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28화>
곰팡이의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허름하고 더러운 창문 없는 방.
스프링이 드러난 침대에서 알몸으로 누워 있는 마른 몸매의 여성이 깜빡거리는 전등을 멍하니 응시한다.
며칠째 머리를 감지 않은 것인지 떡이 진 머리칼에 초점 없이 퀭한 눈.
도저히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지 않는다.
꼬르륵!
밥을 달라 아우성치는 배를 힐끗 응시한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오다 털썩 주저앉는다.
차가운 냉기가 엉덩이를 침습하지만, 그저 멍하니 3평 남짓한 방의 유일한 문을 응시하는 그녀.
그녀의 눈에 더러운 그릇에 놓인 샌드위치와 물, 소량의 하얀 가루가 든 봉지가 들어온다.
“……!”
타다다다닥!
네 발로 뛰어간 그녀는 봉지를 뜯어 코로 가져갔다.
“스으읍! 하아아!”
하얀 가루를 흡입을 하는 순간 눈이 몽롱하게 풀린 그녀. 그와 동시에 세상이 일그러지고, 오색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벽에 등을 기댄 그녀는 다시 깜빡이는 전등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저벅저벅. 덜컥!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사내가 들어온다.
“흐음……. 맛이 갔군.”
여성의 눈을 강제로 더 크게 뜨게 한 사내.
움찔!
초점이 풀린 눈으로 사내를 본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사내의 바짓가랑이를 향해 손을 뻗는다.
타악!
그 손을 매정하게 쳐 낸 사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얘가 몇 살이더라…… 아, 28살이었지.”
사내는 뒤에 서 있는 덩치 큰 사내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얘도 옮겨.”
“예.”
마치 짐짝처럼 어깨에 메쳐진 여성은 사내를 향해 손을 저었다.
“미친년.”
따악! 딱!
포켓볼 공이 부딪치는 허름한 펍.
목과 팔에 문신이 있는 이십대 후반의 백인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와 바에 앉자, 마른 천으로 컵을 닦고 있던 삼십대의 사내가 입을 연다.
“가족 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힘들어 죽는 줄 알았지. 이놈의 디즈니랜드는 뭐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
경제가 바닥을 치며 죽는다 죽는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았다.
“하하.”
바텐더의 웃음에 피식 웃은 사내는 돌연 눈빛을 가라앉혔다.
“나 없는 동안 매출은 좀 어땠어?”
“처참합니다.”
NYPD와 FBI가 공조해 대대적으로 시행한 마약 단속 때문이다.
일반 손님들은 받지 않는 그들 펍. 그런데 그 단속 때문에 단골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단속이 끝난 지금 역시도 2층에 마련된 비밀 공간이 절반밖에 못 찬 상태다. 약을 참지 못하는 약쟁이들이 몸을 사리는 거다.
빠득!
“빌어먹을! DEA도 아닌 샌님들이 왜 설쳐서는!”
미 마약 단속국,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마약 범죄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부기관으로, 그들 마약 조직에겐 사신과 다름이 없다.
“DEA가 이번 단속에 개입했으면 저희는 이미 교도소에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지금쯤 영안실에 있었을 거다.
“……그건 맞는 말이지. 후우. 돌겠군.”
‘보스가 이번 달은 봐주기로 했지만…….’
딱 이번 달까지다. 다음 달부터는 원래대로 상납을 해야 됐다.
단돈 1센트라도 부족한 순간 경고.
경고가 누적된 간부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사내로선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단골들에게 연락 돌려. 모레부터 5퍼센트 할인한다고.”
“하지만…… 음, 알겠습니다.”
“여자들은?”
바텐더는 대답 대신 밑을 보며 발을 굴렀다.
그에 밑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사내는 담배를 물었다.
“모레 뉴욕항으로 갈 년들이니까 내일쯤 씻기도록 해.”
그다음 무역선에 실려 뱃놈들을 상대하며 바다를 떠돌다 죽게 될 거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후우.”
-다음 뉴스입니다.
술잔을 마시던 백인 사내는 귓가를 때리는 앵커의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가 눈을 크게 떴다.
-7년 전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조나단 모건을 납치한 메디슨 무어는…….
“풉!”
‘저 자식이 왜 뉴스에 나와!’
“빌?”
-메디슨 무어의 남편이자 마약 판매책인 올리버 무어는…….
