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68화>
“이 문제는 이 공식을 대입해…….”
띠리리리리!
입을 다물며 천장에 걸린 스피커를 응시한 선생이 교보재를 정리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 말에 학생들이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일어선다.
“잠깐. 다들 앉아.”
담임선생의 의아해하며 다시 엉덩이를 붙이는 학생들.
“다들 이틀 뒤에 수학여행인 거 알지?”
“네-!”
조던도 소심하게 대답한다.
그런데 조던과 학생들의 눈이 불안함으로 흔들린다.
“너희도 알다시피 선생님들 중 절반이 퇴직을 하시면서 학교가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수학여행은 예정대로 진행될 거다.”
‘예스!’
소리 죽여 기뻐하는 아이들.
담임도 옅게 웃는다.
“내일도 경고하고 당일 날에도 검사하겠지만, 혹시라도 집에 있는 술이나 담배 가져오지 마라. 마약은 더더욱 안 되고. 만약 숨겼다가 걸리면…….”
주먹을 쥐는 담임의 모습에 학생들이 마른침을 삼킨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에…….”
그럴 생각이 만만이었는지 아쉬워하며 대답하는 그들.
“좋아, 이상. 잘 쉬고 다음 수업 준비해.”
담임이 나가자 학생들도 일어서며 교실을 빠져나갔고, 조던은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을 때쯤에야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왜인지 뭔가 빠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
캐비닛에서 다음 수업에 쓸 교과서와 공책을 꺼내며 습관적으로 주위를 살폈던 조던은 뭐가 빠졌는지 알아차렸다.
없다. 맨날 자신을 괴롭히던 클라크가.
생각해 보니 지난 며칠 동안 클라크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왜지?’
분명 다행인 상황인데, 보이질 않으니 더 불안해진다.
의아해하며 돌아서던 조던은 이쪽으로 다가오던 클라크의 패거리를 발견하곤 얼른 몸을 돌렸다.
“그래서 클라크는 언제 우리랑 어울릴 수 있대?”
“훈련 때문에 힘들걸? 맨날 집에 기어서 가잖아.”
“그 정도야?”
“새로 온 감독이 클라크 아빠 말을 무시한데. 이럴 거면 당신 아들 데려가라고.”
성격은 좋지 않지만, 미식축구에는 진심인 클라크.
“아마 여름 시즌까지는 맨날 훈련만 해야 될걸? 거기다 따로 공부도 해야 되고.”
“와, 감독이 미친놈…….”
목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다시 몸을 돌린 조던의 표정이 묘하다.
왜일까. 분명 안 된 일인데 입가에서 비죽 웃음이 삐져나온다.
누군가 꽉 쥐고 있던 숨통이 트인 기분.
조던은 조금은 가벼워진 발을 옮겨 교실로 향했다.
그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우렁차게 외치며 2층으로 달려가는 조던.
오늘부터 오후 근무라서 출근을 준비하던 애나 파커가 황급히 안방에서 고개를 내밀며 혼란스러워한다.
“하, 학교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
여자친구가 생긴 건 아닐까.
아니,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갑자기 이렇게 밝아질 리가 없었다.
자신과 남편 마틴의 외모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잘생긴 아들.
“풋. 누가 지 아빠 아들 아니랄까 봐 여자친구 사귀는 타이밍도 똑같네.”
미들스쿨 8학년, 꽃이 화사하게 피는 봄에 고백을 했던 마틴.
“흐흥. 여자친구는 언제 소개시켜 주려나?”
팔불출 콩깍지가 씌인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문을 닫았고, 자신의 방 침대에 책가방을 던진 조던은 얼른 어젯밤부터 켜 놓았던 컴퓨터의 모니터를 켰다.
“역시!”
무사히 다운을 받은 미디어 파일에 조던이 주먹을 불끈 쥔다.
작년에 개봉을 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보지 못했던 로봇변신 영화. 로봇이 자동차로 변신해 스펙타클한 액션을 벌인다기에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런 영화의 초고화질 극장판이 도중에 끊기지 않고 다운받아졌다. 다운로드가 도중에 끊기거나 파일이 아예 사라지는 게 다반사인 P2P 사이트.
여기에 훈련 때문에 교실에 나타나지 않는 클라크까지.
