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79화>
소피아의 친구 에이미는 소피아가 자신을 찾아오려다 실종된 것이 엄청난 충격이었던 것 같다.
훌쩍훌쩍 울음을 삼키는 에이미.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아이의 얼굴이 수척했다.
“그러니까 토요일에는 소피아의 집에서 화장놀이를 하며 놀았다는 거니?”
“녜…….”
그렇게 대답한 에이미가 화장놀이용 장난감을 가져온다.
꽤 오래 쓴 듯 거의 닳아 없어진 화장놀이 장난감.
소피아의 방에서 놀던 에이미는 오후 6시가 되자 찾아온 엄마와 함께 집으로 복귀했다.
“일요일에 숙제를 하려고 했던 것도 맞고?”
에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흰 매주 일요일에 모여서 숙제를 하거든요.”
종혁의 눈이 빛났다.
소피아에게 일정하게 움직이는 동선이 있었다.
만약 납치범이 이를 알고 있다면 납치를 하기 쉬울 터. 이는 매우 중요한 정보였다.
“혹시 너희가 매주 만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니?”
“으음. 우리 엄마랑 소피 엄마랑 또…… 또…….”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인지 에이미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흐른다.
“아, 친구들도 있어요!”
에이미는 친구들 이름을 하나하나 말했고, 종혁은 그 이름들을 모두 받아 적었다.
“그래, 힘들었을 텐데 대답해 줘서 고마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도 될까?”
“네.”
“혹시 소피아가 어딜 가고 싶다고 했다든지, 엄마나 아빠가 무섭다든지 그런 말을 한 적 있니? 혹시 남자친구가 있다거나?”
분명 납치일 확률이 높지만, 가출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에이미가 의아해하고, 그 옆에서 에이미의 손을 잡고 있던 에이미의 모친이 깜짝 놀란다.
“음…… 네.”
종혁의 눈이 빛났다.
“새엄마가 무섭다고 했어요. 마니 마니. 남자친구는 없고요.”
“그랬니?”
종혁은 일단 체크를 했다.
“그래. 다 말해 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궁금한 게 있다면 더 물어봐 주세요. 그래서 에이미를 찾을 수 있다면…… 있다면…….”
다시 터져 버리는 눈물.
“아저씨! 소피 좀 꼭 찾아 주세요, 네?!”
“당연히 그래야지. 꼭 찾을 테니 걱정 마렴.”
종혁은 에이미의 모친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에이미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내가 자리를 뜨자, 에이미의 부친은 종혁을 향해 미안하다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소피아가 사라진 일요일 그 시각에 어디 계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날 아내는 마트에 장을 보고 왔고, 저는 그 이후에 번화가의 펍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거든요.”
“그 시각이 정확히 몇 신지 기억하십니까?”
“오후 2시쯤 됐을 겁니다. 나온 시각은 오후 6시고요.”
오랜만에 만난 거라고 해도 각자 가정이 있어서 오래 놀지는 못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혹시 이번 일이 발생하기 전 누군가 데니 콥스 씨나 마리나 콥스 씨를 찾아온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나.”
“아니요. 데니야 워낙 성실한 친구라 동네 이웃들 모두 좋아하고, 마리나 역시 싹싹해서 적을 만들 사람이 아닙니다. 아, 맞아. 가끔 부부싸움을 하기는 합니다.”
“부부싸움이요?”
“아마 데니의 잦은 출장 때문일 겁니다. 융자금 문제도 있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심하게 다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다.
어느 가정이나 있는 문제.
그래도 일단 체크를 한 종혁은 에이미의 부친을 빤히 응시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아는 평상시 어떤 아이였나요?”
“데니를 닮아 인사성이 밝아서 주변 이웃들 모두 소피를 예뻐했습니다. 아, 산만한 경향이 있는 건지 자주 다치곤 했죠.”
“자주 다쳤다라…….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수상한 사람이나 차량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뇨, 못 봤습니다.”
상점가라면 모르되 이곳은 주택가다. 외지인이 찾아오면 바로 알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소피를 꼭 찾길 바랍니다.”
웃으며 몸을 돌린 종혁은 기웃거리는 리포터를 외면하며 다시 담배를 문다.
속이 답답해서 절로 담배를 찾게 된다.
찰칵! 치이익!
‘일단 저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
보통 납치 사건은 면식범에 의해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현재로선 에이미의 부모가 콥스 일가족과 가장 접점이 높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봤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알리바이도 확실하고, 동기도 없었다.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있냐고 물었을 때 흔들리지 않은 에이미의 부친.
