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03화 (503/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03화>

저녁이 다 되어 가는 시각의 FBI 뉴욕지국.

감식반과 함께 돌아온 종혁이 헨리와 통화를 하며 사무실로 들어선다.

“고마워요, 헨리.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더 잡아 둘 수 있을까요? 딱 이틀만 더요. 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이 혀를 찼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실적에 미쳐 있는 기자들 때문에 하마터면 일이 꼬일 뻔했다.

미리 손을 써 두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무슨 전화야?”

“아, 별거 아니에요.”

고개를 끄덕인 드롭이 돌연 미간을 좁힌다.

“감식반이 내일도 록우드 홀에 간다고 했지?”

“그 큰 곳을 하루 만에 다 뒤지는 건 무리죠.”

거기다 아직은 요란하게 수색을 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벌 떼처럼 달려 올 테고, 그렇게 되면 로건 오데아가 도주를 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건 피해야 했다.

“거기서 채취한 흙과 6번째 피해자 린의 손톱에서 발견된 흙이 일치하기만을 바라자고요.”

그리고 지금 미친 듯 달려오고 있을 보니가 확보한 놈의 DNA도.

“이제 오는 거야? 수고했어!”

“밥은?”

반기는 요원들에게 화답하며 화이트보드로 걸어간 종혁이 눈을 가늘게 뜬다.

린과 팔짱을 낀 채 한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로건 오데아.

보니가 오늘 아침 겨우 구한 사진이다.

“개자식!”

욕설을 내뱉은 드롭이 이를 간다.

“이렇게 둘이 있는 사진이 떡하니 존재하는데도 영장을 받을 수 없다니!”

정확히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새끼 부친이 손을 쓸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죠.”

로건 오데아의 부친, 리암 오데아.

뉴욕주의 하원의원인 그가 용의자의 부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종혁도 골머리가 아파 올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리암 오데아는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장까지 지낸 인물이기에, 영장을 신청하러 가는 순간 말이 새어 나갈 가능성도 있었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후, 그가 무언가 손쓸 여지도 없게끔 만들어야만 했다.

‘나야 뭐 곧 갈 사람이라 그냥 들이받아 버리면 되지만…….’

씁쓸히 웃은 종혁은 다시 다정한 연인처럼 린과 팔짱을 낀 로건을 응시했다.

“흐음.”

“왜?”

“왠지 어디서 본 얼굴 같아서요.”

그것도 최근에 본 얼굴 같다.

‘어디서 봤더라…….’

쾅!

“내가 왔도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보니의 모습에 모두가 눈을 희번뜩 뜬다.

안쪽의 개인 사무실에 있던 캘리 그레이스도 잰걸음으로 걸어 나온다.

“어떻게 됐어?”

“지금 막 넘겼습니다. 이틀 안에 결과 나온답니다.”

“오케이. 수고했어.”

“저보다는 최가 수고했죠.”

종혁을 뜨거운 눈으로 응시하는 보니.

만약 종혁이 미약한 의혹을 가지고 머스탱 GT를 찾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금까지도 범인의 꼬리조차 찾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종혁은 그런 감사를 담은 보니의 눈빛에 씩 웃었다.

“뭘 벌써부터 수고했다 말하고 있어요? 누가 보면 범인 잡은 줄 알겠네.”

“……그렇지. 몰리, 추적은 어떻게 됐어?”

보니가 확보한 놈의 DNA까지 일치한다면 정황 증거는 충분히 모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정황 증거.

설령 구속을 하더라도 놈이 끝까지 범행 사실을 부인한다면 일이 상당히 귀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놈을 확실히 처벌하기 위해서라도 놈이 범행을 저지른 장소를 찾거나, 피해자들에게 사용한 마약과 근육이완제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해야만 했다.

“일단 브로드웨이 하이웨이에서 117번 국도를 타고 플레전트빌에 진입한 것까진 확인했는데…….”

종혁이 감식반과 함께 있고, 보니가 놈의 DNA를 얻기 위해 뛰어다닐 때 계속 놈의 차량을 쫒은 몰리.

린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간대도 모두 뒤져 본 그녀.

그 결과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각,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날마다 놈이 이곳을 지나쳤다는 게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로건은 이후로도 계속 이곳을 드나들며, 어쩔 땐 하루 이상 있다가 나오는 게 영상에 잡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곳을 지나친 이후의 종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너무 작은 도시 플레전트빌. 그녀가 확인할 수 있는 주 정부 소유의 CCTV의 숫자가 현저히 부족했다.

“일단 2시간 뒤 다시 그 길로 돌아 나오는 것까지는 확인했어.”

최소 2시간. 놈이 플레젠트빌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데 최소로 걸린 시간이다.

