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30화>
뉴욕주에서 부촌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롱아일랜드의 비치타운 사가포낙에 위치한 커다란 저택.
그곳에서 마치 이사라도 가는 것인지 가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새빨간 딱지가 붙은 가구들이.
“이건 저 차로!”
“조심히 옮겨! 그게 얼마짜린 줄 알아?!”
바쁘게 돌아다니는 인부들로 북적이는 1층의 로비.
그곳에 오십대 백인 남성과 사십대의 백인 여성, 그리고 아들과 딸로 보이는 십대 아이들이 망연자실 서 있다.
“어, 엄마.”
아무래도 12살 어린 여자아이에겐 충격인 광경일까.
소녀는 눈물을 겨우 참아 내는 여성의 치마에 얼굴을 묻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구르르륵!
“아, 그건……!”
6살 기념 크리스마스 선물로 딸아이에게 처음 사 준 피아노.
“뭐요?”
“아, 아닙니다.”
치미는 울음을 겨우 참아 낸 남성은 멀어져 가는 피아노를 힘겹게 떠나보낸다.
아들에게 처음 사 준 기타도, 아내에게 처음 사 준 반지도 모두 떠나보낸다.
‘왜…… 어쩌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지난 삶이 그의 머릿속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입이라도 하나 덜고자 찾아간 공사장.
5남 6녀 가족들을 위해 정말 미친 듯 일했고, 30살이라는 나이가 됐을 때 겨우 자신의 이름을 딴 작은 건설사무소를 차릴 수 있었다.
그의 인생 2막은 그때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마치 신의 은총이라도 받은 듯 사업은 나날이 번창해 갔고, 아내를 만나 세상 전부를 다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자식들을 낳았다.
그렇게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56세.
인생의 3막, 은퇴를 준비할 때였다.
그놈의 빌어먹을 경기 침체만 아니었다면 그렇게 됐을 거다.
첫 시작은 2006년 말 공사 대금이 지연되면서부터였다.
이후 하나둘 공사 대금이 지연될 때만 해도 그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직원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2007년이 되자 공사 대금을 계속 지연하던 업체들이 결국 하나둘씩 파산해 갔다.
받아야 할 공사 대금이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자, 안 그래도 삐걱거리던 회사는 스트레이트를 제대로 얻어맞은 것처럼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은행이 대출 및 채권 추심이라는 결정타를 날렸다.
아무리 애원하고 매달려도 은행은 냉정하게 돈을 회수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뉴욕주에서 손꼽히던 그의 회사가 파도에 쓸린 모래성처럼 스러진 건…….
꽈아악!
“여보…….”
“응? 아!”
그는 핏방울이 맺힌 주먹을 펴 주는 아내의 모습에 애써 웃었다.
“괘, 괜찮아! 사업을 하다 보면 이렇게 파산을 할 수도 있는 거지!”
자식들 앞에선 언제나 당당해야 하는 아버지는 차오르는 눈물을 닦으며 희망찬 말을 꺼냈다.
“난 다시 공사장에 나가면 돼! 그럼 몇 년 안에 우린 다시 우리 집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다행이라면 애들 학비를 모두 납입했다는 거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나도 도울게요.”
“무슨……! 여보, 내가 당신이랑 애들을 굶기겠어?! 나 윌리엄이야! WRM건설의 윌리엄!”
사내, 윌리엄은 가슴을 두드리며 호언장담을 했지만, 받아들이는 가족으로선 그럴 수 없었다.
“……나도 같이 나가요, 아빠.”
“파웰!”
“어, 어차피…… 어차피 아빠 회사를 물려받을 사람은 저잖아요? 몇 년 일찍 현장을 배운다고 생각하죠, 뭐!”
환하게 웃는 아들. 갑자기 커 버린 아들의 대견한 말에 윌리엄의 억장이 무너진다.
“나도 혼자서 공부 할 수 있어! 과외선생님 안 불러도 돼!”
‘아, 아니야. 그러지 마…….’
안 된다. 윌리엄 자신은 비록 다시 진창을 굴러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내 자식들만은 편한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동안 악착같이…….’
“그러니 우리 함께 일어서요, 아빠.”
“우리 아들이 참 많이 컸죠, 여보?”
“하이파이브야? 나도! 나도!”
덜컥!
이젠 짐을 나눠지자는 가족들의 말에 윌리엄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흐엉! 흐어어어엉! 미안해, 여보. 미안해, 파웰! 스테파니!”
못난 아비는, 못난 남편은 울고 또 울었다.
“이제 가요. 여보.”
“……그래, 에밀리. 애들아.”
“어머. 당신?”
“부부 간의 사랑은 자식들이 없는 곳에서 해 주세요. 제발.”
“하하핫!”
윌리엄은 웃으며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이었다.
“윌리엄 홀튼 씨?”
