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57화>
“정부는 내 돈을 돌려 내라!”
“돌려 내라! 돌려 내라!”
오늘로 벌써 사흘째를 맞이하는 시위.
아직은 추운 3월임에도 지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지칠 수 없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지옥 속에서 살게 되어서인지 시위대의 목소리는 더욱 처절해졌다.
어느새 600명까지 늘어난 시위대의 숫자에 경찰과 FBI의 긴장이 높아진다.
“하아. 저 시위가 오늘로 마지막이었죠?”
“맞아. 오늘까지지. 내일부터는 불법이고.”
그렇게 말하는 벤의 목소리도 착잡하다.
“다행이라면 이따가 부시장이 나와서 저들과 이야기를 할 거란 거지. 빌어먹을. 나올 거면 빨리 좀 나오지.”
피에트로 보셀리의 뒤를 봐준 시장은 결국 FBI에 체포되면서 시장직을 박탈당했다. 피에트로 보셀리가 시장과 나눈 밀담, 즉 비리에 관한 증거를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시장은 변변한 항변조차 못한 채 검거됐고, 현재 부시장이 시장 대리직을 맡아 뉴욕시의 행정을 총괄지휘하고 있었다.
“쯧. 결국 정치인이 나오네요.”
나와야 된다면 사태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월 스트리트의 괴물들이다. 그들이 전면에 나서서 사비를 털던 뭘 하던 해서 저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했다.
“뭐, 서로 무슨 딜을 했겠지.”
아마 다음 시장 선거에서 밀어준다거나 주지사가 되게 해 준다거나 그런 거래를 했을 거다.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부시장이 이 자리에 나올 이유가 없었다.
‘씨발. 여기나 한국이나.’
정계와 재계는 왜 이렇게 한 몸인지 모르겠다.
“설마 부시장 경호를 저희가 맡아야 하는 건 아니죠?”
“그건 다른 팀. 그런 금덩이를 고작 지원을 나온 우리에게 맡길 리 없잖아.”
혹시라도 차기 시장이나 주지사가 될지 모르는 정치인을 경호하는 거다. 눈도장만 제대로 찍어도 앞으로의 공무원 생활에 도움이 될 거다.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난 귀찮아서 그런 건데요.”
“푸흐흐. 맞아. 정치인을 경호하다 보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지.”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미국이다.
만약 경호를 하다가 부시장이 테러를 당한다? 그땐 저 멀리 시골로 갈 준비를 해야 하는 거다.
‘나완 상관없는 일이지만.’
애초부터 그런 일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담배를 문 종혁은 다시 시위대를 응시했다.
쉬어 버린 목이 곧 피를 토할 듯하지만, 저들의 외침은 멈추지 않았다.
‘월 스트리트의 괴물들이라……. 뭐, 나도 그들과 다를 건 없나.’
미국의 파산에 베팅, 아니 미국을 직접 파산 일보 직전까지 몰아세우려고 하는 종혁.
‘딴 돈에 반만 먹기로 하긴 했지만…….’
미국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에 종혁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으나, 저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저들 중엔 분명 80퍼센트, 100퍼센트의 대출로 방만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 거지가 된 이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 더 많았다.
집뿐만 아니라 평생 모은 예금과 연금까지 빼앗긴 사람들. 저들이 외치는 건 내 일평생의 노력, 그 결과물을 다시 돌려 달라는 절규였다.
“쯧.”
“응? 왜 그래?”
“저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외진 곳으로 걸음을 옮긴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핸리 씨. 그 재단은 만들어졌나요?”
마이애미에서 헨리 스미스와 이야기를 나눈 복지 재단.
-재단은 이미 만들어진 상태고, 본사는 마이애미 중심가의 건물을 매입했습니다. 대표를 맡아 줄 사람과는 오늘 오후 3시에 최종 미팅을 하기로 했고요.
대표는 인권 운동 쪽에서 유명한 여성이었다.
직원들도 이미 다 고용한 상태다.
“역시 CIA.”
미치도록 빨랐다.
-하하하. 무슨 일이십니까?
“5억 달러를 추가로 낼게요.”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뉴욕에 지사 하나 내죠. 그리고 명함 하나만 파 주시고요.”
-명함?
“집과 희망을 잃은 뉴욕 시민들을 위해 아파트와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할까 싶어서요.”
그리고 전역 군인과 군인의 유가족들을 위해서도.
일단은 이렇게 시작해 경찰과 소방관까지 그 대상을 확대할 거다.
