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501화 (501/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501화>

“이게 네비게이션과 GPS 기록의 전부라는 거죠? 혹시 신분증 사진과 외모가 다른 사람이 와도 차를 빌려줍니까?”

“그럴 리가요!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흰 절대 아닙니다!”

솔직히 정말 돈이 급하지 않은 이상 다른 곳도 빌려주지 않을 거다.

“저희 차가 어떤 범죄에 쓰일 줄 알고요!”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뉴욕.

심지어 위조된 신분증으로 렌트카를 빌려 팔아먹는 놈들도 있다 보니 렌트카를 빌리는 것조차 절차가 복잡하고, GPS 기록장치는 필수다.

그리고 차량이 돌아오면 무조건 네비게이션 기록과 GPS 기록을 백업해 놓는다.

‘확실히 이런 건 좋네.’

그것이 범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테지만, 이런 건 한국도 배웠으면 싶었다. 2008년인 지금도 왕왕 비대면으로 차를 빌려주는 한국의 일부 렌트카 업체들.

안전불감증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하. 알겠습니다. 진정하세요.”

기록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그날을 기준으로 이틀 뒤까지의 모든 명부까지 확보한 종혁이 협조해 줘서 고맙다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오우, 아닙니다. 당연히 협조해야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꼭 잡으십시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렌트카 업체를 나선 종혁이 넥타이를 풀며 음료를 들이켠다.

“푸후우. 어우.”

아침에만 렌터카 업체 20곳을 돌아서 그런지 목이 타들어 갈 것 같다. 조금은 쉬고 싶지만,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을 피해자 유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멈출 수가 없다.

명부를 확인한 종혁은 이내 혀를 차며 보조석에 던졌다.

“여기도 없네.”

현재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 그중 확인된 인물들 중 차를 빌린 사람이 없다.

그래도 혹시 확인이 안 된 용의자들의 이름이 명부에 있을 수 있기에 가져가는 것이지만…….

지이잉! 지이잉!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발신자를 확인한 종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매일 두 번씩 표시되는 발신자지만 언제나 심장이 내려앉는다.

“후우. 예, 최종혁입니다.”

-어, 어떻게 됐나요? 범인은 잡았나요?

초조하면서도 다급하며 물기가 가득 섞인 주안의 목소리.

종혁이 눈을 질끈 감는다.

“죄송…… 합니다. 지금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흑! 죄송해요! 기다려야 된다는 걸 알지만, 린이 계속 그 차가운 곳에 누워 있을 걸 생각하니까……. 요, 요원님. 그, 그냥 제 딸을 데려가면 안 될까요? 엄마가 돼서 어떻게 딸을 그런 곳에 놔둬요! 린이 얼마나 춥겠어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종혁 본인이라고 왜 린을 주안에게 인도하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종종 시간이 지나 다른 단서가 발견되기도 하기에, 그땐 보지 못했던 걸 나중에 발견을 하기도 하기에 쉽게 인도를 할 수가 없다.

“죄송합니다. 무리한 부탁인 걸 알지만,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최대한 빨리 찾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흑! 죄송해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운전대에 이마를 박는다.

쿵. 쿵. 쿵!

운전대를 부숴 버릴 듯 때려 박은 종혁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담배를 문다.

물기가 섞인 눈이 천장을 응시한다.

“죽겠네. 씨발.”

초조하다. 방금 전 전화 때문이 아니라도 초조해진다.

“수사에 들어간 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러냐.”

그런데 왜 이렇게 짜증이 치솟는 걸까.

투욱!

힘이 없지만, 너무도 아팠던 주먹.

-찾아 준다며! 찾아 준다면서-!

자식을 잃은 어미의 비통.

꽃을 피지 못한 채 저물어 버린 어린 소녀들.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계속 조급해지는 건…….

“하아. 가자, 가.”

이렇게 한탄할 시간에 한 발이라도 더 뛰어야 범인을 잡을 수 있다.

종혁은 이를 악물며 차를 몰았다.

* * *

커피향이 은은하게 맴도는 허름한 인터넷 카페 안.

구석진 자리에 앉은 로건이 여러색의 긴 털이 북실북실하게 뭉친 열쇠고리를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으며 모니터를 가만히 응시한다.

걸려 들까. 걸려 들지 않을까.

그의 눈이 초조함을 머금는다.

-응! 그래! 우리 만나자!

번뜩 눈을 빛낸 로건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오늘 만날까?

-오늘? 어디서?

“그러게. 어디가 좋을까.”

그동안 사냥한 사냥감들과 만났던 곳이 아니면서도 가벼운, 그러면서도 십대의 흥미를 훅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장소.

뉴욕엔 그런 장소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파서 뒤피 스퀘어 알아?

