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70화 (47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70화>

    조던의 고른 숨소리가 울리는 트윈룸.

    새벽 2시가 되자 종혁의 눈이 번쩍 떠진다.

    슬그머니 몸을 일으킨 종혁이 조던을 본다.

    몸을 웅크린 채 자고 있는 조던.

    “야.”

    제법 큰 부름에도 뒤척임 하나 없는 조던.

    종혁은 벗어 뒀던 옷을 입고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나갔다.

    달칵.

    등 뒤로 닫히는 문.

    종혁이 핸드폰을 들었다.

    “예, 납니다. 그 새끼들 지금 어디 있습니까? 아직도 다이너에 있습니까? 아, 그래요?”

    우드득!

    종혁이 목을 꺾으며 걸음을 옮겼다.

    * * *

    “그랬다니까?!”

    “하하하하!”

    “호호호호!”

    이젠 취객 손님조차 없는 새벽 2시의 다이너. 조용했던 다이너에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암.”

    “우, 졸린데?”

    잘 시간이 한참 지나서 그런지 이미 눈이 무거워졌던 그들.

    클라크도 무거워진 눈을 억지로 뜬다.

    “야, 들어가서 자자. 잠 온다.”

    “그럴까? 지금쯤이면 선생들도 다 자고 있겠지?”

    “그렇겠지. 끄응. 어우. 피곤해.”

    그들은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딸랑!

    ‘헉!’

    문을 열며 들어오는 거구의 FBI, 종혁을 발견한 그들은 기겁하며 다시 앉았다.

    ‘미, 미친. 저 사람이 여기 왜 와?!’

    ‘몰라! 고개나 더 숙여!’

    들켰다간 벌점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한참 주전 선발 중인 클라크로서는 절대 들켜선 안 됐다.

    ‘조용히 해! 입 닫아!’

    마치 고양이를 앞에 둔 쥐처럼 바들바들 떠는 그들.

    그런 그들을 서늘한 눈으로 쳐다본 종혁은 입구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했다.

    “여기 맥주랑 빠르게 되는 걸로 아무거나요. 가격은 신경 쓰지 말고요.”

    “네! 맥주는 뭘로 드릴까요?”

    “브룩클린이요.”

    지이잉!

    “어, 벤. 어디긴. 잠이 안 와서 잠깐 맥주나 한잔하러 나왔지. 몰라. 내일 좀 더 뒤져 봐야겠지만, 단서는 찾기 힘들 것 같아. 그렇지. 글쎄? 모레 오후쯤 복귀하지 않을까? 아, 그런데 그 학교폭력 사건 어떻게 됐어?”

    흠칫!

    ‘하, 학교폭력?’

    ‘조용히 해!’

    찔리는 게 있는 클라크와 패거리는 숨소리조차 죽이며 귀를 세웠다.

    그리고 이내 하얗게 질렸다.

    “그거 있잖아.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참다못해 운동선수인 가해자를 찔러 버린 거. 어어, 오늘 판결 나는 거. 그래. 엄청 소심했던 피해자가 돌변한 사건 말이야.”

    종혁의 눈이 동요를 보이는 공간으로 향한다.

    “오, 무죄? 정당방위가 인정됐어? 잘됐네. 그보다 가해자는? 8년? 왜? 검사가 고작 그것만 구형했다고? 빌어먹을이네. 뭐? 선수 자격 박탈? 영구 퇴출?”

    종혁은 나른하게 웃었다.

    “좋네. 정의구현이야. 어차피 안 좋은 부위가 찔려서 더 이상 운동은 못할 테지만 말이야. 역시 미국은 이런 게 좋다니까. 안 그래?”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아니라 클라크들을 향한 경고.

    “아, 잠깐만. 화장실이 어딥니까?”

    “저쪽이요!”

    “감사합니다. 어, 그래.”

    몸을 일으킨 종혁은 화장실로 향했고, 클라크와 패거리는 조심스럽게 다이너를 빠져나왔다.

    문을 나서자마자 숙소인 호텔로 뛴 그들. 이내 다이너가 보이지 않게 돼서야 그들의 뜀박질이 멈춘다.

    “크, 클라크…….”

    “닥쳐.”

    ‘오랜 괴롭힘을 당한 소심한 피해자? 운동선수인 가해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가 아닌가.

    ‘안 좋은 부위를 찔렸다고?’

    순간 서늘해지는 아킬레스건을 만진 클라크가 입술을 깨문다.

