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47화 (447/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47화>

마이애미 데이드 경찰국, 통칭 MDPD(Miami-Dade Police Department).

한국으로 치면 마이애미의 군청 소재지라고 할 수 있는, 무려 서울의 10배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하는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의 치안을 담당하는 미국 남동부에서 가장 큰 경찰청.

그 앞에 선 종혁이 캘리 그레이스에게 전화를 건다.

마이애미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시신이 발견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탓에 밀입국자로 의심이 되어 시신이 임시로 이쪽에 인계되었기 때문이다.

“예, 보스.”

-그쪽 FBI와 MDPD에 협조는 구해 놨어.

휴가를 떠나오기 전 반말을 한 이후로 계속 반말을 하게 된 캘리 그레이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관뿐이야.

“괜찮습니다. 저도 확인만 하려는 것뿐이니까요.”

정말 차에 치일 뻔했다가 구한 소녀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만 말이다.

-하지만 최의 예상대로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나 지금 하고 있는 예상이 맞는다면 캘리 그레이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아. 일단 시신부터 확인하고 연락해.

“하하. 갈 때 선물 사 갈게요, 보스.”

-쿠바 샌드위치로.

멕시코인들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쿠바인들.

마이애미를 비롯한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 밀입국자가 생겼다 하면 10 중 7, 8은 이 쿠바인이라고 보면 된다.

멕시코인이 멕시코만의 바다를 넘기엔 멕시코만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멕시코 밀입국자들은 시카고나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이 네 곳의 주로 향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쿠바 샌드위치로 사 갈게요.”

-확인하고 연락해.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MDPD의 법의학수사국으로 향했다.

“FBI의 최종혁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방문객의 출입 기록을 남겨야 하는 카운터 같은 곳으로 향하니 앉아 있던 경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렇지 않아도 반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출입기록을 작성한 종혁은 경찰의 말에 따라 안쪽으로 쭉 들어가 반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FBI의 최종혁입니다.”

“아, 왔군요. 법의학수사국의 반장 마리오 케인입니다.”

“그 드라마가 반장님을 모티브로 했나 보네요.”

호리호리한 체격의 금발 중년 미남.

정말 드라마 ‘CSI: 마이애미’ 속 케인 반장을 보는 것 같다. 농담 같은 칭찬에 옅은 미소를 짓는 것까지도 말이다.

“오늘 떠밀려 온 시신을 확인하고 싶다고요.”

“제 생각이 맞다면 단서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쪽으로 오시죠.”

둘은 검시실로 향했다.

“아, 케인.”

늙은 흑인 남성이 케인 반장을 반긴다.

종혁은 금속 테이블 위에 하얀 천을 덮고 누워 있는 어린 소녀를 향해 예의를 다해 고개를 숙인다.

이제 고작 18살이나 됐을까.

꾸그극!

대체 누구에게 얻어맞은 건지 만신창이가 된 소녀의 얼굴에 종혁의 주먹이 부서져라 쥐어진다.

“……어때?”

“일단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개복을 하진 못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말하자면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았어. 체구가 큰 남성 혹은 남성들에게 주먹과 발로 맞은 것 같아.”

확!

하얀 천을 걷으니 더 끔찍한 참상이 종혁의 눈을 파고든다.

여리여리한 체구의 몸에 가득한 피멍들.

눈앞이 아찔해진다.

“맞아…… 죽었다는 겁니까?”

흑인 남성은 케인을 봤고,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망에 이르게 한 건 여기 두개골의 상흔 같아요.”

“둔기 같은 걸로 맞았군요.”

검시관이 정수리 쪽에 난 상처를 누르니 그 주변의 살까지 뼈 갈리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움푹 들어간다.

덩치가 크고 완력이 센 사람이 쇠파이프 같은 걸로 전력을 다해 내리쳤거나 그만큼 무거운 것이 머리를 강타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뇌를 보호하기 위해 충격 흡수에 특화 된 두개골이 이렇게까지 박살 날 수가 없다.

“맞아요. 이 타격이 단숨에 사망에 이르게 했을 거예요. 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검시관이 케인 반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죽기 직전 혹은 후에 강간을 당한 것 같아. 질에 상처가 있어.”

까득!

악물리며 섬뜩한 소리를 내는 종혁의 이.

뜨거운 콧김을 뱉어 낸 종혁은 소녀의 왼쪽 손목으로 향했다.

“……하, 씨발.”

검시실을 울리는 살벌한 욕설.

“찾는 게 맞습니까?”

“맞는 것…… 같네요.”

