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21화>
98. 중독
잭은 갑자기 자신의 생일상을 덮친 웬 동양인 아저씨에 깜짝 놀랐다가 눈을 크게 떴다.
‘H…… E…… L…… P?’
도움. 도와줄까.
순간 난생처음 보는 아저씨가 내민 구원의 손길에 의아해하던 잭은 종혁이 슬쩍 보여 주는 배지에 경악한다.
경찰이다.
생일인 오늘을 제외한 거의 모든 매일,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리는 엄마와 아빠에 이불 속에 숨어 가끔씩 떠올리는 경찰.
그 경찰이 자신을 구해 주러 나타난 거다.
만화 속의 영웅처럼.
영화 속의 영웅처럼.
‘저, 정말로 경찰이 날…….’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귓속을 찌르는 뾰족한 외침에 엄마 메디슨을 본 잭의 눈이 순간 흔들린다.
‘내가 도와 달라고 하면, 엄마는?’
거의 모든 매일이 나쁜 엄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다정한 엄마.
잭 자신의 생일엔 하루 종일 다정한 착한 엄마.
술만 아니면 착한 엄마가, 그런 엄마가 그 무서운 교도소에 갈 수 있다.
‘나, 난 졸리도 무서운데…….’
같은 반에서 남자아이들을 때리고 다니는 무서운 여자아이 졸리. 그런 졸리보다 무서운 어른들만 가득한 교도소에 엄마가 가는 거다. 매일 뭔가에 부딪치고 넘어지며 의자도 제대로 못 드는 엄마가.
‘그, 그럼 아빠는?’
혼자 남겨질 아빠.
슬퍼할 거다. 힘들어할 거다.
‘나 때문에 아빠가…….’
잭은 종혁을 보며 서글피 웃었다.
그리고 그걸 본 종혁은 절망했다.
‘안 돼! 꼬마야, 안 돼!’
놀람. 갈등. 타인을 향한 걱정. 체념.
찰나 동안 잭의 얼굴에서 일어난 변화에 종혁은 억장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아이가 뻗은 이 손을 잡지 않으면 구할 수 없기에.
공권력이 강한 미국에서라면 강제적으로 떼어 놓을 수 있지만, 그건 아이가 바라는 일이 아니기에.
이건 절대 아니지만, 아이의 가슴에 한을 남길 수 있기에.
종혁은 발밑이 꺼지는 아득한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
“이봐, 넌 뭐야! 메리, 이 자식 뭐야!”
뒷목을 확 잡아채 일으키는 억센 손길에 순간 살의가 솟구쳤던 종혁은 자신을 일으킨 올리버와 메디슨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우, 죄송합니다! 갑자기 발이 꼬여서!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지금 다친 게 문제야?! 이거…….”
깜짝 놀라 방금 전 술을 마셨다는 걸 잊은 걸까.
잭을 본 메디슨의 표정이 표독스러워진다.
“내 아이의 생일을 망쳤잖아! 어떡할 거야!”
‘미치겠네.’
이제야 알겠다. 잭이 왜 자신의 도움을 거부한 건지.
술만 마시지 않으면 사람은 참 착하다는 걸 이 어린 꼬마가 알아 버린 거다.
거기에 매달리는 거다.
1년 내내 지옥을 겪는다고 해도 그 찰나에, 안식이 되어 주고 행복해지는 그 짧은 순간에 중독이 되어 버린 거다.
끄극!
종혁은 주먹을 쥐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 보상하겠습니다.”
죽어도 사과를 하기 싫지만 잭을 위해 하는 사과.
“지금 보상이 문제야! 우리 아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헉! 자, 잠깐만 허니.”
종혁이 꺼낸 두툼한 지갑에 놀란 올리버가 다급히 메디슨을 말리고, 그제야 지갑을 발견한 메디슨이 입을 다문다.
“이까짓 돈이 망쳐 버린 이 아이와 당신들의 추억을 다 보상할 순 없겠지만, 부디 이걸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며 꺼낸 뻣뻣한 100달러 지폐 열 장에 메디슨도 놀란다.
“이 아이와 두 분께서 드시는 음식도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오늘은 참아 주라. 응?’
종혁은 둘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그런 종혁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둘은 천 달러라는 거금에 표정을 누그러트렸다.
“흠흠. 그렇다면…….”
“……내 아들에게도 정중히 사과하세요.”
“미안해, 꼬마야. 아저씨가 네 생일을 망쳐 버렸어. 부디 용서해 줄 수 있을까?”
한쪽 무릎을 굽히며 눈을 마주친 종혁은 그러며 메디슨과 올리버가 보지 못하도록, 오직 잭만 볼 수 있도록 고개를 틀며 입술을 달싹였다.
‘웨이트리스. 언제든지 도움 요청.’
순간 의아해하다 놀란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괘, 괜찮아요! 아저씨는 괜찮아요?”
