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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61화 (461/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61화>

    “하하. 안녕히 가십시오.”

    배웅까지 나온 에덤 크루거와 코라 인베스트먼트의 대표.

    미소가 활짝 핀 그 얼굴들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지만, 아직은 혐의를 입증할 수가 없다.

    애써 화를 누르며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온 종혁은 주먹을 들었다.

    꽈아앙!

    움푹 들어가는 람보르기니의 트렁크.

    “이 새끼들을 어떻게 조져야 할까…….”

    현재까지 피해자가 약 900여 명, 총 피해액 약 3100만 달러.

    그 돈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총탄 앞에 선 젊은이들의 피와 신념이고,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은 가족의 절규다.

    이 돈 필요 없으니 다시 살려 내라는 절규.

    저놈들은 이 숭고하고 슬픈 돈을 집어삼키려는 거다.

    불처럼 타오르던 종혁의 눈이 이내 곧 호선을 그렸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

    모든 사기란 목표 액수가 있는 법이다.

    종혁은 일단 이것부터 맞춰 줄 생각이었다.

    “어디 얼마까지 처먹을 수 있는지 보자.”

    하지만 그 돈 맛은 결코 맛있지만은 않을 거다.

    “예, 헨리.”

    과르릉! 과아앙!

    붉은색의 람보르기니가 쏜살처럼 튀어 나갔다.

    * * *

    ‘……푸핫!’

    아무래도 종혁이 행운의 토끼발이었나 보다.

    종혁과의 계약을 마치자마자 쏟아진 투자금들.

    모두 종혁처럼 지인에게 들었다면서 자신도 투자를 할 수 없겠냐며 문의를 해 왔다. 그것도 30만 달러, 50만 달러씩 엄청난 거액의 투자를.

    덕분에 고작 한 달 만에 무려 2100만 달러의 투자를 모집했다.

    이걸로 달성한 금액은 약 5200만 달러.

    순식간에 하향 조정을 한 목표치인 6000만 달러에 근접해졌다.

    “역시 크루거 씨.”

    “정말 대단합니다. 비법이 뭐예요?”

    존경이 가득한 직원들, 아무것도 모르는 병신들의 존경 어린 시선에 에덤 크루거의 콧대가 높아졌다.

    “발로 뛰는 거.”

    “예?”

    “언제까지 책상 앞에 앉아서 투자자를 기다릴 거야?”

    “…….”

    ‘병신들. 그러니까 잘리지.’

    회사는 어떤 직원이든 데리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어야 계속 고용하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들처럼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바로 잘리는 거다.

    “에덤!”

    에덤 크루거는 대표실의 문을 열고 손가락을 까딱이는 장년인의 모습에 그에게 다가갔다.

    그런 에덤 크루거를 대표실 안쪽으로 낚아챈 장년인의 얼굴에 흥분과 초조함이 가득하다.

    “안 됩니다.”

    “왜! 돈이 돈을 불러오는 상황이잖아!”

    밖의 눈치를 보는 그의 모습에 에덤 크루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러다 파탄이 납니다.”

    “뭐?”

    “그렇게 욕심을 부리다가 파탄이 나는 거란 말입니다.”

    욕심을 부리다가 팔아야 할 지점에 못 팔고, 그러다 고점에서 물리고, 그렇게 인생이 망하여 거리에 나앉게 되는 거다.

    월 스트리트의 모든 증권맨들에게 요구되는 미덕이 왜 절제겠는가. 욕심을 부리다가 망하는 이들이 모니터 속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월 스트리트의 증권맨들은 사냥꾼이다.

    그런 멍청한 먹잇감들을 사냥하는 사냥꾼.

    “우리의 목표는 6천만 달러예요. 그걸 명심하세요.”

    이 이상 먹었다가는 무조건 탈이 난다.

    타이밍도 하늘이 돕는 듯 좋다.

    2004년에 재선에 성공하며 8년간 재임한 망언의 전쟁광 에임 부시가 내년이 되면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간다.

    지난 8년간 반복된 에임 부시의 삽질로 공화당의 참패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

    거의 모든 미국 시민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시선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쏠려 있고, 골수 공화당 지지자들은 그런 민주당 후보들을 까 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시끄러울 때 사라져야 한다.

    그게 사냥꾼의 미덕이었다.

    이런 그의 말에 장년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이봐, 애덤. 대표는 나야.”

    이번 일에 돈을 댄 사람도, 겉으로 건실한 회사처럼 보일 저 밖의 인력을 끌어모은 사람도 자신이다.

    먹다 배가 터져도 그걸 결정할 사람은 자신이었다.

    ‘이 병신이?!’

    에덤 크루거의 눈에 불똥이 튀는 순간이었다.

    벌컥!

    “대표님! 크루거 씨!”