아무래도 행운의 여신이 드디어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 것 같다.
조던은 행복해하며 파일을 재생시켰다.
그는 곧 할리우드의 미친 액션에 흠뻑 빠져들었다.
* * *
과르릉!
연속으로 세 번이나 로봇변신 영화를 시청하던 조던의 귀가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쫑긋 솟는다.
옆집에 이사 온 종혁이 몰고 다니는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조던에겐 전부인 세상인 용커스시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슈퍼카.
눈을 데구루루 굴리며 초조해하던 조던이 이내 주먹을 꽉 쥐며 일어서 부엌으로 향한다.
냉장고에서 랩이 씌워진 접시를 꺼내는 그.
어머니 애나 파커가 오늘 저녁으로 먹으라며 만들어 준 것이지만, 영화에 정신이 팔려 아직 저녁을 먹지 못해 남겨 둔 것이었다.
릴리는 오늘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연락이 왔다.
“후우!”
심호흡을 크게 한 조던은 현관을 나서 옆집으로 향했다.
아쉬운 소리를 내며 침묵하는 무르시엘라고.
“오, 옆집 학생. 무슨 일이야?”
“아, 안녕하세요. 이, 이거 엄마가 드리래요!”
종혁은 그가 내미는 음식을 보곤 피식 웃었다.
‘드디어 왔구나.’
지난 며칠 동안 2층 창가에서 고개만 내밀어 지켜만 보던 걸 왜 모를까. 심지어 퇴근 시간에 맞춰 마당에 나와 아닌 척 뚫어져라 쳐다본 적도 있다.
그럼에도 다가오지 않아서 아쉬워했는데, 이제야 타인에게 다가설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와, 파이잖아? 내가 또 파이를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잘 먹겠다고 전해 드려!”
“네, 네.”
종혁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차를 향해 고정되어 있는 조던.
종혁의 입에서 결국 웃음이 삐져나왔다.
“차 좋아하냐?”
“네? 네…….”
“그래? 그럼 타 볼래?”
“정말요!? ……아, 아뇨! 그러지 않아도 돼요!”
“됐어, 인마. 타. 이웃끼리 친해질 겸 드라이브나 가자.”
종혁은 거의 강제로 조던을 차에 태웠다.
“안전벨트 매라.”
‘이제부터 널 위한 시간이 시작될 테니까.’
뭉개지고 구겨진 조던의 자존감을 펴 주기 위한 시간.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조던 본인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고 봐야 했다.
끼릭! 과르릉!
“우왁!”
“꽉 잡아.”
지금부터는 좀 격렬할 거다.
과아아아아앙!
쏜살처럼 차고를 뛰쳐나온 미친 황소가 도로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수학여행날 아침, 학교 운동장에 모인 조던의 입술이 꿈틀거린다.
그제, 어제 고속도로 위를 누볐던 질주.
앞서가는 차량을 앞지르는 그 짜릿했던 쾌감.
영화처럼 경찰이 따라붙은 적도 있다.
물론 영화처럼 경찰을 따돌리려 추격전을 벌이는 일은 없이 평범하게 딱지를 끊었지만, 이마저도 조던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다음엔 NYPD와 FBI의 압류차량 창고에 데려가 준다고 했어.’
세금을 내지 못하거나 범죄자들에게서 압류한 차들을 모아 놓는 창고.
불법 개조된 온갖 차량들이 모이는 압류차량 창고.
이런 차들이 있다고 사진을 보여 줬을 때 조던은 행복해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여기에 클라크까지 보이지 않으니 조던은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했다.
그는 종혁이 준 자동차 키를 만지작거리며 행복해했다.
슈퍼카는 도난의 위협이 높기에 특수한 패턴의 전파를 내뿜는 전용키가 없으면 시동조차 걸 수 없는데, 이건 거기에 오너들에게 좋지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찾기 위해 위치추적장치까지 삽입됐다는 키였다.
비록 열쇠를 깎지 않은 스페어 키지만, 조던은 이것만으로도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헤헤. 얼른 수학여행이…….”
털썩!
조던은 버스 옆자리에 앉는 사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나 없는 동안 즐거웠지?”
지난 며칠간 보지 못해서 좋았던 얼굴.
