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20화 (420/837)
  •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20화>

    7살 소년, 잭에게 있어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뭐든지 허용되는 날. 꿈의 식당에 오는 날.

    그리고 엄마가 다정해지는 날.

    “마음껏 고르렴, 잭.”

    오늘 아침 손수 옷을 골라 준 엄마의 다정한 말에 잭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네!”

    소파 안쪽에 앉아 힘차게 대답한 잭은 벽에 기댄 메뉴판을 가져왔다.

    피자, 스파게티, 햄버거, 스테이크, 감자튀김.

    평소에 먹을 수 없는 요리들에 잭의 눈이 저 하늘의 별무리처럼 초롱초롱 빛난다.

    “우와아아아!”

    올해는 뭘 먹어야 할까.

    작년엔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난생처음 먹은 따뜻한 햄버거와 감자튀김.

    입천장을 홀랑 벗겨 버린 뜨거운 감자튀김은 코피를 먹은 것처럼 씁쓸했지만 구름처럼 폭신했고, 따뜻한 빵 속에 숨겨진 달콤한 소스와 아삭한 야채, 두꺼운 패티는 만화를 보며 생각했던 맛보다 더 충격이었다.

    ‘어쩌지? 트레번이 스테이크도 맛있다고 했는데! 스테이시는 토마토 스파게티가 최고로 맛있다고 했어!’

    잭은 반 친구들의 자랑을 떠올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고, 그런 잭을 힐끔 본 아빠 올리버는 아내 메디슨을 향해 미간을 좁혔다.

    “아니, 아침부터 난리를 치더니 겨우 여길 오려고 그랬던 거야?”

    어젯밤 술을 마신 것도 있지만, 기상 시간보다 한참 이른 9시부터 난리를 치던 아내 때문에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운전을 해야 했던 올리버가 투정을 부리자 메디슨의 눈매가 살벌해진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

    “오늘? 결혼기념일은…… 아니고. 우리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한 날인가?”

    “후우우. 네가 그러고도 아빠니? 오늘 잭의 생일이잖아.”

    “아.”

    “응? 저 불렀어요?”

    “아니야, 아니야. 천천히 골라.”

    “네, 아빠!”

    잭이 다시 메뉴판에 시선을 돌리자 올리버가 이마에 맺히는 땀을 닦으며 묘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네가 오늘 술병을 들지 않고 있는 거구나?”

    “닥쳐.”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한 올리버가 잭을 보며 다시 묘한 미소를 짓는다.

    “그럼 쟤가 벌써 6살인가?”

    “7살이야. 2학년.”

    “오. 역시 애는 빨리 크네.”

    “애가 크는 것도 몰랐던 거야? 너 진짜 아빠 자격이 있긴 한 거니?”

    “그러니 쟤를 내쫓지 않고 데리고 있는 거 아니겠어?”

    “내쫓기만 해 봐. 그땐 너랑 나 둘 중 하나는 죽을 테니까.”

    “푸흐흐…….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좀 웃기네.”

    “지금 싸우자는 거지?”

    “오우. 오늘은 좋은 날이야, 허니. 싸우는 건 침대 위에서 하자고.”

    “너 진짜……!”

    “저, 저 골랐어요!”

    매부리코 마녀보다 흉악해지던 메디슨의 얼굴에 따뜻한 봄이 서린다.

    “그래? 뭘 골랐니, 잭?”

    “스테이크를…… 시켜도 될까요?”

    “오, 스위티. 얼마든지 시켜도 된단다. 오늘은 네 생일이잖니. 그런데 스테이크를 고른 이유가 있니?”

    메디슨의 손이 다가오자 움찔했던 잭은 따뜻하게 볼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오늘은 엄마가 다정해지는 날임을 기억해 내곤 용기를 냈다.

    “트레번이 집에서 구워 먹는 스테이크가 맛있다고 했어요!”

    “트레번? 이름이 흑인이네?”

    “흑인 친구예요!”

    “아, 그러니? 친구랑 잘 지내야 한다?”

    “네!”

    “자기는?”

    “럼버잭이나 먹지, 뭐. 맥주도.”

    맥주란 말에 순간 메디슨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는 지금 놀리냐며 올리버를 째려봤고, 그는 킬킬 웃었다.

    그런 그들에게 종업원이 다가선다.

    “주문하시겠어요?”

