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82화 (482/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82화>

-그때의 상황이 어떻게 됐냐면…….

차분하게 그때의 일을 설명하는 마리나 콥스.

요원들의 눈과 귀가 혹여 새로운 정보라도 나올까 그녀를 주목한다.

하지만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설명.

-부디! 제발! 제 딸을 데리고 계시는 분께 이렇게 무릎 꿇고 빌겠습니다! 저흰 아무런 처벌을 원하지 않으니 소피아만 돌려주십시오! 제발-!

길바닥에 무릎을 꿇은 아비의 절규.

요원들은 그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린다.

“빌어먹을…….”

“damn it.”

-혹시라도 소피아 양을 목격하거나 보호하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지체 없이 근처 경찰서나 FBI, 911로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현장에 나와 있는 Fox news의 엘리나 버마였습니다.

-네. 소피아 양이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하겠습니다.

전환되어 스튜디오를 비추는 화면.

그러나 요원들 중 누구도 쉽게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

종혁은 그 모습을 보며 손뼉을 쳤다.

쫘악!

“집중합시다! 이렇게 농땡이 부릴 시간 없어요!”

농땡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요원들은 종혁의 굳은 얼굴에 정신을 차렸다.

맞다. 지금 이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이럴 시간에 한 발자국이라도 더 뛰어야 한다.

요원들의 눈빛이 다시 돌아오자 다넬 잭슨이 종혁에게 고맙다는 듯 눈짓하고는 요원들의 향해 입을 열었다.

“자, 지금 가장 유력한 상황은 모두 생각했다시피 소피아가 집 근처에 숨겨져 있다는 거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설.

이는 종혁도 마찬가지다.

이에 얼른 외투를 챙겨 드는 요원들.

종혁은 그런 그들을 제지했다.

“소피아를 다른 곳으로 옮겼을 확률도 있습니다.”

“음?”

방금 전 말했다시피 소피아의 집 근처를 얼쩡거리면서도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무조건 가까운 이웃이어야 한다. 그보다 멀리 떨어진 사람이 소피아의 집 근처를 얼쩡거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테니 말이다.

“아니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그 근처를 지나면서 의심을 벗겨야 하는데…….”

“그랬다면 탐문 조사를 할 때 언급이 됐겠지.”

종혁은 한 요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요원들이 수첩을 꺼내 든다.

담벼락이 높이 쳐진 한국과 달리 담벼락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집 밖에 누가 지나다니는지 훤히 보이고, 또 휴일엔 일광욕이 하루 일과로 꼽히는 미국.

매일 보던 풍경에 이물질이 끼어든다면 사람은 기억을 할 수밖에 없다.

“서른 가구. 많아야 소피아의 집 반경 서른 가구 중에 용의자가 있을 겁니다.”

이것도 정말 크게 잡은 거다.

종혁은 대략 스무 가구 안에 범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토니!”

다넬 잭슨이 사무직 요원을 부르자 종혁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 서른 가구 중 1인 가구가 둘, 2인 가구가 여섯.”

종혁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며 이웃들의 가족 사항을 떠올린다.

“이 2인 가구 중 한 명의 구성원이 어떤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게 넷.”

3인 가구 이상이면 가족 구성원의 입을 막기가 힘들다.

“물론 가족 전체가 납치를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되겠죠.”

세상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도 벌어지곤 했다. 절대 선입견을 가져선 안 됐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검토해 봐야 했다.

그 말에 요원들이 입을 떡 벌렸다.

‘미친. 저걸 다 기억한다고?’

‘어떻게 되어 먹은 기억력이지?’

“토니! 지난 2년간 저 동네에서 들어온 신고 내역을 살펴봐! 전과자도!”

“예!”

종혁은 움직이는 이들을 향해 한 가지 가정을 덧붙였다.

“또한 인신매매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쿵!

“인신…… 매매?”

소피아의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아동 성범죄도 아니라면 장기 밀매나 자식 없는 부모에게 자식을 팔아 버리기 위해 납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소피아를 싫어하거나 소피아를 마치 자식처럼 생각해서 데려간 경우도 있겠죠.”

주로 유산을 하거나 어떤 이유로 자식을 잃게 된 사람이 피해자를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여겨 데려가는 거다. 종혁이 이전에 해결한 사건처럼 말이다.