“누, 누구…….”
윌리엄은 자신에게 다가온 검은 선글라스의 사내에 혹시나 자신도 모르는 빚쟁이일까 굳어 버렸고, 사내는 그런 윌리엄을 보며 걱정 말라는 듯 싱긋 웃었다.
“CIA에서 나왔습니다.”
“C, CIA?”
“당신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를…… 말입니까?”
“예. 정확히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려는 사람이죠. 재기할 기회를.”
“……?!”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그 말을 건네는 CIA 요원의 미소는 악마의 유혹보다 더 치명적이고 위험했다.
* * *
그 옛날 플라자 합의가 이뤄진 뉴욕의 플라자 호텔.
연회홀의 입구에 선 윌리엄이 숨을 가다듬는다.
너무도 치명적이고 위험해 보였지만, 그만큼 달콤했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 자리에 오게 된 윌리엄은 연회홀의 문손잡이를 보며 갈등에 휩싸였다.
오긴 왔지만, 불길한 기분.
그런 그의 머릿속에 아내와 자식들의 얼굴이 스친다.
“……그래.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어.”
인생의 마지막 도박이었다.
이를 악문 그는 손잡이를 잡았다.
달칵!
안으로 발을 성큼 내디딘 그는 방금 전 각오가 무색하게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연회홀 중앙에 덩그러니 하나만 놓여 있는 긴 사각 테이블에 앉은 세 명.
‘저, 저 사람들은?!’
모두 아는 얼굴이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 뉴욕에서 내로라했던 인사들이었으니까.
“……호오. 당신도 초대를 받았나 보군요.”
“오랜만입니다, 윌리엄 씨.”
“예, 예. 오랜만입니다.”
얼떨떨해 하며 빈자리에 앉은 윌리엄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여러분도 CIA의 초대를 받으신 겁니까?”
끄덕.
낯빛이 굳은 사람들이 고개를 움직인다.
“그, 그럼 누가 저희를 초대한 건지는 아십니까?”
“아뇨. 기회를 준다는 말에 응했을 뿐입니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기에 겨우 할 수 있게 된 생애 마지막 도박. 그들은 사기가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 순간이었다.
벌컥!
다시 열리는 연회홀의 문에 고개를 돌린 사람들이 눈을 빛낸다.
선글라스를 낀 거구의 동양인.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저 슈트는…….’
슈트부터 시작해 구두, 벨트, 시계, 반지, 하물며 커프스 버튼까지 모두 초고가의 수제 명품이다.
샤넬, 루이비통처럼 기성복 명품이 아니라 오직 세상에서 단 하나만 존재할 수밖에 없는 커스텀 명품들.
소매를 고정한 커프스 버튼만 팔아도 웬만한 차 한 대 값일 터였다.
“이런. 모두 도착해 계셨군요. 늦었습니다.”
살짝 고개를 숙인 종혁은 사각 테이블의 상석에 앉았다.
“호, 혹시 당신이?”
“예. 제가 여러분을 초대한 사람입니다.”
“음…… 아, 윌리엄 홀튼입니다.”
“제이미…….”
종혁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반갑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이 경기 침체 속에서 막대한 돈을 번 졸부 새끼입니다. 편하게 찰리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누가 봐도 가명인 이름.
그들은 습관적으로 종혁의 손등에 새겨진 문신을 힐끔거렸다.
그걸 모른 척한 종혁은 다리를 꼬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전 여러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할 겁니다.”
하지만 제안을 듣기 전에 결정을 해야 된다.
이곳에 남을지, 아니면 이곳을 나갈지.
그런 종혁의 말에 다시 한번 갈등에 휩싸였던 네 명은 이내 이를 악물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후 당신들은 절대 절 배신해선 안 됩니다. 만약 배신을 한다면…….”
섬뜩!
네 명은 갑자기 온몸을 짓누르고 심장을 옥죄는 살의에 깜짝 놀랐다가 애써 웃었다.
“위, 위험할수록 보상은 더 크겠죠.”
“어차피 내 뒤는 낭떠러지입니다.”
주먹까지 쥐며 살의에 대항하는 그들의 모습에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예. 열매가 세상 그 무엇보다 달콤할 거란 건 장담할 수 있습니다.”
“조, 좋군요.”
미소가 더 짙어진 종혁은 윌리엄을 봤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서로에 대해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가죠. WRM건설의 대표 윌리엄 씨.”
“예.”
“정재계에 참 많은 인맥이 있음에도 회사가 파산하셨죠.”
빠득!
“……그렇습니다.”
정재계에 많은 사람을 알아도 공사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면 되겠습니까?”
“예?”
현재 보셀리 피에트로의 가장 큰 사업체인 건설사.
“눈물로 떠나보낸 직원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다시 일어서는 데 1차로 10억 달러면 되겠습니까?”
