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23화>
“빌어먹을!”
어두워진 뉴욕의 밤, 한 이십대 남성이 건물 숲 사이를 내달린다.
삐요오옹! 삐리리리!
-멈춰!
“꺼져!”
골목길 안까지 쫓아오는 경찰차를 향해 중지를 치켜세우며 달리는 사내.
잡히면 끝이다. 이번에 들어갔다가는 언제 나올지 모른다.
그런 위기감에 휩싸인 사내는 급히 몸을 틀어 경찰차는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빌어먹을! 빼! 차 빼! 용의자 18번가에서 21번가로 도주 중! 어? 최?
‘헹! 내가 잡힐 줄 알고?’
이대로 100미터만 더 가면 지하철역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 인파에 섞이면 경찰은 절대 자신을 잡을 수 없었다.
남성, 마약 판매책의 얼굴에 미소가 어리는 순간이었다.
투두두두두두!
‘응?’
웬 괴상한 소리에 고개를 돌린 사내는 눈을 부릅떴다.
가로등 불빛을 등진 거대한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숨을 한 번 들이마시는 찰나에도 빠르게 좁혀지는 간격.
“이런 개……!”
남성은 다급히 품 안에 숨겨 둔 칼을 꺼내 들었고, 종혁은 달려가는 자세 그대로 휘둘러지는 칼을 피하며 놈의 면상에 주먹을 욱여넣었다.
콰앙!
남성은 마치 얼굴이 차에 치인 것 같은 고통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고, 종혁은 한 바퀴 돌아 뒤통수부터 떨어진 사내를 향해 침을 뱉었다.
“하, 새끼가 괜히 땀 빼게 하고 있어.”
혀를 찬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존. 여기 구급차 한 대만 불러 줘요.”
코뼈도 아작 났고, 뒤통수부터 떨어졌으니 뇌진탕 검사도 해 봐야 했다.
-홀리…….
“아, 그래요?”
-예. 방금 막 집에 들어가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 말에 종혁이 주먹을 쥔다.
이 늦은 시간까지 폐가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에 들어간다는 게 무슨 뜻이겠는가. 집이 안식처가 되어 주지 못한다는 소리다.
종혁은 탐정이 잭과 만날 때 찍은 폐가의 사진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음식을 배달해 준 것도요.”
-하하. 아닙니다. 비싼 돈을 지불하셨는데 이 정도 서비스는 당연히 해 드려야죠.
종혁이 하루에 지불하는 돈이 얼만데 이까짓 음식 배달이 문제일까.
-거기다…….
탐정은 잠시 말을 줄였다.
그런 곳에서 아이가 쉬는 걸 보니 잭과 같은 또래의 아들을 가진 아빠로서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남들은 탐정이 돈이라면 뭐든지 다하는 악마라고 욕하지만, 그도 사람이었다.
-후우. 아이가 참 부모를 닮지 않았더군요.
탐정은 화제를 돌리며 끓는 화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렇긴 하더라고요.”
어쩌면 그래서 더 눈이 갔는지도 몰랐다. 부모와 닮은 구석이 없는 잭이 그런 이유로 학대를 받는 것 같아서.
세상엔 그런 사소한 이유로도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가끔 삼촌이나 이모, 먼 친척을 닮은 사람이 있잖습니까.”
-그렇긴 하죠. 음. 그럼 저희는 이만 철수하겠습니다.
“예. 내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걱정 마십시오.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개입하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종혁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개 같은 새끼들. 애가 아무리 미워도 밥은 챙겨 줘야지.”
잭이 점심시간에 물로 배를 채웠다는 소리를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 걸 느꼈던 종혁은 오늘 들은 보고를 떠올렸다.
알콜중독 치료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트에서 일하는 메디슨, 그리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올리버.
“……개새끼들.”
‘그냥 그 폐가를 사 버릴까?’
그래서 이곳 미국에 있는 동안이나마 잭에게 작은 안식처라도 되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미 올리버와 메디슨이 종혁 본인의 얼굴을 안다는 거다.
어쩌면 자신의 이 행동으로 잭이 더 학대를 받을 수 있기에 종혁은 그 부분에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있었던 입양아 보험사기 사건 때야 경찰이라는 게 억제제가 되어 줬지만, 올리버와 메디슨은 마약에 알콜중독자다.
경찰 배지가 통하지 않는 놈들이었다.
“후우우.”
“그 잭이란 아이에 관한 일이야?”
“음? 뭐, 예. 그렇죠.”
“그렇구나…….”
종혁은 뭔가 말을 하려다 마는 존의 모습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가 이내 창밖을 응시했다.
