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25화>
타악!
마지막으로 엔터를 누른 종혁이 기지개를 켠다.
“끄아아!”
드디어 조서 정리가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건 멤버십 콜걸 조직을 이용한 고객들을 불러다가 조서를 꾸미는 것뿐.
‘근데 이게 진짜지.’
버젓이 증거가 있음에도 거짓말이다, 음모라고 발뺌할 범죄자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혈압이 오르는 것 같다.
“오우. 최, 피곤하지? 자, 시원한 커피 마셔.”
“여기 햄버거도 있어.”
종혁은 오늘도 음식과 차가운 음료를 든 채 눈을 빛내는 형사국 수사계 형사들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에휴. 알았습니다, 알았어. 여기 여섯 개만 제외하고 알아서 나눠 가지세요.”
“……진짜? 정말 그래도 돼?”
“뭐 앞으로 한 달 하고 3주 동안 잘 봐 달라는 뇌물입니다.”
“우와아악!”
“미친! 한국이란 나라는 천사들만 있는 곳인가!”
“조니, 데릭! 정말 우리가 가져가도 돼?”
“어차피 우리 셋이서 다 소화 못해요. 가져가세요.”
“왁! 조니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데릭, 넌?”
“얼른 가져가요. 힘들어 죽겠으니까.”
“딴말하기 없기다!”
“됐고. 일단 제비부터 뽑아!”
종혁은 담배로 제비뽑기의 제비를 만드는 형사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들에게 넘기지 않은 사건 파일을 응시했다.
‘검사에 변호사, 그리고 상, 하원의원 보좌관, 시장의 지인까지…….’
아주 지랄 염병이 났다.
정치인이 명단에 있는 건 아니지만, 시장의 파벌과 반대 파벌 모두 엿 되게 생겼다.
그래서인지 폴슨 계장의 사무실에서 경찰위원장 레이먼드와 그 반대 파벌의 인사가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중이다.
드르륵!
“최, 이거 어떡할 거야?”
폭탄이다. 그들로선 감당하기 힘든 폭탄.
“어떡하긴 어떡합니까. 좆되기 싫으면 자수하라고 해야지.”
그나마 지금 터지는 게 낫다.
만약 내년 대선 레이스에 이게 터진다? 그럼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서로 엿 되는 거다.
“그냥 저 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요. 어차피 덮을 순 없으니까.”
“응? 왜?”
“내 지인들이 나섰거든요.”
‘CIA라는 지인이.’
이미 CIA를 통해 경고를 해 놓은 상태다. 그래서 저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댈 뿐 별다른 압박을 못하는 거다.
“형량이 적게 나올게 분명하지만, 아예 무죄가 되진 않을 거니까 걱정 마요.”
‘CIA를 이럴 때 써먹지 언제 써먹나.’
CIA로서도 권력가들의 약점을 쥘 수 있으니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너 정말…….”
“왕족 아니라고.”
종혁은 입을 다무는 존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고, 어색하게 웃은 존은 이내 낯빛을 굳혔다.
“이놈은 어떡할 거야?”
존은 종혁의 앞에 놓인 서류를 가리켰고, 종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외면하고 싶은 이름, 올리버 무어.소년 잭 무어의 아버지이자, 브룩의 마약 공급책.
“……씨발.”
브룩이 올리버에 대해 말했을 때 종혁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먼저 손을 뻗기 전까지는 참으려고 했는데…….’
잭이 구해 달라고 손을 뻗지 않기에 종혁은 참았다. 마약과 알콜중독자인 부모라도 부모이기에.
그것이 잭에겐 안 좋은 일인 걸 알면서도 부모와 잭을 떼어 놓을 권한 따윈 종혁에게 없기에 참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젠 안 될 것 같다.
단순 마약중독자라면 모르되 마약을 판매한 판매책이다. 지난 6일간 유예를 준 것도 최대한 참은 거였다.
“어쩔 수 있습니까. 검거해야죠.”
“괜찮을까?”