조금만 더, 이후 수확이 끝났을 때 돌려주려고 했는데 저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최. 미국을 대표해 감사하다는 말을 올립니다.
“뭘요. 친구잖아요.”
-2시간 안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혁은 멀리서 들려오는 시위대의 절규에 다시 담배를 물었다.
“후우우…… 코라 인베스트먼트가 진심인지 아닌지는 이걸로 확인이 되겠지.”
종혁은 부디 그들이 진심이기를 바랬다.
“만약 아니라면…….”
빠드득!
갈리는 이가 담배 필터를 물어뜯었다.
* * *
“정부는 내 돈을 돌려 내라!”
“돌려 내라! 돌려 내라!”
열어 놓은 차창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오는 외침들.
신호등 앞에 멈춰 선 에덤 크루거가 담배를 물며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잠시 응시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그의 눈동자가 이것저것 뒤섞인 감정들로 물든다.
빠앙! 빵!
“알았다. 간다, 가.”
부웅.
차를 출발시킨 에덤 크루거가 멈춘 곳은 월 스트리트 빌딩숲의 어느 지하주차장이었다.
띠잉! 지이잉.
엘리베이터에 내린 그는 홀덤 컴퍼니, 로자야 인베스트먼트, 코가 홀딩스 등 수많은 투자회사들의 편액이 걸린 복도를 걸어 코라 인베스트먼트의 문을 열어젖혔다.
약 40평 정도의 작은 사무실.
“금은 안전 자산이라 일단 사 두면 무조건 이득을 본다니까요.”
“지금 경제가 어수선하니 오히려 달러를 사는 게…….”
오늘도 정신없이 바쁜 사무실.
에덤 크루거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 오셨어요. 수고하셨어요.”
맞이해 주는 여직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그는 자신의 자리 의자에 코트를 걸치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은?”
“안에 계세요. 아, 대표님께서 찾으셨어요.”
“나를? 알았어.”
에덤 크루거는 안쪽에 있는 대표실로 향했다.
노크를 하자마자 문을 연 그.
중국계 장년인이 환한 미소로 그를 반겼다.
“왔어? 오늘은 얼마나 계약했어?”
기대가 가득한 물음에 대답 대신 들고 온 계약서를 소파에 던진 에덤 크루거는 대표실 한구석에 비치된 커피머신에서 따뜻한 커피를 따랐다.
“오! 6만 달러!”
2만 달러, 3만 달러, 1만 달러의 계약.
“수고했어!”
피식 웃은 그는 사장의 맞은편에 앉으며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재향군인회들은 좀 어때?”
해외 참전 경력이 있는 군인만이 가입할 수 있는 아메리칸 리전(American Legion)을 비롯한 재향군인회들.
“그 욕심 많은 놈들이라면 슬슬 지분 상승을 언급했을 것 같은데…….”
전역한 군인의 복지 및 사회 활동을 돕기 위해 존재하기에 잇속에 밝은 그들. 풍부한 예산이 곧 전역 군인들의 원활한 복지이기에 그들은 돈에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다.
아니, 고이면 썩는다는 말처럼 이젠 너무 많은 이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에덤 크루거는 냉소를 터트렸다.
“이 시기에 욕심을 부린다고요?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
아메리칸 리전처럼 영향력이 큰, 정확히는 자체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정도로 규모가 있는 재향군인회들 전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베팅을 했다가 단단히 물렸다는 건 월 스트리트의 청소부도 아는 이야기다.
“그게 전역 군인들과 전사자 유족들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다 같이 힘든 시기인데, 그것도 그런 죄를 저질렀는데 재향군인회가 전역 군인과 전사자 유족들에게 돌아갈 돈을 욕심낸다?
그땐 재향군인회의 뿌리부터 흔들리는 거다.
“그들은 2퍼센트로 만족해야 됩니다.”
임대 수익 중 코라 인베스트먼트가 가져가는 10퍼센트에서 나눠진 2퍼센트.
즉, 코라 인베스트먼트가 8이고, 재향군인회가 2를 먹는 거다.
그들에겐 그것도 감지덕지였다.
그 말에 대표의 입에 나른한 미소가 걸렸다.
“좋군. 그럼 지금까지 얼마나 모았지?”
“2천 4백만 달러 정도요.”
“쯧. 아직 멀었네. 이래서 언제 1억 달러를 모아?”
그들의 목표인 1억 달러.
이를 위해 지난 3년간 공을 들였는데, 앞으로 그 배는 더 걸릴 것 같다.
에덤 크루거는 실망하며 담배를 찾는 대표의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뭘 몰라도 많이 모르는 대표.
