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24화>
99. 생각지도 못한 진실
“으드드!”
새벽 4시. 뉴욕 어느 주택의 거실에 앉아 있던 배불뚝이 사십대 백인 남성이 기지개를 편다.
“후우우.”
숨을 고른 남성 브룩은 여느 가정집과 다름없는 우중충한 톤의 거실을 둘러보다 혀를 찬다.
“여기서 산 지도 벌써 4년째인가…….”
올리버와 만난 게 5년 전이니 아마 그 정도 될 거다.
그 전까지는 겨우 아가씨 한 명만 데리고 길거리에서 성매매나 하던 밑바닥 포주 인생을 살았던 브룩. 잠도 싸구려 모텔에서 잤었다.
그러다 동창인 올리버를 고객으로 만났고, 어쩌다 보니 서로 합심해 브룩 자신은 멤버십 콜걸 조직을, 올리버는 마약 공급을 하게 됐다.
원래 초등학교 수학교사였던 올리버.
브룩은 그런 그가 어떻게 마약을 얻게 됐는지 궁금해 물었고, 올리버는 조심스레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 주었다.
십여 년 전 학교에서 마약을 하던 제자를 만나며 마약에 빠지게 되었고, 5년 전 우연히 그 제자를 다시 만나게 되어 그때부터 싼값에 마약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 일은 브룩과 올리버 두 사람만의 비밀.
만약 이 이야기가 새어 나간다면 올리버는 자신의 제자가 그들을 죽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뭐 덕분에 이런 집에서도 살게 되긴 했지만…….”
겨우 15만 달러도 안 하는 오래된 주택이라고 해도 난생처음으로 가진 집. 당시엔 뉴욕의 부동산이 폭등을 할 때라 정말 어렵게 구했다.
그런데 4년 동안 이 집을 집 겸 사무실 삼아 살다 보니 이젠 좀 지겨워졌다.
거기다 브룩 자신은 아가씨를 무려 6명이나 돌리는 콜걸 조직의 사장이다. 아가씨를 20명, 30명씩 보유한 대형 콜걸 조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달에 순이익으로 나름 2만 달러 정도는 버는 사업가다.
그런 사업가에게 이렇게 작은 집은 어울리지 않았다.
“흠. 그래, 부동산 추이를 좀 더 지켜보다가 사야겠어.”
나날이 폭락하는 뉴욕의 부동산.
조금만 버티면 백만 달러가 넘는 고급 주택을 반값에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러려고 그동안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아가씨를 관리한 게 아니겠는가.
“버는 족족 써 버린 올리버 그놈이 병신이지.”
명품을 사는 등 사치를 부렸다면 또 모른다.
그런데 올리버는 그냥 먹고 싶은 거 먹고, 호텔 잡고 콜걸을 부르고, 도박장을 가고, 스트립쇼를 구경하며 팁을 날리는 등 본능에 충실한 짐승처럼 살았다.
그러니 지금도 브룩 자신의 집보다 더 허름한 그 주택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거기다 알콜중독자 아내까지……. 아주 끼리끼리지.”
“우웅. 여보? 지금까지 일해요?”
“아냐. 이제 끝낼 거야. 들어가서 자.”
그렇지 않아도 오늘 장사를 마무리할 때였다.
“아, 그리고 오늘 오후에 올슨이 올 거니까 그렇게 알고.”
브룩 대신 아가씨들 숙소를 관리하는 올슨. 오늘은 그가 아가씨들이 고객에게 받은 팁을 가져오는 날이다.
화대와 팁까지 모두 합하여 아가씨와 6 대 4로 정산하는 그들.
아가씨가 6을 가져간다. 마약값은 온전히 브룩의 몫.
“네…….”
자다가 목이 말라서 일어난 듯 부엌으로 향하는 젊고 몸매 좋은 부인을 사랑스럽다는 듯 응시하던 브룩은 노트북을 닫으며 현관문을 나섰다.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불어온 뉴욕의 싸늘한 가을바람이 그의 정신을 깨운다.
찰칵 치이익!
“후우우.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건가.”
2년 전 결혼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아내가 임신을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자신이나 아내 둘 중 누군가에게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콜걸 사업이 궤도에 오르다 보니 예전엔 꿈도 못 꿨던 아기 생각이 간절해지는 브룩이었다.
“만약 둘 사이에 문제가 없다면…… 흠. 딸은 이름을 스테이시로 지을까? 아들은 내 이름을 따서 브릭?”
