들이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 나와라. 얼른 나와라. 빨랑 좀 나와라. 응?”

갑자기 가게에 불이 꺼진다.

종혁은 숨을 죽이며 가게 정문 쪽을 쳐다봤다가 눈을 부릅떴다.

그건 보니도 마찬가지였다.

“뭐, 뭐야 저거! 저, 저거 문 잠그는 거 아니야?”

“앤서니!”

-몰라! 안 나왔어!

-화장실도!

“미친!”

또 사라졌다.

순간 섬뜩해진 종혁은 그대로 둔덕을 뛰쳐나왔다.

“씨발, 덮쳐! 덮쳐!”

-라져!

우르르르르!

카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달리는 요원들.

그들의 선두에 선 종혁이 이를 악문다.

‘씨발. 뭔데! 뭐가 어떻게 된…….’

“어?”

종혁은 이쪽을 보며 눈을 커다랗게 뜨는 코지 나카모토를 발견하곤 당황했다.

“뭐야. 당신이 여기 왜 있어?”

콰아앙!

문을 박차고 들어가 카페 내부를 향해 총구를 겨누며 로건을 찾는 FBI 요원들.

“화장실 클리어!”

“주방 클리어!”

“뒷문 클리어!”

귀에 틀어박히는 외침들에 정신을 차린 종혁은 당황하고 있는 코지 나카모토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다시금 코끝을 스치는 피 냄새. 카라 허드를 공항에서 검거하고 돌아섰을 때 맡았던 그 피 냄새가 풍겨 오고 있다.

그에 전신의 근육이 깨어나며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잠깐. 캐리어?’

순간 승합차를 타고 왔던 남녀의 모습이 종혁의 머릿속을 스쳤다.

헛웃음을 흘린 종혁은 코지 나카모토에게서 시선을 고정한 채 핸드폰을 들었다.

“예, 헨리. 차량 한 대 좀 추적해 주세요.”

방금 전 성인 남자 한 명은 족히 들어갈 커다란 캐리어를 트렁크에 실었던 남녀.

지금 상황에선 FBI보다 CIA가 더 빠르게 일을 처리 할 수 있다. 종혁은 승합차의 차량 번호를 말해 주곤 코지 나카모토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나카모토 씨.”

“……예, 그렇군요. 오랜만입니다, 요원님.”

“루한 컨설턴트가 이런 일을 하는 곳인지 몰랐네요.”

“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요. 방금 전에 나갔던 커플을 찾는 거라면 저희랑은 상관없는 사람들입니다만?”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더럽고 지독한 냄새가 종혁의 콧속을 파고들었다. 지독할 정도로 짙은 피 냄새에 가려져 있던 시궁창 냄새가.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분명 그 커플들이 카페에 들어갈 때는 빈손으로 들어갔었거든요. 그런데 나올 때는 캐리어를 끌고 나오시더군요. 그건 나카모토 씨의 일행이신 저 카페 직원분이 제공하신 겁니까?”

코지 나카모토와 그의 동행인은 카페 직원이 가게를 정리하고 나오자마자 얼마 피우지 않은 담배를 껐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하하하! 그랬던가요? 잘못 보셨겠죠.”

“아, 그런가요?”

“그럼요! 하하핫!”

핏!

고개를 다급히 옆으로 꺾는 종혁의 눈이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가는 코지 나카모토의 손끝.

“튀어!”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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