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35화 (435/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35화>

101. 목소리

“빨리빨리 움직여!”

“여기 마약 발견했습니다!”

“장부 발견했습니다!”

사건 현장을 수색 및 수습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보셀리 피에트로의 저택.

마피아 두목의 저택이기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FBI SWAT과 DEA의 은밀한 침투 및 제압 작전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제압된 보셀리 피에트로의 친위대와 보셀리 피에트로가 끌려가는 것을 바라보던 종혁이 담배를 문다.

“후우.”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발신자를 확인한 종혁은 냉큼 전화를 받았다.

“예, 헨리.”

헨리 스미스, CIA 동아시아 담당.

-축하드립니다, 최.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요?”

-덕분에 많은 수의 실업자들이 구제받았고, 뉴욕을 괴롭히던 마피아 중 하나가 괴멸됐잖습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뉴욕의 밤을 지배하던 다른 마피아들도 현재 흔들리는 상태다.

보셀리 피에트로가 왜 건설 회사와 클럽, 콜걸 조직을 세웠겠는가. 만만하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마피아들도 마찬가지다.

죄다 건설 회사나 클럽 하나씩, 콜걸 및 성매매 조직은 대여섯 개씩 가진 마피아들.

파라다이스 클럽과 WRM건설의 약진은 그들에게 제법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FBI와 NYPD가 콜걸 조직과 길거리 성매매 조직을 조졌다.

마피아들은 밑바닥부터 흔들리는 중이었다.

“그거 좋은 소식이네요.”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이겠죠.

종혁은 동의를 했다.

스트립쇼 클럽, 불법적인 행위가 들어간 주류 유통 등 어두운 쪽으로 돈을 벌 궁리를 하면 정말 무궁무진한 게 뒷세계다.

보셀리 피에트로는 이들과 달리 겉으로 드러난 사업체의 규모가 워낙 컸기에 발목이 잡힌 거다.

‘물론 이놈이 어두운 쪽에서만 살았다면 이미 예전에 따 버렸을 테지만…….’

-그래도 이 기생충들을 어떻게 낚아야 하는지 한 수 배웠습니다. 이로써 상부에 건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종혁이 낸 성과라는 뚜렷한 증거가 있음에도 한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라며 외면했던 CIA.

그런데 종혁이 미국에서도 성공을 했다.

아마 전담팀이 꾸려질지도 몰랐다.

“아, 그런 의미로 고맙다고 한 거군요?”

-미국이 이번에도 빚을 졌습니다.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헨리는 본인이 해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종혁의 모습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 나고, 있는 인원도 감축시키는 게 현재 미국의 상황이다. 그런데 종혁은 대규모 투자로 기업을 무려 4개나 살려 냈다.

그리고 제이미 골더들이 흡수할 보셀리 피에트로의 사업체들과 거기서 발생할 일자리 창출을 합하면 대체 몇 천, 몇 만 명이 이 어려운 경제 속에서 구원을 받는지 모른다.

정부도, 정치인도, 기업가들도 해내지 못한 걸 종혁이 해낸 거였다.

이건 결코 폄하될 일이 아니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깨어 계셨을 텐데 한숨 푹 주무세요.”

-하하. 들켰나요? 알겠습니다. 언제든 필요한 게 있으면 제게 연락 주십시오.

“예.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다 피운 담배를 끄며 보셀리 피에트로의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꿈을 좇아 상경한 소녀를 짓밟고 유린하며 모은 돈으로, 지독히도 힘든 현실이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주사기를 꽂으며 모은 돈으로 대체 얼마나 거대한 부를 이뤘는지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야아……. 징글징글하게 모았네. 씹새끼.”

종혁 본인의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거실 중앙에 놓인 소파만 한화로 2억이 넘는 거다. 거기다 벽에 걸린 그림이나 사진들은 가격대가 최소 5천만 원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

“최.”

종혁이 어이없어하던 그때, DEA의 앤드류 깁슨이 묘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다가왔다.

