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27화 (427/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27화>

    -아빠는 괜찮아요? 엄마는요?

    마취에서 깬 잭이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와아!”

    병원 뒤에 조성 된 산책로.

    휠체어에 앉아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는 잭의 모습에 종혁의 가슴이 아파 온다.

    저 천사 같은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깨어나자마자 부모부터 걱정한 천사에게 올리버와 메디슨은 네 부모가 아니라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결국 모든 걸 실토한 메디슨.

    술에 취해 잭의 진짜 부모의 집 앞을 지나던 중 마당에 세워진 유모차 안에서 방긋 웃는 잭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내 아이들이 살아 있다면 저렇게 예쁘겠지. 아니, 하늘로 간 아이들이 다시 환생했구나 하는 그딴 충동에 휩싸여 데려왔다고 한다.

    이미 마약에 중독됐던 올리버는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정말 참담한 상황.

    하지만 해야 한다. 할 수밖에 없다.

    타다닥!

    뒤를 돌아본 종혁은 다리우스와 함께 헐레벌떡 뛰어오는 젊은 백인 부부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런 종혁의 눈빛을 이해한 건지 멈추는 두 부부의 모습에 심호흡을 한 종혁은 애써 웃으며 잭에게 다가갔다.

    “잭.”

    “천사 아저씨! 아저씨가 천사 아저씨 맞죠?”

    “……이런. 들켜 버렸네. 이거 다시 하늘로 올라가야겠는 걸?”

    “헉! 지, 진짜요?! 왜요?”

    “천사는 정체가 들키면 다시 하늘로 올라가야 하거든.”

    종혁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잭의 머리에 손을 얹었고, 부릅떠진 잭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 아니에요. 아저씨는 천사가 아니에요! 전 그런 거 몰라요!”

    “그러니?”

    “네!”

    “다행이네. 계속 잭의 곁에 남을 수 있어서.”

    “……제 곁예요?”

    “응. 잭 네가 계속 비밀을 지킨다면 네가 이 아저씨를 필요로 할 때마다 다시 네 앞에 나타날 거란다.”

    “왜, 왜요?”

    이 아저씨는 왜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 주는 걸까.

    어린 마음에도 이해할 수가 없다.

    “……잭 네게 사과를 해야 하니까.”

    “제게요?”

    종혁은 의아해하는 잭을 보며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하느님이 이 세상에 천사를 내려 보내는 이유를 알고 있니?”

    “아, 아뇨?”

    “바로 예비 천사에게, 아주 나중에 천사가 될 사람에게 작은 시험을 주기 위해서란다.”

    “시험이요? 시험 문제?”

    “그래. 문제.”

    종혁은 잭의 볼을 쓰다듬었다.

    종혁의 눈이 괴로움으로 물들어 간다.

    왜 처음 봤을 때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렇게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왜 의심조차 하지 않았을까.

    왜. 대체 왜.

    “울지 마세요, 아저씨.”

    “큽. 그, 그런데 그 대상이 바로 너란다, 잭.”

    “저요?!”

    “응. 너. 미래에 천사로 예정된 잭, 너. 그런데…… 이 아저씨가 실수로 네가 풀기엔 너무 힘든 문제를 내 버렸어.”

    움찔!

    뭔가를 깨달은 잭의 몸이 크게 흔들린다.

    “어, 어떤 문제였는데요?”

    “악마…… 진짜 부모에게서 널 떼어 내 악마들에게 맡긴 거란다.”

    쿵!

    “……네?”

    볼을 쓸어내리는 종혁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 안 되는데…… 정말 그러면 안 되는데……. 훗날 이 아저씨보다 훨씬 강한 천사가 될 잭 너라면 이 정도 시련은 이겨 낼 거라고 생각해 버렸단다. 그래서…… 그래서…….”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전 무슨 말인지…….”

    “미안하구나. 네가 이렇게 힘들고 괴로울 줄 알았다면 더 빨리 나타났어야 했는데……. 더 빨리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아, 으으! 아, 아파요. 아저씨, 저 가슴이 아파요!”

