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48화 (44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48화>

종혁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음. 제가 설명을 잘못한 것 같은데…….”

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겠다는 듯한 엘먼 풀러 형사의 단호한 표정.

종혁은 케인 반장을 봤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케인 반장은 그들을 검시실로 데려갔다.

드르륵!

싸늘한 철제 서랍에서 나오는 소녀의 언니로 추정되는 여성.

머리끝까지 덮은 하얀 이불을 걷으니 처참해진 얼굴이 드러난다.

“음.”

엘먼 풀러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저희가 살인 사건이라고 한 이유는 바로 이 여성 때문입니다. 그때 형사님께서 데려가신 소녀의 언니로 추정되는 이 여성 때문에.”

종혁이 누군지 알지 않냐는 눈빛을 지으며 호소한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부모로서 딸의 시신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딸이 맞는지 아닌지도 확인을 해야 하고, 딸이 맞다면 지금쯤 엄청 찾고 있을 거다.

“저희도 부검을 해야 되고요.”

그래야 범인을 찾지 않겠는가.

“…….”

가만히 침묵을 하던 엘먼 풀러는 한숨을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연락을 하죠. 하지만 대신…….”

“이민국에 절대 연락하지 않겠습니다.”

케인 반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로서 밀입국자를 잡아야 하는 건 맞지만, 그도 사람이다. 이런 일까지 경찰의 잣대를 들이밀 순 없었다.

“내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찰칵!

엘먼 풀러는 여성의 사진을 찍은 후 돌아섰고, 종혁은 망자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다한 후 조심스럽게 안으로 집어넣고는 그 뒤를 따랐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엘먼 풀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자 종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그건 케인 반장도 마찬가지였다.

“동요가 적군요.”

“저 여성을 몇 번 못 본 것일 수도 있죠.”

어쩌면 아예 한 번도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엘먼 풀러의 행동은 이상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맡은 어떤 중요한 사건의 중요 참고인인 것 같죠?”

종혁의 말에 케인 반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정보원일 수도 있죠.”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반장님.”

케인 반장의 부하 직원이 다가온다.

“신원 미상의 시신의 두부 상흔에서 발견된 반고체 물질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케인 반장이 검사 결과를 받아 들자 종혁도 냉큼 그 옆에 섰다가 미간을 좁힌다.

“그리스?”

정비소에서 윤활유로 주로 쓰이는 그리스(grease).

“흠. 거기다 오염된 바닷물에 기름이라…….”

“아무래도 해안가 근처의 선착장이나 정비소 인근에서 변을 당한 것 같군요.”

“버려진 선착장이나 정비소, 폐차장, 공장 등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를 쓰는 모든 장소를 염두에 두어야 했다.

케인 반장은 핸드폰을 들었다.

“사흘 전부터 조류가 어느 방향이었는지, 그사이 바다로 나간 배가 있는지 확인해 봐.”

시신이 부패된 상태를 봤을 때 여성이 사망한 지 약 이틀에서 사흘 정도 된 걸로 추정된다.

바닷물에 부패되어 사망 시간을 정확히 추정하긴 어렵지만, 변을 당한 후 곧바로 바다에 버려졌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나흘 사이에 이민국이 누구와 어느 구역을 단속했는지도.”

부검을 하지 못해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질벽에 난 상처는 대략 나흘 전으로 추정 된다.

이 역시도 바닷물에 부패되어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물이 시신의 부패를 빠르게 하는 것을 비추어 보았을 때 길어도 나흘이 넘진 않았을 거다.

‘후우. 이럴 줄 알았다면 그 꼬마가 깨어나는 걸 확인하고 보낼걸…….’

그랬다면 언제 단속이 있었는지 확인했을지도 몰랐다.

“가시죠, 최.”

“그러시죠.”

둘은 조류의 흐름을 쫓아 움직이기로 했다.

* * *

쿠당탕!

“악!”

커다란 박스 안에 내동댕이쳐진 레냐가 아파하다 의아해한다. 언니랑 살던 곳이 아닌 방.

“어, 언니는?”

얼굴과 몸에 케첩을 엄청 뿌렸던 언니가 벌써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너무 재밌어서 레냐를 잊은 걸까?’

“언니?”

레냐를 내동댕이친 사내가 안으로 비릿하게 웃으며 쪼그려 앉는다.