    “뉴욕 스테이크 하나랑 럼버잭, 그리고 치킨 수프 주세요. 베이컨은 적당히, 계란은 써니 사이즈 업으로요.”

    “맥주도요.”

    “……맥주는 취소해 주세요.”

    “취소를 취소.”

    “올리버!”

    “잭의 생일이야, 메리.”

    움찔!

    얼굴이 경직된 잭을 본 메디슨은 한숨을 내쉬며 킬킬 웃는 올리버를 째려봤다가 이내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주세요.”

    “뉴욕 스테이크, 치킨 수프, 럼버잭, 베이컨 적당히, 계란은 써니 사이즈 업 맞죠?”

    “아, 팬케이크는 약간 태우듯 익혀서요.”

    “네. 맥주는 뭘로 드릴까요?”

    “브루클린으로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여종업원이 떠나자 올리버가 재빨리 일어선다.

    “담배 좀 피우고 올게.”

    “……너 집에 가서 봐.”

    “사랑해, 허니.”

    빠드득!

    메디슨은 이를 갈았고, 잭은 그런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잡았다.

    “싸, 싸우지 마세요.”

    “……오늘은 싸우지 않을 거야. 오늘은 네 생일이잖니. 그런데 스테이크 하나면 되겠어? 부족하면 다 먹고 시킬까?”

    “네!”

    메디슨은 힘찬 아들의 대답에 다시 볼을 쓸어내렸고, 잭은 그런 그녀의 손길에 그녀의 몸에 몸을 밀착시키며 거칠고 투박한 손바닥을 흠뻑 느꼈다.

    오늘은 1년에 딱 하루 있는 엄마가 다정한 날.

    최대한 느껴야 했다. 그래야 앞으로 1년을 버틸 수 있으니 말이다.

    잠시 후 올리버가 돌아와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온다.

    “우와아아!”

    자신의 얼굴보다 큰 스테이크에 잭의 눈과 코, 입이 크게 벌려진다. 잭은 급한 마음에 포크와 나이프를 반대로 쥐며 달려들었다.

    그에 메디슨은 급하게 만류했다.

    “먹기 전에 생일축하 노래 불러야지.”

    케이크가 없어도, 촛불이 없어도 그들만의 축하 의식이다.

    “아!”

    “자, 하나둘?”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들 세 가족만의 작은 축하.

    그런데 그 노래 소리를 들은 주위의 손님들도 흐뭇하게 웃으며 같이 박수를 쳐 준다.

    그에 잠시 멍해지는 잭.

    “생일 축하한다, 꼬마!”

    “생일 축하해!”

    “휘이익!”

    온 세상이 축하를 해 주는 것 같은 기분.

    그보다 더 벅차고 행복한 건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와 아빠다.

    잭은 터질 듯 뜨거워지는 가슴에 눈물을 그렁거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먹자, 잭.”

    “네! 잘 먹겠습니다!”

    잭이 올바르게 포크와 나이프를 쥐며 스테이크에 가져갔고, 메디슨은 그런 잭의 손을 살포시 쥐며 스테이크를 써는 걸 도왔다.

    오늘은 잭에게 있어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제발 내일도, 모레도 오늘만 같기를!’

    잭은 하늘에 있는 신에게 간절히 빌었다.

    그런 잭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복스럽게 먹는 아들의 모습에 피식 웃은 올리버와 메디슨도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후룩!

    서늘해지기 시작한 날씨를 잠시 잊게 만드는 뜨겁고 진한 국물이 처지다 못해 축나기 일보 직전인 온몸을 적심에 메디슨이 눈을 감으며 혀를 굴린다.

    “으으음.”

    마치 몸이 원하는 것 같은 맛.

    단 한 숟가락만 먹었을 뿐인데 온몸에서 열이 올라온다.

    반면 적당히 익은 베이컨에 계란 노른자를 터트려 입에 가져간 올리버는 미간을 좁혔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모습.

    그러나 잭과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으며 팬케이크에 메이플 시럽을 가득 뿌렸다.

    입안을 절여 버릴 듯 채우는 달콤한 맛.

    이제 좀 먹을 만하네 라며 고개를 끄덕인 올리버는 그제야 본격적으로 포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세 가족은 행복한 아침 겸 점심을 즐겨 갔다.

    목이 막힌 올리버가 차가운 맥주를 입에 가져가기 전까지 말이다.

    “크아!”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에 메디슨을 쳐다본 올리버가 피식 웃고, 잭의 눈이 흔들린다.