단숨에 말뜻을 알아듣는 영특한, 그러면서 남부터 걱정하는 천사의 모습에 종혁은 애간장이 타들어 갔다.
“고맙다……. 다시 한번 생일을 축하한다, 잭. 오늘 하루 행복하길 빌게.”
“……네!”
정말 용변만 보고 온 듯 올리버가 복귀하는 게 빨랐다.
마약쟁이가 가장 참을 수 없는 순간인, 술을 마신 직후임에도 복귀하는 게 빨랐다는 건 올리버도 잭을 위해 자제한다는 거다.
씁쓸하게 웃은 종혁은 가게 주인과 빠르게 잭의 테이블을 치운 후 종혁을 못마땅하다는 듯 응시하는 웨이트리스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크흠. 아닙니다.”
존이 경찰임을 아는 가게 주인과 웨이트리스는 불만을 삼킬 수밖에 없었고, 종혁은 그런 그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정말 죄송하지만, 제 부탁 하나만 더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봐요.”
종혁은 따지려는 듯 나서는 웨이트리스를 응시했다.
“방금 전 저 아이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떤 제스처를 취하면 바로 제게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순간 종혁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은 웨이트리스와 가게 주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아동 학대. 미국인이 증오하는 범죄 중 하나.
존도 놀라 종혁을 본다.
“……알았어요.”
“다른 웨이트리스들에게도 전달해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지금 이 순간부터 계속 지켜볼 테니까.”
“감사합니다. 조니, 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어, 으응.”
“당신은 쳐다보지 말고요.”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종혁은 가게를 빠져나가 차 트렁크를 열었다.
“진짜…… 정말 부탁한다, 잭.”
부디 마음을 고쳐먹기를.
엿 같은 부모는 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얼른 깨닫기를 종혁은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딸랑!
종혁은 결국 올리버와 메디슨의 손을 잡고 가게를 빠져나가는 잭의 모습에, 장난감을 사러 가자는 말에 기뻐하는 잭의 모습에 고개를 떨 굴 수밖에 없었다.
부우웅!
다시 뉴욕을 누비기 시작한 차 안.
“……최.”
브룩클린으로 방향을 잡은 존의 부름에 종혁이 그를 본다.
“아무래도 네가 착각한 게 아닐까? 왜 그렇잖아. 그 꼬마는 부모를 엄청 따랐다고. 네 말처럼 학대를 당하는 거라면…….”
‘하. 이 새끼…….’
최재수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 턱주가리를 돌려 버렸을 거다.
‘잭이 엄마의 손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같이 보고도, 씨발!’
이후로도 메디슨은 몇 번이나 잭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부모로서의 애정을 보여 주었다.
잭도 그에 행복해했다.
하지만 그 손길이 시야에 담기는 찰나 잭은 손길을 경계하고 무서워했다. 그리고 올리버의 손이 움직이는 것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영혼에 박힌 반사적인 반응. 평소 온정 어린 손길보다 폭력에 가까운 체벌 혹은 화풀이를 많이 당했다는 증거다.
‘마약에 알콜 중독자라면 화풀이일 확률이 높겠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게 중독자의 또 다른 특징.
그들은 정말 아무 이유가 없더라도 속에서 끓는 화를, 1초에도 몇 번씩 변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다.
“이봐요, 조니.”
“응?”
“당신은…… 하, 됐습니다.”
“이봐, 최.”
“됐고. 뉴욕 최고의 탐정은 누굽니까.”
“탐정?”
한국은 흥신소가 불법이지만, 미국은 합법.
탐정이 조사한 증거물도 법적 효력을 갖는다.
종혁의 눈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 * *
부르릉!
어두워진 밤, 뉴욕의 외곽의 어느 한적한 주택가.
띄엄띄엄 떨어진 가로등 불빛에 어스름한 동네의 어느 허름한 주택 앞에 잭을 태운 낡은 혼다 시빅이 선다.
“자, 내리자!”
“네!”
오늘 엄마 메디슨이 사 준 변신 로봇과 차, 수업에 필요한 물품들이 한가득 담긴 커다란 백을 품에 안은 잭이 행복해 하며 차에서 내린다.
“그건 엄마한테 주면 어떨까?”
“제가 할게요!”
엄마가 착한 엄마일 때 말해도 사 주지 않았던, 돈이 없어서 미안하다던 학용품들을 모두 산 날.
엄마가 착한 엄마를 넘어 천사 엄마가 된 날.
오늘은 잭에게 있어 크리스마스와 다름이 없었다.
‘히힛! 나도 오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자랑할 수 있겠다! 크리스마스 끝나고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그러니…….
“엄마 힘들잖아요!”
오늘은 끝까지 엄마가 천사엄마로서 남아 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 해맑은 아들의 걱정에 메디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픔. 그녀의 얼굴에 서리는 감정은 부모로서의 아픔이다.