생각만 해도 행복한 상상.
브룩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바스락!
“음?”
집 쪽으로 고개를 돌린 브룩은 자신의 집에 달라붙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들에 눈을 부릅떴다.
‘강도!’
그는 반사적으로 총을 찾았다가 절망했다.
그리고…….
철컥!
“경찰이다. 엎드려.”
브룩은 어느새 다가 온 건지 등 뒤에서 총을 겨누는 누군가, 종혁의 말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걸 느꼈다.
경찰. 강도보다 더 만나선 안 되는 존재였다.
‘미친…….’
방금까지 그를 행복하게 했던 환상적인 꿈이 깨져 버림에 브룩은 울상을 지으며 땅바닥에 엎드렸다.
* * *
“아, 밀지 마세요!”
“닥치고 얼른 들어가!”
“이거 성추행으로 고소…….”
빠악!
“이년이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네.”
이른 아침의 1 폴리스 플라자, 형사국의 수사계 사무실이 시끄러워진다. 수갑을 찬 채 줄줄이 들어오는 백오십여 명 때문이다.
그에 출근해 있던 형사들이 입을 헤 벌린다.
“What the…….”
“이봐, 데릭! 걔들 뭐야!”
“뭐긴 뭐예요. 콜걸 조직이지! 마약도 판매하는!”
“……뭐?”
형사국 수사계가 발칵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후다닥!
꼭두새벽부터 전화를 한 부하 직원 때문에 짜증을 부렸던 폴슨 계장이 복도를 내달린다. 성매매뿐만 아니라 마약까지 판매하는 골칫덩이들의 검거 소식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회원제로 운영되는 게 대다수이기에 일망타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콜걸 조직. 여기에 마약까지 끼어 있다면 더 접근하기가 힘들다.
그런 놈들이 잡힌, 아니 일망타진된 거다. 그것도 무려 여덟 조직이나.
또 그것도 겨우 3명이서.
심지어 그중엔 종혁도 있다고 했다.
‘빌어먹을! 운동을 해야겠어!’
분명 사무실이 코앞인데 발이 너무 느리다.
“폴슨!”
“드와이트 국장님!”
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형사국의 국장, 드와이트가 뛰어오고 있다. 형사국 부국장과 FBI도 함께였다.
“나 지금 차장님과의 새벽 골프도 마다하고 온 거거든?! 맞지? 맞다고 해!”
“저도 확인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의 새벽을 깨운 전화의 내용이 진실이라면 어젯밤 단속에 나섰던 뉴욕 경찰 중 최고의 실적을 올린 거다.
“아니면 가만 안 둘 거야!”
그들은 수사계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고, 이내 시끌벅적한 사무실의 모습이 그들을 반겼다.
얼굴을 구기고 있는 백여 명의 여성과 오십여 명의 남성.
“엇. 오셨습니까?”
“데릭! 어떻게 된 일이야?”
“하하. 모두 저기 최 덕분입니다.”
다리우스는 어젯밤 단 3명이서 해낸 기적 같았던 검거 작전을 설명해 주었고, 폴슨과 드와이트, 이번 단속의 총괄책임자인 FBI 요원 모두 입을 떡 벌리며 한 남성을 취조하고 있는 종혁을 멍하니 응시했다.
“미친…….”
호텔이나 모텔을 빌려 콜걸을 불러내 검거하는 건 그들 경찰도 자주 애용하던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도 지금은 옛말.
하도 당하다 보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이 콜걸 조직들은 더 음지로 숨어들다 못해 호텔 직원들에게 푼돈을 쥐여 주면서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잡기가 힘들었는데, 수천만 달러짜리 펜트하우스를 빌려 놈들을 낚다니…….’
이건 정말 미친 거다.
미친 짓이었다.
그게 종혁의 펜트하우스라는 걸 듣지 못한 폴슨 계장은 종혁에게 다가가 와락 껴안았다.
“최!”
“윽? 아, 계장님.”
“이런 기발한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예? 아, 저 원래 이렇게 수사합니다만?”
“……응?”
“네? 왜요?”
“아니. 어, 응…….”
‘천재가 아니라 그냥 또라이였구나. 얘 상사도 힘들겠네……. 응.’
그래도 뭐가 됐든 실적을 올렸으면 된 거다.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 마침 잘 오셨습니다. 여기 핸드폰과 컴퓨터들 포렌식해야 되니까 승인 좀 해 주십시오.”