    다급히 문을 열며 들어온 직원이 대표실의 TV를 켠다.

    -추락하는 경제, 치솟는 물가, 이에 곤경에 처한 뉴욕 주민들을 위해 월세를 저렴하게 제공하겠다고 나선 곳이 있어 화제입니다. 그 화제의 주인공을 저희 CNN에서 만나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코렛 씨.

    코렛 힐먼. 미국의 유명한 인권운동가 여성으로 올해 48살이다.

    -이렇게 꾸민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예전에 저희 뉴스에 출연하셨을 땐 꽤…… 하하.

    -저도 이제 한 재단의 대표니까요. 그때처럼 추레하게 다닐 수는 없죠.

    -오, 이런. 추레하게 다녔다고 인정을…… 웁스! 크흠. 아무튼 코렛 씨가 복지재단의 대표가 됐다는 말을 듣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정말 이 사람이라고? 이름만 같은 사람이 아니라?

    -후후. 훌륭한 생각을 가지신 분께서 후원해 주신 덕분에 이렇게 슈트를 입을 수 있게 됐죠.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하다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예. 재단에 출자된 자본이 15억 달러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빙산의 일각이에요. 그분께서 말하시길 15억 달러는 1차에 불과하다고 했으니까요.

    쿵!

    ‘15억 달러가 전부가 아니라고?’

    이미 지인들을 통해 기빙의 출자금을 알고 있던 에덤 크루거의 입이 떡 벌어진다.

    -맙소사……. 대체 그분이 누구십니까?

    -세상에 드러나길 원하지 않은 분이니 노코멘트. 다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한국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우스코리아를 말하는 거겠죠?

    -네, 그곳이요. 저희 기빙은 그분이 이 미국에서 평생토록 벌어들인 돈으로 설립된 단체예요.

    -복지재단이죠.

    진중한 앵커의 목소리에 TV 앞에 앉은 사람들의, 미국 시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네, 복지재단이에요.

    -휘유. 15억 달러, 아니 그 이상의 예산을 지닌 복지재단이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좋은 소식이군요. 그런 취지에 맞게 마이애미와 뉴욕에서 대규모 복지를 벌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아니에요.

    -당연하죠. 자식을 망치고 싶으면 언제든 원하는 것을 쥐여 주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또 저희만 단독으로 하는 것도 아니죠.

    -그 말을 듣고 저는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재향군인회와 협약을 맺었다니요.

    -이 나라를 위해 피와 땀을 흘려 가며 헌신한 그분들께서 이 어려운 시기에 다시 한번 이 나라를, 미국의 시민들을 구원하기 위해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시기로 한 거죠.

    -……Thank you for your service.

    스튜디오에 잠시 숙연함이 감돈다.

    -그 시작으로 뉴욕시를 비롯한 뉴욕주에 5억 달러의 예산을 할당했습니다.

    현재 이 예산은 전액 집행이 된 상태고, 이로 인해 집과 희망을 잃은 수만 명의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 월세지만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집을 얻게 됐다.

    -수만 명…….

    -또한 저희 기빙은 마이애미와 뉴욕을 기점으로 점차 미 전역으로 지사를 늘려 갈 예정이고요.

    -그게 가능한 겁니까? 한 지사에 5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했다면…… 음, 좋은 뜻을 펼치는 당신께 하면 안 되는 말이지만, 그보다 집행되는 예산이 적다면 분명 말이 나오게 될 겁니다. 어디든 후안무치한 사람들은 있는 법이니까요.

    코렛 힐먼은 앵커의 우려에 걱정 말라는 듯 웃어 주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번 15억 달러는 1차에 불과합니다. 우려하시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정말…… 할 말이 없군요. 제가 미국 시민들을 대표할 순 없지만, 이 미국을 대표해 코렛 씨와 익명의 독지가분께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병상에 누워 계신 그분께서 들으신다면 좋아하시겠네요.

    -병상이라면?

    -현재 폐암 말기세요.

    스튜디오가 잠시 경악에 물들고, 에덤 크루거는 장년인을 봤다.

    ‘이런데도 계속 욕심을 부릴 거야?’라는 에덤 크루거의 시선.

    기빙에 출자된 15억 달러가 1차에 불과하단다.

    그런데 그게 CNN 뉴스에 탔다. FOX NEWS와 더불어 미국 시민들이 가장 많이 보는 뉴스에.

    이젠 자신들에게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 달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일 상황이 됐다.

    그때였다.

    -그런데 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죠. 헌신의 상징인 그분들을, 시민을 보호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면 바보라 할 수 있는 영웅들을 방패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쿵!

    ‘미친!’

    도둑이 제 발 저린달까.

    에덤 크루거와 대표인 장년인이 튀어나올 듯 부릅뜬 눈으로 TV를 노려본다.

    -그런 못된 사람들이 있다는 말입니까?