태생이 사냥꾼이 아니라서 그런다.
‘이제부터야.’
총 2436만 달러를 투자한 889명, 뉴욕시를 비롯한 뉴욕주에 있는 889명의 전역 군인 및 전사자 유족들.
이번 달 15일, 통장에 돈이 꽂힌 889명이 전령이 되어 소문을 퍼트릴 거다.
그럼 그때부터 작년에 굴린 눈덩이가, 겨울날 눈 덮인 산에서 굴린 눈덩이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할 거다.
“그럼 재향군인회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있을 리가요. 그들은 절대 계약을 깰 수 없으니 걱정 마세요.”
“흐흐. 믿을게.”
에덤 크루거는 탐욕스럽게 웃는 대표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앞으로 길어야 8개월.’
8개월이면 지난 3년의 고생도 끝이었다.
그의 목구멍으로 짙고 검은 커피가 넘어갔다.
* * *
다음 날, 아메리칸 리전.
여러 재향군인회 중 미국의 군사 정책, 특히 군 인사와 전역 군인 복지 정책 등에 자신들의 의견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단체로, 미국에선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있는 재향군인회였다.
그런 아메리칸 리전의 뉴욕시 총괄 지사가 아침부터 떠들썩하다.
“크흠. 다시 말해 봐. 어, 얼마라고?”
“저, 저희 총괄 지사에만 1차로 2억 달러를 투자하고 싶다고 합니다.”
뉴욕주 전체로 하면 무려 3억 달러다.
1차로 3억 달러.
2차, 3차까지 합하면 얼마나 큰 액수가 될지 모른다.
“오, 맙소사.”
뉴욕시에 분포된 아메리칸 리전의 지사들을 총괄 관리하는 자신들마저도 감히 쉽게 볼 수 없는 액수에 뉴욕시 총괄지사장인 덩치 큰 노인 헤밀턴 오하마의 검은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바닥을 드러낸 지금 상황에선 가뭄에 단비와 같은 구원이었다.
‘기빙이라…….’
아메리칸 리전의 정보망을 동원해 알아본 복지단체 기빙(giving). 단체명이 심플하다 못해 너무 노골적인 이곳의 설립 자금이 무려 15억 달러다.
대표는 그도 이름을 들어 본 인권운동가.
흑인, 백인 가리지 않고 이 미국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인물로 특정 인종이나 성별, 직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대변하다 보니 오히려 후원을 잘 받지 못했다.
지독히도 가난한 것도 있지만, 후원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며 도시와 도시, 주와 주를 이동할 때 자전거를 타는 고지식한 인물.
분명 이 인권운동가 뒤에 돈이 많으면서도 세상에 드러나기 싫은 독지가가 있는 거다.
‘그것도 CIA와 친분이 있는.’
설립 인가를 받을 때 CIA의 개입이 있었다고 했다. 그것도 랭리에 있는 본부의 개입이.
이 정도면 신분은 확실하다고 봐야 했다.
“CIA가 비자금을 세탁하려는 목적으로 설립한 게 아닌 이상 말이야.”
“지금 로비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알았어. 나가 봐. 음료도 종류별로 다 준비해 주고.”
“예!”
헤밀턴은 비서가 나가자 옷매무새를 가다듬었고, 곧 안경을 쓴 종혁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아메리칸 리전 뉴욕시 총괄지사장 헤밀턴 오하마 대령입니다. 정확히는 전 대령이죠.”
“하하. 아메리칸 리전은 직원을 비롯한 임원들까지도 모두 군인이라더니 그게 정말인가 보군요. 기빙 뉴욕지사 투자사업부의 치프인 최종혁입니다.”
헤밀턴이 눈을 빛낸다.
‘이렇게 어려 보이는데 한 부서의 치프라고?’
범상치 않은 능력을 지녔다는 증거다.
“크흠. 자리에 앉으시죠. 음료수는 어떤 걸로?”
“따뜻한 커피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 따뜻한 커피로 두 잔.”
“예, 지사장님.”
종혁은 헤밀턴이 권하는 자리에 앉았고, 이내 곧 커피가 나왔다.
“피차 서로 바쁜 사람들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종혁의 말에 헤밀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게 편합니다.”
“역시 군인 출신이시라 허례허식을 싫어하시는군요.”
“하하. 제 장점이자 단점이죠.”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들고 온 가방에서 투자 제의서를 꺼내어 내밀었고, 그것을 받아 살핀 헤밀턴은 살짝 놀랐다.
어디서 많이 본 사업 아이템.