“해야지. 당연히 해야지!”
저 안에 마약과 성매매를 한 고객 명단에 장부, 그리고 마약 공급처에 대한 정보 등 모든 게 있을 텐데 어찌 지체할 수 있을까.
“잠깐만!”
함박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리는 폴슨에게서 함경필 국장과 백이도 과장의 향기를 느낀 종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첫인상과 많이 다르네.’
“잠깐, 폴슨 계장.”
이번 단속의 총괄 책임자인 FBI 요원이 다급히 입을 열자, 뭔가를 눈치챈 종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선다.
“설마 FBI씩이나 되는 분께서 남의 밥그릇을 욕심내는 건 아니죠? 에이, 설마 그럴까.”
움찔!
“크흠. 이봐. 최라고 했나? 이건 당신 생각처럼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회원가입이 까다로운 멤버십 콜걸 조직의 고객이 어떤 부류의 사람이겠는가.
바로 소위 있는 자들이다.
사업가, 교수, 변호사, 의사뿐만 아니라 검사나 판사,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도 저 고객 명단 안에 있을 수 있다.
만약 있다면 정말 난리가 나는 거다.
이 부분을 알아차린 드와이트와 폴슨도 사색이 된다.
하지만…….
“네. 좆까시고요.”
종혁은 상큼하게 웃으며 중지를 치켜들었고, FBI는 얼굴을 구겼다.
“야! 너 이거 감당할 수 있겠어?!”
“네, 네. 전 한국에서 연수 온 경찰이라 승진에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뭐? 아니, 하!”
오히려 잘됐다.
“한국에서 왔다고? 그러면 남의 나라 일에…….”
“야, 병신.”
순간 종혁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뭐?”
“FBI면서 날 몰라?”
“하! 이봐, 한국 경찰. 내가 그런 작은 나라의 경찰 이름까지 알아야 할 만큼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푸흐. 야, 나 최종혁이야. 니들 식으로 말하면 종혁 최. 한국의 종혁 최.”
“네 이름이 챙훅 최이건 누구건…… 뭐? 누, 누구?”
종혁은 하얗게 질리는 FBI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니들 FBI가 존나 잘 써먹고 있는 수사기법을 만든 사람이 나라고. 그럼 여기서 질문. 네가 내 아가리를 다물게 하는 게 빠를까, 아니면 내가 내 미국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게 빠를까?”
“미, 미친! 그걸 만든 사람이 이렇게 어린…… 아니, 당신이 여기 왜 있어!”
“대가리에 지우개가 탑재되어 있나. 방금 못 들었어? 한국 경찰 신분으로 연수 왔다고 했잖아.”
꿀꺽.
FBI는 종혁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은 드와이트와 폴슨을 작은 원망을 담아 노려봤다.
딱히 종혁이 밝히지 않았기에 종혁이 그토록 대단한 인물이라는 걸 모르는 둘로서는 억울했다.
“이건 내 선에서 해결될 일이 아닌…….”
“아냐. 그냥 내가 연락할게.”
종혁은 FBI 본부의 부국장에게 연락을 했다.
“오랜만이에요, 부국장님. 저 최입니다. 제가 이번에 NYPD로 연수를 왔거든요? 그런데…….”
휙!
핸드폰을 뺏길 뻔한 종혁은 무슨 짓이냐며 얼굴을 구겼고, 실패한 FBI는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사,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부국장님이 생각나서요. 언제 시간 내서 식사나 하시죠. 예, 예.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FBI 요원을 보며 혀를 찼다.
“잘합시다. 언제나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이 뭐하는 짓입니까? 혹시라도 개새끼들이 지랄 떨면 말하세요. 확 그 새끼 라이벌에게 넘겨 버릴 테니까.”
고객 명단 속 이름과 아가씨의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 등의 증거를.
“뉴, 뉴욕이 혼란에 빠질 겁니다.”
“에이. 아직 확실치도 않는 일에 뭘 그리 호들갑이세요. 아, 그런데 내년이면 대통령 선거 아니었나?”
“헉!”
종혁은 말 귀를 바로 알아들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FBI가 남 같지 않아서 그래요. 이 명단 안에 정치인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으면 잘 챙겨 드릴게. 그런데…….”
종혁은 드와이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장의 나팔수인 경찰위원장 레이먼드 켈리가 임명한 드와이트 국장.
만약 이 명단에 시장이 소속된 당의 정치인이나 시장의 지인이 끼어 있다면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큼. 이봐, 최.”