“한 시간 거리 안에 뭔가가 있다는 거구만?”

왕복으로 치면 2시간.

피해자들을 어딘가에 숨겨 놓고 돌아 나왔을 시간까지 계산하면 대략 왕복 110분.

그 시간 내에 오갈 수 있는 곳에 놈이 피해자들을 가두고 며칠이나 괴롭힌 장소가 숨겨져 있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봐야겠지.”

그럼 답은 하나다.

짜악!

모두의 시선이 종혁에게 모인다.

“그럼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를 다시 검토해 봅시다! 몰리, 그 주변 CCTV 자료들을 모아서 넘겨주세요.”

“알았어!”

몰리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두 명 보다는 다섯 명이 매달리는 게 훨씬 빠르다.

보니는 모두를 향해 외쳤다.

“자자, 조금만 힘내 줘! 최, 안젤라 초이 맡아 주고, 벤은…….”

“으랏챠!”

“그럼 힘내 보실까?!”

사무실이 뜨거워졌다.

*   *   *

“드르렁!”

어느새 해가 다 떠 버린 아침, 사무실에 코고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린다.

“어우. 뻑뻑하네.”

지난 이틀간 CCTV를 보고,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 주변을 다시 뒤지며 목격자를 찾거나 놈이 차를 숨겼던 장소를 유추하는 등 하루 두 시간만 겨우 자며 쉴 틈 없이 움직여서 그런지 눈이 피로하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들어온 종혁은 의자를 젖힌 채 잠들어 있는 보니와 그의 파트너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요. 아침입니다.”

“컥?! 어우, 뭐야. 벌써 아침이야?”

“하아암. 배고파…….”

경기를 일으키며 일어나는 보니와 눈을 뜨자마자 밥부터 찾는 그의 파트너. 벤과 드롭마저 깨운 종혁은 자리에 앉아 다시 플레전트빌의 CCTV 화면을 켰다.

“왕복 50분 거리까지 좁히긴 했는데…….”

플레전트빌까지 날아가 수거한 개인용 CCTV 영상들 가운데 놈의 머스탱 GT가 찍힌 게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플레전트빌을 지나쳐 그 아래 남쪽의 작은 도시인 손우드로 향하던 놈의 차량.

지도를 펼친 종혁이 생각에 잠긴다.

“여길까?”

눈에 들어오는 장소가 하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도시에서도 더 인적이 드문 케니스코 저수지.

“아니면 국도를 타고 그 옆의 도시 아몽크로 향했을 수도 있지.”

세수만 한 보니가 손가락으로 손우드를 관통하는 내니 하겐 로드를 따라 주욱 움직여 아몽크를 가리킨다.

아슬아슬하게 왕복 시간 안에 들어 있는 아몽크.

“발랄라일 수도 있어.”

이번엔 벤이 다가와 손우드 아래에 있는 도시 발랄라를 가리킨다.

“그러네. 발랄라도 왕복 거리 안에 있네.”

“샤파쿠아도 있고.”

플레전트빌의 동북쪽에 위치한 도시 샤파쿠아.

“거긴 좀 아니지. 손우드와 반대 방향이잖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일부러 돌아간 게 아닐까? 놈은 CCTV를 피해 다녔잖아.”

순간 시끄러워지는 사람들.

종혁은 그런 그들을 말리며 입을 열었다.

“됐어요. 뭐든 오늘 손우드에 다녀오면 놈의 아지트를 찾을 수 있겠죠.”

그럼 놈은 끝이다. 범위를 여기까지 좁힌 이상 추가 증거를 확보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개새끼.”

“빌어먹을 자식.”

빠드득! 뿌드득!

종혁과 사람들이 이를 가는 순간이었다.

띠리링! 띠리링!

“예. FBI…… 아, 존슨! 예? 벌써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요?”

종혁과 사람들의 입이 다물어지며 보니를 응시한다.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한 그의 입술.

두근두근 심장이 기분 좋게 박동을 하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바로 보내 주세요!”

전화를 끊고 종혁들을 돌아보는 그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피어난다.

“일치한대! 일치한다고-!”

찌리릿 온몸을 관통하는 전율.

“……으랏샤!”

“그렇지-!”

환호성을 터트리며 서로 수고했다고 끌어안는 사람들.

다른 사건을 맡은 요원들도 일어서 축하를 해 준다.

지난 8개월간의 고생이 스쳐 지나가서 그런지 보니와 그의 파트너의 눈에는 눈물마저 고인다.

종혁도 고생했다고 보니를 두드리곤 크게 외쳤다.

“자, 그럼 모두 집에 가서 씻고 3시간 뒤에 모입시다!”