그리고 의외로 이런 이유로 아동을 납치하는 경우가 많다.

“맞아. 그런 경우도 있었지.”

“이상입니다.”

다넬 잭슨은 혀를 내둘렀다.

‘미쳤군.’

역시 수사기법의 창시자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이러면 진심으로 데리고 오고 싶어지는데…….’

눈을 가늘게 뜨던 다넬 잭슨은 아차 하며 입을 열었다.

“젤! 사건이 발생한 시각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CCTV를 전부 훑어서 정리해 줘!”

“예!”

“토니!”

“하고 있습니다!”

듬직한 대답들에 고개를 끄덕인 다넬 잭슨은 멍하니 서 있는 현장요원들을 삐딱하게 바라봤다.

“뭐해? 얼른 튀어가서 재탐문 안 해?”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탐문 수사를 해야 된다.

이젠 소피아의 집 반경 서른 가구 전부가 용의자다.

“예, 옛썰!”

현장 요원들이 외투를 낚아채며 바깥으로 뛰쳐나가자 종혁 역시 외투를 챙기려 몸을 돌리다 멈칫한다.

무슨 일인지 미간을 좁힌 채 TV를 응시하는 비앙카.

“왜 그래요? 안 좋은 뉴스라도 떴어요?”

“응? 아니…… 음. 아니야.”

뭔가를 말하려다가 그만둔 비앙카는 외투를 챙겨 들고는 바깥으로 뛰쳐나갔고, 종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 뒤를 따랐다.

“벤, 드롭. 우린 쓰레기 픽업 회사로 갑니다.”

“오케이.”

‘제발 무사하길.’

종혁은 간절히 빌었다.

* * *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 역시도 지자체와 계약을 맺은 용역 회사가 쓰레기를 수거한다.

아니, 정확히는 이 회사가 지자체에 돈을 주고 쓰레기를 수거할 권리를 사는 거다. 물론 정부의 지원을 받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은 쓰레기 처리 비용을 세금으로 내는 게 아니라 직접 용역 회사와 계약을 해서 지불을 한다. 대략 달에 10달러 수준으로 말이다.

스르륵!

브룩클린의 외각, 종혁들을 태운 FBI SUV가 거대한 공장 앞에 선다.

“피유.”

차에서 내리자마자 종혁을 반기는 악취와 굴뚝을 통해 하늘로 솟구치는 검은 연기.

‘지랄 났네.’

“최,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음식물 쓰레기야 싱크대나 변기에 버리면 된다니까?”

벤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모든 미국인이 벤처럼 생각하고, 또 그렇게 쓰레기를 버린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온갖 쓰레기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검은 봉지에 싸거나 이동식 쓰레기통에 담아 집 앞에 놔두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쓰레기 처리에 대한 의식이 그리 크지 않은 점도 있지만, 돈을 내고 회사와 계약을 했기에 굳이 분리수거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다.

돈을 지불했으니 합당한 서비스를 누리는 것.

지극히 당연한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못사는 동네나 빈민가에 쓰레기가 넘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단 물어나 보자고요.”

그런 이후에 다른 조와 합류해도 늦지 않다.

“혹시 압니까? 피 묻은 옷가지라도 나왔을지?”

생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만, 정말 범인이 소피아를 집 안에 감금하고 있다면 필연적으로 폭력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인간을 가장 손쉽게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폭력과 공포이니 말이다.

“……그래, 가자. 가.”

한숨을 내쉰 벤과 드롭은 앞장을 서기 시작했고, 종혁은 악취가 풍기는 건물을 응시하며 얼굴을 구겼다.

벤과 드롭에게는 물어보자고만 말했지만, 종혁은 쓰레기 더미를 뒤질 각오도 하고 있었다.

회귀 전, 사소한 단서라도 찾기 위해 쓰레기 처리장을 뒤진 게 몇 번이던가. 또 그렇게 해서 단서를 찾아낸 게 몇 번이던가.

상황이 오리무중인 이상 뭐라도 해야 됐다.

‘소피아의 DNA가 묻은 음식물 쓰레기나 일반 쓰레기라도 찾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온 그들.

“헨리에게 후각을 죽이는 약물이라도 받을 걸 그랬나.”