가늘게 떠지는 그의 눈.
“그런데 NYPD도 어지간하네요.”
“……빌어먹을. 그 부분은 할 말이 없네.”
분명 기습적으로 펼친 일제 단속이다. 비록 경찰 내부에선 공문이 나돌았다고 하여도 약쟁이들 입장에선 기습적이어야 했다.
‘그런데 마약 조직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다는 이런 외진 곳의 포인트에도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네.’
마약 조직들은 웬만해선 이런 곳에 진출하지 않는다. 한 놈이 잡혀 들어가면 줄줄이 딸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곳에는 비교적 순도가 낮은 싸구려, 혹은 순도가 좋아도 하루 4g 이하의 극소량 단위만 나눠 파는 밑바닥 하루살이들이 모이게 된다. 알약이면 하루 20정 이하다.
마약 조직과 수익을 나눌 필요 없이 자기가 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놈들이 마치 중고차 판매단지의 영업사원들처럼 이런 곳에 모여 마약을 파는 거다.
방금 전 검거한 판매책이 바로 그런 놈들 중 하나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까지 올린 실적은 그걸로 끝.
그저 마약을 구매하려 기웃거리는 걸로 추정되는 몇 놈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이런 곳이나 전전하는 밑바닥 판매책들까지 이번 단속을 알 만큼 정보가 노출됐다는 증거다. 내부자가 정보를 누설한 게 아니고서야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안해, 최. 못난 모습을 보였네.”
“나한테 미안할 건 없고요.”
어디 이런 모습을 한두 번 보는가. 열이 솟구치긴 하지만 남의 동네에 와서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할 순 없었다.
‘내 발목만 안 잡으면 되는 거지. 하지만 만약 잡는다면…….’
순간 눈빛이 서늘해졌던 종혁은 다시 존을 봤다.
“이러면 단속이 별 의미 없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최소 일주일은 뉴욕 시민이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
순간 종혁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존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경찰이 포기를 하는 순간 괴로운 건 피해자. 경찰은 그 어떤 순간에도 포기를 해선 안 된다.
종혁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줬다.
“흐응. 존은 그걸로 만족합니까?”
이는 종혁 나름의 작은 시험이다. 존을 판가름하기 위한 시험.
그걸 알 리 없는 존은 마치 놀리는 듯 웃는 종혁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만족할 리가…… 없잖아.”
자신도 경찰이고, 형사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뉴욕에서 마약을 뿌리 뽑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정말 빌어먹게도 불가능하다고…….”
“흐으응. 그래요?”
종혁의 입가에 만족이 서렸다.
“그래도 열정은 있는 것 같네.”
“What?”
피식 웃은 종혁은 핸드폰을 들었다.
“데릭, 거긴 좀 어때?”
-쥐새끼 한 마리 안 보여.
다른 곳에 연락해 보니 그쪽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단속 첫날인 오늘 가장 실적이 좋아야 하는데, 이래서는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았다.
-약쟁이 새끼들이 운영하는 클럽을 급습했는데 마찬가지래!
FBI가 뉴욕에 산재한 마약 조직들이 운영하는 클럽을 급습했지만, 그 흔한 대마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말이다.
-진짜 어떤 개자식들이 정보를 누설했는지 몰라도 잡히면 죽여 버릴 거야!
“큭큭. 데릭, 우리 그냥 호텔 잡고 콜걸이나 부를까?”
“뭐?”
-미쳤어?
“어차피 여기서 더 단속해 봤자 의미 없잖아.”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다는 소문이 쫙 퍼졌는데 어떤 미친놈이 밖으로 기어 나와 약장사를 할까.
소식이 둔한 잔챙이나 몇 놈 검거하고 끝일 거다.
“그러니까 약쟁이 새끼들이 운영하는 멤버십 콜걸을 부르자고.”
그제야 말귀를 알아들은 존은 입을 떡 벌렸다.
그렇게 종혁과 존이 탄 차는 출발했고, 잠시 후 그들이 있던 근처에 낡은 혼다 시빅이 선다.
“아빠가 하는 말 알아들었지, 잭?”
“네! 저기 건물의 402호로 가서 이 가방 안에 있는 하얀 가루를 넘긴다.”
“그리고 돈을 받는다.”
“아, 돈을 받는다!”
“그걸로 돌아가는 길에 핫도그 사 줄 테니까 잘해야 한다? 그럼 아빠는 여기 있을 테니까 무서우면 언제든 이쪽으로 달려와. 그리고 만약 가다가 경찰을 만나면…….”
“아빠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그리고 아빠한테 이걸로 전화!”