이토록 애를 먹인 놈을 검거하러 가는 건데 이런 추레한 몰골로 갈 수 있을까. 때 빼고 광을 내야 했다.

“어우, 그래 보실까?”

“개새끼, 넌 죽었다.”

발걸음도 가볍게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그들의 눈빛이 흉흉하게 일그러졌다.

*   *   *

따사로운 여름의 햇빛이 쏟아지는 아침.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킨 로건이 창밖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오늘이다. 사냥할 날짜를 잡는 날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승낙을 할 요코를 떠올리니 로건의 그곳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씻어야겠네.”

오늘은 특별히 더 치장을 해야 할 것 같다.

침대를 벗어난 로건은 흉악한 부풀어 오른 것을 덜렁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을 흘릴 만큼 숨 막히는 더위를 잠시 피하게 만들어 주는 센트럴파크. 오후 4시가 되자 로건이 센트럴파크 안에 있는 더 레이크에 모습을 드러낸다.

새하얀 셔츠와 선글라스, 모자를 쓴 그는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든 채 더 레이크의 유일한 다리이자 커플들에게 인기가 많은 보우 브릿지 위에 올라서다 잠시 멈추며 입술을 비튼다.

찰칵, 찰칵!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새하얀 다리 위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요코.

어른의 성숙함을 따라 하려는 건지 화장을 짙게 한 그녀는 속이 비치는 새하얀 블라우스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다.

로건은 비틀린 미소를 지우며 그녀에게 다가섰다.

“요코.”

“로건!”

황급히 핸드폰을 감추며 배시시 웃는 그녀.

“기다리느라 힘들었지? 자.”

“와. 내가 민트맛을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네가 웨이터에게 식당에서 민트맛 아이스크림은 없냐고 물었잖아.”

“그, 그걸 기억하고 있던 거야?”

또래의 남자들, 그 눈치 없고 급하기만 한 멍청이들에게선 바랄 수조차 없는 배려.

요코의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다.

“아, 나도 로건 주려고 음료수 가져왔어!”

이번엔 로건이 살짝 놀랐다.

“저번에 오렌지 주스를 두 잔이나 마셨잖아.”

“그걸 기억하고 있던 거야? 멋진데?”

멋지다. 더 이상 참지 못할 정도로.

“그럼 갈까?”

로건은 손을 내밀었고, 요코는 잠시 멍해졌다.

너무 자연스러우면서도 과감한 스킨십.

다시 한번 또래의 남자들과 비교를 하게 된 그녀는 활짝 웃었다.

“응!”

손을 붙잡은 둘은 센트럴파크를 느릿하게 걸으며, 복잡한 산책로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그곳으로.

*   *   *

햇빛이 어스름히 흔적만 남아 하늘을 밝히는 오후 7시.

로건과 요코가 센트럴파크를 빠져 나온다.

“아까 거기 좋았지?”

“너무 좋았어!”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더 레이크의 푸른 물이 훤히 보이던 작은 공터. 손깍지를 낀 채 손바닥에 장난을 치는 로건까지 더해지자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이게 어른의 데이트인 걸까.

“그런 곳은 어떻게 안 거야?”

‘설마 전 여자친구랑?’

지금까지 여자친구를 많이 사귀어 봤을 거라 생각될 정도로 잘생기고 매력적인 로건. 요코의 눈이 작은 불안을 머금는다.

“부모님이 젊었을 때 자주 데이트를 하셨던 곳이거든. 그게 갑자기 떠올라서 가 봤던 거야.”

“서, 설마 날 처음으로 데려간 거야?”

“풋……! 뭐야, 질투했던 거야?”

“아니, 난……!”

“걱정 마. 그 장소에 이성을 데려간 건 네가 처음이니까.”

“아…….”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드러난 푸른 눈.

요코의 불안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그 자리를 설렘이 차지한다.

“로건…….”

요코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흥분과 설렘, 사랑으로 물들며 진도를 더 나간 스킨십을 갈구하는 눈빛.

로건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한발 물러섰다.

여기선 한 번 튕겨 줘야 했다.

“아, 요코. 나 다음 주 토요일에 친구랑 라이에 갈 건데 너도 갈래?”

“……라이? 거기가 어딘데?”

살짝 뾰로통해진 답변에 로건은 눈을 빛냈다.

드디어 사냥 날짜가 정해지는 순간이다.

“뉴욕주 동쪽에 있는 작은 도시인데, 거기가 꽤 멋지거든. 내 소유의 요트도 있고.”

“요트? 로건, 너 요트도 있어? 와아!”

“저녁엔 그 요트를 타고 해변에서 바다 야경을 보면서 놀 생각이거든.”

가고 싶다. 하지만 너무 멀리 간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린다.