    ‘설마…… 아니겠지.’

    조던은 그럴 용기조차 없는 병신이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개새끼.

    하지만…….

    “빌어먹을. 가자.”

    이를 악문 클라크는 호텔로 향했고, 화장실에서 나온 종혁은 비어 있는 자리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평화적으로 일말의 기회를 주는 거다.

    딱 한 번, 반성하고 사과할 기회를.

    “그걸 걷어찬다면…… 글쎄.”

    “음식 나왔습니다!”

    “예!”

    종혁은 자리에 앉아 소시지를 입에 물었다.

    우득!

    잘 구운 다짐육이 부러지는 소리가 종혁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 * *

    “갑자기 돌아가게 돼서 미안하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틀 치 결제는 안 하는 건데. 음. 그래. 그냥 네가 자라.”

    “네?”

    “어차피 환불 못 받으니까 그냥 네가 써. 다시 한번 미안하다.”

    “아, 아니에요. 가, 감사합니다.”

    “그래. 여행 잘해라.”

    조던의 머리를 헤집은 종혁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움직였고, 조던은 멀어지는 택시를 빤히 응시하다가 이내 돌아섰다.

    어젯밤 작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인지 약간은 가벼워진 걸음.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숙소인 호텔 앞에 도착한 조던은 마치 발에 본드가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가기 싫어…….”

    조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편 택시 안.

    종혁이 핸드폰을 든다.

    “예, 파커 씨. 이따 퇴근 후에 드릴 말씀이 있는데 혹시 이따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무조건 부모가 알아야 하는 게 청소년 왕따 사건.

    조던의 인생에서 클라크를 치워 버리려면 조던의 모친인 애나 파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했다.

    “아드님 일 때문입니다. 아니요. 아드님이 사고를 친 건 아니고요. 그 부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예. 그럼 저녁 8시에 뵙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입을 열었다.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 * *

    근사한 레스토랑.

    탱그랑!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냐며 물었지만 먹으면서 이야기하자는 종혁의 권유에 어쩔 수 없이 들었던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 위로 떨어진다.

    “뭐, 뭐라고요?”

    “조던이 같은 반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모르셨나요?”

    “마, 말도 안 돼……. 왜, 왜요?! 언제부터요?! 서, 설마…….”

    “예. 아마 짐작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2년 전부터…….”

    어느 날, 입술이 터진 채로 들어온 이후 갑자기 소심해지기 시작한 아들. 늦은 밤, 분명 학교에 갈 때와 다른 옷을 입은 채 남편 마틴과 함께 집에 왔던 아들.

    “너, 넘어진 거라고 했는데…… 부자간의 우정을 다졌다고 했는데…….”

    아득해진다. 눈앞이 아찔해진다.

    “정말 모르셨습니까?”

    “모, 몰랐어요! 만약 알았다면……!”

    가만히 있었을까.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다.

    “왜…… 대체 왜!”

    왜 남편과 아들은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걸까.

    왜 그 이름 모를 아이는 자신의 아들을 괴롭힌 걸까.

    “대체 뭘 잘못했다고!”

    내가, 그리고 아들이 대체 뭘 잘못한 것일까.

    “진정하세요, 파커 씨.”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진정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조던의 마음이 다치지 않습니다.”

    흠칫!

    종혁을 본 애나 파커가 다시 놀란다.

    분노가 가득하지만, 애써 참고 있는 매서운 눈.

    ‘이 사람…….’

    그녀의 가슴이 흔들린다.

    “……아들의 마음이 다친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보통 이런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부모나 주변 어른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에 대해 잘 말하지 않습니다.”

    “왜죠?”

    “부모에게 혼나는 게 더 무섭기 때문입니다.”

    애나 파커의 눈이 크게 떠진다.

    “마, 말도 안 돼요. 전 조던에게 매를 든 적이…….”

    “그리고 자신 때문에 괴로워할 부모가 걱정돼서입니다.”

    또 그리고 쪽팔리고 수치스러워서다.

    종혁은 이 말은 하지 않았다.

    “아…….”

    “피해자들은 이 두 가지의 생각을 동시에 가지기에 가해자의 언어적, 육체적 폭력을 인내하고 감내합니다.”

    “미련한……. 아무리 그래도…….”

    자괴감이 든다.

    이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엄마였나 죽고 싶어진다.

    “조던…….”

    “미련한 게 아닙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도…….”

    “그리고 그렇기에 피해자들은 부모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극단적인 일을 저지를 확률이 높습니다.”