“그래, 잘하네. 할 수 있지?”
평소답지 않은 아빠의 다정한 말.
난생처음 보는 다정한 아빠의 다정한 부탁.
“네!”
잭으로선 오직 이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차문을 닫은 잭은 올리버가 가리킨 허름한 붉은 건물로 걸어갔고, 올리버는 그런 잭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역시 애새끼는 쉽네.’
“흠. 지금부터 좀 다정하게 대해 줄까?”
그래야 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올리버는 제법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 지금 운반책이 갔거든? 굉장히 작고 멍청한 놈이니까 단번에 알 수 있을 거야.”
한편 맨몸으로 거리에 내동댕이쳐진 잭은 어깨를 움츠린 채 천천히 건물로 다가섰다.
‘괘, 괜찮아. 아빠가 뒤에 있잖아.’
게다가 아빠가 처음으로 시키는 심부름다운 심부름이다.
‘트레번! 너 옆집에 망치 빌리러 갔다 왔다고 엄청 자랑했었지? 너 내일 보자!’
자신은 그보다 더 먼 거리를 가고 있다.
트레번의 구겨질 얼굴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나오는 잭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브러진 더러운 거리, 고약한 냄새, 어두운 밤. 그리고 개가 짖는 소리.
그 모든 게 잭을 무섭게 만든다.
“아니야. 버려진 집보다 안 더러워. 안 무서워.”
입술을 깨문 잭은 거리처럼 더러운 붉은 건물의 계단에 올라 402호의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누구?”
“아, 아빠가 하얀 가루를 전해 주라고 해, 했는데요!”
그 말에 잠시 침묵했던 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한 상의를 탈의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잭은 그런 그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온몸에 무서운 문신이 가득한 대머리 아저씨.
“히끅?”
잭은 사내의 허리에 꽂혀져 있는 권총과 흐리멍텅하게 풀린 눈에 파랗게 질렸다.
무섭다. 그냥 무서운 사람이었다.
잭은 벌렁거리는 심장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큭큭. 네가 올리버 씨가 말한 작고 멍청한 운반책이냐? 그 사람도 어지간하네.”
자기 아들을 운반책으로 쓰다니. 악마도 생각하지 못할 수법이다.
“뭐 내가 따질 일은 아니지. 물건은?”
“여, 여기요.”
잭은 다급히 가방을, 어제 엄마가 사 준 새 가방을 열어 하얀 가루가 든 작은 봉지를 넘겼다.
무게로 따지면 겨우 10그램이나 될 법한 양.
“도, 돈은 여기 주시면 돼요!”
“진짜 대박이네. 그래, 나도 여기 있다. 아, 올리버 씨에게 전해. 단속 때문에 한달 정도는 물건을 받을 수 없을 거라고.”
단속 기간은 일주일이지만, 혹시 모르기에 몸을 낮추고 있어야 했다.
“네, 네.”
가방을 꼭 끌어안은 잭은 부리나케 올리버가 있는 차를 향해 달려갔다.
‘아, 아빠!’
* * *
부르릉!
새벽 2시, 센트럴파크를 빙 둘러싼 빌딩 숲들 중 한 아파트 빌딩 앞에 머스탱 한 대가 선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보조석에 앉은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이십대 초반의 여성이 운전석에 앉은 삼십대 사내를 향해 우려를 표한다.
지금 FBI가 NYPD와 함께 마약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 콜이 경찰의 함정일 수도 있었다.
누가 봐도 여대생이라 착각할 만큼 수수한 여성의 말에 콜걸을 목적지까지 배달하고 또 데려오는 운전수 남성은 피식 웃었다.
“야, 에밀리. 경찰 따위가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 빌딩은 최고로 싼 방이 200만 달러다. FBI라고 해도 이런 곳에선 살 수가 없었다.
“하, 하지만 빌릴 수도 있잖아요.”
“고작 우리를 잡겠다고 여기를? 호텔이면 몰라도?”
고급 호텔이라면 에밀리의 말처럼 의심을 했을 거다.
하지만 이런 최고급 아파트 빌딩은 구매자의 프라이버시와 쾌적한 환경을 위해 그런 협조를 잘하지 않는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선 이런 곳에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콜을 부른 사람이 머무는 곳은 최상층의 펜트하우스다.
경찰이나 FBI일 리가 없었다.
“아.”
“그리고 기존 회원이 보증까지 섰어. 작년부터 연락을 하지 않은 회원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러니까 괜한 걱정 말고 들어가기나 해. 약은 챙겼지?”
