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60화 (46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60화>

    용커스시의 외각을 도도하게 흐르는 허드슨강 근처에 위치한 존 리버사이드 병원.

    벤이 뒤늦게 도착한 종혁에게 왜 이제 왔냐는 듯 눈으로 타박한다.

    “무슨 사건이에요?”

    “카라, 그년이야.”

    “……빌어먹을.”

    뉴욕주 여기저기서 사기를 치고 도망치며 FBI의 골치를 아프게 만드는 사기꾼 카라 허드. 꽃뱀이다. 미국 말로는 골드 디거.

    그런데 이 수법이 꽤 치밀하다.

    부유한 의사나 검사, 교수 등을 목표로 삼는 카라 허드는 일단 목표물이 있는 직장에 청소부나 사무 보조 등 비정규직 직원으로 잠입을 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목표와 접점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고,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그런데 이 다음이 골 때린다.

    “이번에도 라스베이거스?”

    “어, 라스베이거스.”

    연인이 된 순간 카라 허드는 목표물을 라스베이거스로 데려가 술을 진탕 먹인 후 정신을 취약하게 만들어 결혼식을 올린다.

    혼인을 입증하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다른 주와 달리, 결혼 절차가 거의 지하철 티켓 끊는 수준인 라스베이거스.

    혼인증명서 발급소에서 혼인증명서에 사인을 하고, 결혼식장이나 교회에서 주례의 사인을 받으면 그날 바로 법적인 부부가 되어 버린다.

    심지어 일부 교회에선 아예 혼인증명서를 비치해 두기도 한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는 결혼과 이혼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법적인 부부가 되어 버리는 순간, 카라 허드는 이혼 위자료를 요구한다. 아주 막대한 위자료를.

    만약 거부를 한다면, 스스로 이혼을 해 달라며 찾아올 수밖에 없게 협박을 한다.

    직장에 아내를 패는 남편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거나 하는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겠다고 협박을 하는 거다.

    의사나 검사, 교수 등 사회적 지위를 갖춘 이들은 그러한 소문 하나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기에 여기서 대부분 포기하고 카라 허드에게 위자료라는 명목의 거액을 건넸다.

    6년 전 뉴욕시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미국 전역을 누비며 이런 식으로 총 10건의 사기 행각을 벌인 카라 허드.

    정말 지독한 년이었다.

    “피해자는요?”

    “응급실 전담 의사. 환자로 위장을 했대. 실제로 정강이에 골절상을 입었고.”

    “……진짜 난 년이네, 이거. 일단 피해자부터 만나러 가죠.”

    “연락을 했으니까 곧 나올…… 아, 저기 나오네.”

    응급실문이 열리며 초췌한 인상의 삼십대 의사가 걸어 나온다.

    “FBI신가요.”

    목소리에 활기가 없는 그.

    “……일단 사정부터 듣도록 하죠.”

    종혁은 그를 응급실 옆 벤치로 안내했고, 벤은 피해자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밀었다.

    “후. 이야기는 경찰에 모두 했는데요.”

    “그래도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새로운 정보를 발견할 수 있을지?”

    “……제가 그녀를 만난 건 4개월 전이었습니다.”

    지붕에서 추락해 정강이뼈가 골절됐다고 찾아온 카라 허드.

    그러나 그가 봤을 때 그건 망치 같은 둔기에 의한 타격으로 부러진 골절이었다.

    그럼에도 절대 아니라고 외치던 그녀. 그 간절한 눈빛에 그는 결국 입을 다무는 걸 택할 수밖에 없었다.

    ‘독한 년.’

    이후 카라 허드는 치료해 줘서 고맙다고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싸 왔고, 그렇게 점차 연인 관계로 발전해 갔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에 여행을 가서 자신도 모르게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물론 결혼을 해도 아깝지 않은 여자라 나중에 프러포즈를 하겠다고 말하며 짧지만 좋았던 결혼 생활을 이어 갔다.

    ‘햐, 이 양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그렇지 않고서는 ‘좋았던’, ‘그녀’ 같은 단어를 쓸 리가 없었다.

    “그러더니 한 달 전이었나? 제게 좋은 투자처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투자처요?”

    “네.”

    친구 및 지인들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작은 콘도를 구매하겠다고 한 거다. 그것도 근처 허드슨강 상류에 위치한 콘도를.

    움찔!

    종혁과 벤, 드롭의 눈이 빛난다.

