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418화 (418/837)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418화>

97. 미국 뉴욕

아쉬워하는 외사국 사람들과 송별회를 마치고 돌아온 종혁은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는 어머니 고정숙 앞에 앉았다.

“푸후. 술 냄새. 술 마셨으면 들어가서 자. 괜히 오늘도 힘들게 일한 사람 괴롭히지 말고!”

“엄마, 나 미국 가.”

“다녀와.”

종혁은 피식 웃었다.

참 한결같이 쿨한 어머니.

“최소 반년은 걸릴 거야.”

멈칫!

낯빛이 굳은 고정숙이 종혁을 본다.

“설명.”

“우리의 경찰청장님께서 고정숙 여사의 자랑스러운 아드님을 보고 엘리트 간부 코스를 밟으라네?”

“지랄을 한다.”

“풉! 아, 진짜! 아들한테 욕하는 엄마가 어디 있어!”

“엄마가 아들한테 욕도 못해? 누가 그래?”

“아니, 누가 그런 건 아닌데…….”

자신이 지은 죄가 아니지만 그래도 일조한 게 있기에 종혁은 말을 아꼈고, 고정숙은 그런 아들을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곤 다시 TV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다녀와. 가서 몸조심하고. 다치지 말고. 욱하지 말고.”

“아들이 언제 욱했…… 죄송합니다.”

“아주 지 아빠를 쏙 빼닮아서 맨날 욱하기만 하고 말이야…….”

속상함을 담았던 고정숙의 눈이 이내 빠르게 단단해진다.

어미가 돼서 멀리 떠나는 아들의 발목을 어찌 잡을까.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가서 덜컥 애라도 만들면 넌 그때부터 내 아들 아니다.”

“컥! 엄마!”

“왜? 미국이 성에 대해 자유롭다며? 애를 가지더라도 최소한 며느리 될 사람은 소개시켜 주고 가져. 알았어?”

“아, 진짜!”

“닥치고 세수나 하고, 아니 목욕하고 나와. 오랜만에 술이나 마시게.”

“……예.”

목욕.

떠나기 전에 무어라도 손수 만든 음식을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한 종혁은 일그러지는 얼굴을 억지로 펴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잠시 응시하던 고정숙은 이내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

“마트를 다녀와야겠네.”

먼 길 떠나는 아들, 평소 좋아하는 걸 해 먹이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두 모자의 밤이 깊어져 갔다.

*   *   *

한편 그 시각,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경찰청장실에 남은 박종명이 책상을 툭툭 두드린다.

“조희구 사장……. 러시아 바이칼호 보물선 인양…….”

참 타이밍 좋게 종혁을 치워 달라고 부탁해 온 조희구와 러시아 거물들을 부탁을 받고 그들의 보물을 들고 한국에 온 종혁.

이게 과연 우연일까.

“재밌군.”

이 한국에 꽤나 재밌는 놈들이 있는 것 같다.

“더 뜯어낼 수 있겠어.”

그들의 규모가 얼마나 크건 그게 무슨 상관일까. 그게 박종명 자신에게 이득이 되느냐 마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종혁보다 이들이 더 큰 이득을 줄 것 같다. 그가 명예와 영향력보다 더 중요시하는 금전이라는 이득을.

‘찔리는 게 있으니 이런 부탁을 해 왔겠지.’

“괘씸한 놈들.”

지이잉!

박종명은 때마침 울린 핸드폰에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전화를 하려던 참인데 먼저 전화를 주셨군요. 우리 만납시다. 서로 할 이야기가 꽤 많은 것 같으니까.”

-……지금 바로 서울로 가겠습니다.

“아닙니다. 안 그래도 내일 부산청에 볼일이 있으니 부산에서 보죠. 예, 그럼 끊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박종명은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최 팀장 그놈은 그저 장기말일 뿐이지. 조금, 아니 꽤 특별한 장기말.’

파트너인 조희구와 달리 말이다.

박종명의 입가에 후련한 미소가 맺혔다.

*   *   *

“진짜 가시는 거예요?”

인천공항 안으로 따라 들어온 최재수가 울상을 짓는다.

“안 가시면 안 돼요?”

“어쩌겠냐.”

그렇게 말하는 종혁도 입맛이 쓰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세세하게 가르쳐 한 명의 형사로 만든 최재수. 종혁에게 있어 최재수는 자식 같은 존재다.

그도 마음이 편치 않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해외 연수는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좋은 기회.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닐 테니까 다른 분들에게 잘 배우고. 오 경감님도 재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쯧. 얘가 내 말을 듣겠냐? 중간에 지 혼자 설치다 칼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지.”

“에이씨, 진짜!”

최재수의 일그러지는 얼굴에 피식 웃은 오택수가 종혁을 본다.

“아무튼 알았으니까 잘 다녀와. 거기선 사고 치지 말고.”

“저 진짜 열심히 배울 테니까 팀장님도 거기서 다 익혀 버리세요! 선진국인 미국이니 배울 많을 거잖아요!”

“으응. 그래.”

‘글쎄다. 아닐걸?’