에밀리는 대답 대신 대각선으로 멘 핸드백을 두드렸고,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긴 밤을 예약하긴 했는데, 고객이 하루 더 연장할 것 같으면 미리 연락해. 그리고 저번처럼 네가 약 다 처먹으면 죽여 버린다.”
“내, 내일 봐요.”
싱긋 웃은 에밀리는 빌딩 안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성은 핸드폰을 들었다.
“예, 브룩. 지금 막 들어갔습니다.”
그의 고용주인 브룩.
-낌새는 어때?
“별거 없습니다. 도로에도 차 한 대 없어요.”
-……알았어. 약은 부족하지 않고? 부족하면 빨리 말해. 올리에게 받아 와야 하니까.
올리. 올리버 무어.
남성도 아는 인물로, 어떻게 마약을 싸게 구하는지는 몰라도 꽤 저렴한 값에 그들 성매매 조직에 마약을 공급한다.
“한 다섯 번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남성은 그렇게 대화를 하며 아파트 빌딩에서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시키며 의자를 뒤로 눕혔다.
한편 미리 이야기가 된 건지 별다른 검문 없이 로비를 통과해 최상층으로 온 에밀리는 시야에 한가득 채우는 문을 보곤 살짝 놀랐다.
검은색 바탕의 문에 새겨진 기형학적인 금색 곡선.
‘이거 진짜 금인가?’
별 쓸모없는 생각을 한 그녀는 벨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열리는 문.
슬그머니 문을 닫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간 그녀는 거실이 나타나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콜걸을 부르셔서…… 아?”
에밀리는 거실에 펼쳐진 풍경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양손을 뒤로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여성들과 그런 여성들 근처에서 도넛과 커피를 마시다 손을 흔드는 남성들.
그리고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동양인 남성.
오싹!
종혁은 다급히 몸을 돌리는 그녀를 향해 씩 웃었다.
“처맞기 전에 엎드려라.”
덜컥 굳은 에밀리는 울상이 되었다.
‘개새꺄! 경찰 아닐 거라며!’
* * *
다리우스와 존이 스스로 엎드려 양팔을 뒤로 돌리는 에밀리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저녁 11시부터 지금까지 몇 번이나 똑같은 상황을 겪었음에도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 이게 진짜 낚이네.”
멤버십 콜걸 조직을 소탕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던가. 기존 회원의 추천이 있지 않으면 멤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마약까지 다루는 콜걸 조직은 회원이 되는 데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콜걸 사이트나 전화번호를 알아내도 소탕하지 못하는 그들 조직.
그런데 무슨 수를 쓴 것인지 종혁은 간단히 회원 자격을 얻어 낸 것이다.
“최, 정말 너 한국의 왕족이 아닌 거지?”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예요, 조니.”
‘그놈의 왕족 타령은 언제까지 할 건지.’
고개를 저은 종혁은 수갑이 채워진 채 일으켜 세워지는 에밀리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리셨죠?”
“경찰…….”
멍하게 중얼거리던 에밀리는 이를 악물었다.
‘버, 버텨야 해! 경찰이 뭐라고 다그쳐도 버텨야 해!’
그렇지 않으면 사장인 브룩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만큼 그녀에겐 무서운 사람인 브룩.
종혁은 눈빛이 단단해져 가는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
“네, 경찰입니다. 저기 먼저 오신 아가씨들이 처음 그랬던 것처럼 상황 파악을 못하실 것 같아서 먼저 말씀드리는 건데…….”
순간 종혁의 눈이 사나워진다.
“야. 마약류에 관한 법률 위반과 성매매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20년 썩을래, 아니면 예쁘게 협조해서 10년 썩을래?”
마약과 성매매에 관하여 강력하게 처벌하는 뉴욕.
가장 큰 죄목에 다른 죄목들을 뭉뚱그려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저지른 범죄를 각기 따로 계산한 뒤 합산해 형을 때린다.
그렇기에 이런 형량 거래도 활발하다.
“어차피 네 핸드폰 뒤져 보면 다 나오거든?”
“헉!”
“그러니까 말로 할 때 불어. 네 사장, 숙소, 널 여기다 데려다준 운전수, 그리고 네가 만난 고객까지 모두.”
혹시라도 다른 콜걸 업체, 마약도 함께 파는 조직을 안다면 그것까지.
원래 이런 정보는 경찰보다 이들 성매매 여성들이 더 잘 안다. 그래야 질이 나쁜 곳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전화번호를 가지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다. 업체를 옮겼을 때 단골 고객이 있으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작정하면 줄줄이 엮듯이 뽑아낼 수가 있다. 도중에 끊기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런 종혁의 말에 에밀리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