    정말이다.

    부모를 걱정시키기 미안해 묵묵히 인내하고 감내하던 피해자들 중 가운데 부모가 알아차리고 다그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이런 종혁의 말에 애나 파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다, 다그치다니요? 힘들어한 자식에게 어떻게 그래요!”

    “왜 말하지 않았냐, 왜 그렇게 미련하냐, 나한테 말했으면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 거 아니냐 등 부모도 화가 나서 무심결에 지르는 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겁니다.”

    그 찰나 부모도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리는 거다.

    움찔!

    애나 파커는 입을 다물었다.

    실제로 방금 전 조던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소리를 듣자 그런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이것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피해자들도 많습니다.”

    아예 방에 틀어박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경우도 있다.

    모든 사건이 다 그렇게 종결되는 건 아니나, 이런 경우도 있기에 왕따 사건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되는 거다.

    2차 피해,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조던과 소원해진다고?’

    애나 파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물을 들이켰다.

    그럴 순 없다. 그래서도 안 됐다.

    탁!

    냉수 덕분인지 제법 냉정해진 그녀의 눈.

    아니, 그러려고 애쓰는 그녀의 눈.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는 강하다는 걸까. 어떻게든 아들을 위해 지금의 동요와 감정을 이겨 내려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다.

    “일단은 평소보다 조금만 더 잘 대해 주시면 됩니다. 식사도 조금 더 풍부하게 차려 주시고, 되도록 등하교를 도와주십시오. 학교생활도 은근슬쩍 물어보는 걸로 시작하십시오.”

    그렇게 거리를 좁혀 가는 거다.

    조던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전까지 애나 파커는 이 일을 몰라야 하는 거다. 혹여 조던이 마음의 문을 열기 전에 상황이 밝혀진다고 해도 말이다.

    “명심하십시오. 절대 먼저 아는 척을 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일주일입니다.”

    클라크에게 준 일주일의 유예.

    반성을 한다면 이 일주일 안에 사과를 할 거고, 아니라면…….

    그 말에 종혁의 눈을 빤히 본 애나 파커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지만 눈앞의 남자도 자신만큼 분노해 주고 있다. 믿어 줘야 했다.

    “후우. 알았어요. 그럼 가해자가 누구인가요?”

    움찔!

    이번엔 종혁의 몸이 굳는다.

    “후우. 이 부분은 파커 씨도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파커 씨가 일하시는 존 리버사이드 병원의 병원장 아들이 조던을 괴롭혀 온 가해자니까요.”

    종혁은 경악하는 그녀를 보며 씁쓸히 웃었다.

    “아마 힘든 싸움이 될 겁니다.”

    병원장과 일개 간호사.

    이런 왕따 사건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선 부모의 의지도 중요하다.

    ‘가끔 가해자의 배경에 숙여 버리거나, 오히려 아들이 먼저 사과하기를 종용해 버리는 개새끼들도 있으니까.’

    그건 자식을 두 번 죽이는 길. 부모 자격이 없는 인간들이 그런 짓을 저지른다.

    이래서 먼저 협조를 구하러 온 것이었다.

    ‘부디 제발…….’

    그릇된 선택은 하지 말기를.

    이런 종혁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애나 파커의 표정이 굳세게 굳어진다.

    “전…….”

    * * *

    “다녀왔습니다!”

    “다녀오셨어요! 수학여행은 좀 어떠셨…….”

    덤벨가의 가정부는 집에 오자마자 방으로 달려가는 클라크의 모습에 어리둥절해했다.

    퍼억!

    NFL 레전드들의 브로마이드가 사방에 붙은 넓은 방, 침대에 가방을 던진 클라크는 얼른 컴퓨터 앞에 앉아 종혁에게 들은 사건을 검색했다.

    달칵, 달칵, 달칵!

    “FUCK! 왜 안 나오는 거야!”

    수학여행 내내 틈이 날 때마다 검색을 해 봤지만 나오지 않은 사건.

    클라크 덤벨은 손톱을 깨물며 다리를 떨었다.

    똑똑! 벌컥!

    “누구야! 내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랬잖아!”

    “빨랫감 가지러 왔어요.”

    혀를 찬 클라크는 가방을 가리키곤 다시 검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오지 않는 사건.

    “그럼 전 나가 볼게요. 아, 맞아. 병원장님께서 오늘 저녁은 같이하자고 하셨어요.”

