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07화 (50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07화>

“후우.”

FBI 뉴욕지국 부지국장실에 뿌연 담배 연기가 퍼진다.

나잇살이 볼록 튀어나온 날카로운 인상의 오십대 백인 남성이 캘리 그레이스와 보니를 차가운 눈으로 응시한다.

“테러가 아님에도 감청을 승인하셨더군.”

비틀린 미소에 캘리 그레이스의 입가도 뒤틀린다.

“테러에 준하는 상황이지. 뉴스 봤잖아?”

뉴욕에 사는 동양인 소녀들이 무서워서 집 밖을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웃기는군. 당신이 언제부터 언론의 눈치를 봤던 거지?”

“오, 마이클. 너도 리암 오데아의 눈치를 보는데 나라고 못 볼 건 뭐야?”

“이봐, 캘리.”

“됐고.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나 지금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던 도중에 날아온 거야.”

“……말이 안 통하는군.”

마이클 부지국장이 보니와 그의 파트너를 응시한다.

“리암 오데아의 아들이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고? 확실해?”

“확실합니다.”

“증거는?”

“감식 결과가 말해 줄 겁니다.”

종혁이 발견한 그 폐가에서 로건의 DNA가 나오는 순간 무조건 구속이다.

그런 보니의 말에 마이클 부지국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확실하지 않다는 거군.”

“이번엔 정말 확실…….”

“아아, 됐어. 이번 사건은 다른 수사팀에 넘길 테니 그렇게 알아.”

“부지국장님!”

“그만. 여기까지. 나가 봐.”

결국 이렇게 됐다.

보니는 이를 악물며 캘리 그레이스를 봤고, 그녀는 담배를 물며 나른하게 웃었다. 그러나 웃지 않는 그녀의 눈.

“그래서? 리암 오데아의 돈을 받아 처먹거나 네게 충성하는 애들한테 수사를 맡겨서 증거를 조작하시겠다?”

터엉!

책상을 내려친 마이클 부지국장이 얼굴을 구긴다.

“할 말, 안 할 말은 좀 가려서 하는 게 어때?”

“너부터 할 말, 안 할 말을 가리는 게 어때?”

“뭐라고? 이봐, 캘리!”

“아니면 그 빌어먹을 눈치나 좀 길러 보든가, 이 바보 같은 후배놈아. 내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 그냥 좆같아서 지껄이는 것 같아?”

오싹!

그 옛날 상사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었을 만큼 막 나갔지만 차마 자르지 못할 만큼 능력이 출중했던 도베르만, 캘리 그레이스.

그녀의 손에 해체된 마피아 조직이 몇 개고, 야인으로 돌아간 정치인이 몇 명이던가. 또 귀신이 된 테러범이 몇 명이던가.

그때의 향기가 물씬 풍겨 오자 마이클 부지국장은 눈매를 좁혔고, 캘리 그레이스는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게 뭔데…….”

핸드폰에 띄워진 사진을 보며 의아해하던 마이클 부지국장이 입을 다문다.

“보시다시피 네가 똥꾸멍을 빨아 재끼는 리암 오데아의 아드님이자 연쇄강간살인범이 도망치는 현장 사진. 이 새끼 지금 뉴욕에 없다? 아, 이건 알고 있으려나?”

벌떡!

“무슨……!”

‘흐응. 이건 서로 상의가 되지 않은 일인가?’

솔직히 상의가 됐든, 되지 않았든 별 상관은 없다. 어차피 놈은 손바닥 위에 있다.

캘리 그레이스는 일어선 마이클 부지국장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

“자, 그럼 우리 옛날처럼, 내가 널 가르쳤을 때처럼 문답을 해 볼까? 감식 결과가 나왔는데 로건 오데아가 뉴욕에 없네? 어떻게 될까?”

가장 먼저 리암 오데아가 의심을 받을 거다. 아니, 언론은 리암 오데아가 연쇄강간살인범의 도피를 도운 걸로 낙인찍을 거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의 도피를 도운 하원의원이. 뉴욕의 모든 시민을 대표하는 하원의원이 말이다.

치명적이면서도 지독한 스캔들.

그의 정치 생명을 끝장낼 일이었다.

부정(父情)이란 단어로도 커버 칠 수 없었다.

“어, 언론은 막을…….”

“내 입은?”

몰랐으면 모르되 알아 버렸다.

그녀의 눈엔 훤히 보인다.