지난 며칠간 얼마나 고생했는지 수척해지다 못해 독기가 넘쳐 흐르는 얼굴.
“크, 클라크…….”
“워싱턴에 도착하면 좀 맞자.”
조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 *
“뭐라고요?”
-흠. 이건 막을 수 없더군.
종혁과 약속한 바가 있으니 어지간한 상황이라면 손을 썼겠지만, 클라크 덤벨 하나 때문에 미식축구부 전체를 수학여행에 보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클라크만 남으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그런 짓까지 한다면 이건 더 이상 계도가 아닌, 또 다른 폭력에 불과했다.
로버트 제퍼슨은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협력할 수는 없었다.
회귀 전에 클라크로 인해 어떤 일까지 벌어졌는지 알고 있는 종혁으로서는 조금도 봐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로버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흐음……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혀를 차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그레이스 탐정사무소입니다.
“납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의뢰에 하나만 더 추가하죠.”
탐정 사무소를 통해 클라크 패거리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있던 종혁.
주범인 클라크뿐만 아니라 그에게 동조하며 따랐던 패거리들까지 그들이 학교 안에서 어떤 패악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저지르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탐정을 청소부로 잠입시켜 놓은 상태였다.
“제가 전달하는 주소로 이동해 주세요. 지금 당장.”
조던에게 위치추적기를 쥐여 줬으니 따라붙기는 쉬울 터.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무거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 지금 둘이 만나면 안 되는데…….”
이제야 좁아지다 못해 굳어 버린 어깨가 조금씩 펴지기 시작한 조던이다.
이제야 살 것 같다고 웃기 시작한 조던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폭력을 당하는 순간 조던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존감이 결여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번 일이 트리거가 될 수도 있었다.
하늘 위로 날아오르다 추락하면 더 아프기에.
“진짜 건드리지 마라.”
이를 간 종혁은 조던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했다.
“무슨 일이야, 최?”
“……아뇨. 아니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
종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답해지는 가슴을 두드렸다.
* * *
퍼억! 퍽!
“컥! 커억! 큽!”
워싱턴 DC의 어느 공원, 둥글게 만 조던의 몸 위로 발과 주먹이 무자비하게 쏟아진다.
“왜? 아까처럼 웃어 봐. 웃어 보라고!”
자신은 죽는 줄 알았는데, 매일 밤 아빠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집에 가지도 못했는데, 매일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생각했는데 병신 새끼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고 자빠져 있다.
그 순간 클라크의 이성은 끊겨 버렸다.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정말 힘들게 참았던 그.
“난 미치게 힘들었는데 넌 웃더라? 내가 힘든 게 그렇게 좋았냐? 어? 내가 안 보여서 좋았지? 어?! 웃어! 웃으라고, 새끼야! Fuck-!”
결국 눈이 돌아간 클라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커다란 돌을 집어 든다.
“크, 클라크! 그만해! 그걸로 찍으면 쟤 죽어!”
“놔-!”
팔과 몸을 잡는 패거리를 뿌리친 클라크가 그들을 죽일 듯 노려본다.
“방해하면 너희부터 죽인다.”
움찔!
‘병신 새끼들.’
데리고 다닐 만하지 않았다면 상종도 안 했을 버러지들.
입을 다무는 친구들의 모습에 코웃음을 친 클라크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돌을 높이 쳐들었다.
“어어? 너희들 뭐하는 거야-!”
“헉! 가, 가자. 클라크, 가자.”
“……퉤! 겁쟁이 새끼.”
침을 뱉은 클라크는 패거리들과 빠르게 사라졌고, 남겨진 조던은 몸을 들썩인다.
눈물이 흙바닥에 점을 찍는다.
하염없이 울던 조던은 잠시 후 멍한 눈으로 몸을 일으켜 주머니를 뒤졌다.
그런 그의 손에 딸려 나온 부서진 자동차 키.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처음 받은 선물.
주륵!
조던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쏟아진다.
“미안해요…….”
선물을 망가트려서 미안했다.
소중히 간직해야 되는 선물인데, 메인 키를 분실했을 때 필요한 스페어 키인데 망가트려서 미안했다.
“……왜지? 왜 나지?”
대체 클라크는 왜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는 걸까.