“빌어먹을!”
엉덩이를 들썩인 백인 사내, 빌은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난데! 보스에게 나 다시 여행 좀 간다고 전해 줘! 왜긴 왜야! 내가 마약을 공급하던 놈이 잡혀갔으니까 그렇지!”
전화를 끊은 그는 어느새 조용해지다 못해 이쪽을 쳐다보는 손님들, 아니 조직원들의 모습에 얼굴을 구겼다.
“뭐해! 가게 문 닫을 생각 않고!”
“……FUCK! 경찰이 왔는지부터 확인해!”
“후문 아무 이상 없답니다!”
“정문 쪽에 차량이 많이 다닌답니다!”
“빌!”
바텐더가 던지는 장부 가방을 받아 든 빌은 다급히 펍의 후문으로 몸을 날렸다.
부르릉!
빌이 탄 차는 붉은 후미등을 빛내며 뉴욕의 어둠을 향해 출발했고, 잠시 후 그 차의 근처에 서 있던 차가 시동을 켜며 빌의 차를 뒤따랐다.
* * *
-이번 건은 나도 무리했다는 거 알지?
원래는 총경급 이상 고위 간부만이 갈 수 있는 곳인 FBI.
제아무리 FBI의 요청이 있었다고 해도 이는 형평성이 어긋나는 일이다. 그것이 조직 사회.
그런 박종명 청장의 말에 종혁의 입술이 비틀렸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잘 알아들은 것 같군. 잘 배우고 와.
“충성.”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침을 뱉었다.
“알아듣기는 씨발.”
내가 네 뒤를 봐줬으니 충성하라는 말에 종혁은 귀를 거칠게 후비며 다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캘리 그레이스의 수사팀 사무실 앞에 선 종혁은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내 살다 살다 FBI에서도 일을 해 보네.”
회귀 전에도 경정까지는 진급했던 종혁.
하지만 그 이상의 진급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중간 간부로서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이번 생에는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다녀오기만 하면 진급은 확정된다는 해외 연수에 오게 된 것이다.
심지어 총경에서 멈추지 않고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평해지는 FBI 연수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먹힐 줄은 몰랐는데…….”
이 문을 넘는 순간 정말 FBI가 되는 거다. 정확히는 대한민국 경찰청 소속의 NYPD 연수 경찰의 FBI 연수지만.
서로의 이해가 상충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족보 한번 아름답게 꼬이네.”
그래도 좋았다.
‘이번엔 제대로 배운다.’
몇 년 전 잠깐 견학을 하며 수박 겉 핥기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 제대로 FBI의 수사 시스템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 한국에 가서 모든 경찰이 꿈에서나 그리는 그런 수사팀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이게 FBI에 온 가장 큰 목적. 진급이나 올리버 무어에게 약을 판 놈을 족치는 것보다 더 큰 목적이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마음을 다잡은 종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 그럼 들어가 볼까?”
종혁은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고, 이내 곧 FBI 특유의 풍경이 종혁을 반겼다.
웅성웅성.
2인 1조로 나뉜 책상들과 온갖 자료들이 붙은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요원들.
저마다 FBI라는 글자가 크게 박힌 점퍼를 입고 있는 요원들은 다소 거칠고 날것의 느낌을 주는 한국의 형사나 NYPD의 형사들과는 달리 정돈되고 절제된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게 한 손에 커피, 다른 한 손에는 도넛을 든 채 아침 일과를 시작하던 요원들은 사무실에 이물질이 생긴 것 같자 고개를 돌렸다가 눈을 크게 떴고, 이내 곧 사무실이 조용해져 갔다.
그때, 구둣발 소리가 그 침묵을 깨트렸다.
“어서 와요, 최.”
종혁을 기다리던 캘리 그레이스가 힘을 주어 악수를 하자 그녀의 팀원들은 눈을 빛냈다.
불과 몇 년 전, 자신들이 저지를 뻔한 치명적인 실수를 막아 준 한국의 경찰대 생도였던 최종혁.
그가 정식 경찰이 되어 다시 FBI에 온 거다.
아니, 범죄학계의 거물이 되어 나타났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스. 그리고 다들 오랜만입니다.”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아는 사람이 더 많다.
종혁은 그때 자료 조사 담당이었던 여성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커피잔을 들었다.
짜악!
“자, 다들 주목!”