-알아! 타임스스퀘어 근처에 있는 거 말하는 거지?

-동상 앞에서 7시에 볼까?

-그래! 7시. 파서 뒤피 스퀘어 동상 앞에서!

상대가 채팅을 나가자 로건이 눈을 가늘게 뜬다.

“일단 말하는 건 취향이긴 한데…….”

보내 준 사진도 취향이긴 하다.

그러나 어떤 보정이 들어갔을지 모른다.

“만나 보면 알게 되겠지.”

사냥감으로 삼을 만한지 아닌지.

컬랙션으로 삼을 만할지 아닐지.

열쇠고리를 빤히 바라보던 로건은 부디 외모마저 취향이길 바라며 몸을 일으켰다.

* * *

“수고하세요.”

“예, 수고하십쇼.”

렌트카 회사를 나선 종혁이 핸드폰을 든다.

“예,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연락을 드렸던 FBI의 최종혁입니다. 지금 그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아, 벌써 퇴근을 하셨다고요.”

시간을 확인한 그는 혀를 찼다.

‘아직 6시밖에 안 됐는데.’

“예, 예. 그럼 내일 아침 8시에 뵙겠습니다. 예.”

전화를 끊은 종혁이 차에 오른다.

방금 전 렌트카 업체에서 확보한 명부를 확인하던 종혁은 다시 혀를 차며 보조석으로 던진다. 이곳도 일치하는 사람이 없다.

어느덧 보조석에 한가득 쌓여 있는 서류들에 부딪쳐 의자 아래로 떨어지는 명부와 기록.

“……밥이나 먹을까?”

생각해 보니 점심에 간단히 햄버거 하나 먹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먹은 게 없다.

“다음 렌트카 회사를 8시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2시간의 여유가 있다.

“거기에 한번 가 보자.”

도핀도 라즈푸즈가 말한 장소.

종혁은 차를 출발시켰다.

부우웅! 빵빵!

퇴근 시간이라 꽉 막힌 도로.

“쯧. 괜히 브로드웨이 쪽으로 방향을 잡았나.”

이 시각의 맨하탄은 어딜 가나 이렇기에 마음을 달랜 종혁은 담배를 물며 차창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커다란 음악 소리.

쿵쿵쿵쿵쿵!

“오늘 공연 같은 걸 하나 보네.”

파서 뒤피 스퀘어 세워진 특설 무대와 그 앞에 몰려 있는 사람들.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커플도 있고, 연인을 기다리는 듯 꽃 한 송이를 든 채 서 있는 남성도 있고, 무대 앞에서 환호를 지르는 여성도 있었다.

“좋을 때다.”

아무런 걱정이 없는 그 모습에 종혁의 입가에 푸근한 미소가 걸린다.

빵빵!

“아.”

다 피운 담배를 재떨이에 끈 종혁은 빠르게 차를 출발시켜 워싱턴스퀘어 공원으로 향했다.

입맛이 없어서 이번에도 그냥 햄버거를 산 종혁은 워싱턴스퀘어 아치 앞에 서서 한 곳을 빤히 응시했다.

“저기에 피해자 린이 서 있었지.”

워싱턴스퀘어 아치에 설치된 CCTV에 포착되었던 린.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 듯 자꾸 핸드폰을 확인하던 린은 어떤 전화를 받고 6번가 쪽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몸을 튼 종혁은 햄버거를 씹으며 그녀의 행적을 쫓아 움직였다.

그러나 몇 발자국 걷지 못하고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끝났지.”

공원을 절반조차 벗어나지 못했는데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린. 아니, 정확히는 여기서부터 그녀가 찍힌 CCTV가 없었다.

종혁은 다시 파서 뒤피 스퀘어 사거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겨 횡단보도를 지나 서쪽의 6번가 쪽으로 향하는 그.

대략 20미터 정도 갔을까. 종혁은 멈춰 서서 길 건너편을 유심히 바라봤다.

“저곳이라고 했지.”

워싱턴스퀘어호텔에 손님을 내려 준 도핀도 라즈푸즈는 차를 약간 옮긴 후 보도블럭에 앉아 식사를 하다 연인처럼 보이는 동양인 소녀와 백인 남성이 끌어안고 있는 걸 발견하곤 신세 한탄을 했다.

종혁은 도핀도 라즈푸즈가 두 사람을 보았다던 골목을 응시했다.

“이 안에 차를 세웠다라……. 굳이?”

금이야 옥이야 아껴도 모자랄 차인데, 언제 어떻게 차가 긁힐지 모를 골목으로 움직인다?

주변에 차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아닌데, 구태여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에 주차한다는 건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게 아니고서야 말이다.

“흐음.”

미간을 좁힌 종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반대쪽으로 골목을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몰리, 혹시 지금 시간 돼요?”