‘정말 신이 축복을 하는 건가.’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질 수 있게, 그것도 이쪽에게 유리하게 될 수 있을까.

앤드류 깁슨은 아무래도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종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건 판타지에서나 가능한 일이기에 머릿속에서 의혹을 지워 버렸다.

“무슨 일이시죠?”

“아.”

정신을 차린 앤드류 깁슨은 피식 웃었다.

“이번에도 또 움직일 건가?”

뉴욕에서 활동하던 마그마 록은 박살 났지만, 마그마 록에 마약을 공급하던 멕시코 조직이 남아 있는 한 언제든 뉴욕에 마그마 록 같은 조직이 또 생겨날 수 있었다.

공급책까지 모두 검거해서 마약 유통망 자체를 무너트릴 필요가 있었다.

“됐습니다. 마피아 소탕은 DEA가 알아서 잘해 주십시오. 하지만…….”

종혁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정치, 기업은 FBI 소관입니다.”

시장을 비롯해 돈과 마약, 여자를 제공받는 대가로 보셀리 피에트로를 비호했던 정치인, 기업가, 대학 교수,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의 개새끼들.

시장부터 차례로 소환될 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DEA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 우린 언제나 환영이니까.”

DEA 내부에서 추정하길 보셀리 피에트로를 감시하기 위해 종혁이 쓴 돈만 백만 달러가 넘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돈을 팍팍 쓰는 것도 모자라, 현재 전 세계 수사기관에서 차용한 수사기법을 창시한 사람이 부하로 온다?

대통령이 타는 방탄 리무진을 구해서라도 영접할 수 있었다.

“글쎄요. 순번이 될라나 모르겠네요.”

“하핫. 그럼 다음에 보자고.”

종혁은 멀어지는 그를 응시하다 다시 저택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두 번째 거실의 벽난로 앞에 선 종혁은 벽난로 위에 올려진 액자들을 발견하곤 입술을 비틀었다.

“이런 새끼들은 왜 이렇게 자기 인맥을 자랑하지 못해서 안달인지……. 얼씨구? 시장이랑 술집에서 찍은 사진도 있네?”

이 사진 한 장만 언론에 던져 줘도 시장의 정치 인생이 흔들릴 거다. 어차피 나가리는 확정이지만 말이다.

“지랄 났다, 지랄 났…… 응?”

종혁의 시선이 한 액자에 고정된다.

여름의 뉴욕인지 아니면 더운 지방에서 찍은 건지 몰라도, 야자수 아래에서 반팔 차림을 한 채 웃는 낯으로 히스패닉계의 오십대 남성과 악수를 하는 보셀리 피에트로의 사진.

그러나 종혁의 시선을 붙든 건 그들이 악수하는 모습이 아니다.

히스패닉계 남성의 뒤에 선 동양인.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 동양인의 손에, 그것에 끼워진 반지와 손목에 새겨진 문신이 종혁의 시선을 붙들었던 거다.

알이 굵고 큰 검은 보석이 달린 금반지와 놈들 조직의 문양.

“……씨발?”

종혁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 * *

“건배!”

해가 저문 저녁, 맥주병들이 부딪친다.

뉴욕의 해충이었던 마그마 록의 일망타진.

그 조직원의 숫자만 200명이 넘어가던 대형 마피아.

마그마 록과 연관된 사람들을 소환해 관계 조사를 하려면 이제부터가 시작이긴 하지만, 오늘 하루쯤은 정시 퇴근을 해도 됐다.

FBI 뉴욕 지국 근처의 펍, 종혁은 안주 없이 맥주를 즐기는 동료들을 천천히 응시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면서도 꼭 한 손엔 맥주병이나 술이 담긴 잔을 들고 다니는 게 미국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약을 경계하는 거지.’

한국에서는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데이트 마약, 소위 물뽕은 이들 미국인에게 있어 일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남자건 여자건. 경찰이건 FBI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물뽕.

그래서 이들은 무조건 자신의 술을 들고 다닌다.