“무, 무슨……!”
종혁은 이 자리의 유일한 여성을 응시했다.
“탑 에이전시의 대표 줄리아 씨.”
마약 사업과 더불어 보셀리 피에트로의 비자금 형성을 도맡는 성매매 사업의 아가씨 수급처인 모델 에이전시.
방금 전 말에 경악했던 줄리아가 빠르게 표정을 수습한다.
“예, 예.”
“공동 대표의 배신과 은행의 무자비한 추심으로 청춘과 인생을 다 바쳐 만든 회사, 뉴욕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모델 에이전시와 집, 가족 모든 걸 잃고 거리로 쫓겨 나셨죠.”
“……맞아요.”
“2억 달러면 되겠습니까?”
“흡?!”
“당신과 당신의 모델들이 이번에야말로 꿈을 펼치는 데 2억 달러면 충분하겠습니까?”
“네, 네!”
종혁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제이미라 소개한 노인을 바라봤다.
뉴욕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클럽의 소유주였으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사업이 망하며 아내와 이혼까지 하고 모든 걸 잃은 노인.
“위대한 개츠비를 아십니까?”
“소설을 말하시는 겁니까?”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 만연한 부에 대한 동경과 그 꿈의 이면에 담긴 절망을 그려 낸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가 여는 파티보다 더 성대하고 화려한 클럽을, 당신과 미국인이 꿈에서나 그리던 파라다이스를 만드는 데 얼마면 될 것 같습니까? 뉴욕의 밤을 장악하는 데 3억 달러면 되겠습니까?”
보셀리 피에트로의 수많은 마약 판매처 중 가장 큰 판매처인 클럽.
“추, 충분합니다! 그 정도면 넘칩니다!”
종혁은 마지막으로 선박 회사의 대표였던 이를 봤다.
종혁은 마지막으로 선박 회사의 대표인 이를 쳐다봤다.
보셀리 피에트로가 미국에 마약을 밀반입하기 위해 세운 선박 회사.
“나, 난 1억 달러면 충분합니다!”
그 돈이면 지금 회사를 괴롭히는 어음을 막을 수 있다. 그 어음만 해결한다면 회사를 정상 궤도로 되돌릴 자신이 있었다.
“1차로 2억 달러를 드리죠.”
“허억!”
마지막 인물까지의 숨통을 틀어막은 종혁은 다시 살의를 일으켰다.
“정말 마지막 묻겠습니다. 제가 당신들을 소집한 이유를 듣는 순간부터 당신들은 날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영원히.”
“……난 이미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찰리!”
“이 말을 듣고도 일어서라고요? 그런 질 나쁜 농담은 하지 말아요, 찰리!”
물러서기보다 죽음을.
그런 각오가 느껴짐에 고개를 주억거린 종혁은 품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내 그들의 가운데에 던졌다.
“……보셀리 피에트로?”
“빼앗으십시오.”
흠칫!
종혁은 놀라 쳐다보는 그들을 향해 이를 갈았다.
“단돈 1달러, 아니 1센트 하나조차도 손에 쥘 수 없도록 이 개자식의 모든 걸 뺏으십시오.”
꿈을 좇아 상경한 소녀를 짓밟고 유린하며 모은 돈.
궁지에 내몰린 이들을 유혹하여 주사기를 꽂으며 모은 돈.
폭력과 협박으로 피를 묻히며 모은 돈.
그런 돈으로 만든 거대한 성들.
그 모든 걸 빼앗은 후 지옥 밑바닥에 처박을 거다.
법대로. 철저한 비즈니스의 논리대로.
“내가 여러분에게 원하는 것은 오직 이것 하나. 보셀리 피에트로의 몰락입니다.”
“……!”
‘그러니 이제 지옥 가자, 이 개새끼야.’
선글라스 속 종혁의 눈이 흉흉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롱아일랜드의 비치타운 사가포낙에 위치한 커다란 저택.
마치 벽처럼 세워진 통유리를 투과해 쏟아지는 햇빛에 새하얀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몸 좋은 오십대 남성, 보셀리 피에트로가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후우.”
잠시 멍하니 아침의 해를 쳐다보는 그.
‘저걸 틀어막든 해야지, 원.’
어젯밤 소유한 클럽에서 늦게까지 비즈니스를 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 짜증이 난다.
“으응.”
옆에서 뒤척이는 알몸의 이십대, 아니 그보다 더 어려 보이는 여성의 이마에 입을 맞춘 보셀리 피에트로는 샤워실로 향했다.
이탈리아 남성에겐 하룻밤을 즐겨도 자신보다 작은 여자는 요정. 그만한 대우를 해 줘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보스.”
샤워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기는 그에게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한 사십대 남성이 오늘자 조간 신문들을 들고 다가선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메이저 언론사들부터 가십거리만 다루는 삼류 잡지사까지.