똑같다. 차에 치일 뻔한 여자아이의 발목에 새겨진 이름과 이 소녀의 손목에 새겨진 이름이.

비전문가, 마치 부모가 직접 새긴 듯 삐뚤빼뚤한 필적도 굉장히 흡사하다.

그리고…….

Dario D, Lizy D, Elyna D, lenya D.

D. 성을 나타내는 이 특징이 똑같다.

“리즈, 엘리나, 레냐. 이 셋 중 하나가 이 소녀의 이름이겠군요.”

진중한 표정으로 말하는 케인 반장. Dario는 누가 봐도 남자 이름이니 제외한다면 셋 중 하나가 분명할 터였다.

종혁은 품 안의 담배를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아마 리즈와 엘리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차에 치일 뻔했던 여자아이가 이 소녀의 동생일 테니 막내는 아닐 터. 이름이 나열된 순서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추리다.

케인 반장과 검시관의 눈이 종혁에게로 향한다. 그러나 머리에 열이 오른 종혁은 그게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내가 호랑이 아가리에 그 아이를 집어넣은 건가?’

아닐 거다. 아니어야 했다.

이민국 단속에 도망을 쳤다고 하니 그때 불가피하게 헤어졌다가 인간 같지도 않은 개새끼들에게 이럼 끔찍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

종혁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코가 미친 듯 가려웠다.

“최?”

“아.”

종혁은 이틀 전 있었던 일을 설명했고, 케인 반장을 눈을 빛냈다.

“그 경찰의 이름은요?”

‘……하, 씨발.’

종혁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모릅니다.”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할 줄이야. 경찰이라고 너무 믿었던 것 같다.

종혁은 자신의 부주의함에 이를 갈았다.

“하지만 배지 번호는 기억합니다. 마이애미 경찰청 소속이라는 것도.”

마이애미의 치안만을 담당하는 마이애미 경찰청.

다행히 이건 기억한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번호가 어떻게 됩니까?”

종혁은 배지 번호를 말했고, 케인 반장은 핸드폰을 들었다.

“배지 번호 조회 좀 해 줘. 마이애미 경찰청 소속이고, 번호는…….”

-엘먼 풀러로 나옵니다, 반장님. 계급은 Detective로 나오고요.

“엘먼 풀러…….”

종혁은 케인 반장의 의미심장한 모습에 덜컥 불길해졌다.

“아는 사람입니까?”

“들어 본 이름 같군요.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관할 구역이 다르다지만, 여차하면 마이애미의 일도 개입을 하는 게 MDPD다. 경찰로선 썩 안 좋았던 일이었던 것 같다.

그 말에 종혁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아, 밀입국자를 보호하다가 징계를 받은 이력이 몇 번 있습니다.

“……그래서였군. 맞아. 이제 기억나.”

지옥과 천국을 오간다는 게 이런 걸까.

종혁은 작은 원망을 담아 케인을 노려봤다.

“알았어. 고마워.”

통화를 종료한 그는 마이애미 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엘먼 풀러를 보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지금 사건 현장에 나갔으니 몇 시간 걸릴 겁니다.

“알겠습니다. 오후 5시 안까지만 보내 주십시오.”

케인은 종혁을 봤다.

“어떡하겠습니까? 몇 시간 걸린다는군요.”

“……잠시 볼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페드로 인판테.

이 소녀도 중요하지만, 그를 만나는 것도 중요했다.

* * *

마이애미의 한 작은 건물 안.

페드로 에이전시라는 스포츠 에이전시의 회의실에 앉은 종혁이 회의실 내부를 둘러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출소 후 스포츠 에이전시를 차린 페드로 인판테.

‘좋은데?’

건물 크기만 작을 뿐, 건물 외부나 내부 인테리어에 꽤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역시 페드로 에이전시.”

“음?”

종혁은 혀를 내두르는 몽타주 전문가를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아, 최는 야구에 관심이 없으시나요?”

“아뇨, 좋아합니다.”

회귀 전에는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자주 야구장을 찾았을 만큼 좋아했다. 지금은 사건에 치이고, 돈을 버는 데 바쁘고, 결정적으로 놈들을 쫓는 데 바빠서 이전처럼 챙겨 보진 못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 채널을 돌리다 야구 경기가 나오면 되도록 끝까지 시청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스포츠 에이전시까지 관심이 없을 뿐이죠.”

“아, 그럼 모를 만도 하겠네요. 페드로 에이전시는 저희 말린스 팬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한 에이전시거든요.”

“그렇습니까?”