    “미안하구나. 미안해, 잭!”

    그랬던 거였다.

    그래서 아빠랑 엄마가 자신을 아프게 했던 거였다.

    “왜, 왜요? 왜 그러셨어요? 제, 제가 많이 미우셨어요?”

    너무 착한 나머지 남을 의심할 줄 모르는 잭은 원망을 뱉어 내면서도 조심스러웠다.

    이러면 안 되는데도, 정말 안 되는 데도 울음이 터져 나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속으로 사과했다.

    “미안해……. 아저씨가 정말 미안해…….”

    “으아아아아앙!”

    종혁은 잭을 끌어안으며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사죄를 했다.

    “그, 그럼 전 이제 천사가 못 되는 거예요? 시,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으니까…….”

    울음을 멈춘 잭이 꺼낸 말에 종혁이 잠시 멍해진다.

    “아니. 모두 이 아저씨 잘못이니까 넌 천사가 될 거란다, 잭.”

    “정말요?”

    “그래. 앞으로 착하게만 산다면 넌…… 꼭 천사가 될 거야.”

    이런 아이가 천사가 되지 않는다면 누가 천사가 될까.

    “와아!”

    “그러니 아저씨의 사과 선물을 받아 주겠니?”

    “선물?”

    “응. 선물. 응당 네가 누렸어야 할 행복.”

    아리송해하는 잭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은 종혁은 몸을 일으켜 기다리고 있는 잭의 진짜 부모를 향해 손짓했다.

    그에 주춤거리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젊은 부부.

    둘 모두 이제 서른이나 됐을까.

    눈물범벅이 된 두 부부가 잭을 보며 애써 웃는다.

    “아, 안녕. 조나단?”

    조나단. 잭의 진짜 이름.

    실동아동 신고 때 DNA가 등록되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이름.

    “아, 안녕하세요.”

    “그래. 아, 안녕? 내 아가?”

    “내가…… 이 나쁜 사람이 널 안아 봐도 되겠니?”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인.

    당황한 잭은 종혁을 봤고, 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흑! 조나단!”

    “아가야!”

    종혁은 잭을 끌어안는 부모의 모습에 등을 돌리며 멀어졌다.

    이제부터는 세 사람의 시간이다.

    아주 오래전 멈췄다 다시 흐르는 시간이기에 외부인은 빠져 줘야 했다.

    “……하늘이 맑네.”

    그런데 왜 이렇게 비가 내리는지 모르겠다.

    다행이라면 이 비가 슬프지 않는다는 거였다.

    “미국에선 비가 오면 뭘 먹나요, 데릭.”

    “글쎄…… 뭐든 먹자고. 비가 너무 와서 감기에 걸릴 것 같으니까.”

    종혁과 데릭, 존은 비를 피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   *   *

    “오랫동안 미제로 남았던 조나단 모건 실종사건은 유산을 여러 번 한 알콜중독자 메디슨 무어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해…….”

    기자들이 모여 있는 1 폴리스 플라자 입구.

    엄숙한 표정으로 발표를 하는 드와이트 국장과 그 옆에서 부모의 손을 잡은 채 이쪽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드는 잭, 아니 조나단을 응시하던 종혁이 풀썩 웃으며 몸을 돌린다.

    조나단의 미소가 마치 이젠 시험을 어렵게 내지 마세요,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으. 이제 난리가 나겠구만.”

    다리우스의 말에 존은 의아해했지만,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난리가 아니라 날치기라고 해야겠죠.”

    뉴욕 시민들의 관심이 납치를 당한 지 8년 만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 조나단에게 쏠렸다.뉴욕 시장을 비롯해 이번 콜걸 조직 사건의 고객 명단 안에 있는 권력가들이 움직일 게 뻔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최? 무슨 말이에요, 데릭?”

    “시민들의 관심이 다른 쪽에 쏠렸을 때 빠르게 재판이나 징계를 끝낼 거라는 뜻입니다, 조니.”

    그래야 타격이 적을 테니 말이다.

    재판이나 징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종혁으로선 이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땐 이 거대한 도시를 적으로 돌리자는 뜻이니까.’