안 괜찮다. 올리버를 검거하면 잭의 엄마 메디슨에게 악영향이 갈 거다.
14년 전, 12년 전, 11년 전 아이를 세 번이나 유산하며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면서 알콜중독에 빠진 게 아닌가 추정되는 메디슨.그러다 올리버를 만나 기적적으로 잭을 가지게 됐다.
‘그런 것치곤 산부인과 기록이나 여타 기록이 없긴 하지만…….’
메디슨에게 있어 올리버는 어쩌면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일지 모른다.
그런 존재가 사라지게 되면 술을 더 마시게 될지도 모르고, 올리버의 검거를 잭의 탓으로 생각해 지금보다 더 큰 폭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녀도 치워야겠지.’
잭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갈 테지만 어쩔 수 없다.
현재로선 이게 최선이다.
‘올리버와 메디슨이 잭의 정성에 마음을 고쳐먹길 바라야겠네.’
잭이라면 매일같이 올리버가 수감된 병원과 메디슨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을 찾을 터.
그 정성에 감동해 마약과 알콜중독에서 벗어난다면 어쩌면, 정말 어쩌면 좋은 부모가 될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고 하니까…….’
과거 초등학교 교사였던 올리버와 간호사였던 메디슨.
그들의 과거 동료들에게 묻자, 두 사람을 참 착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언제 다시 중독자로 돌아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도 일말의 희망은 있었다.
마음을 정리한 종혁은 외투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
“다녀오겠습니다.”
“나도 같이 갈게, 최.”
“조니도요?”
“우린 파트너잖아.”
“……푸흐.”
덜 영근 놈이 제법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고 있다.
“그래요. 갑시다, 가.”
“최, 나도 함께 가도 될까?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었더니 죽을 것 같네.”
“그래. 데릭도 같이…….”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철렁!
발신자를 확인하자마자 왜인지 심장이 내려앉는다.
올리버가 공급책인 걸 안 이후로 24시간 감시를 부탁했던 탐정 사무소. 그런 그들이 이 늦은 시각에 연락을 해 온 거다.
“예, 최종혁입니다! 무슨…… 미친! 아,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종혁은 곧바로 사무실을 뛰쳐나갔고, 놀란 존과 다리우스는 서로를 보다 다급히 종혁의 뒤를 쫓았다.
타다다닥!
잘못 생각했다. 헛된 바람이었다.
이놈은 개새끼다.
올리버란 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개새끼다.
‘어떻게…….’
“어떻게 자식한테 그럴 수 있어! 이 개새끼야-!”
메디슨이 저녁과 새벽 사이에 잭을 폭행하는 것 같다는 연락에도 참아야 했던 분노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종혁은 다급히 차 문을 열었고, 그 손을 다리우스가 잡았다.
“놔! 씨발!”
“최! 뉴욕 지리는 내가 더 잘아!”
“데릭, 여기 사이렌이요!”
“잘했어, 조니! 뭐해! 타!”
“……가요!”
부아아앙!
종혁의 차가 1 폴리스 플라자를 뛰쳐나왔다.
* * *
쿵쿵쿵!
오늘도 두드려지는 문에 잭이 재빨리 폐가의 현관문을 연다.
“안녕하세요!”
잭은 일주일 전부터 그에게 찾아온 천사를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안녕, 잭? 배고프지? 오늘은 치킨이란다.”
“우와아아아!”
오늘은 특히 더 밝게 웃는 잭의 모습에 탐정의 입술이 달싹인다.
“음. 오늘은 안에 들어가도 될까?”
흠칫!
탐정은 자신이 말해 놓고도 놀랐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네, 들어오세요! 아, 제 집은 아니지만…….”
‘이런.’
난처해하던 탐정은 몸을 배배 꼬는 잭의 모습에 울컥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살의를 억지로 눌러야 했다. 어제 보지 못했던 멍과 상처가 팔과 얼굴에 있었기 때문이다.
“초대해 줘서…… 고맙구나, 잭.”
