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85화>
소피아 콥스의 납치범은 계모?
계모 마리나 콥스, 소피아 콥스를 살해 후 유기하다!
하늘도 경악할 끔찍한 범행! 마리나 콥스는 마녀인가!
마리나 콥스가 딸을 살해한 장소는?!
FBI 뉴욕지국의 취조실.
종혁이 당당하게 고개를 쳐든 마리나 콥스를 보며 주먹을 쥔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어 꼴이 우스운 그녀.
하지만 더 팰 수 없다.
변호사의 나라, 미국. 이 이상 폭력을 행사했다가는 그녀의 형량에 영향이 간다.
거기다 마리나 옆에서 변호사가 눈을 빛내고 있다.
그 때문인지 마리나 콥스가 더 당당하게 콧대를 쳐든다.
‘이딴 년도 변호사를 쓰네……. 개 같은 년.’
“후우. 이름.”
“마리나 콥스.”
“나이…… 하, 씨발. 됐다. 이런 건 그냥 집어치우자.”
“이봐요, 요원님.”
“다 아는 정보를 굳이 서로 확인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큼.”
입을 다무는 변호사를 눈빛으로 찍어 누른 종혁은 마리나 콥스를 노려봤다.
“왜 그랬냐? 왜 소피아를 학대하고 죽인 거냐?”
종혁이 가장 궁금해한 것.
마리나 콥스가 소피아를 죽일 정도로 증오한 이유.
스윽!
종혁은 대답 대신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하는 그녀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야, 네가 뭔가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너 어차피 교도소에서 못 나와.”
“뭐라고?!”
“최소 징역 40년 이상, 그게 네게 내려질 처분이야.”
옆에 있는 변호사가 할 일은 하나뿐이다. 징역을 면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감형을 받는 것.
종혁은 이 말에 당황하며 변호사를 쳐다보는 그녀를 향해 입술을 비틀었다.
“왜인지 말해 줘?”
소피아를 살해한 것 자체는 우발적일 수 있다.
곧바로 신고를 하지 않은 것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대처가 문제다.
마리나 콥스는 이후 수건으로 뒤처리를 한 것도 모자라, 소피아의 피 묻은 옷가지를 검은 봉지에 싸서 버리며 증거 인멸도 꾀했다.
그리고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야심한 시각을 골라 리빙스턴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 그녀의 범행은 계획적이 된 거다.
“그것도 모자라 넌 소피아가 납치당한 걸로 상황을 꾸몄지.”
“그건 제 의뢰인이 당황해서…….”
“낄 데 낍시다, 변호사님. 내 말이 틀립니까? 그거 법적으로 증명, 아니 어떤 미친놈이 믿어 줄 것 같습니까?”
“…….”
변호사를 침묵시킨 종혁은 뒤틀린 눈으로 마리나를 봤다.
“즉, 네게 걸린 혐의는 1급 내지 2급 살인과 사체 유기, 증거 인멸, 사기, 아동 학대, 공무집행방해 이 여섯 가지야.”
FBI의 공무집행을 방해했으니 이 역시도 중범죄.
“그런데 그렇다고 2급 살인은 꿈도 꾸지 마. 네가 사체 유기를 한 순간, 살인 자체는 우발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계획범이 되었으니 1급 살인이 될 테니까.”
기본 10년에서 시작하는 1급 살인.
여기에 카메라 앞에서 가증스럽게 피해자를 찾는 척 연기까지 했으니, 어떤 판사든 마리나에게 반성의 기미가 없고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을 내릴 터.
살인죄 하나만 두고도 20년은 족히 받을 거다.
“변호사님, 내 말 틀려요?”
“저, 정말이에요?”
마리나의 물음에도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변호사.
그에 당황한 마리나는 이를 악물고는 종혁을 죽일 듯 노려봤다.
“이제 좀 네 처지가 이해되지? 그러니까 불어. 어차피 네가 불건 말건 네 형량이 그 아래로 떨어지진 않으니까.”
“……리니까.”
“뭐?”
마리나 콥스의 눈에 독기가 차오른다.
“거슬리니까!”
남편 데니와의 관계에 끼어 있는 이물질.
남편이 퇴근 후 가장 먼저 찾는 이물질.
