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34화 (434/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34화>

태양이 작렬하는 나라, 멕시코의 어느 숲.

무장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어느 커다란 창고 앞에서 사십대 후반의 몸매 좋은 이탈리아 남성과 오십대의 멕시코 남성이 손을 맞잡는다.

“두 달 뒤에 봅시다.”

악수를 하고 돌아선 이탈리아 남성은 컨테이너가 실린 덤프트럭을 두드렸다.

“출발!”

삐! 삐이! 부르릉!

그들은 항구로 향했다.

쏴아! 쏴!

바다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화물선 위.

갑판 위에선 이탈리아 남성이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며 시거를 문다.

‘우리보고 유통까지 맡으라고?’

유통이란 뉴욕 내에 위치한 다른 패밀리들에게 마약을 나눠 주라는 것. 원래 이 유통을 담당하던 패밀리에, 아니 뉴욕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만 담당하는 자신에게 이런 명령이 하달될 일이 없다.

‘가 봐야겠군.’

“보스.”

뒤를 힐끗 본 남성은 사내들이 들고 있는 커다란 부표와 그것에 달린 커다란 덩어리에 눈빛을 가라앉혔다.

“운반조한테 잠시 대기하라는 메시지를 남겨 둬. 아무래도 뉴욕에 하루라도 빨리 가 봐야 할 것 같으니까.”

원래라면 이대로 배를 타고 뉴욕항까지 가야 하는 그, 피에트로 선박의 진짜 주인이자 미켈레 패밀리의 보스 미켈레.

하지만 아무래도 마이애미에 잠시 정박을 해야 할 것 같다.

‘만약 내 이 불길한 생각이 맞다면, 내가 없는 사이 정말 뉴욕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라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미켈레는 부표에 빨간 라커로 ‘운반 대기’라는 글자를 쓰던 사십대 후반의 사내 마르코를 응시했다.

그들 패밀리의 굴러온 돌인 마르코.

저 밑바닥 조직원에서 시작한 놈이 10년도 채 되지 않아 제 위에 있는 간부들을 잡아먹고, 미켈레 자신의 오른팔이 되어 이렇게 마약을 거래 하는 현장까지 따라오게 됐다.

‘너무 컸어.’

“마르코.”

“예, 보스.”

“준비해. 아무래도 네가 조직의 4대 사업체 중 하나를 맡아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아니면 보셀리 보스의 친위대로 들어가든가.”

록 에이전시, 록 건설, 마그마 클럽 셋 중 하나를 말이다.

“보, 보스……!”

“싫어?”

싫을 리가.

4대 사업체를 맡는다는 건 마그마 록의 고위 간부가 된다는 거다. 이날만 바라 왔던 마르코로서는, DEA의 위장 요원 마르코로서는 무조건 승낙해야 될 일이었다.

‘대장님! 드디어 제가……!’

그러나 냉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제가 가면 보스의 곁은 누가 지킵니까!”

미켈레는 피식 웃었다.

‘그래, 넌 이런 놈이지. 그러니 널 떼어 놓으려는 거다.’

이 이상 마르코가 미켈레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그런 의심을 가지지 않도록.

‘이놈이 우리 마그마 록의 중추가 되면 내 영향력도 그만큼 넓어지는 거고.’

“걱정할 사람이 없어서 나를 걱정해? 헛소리 말고 부표나 던져.”

“끙……. 던져.”

“하나, 둘!”

휘이익! 풍덩!

미켈레는 멀어지는 부표를 가만히 응시했다.

이제 수거팀이 수거해서 차로 옮겨져 뉴욕으로 향할 마약들.

미켈레는 시거를 바다를 향해 던지며 몸을 돌렸고, 마르코는 그런 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좀 아쉽네.’

곧 미켈레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혀를 차며 미켈레의 뒤를 따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애미 방향에서 달려온 어선 한 척이 부표를 수거해 다시 왔던 길로 사라졌다.

* * *

-Welcome to Magma-!