‘뭐 저렇게 조심해도 당하는 이들이 한 해에 몇 만, 몇 십만 명이지.’

“최.”

“보스.”

“어때, 술은 좀 입에 맞나요?”

“제가 보스에게 물어야 할 말 같은데요.”

굉장히 세련되고 강인한 이미지라 이런 펍이 어울리지 않는 그녀.

“아하핫. 그건 최도 마찬가지지 않아요?”

“전 아무거나 잘 먹어서요.”

회귀 전, 사건 현장에 지원을 나갔다가 위장의 3분의 2를 도려낸 이후 음식에 한이 맺혔던 종혁.

‘아, 그러고 보니까 원숭이 새끼 지금 뭐하지?’

종혁의 위장을 드러내게 만든 범인이자 빈집털이범 박상철. 원래라면 강도 살인을 저지를 놈이지만, 종혁에 의해 조기에 체포되며 역사가 바뀌게 됐다.

‘뭔 업체에 취직했다고는 했는데…….’

생각난 김에 전화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처벌을 받은 범죄자도 감시를 하는 게 경찰의 업무.

“고마워요.”

“예?”

“덕분에 크리스마스 보너스가 두둑해 질 거예요. 물론 최에겐 코딱지보다 작은 액수일 테지만.”

“하하핫!”

캘리 그레이스는 종혁처럼 바에 등을 기대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엔 어떡할 건가요?”

종혁의 인사 기록에 의하면 종혁은 매번 대형 사건을 끝내면 꽤 오랜 시간 휴가를 갔었다.

“아, 맞아. 안 그래도 휴가 때문에 말하려고 했습…….”

-태안…… 정유 유출 사고…….

“응?”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종혁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맘때 한국에 닥쳤던 끔찍한 인재(人災).

‘빌어먹을! 분명 경고했는데!’

삼전그룹뿐만 아니라 삼전중공업의 대주주가 된 권&박 홀딩스를 통해 안전 사고에 대해 조심해 달라 한 달에도 몇 번씩 경고를 했었다.

그것도 모자라 사고를 막을 인력을 태안에 투입했음에도 결국 사고가 터져 버렸다.

종혁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맙소사.”

“끔찍하네.”

술렁이는 펍에 캘리 그레이스도 어쩔 줄 몰라 한다.

“저, 저기 최의 나라 아닌가요?”

“후우. 아무래도 한국에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녀오세요. 최가 자리에 없다고 해도 최의 공훈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펍을 나선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권 이사! 예, 접니다. 지금 당장 태안으로 달려가 기름이 번지는 것부터 막으세요! 예, 당대표님! 저 종혁입니다!”

일단 저지선부터 확실하게 구축을 해야 됐다.

* * *

끼룩! 끼룩!

그저 맡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해지는 지독한 기름 냄새.

눈앞에 펼쳐진 검은 세상에 권아영이 망연자실한다.

죽음의 땅이다.

저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조차 내려앉지 못하는 죽음의 땅.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뭘 어떡해야 이 풍요의 땅에 내려앉은 죽음을 거둘 수 있을까.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현몽준 당대표, 박노형 대통령, 박명후 대통령 후보를 움직여 저지선 구축을 완벽하게 해낸 종혁.

그녀가 한 일이라고는 저지선 구축에 필요한 물품과 2차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한 물품을 구해서 정부에 전달한 것뿐이다.

그로 인해 다행히 저지선 구축과 2차 유출은 완벽하게 틀어막았지만…….

“아이고!”

“이걸 우짠디유! 야?! 우째에-!”

“아이고, 어무이!”

까득!

“미치겠네.”

돈이 많으면 뭐할까.

인맥이 넘치면 뭐할까.

이 끔찍한 재앙 앞에선 그녀도 자연의 티끌인 사람일 뿐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분노가 전신을 짓누름에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물다 내려놓는다.

그리고 핸드폰을 든다.

“나야. 지금부터 삼전과 허베이 스피릿호의 주인을 공격할 팀을 꾸리도록 해. 자금은 무제한. 끊어.”