남편이 일하는 중 전화를 해 오면 꼭 찾는 이물질.
거슬렸다. 그래서 괴롭히고 학대했다.
종혁은 입을 떡 벌렸고, 마리나 콥스는 냉소를 터트렸다.
“그러다 죽은 것뿐이야.”
토요일도 굳이 친구를 데려와 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소피아를 때리다 보니 죽어 버렸다.
정확히는 때리다가 지쳐 그만뒀는데, 소피아가 죽어 버린 거다.
“그래서 그냥 치우기로 한 거야. 그런데 그냥 사라지면 내가 의심받을 테니 납치로 꾸며…….”
“이 씨발년아-!”
이게 사람일까.
눈이 뒤집힌 종혁이 테이블을 뛰어넘어 발을 내지른다.
그 순간이었다.
벌컥!
“최!”
“진정해!”
종혁을 덮치며 만류하는 벤과 드롭.
“놔! 씨발! 놔아! 놓으라고! 씨발-!”
“네가 마무리해야지!”
멈칫!
그래, 맞다. 자신이 잡은 년이니 자신이 마무리를 해야 됐다.
겨우 진정한 종혁은 설마 취조실에서도 맞을 줄은 몰랐는지 겁을 먹은 마리나를 찢어발길 듯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옷을 벗긴 이유는?”
옷을 벗길 것도 없이 같이 유기했으면 됐을 텐데, 구태여 시체와 옷을 따로 유기한 이유.
“피, 피가 흐르잖아…….”
그대로 옮기면 청소할 곳이 많아져서 귀찮아지니 옷을 벗겨서 버린 거다.
쿵!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아찔해지는 눈앞.
종혁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벤과 드롭도 경악해서 마리나를 쳐다본다.
이건 사람이 아니다.
짐승, 아니 악마였다.
그 대답에 방금까지 미친 듯 분노하던 종혁이 도리어 차분함을 되찾았다.
“드롭, 변호사님 데리고 나가 줘요.”
“최!”
“최 요원!”
“다 끝났고, 안 때릴 테니까 나가 달라고요. 앞으로 평생 살게 될 교도소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조언 한마디만 할 테니까.”
“지금 나보고 그걸 믿으라는 겁니까?”
“그럼 내가 이딴 버러지한테 더 화를 내서 뭐하는데요?”
“…….”
“여기 요원도 저와 함께 있을 테니까 나가요. 나도 얼른 끝내고 쉬게.”
“……저기서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이따가 뵙죠, 의뢰인.”
거울 유리를 가리킨 변호사가 나가자 종혁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테이블 위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고, 마리나 콥스는 옆으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벤이 종혁의 옆에 선다.
“야.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물을게. 후회 하냐? 반성해?”
“당연히 후회…….”
“그래. 반성하지 않을지 알았다.”
입으로만 후회한다면 뭐하는가.
표정이, 신체 반응이 후회를 하지 않는데.
“…….”
피식 웃은 종혁이 담배를 꺼내 문다.
“후우우. 야, 너 이 미국에서 여성 범죄자가 가장 증오하는 범죄가 뭔지 알아? 첫 번째는 남의 남자한테 꼬리 치는 거고, 두 번째가 아동 살인이야.”
남의 자식이건, 내 자식이건 상관없다.
일단 자식을 죽이는 행위 자체로 이들은 분노한다.
세 번째는 아동성추행이다.
흠칫!
마리나 콥스의 눈이 흔들린다.
“이 셋 중 누가 우위라고 할 것 없이 똑같이 다 지독히 증오해. 씨발. 범죄자 년들이 참 지랄이다. 그치? 그런데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가 수감되면 얘들이 뭐부터 하는지 알아?”
일단 얼굴과 가슴부터 그어 버린다.
“뭐, 뭐?”
“그다음은 하복부를 패.”
다신 아이를 가질 수 없도록, 다신 이런 개짓거리를 할 수 없도록 망가트린다.
간혹 여기서 죽는 사람도 발생한다.
하지만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고도 살아남는다면 개로 만들어 버리니까.
“짖으라고 짖고, 기라면 기어야 하는 개.”
종혁의 음성이 들뜨기 시작한다.