담배 연기를 내뿜던 종혁은 주변 탐문을 마친 벤과 드롭이 다가오자 입을 열려다가 씁쓸히 웃었다.
“뭐 없었어요?”
“없어.”
“나도.”
종혁의 표정이 더 어두워진다.
“반경 2킬로미터 내에 관련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들도 없다고 했죠?”
“2킬로미터 내에는 없고, 5킬로미터 내에 아동 성범죄자가 두 명 있긴 한데 한 명은 여성이야.”
“다른 한 명은요?”
“교도소에서 병신이 돼서 나왔어. 휠체어가 없으면 움직이지를 못해. 왼손가락도 모두 잘려서 자동차도 못 타.”
거기다 음경도 박살이 났다고 한다.
“저런.”
미국은 아동 성범죄를 철천지원수 수준으로 증오하는데, 여기서 우스운 건 범죄자도 그렇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되면, 그 범죄자에겐 두 가지 길밖에 없다.
맞아 죽든가, 아님 자살을 하든가.
같은 수감자들에게 매일같이 괴롭힘을 당하니 어떻게 복역을 마친다고 해도 몸 성히 출소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아동 납치나 살인 전과를 가진 놈도 5킬로미터 내에는 없고. 정확히는 한 명 있긴 했는데, 두 달 전 노환으로 사망했어. 아동 포르노도 없고.”
“그래요…….”
‘미치겠네.’
제외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다 제외하다 보니 남는 게 없다.
사건이 오리무중이 되어 가고 있었다.
“후우.”
눈앞이 막막해지는 기분.
이럴 땐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 처음부터 생각해 보자.’
사건이 발생한 일요일 오후 3시. 집을 나선 소피아가 친구의 집으로 향한다.
‘소피아의 집 현관에서부터 에이미의 집 현관까지 거리는 약 22미터.’
신장 125cm, 몸무게 24kg의 체구가 작은 소녀라고 해도 1분 안에 닿을 거리다.
즉, 범행은 이 1분 사이에 벌어진 거다.
종혁은 주변을 둘러봤다.
“쯧.”
소피아의 집을 중심으로 반경 80여 미터가 CCTV 하나 없는 공백 지대다. 심지어 사건이 발생했을 시간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중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는 차량이 한 대도 없었다.
“비명 소리를 들은 사람도 없고.”
“차가 갑자기 출발하는 소리를 들은 사람도 없대.”
일요일 오후 3시다.
대부분 모두 집에 있을 시간임에도 누구도 비명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답은 하나다.
“역시 면식범일 확률이 높다는 소린데…….”
이래서 종혁이 에이미의 부모를 의심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미간을 좁힌 종혁의 시선이 소피아의 집과 에이미의 집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그건 벤과 드롭도 마찬가지였지만, 둘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저긴 아니잖아, 최.”
“……그렇기는 하죠.”
보행기가 없으면 움직일 수조차 없는 팔십대 할머니가 사는 집.
이미 옛적에 용의선상에서 지워졌다고 봐야 한다.
“아오! 진짜 돌아 버리겠네!”
차라리 금전을 요구하는 납치범이었다면, 돈을 건네는 것만으로 아이가 무사할 수 있다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범인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조차 없으니 수사의 방향성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대체 어떤 새끼냐고!”
대체 어떤 놈이기에 1분 만에 범행을 저지르고, 그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은 채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모든 단서가 면식범임을 말하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건 벤과 드롭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일단 복귀하자고. 더 탐문해 봤자 뭐가 나오진 않을 것 같으니까.”
“하아. 그러죠. 시간도 늦었으니 내일 다시 오도록 해요. 데니 콥스의 직장 쪽은 사라네 조가 맡는다고 했던가요?”
담배를 던지며 돌아서던 종혁은 순간 뭔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마치 뭔가를 깨달은 듯 멍해지는 눈.
종혁의 손이 발견한 것을 가리키기 시작한다.
“벤, 드롭. 저거…….”
“응?”
벤과 드롭은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아이스크림 트럭을 보곤 눈을 크게 떴다.
있었다. 이 동네 주민들이 수상하다 여기지 않으면서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외부 차량이!
서로를 본 셋은 헛기침을 하며 아이스크림 트럭을 향해 다가갔다.
* * *
주로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파는 미국의 명물, 아이스크림 트럭.