마이애미 말린스. 마이애미를 연고로 둔 야구팀이다.

종혁은 눈을 빛냈다.

“그럼요! 더블 에이부터 말린스까지, 소속된 쿠바 산 선수들 가운데 무려 2퍼센트가 이 페드로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어서 대단히 유명하죠!”

‘아니, 그 정도면 몰라야 되는 건데…….’

메이저리그 팀인 마이애미 말린스만이라면 모르지만, 그 이하 리그의 선수까지 합해 2퍼센트면 그저 그런, 소규모 에이전시라고 할 수 있다.

‘역시 미국. 한 번 파면 끝까지 파는구나.’

“그중 최고는 엔리케 곤잘레스! 작년에 말린스에 데뷔하자마자 홈런을 무려 네 방이나 때린 최고의 포수죠!”

‘누구야, 그건?’

“그런 곤잘레스를 단돈 2만 달러에 데려온 게 바로 여기 페드로 에이전시거든요!”

“……2만 달러요?”

“돈이 급한 곤잘레스를 위해 2만 달러의 에이전시 계약금을 투척했죠! 그런 곤잘레스가 지금은 연봉 60만 달러의 선수! 이 러브 스토리는 정말 유명해요!”

‘2만 달러? 겨우 에이전시 계약금으로? 돈이 어디서 난 거지?’

대니 트레호처럼 8년 형을 받고 겨우 2년 전에 출소한 페드로 인판테.

‘전과자에게 돈을 빌려줄 은행이 있다고?’

그렇다면 답은 둘뿐이다.

페드로 인판테가 가르시아 패밀리 시절 돈을 꿍쳐 놨든지, 아니면 정말 능력이 있는 그에게 어떤 자선사업가가 투자를 했든지.

“하아.”

종혁은 계속 안 좋게 생각하려는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아무래도 아까 전 소녀의 일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것 같았다.

통통! 벌컥!

문이 열리며 사십대 초반의 히스패닉계 남성이 들어온다.

“반갑습니다. 페드로 에이전시의 사장, 페드로 인판테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듯 제법 중후한 멋을 뽐내는 페드로 인판테.

“며칠 전 연락드린 FBI의 최종혁입니다. 이쪽은 몽타주 전문가이고요.”

“스텐 리입니다. 스텐이라고 불러 주세요!”

“아, 예…… 죄송합니다. 곧바로 조사에 응하지 않은 건…….”

“쿠바로 출장을 가셨다고요. 사장이신데도 직접 출장을 가시나 봅니다.”

“선수를 제 눈으로 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이라…….”

“직원들에겐 피곤한 타입의 리더시네요.”

하지만 종혁 본인에겐 좋은 타입이다. 제 눈으로 본 것만 믿는다면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다는 뜻이니까.

“하하. 앉으시죠.”

종혁과 몽타주 전문가가 자리에 앉자 페드로 인판테가 운을 뗀다.

“대니에게 연락 받았습니다. 앤디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으시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케케묵은 이야기를 FBI가 왜…….”

“수사상 기밀 사항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요…… 아, 일단 제가 앤디를 알게, 아니 가르시아 패밀리에 들어가게 된 건 가르시아 패밀리가 구역을 모두 먹어 치운 이후입니다.”

멕시코와 쿠바 출신들이 어울려 살았던 작은 동네.

출신 나라가 다르니 참 많이 부딪쳤었다.

“전 당시 가르시아 패밀리와 적대하던 패밀리 소속이었죠.”

대니 트레호는 다른 조직 소속이었다.

“그래서 디에고 가르시아가 당신들을 쓴 거군요.”

앤디 가르시아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앤디에게 유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앤디 가르시아는 가르시아 패밀리의 브레인이었다.

“앤디가 디에고 가르시아에게 가장 먼저 쳐내자고 건의한 게 제가 있던 패밀리였습니다. 그다음이 대니의 패밀리였고요.”

패밀리의 보스가 자택에서 강도살인을 당하고, 최고 간부 중 두 명이 불의의 사고로 다쳤다는 걸 대체 어떻게 안 건지 불시에 기습해 온 가르시아 패밀리 때문에 페드로가 소속된 패밀리는 와해되고 말았다.

그렇게 가르시아 패밀리에 흡수된 이후 앤디 가르시아가 자신들을 치자고 건의했다는 걸 알게 됐다.

당연히 감정은 좋을 수 없었고, 그때 디에고 가르시아가 접근해 왔다.

“그렇게 앤디를 감시하게 됐지만…… 나중엔 폭주하는 디에고 가르시아가 더 싫어지더군요.”