종혁은 그런 기색을 눈치챘지만 모른 척 입을 열었다.
“보셨다시피 저희 투자사업부는 뉴욕에서 임대 사업을 벌일까 합니다.”
그 대상은 군인 및 전사 군인의 유가족.
“그러나 기존의 임대 사업과는 다른 종류입니다. 퇴역한 군인 및 전사한 군인의 유가족에게 투자를 받아 그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거니까요.”
“흐음. 그렇군요.”
“이번 사업은 요점은 이겁니다. 리스크의 최소화와 바로 아메리칸 리전의 참여.”
흠칫!
아메리칸 리전의 참여란 말에 헤밀턴의 눈동자가 종혁에게로 향했다.
“……일단 리스크의 최소화에 대한 부분부터 들을 수 있겠습니까?”
돈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이 냉랭해진다.
“당연하죠. 저희 기빙은 이번 사업에서 매매할 부동산의 투자금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를 부담할 예정입니다.”
“……그럼 자연스레 투자자가 될 저희 회원들의 수익이 적어지겠군요.”
투자한 만큼 수익을 받아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
투자자들 입장에서 투자금의 절반만 투자하면 되는 대신, 당연히 수익도 절반만 받아 가게 될 터였다.
리스크의 최소화라고는 했지만, 사실 공통 투자에 불과한 느낌이었다.
그에 헤밀턴의 미간이 좁혀지자 종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종혁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한 장의 서류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헤밀턴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맙소사…… 이게 가능한 겁니까?”
“헤밀턴 씨, 저흰 복지단체입니다.”
종혁이 여기서 수익을 볼 생각이 아예 없었다.
아니, 이는 사죄의 선물이기에 일정 수준의 마이너스도 감수하고 있었다.
“아…….”
복지단체. 그 단어가 이들의 이런 퍼 주기를 이해시키고 만다.
“그리고 확보한 건물의 지분 40퍼센트는 저희가 가져갈 거고, 10퍼센트는 아메리칸 리전에 양도할 생각입니다. 무상으로.”
벌떡!
헤밀턴이 경악하며 일어선다.
“어, 어째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수익금이야 양보할 수 있다고 치지만, 50%의 투자금을 내고 40%만 지분을 가져가겠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건물을 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매매가의 10%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닐 터였다.
종혁은 안경을 추켜세우며 복잡한 시선을 보냈다.
“음. 아메리칸 리전이라면 이미 저희 대표님 뒤에 누군가 계시다는 걸 알아차렸겠죠.”
“……변명하진 않겠습니다.”
“저희 기빙의 진짜 주인께서는 한국의 이민자 출신으로, 평소에 이 나라에 참 많은 빚을 졌다고 말하시는 분입니다. 그중 특히 미군에게 빚을 졌다고 하셨죠.”
미군이란 단어에 헤밀턴은 깨닫는 부분이 있었다.
“한국전쟁…….”
한국에선 6.25라고 말하는 참혹한 전쟁.
아름다운 강산이 있는 한국을 남과 북으로 가른 그 참혹한 전쟁.
“그때 이민을 오신 분인가 보군요.”
“그 부분은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아무튼 미국에 이런 마음의 부채를 가지고 계신 그분께서 얼마 전 말기 암을 선고받으셨습니다.”
“저런…… 빠른 쾌유를 빕니다. 그래서…….”
“예. 자신이 여태껏 이 미국에서 번 모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시고자 하는 겁니다. 이후 저희 투자사업부는 경찰과 소방관 등 시민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희생하는 이들에게까지 사업의 범위를 넓힐 예정입니다. 한국에서도 이 사업을 함께할 파트너를 선정해 놓은 상태고요.”
“으음…….”
“또한 이번 사업에서 받아들일 세입자는 주로 소외받는 이들이 될 겁니다.”
“소외받는?”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집과 예금, 그리고 직장과 연금을 잃어버린 사람들.”
“헛!”
“그들을 최우선 순위로 받아들일 예정입니다.”
“그, 그럼 월세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겠군요?”
“다 같이 어려운 시기에 군인과 경찰, 소방관들만 이런 지원을 받게 되면 분명 말이 나올 테니까요. 그런 흑색비난이 나오지 않도록 차단할 생각입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 그게 그분의 좌우명이십니다.”
“오, 하느님.”
천사다. 성인이다.
기빙의 진짜 주인은 하늘이 이 땅에 내린 성자였다.
종혁은 거의 넘어온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떻게…… 저희와 뜻을 함께하시겠습니까?”
종혁의 손을 보는 헤밀턴 오하마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