    ‘수법이 달라졌다?’

    “전 그 사람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나 하고 놀라워하면서도 수익이 실제로 실현되자, 아니 그런 것처럼 보이자…….”

    “아예 통장을 맡기셨군요.”

    “……예.”

    그리고 사라졌다.

    종혁뿐만이 아니라 이미 진술서를 확인한 벤과 드롭마저 이마를 붙잡는다.

    “처음엔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닌가 신고도 했습니다. 그러다 무슨 단서가 발견된 거 없냐 경찰서에 들렀다가 수배 전단을 보게 됐고…….”

    “정식으로 신고를 하셨군요.”

    “네.”

    “혹시 카라 허드와 함께 콘도를 구매하려 한다는 친구나 지인들에 대해 말한 적은 없습니까?”

    “있습니다. 아니, 그중 한 사람이 저희 병원에 있기까지 하죠. 하지만…….”

    다 거짓이었다.

    “아, 저 사람입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려는 듯 저마다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종이컵을 든 채 이쪽으로 다가오다 흠칫 놀라는 여성 간호사들.

    피해자는 그중 붉은 머리의 삼십대 중반 흑인 간호사를 가리켰다.

    “저, 저도 피해자예요!”

    종혁들이 입은 점퍼의 FBI 로고를 보자마자 빽 소리를 지르는 그녀. 종혁들은 의아해했고, 그걸 어떻게 오해한 건지 그녀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저 선생님의 여자친구가 좋은 투자처가 있다고 접근했다고요!”

    ‘아나, 이 동네 경찰 씨발…….’

    이런 중요한 내용을 누락시켰다.

    혈압이 솟구쳤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말할 것도 없어요. 그 여자가 말하길 저 선생님께서 투자를 할 만큼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나도 해 볼 생각 없냐고 접근해 왔다고요.”

    헛웃음을 지은 벤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돈을 건네신 겁니까?”

    “……네. 만 달러요.”

    “마, 만 달러?”

    동료 간호사들이 놀라자, 그들의 눈치를 살핀 흑인 간호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도 투자를 하신다고 할 정도니 괜찮을 줄 알았죠!”

    한 번씩 샌드위치를 챙겨서 병원으로 찾아왔던 카라 허드.

    다정한 연인으로만 보였던 그 모습에, 설마 의사의 여자친구가 사기를 칠 거라고는 의심도 하지 않았기에 믿고 투자를 했다.

    ‘이 씨발년. 수법이 진화했네.’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FBI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수법을 달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 10건의 사기와는 다른 수법이었다.

    “혹시 간호사님 같은 피해자가 더 있습니까? 아니면 뭔가 특별한 말을 했다던가? 어디가 좋더라, 어디를 가고 싶다는 등의…….”

    무의식 중에 나오는 그 지명이 카라 허드의 다음 목적지나 아지트일 수 있었다.

    하지만 흑인 간호사와 응급실 전담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은 들어 본 적 없지만, 피해자는 제가 아는 것만 2명 정도 돼요. 연락처가…….”

    그녀가 불러 주는 연락처들을 적은 종혁은 아쉬워하면서도 감사의 뜻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꼭 잡겠습니다.”

    종혁이 한껏 정중한 모습을 보이자 그녀의 표정도 누그러진다.

    “부탁드릴게요. 그 돈, 제 막내딸 백신 맞힐 돈이란 말이에요.”

    “어떻게든 잡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 흑인 간호사는 다른 간호사들과 함께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고, 의사인 피해자도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인사를 하곤 응급실로 들어갔다.

    찰칵! 치이익!

    “후우. 그나마 다행이네요.”

    “같은 생각이야. 이 미친년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이러면 쉽게 잡을 수 있겠어.”

    그동안 목표물인 피해자 외에는 딱히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않은 카라 허드.

    그런데 지금은 주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즉, 카라 허드의 얼굴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거다. 이러면 신고가 들어올 확률도 커진다.

    ‘그동안 뭔 짓을 해도 잡히지 않았으니 간땡이가 부은 거지.’

    모든 범죄자는 거의 이럴 때, 아니면 잡혀도 처벌이 미약할 때 그 수법이나 잔인함이 진화한다.

    “씨발년.”

    종혁은 다른 피해자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는 벤과 드롭을 향해 입을 열었다.

    “먼저 가세요. 전 볼일 좀 보고 따라갈게요.”