“뭘요. 헤헤헤.”
삐걱! 삐걱!
발밑에서 격한 소리를 내는 나무판자에 한숨이 솟는다.
“멋진 곳에 아지트를 만들었구나, 잭. 나도 어렸을 땐 이런 아지트가 있었으면 했지.”
“정말요? 그래서요?”
“차고의 한구석에 아지트를 만드는 걸로 만족했지.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거든.”
“아저씨도요? 저도 아빠가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아빠가 나무 위에 아지트를 만들어 줬다거나 방에 박스로 아지트를 만들어 줬다는 친구들의 자랑에 아빠 올리버에게 그 말을 꺼냈다가 뺨을 얻어맞았다.
이후론 아지트의 아 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랬니? 실망했겠구나.”
“아뇨. 덕분에 이런 곳을 찾을 수 있었는걸요?”
“……그래. 착하구나.”
어쩜 이리도 착할까.
엇나가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착해 빠진 걸까.
잭 또래의 자식이 있는 탐정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어, 어서 먹으렴.”
“잘 먹겠…… 아, 저 아저씨.”
“응?”
탐정은 왜인지 안절부절못하는 잭의 모습에 의아했고, 어떻게 하면 이 천사님의 속이 상하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하던 잭은 이내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저따위에게 이렇게 선물을 주시는 건 너무너무 감사하지만, 이젠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아,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그러면?”
“비싸잖아요…….”
‘미치겠군. 그냥 죽여 버릴까?’
올리버와 메디슨, 이 두 해충을 세상에서 지우고 싶다는 살의가 솟는다.
탐정은 애써 웃었다.
“괜찮단다, 잭. 이 선물은 내가 아니라 어떤 부자 천사님께서 주시는 거거든.”
“네?”
“그 부자 천사님은 너도 아는 사람이란다, 잭.”
그 순간 잭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생일날 다이너에서 ‘구해 줄까’라고 말했던 커다란 아저씨, 종혁.
‘왜, 왜 그 아저씨가?’
잭은 왜 종혁이 생각나는지 몰라서 당황했고, 탐정은 진정하라는 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 천사님은 부끄럼쟁이라서 네 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거란다. 그래서 조수인 날 보낸 거지.”
“……나중엔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럼. 네가 원하면 그렇게 될 거란다, 잭.”
“그러면 제 말을 대신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오, 당연하지. 뭐라고 전해 드릴까?”
“가,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천사님 덕분에 매일이 생일이니까…… 너무 감사하다고…….”
후두둑!
“어? 왜 눈물이……. 나, 나 안 아픈데?”
“빌어먹을.”
탐정은 결국 이 미련하고도 미련한 소년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울면 안 되는데…….”
“아니란다. 울고 싶을 땐 우는 거란다. 아, 우리 그만 울고 치킨 먹을까?”
“……네!”
탐정은 커다란 조각을 잭의 손에 쥐여 줬고, 한입 크게 베어 문 잭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따뜻한 치킨은 이런 맛이구나.”
잭이 또 탐정의 억장을 무너트린다.
“이것도 먹으렴. 여기 콜라도 마시면서.”
“가, 감사합니다. 조수 아저씨도 드세요!”
“……그래. 고맙다.”
잭은 난생처음, 친구들과 먹은 것과 생일날 부모님과 먹은 걸 제외하면 난생처음으로 타인과 함께하는 식사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히 가세요!”
“그래. 내일 또 보자, 잭.”
저녁 10시, 탐정과 탐정이 가져온 조명 덕분에 오늘은 어둠이 주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떨지 않을 수 있었던 잭은 탐정이 하는 인사에 깜짝 놀랐다.
“……네!”
‘빌어먹을. 될 대로 되라지.’
탐정은 자신이 접근하면 잭에게 안 좋을 영향이 간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이 어린 소년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런 탐정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잭은 새로 친구를 사귀었다는 것에 온 세상을 가진 듯 행복해졌다.
“히힛!”