훗날 마이클 부지국장에게 충성하는 요원에게 로건을 인도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릴 리암 오데아의 모습이.

‘그 꼴은 못 보지.’

“캘리!”

“참고로 난 내일 아는 모든 기자들을 데리고 리암 오데아의 집으로 향할 거란다, 마이클. 이번엔 구속 영장을 들고.”

즉, 그 낙인을 캘리 그레이스가 찍겠다는 말.

“자, 잠깐!”

“어머. 이렇게 되면 리암 오데아의 뒤를 빨아 주던 너도 타격을 크게 입겠네?”

자신의 부하 직원을 건드리려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사건을 은폐하려 들고 있다.

FBI 요원으로서, 한 명의 수사관으로서 선을 넘은 마이클 부지국장. 누구보다 FBI를 사랑하고, 범인을 잡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녀로선 결코 봐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완전히 감정이 사라졌다.

“진짜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 마이클.”

마이클 부지국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자, 잠깐, 선배!”

캘리 그레이스의 눈빛에 잔혹함이 깃든다.

“왜? 내가 계속 팀장으로 있으니까 만만하게 보였어? 그런데 알잖아. 나는 승진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라는 걸.”

현장이 좋기에 승진을 계속 미룬 것뿐이다.

“그럼 이제 마지막 문제야, 마이클. 너…… 나 감당할 수 있겠니?”

진심으로 분노하는 자신을.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인맥을 동원할 자신을.

당장 본부만 가도 마이클 부지국장의 앞날을 막는 건 땅을 짚고 헤엄치는 것보다 쉬웠다.

“…….”

마이클 부지국장이 침묵하자 캘리 그레이스는 눈웃음을 곱게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선배로서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할게. 침몰하는 배에선 빨리 내려야 하는 거야.”

담배 연기를 뿜은 캘리 그레이스는 몸을 돌렸다.

“뭐해? 안 가?”

“예, 보스!”

또각또각! 쿵!

“……빌어먹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마이클 부지국장은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   *   *

다음 날, 아침. 리암 오데아의 저택 앞.

커다란 카메라를 든 방송국 기자들과 언론사 기자들이 기대 어린 눈빛을 지으며 캘리 그레이스를 응시한다.

그중 나이가 많은 기자들은 옛 향수를 느끼며 설레어 한다.

옛날엔 한 번 떴다 하면 언제나 대형 사고를 쳤던 그녀.

캘리 그레이스는 그런 그들의 눈빛에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물었다.

“다 늙은 할머니에게 뭘 저렇게 바라는지.”

“그런 것치고는 화장이 너무 짙은데요? 숍에 다녀오셨어요?”

“시끄러워.”

깐죽거리는 벤을 타박한 그녀는 보니를 봤다.

“네 사건이잖아. 앞장서.”

“예? 하지만…….”

종혁은 보니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자 양손을 들었다.

솔직히 욕심이 나긴 하지만, 그동안 마음을 졸였을 동료를 위해 양보하고 싶었다.

“끄응. 후우.”

파트너와 눈을 마주친 보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벨을 눌렀다.

지이잉!

반응이 없는 저택.

보니는 입을 크게 벌렸다.

“FBI입니다! 문 열어 주십시오! 이번엔 구속 영장을 들고 왔기에 협조에 불응하실수록 불리해지십니다!”

저택까지 쩌렁쩌렁하게 닿는 외침.

기자들이 집 앞에 모여들었단 말에 다급히 일어났던 리암 오데아는 와락 얼굴을 구겼다.

“영장이라니?”

그는 거의 날듯이 도착한 오웬 필을 응시했다.

갑작스럽게 구속 영장이 통과됐다는 말에 달려온 오웬 필.

“밖에 캘리 그레이스가 있습니다.”

흠칫!

“도베르만?”

타란튤라, 암사자 등 수많은 수식어로 불린 그녀.

한때 검사였던 리암 오데아가 그 이름을 왜 모르겠나.

“우리의 수작을 눈치챘다는 거로군. 이빨이 빠진 게 아니었던가…….”

실책이다.

영장이 통과됐음에도 마이클 부지국장에게 연락이 안 온 것을 보면 그녀가 손을 쓴 것 같다. 즉, 캘리 그레이스의 힘이 여전하다는 의미였다.

“일단은 로건을 내놓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군.”

리암 오데아는 보좌관을 봤다.

“깨워.”

“예!”