    최근에 전사한 군인의 유가족. 그 유가족 중 한 명이 이곳 용커스의 존 리버사이스 병원에서 일한다.

    혹시나 출근했다면 잠시 만나고 갈 생각이었다. 혹여 코라가 접근하지 않았다면 기빙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흘리기 위해 말이다.

    “……요새 수상해. 왜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는 거야?”

    종혁은 씁쓸히 웃었다.

    “뭐든 가시적인 게 나오면 말해 드릴게요.”

    “뭐야, 사건이었어? 도와줄 건 없고?”

    “아직은?”

    “알았어. 피해자들은 나랑 드롭이 만날 테니까 늦지 않게만 합류해.”

    “술 살게요.”

    씩 웃은 벤과 드롭은 차로 향했고, 종혁은 담배를 끄며 병원 로비로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저…….”

    “아, 예.”

    방금 전 흑인 간호사의 곁에 있던 동료 간호사 중 한 사람. 흑인 간호사의 반응에 다른 이들과 약간 다른 반응을 보였던 사람이다.

    종혁은 카라 허드에게 사기를 당한 두 사람보다 더 초췌한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혀를 찼다.

    “……혹시 어딘가에 큰돈을 투자하신 겁니까?”

    움찔!

    그걸 어떻게 아냐는 듯한 간호사의 눈빛에 종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앉으실까요?”

    자리를 권한 종혁은 근처의 자판기에서 따뜻한 음료수를 뽑아 그녀에게 내밀었고, 잠시 아무 말 없던 그녀는 이내 결심을 한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투자는 정말 믿을 만한 단체가 보증을 선다고 해도 조심해야 할까요?”

    “정부기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와 비슷하기는 해요. 재향군인회 중 아메리칸 리전이라고…….”

    종혁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혹시 성함이 애나 파커 씨 아니십니까?”

    “저를 아세요?”

    종혁은 옅게 웃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아메리칸 리전 및 여러 재향군인회와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은 복지재단 기빙과 저희 FBI가 협력을 맺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기빙?”

    눈을 끔뻑이는 그녀.

    종혁의 미간이 좁아진다.

    “……코라 인베스트먼트에 투자를 하셨군요.”

    “FBI도 아는 곳인가요?!”

    그녀의 얼굴에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어린다.

    동생이 권유를 하기도 했지만, 충분히 타당하다 생각했기에 가입을 했지만 이렇게 정신을 애써 붙잡고 다시 직장에 나오니 생각이 많아진 그녀.

    “재향군인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뜻을 펼치는 곳에는 날파리가 끼어들 수도 있으니까요.”

    “아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아, 네. 제가 이번에 군인인 남편이 전사를 하면서 정부에서 보상금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걸 코라 인베스트먼트에 모두 투자를 했고요.”

    “전부요? 코라 인베스트먼트는 한 사람당 최대 30만 달러밖에 투자를 못할 텐데요?”

    “부양할 가족이 있는 유족들은 추가 투자를 더 받더라고요.”

    움찔!

    종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호오, 그래요?”

    ‘이 새끼들?’

    “그 부분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벤들과의 합류가 늦어질 것 같았다.

    * * *

    “푸흐.”

    방금 전 걸려온 전화에 돌연 웃음을 터트린 에덤 크루거가 주위를 둘러보며 신색을 정리한다.

    ‘역시 한 번 구르기 시작하니 돈이 돈을 불러오는군. 그런데…….’

    아메리칸 리전을 통해 투자를 한 친구에게 들었다며 자신도 투자를 할 수 있겠냐던 연락.

    드디어 먹잇감이 먹잇감을 물어 오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시원하게 굴러가는 눈덩이에 에덤 크루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에 걸렸다. 전화를 걸어온 상대가 재향군인이나 그 유가족이 아닌 일반인이었기 때문이다.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군.’

    에덤 크루거는 대표실로 들어가 방금 전의 통화 내용을 말해 주었다.

    “일반인이라…… 결국 올 게 왔군.”

    중국계 장년인이 생각에 빠진다.

    이 임대 사업은 재향군인과 그들의 유가족들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들만이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상황.

    시기와 질투가 어떤 일을 불러일으킬지 알기에 그들 스스로도 입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비밀이 언제까지고 지켜질 거라곤 생각지 않았기에 에덤 크루거와 장년인은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이런 상황까지 상정하여 계획을 짜 둔 상태였다.