언제나 무섭고 조심스러웠던 집으로 향하는 길이 더 이상 그렇지 않음에 잭은 어제와 달리 조금 더 과감하게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거실에 서 있는 올리버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아빠?”
“……놀다 오냐?”
“네!”
“가서 가방 비우고 와. 또 데이트 갈 거니까.”
‘데이트!’
일주일 전 아빠랑 갔던 데이트, 아니 엄청 무서웠던 심부름.
하지만 그래도 아빠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던 잭은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가 책가방 속 내용물을 비운 뒤 뛰어 내려왔다.
“가자.”
‘윽!’
거칠게 잡아끄는 손길에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참은 잭은 차에 올랐고, 이내 둘을 태운 차는 뉴욕의 위험한 동네로 향했다.
부르릉!
그가 마약을 공급하는 판매책들에게서 들은 포인트 근처에 차를 세운 올리버가 잭을 부른다.
“네, 아빠.”
“오늘도 이 아빠가 네게 심부름을 시킬 거야. 그런데 저번과는 좀 다른 심부름이야.”
“뭐, 뭔데요?”
일주일 전의 무서웠던 기억이 떠오른 잭이 자신도 모르게 움츠린다. 하지만 올리버는 그런 잭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이걸 가방에 보관한 채 아빠가 가리키는 곳에 서 있다가 누가 다가와서 약을 파냐고 물어보면 돈을 받고 이거 한 봉지를 넘기는 거야. 쉽지?”“약이요? 헉! 아픈 사람인가요?”
“……그래. 아픈 사람이지.”
“헉! 그럼 아빠 약사였어요?”
이제야 아빠의 직업을 깨달은 잭은 깜짝 놀랐고, 올리버는 여전히 멍청하고 생각이 짧은 잭을 보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약사지.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약사.”
“우와아아!”
‘아빠가 약사라니! 그럼 나는 약사 아빠를 도우는?’
그렇다면 무서워도 참을 수 있다.
“어, 어디에 서 있으면 돼요?”
“저기. 저 골목 입구에 서 있으렴.”
“네!”
“그리고 경찰이 다가와 뭐하냐고 물으면…….”
“아빠를 만나러 가고 있다.”
“아니, 이번엔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그리고 바로 전화하고.”
“아, 네!”
“아빠는 언제나 여기 있을 테니까 힘들면 전화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 잭은 차에서 내려 올리버가 가리킨 골목의 입구에 섰다.
그와 동시에 스산한 바람과 함께 사나운 개 짓는 소리가 잭의 귀를 때린다.
“악!”
귀를 막고 주저앉은 잭은 올리버의 차를 보며 입을 앙다물었다.
“아, 안 무섭다. 난 안 무섭다……. 아빠가 지켜 주고 있다…….”
잭은 애써 웃으며 두려움과 싸웠다.
그 마법의 주문이 통한 건지, 올리버가 곁에 있다는 게 큰 위안을 준 건지 잭은 어느새 이 낯설고 무서운 거리에 조금씩 적응해 갔다.
그래서인지…….
‘다리 아파. 심심해.’
어느새 무서움보다 심심함이 더 커진 잭. 거리에 아무도 없어서 더 심심했다.
그때, 거리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한 발 내디디면 몸을 비틀 거릴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자.
“후욱! 훅!”
‘약. 약. 약.’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무언가를 찾듯 쉴 새 없이 돌아가던 눈동자가 이 거리와 결코 어울리지 않는 깨끗한 옷을 입은 잭을 발견한다.
‘야, 약 냄새다!’
냄새가 날 리 없는데도 남성은 홀린 듯 잭에게 다가갔다.
“이봐, 꼬마야.”
“네?”
화들짝 놀란 잭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남성의 모습에 작은 두려움을 느꼈다가 이내 울상을 지었다.
대체 얼마나 아프기에 저렇게 땀을 흘리고 숨이 거친 걸까. 작년에 독감에 걸렸던 엄마를 보는 것 같다.
“아저씨도 많이 아프세요? 약이 필요하세요?”
