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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71화 (471/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71화>

지독한 침묵이 내려앉은 감독실.

로버트 재퍼슨 감독의 눈이 헛웃음을 머금는다.

솔직히 주전 경쟁 중이라서 보내기 싫었던 이번 수학여행.

그러나 클라크 한 명 때문에 다른 선수들마저 피해를 볼 순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했었다.

“그런데 난 분명 수학여행은 학업의 일환이니 성실히 하고 오라고 보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오, 오해십니다! 이, 이건 새벽에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래서 선생들 몰래 숙소를 빠져나왔다? 새벽에? 그것도 다이너에?”

주류도 파는 다이너.

“술 같은 건 안 마셨습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

“감독님!”

“실망이군.”

쿵!

“놀기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일주일 더 놀다 와. 다만 그때까지도 주장 자리가 유지될지는 모르겠군.”

클라크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그의 몸에서 피가 빠져나간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주전 경쟁이 한창인데, 일주일 동안 훈련과 테스트를 쉰다는 건 주전 경쟁에서 탈락된다는 소리와 똑같았다.

클라크는 간절히 매달렸지만 재퍼슨 감독은 매정했다.

“나가.”

“가, 감독님!”

“나가라고. 지금 퇴부되고 싶나?”

“큭!”

싸늘하기 그지없는 감독의 눈.

입술을 깨문 클라크는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아, 맞아.”

혹여 재퍼슨 감독의 마음이 바뀌었을까 다급히 몸을 돌린 클라크. 그러나 재퍼슨 감독의 눈이 방금 전보다 더 차가웠다.

“그 밖에 또 잘못한 게 있으면 한시라도 빨리 바로잡는 게 좋을 거야. 내 팀에 그런 불량한 놈은 필요 없으니까.”

클라크의 눈이 흔들렸다.

‘무, 무슨?!’

쾅!

감독실 바깥으로 내쫓겨진 클라크는 망연히 감독실 문을 쳐다봤다.

‘뭐, 뭘 아는 거지? 설마……?’

조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 클라크는 이를 악물었다.

“조던, 이 너드 새끼가!”

* * *

짹짹짹!

“조던, 일어나야지?”

이른 아침, 달콤하고도 아련한 부름에 뒤척이다 눈을 뜬 조던이 깜짝 놀란다.

“어, 엄마?”

“일어났니?”

끄덕끄덕…….

“씻고 내려와.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으응. 아, 알았어요. 으악!”

비명을 지르며 엄마가 입을 맞춘 볼을 가린 조던은 방을 나가는 엄마를 멍하니 쳐다봤다.

“왜?”

왜 갑자기 자신을 깨우고, 모닝 키스를 해 준 걸까.

조던은 어리둥절하며 엄마의 입술이 닿은 볼을 쓸어내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거의 3년 만의 모닝키스. 6학년이 된 이후 자신이 적극 거부해서 하지 않았던 일이다.

“……모르겠네.”

왜 저러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가슴이 간질거리고 몽실한 느낌.

볼이 붉게 달아오른 조던은 고개를 저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우와아!”

감탄을 터트리는 릴리처럼 조던도 놀란다.

특별한 날에만 먹었던 엄마표 고기 샌드위치에 감자 스프, 그리고 적당하게 구운 베이컨에 모닝글로리 샐러드.

“자, 그럼 우리 기도할까?”

‘기도까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하지 않게 된 식사 기도.

조던이 떨리는 눈으로 엄마를 본다.

‘이, 이겨 내신 거야? 정말로?’

조던은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듯한 엄마의 따뜻한 눈빛에 울컥했다.

세 가족은 서로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도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하고, 언제나 조던과 릴리가 아프지 않고 건강할 수 있게 지켜봐 주시고 그 어떤 역경과 고난도 이겨 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세요.”

쿵!

심장을 가볍게 두드리는 엄마의 따뜻한 걱정.

애나 파커의 손을 잡은 조던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멘…….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많이 먹으렴. 조던도.”

“자, 잘 먹겠습니다.”

와삭! 부드럽게 짓눌리는 빵 사이에서 차갑게 부서지는 신선한 양상추. 다섯 겹의 햄과 고기의 묵직함과 짭짤함이 엄마표 수제 머스터드소스와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그에 조던의 얼굴이 파르르 떨린다.