이후 페드로 인판테가 말한 건 대니 트레호의 말과 거의 흡사했다.

“흠. 그렇습니까?”

종혁의 눈이 작은 실망으로 물들자 미간을 좁혔던 페드로 인판테는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어 손뼉을 쳤다.

“아, 그러고 보니 앤디가 만나던 그 사람이 가끔 은행에 들르더군요.”

“은행이요?”

슬슬 마무리하려고 준비하던 종혁의 눈이 번쩍 떠졌다.

‘맞아, 은행! 내가 왜 이걸 잊고 있었을까!’

당시엔 폰뱅킹도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다. 그건 미국이라고 해도 다를 게 없었다.

“어떤 은행인지 기억합니까? 은행에 들른 날짜는요?”

은행에서 송금한 날짜만 알아도 용의자를 확 줄일 수 있다.

종혁은 초조히 그를 응시했다.

“매달 25일입니다. 제 생일이 4월 25일이라서 이건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불끈 종혁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런데 은행은…… 음, 그때 수첩에 적어 두긴 했는데…… 이건 아무래도 창고를 뒤져 봐야 알 것 같군요.”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당연히 협조해 드려야죠. 그럼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예. 조금만 더 도와주십시오.”

종혁은 이후 몇 가지 질문과 몽타주들을 보여 주며 보강할 곳이 있는지 물었고, 다행히 몽타주를 조금 더 상세히 그릴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예. 수첩을 발견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전 바빠서 이만.”

종혁은 먼저 자리를 뜨는 페드로 인판테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맥, 스포츠 에이전시 사장은 돈을 많이 버나요?”

“음. 아마도요? 왜 그러시죠?”

“아뇨.”

‘흠. 진짜 많이 버나 보네.’

페드로 인판테가 손목에 찬 시계는 분명 바쉐린 콘스탄틴이었다. 그것도 최소 1억이 넘는 한정판 모델. 생활 기스가 거의 나지 않은 걸 보면 최근에 구매한 게 분명했다.

거기다 슈트도 아르마니의 리미티드 에디션 라인, 아니 몸에 걸친 모든 게 한정판이었다. 손가락에 낀 반지까지 말이다.

‘스포츠 에이전시나 하나 인수해 볼까?’

소소한 용돈벌이는 될 것 같았다.

“아, 수고했습니다. 이건 가실 때 차비에 보태세요.”

“휴우. 또 주신다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종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페드로 에이전시를 나섰다.

지이잉!

“예, 케인 반장님. 아, 지금 그 형사가 오고 있다고요?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종혁은 재빨리 MDPD로 향했다.

한편 페드로 에이전시의 사장실.

“응, 대니. 지금 갔어. 네 말대로 앤디에 대한 것만 묻더라고. 별 의심을 하진 않는 것 같고. 응. 물건? 잠깐만?”

재킷 안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낸 페드로 인판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18일이야. 12명. 접선 장소는 이번에도 같은 포인트. 그중 한 명은 내 소중한 선수니까 남자는 절대 건드리지 마. 그래. 늦지 말라고.”

시거를 내려놓은 페드로 인판테는 연기를 뿜으며 나른하게 웃었다.

* * *

갑작스런 MDPD의 호출에 얼굴을 구기며 법의학수사국으로 들어서던 엘먼 풀러 형사가 종혁을 발견하곤 흠칫 놀란다.

“요원님께서 여긴 왜…….”

“저번에 데려가신 소녀 때문에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말입니다. 혹시 그 소녀에게 형제가 있습니까?”

“형제요?”

데루르르.

누가 봐도 당황한 얼굴.

종혁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그의 눈에 의아해했다.

“아, 예. 있습니다. 자매가 있습니다.”

“……그래요?”

‘혹시 정말로…….’

자신의 가설이 맞는 걸까. 이민국의 단속에 의해 헤어졌다가 나쁜 놈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그런 가설이.

“혹시 그 소녀의 아버지를 만나 볼 수 있겠습니까? 확인해야 될 게 있습니다. 형사님과 그분의 사정은 알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살인 사건 때문입니다.”

살인 사건이란 말에 다시 흔들린 엘먼 풀러의 눈이 곧 단호해진다.

“아니요. 미안한데 그건 어렵겠습니다.”

‘어렵다고? 살인 사건인데?’

다른 사건도 아닌 살인 사건을 외면한다? 그것도 베테랑 형사가?

종혁은 의아해하며 엘먼 풀러 형사를 응시했다.

그건 케인 반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있는 회의실에 불쾌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