아이스크림 트럭이 떴다 하면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이들까지 벌떡 일어나 뛰쳐나올 정도로 미국의 어린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명물이다.
종혁이 손을 흔들자 아이스크림 트럭이 멈춰 선다.
쿠당탕!
빠르게 트럭칸으로 넘어온 사십대의 대머리 남성이 활짝 웃는다.
“어서 오세요! 무슨 맛으로 드릴까요? 바닐라, 딸기, 초코, 민트초코, 마치 빅뱅처럼 입안에서 파바박 튀는 갤럭시맛까지 다 있습니다!”
“와, 아이스크림 트럭은 오랜만이네. 이 생김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구만? 벤, 나 사진 좀 찍어 줘요.”
“그럴까?”
종혁이 대머리 남성의 옆에 서자 당황하던 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브이를 그렸고, 벤은 사진을 찍었다.
“아, 감사합니다. 난 딸기맛으로 주세요. 둘은요?”
“바닐라.”
“초코.”
“하여튼 흑인이라고 초코는 무쟈게 좋아하지.”
“뭐라고?”
“들으셨죠? 셋 다 특대 사이즈로 주세요.”
“옙! 딸기, 바닐라, 초코 맞으시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남성은 얼른 콘을 꺼내 아이스크림통을 긁기 시작했고, 종혁은 그런 그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음악을 안 트시네요?”
아이스크림 트럭에선 언제나 특유의 동요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잠을 자던 아이도 이 노랫소리를 듣고 집을 뛰쳐나온다.
“아, 며칠 전에 스피커가 고장 났거든요. 이게 고친다, 고친다 하면서도 그 몇 푼이 아까워서…….”
종혁과 벤, 드롭의 눈이 빛난다.
“경기가 많이 안 좋나 봅니다.”
“어휴. 말도 못하죠.”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매출이 반토막도 아니고 반의반으로 토막이 났다.
“거기다 기껏 연금을 넣어 놨던 은행도 파산해 버리고…….”
“저런. 아, 그래서 아직 여름이 오려면 멀었는데도 나오신 거군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아이스크림 트럭.
거리에 아이스크림 트럭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그제야 아 여름이 왔구나, 생각을 한다.
“하하. 예, 그렇죠. 그런데…… 이 동네에 무슨 일 있습니까? 방송국 차량들도 있고, FBI 요원님들도 계시고…….”
“일요일에 한 아이가 실종 됐거든요.”
“예?! 일요일에요?!”
“왜요?”
“아, 아뇨. 크흠. 여기 아이스크림입니다.”
“오. 많이 주셨네. 여기 돈이요. 응? 그런데 손을 다치셨나 보네요?”
“아, 아이스크림을 옮기다가 찢겼습니다.”
“저런. 조심하시지. 거스름돈은 됐어요.”
“가,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후다닥 운전석으로 달려간 남성은 아이스크림 트럭을 출발시켰고, 방송국 차량들 앞에 멈춰 설 생각 없이 계속해서 멀어졌다.
그에 종혁은 입술이 비틀린다.
“매출이 반의반으로 토막 났다던 사람이 저렇게 손님이 몰려 있는데도 차를 세우지 않는다라…….”
그 때문에 한 계절 빨리 나타났음에도 말이다.
“스피커도 고장 났다잖아.”
“수상하죠?”
“엄청.”
코도 간질거리기 시작한다.
종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벤.”
“지금 하고 있어. 몰리? 나 벤. 방금 전에 이 번호로 사진 한 장 들어갔지? 그거 데이터베이스 좀 돌려 주고, 번호판이랑 소유주 좀 조회해 줘. 아이스크림 트럭인데…….”
벤은 차량 번호에 대해 말해 주었고, 이내 곧 답이 들려왔다.
“아, 그래……. 그렇단 말이지……?”
서늘해지다 못해 살벌해지는 벤의 음성.
“알았어. 고마워.”
전화를 끊은 벤은 입술을 비틀었다.
“이름 지미 쿠퍼. 나이 42세. 그리고…….”
순간 벤의 눈에서 살의가 폭발한다.
“아동 성범죄 전과 2범.”
쿵!
둔중한 충격이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고, 종혁은 품에서 권총을 꺼내 들어 탄창을 확인했다. 벤과 드롭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다시 품에 집어넣는 셋.
종혁의 눈에서 감정이 사라진다.
“가시죠.”
그들은 타고 온 차를 향해 걸어갔다.
툭, 투둑!
한 입도 먹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쓰레기 더미에 버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