“네 언니는 너 버리고 멀리 갔어.”

쿠궁!

레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몰랐어? 언니한테 넌 짐덩어리였는데?”

“아, 아니에요! 아니야! 아니야-!”

몸이 아픈 것보다 가슴이 더 아프다.

“크흐흐. 아니긴…….”

“일주일 후에 나갈 상품에게 뭘 그렇게 장난치고 있어? 나와.”

“아, 그게 다음 주야?”

“어. 저 꼬마 년이 도망치는 바람에 어그러졌던 거래를 일주일 후 다시 하기로 했어.”

“그 FBI 때문인가? 알았어.”

사내는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레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일 새아빠 만나면 행복해라. 아니, 여자로서 행복해질 수밖에 없나? 으하핫!”

끼이익! 쿵!

“……새아빠?”

무슨 말일까. 아빠랑 다른 아빠일까?

머리가 아팠다.

‘언니…… 얼른 와, 언니.’

“레냐가 잘못했으니까…… 이젠 아프다고 안 할 테니까…… 아무거나 잘 먹을 테니까……. 흑! 흐윽!”

레냐는 인형친구 소피아를 꼭 끌어안으며 그 작은 몸을 애처롭게 들썩였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레냐가 울다 지쳐 잠든 공간에 누군가 들어온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는 레냐.

“언니?”

“헛! 너, 넌 뭐니?”

“언니야? 언니! 언니, 레냐가 잘못……?”

아니다.

눈을 번쩍 떴던 레냐는 이쪽을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응시하는 여성들의 모습에 실망했다.

“레냐? 아, 그럼 설마…….”

“레냐를 알아요? 우리 언니 알아요?!”

순간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지는 여성들.

“엘리나 언니 친구들이에요? 우리 언니 어디갔는지 아세요? 언니가 정말 레냐 싫어해요? 그 나쁜 아저씨들이 레냐가 새아빠한테 간대요. 언니도 새아빠한테 갔어요?”

흠칫!

새아빠.

그녀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다가와 레냐를 꼭 끌어안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뭐가 미안한 걸까.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왜 이렇게 아픈 걸까.

왜인지 울고 싶어진 레냐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소리 내어 울면 맞으니까 눈물만 뚝뚝 흘렸다.

한참 동안 소리 없이 울던 레냐는 결국 지쳐 다시 잠이 들고 말았고, 이 컨테이너를 숙소로 쓰는 여성들은 그런 레냐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엘리 죽었다고 했지?”

“쉿. 들어.”

“…….”

침묵이 내려앉는 공간.

이 어린아이에게 언니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이 어린아이가 그걸 이해할 수나 있을까.

여성들의 표정이 우울하고 복잡해진다.

그 순간이었다.

벌컥!

문이 열리며 네 명의 사내가 들어온다.

“무, 무슨 일이에요?”

엘리나의 탈출 도모 이후 더 포악해진 사람들.

여성들의 몸이 절로 움츠린다.

“그 꼬마 깨워.”

“무슨 일인데요!”

“확! 뭐 물어봐야 하니까 깨우라고!”

사내의 윽박에 반사적으로 레냐의 앞으로 가로막으며 보호하는 여성들.

“됐어. 화내지 마.”

성을 내는 사내를 다독인 남성이 눈웃음을 짓는다.

“그냥 아빠 이름을 물어보려는 거니까 깨워 봐.”

“아…….”

그나마 자신들에게 잘해 주는 남성.

여성들은 슬그머니 레냐를 흔들었지만, 혼절하듯 잠든 레냐는 깨어날 생각을 안 했다.

“야, 됐어. 비켜.”

“흑?!”

“처맞기 전에 비켜라.”

성을 내던 사내의 주먹이 쥐어지자 여성들은 결국 비켜설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잠들어 있는 레냐의 곁으로 다가가 발목을 들췄다.

그러자 드러나는 이름이 새겨진 문신들.

“Dario D…… 그러면 다리오 도밍게즈겠네.”

딸인 엘리나 도밍게즈, 레냐 도밍게즈.

딸과 같은 성을 쓰는 게 아니라면 그녀들의 아버지 이름은 다리오 도밍게즈일 터였다.

눈웃음을 짓던 남성이 핸드폰을 든다.