벌써부터 구역질이 나오는 듯했다.

머리를 벅벅 긁은 종혁은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FBI의 최종혁입니다. 이쪽은 제 동료들입니다.”

“마크 콜먼입니다. 이 회사의 사장이죠.”

미리 연락을 해서 그런지 건물 앞에 마중을 나와 있는 노인. 종혁들과 악수를 나눈 노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도 소피아 양에 대한 일은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쓰레기가 몇 톤인지는 알기나 하는 걸까. 이건 시간 낭비였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괜히 방해나 한다는 듯한 그의 표정에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뭐라도 해 봐야죠.”

“……큼. 따라오시죠.”

혀를 찬 노인은 종혁들을 거대한 건물 안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우욱!”

“웩!”

순간 치솟는 토기를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벤과 드롭.

“거기 함부로 벨트 위에 올라가지 말라고!”

“빌어먹을! 전등은 버리지 말라니까!”

쿠과과과과과!

시끄러운 소음과 온갖 고함이 외쳐지는 거대한 공간.

족히 사람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커다란 컨베이어들 위로 쓰레기가 쏟아지고, 형광색 조끼를 입은 수많은 사람이 그 옆에 붙어 전등이나 온도계, 건전지 등 태우거나 분쇄하면 안 되는 쓰레기나 플라스틱, 전선 등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쓰레기를 추려낸다.

‘호오?’

쓰레기 처리에 관한 의식이 적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처리 시스템이 좋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종혁은 컨베이어 끝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레기를 집어삼키고 있는 분쇄기를 발견하곤 낯빛을 굳혔다.

‘씨발?’

“거보십시오. 내가 시간 낭비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렇게 분쇄기에 1차적으로 갈린 타는 쓰레기는 소각장으로 향하여 곧바로 소각되고,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모아 비료나 사료 공장으로 향한다.

“오늘 아침 그 구역에서 들어온 쓰레기도 다 저렇게 처리됐습니다!”

“……그래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쯧.”

더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노인은 한쪽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로 셋을 안내했다.

“여기 이 사람들이 지난 8일간 그 구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작업한 직원들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그 기간 동안 그곳에서 쓰레기를 수거한 직원이고요.”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직원들 부식비로 써 주십시오.”

“……어흠. 아무튼 보시다시피 일이 바쁘니 빨리 끝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전 이만.”

그렇게 노인이 떠나자 종혁은 드롭을 봤다.

“하하. 기사님은 저와 이야기를 나누실까요?”

쓰레기를 수거한 직원이 흑인이라 담당으로 나선 드롭.

종혁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최종혁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쯧……!”

“흠흠!”

종혁은 고개를 돌리는 그들의 모습에 싱긋 웃었다.

쓰레기를 뒤질 수 없게 된 이상 이곳에서의 남은 희망은 오직 이들뿐이다.

“여기서 누가 책임자시죠?”

“4번 벨트를 책임지고 있는 가젤입니다. 소피아 양의 사건은 저도 유감입니다. 자자, 표정들 풀어. 오죽하면 이분들께서 여기까지 오셨겠어!”

“어흠…….”

오십대 장년인 가젤의 말에 표정이 풀어지는 사람들.

종혁은 가젤에게 감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래서 저희에게 묻고 싶은 게 뭡니까? 저희도 성심성의껏 협조를 하고 싶지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태라서 말입니다.”

멈춰버린 컨베이어와 그 시작점에 세워져 있는 쓰레기 수거차. 그 앞에 또 한 대의 차량이 멈춰 선다.

삐이! 삐이! 부르릉!

“뭐야! 여기 일하는 사람들 다 어디 갔어?!”

“아, 그건 이쪽으로 오세요!”

“으음.”

‘어쩔 수 없나.’

이왕이면 기억을 잘 떠올릴 수 있도록 조용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여건이 안 될 것 같다.

종혁은 가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보통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은 거의 일정하죠?”

“뭐…… 그렇긴 합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한 구역에서 수거하는 쓰레기의 양은 변함이 없다.

“그러면 혹시 요 며칠 사이 그 구역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이 증가한 적 있습니까?”

“글쎄요.”

가젤은 직원들을 둘러봤고,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면 특정 봉지 안의 쓰레기양이 증가했다거나…….”