    “아빠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던 클라크는 방을 나서는 가정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보다 훨씬 어른인 가정부. 그럼 아는 게 많을 수도 있다.

    “큼. 페냐. 혹시 누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찔렀는데 기사로도 안 나온다면 이유가 뭘까?”

    “글쎄요? 그런 일은 흔하다는 거 아닐까요?”

    철렁!

    “흐, 흔하다고?”

    “기자는 보다 자극적인 사건을 쫓는 하이에나들이잖아요.”

    “그, 그래?”

    클라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자 가정부가 의아해한다.

    아차 한 클라크는 얼른 말을 바꿨다.

    “그, 그럼 검색 사이트에서도 나오지 않는 사건 같은 걸 검색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 숙제로 찾아야 되는데 찾을 수가 없어.”

    “요새 학교는 별걸 다 숙제로 내놓네요. 그럼 법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사건 기록을 열람하면 되죠.”

    “법원 사이트……? 알겠어. 나가 봐.”

    가정부는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방을 빠져나갔고, 클라크는 얼른 법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한참 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진짜였…….”

    정말로 있었다.

    아니, 너무나도 많았다.

    이상한 의학 용어들이나 법률 용어들 때문에 판결문을 20퍼센트도 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정말로 괴롭힘을 당하던 너드가 가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미친.”

    클라크의 머릿속에 조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그럼 이 새끼도 나를?’

    순간 클라크의 허리에 힘이 풀린다.

    똑똑!

    “병원장님께서 오셨어요. 식사하세요.”

    “……알았어.”

    클라크는 비척거리며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다녀오셨어요.”

    “그래. 너도 수학여행은 잘 다녀왔냐?”

    중후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장년인.

    클라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 제라드 덤벨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시작된 두 부자의 식사.

    제라드 덤벨은 무슨 일인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아들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주전 경쟁은 좀 어떠냐.”

    흠칫!

    “아빠, 감독 좀 어떻게 못해요? 제가 주장인데 신입들과 함께 구르고 있다고요!”

    아들의 칭얼거림에 제라드의 눈이 가늘어진다.

    “실력에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때려치워. 그깟 공놀이에 언제까지 시간을 쏟을 거냐.”

    프로 선수라고 해 봤자 그 생명이 짧은 운동 따윈 얼른 관두고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뒤를 잇기를 바라는 제라드 덤벨.

    “아빠! 또 그 소리세요?! 내 인생이라고요!”

    “네 인생인데 내게 도움을 바라는 거냐?”

    움찔!

    “…….”

    제라드는 반항이 가득한 아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저 바보 같은 모습에 속에서 열불이 터지지만,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하나뿐인 자식이었다.

    “일단은 기다려. 지금은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까.”

    자신이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한 돈이 선생들의 비리에 쓰였다. 특히 미식축구부 감독과 코치들이 향락으로 써 버린 것 때문에 타격이 컸다.

    아들이 미식축구부 주장이기 때문이다.

    뇌물. 현재 경찰이, 아니 NYSP(NewYork State Police:뉴욕주 경찰청)이 주목하고 있었다.

    거기다 얼마 전 학교에 기부된 막대한 기부금까지.

    현재 제라드 덤벨은 전처럼 용커스 미들스쿨을 한 손에 쥐고 흔들 수가 없었다.

    “……언제까지요?”

    “여름 시즌까지.”

    일단 결과를 본다. 그래야 감독을 교체시키든 뭘 하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늦는다고요!”

    “그럼 실력으로 주전을 따내든가! 이 제라드의 아들이라는 놈이 말이야!”

    “칫……!”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클라크는 방으로 들어갔고, 오늘도 호통으로 끝나 버린 식사에 제라드는 혀를 차며 다시 식사를 이어 갔다.

    가정부는 그런 둘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하는 새벽 6시에 집을 나서 학교 앞에 도착한 클라크가 한숨을 내쉰다.

    정말 죽도록 하기 싫지만,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해야 되는 훈련.

    “이번 2박 3일이 내 마지막 휴가였네.”

    고개를 저은 클라크는 운동부로 향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순간이었다.

    “클라크.”

    손가락을 까딱이는 로버트 제퍼슨 감독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곧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툭!

    감독실 테이블 위에 던져지는 사진들.

    “겁 없는 요즘 십대들이라는 이름으로 SNS에 올라왔더군.”

    해명을 해 보라는 로버트 재퍼슨 감독의 눈빛에 클라크는 주춤 물러섰다.

    그의 미식축구 인생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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