차라리 술에 취하는 동안의 기억을 잊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이 술에 취했을 때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는 그녀는 그럼에도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여 주는 아들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졌다.
“오, 오늘 즐거웠니?”
“응!”
다이너에서 스테이크도 먹었고, 뉴욕 안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도 탔고, 말로만 듣던 센트럴파크도 구경하며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차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내일도, 모레도, 평생 오늘만 같았으면 싶을 정도로 행복한 하루였다.
“그, 그래……. 얼른 올라가서 씻고 자렴, 내 아들.”
볼에 닿는 엄마의 입술에 화들짝 놀랐던 잭은 이내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응!”
잭은 빠르게 2층으로 올라갔고, 그 모습을 응시하던 메디슨은 거실 소파 위로 무너졌다.
‘난 대체 뭘 하는 거야……. 나는 정말 엄마 자격이…….’
“메리.”
“……왜?”
“오, 오늘은 다 끝난 거지?”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땀을 흥건히 쏟아 내는 남편 올리버의 광기 어린 눈을 본 메디슨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집 안에서 하면 죽여 버릴 거야.”
“흐흐. 걱정 마!”
올리버는 다급히 뒤뜰의 창고를 향해 달려갔고, 메디슨은 그걸 보며 이를 악물었다.
10년 전 잘 다니던 회사도 때려치우며 약쟁이가 되어 버린 남편. 애원하고 때려도 약을 끊지 못했던 남편.
“그래서 내가…….”
저놈 때문이다. 그동안 간단히 즐기는 용도로만 마셨던 술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게.
맨 정신으로는 망가져가는 올리버의 모습을 지켜볼 수 없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잠들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침엔 멀쩡한 올리버기에.
약에 취해 있지 않는 올리버만을 보기 위해 술에 취해 버렸다.
“후우.”
몸을 일으킨 그녀는 부엌으로 향했다.
저 한심한 남편의 모습을 보자니, 그리고 평소 자신의 행실을 떠올리니 냉수를 마시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덜컹. 달그랑!
냉장고 문이 열리며 병들이 부딪친다.
메디슨은 물을 담아 놓은 병을 향해 손을 뻗다가 멈칫했다.
물병 옆에 놓인 위스키 때문이다.
“아.”
오늘은 잭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날이라 무의식적으로도 찾으면 안 되기에 평소 놔두는 곳이 아닌 냉장고에 숨겨 놓은 위스키.
메디슨의 눈이 흔들린다.
꿀꺽!
“헉!”
군침을 삼킨 것에 깜짝 놀랐던 메디슨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직 오늘이 모두 지나가지 않았다.
오늘은 잭을 위한 날. 맨 정신을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아니야. 안 돼. 오늘은 절대 안 돼.”
엄마 자격이 없는 자신이라지만, 오늘만큼은 안 된다.
재빨리 물병을 꺼내고 냉장고 문을 닫은 메디슨은 몸을 돌려 유혹에 빠지려는 자신을 만류했다.
하지만…….
멈칫!
부엌 밖으로 나가려다 발을 멈춘 그녀.
“……그, 그래도 한 모금이면 괜찮지 않을까?”
한 모금만. 딱 한 모금이면 괜찮지 않을까.
‘그, 그래. 아까도 괜찮았으니까.’
다이너에서 맥주를 한 모금 마셨는데도 괜찮았다.
입안에 술맛이 감돌아도 잭에게 나쁜 엄마가 되지 않았다.
그걸 떠올린 그녀는 마치 술에 홀린 듯 냉장고로 걸어가 술병을 꺼내 들었다.
꿀꺽!
“하아아.”
표정이 느슨하게 풀린 메디슨은 습관적으로 다시 술병을 입에 가져가다가 화들짝 놀라 술병을 내려놓았다.
탕! 달그락!
냉장고 문을 닫은 그녀는 재빨리 거실로 걸어가 TV를 켰다.
TV로 술의 유혹을 이겨 내려는 거다.
그러나 그럴수록 입안에 남은 술맛이 그녀를 괴롭힌다.
‘아니야. 지금 잘 참고 있어. 잭을 위해 참아 내는 거야.’
오늘만은 엄마다운 엄마이고 싶은 애절한 마음.
그 때문일까. 술기운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 양치를 하자.”
비록 실수를 하긴 했지만, 양치를 해서 술 냄새를 지우면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을 거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다시 그녀의 시야에 냉장고가 담긴다.
“……한 잔만 더 마실까? 괜찮잖아. 오늘은 술이 취하지 않는 날 같으니까. 응…….”
딱 한 모금만 더 마시는 거다.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으면 얼른, 아니 그냥 술병을 깨 버리는 거다.
그녀는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며 냉장고를 열었다.
꿀꺽!