“어젯밤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 후우.”
빌 머레이가 검거된 지 며칠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팔려 간 여성들을 언급하고 있는 언론들.
이로 인해 보셀리 피에트로는 FBI의 조사를 받아야 했고, 머레이 패밀리와 컴즈 패밀리, 록 에이전시에서 여성들을 콜걸로 알선하던 부하와 콜걸 조직 두 개를 잃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FBI와 NYPD의 콜걸 조직 검거에 이미 사업체 두 개를 잃은 그에게 있어서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내 마그마 록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남은 가족들을 책임져 주고, 변호사를 써서 5년 안에 빼내 주기로 했으니 부하들도 입을 다물 거다.
“음?”
이를 갈던 보셀리 피에트로는 한 신문사의 헤드라인에 살짝 놀랐다.
“윌리엄 홀튼이 재기를 했군.”
여러 건설사를 집어삼키며 점차 몸집을 키워 온 보셀리 피에트로의 록 건설.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이제는 뉴욕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덩치를 지니게 되었지만, 부족한 기술력 탓에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에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던 WRM건설을 뒤에서 조금씩 흔들었고, 결국 부도가 나자 그곳의 핵심 기술자들을 영입할 계획을 세우던 찰나였다.
그런데 한 투자사의 막대한 투자를 받으며 그 WRM건설이 재기한 것이다.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진 격이라 할 수 있었다.
“실론티 홀딩스라…….”
혀를 차며 다음 신문을 살핀 보셀리 피에트로는 미간을 좁혔다.
“제이미 골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이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클럽의 소유자였던 제이미 골더.
그의 클럽이 사라진다면 마약 사업이 더 번창할 것으로 예상됐기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으나, CIA 뉴욕 지국장과도 인연이 있다는 말이 나돌아 쉬이 건드리지 못했던 인물.
그에 알아서 무너져 준 덕분에 쾌재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가 복귀했다는 소식이 버젓이 실려 있었다.
“실론티 홀딩스?”
실론티 홀딩스의 투자를 받아서.
“줄리아 에던도 재기했다고?”
증권과 패션의 도시 뉴욕.
그런 뉴욕의 메이저 모델 에이전시의 대표, 줄리아 에던. 그녀가 무너지며 수많은 모델이 시장에 풀려 얼마나 기뻐했던가.
FBI와 NYPD의 콜걸 조직 검거와 빌 머레이의 검거로 급감한 여성을 수급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작업에 들어갔는데 또 실론티 홀딩스의 투자를 받아 재기를 했다.
“……이놈도 실론티 홀딩스군.”
제법 큰 선박 회사가 부도나기 직전, 실론티 홀딩스에게 자금을 수혈받아 다시 살아났다.
돈을 벌기 위해 선박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나, 자신과 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들이 재기한다는 소식이 잇따르자 이마저도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쯧.”
짜증이 나는 소식만 가득한 신문을 덮은 그는 몸을 일으켰다.
사업체들을 둘러보러 갈 시간이었다.
부우웅!
뉴욕의 복잡한 도로를 달리는 차 안.
록 에이전시에 거의 도착해 가던 보셀리 피에트로는 록 에이전시의 맞은편 건물을 보곤 살짝 놀랐다.
“이 불황에 사업을 시작하려는 미친놈이……?!”
재공사를 하려는 듯 펜스가 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건물 앞을 막은 펜스에 줄리아 에던의 에이전시, 올던 에이전시&스쿨이 재오픈을 한다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왜 하필 여기에…….”
“보스,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
기분이 이상했지만, 일단 차에서 내리던 보셀리 피에트로는 갑자기 걸려온 부하의 전화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이 이 시간엔 왜?’
그가 소유한 클럽들을 운영 중인 부하.
“무슨 일이야?”
-보, 보스! 제이미 골더 이 미친 영감탱이가……!
“제이미 골더가 왜?”
-저, 저희 클럽들 근처에 클럽을 세우고 있습니다!
“……뭐? 왜!”
이 미친 늙은이가 노망이 난 걸까.
누가 봐도 맞붙자는 소리지만 보셀리 피에트로는 겁이 났다.
정계, 재계, 연예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와 친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뉴욕 주지사와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제이미 골더.
그가 인맥을 동원한다면 그의 클럽으로 수많은 손님들이 넘어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전에도 제이미 골더가 CIA 뉴욕 지국장과 인연이 있다는 소문에 건드리지 못했는데 지금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보셀리 피에트로가 고민에 잠긴 채 아랫입술을 깨물던 그때, 부하 하나가 달려와 소리쳤다.
“보, 보스!”
“왜!”
“로, 록 건설에 세무 조사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뭐?!”
너무 놀란 나머지 핸드폰을 떨어트린 보셀리 피에트로.
하지만 그는 이게 겨우 시작임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