“약? 정말 약?”
“네. 잠시만요?”
잭은 가방을 열어 약봉지를 꺼냈다.
“여기…….”
“내놔!”
며칠만에 보는 약이던가!
“으악!”
남성의 우악스런 손에 약봉지를 쥔 팔이 잡힌 잭은 그대로 휘둘려져 땅바닥을 굴렀다.
“아윽. 아…….”
잭은 빠르게 다가오는 남성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약을 사시려면 돈을…….”
“내놓으라고, 이 애새끼야!”
뻐어억! 콰드득!
‘흑?!’
옆구리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더니 순간 눈앞이 캄캄해진다.
“내놔! 내놓으라고!”
콱! 콱콱!
잭을 발로 차는 사내.
“콜록!”
입에서 피가 튀어나온 잭이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린다.
아프다. 배가 많이 아프다.
하지만 그보다…….
‘아, 안 돼. 뺏겨선 안 돼.’
아빠가 부탁한 거다. 절대 그냥 줄 순 없었다.
잭은 눈앞이 흐려져 감에도 약봉지를 꽉 움켜쥐었다.‘아, 아빠. 사, 살려 주세요.’
잭은 올리버가 탄 차를 보며 간절히 바랐다.
“내놓으라고, 이 애새끼야-!”
결국 참지 못한 사내가 잭의 주먹을 힘으로 풀어내는 순간이었다.
부아아아앙! 끼이이익!
사내의 뒤를 스쳐 지나가다 브레이크를 밟은 차.
하지만 그딴 것 따윈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사내의 뒤통수로 분노한 짐승의 포효가 터진다.
“야, 이 개새끼야-!”
쩌어어억!
“잭! 괜찮냐, 잭!”
순간 사라진 나쁜 사람에 잭은 흐릿한 눈이 종혁을 찾는다.
“……천사 아저씨? 콜록!”
잭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피에 종혁이 굳어 버린다. 피의 색깔이 내장을 다친 듯 심상치 않았다.
“아, 안 돼. 안 돼…….”
안 된다. 이건 안 된다.
“꼬마야! 잭, 정신 차려!”
“헤헤. 감사합니다. 천사님 덕분에 매일이 생일이었…….”
툭!
“잭-!”
잭이 정신을 잃자, 종혁은 자신도 모르게 올리버를 찾았다.
존과 다리우스에 의해 강제적으로 끌어 내려지는 올리버.
왜 이러냐며 나는 잘못 없다고 외치는 올리버.
‘애가 이지경이 됐는데 아비란 새끼가……. 아비란 새끼가…….’뚝!
“하하.”
이성의 끈이 끊겨 버린 종혁은 잭을 조심히 안아 들며 존과 다리우스에 의해 끌려 나와 제압되는 올리버에게로 향했다.
“놔! 빌어먹을, 놔!”
“가만있어!”
“데릭.”
“으, 응?”
“잭을 병원으로. 빨리.”
“헉! 어, 응!”
데릭은 다급히 그리고 조심히 잭을 안아 들며 종혁의 차로 달려갔고, 종혁은 차가 출발하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올리버에게 시선을 두었다.
감정이 사라져 버린 종혁의 눈.
‘최, 최?’
놀라는 존을 옆으로 밀어낸 종혁은 딱 좋게도 보닛 위에 엎어져 있는 올리버의 얼굴을 보며 주먹을 들었다.
“야.”
종혁은 눈만 돌려 자신을 보는 올리버를 향해 싱긋 웃었다.
“그냥 죽자.”
“자, 잠…….”
후욱! 꽈아아앙!
올리버의 얼굴을 짓뭉개는 종혁의 주먹.
“자, 잠깐! 아, 안 돼, 최! 안 돼-!”
“놔! 놔, 이 씨발!”
모두 자신의 탓이다.
답지 않게 망설여서. 답지 않게 조심스러워서…….
“안 된다고-!”
“놔아-!”
어두운 거리에서 상처 입은 짐승이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