캘리 그레이스는 요원들이 시선이 모이자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여기 최가 우리 팀의 소속으로 일을 하게 됐다. 모두 환대해 주도록 해.”
짝짝짝짝!
“반가워, 최!”
“오랜만이야, 슈퍼맨!”
‘그놈의 슈퍼맨은 진짜.’
종혁은 손을 흔드는 것으로 화답을 했고, 그렇게 인사가 끝나자 캘리 그레이스는 종혁을 툭 치곤 안쪽의 반장실로 향했다.
그런 그녀를 따라간 종혁은 사무실 안에 있는 선객을 발견하곤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찔거렸다.
‘피 냄새!’
정장을 입고 있지만 맹수다. 그것도 피를 수없이 본 도살자.
이런 종혁의 반사적인 반응에 커피를 홀짝이던 장년인이 눈을 빛낸다.
“호오.”
‘시발.’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종혁은 얼굴을 붉히며 캘리를 봤다.
“호호. 서로 인사해. 이쪽은 DEA의 앤드류 깁슨. 깁슨?”
“누군지 알고 있지. 반갑습니다. 깁슨입니다.”
종혁은 DEA란 말에 왜 자신의 코가 예민하게 반응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 내에 있는 여러 마약반들과는 달리, 여러 주와 국경을 넘나들며 마약 밀수입 현장이나 제조 현장을 급습하는 DEA.
그 탓에 총기로 중무장한 마약 조직들을 상대하는 일이 많아 요원들이 사망하는 일도 잦은, 총과 피에 밀접한 기관이 바로 그곳이었다.
실제로 과거에 한 마약 카르텔의 조직원이 분수를 모르고 DEA 요원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분노한 DEA는 철저한 피의 보복을 가했고, 당시 멕시코를 주름잡았던 거대 카르텔은 조직원 한 명의 실수로 인해 완전히 궤멸되고 말았다.
그날 이후, 남미의 마약 카르텔은 차라리 정부군을 건드리면 건드렸지, DEA는 절대 건드리지 않게 되었다.
“최종혁입니다. 방금 전엔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DEA가 여긴 왜…….”
종혁은 캘리를 봤다.
“설마 빌이라는 놈 때문입니까?”
올리버 무어에게 마약을 공급한 놈이자 마약 조직의 중간 간부, 빌 머레이.
올리버의 동업자였던 브룩의 증언으로 뉴욕 마약 조직의 중간 간부인 것은 확인됐으나, 이름과 직책 외엔 파악된 것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올리버는 입을 꾹 다물고, 올리버의 핸드폰과 메일을 포렌식했음에도 나오는 정보가 전혀 없는 탓에 답답하던 차에 DEA가 나타났다.
그림이 그려지자 종혁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DEA가 주목하는 놈 중 하나인가 보네요. 아니면 그 조직에 DEA의 위장 요원이 잠입해 있거나.”
흠칫!
마치 네가 말했냐는 듯 캘리를 본 앤드류 깁슨은 어깨를 으쓱이는 그녀의 모습에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 캘리, 나 이놈 마음에 들어. 주라.”
“한국 경찰이야.”
“으음. 뭐 상관없나? 애송이, 우리 DEA에 올래?”
“관심 없습니다.”
“쩝, 아쉽군. 관심 있으면 얼마든지 연락 줘.”
종혁의 손에 명함을 쥐여 준 앤드류 깁슨은 사무실에 블라인드를 쳤다.
촤라락!
앤드류 깁슨은 다시 커피를 홀짝이며 입을 열었다.
“빌. 빌 머레이. 미들스쿨 때부터 보셀리 패거리, 통칭 마그마 록에 투신해 올해 10년 차가 된 놈으로 고작 28살이란 어린 나이에 마그마 록의 중간 간부가 된 놈이지.”
“보셀리 피에트로? 그놈의 패거리였다고?”
캘리는 설명을 해 달라는 듯한 종혁의 시선에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끙……. 뉴욕에 클럽과 선박 회사, 투자 회사, 건설 회사, 모델 에이전시 등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겉으로 보기엔 건실해 보이지만…….”
그 정체는 이탈리아계 마피아다. 그것도 상당한 힘을 지닌 권력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탈세에 살인 교사, 마약, 성매매, 감금, 협박, 갈취 등등 혐의는 많지만 쉽게 건드리기가 힘든 거물이에요.”