“꺄아아악!”

“와아아악!”

다시 재개장을 한 마그마 클럽.

클럽 안을 반절 정도밖에 안 채운 고객들의 모습에, 클럽의 스테이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에 선 보셀리 피에트로는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라면 사람이 가득 차는 것으로도 모자라 입구에 대기 줄까지 길게 늘어서야 하는 금요일의 마그마 클럽.

재오픈 이벤트로 위스키와 맥주까지 무료로 풀었건만 이 모양 이 꼴이다.

‘빌어먹을 파라다이스!’

“보스, 곧 미켈레 패밀리의 운반조가 뉴욕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미켈레는?”

“방금 전 피에트로 선박에서 퇴근을 했다고 합니다.”

무슨 낌새를 알아차린 건지 거래가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미켈레. 언론에서 그토록 떠들었으니 단숨에 상황을 파악한 그는 자신이 제이미 골더들을 암살하겠다고 말해 왔다.

부하로서 가려운 곳을 긁어 주려는 것인 것 같지만, 이를 통해 록 에이전시나 록 건설, 마그마 클럽 중 하나를 접수하겠다는 그의 의도를 어찌 모를까.

하지만 보셀리 피에트로로서는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마그마 록의 존속 자체가 뒤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 사업체 하나를 넘겨주는 것으로 상황이 해결될 수 있다면 이것도 싸게 먹히는 거라 볼 수 있었다.

물론 순순히 사업체를 넘겨줄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눈을 빛낸 보셀리 피에트로가 다가온 남성을 본다.

“지금 남은 패밀리가 다비드 패밀리였던가?”

“아직 건재한 간부는 다비드만 남은 건가?”

주요 사업체를 관리하는 고위 간부를 제외하고 현재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중간 간부.

“전화 연결해.”

“여기 있습니다.”

-오! 도미닉 님께서…….

“나다.”

-보, 보스!

“지금 당장 미켈레 패밀리로 달려가서 내일 있을 그들의 일을 도와.”

-예? 예,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보셀리 피에트로는 시거에 불을 붙였다.

‘이것이면 어느 정도 공이 가감되겠지.’

이러면 미켈레도 자신이 세운 공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없을 거다.

‘만약 반발을 한다면…….’

오른팔인 미켈레를 보셀리 피에트로 자신의 손으로 교도소에 보내야 할지 모른다. 아니면 제거를 하든가.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은 보셀리 피에트로는 부하를 봤다.

“VIP들은?”

“곧 도착하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있을 암살을 무마시켜 줄 VIP들.

오늘 마약과 술, 여자에 취한 그들이 내일 아침 호텔에서 눈을 떴을 땐 모든 일은 끝나 있을 거고, 그들은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게 되면…….’

허공에 떠 버린 제이미 골더들의 사업체를 이쪽에서 흡수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손해를 모두 만회하다 못해 뉴욕 최고의 마피아로서 발돋음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럴 것이다.

“푸흐. 좋군.”

-VIP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왔다고 합니다.”

“그래, 가지.”

보셀리 피에트로는 내일이면 모두 끝날 재앙과 앞으로 펼쳐질 꽃길을 상상하며 입술을 비틀었다.

* * *

한편 FBI 캘리 그레이스의 사무실.

DEA의 앤드류 깁슨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쿵쿵!

“들어가겠…… 흐음.”

문을 열고 들어가던 종혁은 앤드류 깁슨을 발견하곤 피식 웃으며 캘리 그레이스를 봤다.

“왜요? 마그마 록이 제이미 골더 씨들을 제거한다고 합니까?”

움찔!

어떻게 알았냐는 듯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캘리 그레이스와 앤드류 깁슨의 얼굴.

“그래. 방금 전 위장 요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종혁은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그마 록의 패밀리들과 보셀리 피에트로의 관계를 입증할 어떤 증거들과 마그마 록의 마약 유통망을 모두 확보했다면 굳이 FBI에 찾아올 이유 없이 보셀리 피에트로를 덮쳤을 DEA.