사람들은 미국 경찰에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회귀 전 간부 코스를 밟기 위해 짧게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는 종혁으로선 아니올시다였다.

‘재수야, 미안한데 그 동네 한국보다 더 열악해.’

권한도 권한인데, 위험도가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다.

하지만 저렇게 좋아하니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하하. 그래. 그럴게.”

“옙! 연락 자주 할게요! 저기 오택수 씨와는 다르게!”

“저저 말하는 꼬락서니 봐라.”

고개를 젓던 오택수가 돌연 낯빛을 굳힌다.

“야, 최 팀장.”

“예. 왜요…….”

종혁은 갑자기 차가워진 오택수의 표정에 미간을 좁혔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설마 이 새끼들, 그 새끼들이냐?”

“그 새끼들이요?”

종혁은 반응을 보이는 최재수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죠.”

아무래도 이젠 최재수에게 말을 해야 할 듯싶다.

그러라고 꺼낸 이야기인 것 같으니 말이다.

‘상의는 좀 해 주지. 쯧.’

종혁은 툴툴거리며 인천 공항 안쪽으로 향했다.

*   *   *

“최종혁이 전용기에 올라탔다고 합니다.”

“……후우. 드디어 갔네. 그 개새끼.”

제2기획실장의 된소리에 보고를 하러 온 부하가 안타까워한다.

‘그렇게 스마트하고 점잖으시던 우리 실장님이…….’

“그 표정 뭐야? 너 지금 나 동정해?”

“아, 아닙니다!”

“이…… 하아.”

일 잘하는 부하에게 화를 내서 뭐할까.

자신의 신경이 예민해졌다는 걸 받아들인 제2기획실장은 몸을 일으켰다.

“자, 다들 주목! 드디어 최종혁이 치워졌다. 여기에 더 다행이라면 놈이 우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는 거다.”

만약 종혁이 냄새를 맡았다면 SVR이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SVR이 무언가 알아보려는 듯한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이는 종혁이 이번 해외 연수에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다만 문제는 결국 최종혁 그놈 때문에 아진 소코로비쉬가 발굴한 보물이 진짜임이 밝혀졌다는 거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사기를 치는 게 아닌가 하는 작은 가설마저 사라졌고, 이로써 상황은 말도 안 되게 복잡해졌다.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짤 테니 자료 정리해서 11시까지 회의실로 집합해.”

11시에 회의라면 점심을 먹지 말자는 소리.

“끙. 예에.”

“대답!”

“예!”

제2기획실 직원들은 종혁을 욕하며 빠르게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복잡해져 버린 상황을 되돌리기 위한 모든 자료를.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제2기획실장은 전화기를 들었다.

“어, 실장님. 나 제2기획실 실장인데요. 최종혁이 미국으로 연수를 갔다네요? 그래도 같은 실장으로서 알려는 드려야……. 아이고, 내가 수작을 부리긴 뭔 수작을 부려요.”

모두가 라이벌인 기획실.

제2기획실장은 길길이 날뛰는 제1기획실장의 모습에 흐뭇이 웃었다.

‘옛다. 엿 먹어라!’

*   *   *

“응, 엄마. 이제 막 일어났어. 운동하고 출근해야지. 아니, 내가 뭔 사고를 친다고 그래. 알았어요, 알았어. 네. 엄마도 수고하시고요.”

뉴욕 중심부에 위치한 고층 빌딩의 최상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

한 손에 사과주스를 든 채 테라스로 걸어 나온 종혁이 저 아래에 넓게 펼쳐진 거대한 공원을 응시한다.

삭막하고 바쁜 뉴욕 시민들의 힐링을 위해 조성된 뉴욕의 자랑 센트럴파크.

하지만 종혁의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저기에서만 연간 수천 건의 사건이 벌어진다지.”

살인, 실종, 납치, 강간, 마약 거래 등 끔찍한 강력 범죄가 벌어지는 마굴이 바로 센트럴 파크다.

심지어 저 안에서 길을 잃고 아사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

그런데 공원의 크기가 커도 너무 크다 보니 경찰의 치안력이 제대로 닿지 못한다. 해가 지면 경찰들뿐만 아니라 뉴욕 시민도 들어가길 꺼려 할 정도다.

“저걸 확 밀어 버릴 수도 없고……. 에라이.”

혀를 찬 종혁은 빌딩 내에 있는 피트니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얼른 오늘치 운동을 마치고 출근을 해야 됐다.

지이잉!

“아, 헨리 씨.”

-좋은 아침입니다, 최. 저희 미국의 선물은 마음에 드십니까?

“들다 뿐일까요.”

이 넓고 큰 초고층 빌딩의 최상층 전부가 종혁 본인의 집이다.

사람이 주거할 수 있는 방만 16개. 부동산이 나날이 폭락하는 뉴욕에서도 끔찍한 가격을 자랑하는 놈이다.

CIA는 그런 이놈을 통 크게도 선물로 주었다.

“다른 선물도 확인했습니다.”