“예. 이름 확인했습니다. 다리오, 다리오 도밍게즈입니다. 밀입국자들이 가족의 이름을 몸에 새기는 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요. 예,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남성은 여성들을 바라보며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허튼짓하다가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럼 잘 자라고, 아가씨들. 가자.”

그렇게 사내들이 나가며 문이 닫히자 여성들은 맥이 탁 풀리는 걸 느꼈다.

* * *

“후우.”

일단 조류의 흐름을 역으로 짚어 가며 폐업하거나 버려진 채 방치된 장소를 위주로 뒤져 본 종혁과 케인 반장은 마른세수를 했다.

“여기가 마지막이죠?”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혈액들.

누군가 침입해 어지럽힌 흔적은 있어도 시신의 상태를 보고 유추할 수 있는 형태의 혈흔 패턴은 발견하지 못했다.

피가 묻은 몇 개의 흉기 같은 걸 발견해 법의학수사국에 넘기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일 수 있겠군요. 아니면 바다로 끌고 갔든지.”

뭐든 바다에서 버려졌다.

시신이 발견될 당시의 5시간 전부터 밀물이었던지라 먼 바다에서 버려진 게 아니라면 시신이 거기까지 떠밀려 올 일은 없었다. 썰물 끄트머리에 끌려 나가서 다시 밀물에 의해 밀려왔을 확률도 높지만 말이다.

현재 케인 반장의 팀원들이 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신이 버려졌을 거라 추정되는 포인트를 검사 중이었다.

아직 그에 대한 관련 빅데이터, ‘시신이나 유기물이 바다에 유기됐을 때 조류의 흐름에 의해 시신이 얼마나 이동하는지에 대한 빅데이터’가 미흡해 포인트를 추정 못할 확률이 96퍼센트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런 걸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정말 한국으로 가져갈 것이 많다, 많아.’

“끄응.”

이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지난 나흘 동안 바다로 나간 배 중 이 조류의 흐름 위에 있던 배 모두에 혈액 반응 검사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 배의 숫자만 약 300여 대. 그중엔 돈이 많은 부자들이 타는 요트들도 다수 있었다.

여기에 현재 영업 중인 공장이나 선착장, 정비소, 폐차장까지 뒤져야 한다? 몇 백 곳이나?

담당 검사가 영장을 발급해 줄지조차 불분명했다.

꼬륵!

“하하.”

종혁은 배를 붙잡으며 어색하게 웃었고, 케인 반장은 피식 웃었다.

“일단 먹고 하죠. 근처에 제법 잘하는 타코 가게가 있습니다.”

그 후에 이민국이 단속을 벌인 장소와 인물을 뒤져 볼 예정이다.

“오, 저도 타코 잘하는 곳 아는데.”

대니 트레호의 배가 정박된 선착장 입구에 있던 타코 가게.

‘아, 그런데 그 선착장이 이 근처 아니었나?’

종혁은 작게 의아해하며 케인 반장의 차에 올라 그가 잘 아는 타코 맛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은 놀랍게도 대니 트레호와 함께 먹었던 그 타코 가게였다.

‘대니 트레호는…… 없는 것 같네.’

아무래도 어업 일을 나간 것 같다.

종혁은 땀 때문인지 가려워진 코를 긁으며 아쉬워했다.

‘있다면 물어봤을 텐데…….’

혹시라도 어업 일을 하던 중 바다에서 이상한 짓을 하는 배가 있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그럼 언제까지 마이애미에 있을 예정입니까?”

“글쎄요. 아마 길어도 닷새 정도겠죠.”

캘리 그레이스가 수사를 허락하긴 했지만, 그 이상 지체할 순 없을 거다. 뉴욕에도 사건은 넘쳐 나니까.

“왜 그러시죠?”

“……아닙니다.”

종혁은 의뭉스런 시선을 거두는 케인 반장의 모습에 씁쓸히 웃었다.

‘FBI가 이런 강간 살인에 매달리는 게 이상하다 생각하는 건가.’

경찰이 FBI를 어떻게 여기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종혁은 이게 좀 씁쓸했다.

‘FBI도 사람인데 말이야…….’

뜨거운 가슴이 있는 사람.

맡는 사건의 유형과 크기가 다를 뿐 FBI 역시도 피의자와 피해자에 분노할 줄 아는 존재였다.

종혁이 본 FBI는 그랬다.

지이잉!