보좌관은 빠르게 2층으로 달려갔고, 이내 다급하게 내려왔다.

“의, 의원님…….”

무슨 일인지 하얗게 질린 그.

“로, 로건이 방에 없습니다. 다른 방들을 뒤져 봐도 없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다급히 2층으로 올라간 리암 오데아는 경악을 했다.

섬뜩!

“이, 이 미친놈이 결국!”

대형 사고를 쳤다.

도주. 도망을 친 거다. 연쇄강간살인범이.

이제야 캘리 그레이스가 움직인 이유를 깨달은 그의 무릎이 풀린다.

‘내가 뒤로 빼돌렸다고 생각한 건가!’

어떻게 이 집에 있는 자신보다 먼저 안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들은 로건이 이곳에 없다는 걸 알게 됐고 엄청난 오해를 하게 된 거다.

“마, 막아.”

“예?”

“막으라고! 저놈들이 절대 내 집에 들어오게 해선 안 돼!”

로건이 없다는 걸 들켜선 안 된다.

들키는 순간 자신은 끝이었다.

“예, 예!”

보좌관이 다시 1층으로 달려가려는 순간이었다.

꽈아앙!

“무슨?!”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

기겁하며 1층으로 내려간 리암 오데아는 박살이 난 현관문과 안으로 들어오는 FBI 요원들을, 그들의 뒤에 있는 캘리 그레이스를 보곤 마른침을 삼켰다.

보니는 그런 그를 향해 영장을 들어 보였다.

“몇 번 고지를 하였음에도 문을 열어 주지 않으시기에 강제적인 방법을 썼습니다. 로건 오데아를 데리러 왔습니다, 리암 오데아 씨.”

“……로건은 잠시 자신의 자취방에 가 있으니 이야기 좀 하지. 저 빌어먹을 놈의 기자들도 치우고. 이 무례한 행동은 그것으로 가감하지.”

캘리 그레이스를 바라보며 말하는 리암 오데아.

당당한 그의 모습에 보니의 입이 날카롭게 뒤틀린다.

“그 자취방이 뉴욕 밖에 있나 봅니다?”

“뭐?”

보니는 그에게 사진 한 장을 꺼내서 보여 줬다.

뉴욕의 남부에 위치한 뉴저지주의 도시 뉴어크(Newark)의 고속버스 터미널로 들어가는 택시에서 내리는 로건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뉴, 뉴욕을 벗어났다고?’

“아, 이것도 있군요.”

아버지, 고마워요. 아버지 말처럼 숨어서 잘 살게요. :)

“당신의 아드님께서 페이탈북에 남긴 메시지입니다.”

“……!”

리암 오데아는 헛숨을 삼켰고, 보니를 비롯한 FBI 요원들이 비릿하게 웃었다.

이제 피날레다.

보니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라?! 지금 연쇄강간살인범을 도주하게 만든 겁니까-?!”

우르르르르!

기자들이 달려오는 소리에 리암 오데아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   *   *

“후으.”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기지개를 켜며 일어선 로건이 침대를 벗어나 창가로 걸어간다.

드넓게 펼쳐진 포토맥강과 커다란 섬들.

뉴욕의 허드슨강보다 좁긴 하지만, 섬들이 있어서 그런지 색다른 매력을 보인다.

“아쉽네.”

오늘 저녁, 늦어도 내일 아침이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된다.

지금쯤이면 자신이 도망쳤다는 걸 알았을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뒤를 쫓기는커녕 도리어 자신이 도주할 시간을 벌어 줄 거다.

“모두가 아버지를 물어뜯기 위해 덤벼들 테니까.”

지금쯤이면 자신이 범행을 저지른 장소를 발견한 FBI가 영장을 신청했을 터.

언론도, FBI도 아버지 리암 오데아를 물어뜯기 위해 총력을 다할 거다.

아버지는 이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네 실수로 인해 주목을 받을 것 같으면 다른 이의 약점을 터트려 화제를 돌려라. 그러면 시간을 벌 수 있다.

아버지 리암 오데아에게 배운 거다.

“한 열흘 정도 여유가 있는 건가? 그 정도면 어디든 갈 수 있겠지.”

이미 증거까지 확보된 이상, 아버지가 최선을 다한다고 한들 열흘 이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을 벗어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테이블로 걸어가 지도를 펼친 로건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캐나다로 갈까? 아니면 멕시코? 흠…….”