    “데릭, 그보다 뉴욕의 현직 형사로서 올리버 무어와 메디슨 무어의 형량은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올리버는 못해도 20년이겠지.”

    마약 판매뿐만 마약 중독, 아동학대, 아동납치방관까지 죄목으로 걸려 있다.

    강제적인 수단을 써서 조나단을 데려갔기에 유괴가 아닌 납치. 유괴는 꼬드겨서 데려간 경우를 뜻한다.

    미국인이 끔찍이도 싫어하는 범죄를 두 개나 저질렀으니 20년 이하는 절대 나오지 않을 거다.

    “메디슨은 종신형일 테고.”

    영유아 납치에 아동학대.

    아이를 납치해놓고도 학대 및 폭력을 휘두르다 못해 조나단이 폭행을 당하는 것을 방관하고, 또 올리버가 마약 거래에 조나단을 이용하는 걸 묵인했다.

    이용하는 걸 몰랐다고 한들 미 법정은 메디슨에게 종신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6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든가.

    뭐든 그녀가 살아서 교도소를 나올 일은 없었다.

    “좋네. 역시 미국은 이래서 좋아.”

    처벌이 강력해서 좋다.

    그런 종혁의 말에 다리우스와 존이 눈을 빛냈다.

    “그럼…….”

    “그럼 미국으로 귀화하는 게 어떤가요, 슈퍼맨?”

    “음?”

    갑작스럽게 난입하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종혁은 깜짝 놀랐다.

    “캘리 씨!”

    캘리 그레이스.

    뉴욕의 FBI에서 수사팀을 이끄는 반장.

    오래전 뉴욕에서 최첨단 범죄 수사기법에 관한 포럼이 열렸을 때, 뉴욕에서 발생한 강도 및 납치 등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통해 인연이 된 인물이다.

    또각또각!

    “오랜만이에요, 슈퍼맨.”

    “그놈의 슈퍼맨은……. 오랜만입니다, 보스.”

    “그 말은 아웃. 늙어 보이잖아요.”

    “충분히 늙으셨습니다.”

    피식 웃은 종혁은 캘리의 뒤, FBI의 요원들에게 붙들려 있는 메디슨과 올리버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조나단이 납치되던 당시 그 근방에 연쇄아동납치사건이 터졌는데 그래서 사건은 FBI로 이관되었다. 연쇄유괴나 연쇄납치, 연쇄살인은 언제든 FBI가 관여할 수 있는 FBI의 관할 사건이다.

    이래서 미국 경찰의 권한이 적다고 말한 거다.

    눈빛이 싸늘해진 종혁이 그들을 향해 옮겼다.

    “으으. 으아아아!”

    종혁의 얼굴을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는 올리버.

    얼굴에 붕대를 감은 그를 무시한 종혁은 메디슨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

    “켁?!”

    “씨발년아, 잘 들어. 넌 오늘 이 순간부터 절대 감형을 바라는 탄원서 같은 걸 쓰거나 조나단에게 편지를 보내는 개짓거리 따윈 안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널 죽여 버릴 거거든.”

    무심하기에 더 심장을 파고드는 눈빛.

    거대한 맹수가 코앞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 같음에 메디슨은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재, 잭은…….”

    “아가리 다물랬지.”

    “으으으.”

    쉬이이이!

    종혁은 그녀의 신발 아래로 떨어지는 노란 액체에 혀를 차며 멱살을 풀었고, 캘리는 올리버와 메디슨을 데려가라고 손짓했다.

    “헉! 저기 메디슨이다!”

    “찍어!”

    “야, 이 악마야!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메디슨과 올리버를 향해 쏟아지는 육두문자와 돌멩이들.

    종혁은 캘리가 이러기 위해 저들을 여기에 데려온 걸 알아차렸지만, 마음이 썩 개운하지가 않았다.

    “아직 사건이 다 해결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죠.”

    “……아, 확실히 그러네요.”

    올리버를 마약에 빠트린 주범이 남아 있다.

    캘리는 옅게 웃으며 담배를 물었다.