“하아.”
배 속에서 후끈 올라오는 술의 향기.
하지만 취기는 올라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정말 오늘은 취하지 않는 날 같았다.
“……한 모금 더 마셔도 되겠다.”
그녀는 다시 술병을 입에 가져갔다.
그렇게 한 모금, 또 한 모금.
‘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재빨리 입술에서 술병을 뗐지만, 그땐 이미 늦어 버렸다.
한 번 치솟은 취기가 번개보다 빠르게 그녀의 전신을 물들여 버린다.
그와 동시에 변화하기 시작한 그녀의 눈, 그리고 표정.
“……뭐 어때. 잭은 이미 자고 있을 텐데.”
엄마 말을 잘 듣는 아들이니 지금쯤 잠자고 있을 거다.
답답한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젖힌 그녀는 술병을 들고 다시 소파에 앉아 TV를 응시했다.
다시 한 모금, 또 한 모금.
결국 병에 담긴 술을 모두 비워 낸 그녀는 완전히 풀려 버린 눈을 한 채 몸을 일으켜 다른 술을 찾으려다가 멈칫했다.
“아냐. 오늘은 여기서……. 아니, 내가 왜 그래야 해? 왜 걔 때문에 참아야 해?”
그녀의 고개가 삐딱하게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향해 기울어진다.
잭이 뭐라고 왜 이 좋은 술을 참아야 하는가.
“아니, 그 전에 쟤가 뭐라고 돈을 벌어야 하지?”
잭 때문이다.
남편과 이혼을 못하는 것도 잭 때문이고, 남편이 마약을 끊지 못하는 것도 잭 때문이고, 세상이 좆같은 것도 잭 때문이다.
“그래, 모두 저 새끼 때문이잖아?”
점점 구겨지던 얼굴이 결국 귀신이 되어 버린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메디슨은 비척비척 계단을 올라가 잭의 방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 새근새근 천사처럼 곤히 잠든 잭.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너만 아니었으면…….”
그녀는 침대 위로 올라가 잭의 목에 손을 가져갔다.
콱!
“컥!”
‘어, 엄마?’
“너 때문이야! 모두 너 때문이라고! 죽어! 죽어어!”
‘아, 나쁜 엄마다.’
바깥은 어둡지만 벌써 내일이 된 것 같다.
잭은 자신의 목을 짓누르는, 그럼에도 정말 죽일 생각이 없는지 눈앞이 깜깜해질 만큼 목을 조르지 않는 엄마의 모습에 서글피 웃었다.
“헉! 내, 내가 무슨 짓을……! 아, 아냐! 오, 잭! 너 때문이…… 맞다고!”
‘괴로워하지 마세요, 엄마. 전 괜찮아요.’
잭은 메디슨의 팔을 쓰다듬으며 아프게 웃었다.
* * *
한편 집 뒤편에 지어진 작은 창고.
부서지기 일보 직전인 잔디깎기 기계나 갈고리 따위가 놓인 창고 안의 바닥에 널브러져 헤실헤실 웃던 올리버는 비명 같은 괴성이 흘러나오는 2층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미친년.”
1년 내내 때리고 괴롭히다가 고작 생일 날 하루 잘해 주는 걸로 자신이 정말 엄마라고 생각하는 걸까.
마약에 찌든 자신도 미친놈이지만, 아내 메디슨은 더 미친년이다.
“차라리 나처럼 그냥 좆같으면 패, 이년아.”
키득키득 웃은 그는 몸을 일으켰다.
한 대 거하게 맞았으니 잠깐 쉴 때다.
띠리링! 띠리링!
“어, 브룩. 왜?”
그의 동업자 브룩.
-아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내일부터 시경에서 단속을 한대. 조심하라고 전화한 거야, 올리.
“……빌어먹을. 확실한 정보야?”
-경찰 친구니 믿어도 되지 않을까? 일단 거리에 마약 전과가 있는 놈이 나타나면 그놈들부터 조진다니까 조심하라고.
혹여 거래를 해도 경찰들이 모르는 포인트나 인물, 차, 혹은 밀폐된 장소를 이용하라는 뜻.
“알았어. 끊어.”
약에 젖어 가던 몽롱한 정신이 깬 올리버는 옆 선반 맨 아래칸에 넣어진 박스를 살짝 꺼냈다.
그러자 드러나는 하얀 가루가 든 봉지들.
그랬다. 올리버는 마약중독자임과 동시에 마약 판매상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돈이 다 떨어져 가는데…….”
“죽어어-!”
“흠?”
다시 2층을 본 올리버는 눈빛이 순간 번뜩인다.
“쟤가 7살이라고 했지?”
심부름은 곧잘 해내는 나이 7살.
그리고 경찰은 모르는 인물을 이용하라는 동업자의 충고.
올리버의 입술이 뒤틀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