    “그냥 술 시키는 게 어때?”

    “돼, 됐어. 오늘은 안 마실 거야.”

    “네가? 정말로?”

    “……오늘은 날 건드리지 마.”

    “뭐, 그러든가.”

    다시 가소롭다는 듯 웃은 올리버는 가게 안이 더운 건지 계속 흐르는 땀을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나 화장실 좀.”

    “너 설마? 하지 마. 여긴 잭의 단골 가게야.”

    “걱정 마. 그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으니까. 그리고 가져오지도 않았어.”

    “경고했다. 하지 마.”

    “네가 오늘 화장실 갈 시간만 줬어도 이렇게 널 걱정시켰을까? 아랫구멍 두 개 다 터질 것 같아, 허니.”

    “……얼른 다녀와.”

    싱긋 웃은 올리버는 안쪽의 화장실로 향했고, 그런 그를 의심이 서린 눈으로 응시하던 메디슨은 이내 혀를 차며 치킨 수프를 향해 고개를 내리다 올리버의 맥주병을 보고 잠시 시선을 멈춘다.

    그 순간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다시 잡는 잭의 손.

    “아, 안 돼요.”

    오늘은 뭐든지 허용되는 날.

    엄마를 말리는 것도 허용되는 날이다.

    “……아니야. 안 마셔, 오늘은. 엄마가 걱정시켜서 미안해, 우리 아가.”

    그녀의 그 말에 잭은 작게 안심하며 다시 스테이크에 포크와 나이프를 가져가고, 메디슨은 맥주병을 노려보다 고개를 털며 몸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치킨 수프를 입에 가져갔다.

    “후룩!”

    그러나…….

    힐끗!

    메디슨의 눈이 다시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맥주병을 응시한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를 간절히 갈구하기 시작한 그녀의 눈과 떨리기 시작한 다리.

    스푼을 쥔 손이 꼼지락거린다.

    ‘아니야. 안 돼!’

    참아야 한다.

    이건 아들과 자신의 약속. 오늘만큼은 무조건 참아야 한다.

    그런데…….

    “크아아!”

    옆에서 터진 탄성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메디슨의 눈이 절망으로 물든다.

    옷차림이 허름한 노인이 내려놓는 맥주병. 입안으로 직행하는 베이컨 한 조각. 그리고 행복에 젖은 빨간 얼굴.

    ……꼴깍!

    “어, 엄마!”

    작지만 뾰족한 외침에 놀란 그녀는 파랗게 질린 아들의 얼굴에, 그리고 아들이 응시하는 방향에 다시 놀라야 했다.

    ‘이, 이게 왜 내 손에?’

    어느새 손에 들려 버린 올리버의 맥주.

    ‘미친!’

    기겁한 그녀는 맥주를 내려놓으려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손에서 맥주가 떨어지지 않는다. 쌉싸래하고,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파고든다.

    ‘아니야. 안 돼. 오늘은…… 오늘은…….’

    “아, 안 돼요. 오늘은 제 날이잖아요, 엄마.”

    안 된다.

    술을 마셔 버린 엄마는 더 이상 다정하지 않음에.

    예쁜 엄마가 아니게 되어 버림에 잭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고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흔들었다.

    ‘맞아. 오늘은 마시지 않기로 했잖아!’

    아들의 재촉에 메디슨은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맥주의 달콤한 향기는 더욱 진해졌다.

    “제발요. 오늘은 안 마시기로…… 아.”

    꿀꺽!

    “……하아아.”

    잭이 절망하고, 메디슨의 얼굴에 느슨하면서도 황홀한 미소가 맴돈다.

    그래, 이거다.

    온몸이 살아나는 기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그런데 거슬리는 게 있다.

    “놓으렴.”

    “어, 엄마…….”

    “경고했어. 놔.”

    메디슨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잭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린다.

    나쁜 엄마다. 맨날 자신을 괴롭히는 나쁜 엄마.

    “아, 안 돼요. 오늘은 제 생일…….”

    “놔!”

    그녀가 손을 드는 순간이었다.

    우당탕!

    그들의 테이블을 덮친 거대한 무언가에 잠시 시간이 멈췄다.

    *   *   *

    ‘웃고 있다?’

    부모로 보이는 이들의 손을 잡은 소년이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다.

    부모의 얼굴을 본 종혁은 미간을 좁혔다.