-캬아아악!

“피해자 린이 사라진 시각을 기점으로 1시간 사이 워싱턴 플레이스 거리부터 웨스트 4번가, 3번가, 그리고 6번가 대로까지 좀 뒤져 주세요. 차량은 검은색 신형 머스탱 GT. 차량 번호는 모르고요.”

-정말 내가 죽으면 되는 거지?! 그런 거지?!

“내 마이애미 별장 이용권 3일!”

-……뭘 살피면 된다고?

씩 웃은 종혁은 방금 말한 걸 다시 말해 줬다.

-알았어. 3시간만 기다려 줘.

“사랑합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다시 골목을 둘러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일단 확인만 해 보는 거니까.”

고개를 끄덕인 그는 왔던 길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골목을 내달려 달려와 마이크를 들이미는 젊은 여성과 캠코더를 들이미는 젊은 남성.

“이번 미성년 동양인 연쇄강간살인 사건을 담당하고 계시는 FBI 요원님 맞으시죠?!”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종혁이 캠코더를 빼앗아 녹화 된 영상을 지운다. 안 그래도 기분이 더러운데 왜 굳이 이렇게 뺨을 때리는 걸까.

“이봐요! 지, 지금 뭐하는 짓…….”

콰좌작!

영상을 지운 것도 모자라 캠코더의 목을 비틀고 분해시키는 종혁. 그는 마른침을 삼키는 여성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려 안쪽으로 향했다.

“켁! 케엑!”

“어이, 쓰레기들. 지금 너희가 뭔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는 하냐?”

만약 FBI가 자신이 피해자를 만났던 근방을 조사하고 있단 사실을 범인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치밀했던 놈이 더욱 치밀해질 것이고, 그놈을 쫓을 새로운 단서를 얻기란 요원해질 가능성이 다분했다.

즉, 이 인간들의 행동은 범인을 돕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 살려…….”

종혁은 겁에 질린 여성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손을 풀었다.

쿵!

여성이 엉덩방아를 찧자 얼른 달려와 그녀를 뒤로 숨기는 카메라맨.

“이봐요! FBI라면…….”

콰악!

종혁은 항의를 하려는 카메라맨의 입을 틀어쥐었다.

“고소할 거면 해. 그런데 이거 하나는 명심해. 니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털끝만큼이라도 언급해서 범인이 도망친다? 그럼 나 너희 곱게 안 죽여.”

공무집행방해죄, 방조죄부터 걸 수 있는 모든 걸 걸어서 재판장에 세울 거다.

“그것뿐일까? 이번 사건에 소요된 모든 경비를 니들 앞으로 청구할 거야. 그리고 뉴욕의 모든 언론사에다가 이렇게 말할 거야. 너희를 고용하거나 너희의 제보를 받는 언론사는 앞으로 보이콧할 거라고.”

“우, 우슨…….”

“왜? 못할 것 같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지금부터 보여 줄까?”

“…….”

종혁은 시선을 피하는 카메라맨을 풀어 줬다.

“국민의 알 권리고 지랄이고 진짜 적당히 하자, 씨발 것들아.”

종혁은 품에서 돈을 꺼내 그들에게 던졌다.

“이거면 더 좋은 캠코더를 사고도 남을 거다.”

이거 받고 닥치란 소리.

바닥에 흩뿌려진 100달러 지폐들을 본 여성과 남성이 눈을 부릅뜬다.

그걸 확인한 종혁은 콧방귀를 뀌며 처음 들어왔던 골목 입구로 향했다.

“하아. 씨발. 또 폭주했네.”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네, 헨리. 지금 지켜보고 계시죠? 방금 그 두 년놈들 감시 좀 해 주세요.”

돈으로 달래 놓긴 했지만 기자를 어찌 믿을 수 있을까.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골목 안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다른 언론사들이 왜 FBI 요원들을 따라다니지 않는지도 모르는 멍청한 것들. 응?”

삐이! 삐이!

후진을 하며 골목 옆으로 서는 택배 차량.

시간을 확인한 종혁은 무언가에 홀리듯 택배 차량으로 다가갔다.

“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시네요?”

“누구십니까?”

낯선 사람이 다가오자 슬그머니 경계를 하는 택배기사.

주위를 둘러본 종혁은 슬쩍 FBI 배지를 보여 줬다.

“헉!”

“혹시 매일 이때쯤에 이 동네를 도시나요?”

“일요일은 쉬는데, 일할 때는 뭐 그렇죠?”

“그때마다 여기에 서시고요?”

택배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왜 그러시죠?”

“블랙박스 좀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종혁은 차량의 앞 유리창에서 빨간 불빛을 번뜩이는 작은 블랙박스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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