그런 DEA가 이곳에 온 이유가 뭐겠는가.

DEA가 그동안 기획한 계획이 어그러질 어떤 일이 발생할 것 같기에 FBI에 협력을 요청하러 온 거다.

“타깃은요? 네 명을 다 암살하려 들진 않을 거잖아요?”

보셀리 피에트로와 대립각을 세우던 네 명을 모두 죽인다?

그건 자신이 범인이라고 시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 그땐 시장 할아버지가 와도 수습을 못한다.

“……리암 노울러.”

“역시.”

다른 세 명과 달리 배경이 그리 많지 않은 리암 노울러.

이미 종혁은 보셀리 피에트로가 누군가를 노린다면 그 첫 타깃을 리암 노울러로 삼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도 제이미 골더 씨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윌리엄 홀튼이나 줄리아 에던도 죽이려 들겠지.’

그리고 그 사업체들을 흡수해 예전보다 더 큰 거물이 되어 버릴 거다.

“그래서 FBI 보고 위장 요원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온 겁니까?”

흠칫!

“빌어먹을.”

제이미 골더들의 재기로 인해, 그들이 보셀리 피에트로를 타깃으로 삼는 것으로 인해 DEA의 위장 요원이 움직이기 편하게 됐다.

문제는 그걸 FBI도 알고 있을 거란 점이다.

마피아의 속성을 아주 잘 아는 FBI.

분명 제이미 골더들의 암살을 대비하고 있었을 테고, 어쩌면 이것을 제이미 골더들을 보호하고 있는 PMC에게 알렸을지도 모른다. 아니 FBI라면 무조건 알렸다.

그래서 부랴부랴 달려온 거다. 이번 암살에 동원된 위장 잠입을 한 요원의 목숨을 살리고자.

“캘리, PMC에게 방어만 하라고 전해. 그럼 우리 DEA의 타격대가…….”

“싫은데요.”

“……캘리, 부하 직원도 관리 안 하나?”

“완전히 내 부하가 아니라서 말이야.”

캘리 그레이스는 웃겨 죽겠다는 듯 키득거리며 어깨를 으쓱였고, 앤드류 깁슨은 이를 갈며 몸을 일으켰다.

“아무튼 통보했으니까 FBI는 DEA의 작전에 끼어들 생각하지 마!”

“보스?”

“왜 그러죠, 최?”

“내일 보셀리 피에트로 그 개자식이나 보러 갈까요? 저쪽이 리암 노울러 씨 죽이러 간 놈들을 소탕할 시간에?”

“이봐, 최!”

리암 노울러를 죽이려고 움직인 조직과 보셀리 피에트로의 관계가 입증되기 전까지, 정확히는 보셀리 피에트로가 그들에게 암살을 지시했다는 것이 입증되기 전까지 DEA는 보셀리 피에트로를 건드릴 수 없었다.

종혁은 그 틈을 찌른 거다.

“그건 FBI도 마찬가지야!”

“그래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

생각해 보니 FBI가 보셀리 피에트로를 찌를 구석이 있다.

바로 얼마 전 검거당한 성매매 조직들. 그들이 만약 피에트로와의 관계를 모두 불었다면?

“너-!”

“아니면 위장 요원의 신상부터 까발리고, FBI와 DEA의 공조 수사로 전환하든지.”

‘어딜 씨발, 다 차린 밥상을 가로채려고!’

이미 보셀리 피에트로를 검거할 준비가 모두 마무리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잡을 수 있는 범죄자를 DEA 때문에 기다려 준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종혁은 부들부들 떠는 앤드류 깁슨을 보며 싱긋 웃었다.

* * *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새벽.

리암 노울러의 저택 근처, 흰색 승합차의 보조석에 앉은 마르코가 뒤에 타 있는 조직원들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리암 노울러를 제거해야 된다는 미켈레의 말에 곧바로 자원한 DEA 위장 요원, 마르코.

