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77화 (47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77화>

쪼르륵!

새하얀 잔에 따라지는 차갑게 식힌 술이 방 안과 입안에 은은한 국화 향기를 퍼트리고, 그 향기가 솔잎으로 찐 내장으로 맛을 내고 두릅으로 감싼 보드라운 전복과 어우러지며 나른한 한숨을 선사한다.

“하아.”

“후우.”

서로를 본 종혁과 현몽준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곳의 두릅전복찜은 언제 먹어도 일품이네요.”

“저도 그래서 봄이 될 때마다 자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요리사의 고뇌와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요리. 한 점밖에 맛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종혁은 얼굴이 밝아진 그에게 술을 따르며 입을 열었다.

“요새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움찔!

몸을 굳힌 현몽준이 씁쓸히 웃는다.

“저런. 정치인이 표정을 드러내고 말았군요.”

“쇠고기 파동 때문이십니까?”

2008년 현재,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일명 광우병 사태.

동물의 뼈를 섞은 사료를 먹은 소가 소해면상뇌증,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라는 뇌 질환을 앓게 될 수 있는데, 이걸 인간이 섭취했을 때 똑같은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된 사태.

“전 정권도 비켜 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한미 FTA에서 비롯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그건 전 정권인 박노형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현 대통령인 박명후 대통령이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수입할 수 있는 쇠고기의 연령 제한(30개월)을 철폐하면서 현 사태를 불러일으켰지만 말이다.

“물론 이번 일이 저희 야당에 호재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광우병이 걸린 소를 섭취했을 때, 인간이 광우병에 걸리냐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수많은 학자들과 미국 식약청이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의 연관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기에 함부로 정부를 공격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뼈, 즉 단백질을 섞은 사료가 문제가 된다면 한국의 한우 농가도 이번 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한국도 한우에 단백질을 섞은 사료를 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루머에 선동된 국민들의 앞에 서서 부추기고, 또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일부 세력과 루머에 의해 선동된 것임이 드러났을 때 대체 어쩌려고 이러는지…….”

그렇다고 야당의 수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현몽준으로서는 정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종혁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 내는 그의 모습에 입맛을 다셨다.

‘한풀이하러 오셨구만?’

그래도 이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됐다는 것이 너무 기꺼운 종혁이었다.

“왜요. 카메라빨 잘 받으시던데요.”

“최 팀장도 저를 놀리는 겁니까?”

“하하하.”

웃음을 흘리던 종혁은 이내 낯빛을 굳혔다.

“그래도 잘하고 계십니다. 뼈가 섞인 사료를 다년간 섭취한 늙은 소가 비정형 BSE에 걸릴 확률이 높은 건 맞으니까요.”

또 일말의 확률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소뇌 같은 위험 부위를 수입하지 말아야 했다.

현몽준이 방금과 다른 한숨을 내쉰다.

“저도 그 때문에 박명후 대통령에게 화를 내는 겁니다.”

이 부분이 아니었다면 현몽준은 국민의 여론이 어떻든 절대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을 것이다.

“후우. 곧 국민들이 가두행진을 할 것 같은데…….”

움찔!

가두행진.

종혁은 그 단어에 밀려오는 씁쓸함을 술로 씻어 내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술잔을 꺾어도 씁쓸함이 사라지긴커녕 도리어 더욱 짙어졌다. 현몽준이 지적하는 시위로 인해, 시위를 막아서는 경찰의 매뉴얼을 바꾸는 물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마 시위대의 발길이 청와대로 향한다면 경찰은 물대포를 준비할 겁니다.”

쿵!

현몽준이 눈을 부릅뜬다.

“무, 무슨……!”

지금이 쌍팔년도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종혁이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시위가 언제까지 평화적으로 이어질 것 같으십니까?”

처음에는 평화적인 촛불 시위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폭력 시위로 돌변하며 지나치게 과열된 양상을 띠게 된다.

“거기다 아시잖습니까. 박명후 대통령께서 얼마나 욕심이 많으신지.”

박명후 대통령뿐만 아니라 현 경찰청장인 박종명 역시 기회주의적이면서도 공권력 향상에 열을 올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박종명은 정부의 명령과 경찰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명분 아래 물대포를 꺼내 들 것이 분명했다.

물론, 예상과 달리 경찰의 강경한 진압에 시민들이 더욱 반발하며 격렬한 시위를 이어 나가자, 박명후는 한발 물러서며 쇠고기의 연령 제한을 철폐하겠다는 입장을 거둔다.

“허어…….”

어이없어하던 현몽준의 표정이 곧 굳기 시작한다.

“말려야겠군요.”

시위대를 말리든, 경찰을 막아서든 어떻게든 말려야 한다.

종혁은 그렇게 다짐하는 그를 말릴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한숨을 내뱉었다.

정치인이 국민들을 지키려고 한다는데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

“……부디 다치지 마시길.”

종혁은 현몽준이 다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런 종혁의 묵직한 진심이 전해진 것인지 놀란 현몽준이 이내 푸근히 웃는다.

“걱정 마십시오. 정말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그래야 곧 이어질 사태를 대비하고 맞설 수 있으실 테니 말입니다.”