이번 사태의 주범인 삼전그룹의 삼전중공업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를 소유한 홍콩 회사.

“대응을 잘해야 될 거예요, 회장님들. 안 그러면 내가 빡칠 것 같거든.”

그땐 누가 말린다고 해도 이 세상에서 두 회사를 지워 버릴 거다.

‘삼전중공업은 군더더기만 예쁘게 썰어 현몽준 당대표에게 선물로 줘도 되겠지.’

정치 행보를 보면 충분히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대현중공업의 소유주 현몽준 당대표.

하지만 이건 나중의 일이다.

“아이고오!”

심장을 쥐어짜는 절규에 권아영의 무릎이 후들거린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것도…….

그저 주저앉아 통곡하는 사람들의 옆에 서서 말없이 위로만 건넬 뿐.

뚜욱!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훌쩍. 고맙구먼유.”

이젠 울 기력도 없어 그저 망연자실 바다만 보는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나 다가온 칠십대 이장의 말에 권아영은 씁쓸히 웃었다.

“아니…… 에요.”

“아닌 게 아니구만유.”

사건이 터지자마자 서울에서 달려온 이 세련된 아가씨가 사원들끼리 십시일반 모았다고 위로금을 전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바다와 뻘에 목숨줄 놓는 사람이 여럿 생겼을 거다.

권아영은 그걸 막은 거다. 사람 목숨을 구한 거였다.

거기다 하루 동안 마을에서 먹고 자며 마을 주민을 다독이려 애썼다.

자신들 마을뿐만이 아니었다. 피해를 당한 태안의 모든 마을에 이 아가씨의 직원들이 파견되었다. 허무히 날아갈 생목숨을 몇이나 구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찌 이장으로서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제가 한 게 있을까요. 그보다 앞으로 어떡하실 건가요?”

이제 죽어 버린 바다고, 뻘이다.

50년 안에 살아난다고 해도 기적이라 불릴 거다.

그러니 산 사람은 살아야 했다.

“원하신다면 저희 회사에서 지원을…….”

“괘, 괜찮구만유!”

안 그래도 많은 걸 받았는데 그런 폐까지 끼칠 순 없다.

“일평생 뻘이나 주워 먹고 살던 놈들이 다른 곳에 가서 뭘 하겠슈. 우리 동네 고향이니 어떻게든 살리려 노력해 봐야쥬.”

부모님, 자식, 친구, 이웃이 묻힌 이 고향땅을 어찌 떠날 수 있을까.

“그러면…… 그러면…….”

자신들의 정성에 하늘이 감동을 해 주면 기적적으로 바다가 살아날지 모른다.

그런 일말의 희망을 품고 견디고 이겨 내야 했다.

하지만…….

“어흑! 끄으윽! 어쩐디야! 진짜 어쩐댜-!”

그렇다고 한들 바다가 살아날까.

자신이 죽고, 아들이 죽고, 손자가 살다 죽어도 바다가 살아날까.

결국 이장이 울음을 터트리자 울 기력도 없는 사람들이 다시 울음을 터트린다.

왜 하필 자신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대체 하늘에 뭘 밉보였기에 이런 재앙이 닥친 걸까.

지독한 설움이 그들의 오장육부를 새까맣게 태워 갔다.

그 순간이었다.

“권 이사님.”

“응?”

바람결에 날아온 목소리에 권아영이 귀를 의심한다.

아닐 거다.

지금쯤 미국에 있어야 할 종혁이, FBI에서 연수를 받고 있을 종혁이 어찌 여기에 올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척! 척! 척!

대지를 울리는 발소리.

“……!”

고개를 돌린 권아영은 곧 모습을 드러내는 종혁에,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수만 명의 사람들의 모습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수고했습니다. 앞으론 제게 맡기세요.”

‘보스-!’

어깨를 두드리는 따뜻한 손에 그녀는 끝내 참고 참았던 설움을 터트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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