NYPD가 쓴다는 글록 권총과 벨트, 종혁의 이름이 박힌 수갑과 기타 진압 도구까지.

CIA 동아시아 지부장 헨리의 세심함에 감동을 할 정도였다.

“잘 쓰겠습니다, 헨리 씨.”

-하하. 오늘이 출근하는 날인가요? 좋은 하루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예. 헨리 씨도요.”

전화를 끊은 종혁은 어깨를 돌리며 빌딩 안의 피트니스 센터로 향했다.

연수 1일 차. 첫 출근이었다.

*   *   *

삐용삐용!

“호오.”

지옥의 출근길이라 불리는 뉴욕의 꽉 막힌 도로 위.

운전석에 앉은 종혁이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SUV형 경찰차를 보며 감탄을 터트린다.

“저것도 오랜만에 보네.”

미국 경찰의 자랑인 방탄 기능을 갖춘 경찰차.

어디 방탄뿐일까. 도주하는 차량을 들이받거나 받혀도 경찰이 무사할 수 있게 특수 개조가 된 차량이다.

저 SUV형의 경찰차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경찰차가 그렇다.

“저건 진짜 부럽…….”

꼬르륵!

“쯧. 아침을 덜 먹었나.”

격한 소리를 내는 배를 붙잡은 종혁은 때마침 보이는 햄버거 가게 앞에 차를 세웠다.

이른 아침임에도 사람들로 가득한 햄버거 가게.

미국에 왔으면 미국식으로 먹어야지 않겠는가.

“하, 이게 얼마 만이더라.”

햄버거의 나라 미국. 다른 건 몰라도 이 맛은 참 그리웠었다.

종혁은 옛날의 그 맛을 기대하며 햄버거를 사 들고 나왔고, 차에 앉아 햄버거를 입에 물었다.

아삭!

야채가 부서지는 상큼한 소리와 함께 그의 입가가 파르르 떨린다.

그래. 이 맛이었다.

꾸덕하고 진한 치즈와 육중한 패티의 하모니.

순식간에 햄버거 하나를 해치운 그는 두 번째 햄버거를 입에 물며 차창 밖을 응시했다.

건물도, 사람도 복잡하고 삭막하기 그지없는 뉴욕의 풍경.

“노숙자가 많네.”

원래부터 많은 건지, 아니면 부동산 폭락에 의해 많아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암울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게 시작이라는 거지.”

이게 시작이다. 미국에 닥친 악몽은.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악몽들은 연달아 찾아온다.

“지랄이다. 지랄…….”

“헬로, 칭크?”

고개를 돌린 종혁은 칼을 든 채 싱글벙글 웃는 흑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불쌍한 깜둥이를 위해 적선 좀 해 주겠어? 오, 그 시계도.”

‘지랄 났네. 진짜.’

다시 한숨을 내쉰 종혁은 품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철컥!

흑인의 이마에 겨눠진 글록 권총.

“오, 씨발! 하하. 미안…….”

“닥치고 엎드려, 깜둥이 새꺄. 경찰이니까.”

“Fuck……. 빤짝이는 없었는데…….”

울상이 된 흑인은 뒤로 물러서 엎드리며 양손을 머리 뒤로 하며 깍지를 꼈고, 차에서 내린 종혁은 수갑을 채워 차 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연수 첫 출근부터 어메이징하네. 시발.”

왜 어메이징과 다이나믹의 나라 미국이라 불리는 지 확실히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   *   *

뉴욕 경찰국, NYPD의 본청.

일명 1 폴리스 플라자(1 Police Plaza)라 불리는 건물 안, 수사계의 형사들이 도넛과 커피를 문 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 맞다. 오늘 한국? 아무튼 저기 동양에서 연수생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저 옆 동네 중국인들과 다른 나라인가?”

“아마 그럴걸? 이름부터 다르잖아.”

“그런데 누가 맡으려나-!”

순간 조용해지는 수사계.

“난 저번에 맡았으니까 패스!”

“나도!”

“그래, 존! 네가 맡아라!”

“난 또 왜요!”

“네가 가장 막내니까!”

“나도 형사 된 지 벌써 5년 차거든요!”

“오우, 우리 귀염둥이가 벌써 5살이나 됐어?”

“으하하하하!”

그렇게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콰앙!

거칠게 열리는 사무실의 문.

아니, 문을 부술 듯 열어젖히며 날아 들어와 바닥을 뒹구는 웬 흑인 한 명에 사람들의 눈이 멍해진다.

“아악! 아으윽…….”

뚜벅뚜벅!

형사들은 귓가를 울리는 구둣발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여유롭게 들어오는 종혁을 발견하곤 눈을 껌뻑였다.

종혁은 그런 그들을 향해 히죽 웃었다.

“아, 오늘부터 이곳 뉴욕 경찰국에서 일하게 된 대한민국 경찰청의 최종혁 경정입니다. 출근길에 이 새끼가 강도 짓을 하려고 해서 잡았는데, 어떤 분한테 넘기면 됩니까?”

“……What the Fuck?”

종혁은 대답할 생각을 하지 않는 형사들을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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