“그게 무슨…….”

“얼마나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현재 5대 투자은행 중 한 곳이 파산했으며, 미국의 은행들이 줄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있던 뉴욕주에서만 100개가 넘는 은행이 파산을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월가에 실업자가 넘쳐 나고, 연금과 집을 빼앗긴 사람들이 살려 달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종혁은 자신이 봤던 뉴욕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FBI 금융범죄전담부서의 내부 정보에 의하면 그 가치가 수백조 원에 이르는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 홀딩스도 간당간당하다고 합니다.”

한국의 산업은행이 이 기회를 노려 리먼 브라더스의 일부를 싼값에 인수하기 위해 움직이지만, 예상 이상으로 심각한 리먼 브라더스의 상태에 결국 인수를 포기하기로 한다.

그리고 산업은행과의 협상이 결렬된 리먼 브라더스는 살길을 모두 잃고 그대로 파산을 맞이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리먼 브라더스 홀딩스를 간당간당하게 만든 주범,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이 고꾸라졌을 때 그를 배상할 보험의 거의 전부를 미 최대 보험사인 AIG가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쿠웅!

현몽준이 갑자기 타들어 가는 속에 술을 들이켰다.

“미국의 다른 은행들이 그런 거대 은행을 가만 놔두겠습니까?”

“부채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1, 2, 3위 은행들도 감히 한입에 삼킬 엄두를 못 낼 정도로 말입니다.”

또 4위의 은행이 이 정도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데, 그 1, 2, 3위의 은행들이라고 무사할까.

“현재 미국의 많은 경제학자들과 제 러시아 지인들이 미국의 경제대공황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으음. 경제대공황…….”

현몽준의 속이 더 타들어 간다.

“제3의 블랙먼데이가 재림할 거라고 말하더군요. 물론 정부가 금융구제안을 발표하겠지만…….”

“문제는 한국이겠군요.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리니 말입니다.”

맞다. 그래서 말하는 거다.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만들고자.

현몽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계속 최 팀장에게 받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현 사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만 해도 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높아질 터. 대통령이란 정점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느낌이었다.

“괜찮습니다. 저 역시 대표님께 받는 게 많은걸요, 뭐.”

현몽준이 발의하고 입법하고 개정한 법률이 몇 개던가. 현몽준 덕분에 이 나라는 이전보다 훨씬 살기 좋은 나라가 됐다고 봐야 했다.

“허어. 그건 최 팀장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잖습니까.”

“저 돈 많습니다, 대표님.”

“으하핫! 그렇죠. 내 그 부분을 잠시 잊었습니다.”

현몽준의 눈이 따뜻해진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바칠 수 있는 경찰, 최종혁.

‘참 감사한 사람이야.’

현몽준은 종혁의 잔에 술을 따랐다.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 홀딩스 M&A를 은밀히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는 전달받았습니다만, 그게 그렇게 심각한 사안인 줄은 미처 몰랐군요.”

“저도 그 정보를 알게 된 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어떻게 아시게 된 겁니까?”

“제가 미국에서도 여러 사고를 치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다 보니 FBI의 핵심 부서들을 견학할 수 있게 됐는데…….”

“거기서 듣게 됐다는 소리군요.”

고개를 주억거린 현몽준이 웃음을 터트린다.

고마움과 놀라움, 미안함 등 참 많은 감정이 섞인 웃음이었다.

“내 최 팀장의 소식은 계속 전해 듣고 있습니다. 거기서도 많은 분들을 구했다지요?”

아무래도 놀랐던 건 수십만의 재향군인 피해자를 양성할 뻔한 사기 사건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한국의 재향군인과 군인 인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현몽준은 미군과 한국군의 대우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인식하게 되었고, 현재 이를 타파하기 위해 뜻을 함께할 정치인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제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종혁의 모습에 현몽준의 눈길이 더 따뜻해진다.

‘이 나라에 이런 사람이 많아야 할 텐데…….’

“제가 요새 미국에서 별의별 일을 겪다 보니 그렇게 뜨겁게 쳐다보시면 이상한 오해를 할지 모릅니다.”

“뭐요? 으하하하핫!”

피식 웃은 종혁도 농담이라는 듯 술을 따랐고, 현몽준도 술주전자를 넘겨받아 종혁의 잔에 술을 따랐다.

“이거 푸념할 사람이 없어 최 팀장을 찾았다가 큰 숙제를 받아 갑니다.”

“정치인이시니 열심히 하셔야죠. 물론 내일부터 말입니다. 제가 오늘 나오려고 어머니 눈치를 얼마나 봤는지 모릅니다.”

“푸하하하핫! 어이구, 제가 최 팀장 어머니께 안 좋게 찍히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그러셨습니다. 그 바쁜 분이 왜 저 따위를 부르냐며 이 아들과 대표님을 모두 돌려 질책하시더군요.”

“저런…… 이거 죄송하다고 찾아뵈어야겠습니다. 물론 오늘 최 팀장의 소중한 시간을 뺏은 만큼 흠뻑 논 이후에 말입니다.”