학교, 사회복지재단, 야생동물 보호단체, 여성인권단체 등을 세우며 대중들에게 큰 호감과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이기에 더 그렇다.
섣불리 건드렸다가 그가 빠져나가기라도 하는 날엔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테니까.
“푸핫! 깡패 새끼가 별걸 다하네요. 뭐요? 성매매를 하는 놈들이 여성인권이요? 푸하하하핫!”
이럴수록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게 더 실감 난다.
약이나 술을 팔아먹기도 벅찬 한국 조직폭력배들과 다르게 이놈의 마피아들은 별걸 다 한다.
이러니 경찰이건 FBI이건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거다.
“와, 씨발. 오랜만에 빵 터졌네. 혹시 월가의 괴물들 정도로 거물인 겁니까?”
“……거긴 초법(超法) 구역이에요, 최.”
법을 초월한 인물들. 월가의 괴물을 건드리려면 FBI 뉴욕 지국의 지국장 목부터 걸어야 했다.
“그럼 됐습니다.”
“네?”
월가의 괴물들처럼 상대하기 벅찬 수준만 아니라면 문제없다. 그와 동시에 이제야 DEA가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인 이유가 모두 이해됐다.
“이봐, 애송이. 한국은 총기 규제가 심해서 마피아 놈들이 밍밍할지 모르겠지만, 이놈은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단순합니다만?”
여차하면 총을 쏴 버리는 게 한국과 다를 뿐, 종혁에게 있어선 놈도 결국 그 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똑같은 범죄자에 불과했다.
“후우. 말이 안 통하는군.”
관자놀이를 누른 앤드류 깁슨은 말을 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여기서 그만둬. 빌 머레이 이놈도 이미 튀었으니까. 아마 올리버 무어의 검거 때문에 지레 겁먹고 튀었겠지.”
빌 머레이, 마그마 록에 닿을 유일한 끈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마그마 록을 검거할 거냐는 물음에 종혁은 코웃음을 쳤다.
“DEA의 정보만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뭐?”
“이럴 줄 알고 올리버 무어와 반년간 통화, 문자를 나누었던 모든 이들에게 싹 다 감시를 붙여 놓은 상태거든요.”
지금까지 움직이지 못했던 건 그들 중 누가 빌 머레이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DEA의 정보로 그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만 있다면, 어디로 튀었는지 알아내는 건 금방이었다.
“어떻…… 게? 넌 미국이 거의 처음…….”
“미국은 탐정이 합법이라면서요?”
“미친…….”
캘리 그레이스도 아연실색한다.
“대체 돈이 얼마나 많기에…….”
“우리 어머니가 수완이 좋으셔서요.”
싱긋 웃어 준 종혁은 이내 생각에 잠겼다.
‘그나저나 이 씹새끼들이 별걸 다 하네?’
정의의 편이어야 할 정치인과 언론이 저놈들의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셀리 피에트로의 집 근처를 얼쩡거리기만 해도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상부의 압박을 받을 거다.
‘그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그렇게…….’
“흐응.”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검지로 볼을 두드리던 종혁은 앤드류 깁슨을 봤다.
“잠입시켰다는 요원은 지금 마그마 록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습니까?”
“……중간 간부지. 곧 고위 간부에 오를 거고.”
“오, 빡세게 노력하셨네.”
아마 그 위치까지 오르기 위해서 묻히고 싶지 않은 피를 많이 묻혔을 거다.
‘끄응. 이러면 나가린데…….’
잠입 요원을 중간 간부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을까. 그걸 생각하니 머릿속에 떠올랐던 아이디어들이 다시 가라앉는다.
더욱이 곧 고위 간부가 된다지 않은가.
고위 간부만 되면 증거 확보는 시간문제. 이렇게 저쪽에서 양념을 예쁘게 쳐 놨는데, 여기서 깽판을 쳐서 놈을 놓친다?
그땐 역풍이 문제가 아니라 DEA에게 미안해서 견디지 못할 거다.
종혁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오, 씨. 이거 화풀이도 제대로 못하겠네.’
“오케이. 알았습니다. 대신 빌 머레이는 내 겁니다.”
이놈이라도 족쳐야 이 미진한 마음이 어느 정도 가실 것 같다.
“딜.”
종혁은 앤드류 깁슨이 내미는 손을 잡았고, 앤드류 깁슨은 오길 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