“예. 마리오 케인…… 풀러 형사님. 알겠습니다. 뒷문을 비워 놓도록 하죠. 예, 한 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가죠.”

“그러죠.”

종혁은 다급히 타코를 입안에 구겨 넣으며 일어섰다.

* * *

“흐아아! 흐아아아악!”

피부가 새까맣게 탄 중년인이 시신을 붙잡고 절규한다.

‘엘리나’, 딸의 이름을 울부짖는 아버지.

종혁의 입에서 뜨거운 한숨이 흘러나오고, 케인 반장과 그의 팀원들은 잠시 고개를 돌린다.

그 어떤 위로를 건네도 저 슬픔과 공감해 위로를 할 수 없단 것에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이럴 때마다 참 무력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겨우 울음을 멈춘, 너무 지쳐 절규할 힘조차 없는 그를 달래 회의실로 데려온 종혁이 손수건을 건넨다.

“꼭 잡겠습니다.”

흠칫!

종혁의 입에서 흘러나온 능숙한 에스파냐어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다.

“…….”

다시 흘러내리는 눈물.

소리 없이 흐느끼던 중년인이 다시 진정을 하며 입을 연다.

“저흰…… 쿠바 사람입니다.”

모든 게 낙후된 쿠바.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쿠바.

그래서 목숨을 걸고 딸들과 바다를 건넜다.

기회의 땅 미국, 아메리칸드림의 미국.

성공은 못해도 최소한 딸들이 배고프진 않을 거라 여겼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케인 반장은 그가 다시 울려고 하자 얼른 입을 열었다.

“반장 마리오 케인입니다. 따님의 일에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그날의 일을 떠올리기 힘드시겠지만,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다리오 도밍게즈입니다. 엘리나는 코코넛 그로브 쪽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사우스 웨스트 코코넛 그로브.

남쪽, 조류와 반대 방향이다.

이렇게 되면 놈들이 피해자를 바다로 끌고 나갔다는 가설에 더 무게가 실린다.

‘도망치다 잠시 멈춘 여성의 정수리를 후려쳤겠지.’

아니면 그대로 납치해 차와 같은 이동 수단 안에서 폭행을 통해 무력화시켰을 수도 있다.

뭐든 사우스 웨스트 코코넛 그로브 쪽을 뒤져 봐야 했다. 운이 좋아 CCTV나 블랙박스에 찍혔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셨군요. 혹시 그렇게 도주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쪽에 엘리나 양의 직장이나 아는 지인, 혹은 자주 가는 곳이 있다거나 말이죠.”

다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땐 도망치는 것에 바빠서……. 그래도 약속 장소는 있었습니다.”

만약 이민국의 단속에서 도망을 치다 흩어지게 된다면 모이기로 한 장소.

“샬로트 제인 메모리얼 파크입니다.”

샬로트 제인 메모리얼 파크도 마이애미의 남서쪽에 위치한 묘지. 사우스 웨스트 코코넛 그로브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이다.

종혁과 케인 반장이 서로 눈을 마주친다.

피해자 엘리나는 사우스 웨스트 코코넛 그로브로 향하거나 그곳에서 이민국을 따돌렸다 판단하고 샬로트 제인 메모리얼 파크 쪽으로 가다가 변을 당했을 수 있다.

“그때 시각이 언제쯤인지 기억나십니까?”

“아마…… 저녁 10시쯤이었을 겁니다.”

“힘든 기억이셨을 텐데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엘리나 양께서 괴한들에게 험한 일을 당하신 것 같습니다. 여성에겐 험한 일을…….”

“아…… 크흑!”

“그래서 놈들을 잡으려면 부검을 해야 됩니다. 이 부분을 동의해 주시겠습니까?”

다리오가 당황하며 엘먼 풀러를 바라보자, 엘먼 풀러가 케인 반장을 향해 물었다.

“정액 같은 건 다 오염됐을 텐데 도움이 되겠습니까?”

“사소한 단서라도 찾아봐야죠.”

그래야 범인을 잡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흠.”

제법 심각하게 고민한 엘먼 풀러는 다리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다리오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부검이 모두 끝나면 저희가 장례 절차도 밟아 드리겠습니다. 이건 제 연락처니 그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힘이 빠진 다리오를 부축한 엘먼 풀러는 왔던 길인 뒷문 계단을 향해 떠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종혁은 코가 가려워 오자 눈빛을 서늘하게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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