너무 오랜만이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자, 여기 용돈. 학교 끝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렴. 음식은 냉장고에 넣어 둘 테니까 저녁에 전자렌지에 돌려 먹고.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거, 걱정 마세요. 저 애 아니에요.”

“푸훗. 그래, 조심히 다녀와. 차 조심하고.”

탁!

닫힌 현관문을 응시하던 조던은 엄마의 손길이 닿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몸을 돌렸다.

“학교 가냐?”

“아, 네!”

조던의 얼굴이 급격하게 펴진다.

종혁이 숙소를 다녀간 이후 자신을 더 멀리하게 된 아이들.

이유는 곧 알게 됐다. 옆집 아저씨가 FBI인 걸 알고 지레 겁먹은 거다.

그러나 조던은 그게 더 좋았다. 아무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게.

그런데 그보다 더 기쁜 건 클라크가 자신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눈이 마주쳐도 시선을 돌려 버리던 클라크.

솔직히 수학여행 내내 맞을 것 같아 겁에 질렸던 조던으로선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잘 다녀와라!”

“아저씨도요!”

종혁에게 손을 흔든 조던은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좋다.”

엄마가 드디어 이겨 내신 것 같아서 좋았고, 클라크가 자신을 외면해 줘서 기뻤다.

매일 이랬으면 싶은 행복.

조던은 하늘을 봤다.

“파랗네…….”

지난 몇 년간 언제나 우중충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참 맑고 푸르렀다.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 조던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버스에 다급히 달려 올라탔다.

“안녕하세요!”

조던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인사가 밝고 활기찼다.

“공부 열심히 해라!”

“예!”

부우웅!

떠나는 버스를 뒤로한 조던이 시계를 확인한다.

7시 40분.

오늘은 전과 달리 계속 버스를 타지 않고 학교 앞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린 조던이 학교를 가만히 응시한다.

여전히 들어가기 무서운 학교.

순간 다시 버스를 탈까 하는 충동이 조던을 흔든다.

하지만…….

“후, 가자. 어차피 애들은 날 건드리지 않을 거잖아.”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애써 다독이며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콱!

“윽?!”

“따라와.”

‘크, 클라크?’

조던은 반사적으로 몸에 힘을 주며 버텼다.

“따라와. 죽여 버리기 전에.”

‘아…….’

힘이 풀려 버린 조던은 힘없이 화장실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쾅!

“큭!?”

퍼억!

“컥! 커억!”

‘또, 또 맞았어…….’

클라크는 FBI를 신경 쓰지 않는 걸까.

아득한 절망이 조던의 정신을 잠식해 간다.

“너냐? 야, 너냐고.”

“으응?”

“네가 감독에게 내가 너 괴롭힌다고 말했냐고!”

“아, 아니?!”

퍼어억!

“커억!”

“장난해?! 네가 아니면 누가 말했는데! 네가 말한 거 맞잖아!”

“나, 나 아니야! 말 안 했어!”

“그럼 누가 말했냐고, 너드 새꺄! 내 눈 똑바로 봐!”

강제적으로 클라크와 눈이 마주친 조던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짜악!

“보라고!”

덜덜덜!

힘들고 힘들게 클라크의 눈을 보는 조던.

“마지막으로 묻는다. 네가 말했지? 너잖아. 너 전적 있잖아.”

“아, 아니야! 말하지 않았어!”

“그럼 누군데! 빌어먹을……!”

퍼억!

다시 배를 얻어맞은 조던은 그대로 배를 붙잡고 무너져 꺽꺽거렸고, 클라크는 발을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거기 안에 뭐야!”

다급히 안으로 들어온 흑인 청소부의 모습에 클라크는 혀를 차며 발을 내렸다.

“괘, 괜찮니? 너 뭐야! 몇 학년 몇 반이야!”

“청소부 따위가 알 거 없잖아! 야, 너 잘 생각해라! 네 엄마가 어디서 일하는지 생각하라고! 알았어?”

움찔!

‘엄마?’

기겁하며 클라크를 본 조던은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어디 가!”

“잘리기 싫으면 꺼져!”

클라크는 청소부의 손을 뿌리치며 화장실을 빠져나갔고, 청소부는 다급히 조던을 부축했다.

“괜찮니? 방금 걔 누구니? 같은 반 아이야? 이름이 뭐야?”