그런 기색을 눈치챈 로건은 셔츠처럼 새하얀, 무해한 미소를 지었다.

“저녁엔 돌아올 생각이니까 한번 생각해 봐.”

“저녁에?”

“당연하지. 나 대학생이라고, 이 아가씨야. 과제해야 돼.”

코를 톡 건드리는 손길에 요코의 마음이 무장해제가 된다.

‘저녁엔 돌아온다니까…….’

“아, 알았어. 생각해 볼게.”

불끈!

허리 뒤로 돌린 주먹이 꽉 쥐어진다.

‘됐다.’

드디어 사냥감이 승낙을 했다.

“그래, 생각해 봐.”

로건은 흉흉한 속내를 감추며 몸을 돌렸다.

그러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어라? 어?”

“왜 그래?”

“음. 미안하지만 먼저 나가 있을래? 아무래도 아까 거기에 차키를 놓고 온 것 같아.”

“뭐? 진짜? 같이 가!”

“아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뛰어갔다 오면 돼.”

“으응. 알았어.”

요코는 아쉬워하며 몸을 돌렸고, 로건은 그런 그녀를 보며 다시 눈을 빛냈다.

“요코.”

“응?”

요코는 휙 잡아당기는 팔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로건에게 끌려갔고, 로건은 그런 요코를 안으며 그 작은 입술에 입을 가져갔다.

그에 더 놀랐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는 그녀.

그 모습을 본 로건의 입이 주욱 찢어진다.

이걸로 끝이다.

이 키스로 이제 그녀는 자신을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고, 일주일 후에 제 발로 알아서 따라오게 될 거다.

그의 입가에 위험하고도 잔인한 미소가 맺히는 순간이었다.

“거기까지다, 씹새꺄.”

휙 품에서 빠져나가는 요코와 어느새 눈앞에 날아든 주먹.

‘주먹?’

뿌가아악!

잠시 로건의 기억이 날아갔다가 돌아온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어리둥절해하는 그.

“내가 왜 땅바닥에…….”

의아해하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종혁이 팔을 꺾으며 그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른다.

“아악! 뭐, 뭐야! 누구야!”

“로건 오데아. 널 글로리아 베이비, 안젤라 초이, 메이 린 등 6명의 미성년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한다. 넌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또한 이 체포가 부당하다 생각될 시 언제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 하지 마, 이 개새끼야!”

쿠웅!

‘드, 들켰다?’

새하얗게 질린 로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악! 놔-!”

*   *   *

“와아!”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사무실.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오는 이들에게 박수와 찬사가 쏟아진다. 대견해하는 표정을 짓는 캘리 그레이스도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그에 다시 한번 울컥하는 보니와 그의 파트너.

“수고했어요, 보니.”

“최…….”

“워워, 진정해요. 난 남자가 끌어안는 거 정말 싫어한다고요.”

“몰라, 씨발!”

종혁과 벤, 드롭, 몰리를 와락 끌어안는 보니와 그의 파트너.

사무실에 따뜻한 웃음이 터진다.

그런 웃음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보니를 토닥인 종혁은 이내 곧 그를 떼어 놓았다.

“얼른 가 봐요. 마무리해야죠.”

“알았어! 가 볼게! 그리고 오늘 약속 있어도 비워 둬! 내가 찐하게 살 테니까!”

“하하. 예. 얼른 가 봐요.”

고개를 끄덕인 보니와 그의 파트너는 수집된 증거들을 들고 취조실로 향했고, 종혁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기지개를 켜며 돌아섰다.

“끄으으!”

“최, 이번에도 휴가 낼 거야?”

“아마도? 하지만 이번엔 짧게 낼 거예요.”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이들과 떨어지는 게 아쉽기에 하루만 쉴 거다.

“아, 제가 저번에 말한 거 기억나요?”

“뭐? 아, 시간 있냐고? 언제 볼까? 내일 볼까? 아니, 그보다 하고 싶은 말이 대체 뭐야?”

“그건 내일 말할게요. 성인이면 좀 참읍시다.”

“별거 아닌 말이기만 해 봐라…….”

“별거인 말이니까 기대나 해요. 커피?”

“커피 좋지.”

그들은 탕비실로 향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동안 그들을 괴롭혔던 로건을 검거했다 보니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사무실 안으로 슈트를 입은 노인이 들어온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의아해하며 일어나는 한 요원.

노인이 푸근히 웃으며 품에서 명함을 꺼내 든다.

“로건 오데아의 변호를 맡은 오웬 필입니다. 제 의뢰인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술렁.

순간 거대하게 요동치는 사무실의 공기.

“왔네, 씨부럴.”

종혁은 얼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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