‘드디어 저놈들과도 끝이군.’

그동안 법도 도덕도 없는 저놈들과 어울리느라 얼마나 괴로웠던가. 또 손에 묻혀야 했던 피는 얼마던가.

오직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서라는 사명감 하나로 버텼던 긴 시간.

이젠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어젯밤 마그마 록이 마약을 유통하는 곳을 모두 확인했으니 정말 끝이다.

오늘이 지나면 이 세상에 마그마 록이란 마피아는 없을 것이고, DEA에 복귀하면 그는 2계급 특진을 하게 될 거다.

동기들보다 무려 5년이나 빠른 승진. 지금 은퇴를 한다고 해도 막대한 연금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쯧. 저 개자식들.”

마르코는 뒤에 있는 조직원들이 보는 이 승합차의 뒤에 세워진 차를 응시했다.

보셀리 피에트로가 보조로 붙인 다른 패밀리의 조직원들.

“저놈들만 아니었으면 마르코가 4대 사업체 중 하나를 맡을 수 있었을 텐데!”

“마르코, 어떤 사업체를 요구할 생각이었습니까?”

“글쎄…… 마그마 클럽?”

“크! 역시 마르코! 우리의 보스!”

마르코는 웃는 조직원들을 보며 냉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이내 사이드미러를 통해 저 멀리 보이는 리암 노울러의 저택에서 빠져나오는 차량들에 눈을 빛냈다.

“후우. 시작하자.”

마르코는 두건을 코까지 끌어 올리며 총기를 점검했고, 뒤에 타고 있던 미켈레 패밀리의 조직원들도 총기를 점검했다.

부우웅!

그런 그들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리암 노울러의 차량과 경호 차량.

리암 노울러의 선두 경호 차량이 그들의 차 후미에 접근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드르르륵!

슬라이딩 도어를 옆으로 잡아당기며 총구를 드는 조직원들과 보조석 문을 열며 땅바닥으로 몸을 날리는 마르코.

그리고…….

팅! 텅 텅텅!

뒤에 있던 조직원들은 차 안으로 던져져 차 바닥에 떨어지는 기다란 원통의 무언가, 아니 섬광탄에 하얗게 질렸다.

“포, 폭탄이다!”

뻐어어엉! 삐이이이이!

띠디디! 띠디디!

“……진짜 저걸 막아 버리든가 해야지.”

햇빛이 쏟아지는 통유리를 보며 눈살을 찌푸린 보셀리 피에트로는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쏴아아아!

강렬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쏟아지는 물줄기.

‘지금쯤 죽었겠지.’

지금쯤이면 죽었을 리암 노울러.

PMC가 지키고 있다고 한들 이 새벽에 냅다 총을 갈겨 버리면 PMC가 아닌 특수부대라고 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내일쯤 제이미 골더와 약속을 잡아야겠어. 아니,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려나?”

그러게 왜 마피아를 건드렸을까.

보셀리 피에트로는 모든 걸 뺏길 그들과 그들의 것으로 더욱 거물이 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실실 웃었다.

“후우. 음?”

머리를 털고 나온 보셀리 피에트로는 있어야 할 것이 없음에 의아해했다.

“도미닉이 늦잠을 자는 건가…….”

매일 아침 굿모닝 에스프레소를 책임지며 비서 역할도 겸하는 그의 직속 친위대이자 왼팔인 도미닉.

거기다 집은 또 왜 이렇게 조용한지 모르겠다.

섬뜩!

미간을 좁히던 그는 순간 갑자기 드는 불길한 생각에 숨겨 뒀던 총을 꺼내 들고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그 순간이었다.

철컥!

“내가 진짜 너 하나 잡겠다고 뭔 지랄 생쑈를 했는지 모르겠다. 아, 밤새 좋은 꿈은 꿨어?”

“……Fuck.”

보셀리 피에트로는 관자놀이를 겨눈 동양인, 아니 종혁의 권총에 모든 꿈이 산산히 부서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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