“국장님은 지금부터 신께 간절히 기도하는 게 좋을 겁니다. 반대 파벌이면 대박 터지는 거고, 아니면 피 좀 볼 테니까. 절 부서 이동을 시키면 더 피를 보게 될 테고.”
“……미치겠군.”
FBI 요원도 쩔쩔매는 종혁.
드와이트는 경찰 위원장 레이먼드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몸을 돌리며 핸드폰을 들었다.
“푸흐. 이거 명단 안에 아무도 없길 바라야겠군.”
“그런 걸 빌어도 되고요.”
위가 아픈 건지 배를 문지르는 폴슨을 일견한 종혁은 다시 자리에 앉아 브룩을 봤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래. 내가 그렇게 말해도 넌 아니어야지.”
“…….”
“자,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볼까요? 이름.”
“브, 브룩 오스너입니다. BRUK…….”
“사회보장번호.”
FBI뿐만 아니라 국장도 어려워하는 인물.
순한 양이 된 브룩은 조사에 성실히 임할 수밖에 없었다.
* * *
이날뿐만 아니라 총 일주일의 마약 집중 단속 기간 동안 총 뉴욕에 산재한 콜걸 조직 중 14개의 콜걸 조직이 종혁에게 일망타진됐다. 그중 마약까지 판매하는 조직은 네 곳.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은 둘째 날에 올린 성과일 뿐, 또 정보가 어디서 새어 나간 건지 셋째 날부터는 종혁의 낚시에 걸려드는 조직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경찰이 단속을 시작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 올리버의 귀에 닿았다.
“뭐? 브룩이 잡혀 들어갔다고?”
-몰랐어?
당연히 몰랐다. 브룩이 비즈니스 파트너이긴 하지만, 연락은 언제나 브룩이 먼저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알려 줬으니까 저번의 빚은 없는 거야.
“자, 잠깐. 솔리, 약을 더 살 생각은…….
-없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팔지 못하는데 무슨.
작년의 시늉만 하던 단속과 차원이 다르다.
한 달, 아니 최소 3개월은 납작 엎드려야 다시 안심하고 약장사를 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다음에 약 필요할 때 연락할게. 끊는다.
“잠깐, 솔리! 빌어먹을!”
통화가 종료된 핸드폰을 높이 쳐들었던 올리버는 이내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으응. 무슨 일이야…….”
“닥치고 잠이나 자.”
“으응…….”
올리버는 다시 잠드는 메디슨을 노려보다가 안방을 나섰다. 술 냄새 때문에 더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덜컹!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든 그는 거실을 배회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떡하지? 어떡해야 되는 거지?”
그동안 그가 마약을 공급하던 네 명 중 파트너 브룩이 잡혀 들어갔고, 다른 세 명은 석 달 동안 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올리버 자신도 꼼짝없이 세 달 동안 장사를 하지 못할 판이다.
문제는 당장 내일 쓸 돈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브룩과 다른 의미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제자에게 외상을 한 마약 대금을 지불하기 힘들다는 거다.
그저 밑바닥 중간 공급책인 올리버 자신과 다르게 진짜 마약 카르텔에 소속되어 있는 제자.
죽는다. 정말 죽을 수도 있다.
“빌어먹을! 어제 도박장만 안 갔어도!”
올리버는 다급히 뒤뜰의 창고로 뛰어가 남은 마약의 양을 확인했다.
“이 정도라면…….”
다행히 외상 한 대금 중 80퍼센트는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팔 수만 있다면 말이다.
‘빌어먹을. 결국 거리로 나서야 하는 건가.’
문제는 올리버가 길거리에서 팔아 본 경험이 없다는 거다.
여태껏 거리 마약상들에게 마약을 넘기기만 했던 그.
그래서 더 겁난다. 올리버 그 자신도 마약중독자이기에 마약중독자들 앞에 마약이 드리워지면 어떻게 돌변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자칫 칼에 찔릴 수도 있겠지…….”
돈이 없는 중독자가 판매상을 찌르고 튀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기에 올리버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다시 거실로 돌아와 이리저리 움직이던 그는 이를 악물었다.
“제길!”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그 순간이었다.
달칵! 끼이익!
“아빠?”
무슨 일인지 요새 부쩍 표정이 밝아지고 살이 오른 잭을 발견한 올리버는 눈을 빛냈다.
‘그래. 이번에도 쟤를 이용하면?’
올리버의 눈이 사악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