“……괜찮아요. 그럼.”

청소부의 손길을 밀어낸 조던은 절뚝거리며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난 왜 오늘 맞은 걸까.’

억울하다. 그리고 서럽다.

오늘 하루 너무 행복했는데, 지난 며칠간 너무 좋았는데 다시 악몽이 시작돼서 서러웠다.

‘난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지?’

조던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한편 조던마저 빠져나가며 조용해진 화장실.

방금까지 걱정이 가득했던 얼굴은 어디로 간 건지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청소부가 핸드폰을 든다.

“예, 의뢰인. 클라크 덤벨이 직접 폭행을 가하는 영상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제 입으로 조던 파커를 괴롭혀 왔음을 실토까지 하더군요..”

청소부, 아니 그레이스 탐정사무소 소속의 탐정은 담배를 물며 혀를 찼다.

-구제불능이군요.

사과. 설령 그것이 두려움에 의해 마지못해 하는 것일지라도, 진심이 담겨 있지 않더라도 고개 숙여 사과하길 바랐다.

물론 조던이 납득할 만한 적절한 대가는 치러야 했겠지만, 사과를 한다면 반성할 수 있는,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클라크는 적반하장으로 도리어 조던에게 재차 폭행을 가했다. 억지로나마 등을 떠밀어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더 지켜보는 건 시간 낭비일 터였다.

-현재 증거는 얼마나 모였습니까?

종혁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조던 그 자식이 아니면 대체 누구지?”

하교 후, 손톱을 깨문 클라크가 방 안을 서성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범인을 알 수가 없다.

“대체 어떤 놈이냐고!”

-You have my heart. and we’ll never be worlds apart.

깜짝 놀란 클라크가 핸드폰을 본다.

특별한 사람을 위해 저장한 벨소리이기에 발신자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하얗게 질리는 클라크.

“……네, 아빠.”

-멍청한 놈.

“아, 아빠! 내 말 좀 들어 봐요! 정말 배가 고파서…….”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는 놈.

클라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아들이 한참 말이 없자 제라드 덤벨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런데 그건 무슨 말이냐.

“뭐가요?”

-감독이 네가 이것 말고도 다른 일을 저질렀을 거라던데?

“아니, 그걸 왜…… 헉!”

-……말해.

“그, 그게…….”

클라크는 간략하게 요약한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땐 욱해서!”

-그다음은?

“…….”

-다음은!

움찔!

“그,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병신 같은 놈. 어쩌다 너 같은 놈이 내 아들이 됐지?

클라크는 지독한 모멸감에 몸을 떨었다.

“아, 아빠, 나 어떡해요? 그 자식이 감독한테 불어 버리면 전 더 이상 운동을 못한다고요!”

-알았으니까 닥치고 있어. 그 조던이란 아이에게도 접근하지 말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고, 고마워요, 아빠.”

-닥쳐. 넌 오늘부터 외출 금지야. 알았어?

“네…….”

말도 안 되는 벌이었지만 클라크도 눈치라는 게 있었다.

-끊어.

그렇게 전화가 끊기자 클라크는 핸드폰을 던져 버렸다.

“조던, 이 개자식……. Fuck! Fuck-!”

그는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후우.”

통화를 종료한 제라드 덤벨은 뒷목을 주물렀다.

사고도 보통이 아닌 사고를 쳐 버린 아들.

이 일이 새어 나가면 아들의 걱정처럼 아들은 더 이상 미식축구를 할 수 없게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이 일이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문제였다.

안 그래도 NYSP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제라드 덤벨 본인.

여기서 도덕적인 문제까지 불거지면 더 이상 병원장 자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그 애미란 년부터 치워야겠군.”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은 제라드 덤벨은 내선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우리 병원에 파커라는 간호사가 있나?”

“원장실로 잠깐 올라오라고 해.”

-네, 병원장님.

내선전화를 종료한 제라드 덤벨은 담배를 물며 창가로 걸어갔다.

“……작군.”

저 아래, 차도와 보도블럭을 지나는 차들이 개미처럼 작다.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죽어 버릴 정도로.

“클라크가 이런 시야를 배워야 할 텐데…… 쯧.”

고개를 저은 제라드 덤벨은 다시 자리에 앉아 컴퓨터에 찍힌 숫자들을 응시했다.

그의 입술이 기괴하게 비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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