“내가 그냥 겁주는 것 같아? 그럼 그렇게 생각해. 직접 겪어 보면 진짠지 아닌지 알게 될 테니까. 그런데 그거 알아? 네가 수감될 곳이 이런 애들 중에서도 가장 악질들만 모여 있는 곳이다?”
“무, 무슨…….”
마리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검게 죽어 간다.
종혁은 그런 그녀에게 얼굴을 가져가며 귓속말을 했다.
“기대해. 내가 어떻게든 지금 말한 것보다 더 좆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후회? 그딴 거 하지 마. 너 같은 년이 후회해도 난 멈출 생각 따윈 없으니까. 알았지? 절대 후회하지…….”
종혁은 갑자기 코를 찌르는 냄새에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발밑에 생겨나는 노란 물웅덩이.
“쯧. 치우기 귀찮게.”
종혁은 얼어붙은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무튼 교도소는 이러니까 어떻게든 잘 살아 봐. 그럼 간다. 수고해. 가시죠, 벤. 이야기 다 했어요.”
“어? 으응.”
종혁과 벤이 취조실을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꺄아악!”
“헉! 마, 말려!”
취조실 안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와 취조실 옆방에서 뛰쳐나와 취조실로 달려 들어가는 요원들.
“……뭐라고 한 거야?”
“별말 안 했어요.”
그저 평생토록 두려워하라는 약간의 협박.
그러다 자살을 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범죄자의 인권 따위 개나 주라지.’
종혁은 어깨를 으쓱였고, 벤은 눈을 가늘게 떴다.
“됐고, 술이나 마시죠.”
오늘은 술이 아니면 잠에 들 수 없을 듯싶었다.
* * *
꿀꺽꿀꺽!
고급 위스키가 병째로 넘어간다.
텅!
“푸후우. 이거 한 병 더요.”
“손님, 너무 급하게 드십니다.”
“괜찮으니까 한 병 더 주세요.”
취하고 싶은데 취하지를 않는다. 이미 요원들과 1차로 마시고 왔는데도 취하지를 않는다.
이럴 땐 이 몸뚱이가 좀 싫어진다.
종혁은 고액의 수표를 내밀었고, 머뭇거리던 바텐더는 결국 위스키 한 병을 따서 종혁의 앞에 내려놓았고, 종혁은 다시 병째 입으로 가져갔다.
“나도 한잔 주시죠, 최.”
“……거참. 헨리 씨가 무슨 제 아버지십니까?”
지금쯤 버지니아 랭리에 있어야 할 양반이 왜 여기 있을까.
걱정이 가득 서린 헨리 스미스의 눈빛에 가슴이 아려진다. 애써 누르던 슬픔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그래서 안 주실 겁니까?”
“……에휴. 그럽시다, 그래요.”
종혁은 눈치 좋게 바텐더가 내미는 잔에 술을 따라 줬고, 헨리와 종혁의 술이 부딪친다.
꿀꺽꿀꺽! 터엉!
“푸흐.”
“이런 사건은 처음이십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져 죽은 아기부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돈 때문에 자식에게 죽임을 당한 노인까지 별의별 사건들을 겪어 보았다.
피해자를 구하지 못한 사건도 많았다.
코앞에서 피해자가 죽어 감에도 구하지 못한 적도 수차례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도 종혁에게 있어선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빌어먹을 슬픔과 분노는 오늘도 가슴과 영혼을 좀먹는다.
“이만하면 익숙해 질 법도 한데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익숙해진다는 것처럼 무서운 말도 없죠.”
“……그렇긴 하죠.”
익숙해진다는 건 결국 타성에 젖는다는 말이다.
누구보다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해 주어야 할 경찰이 타성에 젖는 순간, 피해자는 더 이상 경찰에게 손을 뻗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되기에 이렇게 아픈가 보다. 계속해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일어나시죠, 최.”
“음?”
“오늘은 모두 잊고 신나게 놀아 보는 겁니다.”
“헨리 같은 아저씨랑요?”
“저런. 아직 제대로 노는 법을 모르는군요. 최, 저희처럼 돈이 많고 비밀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나 환영을 받는 법입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푸핫! 그래요. 갑시다, 가.”
종혁은 몸을 일으켰다.
그냥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술을 먹다가 필름이 끊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