    언제든 중립적이어야 함에도 앵커임에도 분노를 드러내는 그.

    -저도 대략적인 정보만 들은 상황이니 노코멘트 할게요. 그들 외에 다른 선량한 분들이 괜한 오해를 받으면 안 되니까요. 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을 모든 언론사들에게도 부탁드리죠. 추측성 기사는 내지 말아 주세요. 당신들의 기사로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시민이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코렛 힐먼의 강력한 경고는 에덤 크루거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저년은 대체 우리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기에!’

    띠리링! 띠리링!

    “네! 코라 인베스트먼트…… 네? 아뇨. 지금 뉴스에 나오는 회사는 저희가 아닙니다!”

    띠리링! 띠리링!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하는 전화기들.

    에덤 크루거의 핸드폰도 미친 듯 울어 대기 시작한다.

    작년에 출시된 새 시대의 혁신, 스마트폰을 꽉 쥔 에덤 크루거는 대표를 응시했다.

    난입해 TV를 틀었던 직원이 나가면서 조용해진 대표실.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지.”

    “알겠습니다.”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에덤 크루거는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예, 애나 파커 씨. 얼마 전에 입금된 이익금은 확인하셨나요? 저런, 아직 확인하지 못하셨다고요?”

    안타까운 말투로 말을 하면서도 표정은 냉랭한 그.

    이야기를 더 나누던 에덤 크루거가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혹시 지금 시간 되십니까? 이번에 내부 방침이 약간 바뀌어서 말이죠.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애나 씨처럼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겐 초과 투자를 더 받는 게 좋지 않겠냐 하셔서요. 정산 비율도요. 네, 네.”

    그의 눈빛이 분노와 짜증으로 번들거렸다.

    * * *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앵커님도 수고하셨어요.

    FBI 뉴욕지국 캘리 그레이스의 수사팀 사무실.

    한구석에 걸려 24시간 내내 뉴스를 방영하는 TV를 응시하던 종혁이 입술을 비튼다.

    “역시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말발이 좋네.”

    입가에 미소를 그린 종혁은 오늘따라 푸근한 커피를 홀짝이며 자리로 향했다.

    쿠당!

    벤이 책상 위에 엎어진다.

    “그래서…… 어디로 간 거냐고…….”

    FBI는 엿 먹으라는 듯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향하는 95번 도로의 휴게소에서 신용카드로 핫도그를 사 먹고 증발해 버린 카라 허드.

    95번 도로를 탔을 때 갈 수 있는 모든 도시와 CCTV를 뒤져 봤지만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필라델피아에서 그녀가 쓴 자동차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이놈의 미국은 참 좋은데 땅이 더럽게 넓다는 게 문제야.’

    “중국이냐, 씨벌.”

    베이징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쓰촨으로 튀어 버리면 잡을 수 없는, 아니 아예 찾을 수조차 없는 중국.

    미국도 그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힘내자고요. 일단 공개 수배는 했잖아요.”

    “그래야지……. 응? 최, 전화 오는 거 아냐?”

    “아, 그러네.”

    종혁은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들었다가 눈을 빛냈다.

    “……알겠습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벤을 응시했다.

    “코라가 튈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코라 인베스트먼트가 주거래 은행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거액의 돈을 대출하려 한다는 CIA의 정보.

    종혁은 이 정보를 곧바로 벤과 드롭에게 알렸다.

    이미 한 달 전 그들이 사기꾼임을 직감한 순간 벤과 드롭에게 이 사실을 알렸던 종혁.

    짜아아아악!

    그 순간 벌떡 일어난 벤의 커다란 박수 소리에 사무실 안에 있던 모든 요원들과 개인 사무실 안에 있던 캘리 그레이스마저 고개를 내밀며 벤을 응시한다.

    “모두 잘 들어! 코라 인베스트먼트라는 사기 조직이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말한 벤은 종혁을 봤다. 이후의 말은 종혁 네가 말하라는 듯.

    “사기 대상은 방금 전 뉴스에서 언급된 재향군인회의 회원인 전역 군인과 전사 군인의 유가족 천여 명입니다.”

    술렁!

    “……이런 개새끼들이?!”

    “이 새끼들 보소?”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

    개인 사무실에서 걸어 나온 캘리 그레이스도 팔짱을 끼며 묵직한 분노를 드러낸다.

    그리고 종혁에게 계속하라고 눈짓한다.

    상사의 허락이 떨어지자 종혁은 아낌없이 분노를 표출했다.

    “이 새끼들을 그냥 둬야겠습니까?”

    “NO-!”

    “잡아야지 않겠습니까!”

    “YES-!”

    “움직여! 도청 장치 신청해!”

    순간 바빠지는 요원들.

    종혁도 총을 챙겨 들었다.

    철컥!

    종혁의 눈에 살의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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