꼬르륵!

“흠.”

생각해 보니 어제 집을 나선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가방을 연 그는 가방 안을 가득 채운 돈뭉치 위에 올려진 지갑과 지도를 챙겨 들며 호텔을 빠져나가 아침이라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포토맥 강변을 걸었다.

“어? 이런 곳에 카페가 있네?”

숲길에 덩그러니 놓인 허름한 카페.

조금 더 걸어가야 식사할 곳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노출될 동선은 줄이는 게 낫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지만 목격자는 최대한 줄이는 게 낫다. 교도소에서 배운 내용이다.

딸랑!

“하암. 어서 오세요. 아무 데나 앉으시고, 다 고르시면 부르세요. 여기 메뉴판이요.”

카운터에 엎드려 흐느적거리는 이십대 후반의 청년.

참 무례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한 로건은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으며 메뉴판을 펼쳤다가 살짝 놀랐다.

‘별게 다 있네?’

커피와 음료는 당연하고, 샌드위치부터 케이크, 아메리칸 블랙퍼스트, 볶음밥까지 웬만한 요리는 다 있다.

“여기요.”

“그냥 말하세요.”

“……커피랑 블랙퍼스트, 양송이 수프 주세요.”

“네!”

청년은 주방 안으로 들어갔고, 그걸 보던 로건은 이내 신경을 끄며 지도를 펼쳤다.

“멕시코 국경은 넘기가 힘든데…….”

악명 높은 국경수비대가 지키는 멕시코 국경.

반면 캐나다는 국경을 넘기가 쉽다. 그러나 여권 같은 신분증이 필요했다.

“흠. 좀 더 고민해 봐야겠네.”

저벅저벅.

“음식 나왔습니다.”

너무 깊이 생각했나 보다.

정신을 차린 로건은 커피부터 한 모금 마셨다가 살짝 놀랐다.

‘제법인데?’

꽤 좋은 원두를 제대로 내려냈다.

허름한 카페라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작은 기대감을 품은 로건은 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양송이 수프를 입에 가져갔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수프도 훌륭하네.”

그는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잘 먹고 갑니다.”

“네, 굿모닝 되세요.”

한껏 만족스런 표정을 지은 로건은 다시 숙소로 돌아가 생각을 이어가기로 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종업원은 다시 카운터에 엎어졌다.

“아, 심심해. 거 컴퓨터 한 대 들여놓자니까…….”

오싹!

갑작스럽게 드는 오한에 고개를 돌린 종업원은 카페 주차장 안으로 들어오는 경찰차에 미간을 좁혔다.

‘경찰?’

그는 핸드폰을 꺼내 들어 1번을 꾹 눌렀다.

딸랑!

“와우, 이런 곳에 카페가 있었네. 커피 한잔하고 갈까?”

“안 돼. 바빠.”

“어서 오세요. 식사하실 거면 아무 데나 앉으시고, 다 고르시면 부르세요. 여기 메뉴판이요.”

“아니, 식사할 건 아니고. 혹시 이런 사람 본 적 있어?”

종업원은 경찰이 내미는 수배 전단지를 보곤 살짝 눈을 빛냈다.

“아뇨? 누구…… 맙소사.”

“보다시피 흉악한 놈이니까 가게에 붙여 놓도록 해.”

“로건 오데아…….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음. 혹시 커피 돼?”

“제가 손이 느려서 30분은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쯧. 그놈 보면 바로 신고해. 가자고.”

“그러지. 요즘 희한하게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범죄자들이 많단 말이야. 도대체 어디로 도망친 건지…….”

딸랑!

종업원은 경찰이 경찰차를 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

-뭐야. 무슨 일인데 긴급 콜을 때린 거야, 서 대리?

“과장님, 여기 카페에 연쇄강간살인범이 떴는데 어떡할까요? 영업과에 알릴까요?”

-뭐? 어디? 어디로 갔어?

“여기 카페에서 글렌 에코 방향으로요.”

어느새 그의 눈에선 졸음이 사라져 있었다.

*   *   *

“워싱턴이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참 인연이 깊은 것 같다.

피식 웃은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글렌 에코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어딥니까?”

-여기요! 여기!

“아, 보이네요.”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그레이스 탐정사무소의 직원.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뒤를, 어두운 밤임에도 선글라스로 흉흉한 눈빛을 가린 요원들을 보곤 입을 열었다.

“가시죠.”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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