“저도 혼나고 나온 만큼 일찍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짠 하실까요?”

“그럴까요?”

둘은 서로를 즐겁게 응시하며 잔을 부딪쳤다.

채앵!

둘의 술자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푸후.”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각 종혁과의 술자리를 마무리 지은 현몽준이 아쉬워하면서도 미소를 짓는다.

“최 팀장을 만나실 땐 언제나 웃는 것 같으십니다.”

“……푸흐. 내가 가만히 바라보니 이상한 오해를 할지 모른다더군. 그리고 정치인이니 열심히 하라고 질책도 했지.”

“최 팀장답군요. 오늘도 많이 혼나셨습니까?”

“혼만 났다 뿐일까.”

종혁이 아니라면 누가 제1야당의 당대표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소를 머금던 현몽준은 이내 눈빛을 굳혔다.

“당사로 가세. 아무래도 올 한 해는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으니.”

종혁이 말한 수사팀 때문도 있다.

올 한 해는 정신없이 바쁠 듯했다.

“예.”

현몽준은 차가 속도를 높이자 열어 두었던 차창을 닫았다.

오늘도 가족을 위해, 또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정이 됐음에도 불이 켜져 있는 빌딩들이 차창에 맺히기 시작했다.

* * *

부산의 JH메디컬.

“네. 아, 투자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어서 오세요. 자, 여기로 앉으실까요?”

“상모병원 자료 어떻게 됐어?”

오늘도 아침부터 시끄러운 JH메디컬의 사장실.

다리를 꼬고 앉은 조희구가 우아하게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다.

“현재 투자금이 얼마나 모였지?”

비서실장은 말 대신 조희구의 컴퓨터를 조작해 천문학적인 숫자를 보여 주었다.

“크으!”

하루 일과처럼 매일 아침마다 확인하는 것임에도 언제나 짜릿한 액수. 매일 갱신되는 액수.

“기뻐하실 때가 아닙니다, 대표님. 투자 모집이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메우는 그들의 사업 방식. 새로운 투자자가 줄어든다면 그만큼 그들의 돈으로 손해를 메워야만 했다.

그리고 모여든 투자금이 커진 만큼 발생하는 손해 또한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했다.

그 말에 조희구의 표정이 급변한다.

“알아.”

싸늘히 퍼지는 그의 목소리.

그렇지 않아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사정했던 목표치를 이미 넘기다 못해 2번이나 더 수정했다.

회사의 특성상 목표액을 달성하면 프로젝트를 접어야 함에도 종혁 때문에 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또 마치 높은 산에서 눈이 구르듯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불러왔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결국 밟히는 법.

경찰과 검찰 쪽에서도 정말 안전한 것 맞냐며 진한 걱정을 드러내고 있기에 슬슬 프로젝트를 접을 준비를 해야 됐다.

“미국이 심상치 않다고?”

“도산하는 기업과 은행이 많다고 합니다. 이미 5위의 투자은행도 무너진 상황이고요. 여기에 유가도 계속 치솟고 있으니, 본사 기획실에서 말하길 경제학자들이 경제대공황을 경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쉽군.”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무려 5위나 하는 투자은행이 무너질 정도, 아니 얼마나 더 무너질지 모르는 판.

만약 자신이 여기에 뛰어들었다면 얼마나 벌었을까.

아마 지금보다 배는 더 벌었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니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미 천문학적인 이익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배가 고픈 조희구.

“본사에서 연막을 새로 설정하겠다고?”

그들이 무사히 한국에서 철수하기 위한 연막.

“예. 현재 4위의 은행도 거의 넘어갔다 하고, 산업은행이 그 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니…….”

“산업은행이 그 은행을 인수하는 순간이 우리가 철수할 시기겠군.”

“그렇습니다. 경제대국 한국. 11년 만에 지워 낸 IMF의 악몽, 이런 논조로 기사를 쏟아 내겠다고 했습니다.”

조희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 나가 봐.”

고개를 꾸벅 숙인 비서실장이 사장실을 나서자 몸을 일으킨 조희구는 창가로 걸어가 담배를 물었다.

“조 단위라…….”

현재 조 단위로 모인 투자금.

그렇다면 인센티브 역시 조 단위다.

“조…… 조…… 푸흡! 아, 이거 돈을 어떻게 써야지?”

상상만 해도 행복해 미칠 것 같자 조희구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는 저 아래에서 마치 일개미처럼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차량을 보며 입술을 비튼다.

“하찮군.”

오늘도 어떻게든 벌어먹고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꼴이 참 불쌍하고 하찮지 않은가.

“큭큭큭.”

조희구의 몸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 * *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정부는 국민을 죽이려는가!”

“죽이려는가! 죽이려는가!”

결국 청와대로 향하기 시작한 사람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현몽준이 말한 일부 정치인들.

“후우.”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될 거다.

그럼에도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가 없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음에도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시위에 나선 이들의 심정도 이해가 갔고,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얽혀 있는 터라 이것만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개인의 생각으로 무엇이 정답이라고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종혁으로서는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쯧.”

혀를 찬 종혁은 담배를 던지며 돌아섰다.

미국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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