    찰칵! 치이익!

    ‘거 나이 든 양반이 겁나 섹시하시네.’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최?”

    “뭐…….”

    순간 종혁의 눈빛이 낮아진다.

    “그놈을 족쳐야겠죠.”

    그놈이 이번 사건에 연관되어 있지 않지만 그냥 그러고 싶다.

    이건 화풀이다. 이 미진한 감정을 해소할 화풀이.

    “NYPD에서요? 암살당하려고요?”

    상대는 뉴욕을 주름잡는 마약 카르텔, 아니 마피아 중 한 곳의 간부다. 경찰 내부에 저들의 끄나풀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종혁은 그렇게 말하는 캘리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FBI로 오세요. 그래서 그놈을 잡으세요, 최.”

    현재 FBI도 차용한 수사기법을 창시한 종혁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캘리는 그게 너무도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엥?”

    종혁은 유혹하는 듯 웃는 캘리를 보며 눈을 껌뻑였다.

    *   *   *

    -최 팀장-! 믿고 있었다고! 젠장!

    종혁이 미국에 간 지 고작 열흘도 안 되어 대형 사고를 쳤다.

    8년 동안 미궁에 빠졌던 영유아 실종사건의 해결.

    당시 대대적으로 TV까지 탔던 사건이라 덕분에 NYPD뿐만 아니라 FBI에서도 좋은 경찰을 키웠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 왔다.

    함경필 국장의 어깨는 하늘로 승천하기 직전이었다.

    “……한잔하셨어요?”

    -했지! 암, 했지! 이런 날 안 하면 언제 해? 우리 술 좋아하는 최 팀장은?

    “뭐…….”

    몸을 뒤로 돌린 종혁은 펍에 몰려 있는 수사계 형사들을 둘러봤다.

    사건 해결 축하 및 그 외 등등의 이유로 이렇게 모인 거다. 존과 다리우스는 현재 동료 형사들이 강제적으로 입에 맥주를 꽂아 넣고 있는 중이었다.

    “이봐, 최! 뭐해! 너도 얼른 여기 와!”

    “으븝! 살…….”

    “맥주 꽂아! 죽여!”

    “우와아아아!”

    “……뭐, 저도 마시는 중입니다.”

    -그렇지! 우리 최 팀장이 술을 마다할 리 없지!

    “국장님.”

    -……아냐. 그러지 마. 그렇게 목소리 깔지 마.

    “FBI에서 넘어오라네요.”

    -FBI에서?

    순간 술이 확 깨는 함경필.

    미 연방수사국,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미국 최고의 수사기관이며 그곳에도 한국 경찰이 연수를 가긴 한다.

    다만 그 대상은 어디까지나 총경 이상의 고위 간부일 뿐, 경정이 FBI로 연수를 간 역사가 없다.

    종혁도 이래서 함경필에게 의견을 구하는 거다. 자칫 총경 이상의 고위 간부들이 견제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진급에도 지장이 생길 게 분명했다.

    -흠. 이건 말이 좀 나올 수도 있겠는데……. 최 팀장 생각은 어때?

    “저야 국장님 뜻을 따라야죠.”

    -마음에 있단 소리네. 흐음…… 오케이! 알았어! 우리 최 팀장 하고 싶은 대로 해! 씨발, 내가 다 커버 쳐 준다!

    “호오. 국장님께서요?”

    -그럼! 내 새끼 내가 챙겨야지 누가 챙…….

    -국장님! 그거 최 팀장이죠?! 에이씨! 최 팀장 직속 상사는 나라니까! 최 팀장, 나 네 직속 과장 백이도야!

    -야! 내가 통화 중이잖아!

    -아이 씨, 내놔 봐요! 최 팀장 간 지 열흘이나 됐다고 내 목소리 까먹은 거…….

    -야! 야!

    달칵!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멍하니 쳐다보던 종혁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이 양반들은 진짜.”

    참 유쾌한 양반들이다.

    종혁은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최.”

    “아, 폴슨 계장님.”

    존과 다리우스도 맥주병을 든 채 다가온다.