    “지금까지 얼마나 모였어?”

    “약 3100만 달러입니다.”

    기빙이라는 놈들이 갑작스레 등장한 이후 일주일 동안은 고작 120만 달러밖에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행이라 생각할 수준.

    그만큼 기빙이 뿌리고 다니는 계약은 미친 수준이었다. 돈을 마치 겨울의 뉴욕에 뿌려지는 눈처럼 뿌리고 있었다.

    “……비율을 높인다고 해도 재향군인회에서 이쪽으로 계약을 주선해 주진 않겠지?”

    “지금까지 해 놓은 게 있으니까요. 기빙처럼 20퍼센트의 지분을 주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겁니다.”

    “쯧. 어쩔 수 없군. 하자.”

    기빙이 나타난 이후로 계약의 수가 확 줄어 버렸다. 조금씩 다시 회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들의 목표인 1억 달러 달성은 요원해 보였다.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이젠 수단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저희의 일이 노출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렇게 상의를 하러 온 거다.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잖아. 그럼 여기서 접어? 그럼 지난 3년간의 노력은?”

    “……후우. 그럼 목표액을 낮추죠. 6천만 달러로. 그리고 깔끔하게 반씩 나누고 범죄인 인도 조약이 맺어지지 않은 나라로 가는 겁니다.”

    3000만 달러. 죽을 때까지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거다.

    “쯧.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해.”

    그 이상 욕심내다간 발목이 잡힐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든다.

    같은 생각인 에덤 크루거는 그렇게 목표치를 재설정한 후 약속을 잡은 이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코라 인베스트먼트의 문을 열며 종혁이 들어온다.

    그에 에덤 크루거는 살짝 놀랐다.

    ‘부자?’

    한참 월 스트리트의 증권맨으로 활약을 할 때 상사들이 걸치고 다녔던 초고가 명품들의 향연. 아는 사람만 아는 커스텀 명품들에 에덤 크루거의 머릿속이 핑핑 돌아가기 시작한다.

    “어서 오십시오. 전화받은 에덤 크루거입니다.”

    “찰리 우라고 부르면 됩니다.”

    “혹시 중국계……?”

    “예, 그렇습니다.”

    “오! 이거 우연이군요! 저희 대표님도 중국계시거든요!”

    “아, 그런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표님!”

    대표실로 들어간 에덤 크루거는 곧 환하게 웃는 장년인을 데리고 나왔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소형제!”

    장년인의 광둥어에 종혁도 광둥어로 받아쳤다. 한껏 기뻐하는 얼굴을 지으며.

    “이 먼 타지에서 광둥어를 쓰는 분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요! 전 닝더 출신입니다!”

    “오오! 동향 사람이군요! 난 저우닝 출신입니다!”

    “바로 옆 동네군요!”

    뜨거운 악수를 나누는 둘.

    종혁은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이내 곧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형님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허허. 나도 그런 마음이 크지만 곧 약속이 있군요.”

    “저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쉰 종혁은 에덤 크루거를 봤다.

    “다 필요 없으니, 내 돈은 얼마까지 넣을 수 있습니까?”

    다짜고짜 본론이 훅 들어왔지만, 에덤 크루거는 놀라지 않았다. 기분이 좋은 중국인들이 이런 식으로 투자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눈앞의 사내처럼 젊고 돈이 많은, 정확히는 부모가 돈이 많은 이들은 돈 무서운지 모르고 돈을 막 써 댔다.

    “하하. 일단 사업 설명부터 듣고…….”

    “1차로 3백만 달러. 얼마까지 줄 수 있습니까?”

    움찔!

    에덤 크루거와 장년인은 잠시 서로를 보며 눈을 빛냈다.

    엄청난 호구가 넝쿨째로 굴러 들어왔다.

    그럼 이 호구가 달아나지 않게 해야 했다.

    “크흠. 원래는 30만 달러가 맥시멈이긴 한데, 대표님과 동향 사람이시기도 하니 달에 2만 5천, 아니 3만 달러를 맞춰 드리겠습니다.”

    “아, 그래요?”

    까드득!

    종혁의 마음속에서 이가 갈린다.

    ‘이 개새끼들…….’

    취지에 맞지 않는 투자를 받는 것도 모자라, 전역 군인이나 유가족들보다 더한 혜택을 준다?

    사기가 맞다.

    종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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