    ‘저 얼굴들은?’

    종혁 자신의 판단이 맞다면 분명 둘은 정상적인 부모가 아니다.

    그런데 아이는 진심으로 웃고 있다. 진심으로 따르고 있다.

    최소한 아이의 낯빛이 우울하기라도 했다면 확신을 가질 수 있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뭘 그렇게 봐?”

    “……아닙니다.”

    혀를 찬 종혁은 다시 음식에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귀는 빈자리를 찾는 잭들을 따라 움직인다.

    다행히도 뒤쪽 대각선 자리에 앉는 그들. 곧이어 마치 장난감 가게에 온 듯 기뻐하는 아이의 탄성이 들려온다.

    ‘착각한 건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술병’이라는 단어가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으로나마 부모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윽고 들려오는 생일축하 노래.

    “오, 최. 저 꼬마가 생일인가 봐. 우리도 같이 축하해 주자!”

    존의 호들갑에 종혁도 몸을 돌려 잭을 향해 박수를 쳐 줬다.

    ‘생일 축하한다, 꼬마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에 종혁은 마음을 놓으며 음식을 먹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얼른 먹고 돌아가 수배자 명단을 확인해야 됐다.

    존이 알려 주는 중요 포인트를 다 둘러보고 돌아간다면 오늘 저녁부터나 확인하게 될 테지만, 1분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더 많이 외우게 될 터.

    그런데 잭의 부모의 대화가 그의 귀를 다시 자극한다.

    “하지 마. 여긴 잭의 단골 가게야.”

    ‘하지 마? 화장실을 가는데 하지…….’

    종혁은 자신의 뒤를 스쳐 지나가는 올리버의 냄새에, 정확히는 숨결에 섞인 입 냄새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예상대로인데…….’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일까.

    종혁은 부디, 부디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며 입을 열었다.

    “조니.”

    “왜?”

    “방금 화장실로 간 사람 따라가요. 마약 중독자 같으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무전하고요. 지금부터 무전 켤 테니까.”

    만성적인 마약 중독자의 몸에선 특유의 냄새가 난다.

    자세히 보면 얼굴에도 특징이 드러난다. 일반인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

    일반인들이 알 만한 특징으로는 덥거나 춥지도 않은데 땀을 많이 흘리고, 손과 발을 떨며 초점이 잘 맞지 않다는 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올리버에겐 그런 특징들이 모두 나타나 있었다.

    “알았어.”

    순간 눈빛이 매서워진 존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고, 종혁은 이를 악물었다.

    빠득!

    ‘진짜 하지 마라. 오늘은 네 아들 생일이다.’

    제아무리 마약 중독자라고 해도 오늘만은 버텨 줘야 한다. 부모라면 그래 줘야 한다.

    둘의 사랑이 맺은 결실이 세상에 태어난 날 아닌가.

    신의 사랑과 은총이 그들을 축복한 날이 아니던가.

    아들 잭뿐만 아니라 두 부부에게도 축복인 날.

    ‘열 달 동안 고생하며 낳았잖아! 오늘만은, 아니 이 순간만은 버텨 줄 수 있잖아! 그래야 하잖아-!’

    구그극.

    종혁의 손에서 포크가 구겨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요…….”

    미약하기 그지없는 반항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종혁은 다시 한번 무너지고 말았다.

    메디슨의 입술에 닿는 술병.

    아니, 피부에 탄력과 생기가 없는데 얼굴이 붓고 코와 양 볼이 빨간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 알콜 중독자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술.

    술을 먹지 않을 땐 천사라도 먹는 순간 악마로 만드는 술.

    ‘야, 이 미친년아-!’

    “놓으렴.”

    “아, 안 돼요. 오늘은 제 생일…….”

    “놔!”

    ‘빌어먹을!’

    종혁은 메디슨의 손이 하늘로 들리고 잭이 눈을 질끈 감자, 뒤를 생각지 않고 그들의 테이블로 몸을 날렸다.

    쿠당탕!

    “헉!”

    “꺅!”

    상의와 머리를 적시는 음식물들.

    하지만 종혁은 그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놀라서 눈을 뜨는 잭을 향해 간절함을 담아, 필사적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help?’

    부디. 부디 이 아이가 응해 주기를.

    그렇지 않으면 구해 줄 수 없기에 부디 뻗은 이 손을 잡아 주기를.

    종혁은 아이를 향해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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