“난 그저…… 그저…….”
1학년 때 복도를 걷다가 우연히 클라크의 여자친구와 부딪쳤을 뿐이다. 덩치가 너무 크고 험악한 표정을 짓는 클라크가 무서워 얼른 사과하고 지나치려고 했을 뿐이다.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부딪쳤으면 제대로 사과해야지, 너드 새꺄.
엄마가 골라 준 체크무늬 셔츠를 입지 말아야 했던 걸까?
아니면 아침에 귀찮았어도 씻고 나와야 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아빠 마틴의 말처럼 운동을 해야 됐던 걸까?
늘씬 맞았고, 결국 하교한 자신을 아빠가 발견하고 학교로 쫓아갔다.
그 일로 클라크는 징계를 받았고, 이후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 조던 자신 때문에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교묘하게. 지독하게.
클라크는 아빠가 용커스시에 없을 때만 때렸다.
반항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엄마가 일하는 병원의 병원장 아들이기에 그냥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학년이 되고, 1년간 지속된 괴롭힘에 참다못해 담임에게 클라크의 폭행을 고발했다.
그러나 자신의 신고를 묵살해 버린 담임.
엘리트인 클라크가 그럴 리가 없다고, 모두 네 착각이 아니냐며 어깨를 붙들며 협박을 하던 담임.
조던은 자신의 편이라 생각했던 담임의 그 모습에 하늘이 무너지는 걸 느꼈고, 그 이후 괴롭힘의 방식이 달라졌다.
밀어트리고, 넘어트리고, 수치심을 주고.
모든 학생이 자신을 따돌리도록 주도했다.
미식축구 유망주로 1학년부터 인기가 많았던 클라크는 그런 악마였다.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는데…….”
또 맞게 됐다. 안 본 만큼 더 무서워진 클라크에게.
그런데 왠지 앞으로도 맞을 것 같다.
“난…… 안 되는 걸까?”
행복하면 안 되는 걸까?
그냥 죽어야 클라크가 만족을 하는 걸까?
모르겠다.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
지이잉!
“여, 여보세요?”
-어디야, 너드 새꺄! 너 때문에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잖아!
미국의 역사와 관련된 건축물이나 물건들에 대해 조사하고, 그 앞에서 조원들과 사진을 찍어라. 그게 학교에서 내준 이번 수학여행 숙제였다.
‘어디 갔는지 알잖아!’
자신이 끌려가는 걸 지켜봤던 조원들.
하지만 그 짜증마저도 무서운 조던이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아, 알았어. 금방 갈게…….”
난 왜 병신처럼 말도 못하는 걸까.
이 지옥은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
“하아. 흑!”
다시 또 차오르는 설움을 참으며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퍼억!
“꺄악!”
“헉! 괘, 괜찮으세요? 허억!”
“야! 너 이게 얼마짜리 옷인 줄…… 흐으응.”
조던의 위아래를 살핀 이십대의 미녀가 피식 웃으며 손을 내민다.
“손.”
“네?”
“손 잡아 달라고.”
“아, 네네!”
조던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 미녀는 싱긋 웃었다.
“고마워, 꼬마 신사님.”
마치 활짝 핀 장미처럼 고혹적인 연상의 미소.
코끝에 닿는 좋은 향기와 달큰한 목소리에 조던의 표정이 멍해진다.
“그런데 꼬마야.”
“네?”
“네가 견딜 수 없으면 널 그렇게 만드는 걸 치워 버리는 것도 하나의 답이야. 네가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까. 내가 그랬거든. 아무도 돕지 않더라고.”
“……네?”
“내 손을 잡아 준 보답은 여기까지. 그럼 안녕. DC에서 좋은 추억을 남기길 바라. 뉴욕 사투리를 쓰는 꼬마 신사님.”
“카라!”
“카라가 아니라 케일라라니까요! 케일라 버드!”
“그럼 지금부터 애칭으로 카라 어때?”
“절대 싫어요. 내가 왜 사기꾼 이름을 애칭으로 써요? 그보다 우리 라스베가스는 언제 갈 건데요?”
조던은 멀어지는 미녀를 빤히 응시했다.
“내가 독해지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내가…… 치우지 않으면?’
조던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