    폴슨 계장은 무슨 일인지 잠시 머뭇거렸다.

    “후우. FBI에게서 콜업을 받았다면서?”

    종혁은 존과 다리우스를 흘겨봤고, 둘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주위에 있던 형사들이 술병을 내려놓으며 종혁을 본다.

    점점 조용해져 가는 펍.

    솔직히 종혁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들도 생각이 많아졌다. 종혁은 미국인이 아님에도 미국인을 구해 내기 위해 막대한 사비를 지출했고, 또 조나단의 아픔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들에 그들은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종혁은 타국에서 공부를 하러 온 학생이 아니라 ‘그냥 경찰’이라고. 고통받는 피해자를 위해 언제든 이 한 몸 던질 수 있는 경찰.

    그렇다면 종혁과 자신들은 동료고, 동지며, 가족이었다.

    그런 종혁이 떠날 수 있다니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씁. 일단은 고민 중에 있습니다.”

    “우리들……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종혁이 NYPD에 온 지 10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정이 들래야 들 수가 없다.

    “최의 위에 있는 간부들 때문이야?”

    폴슨도 어엿한 경찰 간부다. 종혁이 고민하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뭐, 아무래도 그렇죠. 그리고 이제 수사계에 정이 좀 들려는데 훌쩍 떠나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한국인들은 특히나 자신을 낮춘다더니…….”

    어이없다는 듯 웃은 폴슨은 이내 낯빛을 굳혔다.

    “최, 경찰 선배로서 한마디 할까?”

    “경청하겠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잡아.”

    “음. 하지만…….”

    오늘 술자리는 종혁의 환영회도 겸하는 거다.

    솔직히 NYPD보다는 FBI가 더 끌리긴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떠날 거라고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잘 다녀와.”

    “예? 다녀오라고요?”

    폴슨은 눈을 빛냈다.

    “최는 우리 NYPD로 연수를 온 거잖아. 그럼 연수가 끝날 때까지 NYPD 소속이고. 그치?”

    “그렇죠?”

    “그럼 NYPD 소속으로서 FBI에 연수를 가면 되잖아?”

    “예?”

    ‘……그게 말이야, 방구야?’

    “나도 최 같은 유능한, 그것도 단기간만 쓸 수 있는 부하를 놓치기 싫거든?”

    이게 폴슨의 진짜 목적. 수천만 달러짜리 펜트하우스를 턱턱 빌리는 종혁의 능력이 그는 몹시 탐이 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번과 같은 사건을 딱 하나만 더 해결해 줬으면 싶었다.

    “아니, 잠깐만요. 그게 가능할 리가…….”

    “오케이. 땅땅땅! 자식들아! 최가 우리 수사계를 대표해서 그 얄미운 FBI 샌님들을 휘저으러 간단다! 불만 있는 사람 있냐!”

    “없습니다-!”

    아쉬워도 떠나보내는 게 동료를 위한 길.

    그들은 가는 길, 발이 무겁지 않게 웃어 주었다.

    “잘 다녀와, 최!”

    “그 잰 척하는 샌님들의 콧대를 뭉개 버려!”

    “자, 모두 전장으로 떠나는 최를 위해 건배하자!”

    “좋지! 최를!”

    “위하여!”

    채재재쟁!

    “봤지? 가서 그 샌님들한테 진짜 경찰이 뭔지 알려 주고 와.”

    큰 사건이 터지면 뒤늦게 나타나서 자신들 관할이라고 사건을 뺏어 가는 얄미운 샌님들 FBI.“……푸하학!”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경찰들과 어느새 그들과 같이 맥주병을 치켜드는 존과 다리우스까지.

    그 모습이 왠지 웃겨서 웃음을 터트린 종혁은 이내 차렷을 하며 거수경례를 했다.

    “옙!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NYPD에서의 짧았던 연수가 잠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FBI 뉴욕 지부 앞에 선 종혁은 입술을 비틀었다.

    “자, 그럼 그 새끼들을 족치러 가 보실까?”

    종혁의 눈이 흉흉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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