“장난합니까? 그걸 저희가 어떻게 압니까?”

검은 봉지에 담긴 쓰레기는 쓰레기 수거차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내부의 압착기에 의해 봉지가 찢어지고, 쓰레기가 뒤섞이게 된다.

“하하, 그렇죠?”

물론 농담이었다. 지금부터 던질 질문에 사람들이 반응하게 만들기 위해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한 농담.

옅게 웃은 종혁은 돌연 낯빛을 굳혔다.

“그러면 피가 묻은 옷가지나 수건, 혹은 대소변이나 오물 등이 대량으로 묻은 휴지와 옷가지 등 무언가를 발견하신 적이 있습니까?”

움찔!

“피?”

“오물?”

웅성웅성.

당황하면서도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는 사람들.

‘없나…….’

이곳에선 이들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건 벤도 같은 생각인 듯 씁쓸히 웃으며 귓속말을 한다.

“최, 아무래도 시간 낭비인 것 같은데?”

그 말을 듣는 것과 동시에 목구멍까지 치솟는 한숨.

하지만 종혁은 애써 눌렀다. 경찰이 수사를 시간 낭비라 여기는 순간, 포기를 하는 순간 피해자는 영영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혁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낭비는 아니죠. 아직 드롭이 오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래도 놈이 뒤처리를 깔끔하게 할 정도로 치밀한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응?”

뭔가를 발견한 종혁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진다.

서로를 보며 의견을 나누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똥 마려운 표정으로 가젤과 눈을 마주치고 있는 한 청년.

종혁의 시선이 가젤에게로 향한다.

‘이것 봐라?’

가젤이 조용히 하라는 듯 엄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종혁과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한 발 앞으로 나선다.

“아무래도 없는 것 같군요. 그럼 저흰 이만 돌아…….”

“벤, 이 사람 잡아요.”

“오케이.”

“뭐, 뭡니까!”

종혁은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무시하며 청년에게 다가갔다.

“뭐, 뭐죠?”

화들짝 놀라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청년.

종혁은 걱정 말라는 듯 웃어 주었다.

“성함이?”

“토, 톰인데요.”

종혁은 그에게 수표 한 장을 쥐여 주었다.

“힉?!”

“이 정도면 보상으로 충분할 겁니다. 뭡니까,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게.”

“그, 그게…….”

마치 궁지에 몰린 쥐처럼 안절부절못하는 톰.

종혁은 그의 손을 콱 움켜잡았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톰.”

“헉! 그, 그게요…….”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길입니다.”

“아으으. ……어요.”

“예?”

“피, 피가 많이 묻은 수건이랑 옷들을 본 적 있다고요.”

수건들. 다량의 피가 흘렀다는 말이다.

오싸악!

전신에 소름이 돋은 종혁이 톰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지, 진짭니까! 언제요?!”

“그, 그게 저번 주 월요일, 그러니까 그 여자애가 납치를 당했다는 게 뉴스를 탄 이후인데…… 아침에 뉴스도 봤고, 그 동네에서 온 거라서…… 자, 잠시만요! 제가 좀 이상해서 따로 챙겨 뒀거든요?”

순간 딱딱하게 굳는 종혁과 벤.

“아닙니다! 같이 가시죠!”

“아, 네! 이, 이쪽으로요!”

종혁은 톰과 함께 탈의실로 달렸다.

“이, 이거예요.”

부스럭.

톰이 내미는 검은 봉지를 받아 든 종혁은 순간 코를 찌르는 악취와 희미한 피 냄새에 마른침을 삼키며 봉지를 열었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벤, 소피아가 집을 나설 때 입고 있었던 옷이 뭐라고 했죠?”

“병아리가 그려진 노란색 티셔츠와 청치마…… 오, 하나님.”

봉지 안을 본 벤이 무릎을 꿇는다.

온갖 오물로 더럽혀졌음에도 핏자국이 선명한 노란색 티셔츠와 청치마.

종혁은 이를 악물며 핸드폰을 꺼냈다.

“최종혁입니다. 저희가 있는 곳으로 감식반 불러 주십시오. 소피아 콥스가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을 찾은 것 같습니다.”

부디 소피아의 것이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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